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음악정원
글쓴이;사맛디
오늘은 처서(處暑) - 하늘울음 소리
맴 맴 맴 .. 무더운 여름날, 나무가 있는 곳이면 어디서든지 매미소리가 들려온다. 여름을 상징하는 게 많지만 누구에게나 친근한 곤충이 매미다. 한여름에 울기 시작하여 첫가을이 되면 쓰르라미 한선(寒蟬)이 운다고 했다. 계절의 변화를 알리는 후충(候蟲)이다. 여름의 정취를 더하다가 가을바람이 불면 한선에게 그 역할을 넘겨주고 허물을 벗고 땅 속으로 들어간다. 무더운 여름날에 듣는 매미소리는 시원한 느낌을 자아내는 그 운치로 곤충으로서는 가장 융숭한 대접을 받아 많은 시인묵객들이 고고한 인생을 비유할 때 매미를 노래했다. 추선음로(秋蟬飮露) .. 가을 매미가 이슬을 마신다는 뜻이다. 가을 매미는 이슬만 마시고 살다가 신선이 되어 날아간다는 말이 있다. 진(晉)의 시인 육사룡(陸士龍)이 한선부(寒蟬賦 -가을 매미의 노래)를 지었는데 그 서문의 글이다. 매미는 머리 위에 갓끈같은 입이 있으니 글 읽는 선비의 모습이며 맑은 기운을 머금고 이슬을 마시니 깨끗하고 고상하며, 곡식을 먹지 않으니 청렴하고 일정하게 사는 집이 없으니 검소하며 기후에 적응하면서 떳떳한 도리를 지키니 신의가 있다. 이야말로 덕이 있는 곤충이 아니냐.. 가을 매미가 이슬만 마시다가 신선이 된다는 이야기는 송(宋)의 문장가 구양수(歐陽修)가 지은 "매미의 노래"에도 나온다. 아침 비 멎고 잔바람도 불지 않는데 사방에 구름 한 점 없이 푸른 하늘 드러나고 우레소리 우르릉! 여향(餘響)만 들리네, 향기로운 자리 깔고 앉아 문 앞을 바라보니 고목 몇 그루가 빈 뜰 풀밭 사이에 서 있네. 거기에 한 물건 있어 나무 끝에서 우는데 맑은 바람 끌어들이며 긴 휘파람 불기도 하고 가는 가지 끌어안고 긴 한숨 짓는 듯하다. 맴! 맴! 우는 소리 피리와는 다르고 맑고 시원한 소리 거문고 비슷하네. 찢어지는듯 울부짖다가 다시 흐느끼기도 하고 처량하게 끊어질듯 하다가 다시 이어지네. 토해내는 노래의 음율을 가늠하긴 어렵지만 자연의 다섯가지 음율을 함축하고 있네. 나는 그것이 어떤 물건인지 몰랐는데 그 이름 매미라네, 물건따라 형체 만들어 변화할 줄 아는 놈인가. 더러운 흙에서 나와 청허(淸虛)함을 흠모하는 놈인가. 바람타고 높이 날다가 머물 곳을 아는 놈인가. 무성한 좋은 나무 그 맑은 그늘을 좋아하는 놈인가. 바람과 이슬만 마시고 살다가 형체를 버리고 신선되어 가버린 놈인가. 구양수의 이 글은 매미의 울음소리를 빙자하여 세상만물의 울음을 논하며 끝에 가서는 사람들의 울음이라 할 수 있는 문장론(文章論)에까지 이른다. 맴 맴 맴 .. 무더운 여름날 울어대는 매미 울음은 더위를 씻어주는 상쾌한 소리로 느껴진다. 시골 어느 한적한 집에 앉아 있는 듯한 감상을 자아낸다. 땅 속에서 굼뱅이로 7~8년을 살다가 푸른 하늘이 보이는 바깥 세상으로 나와 기껏, 보름을 사는 매미의 일생 .. 그 짧은 날을 목청 높여 사랑의 노래 세레나데를 부른다. 저리도 극성스럽게 우는 매미가 허물을 벗고 날아가면 이제 곧 가을이다. 아 , 저 소리는 나의 울음인가? 그래그래, 내 울음 하늘울음이지 .. 나도 이 여름에는 매미처럼 살고 싶었으니 다음 세상에는 매미로나 살까. 처서(處暑) .. 여름 무더위가 물러가고 선선한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는 처서가 바로 오늘이다. 내일이면 모기 입도 삐뚤어졌겠지 .. 먼 산 , 재(嶺) 넘어가는 흰구름, 산바람을 손짓해 불러본다. 훠어이 , 훠이 .. * 사진은 경주 안강(安康) 양동(良洞)마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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