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언론과 시사

49일 째 퍼붓는 비…'장마 아닌 기후위기' 기상이변 우려 커져

 

 

 

 

기후위기는 일단 우리 눈앞에 드러나면 다시는 회복되지 않는다.
픽사베이

 

 

 

 

 

 

 

 

 

지난 8일 오후 경남 하동군 하동읍 두곡리 두곡마을 일대가 전날부터 내린 폭우로 물에 잠겨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30일 오전 대전의 한 아파트 주차장과 건물 일부가 물에 잠겨 주민들이 소방대원의
도움을 받아 구명정을 타고 아파트에서 빠져나오고 있다.

 

대전/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한낮 뜨겁게 달궈진 서울 여의대로(왼쪽)와 2018 년 8월 강원 춘천시 인근 북한강에서
폭우로 불어난 강물에 승용차가 고립된 모습(오른쪽).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춘천/연합뉴스



 

  49일 째 퍼붓는 비…'장마 아닌 기후위기' 기상이변 우려 커져

 

 

 

 

역대 최장 장마 기간…지구온난화 영향
홍수·폭염 등 이상기후 전세계적 현상
전문가 "이상 기후 현상 더욱 잦아질 것"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강주희 인턴기자] 한 달 넘게 장마가 이어지고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는 등 전국에 침수 피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장마의 원인이 지구온난화의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기상이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 기후 현상이 더욱 잦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부지역에서 지난 6월24일 시작된 이번 장마는 오늘(11일)까지 49일간 이어지면서 역대 가장 장마가 길었던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10일 기상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역대 장마가 가장 길었던 해는 2013년의 49일이며, 장마가 가장 늦게 끝난 해는 1987년 8월10일이다. 이번 장마는 이달 중순까지 지속할 것으로 예상돼 하루 뒤인 12일에는 50일로 장마 기간과 종료 시기 모두 최고 기록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장마 기간 동안의 평균 강수량도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산림청 발표에 따르면, 장마가 시작된 이후부터 이달 9일까지 전국 평균 강수량은 최장 장마 기간(49일)을 기록했던 지난 2013년(406.5mm)의 두 배인 750mm에 달했다.
기록적인 강우량과 장마 기간으로 인해 인명 피해 및 재산 피해 또한 늘어나고 있다.
지난 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발표에 , 장마가 시작된 이후 집중호우로 인한 사망자는 38명, 실종자는 12명으로 집계됐다.
계속된 폭우로 지반이 약해지면서 6월부터 현재까지 산사태 피해는 전국적으로 1079건에 이른다.









기후위기 전북비상행동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만든 해시태그와 이미지.

/사진=기후위기 전북비상행동 제공





기상청은 이번 장마의 원인을 남쪽의 북태평양고기압이 북쪽에서 내려오는 찬 공기를 밀어내지 못하고 한반도 중부지역에 정체돼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지구의 온도가 오르고, 동시베리아의 평년 기온이 10도 이상 높아지면서 따뜻한 공기가 쌓여 대기의 흐름을 막는 정체 현상(블로킹)이 나타났다.
또 북극의 기온이 올라 극지방 주위를 도는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찬 공기가 우리나라가 위치한 중위도 지역까지 남하해 북태평양고기압의 북상을 저지하고 있는 것도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결국,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발생한 이번 집중호우의 근원적인 원인은 지구온난화 현상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렇다 보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는 이번 비와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알리는 '#이_비의_이름은_장마가_아니라_기후위기입니다' 해시태그 운동 벌어지는 등 이상 기후 현상에 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제대로 알아야 반복되는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이번 장마는 기후 위기의 한 양상이다", "기후위기에 대한 심각성이 알려지고 관련 정책이 빨리 시행되어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해시태그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기상이변 사례와 그로 인해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달 4일부터 규슈지역을 중심으로 기록적 폭우가 내려 70여 명이 사망했다.
14개 현(광역자치단체)에서 하천 105개가 범람했고, 토지 1천500만여㎡가 침수됐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14일 열린 각의(우리의 국무회의 격)에서 규슈를 중심으로 한 폭우 피해를 '특정비상재해'로 지정했다.
중국 또한 남부지역에서 두 달째 이어지는 홍수로 인해 수재민이 5000만 명을 넘어섰고, 중국에서 가장 긴 창장(양쯔강) 유역 홍수통제에 핵심역할을 하는 싼샤댐이 연일 높은 수위를 기록하고 있어 댐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10일 오후 경기 양주시에 집중 호우로 양주역과 인근 도로가 물에 잠겼다.

/사진=연합뉴스


유럽은 연일 이례적인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현지시각) 스페인 북부 해양도시 산 세바스티안 지역은 기온이 무려 섭씨 42도까지 올랐다.
스페인 국립기상청은 이 같은 고온 현상이 1955년 기록을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65년 만에 최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영국도 지난달 31일 런던 서부에 있는 히스로 공항이 섭씨 37.8도를 찍어 올해 들어 가장 더운 날로 기록됐다.
이탈리아의 14개 도시에는 폭염에 따른 비상 경계령이 내려졌고, 프랑스는 전체의 3분의 1에 달하는 101개 구역에 경보를 발령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 이변 현상 잦아지면서 세계은행(WB)은 2050년이면 기후문제로 인한 난민이 1억 40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WB는 지난 2018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이유 등으로 이미 각 나라 안에서 이주하고 있는 수백만 명에 더해 기후 변화에 따른 이주민들이 추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 현상은 앞으로 더 자주 발생할 것이며 이를 막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기한 기상청 통보관은 아시아경제와 통화에서 "물이 끓으면 수증기가 생기고, 기온이 올라가는 것처럼, 지구도 온도가 높아지면서 대기의 흐름이 빨라지고, 곳곳에서 기상이변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라면서 "이번 장마도 지구온난화 여파로 인한 기상이변 현상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 이변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2016, 2018년 여름에는 엄청난 폭염으로 나타났고, 작년 여름에는 태풍이 7번이나 한반도를 강타했다.

올해는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해 집중호우로 발현된 것"이라면서 "과거에 1년에 한 번 발생했던 것이 최근에는 한 해에도 여러 번 발생한다. 5년, 10년이 지날수록 그 횟수도 더 잦아질 것이다.
날씨의 변동이 잦아지면서 이것을 예측하고 예보하는 것에도 어려움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속하는 폭우 등 기상이변에 대해 전문가는 녹지 보호 등 생활 양식 개선을 촉구했다.
안병옥 국가기후환경회의 운영위원장은 지난 2018년 출연한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한 방법을 충분히 갖고 있다"며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재생 에너지를 사용하고, 우리 주변에 있는 녹지를 보호하는 등 생활 양식과 행동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강주희 인턴기자 kjh818@asiae.co.kr










 한반도 사과 재배 못한다.. 기후변화 대응 매뉴얼 재정비 시급

 

 

한반도 기온상승 세계 평균보다 배 이상
21세기 말 감귤 재배지 강원도까지 북상



최근 몇 년 새 국지성 폭우와 태풍, 폭염, 해일 등 자연재해가 급증하면서 기후변화에 대응할 종합대책과 실행계획 등 재난대응 매뉴얼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댐 운영과 하천관리, 기상예보 등 관리 시스템의 변화가 절실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전승수 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13일 “이번 산사태와 댐 범람은 태양광 설치와 도로 절개 개설을 통해 인위적으로 물의 흐름을 변경해서 생긴 문제”라면서 “특히 저류지의 기능이 있는 자연녹지를 주차장이나 공원으로 개발하면 더 큰 재앙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 교수는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같은 선진국은 20년 전부터 해일과 태풍을 대비해 해안선 침식 방지와 연안 제방 시설을 갖추고 있다”면서 “해양 재해는 홍수와 산사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만큼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폭우 피해가 커진 이유로 물관리 ‘컨트롤타워’의 부재를 꼽았다. 전남도 한 관계자는 “홍수 피해가 나면 중앙재해대책본부가 총괄해서 수습에 나서지만, 홍수 예방이나 물관리를 위한 컨트롤타워는 없다”면서 “환경부와 국토교통부 등 각 부처에 댐이나 하천 시설 관리 업무 등이 나뉘어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2018년 물관리 기능을 일원화하겠다며 수자원 기능을 국토부에서 환경부로 이관시켰지만, 댐·보 등 하천시설 관리 등은 여전히 국토부 소관이다. 또 전국에 1만여개의 댐이 있는데 이를 관리하는 주체도 제각각이다.
전력 댐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수력원자력이, 다목적댐과 용수 전용 댐은 수자원공사가 관리한다.

이처럼 부처별로 업무 영역이 세분화된 상황에서 홍수 등 재난이 발생했을 때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부의 한 관계자는 “사실상 책임만 있을 뿐 권한이 없다”면서 “폭우 대비 등의 물관리에 예산과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고 컨트롤타워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부 조직법 등을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장기적 관점에서 기후변화 방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후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21세기 말에는 감귤 재배지역이 강원도까지 북상하고, 사과는 한반도에서 더는 재배할 수 없게 된다. 한국의 기온 상승은 세계 평균치보다 배 이상 높기 때문이다.

변영화 국립기상과학원 과장은 “환경부가 수립할 ‘제3차 국가 기후변화 적응대책(2021∼2025)’에는 관련 부처와 전문가들의 역량을 모아 실행 가능한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박태원 전남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는 “해마다 각종 자연재해가 발생하고 있지만,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만큼 중·고등학교 교과에 기후변화 과정을 편성하는 조기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시했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Copyrightsⓒ 서울신문사. 









경북 예천군 호명면 농가에서 재배중인 체리.

경북도 제공

 




기후변화에 대비한 대체작물 발굴하라”


경북도, ‘기후변화 대체작목 발굴을 위한 심포지엄’ 개최하고 대책 마련



경북도가 13일 대구 엑스코(EXCO)에서 도 및 시·군 원예(과수·채소) 담당자와 기후 변화 농업분야 전문가, 농업인 등 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후변화 대체작목 발굴을 위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심포지엄은 기후변화에 대응한 대체작목 발굴을 통해 지속가능한 농업 발전과 안정적 농가소득을 도모하기 위해 추진됐다.

심포지엄에서는 농촌경제연구원 원장을 역임한 서울대 김창길 교수가 ‘농업부문의 기후변화 적응 방안’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김 교수는 기후변화 위기를 경북농업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기회로 활용하기 위한 적응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농업부문의 기후변화 정책에 대한 경북도의 향후과제를 제시했다.

농촌진흥청 온난화대응 농업연구소 임찬규 실장은 ‘기후변화 아 열대작물 재배동향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아열대작물에 대한 소개와 재배 기술 설명 및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참석자들과 토론을 진행했다.










경북 포항시 흥해읍 망천리 농가에서 재배중인 바나나.

경북도 제공




아열대작물은 과수에는 망고, 백향과, 용과, 올리브, 파파야, 아떼모아, 구아바, 훼이조아, 바나나, 커피 등이 있고 채소로는 오크라, 삼채, 여주, 공심채, 강황, 얌빈, 롱빈, 아티초크, 인디언시금치, 차요테, 아스파라거스 등이 있다.
또 선진농가의 대체작물 개발 사례로 에나망고 농원 하석봉 대표가 망고의 대목 씨앗 파종·육성 및 병해와 방제 등 전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국내에서 재배 생산되는 망고에 대한 비전도 제시했다.

김종수 경북도 농축산유통국장은 “기후변화 대체작목 발굴을 위한 이번 심포지엄이 도 및 시·군 공무원들이 대체작목 발굴 및 아열대작물 재배확대에 더 많은 관심과 의지를 가지는 계기가 마련되고, 전문가 강연 및 망고 재배농가의 사례가 직원들의 업무추진에 많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또 “정부의 농업부문의 기후변화 정책에 맞춰 기후변화 대체작물의 발굴 및 재배지 확대 등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시·군과 지속적으로 상호 협력함으로써 디지털농업과 기후변화를 연계한 기후스마트농업을 적극적으로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안동=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영국 에딘버러대 연구팀이 파나마 섬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열대지방 토양 탄소의 배출 증가를
측정하기 위한 실험 장치를 설치하고 있다.

영국 에딘버러대 제공






  기후변화, 금융으로 관리”… ‘녹색금융’ 10년만에 재시동


   ‘그린스완’ 모니터링 구축
    “MB 때는 무늬만 녹색”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정부가 그린스완(Green Swan·기후변화로 인한 금융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녹색(그린뉴딜)산업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한다.
정부는 1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녹색금융 추진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열었다. 금융위원회 주재로 환경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와 금융권 및 금융유관기관, 유엔 환경계획금융이니셔티브(UNEP FI), 녹색기후기금(GCF) 등 자문단이 참석했다.
올해 들어 환경 문제가 금융리스크로 이어지는 일이 잇따라 발생함에 따라 근본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나 최근의 집중호우 등이 대표적인 그린스완이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그린스완은 언젠가 반드시 일어난다”며 “피해의 근본원인이 되는 기후이상에 따른 파급효과 등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선제적인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에 기후변화 관련 리스크를 관리·감독할 수 있는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기업의 환경관련 정보 공시도 점진적으로 확대해 투자시 환경리스크를 고려할 수 있도록 한다.
특히 녹색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 7월 발표된 ‘한국판 뉴딜’에도 ‘그린뉴딜’이 포함됐다.
2025년까지 친환경 부문에 73조원을 투자해 온실가스는 줄이고 일자리는 늘리는 정책이다. 정책금융기관이 녹색투자를 선도하고, 이어 인센티브를 통해 민간 자금을 끌어들일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장’ 일환으로 추진됐던 ‘녹색금융’의 재판이라고 지적한다.
이에대해 손 부위원장은 “무엇이 녹색인지를 명확히 식별함으로써 그린워싱(Green Washing·무늬만 녹색)을 방지하고 시장 혼선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paq@heraldcorp.com








8일 내린 폭우로 전북 남원시 대강면에서 하천이 범람하면서 축사가 침수되자 소들이 탈출하고 있다.
남원에는 이날 하루 300㎜가 넘는 장대비가 내렸다.

연합뉴스



  기후 위기,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주제 다가서기

폭염을 우려했던 당초의 예상과는 다르게 기록적인 폭우로 전국 곳곳이 물난리를 겪고 있는 요즘, 수해의 원인이 해마다 여름이면 찾아오는 기상현상이 아닌 인간이 자초한 이상기후의 영향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이러한 이상기후는 온실가스 증가로 인한 지구온난화가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는 경제 성장을 위해 이용당한 자연이 인간에게 보내는 경고는 아닐까?


특정 국가와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는 이상기후 현상들은 더 이상 개인이나 국가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인 것이다.

지난 해 유엔에서 “생태계 전체가 무너지고 우리는 대멸종의 시작점에 있는데 당신들은 영구적 경제성장이란 동화를 거론하며 오직 돈타령만 하고 있다”며 기후변화 대응에 소극적인 세계 정상들을 질타한 스웨덴의 16세 소녀 툰베리가 등교거부운동을 벌이는 이유도 기후 및 환경위기에 대한 국제사회의 협력과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강 건너 불구경’할 수 없는 기후위기의 심각성과 극복 방안에 대하여 생각해보고자 한다.

 
△생각열기


“이 비의 이름은 장마가 아니라 기후위기입니다”

8일 오후 전라북도 전주에 비가 쏟아졌다. 기후위기 전북비상행동은 전주시 완산구 중앙살림광장에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격주마다 이어오던 ‘방방곡곡 기후위기 피켓팅’을 취소했다.
전주 곳곳이 침수돼 광장으로 이동조차 어려웠다. 연일 쏟아지는 집중호우로 전북은 지난 7일부터 호우경보가 내려졌다. 피켓팅이 예정됐던 8일 전주 완산에만 366㎜의 비가 내렸다.


기후위기 전북비상행동의 김지은 전북녹색연합 사무국장은 온라인으로라도 피켓팅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례적으로 길어지는 장마와 기후위기의 연관성을 강조하기 위한 해시태그와 해당 문구를 담은 이미지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에 올렸다. ‘#이_비의_이름은_장마가_아니라_기후위기입니다’.


김 사무국장은 9일 통화에서 “전주는 이렇게 폭우가 길게 온 적이 없는 도시다. (반대로) 지난 겨울엔 눈은 거의 안 오면서 습하고 따뜻했다. 이상 기온현상이 계속되는 것”이라며 “예년과 달리 시베리아의 이상고온으로 장마 전선이 소멸하지 못하고 있는데, 한국사회가 분명히 인식하고 대응해야 할 기후위기의 뚜렷한 징후”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상황을) 단순히 ‘장마가 길어진다’고 여길 게 아니라 이를 계기로 기후위기를 고민할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며 해시태그 운동의 취지를 설명했다.


해당 해시태그와 이미지는 9일 오후 3시 기준 SNS에서 3만9000회 이상 공유됐다.
SNS에서 누리꾼들은 “더 이상 기후위기는 미래가 아닌 현실” “강들이 동시에 범람 위기에 놓이고, 산사태 경보가 전국적으로 발령된 건 처음이다. 기후위기가 생활 속에서 점차 가시화되는 중” “눈 앞에 기후위기가 정말 닥쳐오는 게 아닌가 고민할 때” “이상기후란 말로 일상화된 기후위기를 외면하려 하지 말자” 등 글을 올렸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8일 ‘기후변화를 방치하는 것은 국민과 국가를 안전으로부터 방치하는 것입니다’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기온 상승으로 인한 해충 증가(매미나방 등)’, ‘기록적인 강수(2020년 여름)’ ‘폭염’ 등을 기후변화 문제의 대표적 예로 들었다.

기상청은 현재 한국에 유입된 찬 공기가 북태평양고기압(온난 습윤)의 북상을 막으면서 장마전선이 정체돼 장마가 길어진다고 분석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동시베리아 지역의 기온이 평년보다 높아져 대기 흐름을 막는 ‘블로킹’(온난고기압) 현상이 발생했다. 북극의 기온이 높아져 극지방 주위를 도는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극지방의 찬 공기가 한국이 위치한 중위도까지 내려왔다.
예년이면 장마전선을 밀고 올라갈 북태평양고기압이 찬 공기에 막혀 북상하지 못하고 한반도에 정체돼 있는 것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지난 5월에 3개월 뒤 기상 전망을 할 때 7월 하순부터 본격 무더위가 시작된다고 했지만, 북극과 동시베리아의 기온이 평년보다 높아져 큰 흐름 자체가 바뀌었다”며 장마가 길어지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단기적 요인은 북태평양고기압이 찬공기와 부딪히는 상황에서 비가 계속되는 것이지만, 장기적으로 ‘왜 둘이 부딪히나’란 질문을 따라가보면 기후위기라는 요인에 무게추가 실린다고 볼 수 있다”며 “앞으로 계속해서 (이상기후 현상에) 기후위기라는 꼬리표가 붙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천호 경희사이버대학교 기후변화 특임교수(전 국립기상과학원장)는 “하나의 현상을 두고 바로 ‘기후위기’라고 정의하긴 어렵다. 전체적인 흐름을 분석해야 기후변화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면서도 “호우·폭염 등 똑같은 날씨가 며칠 동안 지속되는 이런 현상은 기후위기의 전조라고 볼 순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이어지는 장마는) 극지방과 적도의 온도차가 줄고, 제트기류가 약화되고, 고·저기압의 흐름 자체에 ‘블로킹’이 생기는 기후변화의 흐름에서 발생하는 일이란 점에서 기후위기의 전조”라며 “식량 부족처럼 통제 불가능한 위험이 눈앞에 닥쳐오기 전에 대응이 필요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출처: 경향신문, 2020.8.9.>


 

“중국은 물폭탄, 유럽은 열폭탄…2050년 기후난민 1억4000만”

역대급 장마가 중부지방에 물폭탄을 뿌리고 있는 가운데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지구온난화로 홍수, 폭염 등의 기상이변이 빈발, 지구촌이 몸살을 앓고 있다.
2050년이면 1억4000만명의 ‘기후난민’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6일 기상청에 따르면 시간당 30~70㎜의 폭우를 뿌리는 중부지방 장마가 8월 중순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역대최장 기록을 세울 가능성이 커졌다.

7일까지 경기내륙, 강원 영서에는 300㎜ 이상 많은 비가 오는 곳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서울·경기도 등에는 100~200㎜의 비가 예보됐다. 8일에도 전국에 비 예보가 있고, 9~10일엔 중부지방과 호남지방 중심으로 비가 오겠다. 11~14일에도 서울·경기, 강원 영서에는 비가 예보됐다.

지난 6월 24일 시작돼 이날 기준 44일째 지속중인 중부지방 장마는 역대 가장 긴 장마로 기록된 2013년(49일)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지구 온난화로 시베리아와 북극의 기온이 이례적으로 높은 탓에 북태평양고기압의 북상이 저지돼 장마전선이 북상하지 못하고 정체돼 있기 때문이다.

장마가 이어지는 와중에 지난 4일 밤과 5일 새벽 사이 서울의 최저기온이 25.9도로 올해 첫 열대야를 기록했다.
통상 장마가 끝나고 폭염과 함께 열대야가 오는 게 일반적이지만, 장마가 길어지면서 장마와 열대야가 동시에 나타난 것이다.
기상청은 올 여름 2018년과 같은 역대급 폭염을 예고했지만 장마가 10일 이상 길어지면서 7월 평균기온은 22.5도로 평년보다 2도나 낮았다.


우리나라의 이상기온은 2018년 이후 두드러진다. 2018년 8월1일 서울은 39.6도를 찍었다.
기상관측 111년 만에 가장 더운 날이었다.
같은 날 강원도 홍천은 41.0도까지 치솟으며 1942년 대구의 40.0도 기록을 갈아치웠다.

2019년 여름에는 다나스 등 총 7개의 태풍이 한반도를 강타해 평년(3.1개) 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지난 겨울 전국 평균기온은 3.1도로 평년보다 2.5도 높았다.


기상이변은 이미 전 지구적 현상이다.
중국 남부지역은 두 달째 이어지는 홍수로 우리나라 인구보다 많은 수재민이 발생했다.
유럽은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스페인 국립기상청(AMET)은 지난달 30일 북부 산세바스티안 지역 기온이 관측 이래 최고치인 섭씨 42도까지 올랐다고 밝혔다.


세계은행(WB)이 낸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이면 기후문제로 인한 난민이 1억 40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물 부족, 흉작, 해수면 상승, 해일과 같은 재해가 심해지면서 살던 곳을 버리고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얘기다.
<출처: 해럴드경제, 2020.8.6.>



△생각나누기


기후위기 시대, 세계 청소년들 나선다

올 가을, 청소년들은 다시 전 지구적인 기후 시위에 나선다.
청소년기후행동은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과 함께 2020년 9월25일(금)을 ‘세계 기후 정의의 날 (Global Climate Justice Action Day)’로 정하고 전 세계 동시다발 기후 시위를 예고했다.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은 2018년 8월 스웨덴의 청소년기후운동가 그레타툰베리가 매주 금요일 결석시위(School Strike 4 Climate)를 진행하며 시작된 전세계 청소년 기후 운동으로 세계 모든 나라의 7500개 이상의 도시에서 1300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함께 하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는 ‘청소년기후행동’이 한국의 미래를 위한 금요일 연대 조직으로 함께 하고 있다.
청소년기후행동은 지난 2019년 3?5?9?11월 기후를 위한 결석시위를 진행했다.
‘청소년기후행동’은 한국의 기후위기의 심각성과 시급성을 인식한 30개 이상 지역의 전국 청소년들이 기후 재난의 위협으로 부터 대응 가능한 실질적 정책변화를 요구하는 청소년이 주도하는 기후 운동 단체이다.

지난 2019년 3?5?9?11월 기후를 위한 결석시위와 함께 올해 한국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정부의 불충분한 온실가스 감축과 무관심하고 미온적인 기후위기 대응으로 청소년을 포함한 국민의 생존할 권리, 안전하고 건강하게 살 권리 등의 기본권이 침해당했다”며 기후 헌법소원을 청구하며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강화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청소년들은 석탄발전을 줄이고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할 것을 요구하며 교육청, 국회 등을 대상으로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의 사람들이 청소년들의 기후를 위한 결석시위와 함께 파리협약에서 제시된 1.5℃ 지구 평균 온도상승 제한 목표를 지킬 것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며 불평등을 줄이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정치적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전 세계의 기후 운동가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지난 수개월 동안 대중 시위를 취소하고 더 야심찬 기후 위기 대응을 요구하기 위해 온라인 시위나, 신발 시위 등 다양한 형태의 시위를 진행했다.
7월24일 공식 보도를 기점으로 전 세계 수천 개 도시에서 기후정의를 요구하며 9월25일 시위를 조직하고 있다.

주최 측은 모든 참가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온오프라인 시위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계획을 마련하며, 또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하며 안전을 고려한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다. <출처: 환경일보, 2020.7.24.>

 

△생각키우기

기후위기가 내 일이 아닌 이유

전 지구적인 기후위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90년대부터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기로 한 기후협약 등 지구 환경 논의가 이어져 왔다.
그런데도 상황은 갈수록 악화됐고 위기는 ‘발등의 불’이 됐다는 게 모두 다 아는 얘기다.

기후위기를 경고하는 용어는 귀에 못이 박혔다. 최악·재앙·종말·파멸·6차 대멸종·회복 불가능…. 아찔하고 숨 막히는 말인데도 어느새 진부한 단어가 됐다.


기후위기의 충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세계 각지의 기상 이변 장면도 익숙해졌다. 한극(寒極) 시베리아의 38도 폭염·알프스의 분홍색 빙하·하루 3만5000명분의 작물을 휩쓰는 아프리카 사막 메뚜기 떼·쓰레기통 뒤지는 북극곰·호주 산불·러시아 영구동토층의 기름 유출 사고에 최근의 아시아 물폭탄까지. 하도 많아 예삿일 같아졌다.
위기는 분명한데 체감이 덜하다. 누구나 중요한 문제라고 인식하지만 그 정도에 그치기 일쑤다.

그래서 위기를 위기라고 못 느끼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기후위기를 ‘나의 일’이 아니라 ‘남의 일’로 여기는 게 원인일 수 있다.
나와 상관없는 먼 나라, 먼 미래의 일이라는 생각이다. 국제사회의 ‘넷제로’(탄소중립) 목표 기한인 2050년도 먼데, 대재앙이 예측되는 2100년은 더욱 멀다.


<2050 거주불능 지구>를 쓴 데이비드 월러스 웰스는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을 왜곡하는 행동심리학적 요인이 있다고 전했다.
먼저 ‘규모 편향’이다.
기후변화는 너무나 거대하고 심각해서 외면하고 싶은 문제라는 것이다.

자신이 경험한 세계만 가지고 기후가 온화하다고 안심하거나, 극심한 불안감을 회피하기 위해 최소한의 결과만 받아들이는 경향도 있다. 나 말고 다른 사람이 먼저 행동하기를 기다리는 ‘방관자 효과’도 작용한다.

웰스는 인간이 창조한 인공지능(AI)에 대한 대중의 두려움을 지칭하는 ‘프랑켄슈타인 딜레마’도 예시했다.
대대로 물려받은 기후 등 자연환경보다 인위적으로 구축한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을 더 견고한 존재로 여겨 건드리기조차 두려워한다는 얘기다.
<출처: 경향신문, 2020.7.30.>




△더 알아보기

탄소중립(net-zero): 기업이나 개인이 발생시킨 이산화탄소 배출량만큼 이산화탄소 흡수량도 늘려 실질적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0(zero)’으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다시 말하면 대기 중으로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양을 상쇄할 정도의 이산화탄소를 다시 흡수하는 대책을 세움으로써 이산화탄소 총량을 중립 상태로 만든다는 뜻이다.

탄소중립을 실행하는 방안으로는 첫째,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상응하는 만큼의 숲을 조성하여 산소를 공급하거나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무공해에너지인 태양열·풍력 에너지 등 재생에너지 분야에 투자하는 방법, 둘째,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상응하는 탄소배출권을 구매하는 방법 등이 있다.

탄소배출권(이산화탄소 등을 배출할 수 있는 권리)이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돈으로 환산하여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한 것인데, 탄소배출권을 구매하기 위해 지불한 돈은 삼림을 조성하는 등 이산화탄소 흡수량을 늘리는 데에 사용된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장마전선이 다시 활성화하면서 강한 비구름이 발달해 중부 지방과 전북, 경북 지방을 중심으로
호우주의보가 발효 됐던 11일 서울 잠수교가 물에 잠겨있다. 열흘째 통제 중인 잠수교는 차들이
다시 다니려면 수위가 6.2m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

/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사설]최장 장마·기록적 폭우, 기후변화 중장기 대책 시급하다


11일 중부지역 장마가 지난 6월24일 이후 49일째 이어졌다. 2013년과 같은 역대 최장 장마기간 기록을 세웠다.
장맛비는 정체전선이 잠시 북상하는 12일 하루 소강상태를 보이다 13일 계속될 것으로 예보됐다.
50일 넘게 이어지는 최장 장마의 신기록이 세워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무더위가 한창일 8월 중순까지 장마가 이어진 것도 처음이다. 종전까지 가장 늦게 끝난 장마는 1987년에 있었다.
그해 8월10일에 종료됐는데, 이미 그 기록은 깨졌다.
올여름 장마는 한반도 기상이 전에 없는 상황으로 접어들고 있음을 실증했다.
이번 장마의 특징은 조금씩 오랫동안 내리던 과거의 형태에서 벗어나 국지성 집중호우로 물폭탄을 쏟아내며 산사태 등 큰 피해를 냈다. 강우 지역이 동서로 넓고 남북으로 좁게 형성되며 홍수와 폭염 피해가 번갈아 나타난 것도 처음 겪는 일이다.

한마디로 예측 불가능한 기상이변급 재해가 처음으로 닥친 것이다.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 요인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현상이다.
하지만 올해 이상기상에 대한 당국의 준비와 대응은 미흡하기 짝이 없었다.
최대 폭염이 닥칠 것이라는 예보는 빗나갔고, 그에 따른 대책 실행은 때를 놓쳤다.
기후변화에 대한 경고를 어디로 들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위기에 구태의연하게 대처하다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는 것 이외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한국수자원조사기술원은 매년 홍수피해상황 보고서를 통해 단기 집중호우 양상이 뚜렷해져 중·소규모 하천이 취약하다는 의견 제기를 반복했으나 정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재 시설로는 기후변화에 따른 강우 패턴 변화를 따라잡기가 역부족이라고 했다.

정부가 홍수의 근본 예방 대책보다 사고발생 위험 시 신속 대응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올해 장마를 교훈 삼아 기후변화 관련 중장기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시급하다.
올해 장마는 기후위기의 경고가 분명하다. 이보다 심한 기상재해가 한국에도 언제든 닥칠 수 있다는 메시지다.
기상·방재 당국은 현재 위기 대응 매뉴얼의 극한값을 높여 최악의 상황에 대한 예측과 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지난 100년간의 최대치가 아니라 200년, 300년의 기후 현상을 살펴보고 대응해야 한다.

안전관리 기준값도 대폭 강화하고 재정비해야 한다.
기후위기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언제 닥칠지 모르는 현존 위기다.
선제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누구도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 기후변화를 예측하고 대책 마련에 인력과 예산을 아낄 때가 아니다. 더 이상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



경향신문









  기후변화가 모든 것을 바꾼다

 

 

 

 


비가 내려도 너무 내린다. 사흘째 쏟아지는 폭우를 그대로 지켜봤다.
흙탕물로 범벅된 토사가 흘러내려 파인 땅의 모습은 낯설기만 하다.
그만, 이제 그만 비가 내렸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보기 좋게 어긋난다.
내일도 많은 비가 쏟아질 테니 주의하라는 텔레비전의 경고가 요란하다.


비 피해가 점점 커진다. 우리 동네에는 별문제가 없기를 바랄 뿐이다.
하지만 안심할 만한 동네란 없다.
남부에 쏟아지던 비가 중부를 거쳐 동부로 이동하더니 북부로 옮겨간다.
자연은 혜택만큼 피해도 공평하게 나눠준다.


때맞춰 오는 비는 반가운 손님이다.
하지만 비라는 손님은 때를 맞추는 법이 드물다.
때만 맞추지 못하는 게 아니라 양도 문제다.

변죽만 울리듯 적게 내리거나 온 사방이 물에 잠길 만큼 엄청난 양으로 퍼붓는다.
여기에 더해 할퀴기까지 하니 손님이 아니라 원수나 다름없다.


지금까지 비라는 손님은 그럭저럭 예의를 갖춰왔다.
정확하진 않더라도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움직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젠 예측이 별 의미가 없다. 지금까지 겪은 것과 전혀 다르게 움직인다.


원인은 하나다. 인간의 끝없는 욕망이다.
산업화와 무분별한 환경오염이 기후변화를 만들어냈다.
우리가 보고 겪는 온갖 현상들은 환경오염 때문에 빚어진 기후변화의 결과물이다.


북극의 얼음이 녹는 것은 이제 더는 뉴스가 아니다.
최근 5년 사이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 빙하의 면적은 상상을 초월한다.
얼음이 녹아 먹이를 구할 수 없는 북극곰들의 삐쩍 마른 모습이 그 피해를 그대로 전해준다.
영구동토도 녹아 얼음 속에 묻혀 화석이 돼 있어야 할 매머드 사체가 드러나고 있다.

인간의 욕심은 심지어 여기서도 발현한다. 상아를 대신할 매머드 어금니가 돈벌이 대상으로 떠올라 사람들이 몰리고 있단다.
심각한 건 매머드 사체와 함께 부활한 당시의 병균이다. 인간은 열지 말아야 할 판도라의 상자를 하나 더 연 것이 아닐까.


그 누구도 기후변화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
동해 연안에서 잡히던 명태가 사라진 지 오래다.
기상이변은 지역마다 재배하던 작물의 종류도 바꿔놓았다. 한반도 곳곳이 자연재해로 신음한다.


우리는 숨 쉬고 물을 마셔야 하며 땅에서 난 먹거리를 먹어야 산다.
자연과 함께 산다는 말이다. 기후변화로 빚어지는 자연의 크고 작은 문제들은 바로 우리의 생존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다.


기후변화는 지금까지 익숙했던 것들을 모조리 바꾸어놓을 만큼의 힘을 지녔다.
그 파괴력은 예측조차 하기 어렵다. 과학자들과 환경단체는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오래전부터 경고해왔다.
반면 우리는 알면서도 그 경고와 위험을 외면해왔다.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해 더 많은 자연을 파괴하는 지금의 삶에 익숙해서다.


손상된 자연은 잔인하게 보복한다. 앞으로 더 많은 비가 내려 홍수에 시달릴 것이다.
어떤 해엔 비는 오지 않고 메뚜기떼가 온 나라를 뒤덮을지 모른다.


생산과 성장 위주의 삶이 이제는 가능하지 않다는 걸 받아들여야 할 때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지금 할 일은 욕망을 멈추는 것이다.
‘이 정도면 됐다’고 생각하자.

줄일 수 있다면 줄여야 한다. 하나를 가지고 여럿이 나누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이만큼이라도 있어 다행이라고 여기자.
언제부터 해야 할까. 생각보다 시간이 많지 않다.
바로 지금, 나부터 시작해야 한다.






윤광준 (사진작가)














  밥상에 오른 기후변화


/전경하 논설위원




 

배추, 상추, 시금치, 부추 등은 잎을 먹는 채소라서 엽채류(葉菜類)라고 불린다.
비닐하우스 등 시설에서 기르는 경우가 늘어났지만 그래도 노지 재배가 기본이다.

그렇다 보니 폭우가 내릴 때는 흙과 함께 쓸려 나가는 경우가 많다. 장마가 길어지면 물을 머금는 기간이 길어져 채소가 썩어 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폭우나 장마 등이 발생하면 채소 가격이 불안정해진다.


사상 처음으로 올해 ‘50일 연속 장마’가 발생하면서 채소값이 들썩이고 있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배추 1포기의 평균 소매가격은 13일 7044원이었다.
1년 전(3448원)보다 두 배 비싸고 한 달 전(4419원)에 비해서도 59.4%나 올랐다.
‘물통’ 현상도 우려된다. 여름에 생산되는 배추는 폭우 뒤에 갑자기 더위가 찾아오면 속이 제대로 차지 않는 현상이 발생한다.


시설채소도 피해를 입긴 마찬가지다. 일조량이 줄어 잘 안 큰 데다가 산지의 비닐하우스도 많이 잠겼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시설채소인 상추 100g의 평균 소매가격은 2050원으로 한 달 전(1292원)보다 58.7% 올랐다. 채소가 아닌 ‘금(金)추’다.


그나마 배추는 3개월 정도 보관이 가능해 정부가 가격 안정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반면 상추는 보관 기관이 한 달 정도에 불과하다. 정부가 배추는 정부 비축 물량 등을 동원해 50~100t을 시장에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상추 등 시설채소는 농협·대형마트 등을 중심으로 할인행사를 추진하겠다고 한 이유다.

채소의 보관 기관을 늘리는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는 있지만 냉동이 아닌 냉장으로 몇 개월 이상 보관하는 방법은 아직 많이 개발되지 않았다.


냉장 보관 기간이 길지 않기는 수산물도 마찬가지다. 긴 장마에 잇단 풍랑주의보까지 더해져 출하량 자체가 줄어든 수산물값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노량진수산물도매시장에 따르면 안흥 생고등어의 12일 경매가(12마리 묶음 기준)는 4만 2000원으로 7월 31일(1만 5000원)에 비해 180% 올랐다.

고등어는 주로 연안에서 잡히기 때문에 기상 상황에 민감하다. 폭우가 지속됐던 지난주 내내 거의 조업이 불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산 은갈치 1㎏(20마리)은 40%, 군산 갑오징어 1㎏(12마리 기준)은 37%씩 올랐다.


장마가 끝나도 당분간 농수산물값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코로나19로 외국인 노동자의 입국 자체가 많이 어려워져 일손이 가뜩이나 부족한데 많은 산지가 수해를 복구하느라 일손이 더 딸리기 때문이다.

코로나19도, 기록적인 장마도 기후변화의 영향이라고 하는데 기후변화가 밥상에 올라온 셈이다.
한 달 반 뒤에 다가올 추석 물가도 걱정이다.





lark3@seoul.co.kr





기후위기 의정부 비상행동 출범

[기후위기 의정부 비상행동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