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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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DB
노후에 필요한 소득은 어느 정도일까?
연금개혁을 말한다 ] 우리사회 노인빈곤에 대응하는 정공법
[정해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공적연금연구센터장]
우리 사회에서 노인이 어느 정도의 소득을 가져야 할까?
그리고 그 소득을 가지기 위한 제도적 수단의 조합은 어떤 것들이어야 하는가?
지난 20여 년 간 국민연금의 재정안정화 개혁 논의에서 크게 부각되지 않았던 연금 급여의 적절성을 다뤄보는데 필요한, 노인의 거의 절반이 빈곤한 우리의현실에서 노후소득보장 설계에 필요한 기초 정보를 정리해보자.
우리나라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생계급여는 기준중위소득의 30%에 못 미치는 소득이 있는 경우에 이를 보충하도록
하고 있다.
기준중위소득은 2019년 1인 가구가 170만 7008원, 2인 가구가 290만 6528원이다.
이에 생계급여의 수급자 선정기준 및 최저보장수준은 1인 가구에 51만 2102원, 2인 가구에 87만 1958원이 적용된다.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한 금액과 근로 소득, 이전 소득 등에서 일정 부분을 공제하고 계산한 소득평가액을 합한 소득
인정액이 위 금액보다 적은 경우에는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를 통해 부족한 소득을 받을 수 있다.
적정한 생활수준의 기준은 누구를 '빈곤'에 처한 사람으로 볼 것인지와 관련된다.
각국의 소득보장제도를 비교 평가하기 위한 방법으로 한 사회의 중간 정도 되는 소득을 올리는 가구의 삶을 기준으로 놓고, 그것의 50%보다도 부족한 가구를 빈곤하다고 정의한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농어가 제외) 2016년도 자료를 보면 가구원수로 균등화한 가처분소득의 중간값은 198만원
가량이므로, 균등화한 가구 가처분소득이 99만 원 미만이면 가난한 것으로 본다.
노인 1인으로 구성된 가구가 99만 원 미만 소득을 올리는 경우, 2인으로 구성된 가구가 142만 원 미만 소득인 경우 빈곤하다고 보는 것이다.
노인빈곤율을 '0'으로 하기 위해서는 노인 1인가구에 99만 원 이상, 노인 부부가구에 142만 원가량 소득이 있어야 한다.
소득은 그것을 모두 쓰지 않을 수도 있고, 또 소득이 부족해도 그 이상의 지출을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얼마를 쓰는지도 볼 필요가 있다. 다음 [그림]은 노인가구가 어느 정도의 지출을 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2016년 기준으로 노인 1인가구는 약 88.9만 원을 매월 쓰고 있고, 빈곤한 노인 1인가구는 65.7만 원, 빈곤하지 않은
노인 1인가구는 149.7만 원을 쓰고 있다. 노인 부부가구는 매월 145.2만 원가량을 지출하고 있고, 빈곤한 노인 부부가구는 99.3만원을, 빈곤하지 않은 노인 부부가구는 195.7만 원가량을 지출하고 있다.
노인 1인이 지출하는 88.9만 원의 세부 항목은 어떨까?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에 16만 원, 주류 및 담배에 0.9000원,
의류 및 신발에 2만9000원, 주거 및 수도광열에 18만5000원, 가정용품에 3만6000원, 교통비 3만3000원, 통신비
2만2000원, 오락·문화에 4만2000원, 교육에 0.2000원, 외식·숙박에 5만 원, 이·미용 등 기타에 4만8000원을 쓴다.
어디 하나 줄일 데가 없다.
[그림] 노인가구 유형별 가계지출 금액
ⓒ프레시안(최형락)
그래서 현재 우리 노인의 삶의 수준은 우리 국민이 생각하는 수준과는 차이가 있다.
국민연금연구원의 2017년 조사 자료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은 노인 단신 기준으로 최소한 108만 원, 적정한 생활을
위해서는 154만 원이, 노인 부부 기준으로 최소한 176만 원, 적정한 생활을 위해서는 243만 원이 필요한 것으로 응답
하였다.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정부가 현금으로 소득을 보장해주는 기준이 1인 기준으로 51만 2102원(2019년)이고, 노인은 평균적으로 약 88.9만 원(2016년)을 쓰고 있고, 빈곤하다고 통계를 내는 기준이 약 99만 원(2016년)이며, 우리 국민들은 노후에 적정한 생활을 위해서는 154만 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상황이다.
최소 기준과 적정 기준의 차이다.
그렇다면 국민연금과 기초연금만으로 노후에 적정한 생활을 할 수 있는 금액을 확보할 수 있는가?
아니 현 제도 수준에서 확보하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가능할까? 국민연금을 최고소득으로 40년을 가입한다고 하더라도 국민연금 급여산식에서 재분배 요소가 있고, 소득대체율이 40%로 떨어질 예정에서 1인의 적정 생활비를 국민연금으로 확보하기 어렵다.
최근 소개되는 월 200만 원 급여수급자는 소득대체율이 70%였을 때, 그리고 연기연금을 통한 급여 증액을 통해서나
가능한 이야기다.
그러므로 적정한 노후생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소득을 확보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사적연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사적연금을 포함한 다층보장체계는 적정 소득을 위한 대안 모색에서 반드시 논의되어야 하지만, 그것이 존재하고 기능한다고 하여 국민연금의 역할을 낮추는 일은 없어야 한다. 공적연금이 최대한 기능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거나,
퇴직연령과 연금수급연령의 갭을 메우는 방식으로 퇴직연금, 개인연금을 기능하게 해야 한다.
노후소득보장 설계의 방향
그렇다면 공적연금의 역할은 어디까지여야 하나?
먼저 공공부조 제도의 다가올 변화를 생각해보자.
우리사회가 빈곤층의 생계급여 기준을 마냥 기준중위소득의 30%에 머물게 할 수 없는 상황이므로, 단계적으로 생계
급여 기준은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또 노인 수급자 대상의 부양의무자 기준도 점차 완화될 예정이어서 노인인구의 증가와 효과가 중첩되어 노인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아직까지 노인인구 중 국민연금 수급자가 적은 단기간에는 노후소득보장
제도 체계에서 공공부조가 더 많은 역할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지만 점점 더 많은 노인이 우리 사회에 등장하게 되는 상황에서, 빈곤한 상태로 노년으로 접어드는 인구가 많을수록 후세대의 부담이 커진다.
어차피 일반조세로 빈곤 노인을 지원할 것이고, 일반조세는 누진적인 소득세로 확보하면 되므로 크게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장래에 복지 확대를 위해서는 소득세가 아닌 소비세 중심의 세원 확보가 불가피하다.
결국은 누군가 소득이 있는 사람을 다수 만들어 놓는 것이 인구 고령화와 감소 추세에 있는 우리 사회에서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다. 그러므로 보다 장기적 시각에서 미리 일정 부분 노후를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그 부족분에 대해서 공공부조제도가 작동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노후소득보장체계의 모습은 이렇다.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더한 노후소득보장체계로 국민기초생활보장 제도의 생계급여 기준선 이상의 소득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국민연금 수급권이 발생하는 최소가입기간이 10년이고, 이 기간을 지역가입자 중위소득인 100만 원으로 가입하여
수급권이 발생했다고 하자(소득대체율 40% 기준). 이 경우 예상되는 연금액은 약 16.3만 원가량이다.
기초연금을 더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생계급여 기준에 미달하며, 이 경우에 공공부조 제도가 작동하게 된다.
이때 공공부조 제도는 현재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급여와 같이 100%의 급여감액률을 가지는 보충성을 가질 수도 있고, 캐나다의 GIS와 같이 상당히 높은 급여 목표를 정하고 급여감액률을 25% 수준까지 낮추는 방법도 있다.
보충성 원칙을 적용하는 어느 경우든 공공부조 제도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국민연금 급여를 늘릴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
두루누리 사회보험료 지원사업 및 실업크레딧 등 크레딧 제도를 통한 가입기간 증대, 60세 이후 수급연령까지의 공백 기간에 대한 가입지원이 중심축이어야 한다.
국민연금 가입의 소득상한을 조정하여 국민연금 가입자의 평균소득을 높이는 것도 재분배 장치 하에서 저소득자의 급여액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보다 명확한 방법은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것이다.
앞서의 가입자가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이 45%라면 18.2만 원, 50%라면 20.3만 원을 수령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어느 경우든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통해서 생계급여 수준을 벗어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공공부조 제도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공공부조제도가 보다 적극적으로 노인빈곤 완화에 대응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이제 평균적인 가입자를 생각해보자. 전체가입자 평균과 같은 225만 원의 소득을 가지는 가입자가 25년을 가입한다고 하면, 40% 소득대체율에서는 56만 원을 45% 소득대체율에서는 63만 원을 넘는 급여를 받는다.
이 경우에도 탈빈곤은 요원하다.
기초연금에 더해서 아직 일할 수 있는 노인에게는 다양한 형태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방식 등으로 탈빈곤의 계기를
제공해야 한다.
기초연금은 국민연금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올리는 대신 기초연금을 증액하는 선택을 할 수 있다.
정부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안의 기초연금 강화방안은 소득대체율은 40%로 하되 기초연금을 40만 원으로 증액하는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기초(노령)연금은 국민연금이 도입될 당시 가입하기 어려웠던 노인, 가입하였더라도 가입기간이 짧아서 충분한 연금
급여를 받지 못하는 현 세대 노인빈곤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노인의 하위 70%만을 대상으로 하거나, 국민연금의 소득재분배급여금액(급여산식의 A부분)의 2/3을 차감하는 방식은 미래 기초연금 지출을 줄이기 위한 의도로 도입되었다.
(다만, 기초연금의 기준연금액이 계속 증액 조정되면서 차감을 최대로 적용받는 사람은 줄어들게 설계되었다) 기초연금이 40만 원인 상태에서, 국민연금에 최소가입한 경우 16.3만 원이므로 합쳐서 최소기준을 충족한다.
평균소득자(250만 원 가정)가 25년을 가입하여 기초연금 39.2만 원(감액 반영)과 국민연금 62.5만 원을 받아
101.7만 원을 받으므로 탈빈곤 할 수 있다.
기초연금 증액 논의는 충분히 매력적인 대안이다.
여기에 더해서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이 쉽지 않은 상태에서 장래 노인빈곤 대응 방안으로서도 기초연금이 강조되고 있다. 특히, 국민연금 가입이 쉽지 않은 집단의 규모를 크게 보면 볼수록 노후소득보장 수단으로서 비기여 방식의
기초연금은 부각된다.
그렇지만 기초연금은 국민연금의 대안이 되기 어렵다. 첫째, 기초연금은 소득을 완전히 대체하지 못한다.
기초연금 급여는 매년 소비자물가변동률에 따라 조정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소득 수준의 증가를 따라잡지
못한다.
(다만 기초연금법 9조에는 매 5년마다 기초연금 수급권자의 생활수준, 국민연금 A값 변동률, 전국소비자물가변동률을 고려하여 급여수준을 조정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급여 인상에 따라 이 조항이 작동한 바가 없다) 장기적으로 기초연금의 실질가치는 소득수준의 증가에 연동되는 국민연금의 실질가치에 크게 못 미치게 된다.
기초연금이 단기적 노인빈곤의 대안은 될 수 있지만 장기 설계에는 한계를 가지는 이유이다.
기초연금은 국민연금의 보완재여야 하지, 대체재가 되기 어렵다.
둘째, 기초연금의 선별성은 기초연금 증액의 장애로 작동한다.
기초연금이 소득하위 70% 노인을 대상으로 하여 도입되었던 것은 노인 중 다수가 국민연금의 미수급자 또는 국민연금 수급자라고 하더라도 저연금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장래에는 다수의 노인들이 국민연금을 수령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기초연금 수급자와 비수급자 갈등이 예상된다. 이러한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기초연금의 보편화가 필요하지만, 이는 막대한 비용부담 문제로 다시 세대간 갈등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결국 기초연금의 증액은 현재 수준 이상이 되기 어렵다.
국민연금 급여와 보험료율을 같이 올려야
이번 4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에서는 '소득대체율을 45%로 고정하는 안'이 제시되었다. 소득대체율을 고정한다고 하여 국민연금 급여가 한 달에 10만 원 씩 올라가는 것도 아니다.
앞서 제시한 바와 같이 일부 집단에게는 최저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서라도 공공부조가 필요하며, 또 평균소득자라고
하더라도 탈빈곤 할 수준은 아니다. 그럼에도 소득대체율을 고정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국민연금 재정의 장기적 전망에 따르면 현재 상태에서 보험료율을 조정하더라도, 미래세대의 부담이 과중할 수 있다. 이때가 되면 가능한 조치들이 여러 가지가 있다. 국민연금의 수급연령을 조정하여 수급자의 규모를 줄일 수 있다.
그렇지만 지금부터 수급연령을 높이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결국 부담은 미래세대의 몫이 된다.
다른 대안으로 국민연금 급여액을 평균수명에 연동하는 방식으로 조정하는 방식을 적용할 수 있다.
그렇지만 급여액을 감액하는 선택은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고, 결국은 재정의 부담이 다가올 때 급여액을 감액하게 될 것이다.
실질적으로 급여액 감액의 영향을 받는 세대는 수급연령 조정이 마무리되는 2040년 이후 수급자가 될 것이다.
결국은 보험료 부담의 몫이 아니라면 급여 감액의 고통을 감당해야 하는 세대는 지금의 청년 세대가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득대체율을 고정하자는 안은 보험료율 조정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점을 강조한다.
지금까지 국민연금의 보험료율을 조정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 소득대체율을 낮췄던 방식, 현 세대 노인빈곤에 대한
대안으로 불확실성이 높은 기초연금을 논의하는 방식은 묵묵히 국민연금에 가입하고 있는 다수 가입자의 선택지가
되기는 어렵다.
노후불안과 제도불신만 키울 뿐이다. 문제가 복잡할수록 해법은 정공법으로 풀어가야 한다.
국민연금이 안정적인 노후소득보장이라는 본연의 목표를 확실히 하고, 제도에 대한 신뢰가 확보되는 과정에서
보험료율을 점차 적정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우리사회 노인빈곤에 대응하는 정공법이다.
'대중부유층' 10명 중 4명가량은 노후 준비가 부족하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노후자금 마련을 위해 투자는 부동산보다 예금 등 안전한 금융상품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금융그룹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자산관리 서비스의 새로운 타깃 고객군으로 부상하는 대중부유층(Mass Affluent) 4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같이 집계됐다고 17일 밝혔다.
대중부유층은 중산층보다는 부유하면서 기존의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 대상 고액자산가보다는 자산이 적은 계층을 의미한다.
연구소는 연 소득이 6700만∼1억2000만원인 가구를 대중부유층으로 정의했다.
설문 결과 대중부유층의 평균 총자산은 6억7400만원, 부채를 제외한 순자산은 5억6400만원이고, 금융자산은 총자산의 17.2%인 1억1600만원이었다.
이들은 연 소득의 53%를 소비하고, 47%는 미래를 위해 저축했다. 저축의 주요 목적은 주거 자금 마련(28.4%)과 노후 준비(18.3%), 생활비 마련(18.2%) 등이었다.
대중부유층의 38.3%는 노후 준비가 절대적으로 부족(7.3%)하거나 대체로 부족(31.1%)하다고 봤다. 나머지 대부분은 보통(48.5%)이라고 평가했고, 대체로 충분(12.1%)하거나 매우 충분(1.0%)하다고 진단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이들은 자산관리(WM) 서비스를 받고 싶은 분야로 은퇴계획(21.4%)을 가장 많이 꼽았다.
투자 포트폴리오(17.8%), 절세가이드(17.0%), 부동산 자문(16.5%) 등에도 관심을 보였다.
향후 금융회사로부터 자산관리를 받겠다고 적극적인 의향을 표시한 응답자는 23.4%로 낮은 편이었다.
자산관리 서비스에 소극적인 이유는 금융회사 자산관리 서비스에 대한 신뢰 부족(34.8%), 서비스를 받기에 자산이
충분하지 않다는 인식(30.8%) 때문으로 조사됐다.
향후 자산 증식 방법으로는 부동산 투자(24.9%)보다 금융상품 투자(52.4%)를 계획 중이었다.
노후준비용 자금을 추가로 마련하기 위해서 금융상품을 활용하겠다는 답변(78.7%)이 우세해 현재 부동산에 치중
(81.4%)된 자산 포트폴리오가 금융자산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재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중부유층의 투자성향은 초저위험(12.6%)이나 저위험(34.3%)이라는 응답이 절반에 가까운 46.9%를 차지했다.
주현지기자 jhj@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는 프리터족을 선언한 채지연씨는 한 달에 주말
아르바이트로 버는 50만원으로 살아간다.
이현경 인턴 PD
나는 행복한 프리터족입니다” 프리터족 채지연씨의 삶
취직 대신 ‘프리터족’을 택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일본에서 등장한 용어인 프리터족이란 직업없이 자유(free)롭게 살며 아르바이트(arbeit)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을 뜻한다. 일본에서는 1990년대 거품 경제가 꺼진 뒤 장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등장한 이들을 ‘후리타’라고 부른다.
지난해 취업 포털 알바몬 조사에 따르면 아르바이트생 6,924명 중 스스로 프리터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28.6%였다. 프리터족의 60.3%는 프리터족 생활에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과연 무엇이 이들을 프리터족으로 머물게 하는지 8개월 째 프리터족으로 생활하는 채지연(26)씨를 만났다.
◇ 삶 전체를 축소시키다
“제 한 몸을 건사하는 것 외에 불필요한 욕심을 내지 않기로 했어요.”
충청북도 청주에 사는 채씨는 자칭 행복한 프리터족이다.
현재 청주의 한 커피 전문점에서 주말이면 토, 일요일 아르바이트를 한다.
카페 사정에 따라 정오나 오후 4시부터 6시간씩 일한다. 가끔 다른 공휴일이나 평일에 대체 인력이 필요할 때도 출근
한다. 애초에 필요한 한 달 생활비를 미리 계산해두고 여기 맞는 일을 찾았다.
그렇게 해서 버는 돈은 월 50만원.
한 달 생활비로 부족할 듯 싶은데 채씨는 거뜬히 살아간다.
“월세와 관리비를 합해 22만 원을 내고 휴대폰비와 교통비로 10만 원 가량 써요. 나머지는 식비로 나가죠.”
대신 화장이나 장신구 구입 등 일체 꾸밈 활동을 하지 않는다.
옷도 계절별로 1,2벌 뿐이다.
더러 외식하고 싶으면 음식을 사먹지만 대부분 집에서 식사를 하는데 하루 한 두 끼만 먹는다.
한 끼 식사량은 현미 한 줌, 귤 8개. 남자친구의 영향으로 채식주의자가 된 그는 육식 뿐 아니라 불을 사용한 조리를
아예 하지 않으며 양념도 일체 사용하지 않는다.
현미도 생쌀을 씹어 먹는다.
요리를 하지 않으니 전자레인지, 냉장고, 가스레인지도 필요 없다.
그렇다보니 가구와 전자제품이 거의 없어서 마치 빈 집처럼 보인다.
낮은 탁자에 다리 없는 의자, 그 위에 대학 때부터 쓰던 노트북이 전부다.
텅 빈 책장은 곧 버릴 예정. 옷장에는 이불 두 채와 외투 세 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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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지연 씨는 책상 위 노트북과 책장 등 살림살이도 최소화했다 .
채지연 제공
◇ “지구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2년의 방황 끝에 프리터족 선택
채씨가 처음부터 수도자 같은 삶을 산 것은 아니다. 프리터족이 되기까지 2년의 고통이 있었다.
처음에는 그도 취직해 돈을 버는 평범한 삶이 목표였다.
법 공부에 흥미가 있었던 채씨는 2016년 청주대학 법학과를 졸업한 뒤 관련 공무원을 1년간 준비했다.
그러나 공무원 시험에 떨어진 뒤 법률사무소에 취직했다. 하지만 일을 하면 할수록 자신과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온갖 다툼이 벌어지는 서류를 매일 보는 게 스트레스였어요.
그래서 매일 퇴근 후 술을 마셨죠.”
결국 몸도 마음도 지쳐 3개월 만에 회사를 그만뒀다.
퇴직 후 다시 좋아하는 일을 진지하게 고민해 보고 싶었지만 학자금 대출을 갚아야 해서 그럴 여유가 없었다.
2,000만 원이 넘는 학자금 대출빚을 갚기 위해 대학 때부터 학원, 예식장, 뷔페 식당, 공장 등 주로 높은 시급을 주는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채씨는 졸업 후에도 남은 빚을 청산하기 위해 분주한 2년을 보냈다. 돈을 벌면서도 적성을찾으려고 배울 수 있는 일을 골랐다. 주중 하루 12시간 이상 일하는 빵 집에서 제빵 기술을 배우는 댓가로 월 130만 원을 받았다.
부족한 벌이를 보충하려고 주말에도 도시락 집에서 도시락 만드는 일을 했다.
2년간 일주일 내내 하루도 쉬지 않고 일했다.
“마침내 빚을 갚고 나니 어느 순간 ‘현타’가 왔어요” 현타란 요즘 젊은이들이 사용하는 현실 자각 타임의 줄임말.
자신이 처한 상황을 깨닫는 순간을 뜻한다. “지구에서 도망치고 싶은 심정이었어요.
앞으로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불안하고 외로웠죠.” 그에게 지난 2년간의 삶은 지옥 같았다.
“한 우물을 파야 성공한다는데 그럼 난 지금껏 우물을 파지 않은 건가? 그러면 나는 이 세상에서 쓸모 없는 인간일
까요?”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던 채씨는 어느 날 날개를 달고 날아가는 기이한 꿈을 꾸었다.
“그날 문득 많은 사람들이 죽을 만큼 힘들다면서도 왜 죽지 않고 계속 살아가는지 의문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물질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하고 싶은 일만 하는 삶을 고민했죠.
” 스스로 최소한의 물질로만 살아가는 프리터족이 되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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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의 일상을 기록한 채지연 씨의 일기장
사진/ 채지연 제공
◇ 본의 아닌 무소유의 삶
채 씨는 프리터족이 되고 나서 자연스럽게 미니멀 리스트가 됐다.
미니멀 리스트란 소유를 최소화하는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일상 생활에 꼭 필요한 물건만으로 만족과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간다.
그만큼 채 씨의 삶은 자유롭고 단순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족욕과 일기쓰기로 하루를 시작한다.
규정된 일과는 없지만 오전 9시쯤 집을 나서서 근처 서점이나 도서관에 간다.
머물고 싶을 때까지 앉아서 좋아하는 책을 읽는다.
요가를 배우며 관심이 생긴 대체의학 관련 서적을 주로 읽는다.
삶을 성찰하는 니체 등의 철학서와 심리서도 챙겨보는 편이다.
점심때 집에 돌아와 유튜브로 동물, 운동 등 좋아하는 영상을 보고 요가를 한다.
점심식사는 시간 사용이 자유롭다 보니 따로 시간을 정해놓지 않고 배고플 때 먹는다.
오후가 되면 산책 등 가벼운 운동을 한다. 가끔씩 직장을 다니는 남자친구를 만나 비용을 최대한 아끼는 소박한 연애도 한다. 주로 시내 하천을 걸으며 하루 종일 대화하는 편이다.
두 사람 다 건강에 관심이 많아 서로의 집을 오가며 요가 등의 실내운동을 한다. 돈을 쓰는 것은 식사와 차 마시는
정도다. 극장에서 영화를 본 지도 2년이 넘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주말에는 오후에 버스를 타고 집에서 50분 정도 떨어진 카페로 출근한다.
현재 사는 원룸으로 이사 오기 전에 구한 아르바이트인데 직원들과 성격이 잘 맞아 조금 멀어도 그 곳으로 간다.
카페 주말아르바이트는 일이 힘들지 않고 비교적 쾌적한 공간에서 일할 수 있어서 마음에 든다.
아르바이트가 늦게 끝나면 오후 10시쯤 귀가한다. 집에 돌아오면 명상으로 하루를 마무리 한다.
저녁은 먹지 않을 때도 있고 정 배가 고프면 가벼운 면류를 사먹는다.
◇ “마음을 바꾸는 것은 단 1초밖에 걸리지 않는데 그게 어렵죠.”
언뜻보면 단조로운 삶이지만 채씨는 프리터족을 통해 무엇보다 건강을 얻었다.
직장을 다니던 시절 반복되는 업무 스트레스와 음주로 건강이 좋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 잃었던 건강을
회복했다.
“남과 비교해 스스로 열등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고 반드시 목표를 이뤄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니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요.”
그는 “물질에 대한 욕심을 조금만 버려도 지구가 놀이터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저 매 순간에 감사하며 구애 받지 않고 좋아하는 일을 건강하게 오래 할 수 있는 삶. 그가 프리터족이 된 이유 중
하나다.
대신 인간 관계도 간소해 졌다. 모이면 명품 얘기만 하던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채 씨의 삶을 이해하지 못하는 친척들도 불편해 집안 행사에 잘 참석하지 않는다. 초반 부모님과 갈등도 심했다.
부모님은 “노후 생각은 하지 않느냐, 직장 다니는 애들이 너를 보면 아마 욕할 것” 이라는 말까지 했다.
물론 부모님은 여전히 그의 삶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과거보다 존중해주는 편이다. “부모님이 가끔 문자를 보내세요.
지금 명상 중이냐고 조심스레 묻죠.”
남들에게는 불안해 보이는 삶이지만 채 씨는 스스로 당당하고 행복하다. 언제든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됐기 때문이다.
“마음에는 제약이 없잖아요. 원하는 무엇이든 상상할 수 있고, 그런 마음을 만들어 나가는 게 재미있어요.”
채 씨에게는 현재가 중요하다. 그렇다고 장래 계획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건강에 관심이 많아 지금 좋아하는 요가를 더 깊게 배워 강사가 될 생각이다.
하지만 그는 어느 곳에 소속돼 월급을 받는 요가 강사가 돼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언제든 다시 프리터족으로 돌아올
생각이다.
“하는 일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어떤 욕심이 생기면 더 이상 내가 좋아하는 일이 아니거든요.”
전근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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