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OP SONG & ROCK

Wonderfull Tonight

 

 

Wonderfull Tonight - Eric Clapton




[해외 서평] 에릭 클랩튼 자서전...비틀스의 아내에게 바치는 연가 ‘원더풀 투나잇’


나는 지난 주 어느 날 새벽 2시에 이 책을 읽으면서 독서의 즐거움을 실감했다.

초저녁 때만 해도 “딱 한 장(章)만 더 읽고 일찍 자야지” 했다.

 이튿날 아침 TV 뉴스를 켰다가 이내 끄고, 출근 전에 서둘러 한 장(章)을 더 읽었다.

 

나는 호기심이 강하고 명문(名文)을 사랑한다.

그렇다 해도 논픽션에 이 정도로 빠진 것은 드문 일이다.

전에 도봉산에 가려고 지하철에 탔을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나는 존 크라카우어가 쓴 산악 문학의 명작 ‘희박한 공기 속으로’(원제 Into the Thin Air·황금가지)를 읽고 있었다.

 에베레스트 산에서 등반대원 8명이 폭풍으로 목숨을 잃는 대목에 어찌나 열중했는지,

목적지인 망월사 역에 도착해서도 내리고 싶지가 않았다.

내가 이 두 권의 책에 열광한 이유는 개인적인 데 있는지 모른다.

 등산과 음악은 내 청춘을 지배한 두 가지 열정이었다.

 

 지하철에 편히 앉아 에베레스트 등반대의 악전고투에 대해 읽는 것, 이른 아침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튼의

 인생에 대해 읽는 것은 즐거움 그 자체다.

또래의 다른 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내게도 클래식 음악을 들을 인내심이 없었다.

팝 음악이 인생사 우여곡절의 배경 음악이 됐고, 팝 스타들은 신(神)에 가까운 존재로 숭앙 받았다.

 

누가 내게 “만찬 때 달라이 라마와 함께 앉을래, 폴 매카트니와 함께 앉을래?” 하고 묻는다면,

 나는 단 1초도 주저하지 않고 후자를 택할 것이다.

 

 

▲ 에릭 클랩튼. /AP

 

음악에 무관심한 사람에게도 이 자서전은 흥미로울 것이다. 알콜 중독자의 고백이기 때문이다.

 

클랩튼의 글에는 내적인 고통을 이겨낸 사람 특유의 겸손과 깊이와 명징함이 있다.

 

만약 당신이 폭탄주로 인한 고통과 쾌락이 너무 커서 새해엔 술을 끊겠다고 결심한 사람이라면

 

이 책이 멋진 동반자가 될 것이다.


클랩튼의 회고는 고통스러우리만큼 정직하다.

 

지난날의 악행은 물론 애인들에 대해서도 털어놓았다. 그녀들 중 한 명은 클랩튼에게 마약을 배웠고

 

끝내 마약 과용으로 숨졌다.

 

클랩튼은 몇 년씩 자기 친구이자 비틀스 멤버인 조지 해리슨의 아내 패티 보이드를 쫓아다녔다.

 

그녀는 60년대를 풍미한 사랑스런 모델이었다.

 

해리슨은 보이드에게 영감을 받아 프랭크 시내트라가 ‘사상 최고의 러브송’이라고 극찬한 노래 ‘썸씽’(Something)을

 

작곡했다. 클랩튼도 그녀를 위해 ‘멋진 오늘밤’(Wonderful Tonight)을 작곡했다.

 

(참고로 그녀는 지난 8월 ‘멋진 오늘밤: 조지 해리슨, 에릭 클랩튼, 그리고 나’라는 제목의 자서전을 냈다.)

 

패티 보이드와 클랩튼은 1979년에 결혼해서 9년 만에 이혼했다.

 

2002년 클랩튼은 30세 연하인 현재의 아내와 재혼해서 세 아이를 낳고 비로소 행복해졌다.


그는 2차 대전 직후 런던 외곽의 작은 마을에서 자랐다. 부모는 노동자 계층이었다.

 

아홉 살 때 그는 외국에 사는 누나가 자기 생모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때까지 ‘아빠’ ‘엄마’라고 부른 사람들이 실은 조부모였다.

 

그 시절의 어른들은 아이들이 이런 상처에 얼마나 취약한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클랩튼은 저항감을 억누르며 자랐다. 음악에 대한 탐닉이 거기서 싹텄다.


나는 언제나 외국 음악에 빠진 뮤지션들이 미심쩍었다.

 

한국에서 나고 자랐으면서 LA 교포처럼 랩을 하는 한국 가수들, 영국 액센트를 쓰면서 뉴올리언즈 토박이처럼

 

노래 부르는 영국 가수들이 그렇다. 클랩튼이 자기가 왜 블루스 음악에 홀렸는지 설명한 대목에서

 

이런 내 오랜 의심은 깨끗이 해소됐다. 그의 대답은 간단하다.

 

인간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음악에는 그 어떤 경계도 없다는 것이다.

 

어떤 선율이 당신을 사로잡으면, 당신은 오로지 그 선율을 연주하고 싶어진다.

 

(내가 노래방에 갈 때마다 주현미의 ‘비 내리는 영동교’를 부르는 것도 그래서인 것 같다.)


1960년대에 비틀스나 롤링 스톤즈 같은 영국 밴드들이 미국 대중 음악을 평정한 것은 미국인들이

 

흑인 음악의 인종적 특색을 지나치게 의식한 반면 영국 노동자 계층은 피부색과 국적에 대한

 

저항감 없이 흑인 음악을 빨아들였기 때문이다.


클랩튼의 노래 중에 가장 유명한 곡은 ‘천국의 눈물’(Tears in Heaven)일 것이다.

 

나는 1992년 12월 광주에서 이 노래를 처음 들었다.

 

김대중 전(前) 대통령이 대선에서 세 번째로 패배한 뒤 이 도시를 휩쓴 절망감에 대해 취재하던 중이었다.

 

클랩튼은 49층 아파트 창문에서 떨어져 숨진 네 살짜리 아들을 추모하기 위해 이 노래를 작사·작곡했다.

 

“내가 천국에서 널 만나면 네가 내 이름을 알까?

 

내가 천국에서 널 만나면 너도 나처럼 느낄까?

 

나는 강해져야 해. 견뎌야만 해.”


이 부드러운 노래에서는 블루스에 심취한 그의 청년 시절의 반향이 울린다.

 

내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 음악 선생님이 교실에서 존 메이볼의 앨범 ‘블루스 브레이커스’를 틀어보라고 한 적이 있다.

 

클랩튼이 리드 기타를 쳤다. 런던 곳곳에 “클랩튼은 신(神)이다”라는 낙서가 휘갈겨지기 시작한 시절이었다.

 

우리는 선생님이 이처럼 사악한 쾌락을 허락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음악이 끝난 뒤 우리는 선생님께 “어떠세요?” 하고 여쭸다.


“흥미롭구나” 하고 선생님은 대답했다.

 

“그렇지만 이런 음악을 너무 많이 들으면 내 인생이 조용하지 못할 것 같다.

 

” 섬세하고 외로운 분이었다. 2차 대전 때 일본군 전쟁 포로 수용소에서 고문 당한 기억을 평생 짊어지고 사셨다.

 

그 분의 말씀이 지금껏 내 뇌리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선생님에게 클랩튼 음악이 맞지 않았듯 여러분에게도 이 책이 맞지 않을 수 있다.

 

그렇더라도 죄책감을 느끼진 마시길.

 



에릭 클랩튼 자서전(Eric Clapton: The Autobiography)

 


에릭 클랩튼 지음|브로드웨이|352쪽|26달러

글 : 마이클 브린 인사이트 커뮤니케이션즈 대표

'POP SONG & ROCK' 카테고리의 다른 글

John Denver-Today   (0) 2014.07.24
Beyonce - Listen  (0) 2014.07.24
Britney Spears - Piece Of Me  (0) 2014.07.24
Neil Diamond-Play Me   (0) 2014.07.22
Simon& & Garfunkel -Slip Slidin` Away   (0) 2014.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