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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음악 OST

영화 아르고 황금 대탐험 (Jason And The Argonauts, 1963)

 

                                                                                                       

아르고 황금 대탐험 (Jason And The Argonauts, 1963)

 

기본정보 액션, 가족, 판타지모험 | 영국 | 104
 

줄거리

 

 

펠리아스는 아리스토왕을 죽이고 테살리아를 정복하겠지만 아리 스토왕의 자식에 의해 왕관을 빼앗기게 될 것이라는 신탁을 듣게 된다. 이에 두려움 을 느낀 펠리아스는 테살리아를 공격해 아리스토왕의 자식을 남김없이 처치하려 하지 만 제이슨은 헤라 여신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살아남게 된다. 한편 헤라는 펠리아스에게 한쪽 신발을 신은 청년에 의해 죽게 될 것이라는 예언을 남기고.

  세월이 흘러 청년이 된 제이슨은 헤라의 술책으로 물에 빠져 죽음의 위기에 처 한 펠리아스를 구하게 된다. 그러나 제이슨은 물에 뛰어들 때 신발을 한짝 잃게 되고, 이것을 본 펠리아스는 그가 아리스토왕의 자식임을 눈치채고, 평화를 위해서는 황금양털 이 필요하다는 핑계로 제이슨을 콜키스로 떠나 보낸다. 제이슨은 그리스의 최고의 선원들과 함께 항해를 떠난다. 그 중에는 헤라클레스도 끼어 있었다.

  제이슨 일행은 청동거인 타로스와 스케레톤의 군대 등과 맞서 싸우며 천신만고 끝에 콜키스에 도착하지만 펠리아스가 미리 숨겨놓은 그의 아들 아카스터스의 모략으로 함정에 빠지게 된다. 콜키스의 여성 사제인 메디아의 도움으로 함정에서 벗어난 제이슨은 머리가 여럿 달린 괴물 히드라와의 처절한 사투 끝에 마침내 황금 양털을 빼앗아 콜키스를 빠져나온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제우스와 헤라가 인간을 말 삼아 벌인 장기게임이었으니.

 

 A long time ago, in a greek far, far away…?


  옛날 그리스에서 테살리카(맞나?)의 왕은 동생(그냥 장군일지도 모름)에게 암살당하고 나라를 빼앗긴다, 살아 남은 왕의 아들 '제이슨'은 장성해서 나라를 되찾고 복수를 하기 위한 '합법적'이고 '이성적'인 구실을 찾기 위해서, 나라에 부를 가져온다는 '전설의 레어 아이템'인, 신이 코카서스 땅에 내려준 선물이라는 "황금양가죽"을 찾아오기 위해서 목공 아르고스를 시켜서 그리스 최대 규모의 범선인 '아르고'호를 건조한다. 그래서 그리스 제일의 용사들을 선발하여 코카서스 땅을 향한 모험을 떠나는데…. 하지만, 그를 지켜보고 있는 것은 사람들뿐이 아니라 그리스를 지배하는 올림푸스의 신들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뭐 그리스 신화 책 한 두권만 읽어도 거의 십중팔구 나올 법한 중요한 모험담이고, Fate 같은 게임에서도 인용되는 마녀 메디아와 영걸 헤라클레스가 같이 나오는 유명한 에피소드니 만큼 이런 정도의 이야기도 모르는 사람은 반성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나 싶긴 한데…)

: 저 멀리 땅 끝에는 무엇이든 있을 것 같은 옛날 이야기
  이 영화는 전체적으로 조금이라도 그리스 신화를 접해본 사람이라면 쉽게 알수 있는 옛날 이야기를 원작으로 하는 탓에, 이야기 자체는 상당히 가볍고 쉽게 다루고 있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의 기본이 되는 소위 '옛날 이야기'는 뻔하고 유치하다 생각하기 쉽지만, 그 안의 인물들은 적어도 그 상황에 대해서 진지하다. 기본적으로 이런 뻔한 상황에 대해서 일반인이라면 생각할 수 없는 비정상적인 (반응을 보이는) 인물들이 많은 것이다. 위인전들의 위인들이 일반적인 사람들과 확실히 차이를 느끼게 되는 사람이 많듯이, 이야기로써 고정된 이미지를 갖고 있는 신화의 영웅들이 대개 실존 인물보다는 몇 대에 걸친 여러 인물들의 응집형태라거나, 하나의 이상적 존재의 레플리카라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이 영화의 원작에 해당하는 신화 속의 제이슨이란 인물의 특징이 그리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 눈에 띄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점은 영화 속에서 더욱 크게 드러나서, 별로 행동의 일관성도 없는 기회주의적인 인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 것이 비인간적인 영웅이나 위인들의 인간적인 약점으로 작용해서, 그 나마 그 들도 한 쪽 발 정도는 현실을 밟고 있구나 하는 기분이 들면 다행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인물들은 그림자 애니메이션의 평면적인 인물들처럼 한 쪽 면만 극대화시켜서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진다.
  뭐 안그러면 전설이나 신화의 비정상적인 이야기가 이끌어지기 힘들 수도 있다. 지독하게 상황 위주적이고 그 안에서 인물들은 능동적이기 보다는 수동적인 임기응변으로 대처한다. 어차피 대국의 해결은 기본적인 전제일 뿐이고, 주인공 자체가 성장한다기 보다는, 커다란 신들의 마리오넷(실로 조종하는 인형극)처럼 그저 흐름에 따른 스토리 속에서 흘러갈 뿐이다.
  그렇다고, 이 영화 속에서 인간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노는 신들의 모습이 그렇게 잘 그려져 있다고도 할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제우스는 옛날 이야기를 보는 아이처럼 인간들의 유치한 모험담을 즐기고 있는 순진한 구경꾼이지만, 한편 자기가 정한 원칙과 헤라의 치맛바람 사이에서 어쩔줄 모르는 고집장이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헤라는 자신의 신전이 더렵혀졌다는 이유로 제이슨을 돕는 명분이 있긴 하지만, 그 녀의 도움은 때때로 적절하다기 보다는 제이슨을 괴롭히고 영화속의 장면을 적당히 이끌어 내기 위한 연극적인 연출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추리극이나 정밀한 드라마의 각본극을 따지는 사람들에게 이 영화의 이야기는 대충대충 넘어가는 쌈마이 영화의 것과 그리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원래 '옛날 이야기'에 맞춰 짜여진 각본 속에서 다들 자기 공간을 매꾸는 것이 전부인 것이다.

: 어째서인지 살인마가 아닌 '마리오넷' 제이슨의 이야기
  하지만, 이 영화의 이야기는 엉망이고 배우들도 그리 멋진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이 영화의 스토리나 드라마에 대해서 무작정 비난할 수는 없다. 대부분의 신화는 그저 "옛날 이야기"일 뿐이고, 적당히 앞과 뒤가 있는 판타지일 뿐이기 때문이다. 중간 과정 같은 거야, 그냥 흘러만 가면 일단 서사적인 것은 알아서 앞 뒤에 스토리가 생기게 된다. 막말로 제이슨과 메디아의 후일담은 전형적인 치정의 비극이지만, 정작 제이슨 자신도 그런 (아버지가 암살당하고 나라와 가정을 뺏긴불행한) 치정극이 일어난 불안한 결손 가정 출신이였다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그런 결말은 요즘의 가정 심리학자라면 당연한 것이라고 받아 들일 것이다.
  대부분의 신화속 용자나 영웅의 결말이 좋지 못한 것도 이런 연유에 맞춰서 해석을 해본다면 재미있는 것이 많다. 하지만, 결론은 역시 영웅은 죽지 않는다. 다만 이야기에서 사라질(=퇴장할) 뿐이다. 그리고, 영웅들 자체보다는 그 이야기 전체 속에서 그려지는 환상적인 모험과, 특이한 상황, 신비한 마법과 알수 없는 괴물 자체가 관객의 기억 속에 보다 더 많이 남게 된다. 이 것은 상징적으로 상황과 분위기만 갖고, 그 속의 인물은 누구라도…, 심지어는 이야기를 듣는 아이라도 상관 없는, 옛날 이야기가 갖는 묘한 감정 이입성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이 것은 초창기 비디오 게임의 논리와도 통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영화는 그런 상황만 존재하는 원형적 이야기 속에서 철저하게 그런 기능적 묘사에 완벽하게 봉사하고 있으며, 그런 것을 보고서 즐기는 사람들에겐 뒷 이야기 같은 것은 필요 없다는 듯이 과감히 잘라버린다. 위선적이다라고 말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보는 동안 보지 못한 가상의 세계와 그 안에서 상상의 구체적 현실화란 짜릿한 재미를 느낀 관객들에겐 그런 것은 무시되게 된다. 그 것이 '땅 끝에 별별 것이 다 있던 옛날 이야기 속'이라는 '절대적 특이 공간'을 다룬 이야기의 기능이며, 이 영화는 그런 점에서 보면 철저한 완성작이다. 다만, 그런 이야기가 요즘 관객들에겐 먹히기 힘들 수도 있기 때문에, 이 영화는 결국 시대가 갈수록 골동품으로만 남을 것이다.
  다만, 단순한 골동품이 아니라, 장인의 혼이 들어간 깔쌈나는 그림 빨(?)이 꽤 투박하지만 독특하고 유려한 매력으로 남아 있는 '고급 도자기'와 같은 그런 골동품인 것만은 확실하다고 할까.


: 현대에도 살아 있는 고전의 공식
  확실히 이 영화는 다 알만한 신화의 별 재미없는 뻔한 이야기 나열이라서 이야기적으로 크게 매력이 없는 것도 사실이고, 단순하게 화면 자체의 매력을 즐기지 못한다면 그냥 골동품으로만 남을 수도 있긴 하다. 요즘 관객들이 너무나 개인적인 이야기나, 다양함 속에서의 균질성에 몰두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나가던 개인이 정의감과 잠재된 능력을 발휘해서 특수한 상황 속 거대한 위기를 극복하고, 그 모험의 결과로 무엇인가를 얻는다는 이야기 자체는 그 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은 없지만, 그 디테일이나 상황을 짜내는 것은 철저하게 개인의 활약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아마도, 집단의 팀 웍이나, 거대한 상황을 강조하는 전쟁영화나 시대극이 요근래에 보기 힘들어진 것은 이런 변화의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 작품은 화려한 곁다리가 중심이 되는 1인 액션 쇼의 선구자 적이였던 작품이라 할수 있다. 정말 [타이의 대모험]같은 아동용 만화에 비교해도 정말로 이 영화의 이야기가 재미가 없게 된 것이, 액션과 모험이란 장르가 얼마나 변화와 발전을 거쳐왔는지 증거가 된다. 그래도, 이 영화가 갖는 의의는 옛날 이야기가 갖는 진부한 공식적 재미를 현대에 되살리고 있다는 것이니 적당한 수준에서 적당히 즐겨주면 된다는 것이다. 말도 안되는 액션이나, 상황에 안 맞는 영웅적 연출이나, 제국주의니 침략주의니 기타 여러가지 현대 세상이 갖는 복잡한 이념적인 것도 이 영화에는 통하지 않는다. 이 영화는 원래 그런 것과는 상관이 없는 "세상의 끝에서나 볼 수 있는 고전적 옛날 이야기" 영화니까 말이다.
  최소한, 이 영화는 여자를 보내주고 담배를 멋있게 피는 험프리 보가트의 '카사블랑카'식 낭만주의와도 상관없는 고전주의 영화니까 말이다. 그리고, 최소한 상황과 액션의 동기를 위한 여러가지 판타스틱한 크리쳐가 등장해서 그 역할을 확실히 해주는 '완성도 높은' 단순 고전 영화이니까 그 자체로 가치는 이미 충분한 작품이다.
  역시, 이 영화에서 그려지는 괴물이나 여러가지 특수효과를 사용한 장면들 비주얼 자체가 이 영화의 매력 포인트 대다수인 것도 사실이기도 하니, 이야기는 구색만 맞춰주면 되는 거기도 하고.

: 제목 뿐인 '아르고 선원들'과 '어쩌다 주인공'의 이야기
  어쨌든 이 적당한 수준의 옛날 이야기 속에서 나름대로 고생한 제이슨은 헐리우드 영화의 해피 엔드 공식에 맞춰서 여배우와의 뜨거운 키스로 끝맞침을 맞지만, 어느 사이에 자신의 왕국을 되찾는 다거나 하는 이야기는 뒤로 밀려나고 그저 칼싸움 몇번 하고 소리 좀 몇번 치는 걸 거치는 '영웅적인 모험 행위' 끝에 제이슨은 용자들과 아르고 선원들의 대표로 '주인공'의 자리에 어울리는 영광과 여자를 얻고 끝난다. 생각해보니 아거노츠라는 집단의 협동을 예찬하는 영화라기 보다는, 제이슨이란 마리오넷에게 이끌린 바보들의 만남 아닌가. 수많은 게임에서 조역은 결국 찬 밥이듯이 말이다.
  사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분명히 제이슨이지만, 제목에 등장하듯이 그리스 최고의 영웅과 용사들의 모음이라는 아르고 호의 선원들은 초반에 잠시 다루어질 뿐 이고, 그나마 뭔가 폼 잡을 법한 사람은 헤라클레스(허큘리스) 와 또 한 명 정도이며 그나마 그 들은 헤파이스토스의 섬에서 범한 잘못 때문에 죽거나 해서 일행에선 아예 빠지게 된다. 축하한다, 제이슨. 화가 나서 너를 집어던 질 예상밖의 변수적 인물 헤라클레스는 신들의 농간에 의해 제거된 것이다.
  그리고서 조역들은 거의 잊혀진 존재가 되고, 맨 마지막에서 몇 명은 아예 노골적인 총알 받이가 되어 제이슨 대신 죽는 인물이 된다. 아아, 진부해라. 그래도 신화란 원래 그런 것인데. 제목에 이름이 나올 법한 중요 인물만 부각 되고, 그리스 제일의 영웅은 헤라클레스라고 하지만, 아테네 쪽에서 유명한 영웅 테세우스 이야기에서는 헤라클레스는 그저 힘만 센 바보가 되는 것이 옛날 영웅 이야기와 신화의 특징 아닌가. 그저, 억울하면 주인공이 되는 수 밖에 없는 것일까.
  분명히, 요 근래의 액션 영화들에도 제이슨의 존재는 너무나 많이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단지 헤라와 제우스의 입장이 관객과 제작자로 바뀌었을 뿐이란 생각은 안드는 가? 하지만, 제이슨 같은 평면적인 인물이 그냥 나오면 재미가 없다. 어쩌다 주인공이였다는 이유 만으로 끝까지 살아 남아서 끝이란 글자와 함께 사라지는 존재는 이 영화 자체이긴 하지만, 요즘 세상에서는 그 걸 조금이라도 돋보이고 특이하게 꾸미기 위해서, 다이 하드의 죤 매클레인처럼 어쩌다 일에 휘말려 죽도록 고생하는 '불쌍한 모습'을 통한 감정 이입의 강조라던가, 식스 센스 처럼 원치 않은 힘이나 상황과의 조우 등으로 변형되고 있다.
  그러고 보면 제이슨 같은 단순 무식한 인물은, 요즘 영화에 나온다면 혼자 잘난 척 하다가 기냥 죽는 조역이라던가, 조금 더 좋게 봐줘서 멋지게 희생을 하는 낭만주의 배우로 미화될 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리스 신화라는 빽이 없는 요즘 영화들은 '시리즈'로 이어지면서 서사시적인 가상의 거대함을 꾸미게 된다. 가는 곳 마다 재수가 없는 죤 매클레인이나, 매번 새로운 악당이 등장해서 자신의 존재를 돋보이게 꾸며주는 배트맨이 그런 가상 속의 신화로 느리지만 서서히 환골탈태 해가는 존재 아닌가. (어떻게 보면 에미야 시로도 그렇고…)

: 신화와 영화, 그리고 Harryhausen
  신화는 먼 옛날 이야기나, 아니면 엄청나게 스케일이 크게 맞춰지는 것을 통해서, 가상의 세계관을 확고히 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영화는 가상의 것을 현실처럼 착각하게 하는 착시 현상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일반적인 책으로 이야기를 읽고 음악으로 노래를 듣고 하는 것과 달리, 공감각적인 상상력의 자극을 하게 된다. 그러니, 영화가 영상매체로써 깊은 감흥을 남기는 데에 있어서 일반적인 드라마 같은 이야기 이외에도, 보다 비현실적이고 환상적인 이야기도 당연스럽게 받아 들여지기 쉽다.
  실사에 가까운 영상인 영화말고, 그림을 통한 전달을 통한 만화나 애니메이션은 애시당초 현실보다는 구체화된 가상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반면 가상으로써 감정이입되기 쉬운 면도 있다. 어정쩡한 실사에 뒤 섞인 특수효과의 판타지는 묘한 초현실적인 느낌을 주게 되기도 하기 때문이니까.
  그런 초현실적인 느낌을 주는 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은 영화 속에서 특수한 환경과 영상을 만들어 내는 특수 효과이다. 60년대의 이 영화는 요즘과 같은 식으로 '그럭저럭 리얼해 보이는' 컴퓨터 그래픽에 의한 디지탈 오브젝트를 사용하진 않았다. 하지만, 이 영화에 등장하는 신화 속의 비인간적 존재들은 그 존재감이 강렬하고, 신화가 갖는 특유의 고풍적인 냄새와도 잘 어울리는 구경거리가 된다. 청동거인 탈로스부터, 눈 먼 예언자의 먹을 것을 빼앗는 괴조 하피, 꾸물꾸물 움직이는 히드라와, '진짜로 뼈와 뼈가 맞부딛치는 듯한 뻑뻑한 움직임이 내는 쩔그럭 소리가 마음 속까지 울리는' 해골 전사들.
  이 것들은 해리하우젠이 작업한 다른 작품인 신밧드 시리즈의 칼리나, 그리폰 같은 괴물들과는 또 다른 형태와 고전적 느낌으로 관객들의 감정을 움직이고 있다.

  이 영화 자체의 이야기는 그냥 옛날 이야기지만, 이 옛날 이야기에 생명력을 부여해서 현실적 감동에 접근시키는 것은 위에도 말했지만 역시 특수촬영이다. 당연히 이 영화를 보는 데에 가장 중요하게 평가될 것은, '명인' 해리하우젠의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을 이용한 특수 촬영이다. 신화나 전설을 바탕으로 한 판타지 계통의 모험 이야기를 60년대에 만들어 내는 데에 있어서, 그의 능력은 절대적인 것이였다. 무생물에 생물과 같은 호흡감을 넣은 것보다는 부실부실 움직이는 그 묘한 리듬감은 심장의 고동과 같은 템포와, 원형적 신화의 세계 속에서 느껴지는 옛날 이야기의 흐름과 같이, 이 영화의 모든 가치를 대표하게 된다.
  골동품 같은 이 영화의 이야기 자체가 현대의 관객들에게 별 재미가 없더라도, 과거의 원형적 골동품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이 스톱 모션의 경이감은 최근의 화려한 특수효과가 그냥 '화려한, 그리고 아름다운 그림'이라는 느낌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에 비해서, 그 자체가 영화가 갖는 착시에 의한 가상의 움직임에 어울리면서, 이 진부한 옛날 이야기의 그림책에 어울리는 멋진 삽화가 된다.
  결국 이 영화에 대해서 재대로 된 평가를 하기 위한 답시고, 이야기가 이렇다거나 인물이 저렇다고 이야기할 필요는 굳이 없다. 이 영화를 재대로 볼려면 뽀그닥뽀그닥 소리 나는 해골과 여러 괴물들에 대한 감정이입을 연습해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리고, 이 영화의 감상도 진부한 옛날 이야기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특수효과와 스톱 모션의 아름다운 고전적 미학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그 효과에 대해 말한다면 이 영화는 별 4개짜리의 수준작이지만, 영화 자체는 '뻔히 다 아는 옛날 이야기풍' 장르 영화의 재미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으니, 요즘 관객이 모두가 재미있게 볼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 대한 평가를 조금 깎는다.
  하지만, 필자 자신은 이런 영화를 좋아한다. 사실 막바지 해골 병사 등장 장면을 좌우가 잘리는 TV 사이즈로 보는 것은 그 시대에 태어나지 못해서 조금 불공평하다는 기분까지 든다. DVD가 나와주긴 했지만, 그래도 큰 화면 구석구석까지 채우는 해골 병사의 등장과 그 움직임을 생각한다면, 이 정말 극적인 장면을 시야에 가득차는 큰 화면에 볼수 없는 것은 아쉬움 뿐이다. 하지만, 아마도 필자가 앞으로 사는 동안에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볼 가능성은 극히 낮다. 그렇다고 이 영화의 평가를 무한정 낮게 줄 수가 없는 것이 이런 고전 영화의 딜레마인 것이다. 어쨌든 이 영화는 역사적으로도 감상적으로도 별 4개의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고전의 정서를 이해하는 사람들에게 더욱 평가가 좋은 것이 이 영화의 한계일 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