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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

Verdi- Messa da Requiem Op.48

 

 

 

 

 

 

 

 

“다양한 색채와 차원, 통일성과 방백을 지닌 연극처럼 다루어진 이 <레퀴엠>은 ‘망자(亡者)를 위한 오페라’처럼

보인다.

 그것은 진한 감동을 주는 한 편의 멜로드라마로서, 미켈란젤로의 천장화 ‘최후의 심판’의 환영을 보는 듯한 힘과 함께 죽음의 신비와 맞닥뜨린 고통을 승화시킨다.” ― 알랭 뒤오

‘망자(亡者)를 위한 오페라’

베르디가 예순 즈음에 작곡한 <레퀴엠>은 오페라 <돈 카를로>, <아이다>, <오텔로>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그의 최고 걸작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다소 특별한 작곡 동기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바로 베르디가 존경해마지 않았던 두 위인의

죽음이었다.

그는 19세기 이탈리아 오페라의 선구자인 조아키노 로시니를 추모하는 마음으로 마지막 곡 ‘리베라 메(Libera me)’를 썼고, 역시 이탈리아의 대문호인 알레산드로 만초니의 서거 1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을 위해서 전곡을 완성했던 것이다.

이 작품에서 가장 먼저 완성된 부분은 마지막 곡인 ‘리베라 메’인데,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사연이 있다. 원래 베르디는 1868년 11월 13일에 세상을 떠난 선배 로시니를 위해서 특별한 ‘레퀴엠’을 기획한 적이 있었다.

그 레퀴엠은 12명의 작곡가들의 협력 작업으로 완성되어 로시니 서거 1주기에 초연될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 흥미로운 프로젝트는 마지막 단계에서 차질이 생겨 무산되었고, 베르디가 완성해놓은 ‘리베라 메’도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책장 속에 잠들어 있던 ‘리베라 메’는 몇 년 뒤에 빛을 보게 되는데, 그 계기는 만초니의 죽음이었다.

만초니는 이탈리아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시인이자 작가로서 이탈리아 근대문학의 기틀을 확립했을 뿐 아니라,

당시 오스트리아의 압제 하에 신음하던 이탈리아 민중의 애국심과 독립심을 고취시키는 작품 활동으로 모든 이탈리아인의 사랑과 존경을 한 몸에 받았던 인물이다.

 

그런 만초니가 1873년에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자 그에 대해 존경을 넘어 경외심마저 품고 있었던 베르디는 큰

충격을 받았고, 로시니를 위해서 써두었던 ‘리베라 메’를 바탕으로 혼자서 만초니를 위한 ‘레퀴엠’을 작곡해서 그의

 영전에 바치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이탈리아 오페라의 선구자 조아키노 로시니. 프란체스코 하예즈(Francesco Hayez) 작, 1870, 브레라 미술관. [오른쪽] 이탈리아 대문호 알렉산도르 만초니, 프란체스코 하예즈 작, 1841, 브레라 미술관.

 

 

 

이듬해 4월, 작품은 예정대로 완성되었고, 만초니의 서거 1주기인 5월 22일에 밀라노의 산 마르코 성당에서

 초연되었다.

베르디 자신이 지휘봉을 잡았고, 소프라노 테레사 스톨츠, 테너 주제페 카포니 등 당대 최고의 가수들이 독창을 맡았다.

국내외에서 많은 인사들이 참석하여 성황을 이룬 초연은 대성공으로 막을 내렸고, 그 사흘 후에는 인근의 스칼라

 극장으로 장소를 옮겨 재공연이 진행되었다.

 

 

 

 

 

 

 

원숙기의 기법이 집약된 대작

 

<레퀴엠>은 베르디가 남긴 종교음악들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작품이다.

연주에 네 명의 독창자, 혼성 4부 합창, 대편성 오케스트라가 필요하며, 총 연주시간은 통상 80~90분에 달한다.

참고로, 초연 당시에는 무려 110명으로 구성된 관현악단과 120명의 합창단이 동원되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작품은 외형상 가톨릭의 전통적인 라틴어 가사에 의한 ‘진혼 미사곡’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그 규모가 이례적으로

장대하고 내용적인 면에서도 극적 성격이 다분해서 성당보다는 공연장에서 연주되는 경우가 더 흔하다.

 전곡의 구성과 각곡의 연주 형태는 아래와 같다.

제1곡. Requiem et Kyrie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자비를 베푸소서) - 합창, 4중창

제2곡. Sequenza (속송)

 

1. Dies irae (진노의 날) - 합창

2. Tuba mirum (최후심판의 나팔소리) - 합창, 베이스

3. Liber scriptus (적혀진 책은) - 메조소프라노, 합창

 

4. Quid sum miser (가엾은 나) - 메조소프라노, 소프라노, 테너

5. Rex tremendae (위엄의 왕이시여) - 합창, 4중창

6. Recordare (자비로우신 예수님) - 소프라노, 메조소프라노

 

7. Ingemisco (저는 탄식하나이다) - 테너

8. Confutatis (심판받은 자들) - 베이스, 합창

9. Lacrymosa (눈물의 날) - 4중창, 합창

 

제3곡. Offertorio (봉헌송) - 4중창

제4곡. Sanctus (거룩하시다) - 합창

제5곡. Agnus Dei (하느님의 어린양) - 소프라노, 메조소프라노, 합창

 

제6곡. Lux aeterna (영원한 빛) - 메조소프라노, 베이스, 테너

제7곡. Libera me (저를 구원하소서) - 소프라노 독창, 합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