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해군의 구축함 광개토대왕함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박영석 기자 = 일본 정부가 공개한 해상자위대 초계기(P-1)의
촬영 영상을 분석한 국내 민간 전문가들은 우리 해군 구축함(광개토대왕함)이
사격통제(화기관제) 레이더로 일본 초계기를 겨냥하지 않았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zeroground@yna.co.kr

레이더사건 진실은?…빔 쐈는지, 위협비행했는지 놓고 韓日 팽팽
日, 한일실무회의 다음날 초계기 촬영 영상 공개…갈등 더 부추겨
軍 "영상에 승무원 다급한 목소리 없고 회피기동 장면도 없어"
日초계기, 광개토대왕함과 거리 500m·고도 150m까지 접근…韓 "위협비행"
日초계기, 무선교신서 자신들을 '자위대' 아닌 '해군'으로 칭하기도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우리 해군 함정이 동해 대화퇴 인근 어장에서 조난한 북한 어선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레이더를 가동한 것과 관련 28일 일본 정부가 당시 자국 초계기 촬영 영상까지 공개하면서 갈등이 더 커지는 양상이다.
일본 방위성은 지난 20일 독도에서 동북방 180여㎞ 떨어진 대화퇴어장 인근 한일 중간수역에서 조난 어선 수색 임무를 수행한 해군 구축함 광개토대왕함(만재배수량 3천900t급)을 찍은 영상을 이날 공개했다.
당시 광개토대왕함에 근접 비행한 해상자위대 P-1 초계기가 촬영한 것이다.
자위대와 정부 인사, 언론매체 등을 동원해 "록온(무기 조준까지 한 상태)", "뒤에서 총을 쏘는 행위" 등 거친 언사로
불만을 쏟아내 온 일본은 여드레째 공세를 이어갔다.
양국의 주고받기식 공방 속에 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아직 규명되지 않고 있다.
◇ 日, 13분 7초짜리 영상공개…軍 "화기레이더 조준됐다면 초계기 회피기동 했어야"
일본은 이날 P-1 초계기가 지난 20일 오후 2시 55분부터 3시 15분까지 촬영한 영상 중 13분 7초 가량을 보여줬다.
영상에는 당시 해상에서 구조 활동 중이던 광개토대왕함과 해경 5001함의 모습이 나타난다.
영상을 분석한 우리 군의 한 관계자는 "영상 촬영 당시 일본 초계기와 우리 광개토대왕함의 최근접 거리는 500m이고
고도는 150m로 나타났다"면서 "우리 함정의 함장과 승조원들은 굉장한 위협으로 느꼈다"고 밝혔다.
특히 P-1 초계기는 광개토대왕함 150m 상공으로 저공비행을 했는데 한차례는 함교 위로, 또 한 차례는 함정 위로
날았다.
ICAO(국제민간항공기구) 규정은 항공기는 고도 150m 아래로 비행하면 항공기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일본 측은 고도 150m 저공비행에 대해 ICAO 규정을 준수한 것이라고 우리 측에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군 관계자는 "IACO 규정은 민항기에만 적용되는 규정으로, 군용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영상에는 일본 초계기 승무원들이 오후 3시 3분부터 7분까지 4분간 "화기관제 레이더가 탐지됐다"고 상호 교신하는
음성이 나온다. 이어 3시 8분부터 2분간 또 한차례 "화기관제 레이더 신호가 탐지됐다"고 교신하고 있다.
그러나 승무원들의 목소리가 다급하거나 초계기가 회피기동하는 상황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들은 "함포가 (초계기를) 지향하는지 확인하겠다", "전자파가 대단히 큰 소리다"라고 교신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초계기가 대공무기를 탑재한 구축함으로부터 이런 위협을 받았다면 회피기동을 하거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이다.
군 관계자는 "전자파 조사(照射)를 받았다면 기체를 회피 기동해야 했고, 승조원의 목소리도 다급한 음성이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면서 "이런 정황으로 봐서도 당시 초계기에 대한 위협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일본 초계기는 영어로 "Korea South Naval Ship"이라고 여러 차례 무선교신을 시도하는 장면도 나온다.
공개된 영상에서는 '찌직'하는 잡음 소리와 함께 이 영어 음성이 그런대로 들린다.
이에 군 관계자는 "공개된 영상에 섞인 잡음 소리 세기로 봐서는 우리측 수신체계에서 명확히 들리지 않는다"면서
"일본 초계기 승무원의 영어 발음이 유창하지 않고 잡음도 심해 해경을 부르는 소리로 들렸다"고 전했다.
우리 측은 일본 측에 대해 초계기가 탐지했다는 '화기관제 레이더'의 주파수 특성을 공개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일본 측은 이를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군 관계자는 "초계기가 화기관제 레이더(STIR)를 탐지했다고 교신하지만, 결정적 증거인 주파수 특성은 전혀 제시하지 않고 있다"면서 "주파수 특성이 나와야 객관적으로 어떤 레이더인지 알 수 있다.
교신만으로는 전혀 알 수 없으며 일본 측 주장이 합당한지를 규명하는 스모킹건은 주파수 특성"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실질적인 스모킹건이 되는 주파수 특징은 하나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주파수 특성을 제시하면서 재원을 확인해달라고 우리 측에 요청하는 것이 우선적일 것 같다"고 덧붙였다.

특히 군 관계자들은 이번에 공개된 영상에서 일본 초계기 승무원들이 "This is Japan Navy(여기 일본 해군이다)"라며 자신들을 '해군'으로 칭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일본은 '평화헌법'에 따라 정식 군대를 보유할 수 없어 우리의 군(軍)에 해당하는 조직을 '자위대'로 부른다. 일본 해상자위대는 영어로 'Japan Maritime Self-Defense Forces(JMSDF)로 표기한다.
그런데도 자신들을 '해군'이라고 칭한데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는게 군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큰 틀에서 보면 헌법 개정을 통해 교전권을 보유한 '보통국가'로 나아가려는 일본 아베 정권의 지향이 투영된 호칭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군 관계자는 "일본 초계기 승무원들이 자신들을 '해군'으로 표현하는 것은 내부적인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 "日초계기, 韓함정 150m 상공 두 차례 비행" vs "아냐"…핵심사안 주장 여전히 엇갈려
일본의 영상 공개에 앞서 양국 국방 당국은 사건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는 핵심사안을 놓고정반대의 입장을 보여왔다.
이런 갈등을 해소하고자 27일 합동참모본부 작전부장인 김정유 육군 소장과 일본 통합막료감부(우리의 합참)의
이케마쓰(池松) 수석 참사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실무급 화상회의를 가졌지만, 양측의 입장 차이를 좁히지는 못했다.
우리 군 당국은 일본 초계기가 광개토대왕함에 근접 비행을 했기 때문에 광학카메라(EOTS)를 켜서 초계기 쪽으로
돌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열 감지 방식으로 영상을 찍을 수 있는 광학카메라는 추적레이더(STIR)와 붙어 있어 카메라를 켜면 이 레이더도 함께 돌아가게 되어 있다.
당시 일본 초계기는 두 차례에 걸쳐 광개토대왕함 150m 상공을 비행했다. 한 차례는 함교 위로, 또 한차례는 함정 위로 비행했으며, 위협비행으로 판단할 만 했다고 군 관계자들은 주장했다.
군 관계자는 "군함은 해당 국가의 영토와도 같고 치외법권이 인정되는 곳"이라며 "공해상에서 다른 나라 함정 상공의
150m 고도로 비행하는 것은 위협을 느끼기에 충분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에 일본 방위성은 25일 내놓은 자료를 통해 "해상자위대의 P1 초계기는 국제법과 일본의 관련 법령을 준수, 해당
구축함으로부터 일정 고도와 거리를 두고 비행한 만큼 해당 구축함 상공을 저공 비행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 광개토대왕함에서 일본 초계기를 향해 레이더 빔을 쐈는지에 대해서도 양국의 주장이 극명하게 갈린다.
우리 군 관계자들은 "광학카메라를 켰을 때 스티어(STIR·추적레이더)가 함께 돌아갔지만, 초계기를 향해 빔은 방사하지 않았다"면서 "실제로 일본 해상초계기를 위협한 행위는 없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해군 함정에 탑재된 사격통제 레이더는 광범위한 탐색을 목적으로 하는 탐색레이더(MW08)와 사격을 위해 표적에 빔을 쏴 거리를 계산하는 STIR가 있는데 당시 우리 해군 구축함은 탐색레이더만 대함 모드로 가동했다고 한다.
초계기가 위협을 느낄 수 있는 대공 모드로 가동하지 않았다는 것이 우리 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국방부 전비태세검열단도 광개토대왕함의 레이더 가동 실태를 검열하는 과정에서도 레이더 빔을 조사(照射)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합참 관계자는 24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통상적으로 보면 한 나라의 군함 상공으로 초계기가 통과하는 것은 이례적인 비행"이라며 "우리 구축함은 이런 일본 초계기의 특이한 행동에 대해서 조난 선박 탐색을 위해 운용하고 있던 추적레이더에 부착된 광학카메라를 돌려서 일본 초계기를 감시하게 되었고 그 과정 중에 일체의 전파 방사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본 방위성은 자국 초계기가 "일정 시간 지속해서 복수에 걸쳐 조사(照射)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일본 방위상도 28일 오전 각의(국무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에게 "한국군의 구축함으로부터
레이더 조사(照射)를 받았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증거를 갖고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일본의 해상초계기가 우리 광개토대왕함을 향해 무선교신을 시도했는지에 대해서도 주장이 엇갈린다.
일본 방위성은 25일 "3개의 주파수를 사용해 '한국 해군 함정, 함번 971'로 영어로 3회에 걸쳐 호출, 의도를 확인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국산 1호 구축함인 광개토대왕함의 함수 측면(흘수선)에는 함정 고유번호인 '971'이 표기되어 있다. 일본 방위성의
주장대로라면 광개토대왕함을 무선으로 호출한 것이 맞다.
이에 우리 군 관계자들은 당시 초계기에서 국제상선공통망으로 교신을 했는데 잡음이 심하고 통신감도(感度)도 낮아서 해경을 호출한 것으로 인식했다고 주장한다.
합참 관계자는 "그 당시 무선교신과 관련해서는 일부 통신내용이 인지됐지만, 통신 강도가 너무 미약하고 잡음이
심했다"면서 "우리는 '코리아 코스트'(해경)라는 단어만을 인지했었고, 조난 선박 구조 상황 때 그 주변에 해경함이
있었기 때문에 해경함을 호출하는 것으로 인지를 했다"고 밝혔다.

threek@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내부 반대에도… 日아베 '초계기 레이더' 영상 공개 지시 한국 군 당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일본의 '초계기 레이더' 영상은 아베 신조 총리의 지시로 공개된 것이라고 일본 지지통신이 보도했다. 지지통신은 28일 일본 정부 관계자 여러 명을 인용해 방위성이 한국과의 갈등 확대를 이유로 영상 공개에 부정적 이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방위성의 한 간부는 "(영상을 공개하면) 한국이 더 반발할 뿐"이라는 의견을 보였고, 이와야 타케시 방위상도 당초 공개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통신은 자민당의 한 관계자를 인용해 최근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한국 정부의 화해치유재단 해산 등으로 "아베 총리가 한국에 매우 화가 나 있었다"면서, 이번 초계기 레이더 조준 논란으로 불만이 폭발했다고 영상 공개 지시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와야 방위상은 아베 총리의 지시를 받고 자신의 입장을 바꿔 28일 "한국군 구축함으로부터 레이더 조준을 받았다는 구체적인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밝힌 뒤 이날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 앞서 지난 20일 독도 동북쪽 200㎞ 공해 상에서 한국 해군 광개토대왕함은 표류 중인 북한 어선에 대한 수색·구조 작전을 벌이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일본 해상자위대의 해상초계기 'P-1'이 접근해 오자 광개토대왕함은 이를 식별하기 위해 영상촬영용 광학카메라를 켰다. 일본 정부는 이에 대해 "화기 관제 레이더(무기 식별을 위한 레이더)는 공격 직전 목표의 방위와 거리를 측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으로 부적절하다"고 비난했고, 한국 군 당국은 "일본 측이 문제삼는 레이더를 켠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한국군은 일본 초계기가 150m 높이로 위협비행을 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한편 한국과 일본은 사건 다음 날인 21일부터 27일까지 이 문제에 대해 협의를 해왔으나 일본 측이 28일 영상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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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일본 해상자위대 P-1 대잠초계기. |
日영상 본 전문가 "韓군함 추적레이더, 日초계기 겨냥안했다"
"日초계기서 경보음 울린 시점에 레이더 방향 달라"
해경 레이더와 혼동 가능성도.."日 위협비행이 더 문제"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 일본 정부가 공개한 해상자위대 초계기(P-1)의 촬영 영상을 분석한 국내 민간 전문가들은 우리 해군 구축함(광개토대왕함)이 사격통제(화기관제) 레이더로 일본 초계기를 겨냥하지 않았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오히려 지난 20일 동해상에서 북한 어선 구조활동을 하던 우리 함정을 향해 무장한 일본 초계기가 근접해 저공비행한 것이 '위협행위'였다고 평가했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30일 "해상자위대 P-1 항공기에서 촬영한 광개토대왕함의 동영상을 분석한 결과, 레이더 경보음으로 추정되는 소음이 들리는 시점에 (추격) 레이더의 방향은 P-1을 조사(照射)할 수 없는 위치에 있었다"고 밝혔다.
광개토대왕함에 탑재된 사격통제 레이더는 광범위한 탐색을 목적으로 하는 탐색레이더(MW08)와 사격을 위해 표적에 빔을 쏴 거리를 계산하는 추적레이더(STIR)가 있다.
일본은 '조사(照射)'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국 함정이 추적레이더로 자국 해상초계기를 겨냥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광개토대왕함은 전후방에 2대의 추적레이더(STIR)를 보유하고 있는데 일본 초계기에서 레이더 경보음이 울릴 당시
전방의 추적레이더는 150도 정도, 후방 추적레이더는 60도 정도 각각 초계기와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게
류 연구위원의 분석결과다.
류 연구위원은 "스티어(stir·추적) 레이더를 제작한 탈레스사의 자료상에서 레이더 빔의 폭이 1.4도임을 고려할 때
(설령 광개토대왕함이 추적레이더를 운용했더라도) P-1을 조사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우리 군 당국은 광개토대왕함이 빠르게 접근하는 일본 초계기를 식별하기 위해 영상 촬영용 광학카메라를 가동했지만, 초계기를 향해 추적레이더 빔을 방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일본 초계기가 광개토대왕함이 당시 운용 중이던 탐색레이더(MW08)의 전자파나 광개토대왕함과 함께
북한 선박 구조활동을 하던 우리 해경정 삼봉호의 '켈빈' 레이더의 전자파를 추적레이더로 오인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해상초계기를 20년 이상 운용한 심재옥 해군 예비역 준장은 "해경정 레이더는 추적레이더와 마찬가지로 'I밴드'를
쓰기 때문에 오인할 가능성도 있다"며 "(동영상에서) 일본 초계기가 'FC(화기관제) 레이더'에 접촉했다고 언급하는 순간 광개토대왕함과 해경정이 유사한 선상에 있었다"고 말했다.
탐색레이더(MW08)는 주파수 대역이 'G밴드'이기 때문에 추적레이더로 오인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해경정은 '켈빈' 레이더를 탐색 및 사격통제 겸용으로 쓰고 있으며, 당시 어선 구조활동을 위해 이 레이더를
가동 중이었다.
이 밖에도 국내 전문가들은 광개토대왕함에 탑재된 함포 등의 화기가 일본 초계기를 겨냥하지 않았고, 일본 초계기가 회피기동을 하지도 않았다는 점에서 일본 정부가 공개한 동영상은 우리 함정이 추적레이더를 가동했다는 증거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20일 우리 군이 동해 중간수역에서 북한 조난 선박을 구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함정 레이더 가동 문제로 한일 양국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일본 초계기가 인도주의적인 구조활동을 하던 우리 함정을 향해 위협비행을 한 사실은 명확히
드러났다는 견해를 밝혔다.
해양법 전문가인 김현수 인하대 교수는 "일본 초계기가 150m 고도로 우리 함정의 상공을 비행해 위협을 느낄만한 상황이었다"며 "일본은 의도를 가지고 구조활동 중인 우리 함정을 강하게 감시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일본은 고도 150m 저공비행이 ICAO(국제민간항공기구) 규정을 준수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ICAO 규정은 군용기가 아닌 민항기에만 적용된다"며 "(우리 함정을 감시하는) 군용기의 운용은 안보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법 전문가인 이기범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일본이 무리수를 두고 있다"며 "ICAO 협약 3조를 보면 군용기는 제외한다고 명확히 규정돼 있다.
150m 정도의 저공비행이면 위협적으로 느낄 수 있다"고 밝혔다.
우리 군 당국에 따르면 과거 러시아 군용기가 이번 일본 초계기와 같은 위협 비행을 했다가 미국과 영국으로부터
강력한 항의를 받았다.
지난 5월 러시아 Su-24 전폭기가 영국 군함의 약 100ft(약 30m) 상공으로 통과해 영국은 러시아에 강력히 항의했다고 한다. 2015년 6월에도 Su-24 전폭기가 미국 군함 상공 500m 이내로 통과해 미국은 러시아에 강력히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hojun@yna.co.kr
자료사진. 해군 제공
한일 연일 ‘레이더 조준’ 공방 속 ‘일본 시각적 오인 가능성’도
광개토대왕함 北 선박 추적 과정… 日 “여러 차례 전파 받았다”
한국 “타국 군함 위로 이례적 비행” 日 “저공 비행한 사실 없다”
일본 방위성이 25일 “우리 해군이 일본 초계기를 추적할 목적으로 레이더를 운용한 사실이 없다”는 전날 우리 군의
설명을 전면 반박하고 나섰다.
지난 20일 동해 공해 상에서 조난당한 북한 선박을 탐색하던 광개토대왕함과 이를 감시하던 일본 초계기의 활동을
둘러싼 양국 군 주장이 엇갈리며, 한일관계 개선에 또 다른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본 방위성 주장과 이에 대한 우리 국방부 해명을 중심으로 당시 상황을 재조명해봤다.
■사격통제레이더 정말 켜지 않았나
방위성은 이날 ‘한국 해군함정에 의한 화기관제레이더(사격통제레이더) 조사(照射) 사안에 대해’라는 제목의 입장 자료를 내고 “P-1 초계기가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당 구축함에서 발생한 전파의 주파수 대역과 전파 강도 등을 분석한 결과, P-1이 화기관제레이더 특유의 전파를 일정 시간 계속해서 여러 차례 조사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전날 국방부가 “우리 해군이 일본 초계기를 추적할 목적으로 레이더를 운용한 사실이 없다”고 설명한 것과 극명하게
엇갈리는 대목이다.
당시 북한 조난 선박을 수색 중이던 광개토대왕함은 대함 레이더인 MW-08로 해당 해역을 탐색 중이었으나 일본이 문제 삼고 있는 사격통제레이더 STIR-180은 가동하지 않았다는 게 우리 군 당국 입장이다.
군 관계자는 “함장의 별도 지시가 없으면 STIR-180 레이더를 켜지 않는다”며 “당시 STIR-180을 가동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해군을 상대로 명확하게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본 측이 레이더가 자신들을 겨냥했다고 시각적으로 오인했을 가능성은 남아 있다는 게 우리 군 입장이다.
일본 초계기를 관찰하기 위해 당시 운용했다는 광학카메라는 STIR-180과 물리적으로 연동돼 있다. 광학카메라가 방향을 틀면, STIR-180 레이더 안테나도 함께 돌아가는 방식이다.
레이더 전자파는 방사되지 않지만, 일본 초계기 입장에서는 한국 해군 구축함이 자신을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일본 방위성이 “화기관제 레이더 특유의 전파가 여러 차례 조사된 것을 확인했다”고 분명하게 밝혀 이 부분은
여전히 미스터리다.
군의 한 관계자는 “광개토대왕함이 STIR-180 레이더를 방사했다면, 이를 수신한 기록이 남아 있을 것”이라며 “이 자료를 일본이 공개하면 될 일”이라고 반박했다.
실제로 방위성은 이날 입장 자료를 내며 초계기의 레이더 수신 기록 등 구체적 근거는 제시하지는 않았다.
■일본 초계기가 먼저 도발?
당시 P-1 초계기의 움직임을 두고도 한일 간 입장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방위성은 “P-1은 국제법과 국내 관련 법령을 지켜서 한국 구축함에서 일정한 고도와 거리를 두고 비행했다”며 “구축함 상공을 저공 비행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전날 우리 합동참모본부가 “한 나라의 군함 상공으로 (다른 나라의) 초계기가 통과하는 것은 이례적인 비행”이라고
꼬집은 것을 재차 반박한 것이다.
일단 일본 초계기가 광개토대왕함 상공에서 비행한 것은 사실로 보인다.
광개토대왕함에서 P-1 초계기를 촬영한 사진도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위성 역시 구축함 상공을 비행한 사실 자체를 부정하진 않았다. 문제는 초계기가 충분한 고도와 거리를 두고 비행
했는지 여부이나, 양국 모두 이에 대한 구체적 수치는 내놓고 있지 않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우리 해군도 우리 영해 근처에서 타국 군함의 움직임이 있으면 이에 대응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감시 임무를 띈 일본 초계기 활동을 두고 ‘이례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했다.
■호출했다는 일본, 못 들었다는 한국
방위성은 “P-1은 세 가지 주파수를 이용해서 영어로 ‘한국 구축함, 함 번호 971(KOREA SOUTH NAVAL SHIP, HULL
NUMBER 971)’이라고 세 차례 호출했다”고 강조했다.
한국 구축함이 레이더를 비춘 의도를 확인하기 위해 교신을 여러 차례 시도했으나 한국 해군이 이에 응답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우리 군은 “잡음이 많아 들리지 않았고, ‘코리아 코스트(Coast)’ 즉 해군이 아닌 해경을 호출하는 것으로
인지했다”는 입장이다.
다만 일본 초계기가 우리 해군 함정 머리 위를 지나다니는 심각한 상황이라면, 우리 군도 적극적으로 일본 측과 교신을 시도했어야 한다는 의문도 제기된다.
한일 군 당국은 가까운 시일 내 이번 논란을 협의할 채널을 가동키로 했다.
국방부는 외무성 발표에 대한 공식 입장으로 “오해를 해소하기 위한 한일 간 협의가 진행될 것”이라고만 반응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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