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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Musical

베르디 오페라 ‘오텔로’ Verdi, Otello

Verdi, Otello

베르디 오페라 ‘오텔로’

Giuseppe Verdi

1813-1901

Otello: Plácido Domingo

Desdemona: Renée Fleming

Iago: James Morris

Emilia: Jane Bunell

Montano: Theodore Lambrinos

Cassio: Richard Croft

Rodrigo: Chareles Anthony

Lodovico: Alexander Anisimov

Metropolitan Opera Chorus

Metropolitan Opera Orchestra

Conductor: James Levine

MET Opera 1995

 



 


Scala di Milano - direttore Riccardo Muti


Act I: Esultate!  


Act II: Credo in un Dio crudel (Iago's Credo)  




Act III: Dio ti giocondi, o sposo







 

“지금, 바로 이 순간에 늙고 검은 숫양 하나가 어르신의 하얀 암양을 올라타고 있답니다. 일어나세요, 어서요!”

셰익스피어의 비극 <베네치아의 무어인 오셀로>(Othello, The Moor of Venice)의 1막에서 이아고가 데스데모나의 아버지 브러밴쇼에게 하는 말입니다. 이 문장은 당시 흑인에 대한 유럽인들의 인종적 편견을 잘 드러내줍니다. 인간으로 취급받지 못했던 흑인이면서도 뛰어난 지략과 무예로 키프로스 총독의 자리에 오른 주인공 오셀로는 결국 ‘차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백인들의 증오와 자기 자신의 열등감 때문에 파멸에 이르게 되지요.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랑하는 아내의 정절을 의심해 자기 손으로 죽여버렸던 것입니다.

희귀한 사랑, 절망의 사랑

17세기 비평가 토머스 라이머는 <오셀로>를 혹평하며 “전혀 개연성이 없는 허구”라고 말했답니다. 15세기 베네치아에서 흑인이 장군이나 총사령관의 지위에 오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여주인공 데스데모나 같은 대귀족 집안의 처녀가 흑인과 사랑에 빠져 결혼한다는 것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셰익스피어의 이 작품이 백인과 흑인의 사랑과 결혼이라는 옳지 못한 풍속을 부추길까봐 두렵다고도 말했습니다. 그러나 역으로 생각하면, 그만큼 어렵고 희귀한 사랑이었기 때문에 그 사랑을 잃게 되었을 때의 절망이 그토록 큰 것이라는 점에서 <오셀로>의 줄거리가 설득력을 갖는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의 공통적인 특징은, 고귀한 인물이 성격적 결함에 의해 영광과 행복의 절정에서 불행의 나락으로 추락해, 극심한 내적 갈등을 겪다가 결국 죽음에 이른다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성격이 운명을 만든다’는 공식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오셀로의 결함은 흑인이라는 열등의식 때문에 자신의 지위와 행복에 불안감을 느낀다는 점입니다. 전쟁터에서 살아온 군인답게 단순하고 용감하며, 사람이나 사실을 한번 믿으면 끝까지 믿어버리는 성격도 비극을 초래하는 데 일조합니다.

열정적이고 순수한 아내 데스데모나의 결함은, 고결한 품성을 가진 사람들이 흔히 그렇듯 남들이 자신과 같다고 믿고 남을 무조건 신뢰하는 점입니다. 이아고는 스스로 ‘악의 원자’에서 태어났다고 주장할 정도로 악을 사랑합니다. 냉혹하고 교활하며 이기적인 성격이어서 타인의 고통에 쾌감을 느끼는 독특한 캐릭터죠. 셰익스피어는 1566년 이탈리아 작가 지랄디 친티오가 발표한 <오텔로>를 토대로 했습니다. 친티오의 원작에서는 오셀로의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물증이 고전적인 ‘편지’였지만, 셰익스피어는 이를 좀 더 감각적인 증거인 ‘손수건’으로 바꾸어놓는 재치를 발휘했습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베르디의 오페라 <오텔로>(Otello, 오셀로의 이탈리아어 이름)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토대로 했지만, 이보다 좀 덜 알려진 로시니의 오페라 <오텔로>는 친티오의 원작을 따른 작품입니다. 베르디는 셰익스피어 원작 5막 중 1막을 생략하고 4막 오페라로 만들었습니다.

이아고의 멱살을 잡고 분노하는 오텔로.

열등감과 질투심으로 파멸하는 영웅

1막

15세기 키프로스 섬. 오텔로는 키프로스 앞바다에서 베네치아 해군을 지휘하여 터키 함대를 물속에 가라앉히고 돌아옵니다. 귀족 로드리고는 베네치아 최고의 미인이자 대귀족의 딸인 데스데모나를 숭배했지만 오텔로에게 빼앗겼고, 이아고는 오텔로가 자신이 아닌 카시오를 부관으로 임명한 것에 자존심이 상해 복수의 뜻을 품게 됩니다. 이 두 사람은 부관 카시오에게 술을 많이 먹여 취하게 만든 뒤 일부러 소란을 일으켜, 오텔로로 하여금 카시오를 해임하게 만듭니다. 이 소란에 데스데모나가 밖으로 나오자 오텔로는 모두가 떠난 고요한 바닷가에서 데스데모나와 ‘사랑의 이중창’ ‘Gia nella notte densa 밤의 어둠 속에 모든 소음은 사라지고’를 노래합니다.

2막

이아고는 부관 자리에서 해임되어 절망하고 있는 카시오에게 오텔로의 아내 데스데모나를 찾아가 복직을 부탁해보라고 꼬드긴 뒤 ‘이아고의 신조’ ‘Credo in un Dio crudel 나는 잔인한 신을 믿는다’를 노래하지요. 카시오는 이아고의 충고대로 데스데모나에게 복직을 사정하고, 이아고는 이 둘의 모습을 얼핏 본 오텔로에게 교묘하게 말을 꾸며 아내와 카시오의 사이를 의심하게 만듭니다. 데스데모나가 카시오를 용서해달라고 간청하자 오텔로의 의심은 점점 커집니다. 땀이 난 이마를 닦아주려던 데스데모나의 손을 오텔로가 뿌리치는 바람에 바닥에 손수건이 떨어지자, 데스데모나의 시녀 에밀리아가 그 손수건을 주웁니다. 에밀리아의 남편인 이아고는 이 손수건을 가로채갑니다. 이아고는 오텔로에게 카시오의 꿈 얘기까지 지어내 들려주며, 데스데모나의 손수건이 카시오에게 있다고 말하지요. 오텔로는 분노와 절망 속에서 이아고와 함께 ‘Si, pel ciel marmoreo giuro 대리석 같은 저 하늘에 맹세한다’라며 복수의 이중창을 부릅니다.

3막

다시금 카시오의 복직을 간청하는 데스데모나에게 오텔로는 자신이 준 손수건의 행방을 추궁합니다. 손수건을 잃어버린 데스데모나가 당황하자 이를 결정적인 증거로 믿게 된 오텔로는 데스데모나를 모욕하고, 혼자 남아 끔찍한 절망 속에서 ‘Dio! mi potevi scagliar 주여! 제게 온갖 치욕을 주시는군요’를 노래합니다. 이때 이아고는 오텔로가 숨어서 볼 수 있는 곳으로 카시오를 데리고 나와 카시오에게 애인 비앙카와의 연애 얘기를 물어보지요. 숨어 엿듣던 오텔로는 비앙카 이야기를 데스데모나 이야기로 오해합니다. 이때 카시오는 자기 집에 떨어져 있던 손수건의 주인을 모르겠다며 이아고에게 꺼내 보여줍니다. 오텔로는 여기서 확증을 얻게 되지요. 베네치아 본국의 대사 일행이 키프로스 섬에 도착해 오텔로에게 귀환을 명하고, 키프로스의 후임자로는 카시오를 임명한다는 명령서를 낭독합니다. 오텔로는 군중 앞에서 데스데모나를 밀쳐 쓰러뜨리고, 모든 사람들은 경악합니다.

4막

데스데모나의 침실입니다. 서글프고 참담한 심경으로 ‘버들의 노래’ ‘Mia madre aveva una povera ancella 내 어머니께는 사랑에 빠진 가련한 하녀가 있었지’를 부르는 데스데모나는 잠자리에 들면서 ‘Ave Maria 아베 마리아’를 기도합니다. 이때 오텔로가 방에 들어와 데스데모나의 부정을 비난하며 죽이려 합니다. 데스데모나는 결백을 주장하며 죽이지 말아달라고 애원하지만 오텔로는 사정없이 목을 조릅니다. 마침 방에 들어온 에밀리아는 데스데모나의 모습을 보고 달려나가 “오텔로가 데스데모나를 죽였다!”고 외칩니다. 사람들이 모여든 가운데 에밀리아는 손수건에 얽힌 이아고의 흉계를 폭로하지요. 마지막 아리아 ‘Nium mi tema 칼을 들었다고 두려워하지 말라’를 부른 뒤 오텔로는 단검으로 자신의 가슴을 찌르고는 데스데모나에게 기어가 마지막 키스를 한 뒤 숨을 거둡니다.

Plácido Domingo/Kiri Te Kanawa/Sergei Leiferkus/Georg Solti - Verdi, Otello

Otello: Plácido Domingo

Desdemona: Kiri Te Kanawa

Iago: Sergei Leiferkus

Emilia: Claire Powell

Montano: Roderick Earle

Cassio: Robin Leggate

Rodrigo: Ramon Remedios

Lodovico: Mark Beesley

The Royal Opera Chorus

Royal Opera House Orchestra

Conductor: Sir Georg Solti

Covent Garden, 1992

오페라가 끝난 뒤 무대인사를 할 때 관람석에 있는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 세자비를 몰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를 환호하게 한 현대적 베르디

베르디의 오페라 <오텔로>가 세상에 나온 1887년은 바그너의 음악극이 유럽 오페라계를 지배하게 된 시기였습니다. 아름답고 극적인 선율로 관객을 사로잡던 이탈리아 오페라보다 추상적이고 현대적인 독일 음악극이 더 큰 주목을 받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대본작가이자 오페라 <메피스토펠레>의 작곡자이기도 한 친구 아리고 보이토는 현역에서 물러나 자연과 더불어 조용히 살고 있던 베르디를 끈질기게 설득해 다시 한 번 펜을 쥐게 합니다.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에서 베르디의 <오텔로>가 초연되자 이탈리아 사람들은 다시 한 번 오페라로 독일을 제압했다며 환호했고, 이 작품은 즉시 이탈리아의 15개 극장에서 상연되어 대단한 인기를 얻었습니다. 그러나 비평가들은 베르디가 지나치게 바그너를 의식해 자신의 고유한 스타일을 잃어버렸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들려주었습니다. 그렇다면 <오텔로>의 음악은 과연 베르디의 도약일까요, 바그너의 모방일까요? 불협화음의 증가와 현대적 화성, 그리고 현대음악에 근접한 음악적 난해함에도 불구하고 <오텔로>는 역시 베르디의 개성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는 걸작입니다.

셰익스피어 원작의 이아고는 비열하고 치졸한 악의 화신으로 묘사되었지만, 베르디 오페라에서는 훨씬 복합적이고 매력 있는 주인공으로 그려졌습니다. 오페라에서는 비록 악역이라 하더라도 관객이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비평가 라이머는 <오셀로>의 세 가지 교훈을 다음과 같이 유머러스하게 정리했군요.

a. 신분을 뛰어넘는 축복받지 못한 결혼은 비극으로 끝난다.

b. 여자들은 손수건을 잘 관리해야 한다.

c. 남편들은 질투를 하기 전에 과학적인 증거부터 잡아라.

 

추천 음반 및 영상물 (오텔로-데스데모나-이아고 순)

[음반] 존 비커스, 레오니 리자넥, 티토 고비 등. 툴리오 세라핀 지휘, 로마 극장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1960년 녹음, BMG

[음반] 플라시도 도밍고, 레나타 스코토, 셰릴 밀른스 등. 제임스 레바인 지휘, 내셔널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와 암브로시언 합창단, 1978년 녹음, BMG

[DVD] 플라시도 도밍고, 르네 플레밍, 제임스 모리스 등. 제임스 레바인 지휘,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엘리야 모신스키 연출, 1995년 메트로폴리탄 실황(한글 자막), DG

[DVD] 알렉산드르 안토넨코, 마리나 포플라프스카야, 마르셀로 알바레스 등. 리카르도 무티 지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및 빈 국립오페라 합창단, 스티븐 랭그리지 연출, 2008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실황, C-Major

 

이용숙(음악평론가) 이화여대 독문과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독문과 강사를 역임했다.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독문학 및 음악학 수학, 서울대 공연예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연합뉴스 오페라 전문 객원기자 및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저서로 <오페라, 행복한 중독> <사랑과 죽음의 아리아> 등이 있다.

 

  해설 : 네이버캐스트 오늘의 클래식 2010.12.15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contents_id=4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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