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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Musical

서곡 "세비리아의 이발사Opera, Barbiere di Siviglia 'Overture'

 







Opera, Barbiere di Siviglia 'Overture'

Gioacchino Antonio Rossini 1792∼1868






                           

 







 



 

 

 

파이지엘로는 당시 대단히 역량 있는 오페라 작곡가로 이름을 날렸을 뿐 아니라 러시아 궁정작곡가로 일하고 있었으므로 그가 작곡한 [세비야의 이발사]는 러시아 초연 후 유럽 30여 개 도시에서 장기공연 레퍼터리가 되었습니다. 로시니가 1816년에 같은 제목의 오페라를 발표하기까지 34년 간 파이지엘로의 이 작품은 변함없는 인기를 누렸답니다.

 

로마의 ‘테아트로 디 토레 아르젠티나’라는 극장에서 초연된 로시니의 ‘이발사’는 파이지엘로의 제목을 감히 쓸 수 없어 ‘알마비바 또는 소용없는 예방책’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었는데, 이 초연은 음악사의 유명한 스캔들이 되고 말았지요. 극장 건물은 지저분하고 부실한데다 파이지엘로의 추종자들은 떼로 몰려와 공연을 방해했으며, 고양이까지 무대를 휘젓고 다니면서 가수들을 놀래키는 등 상황은 최악이었습니다. 관객은 오페라의 유머러스한 내용 때문에 웃은 것이 아니라 황당한 공연 분위기에 웃음을 연발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바로 그 해에 파이지엘로가 세상을 떠나자 상황은 반전되었습니다. 대선배가 죽자마자 로시니는 두 달만에 자기 작품에 당당하게 [세비야의 이발사]라는 제목을 붙였고, 초연 때는 로시니의 음악이 괴상하다며 흠을 잡던 관객들도 볼로냐 공연 이후로는 차츰 로시니에게 환호하며 오히려 파이지엘로의 [이발사]를 잊어갔습니다. 파이지엘로는 대체로 보마르셰의 희곡에 충실한 대본으로 작곡을 했지만, 로시니는 대본작가 스테르비니와 함께 대본의 많은 부분을 수정했는데, 두 작품 모두 대략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세비야에서 이발사로 일하는 피가로, 음악수업을 받는 로지나의 모습

 

 

 

 

마드리드에서 우연히 마음에 꼭 드는 처녀를 본 젊은 알마비바 백작은 그녀를 사귀려고 세비야까지 따라옵니다. 처녀의 이름은 로지나(Rosina). 하지만 처녀의 젊음과 재산 양쪽에 다 욕심을 내며 그녀와 결혼하려는 바르톨로라는 나이 든 의사가 후견인으로 버티고 있어 어떤 남자도 그녀를 만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매일 아침 로지나의 창문 아래서 사랑의 노래를 부르던 백작은 운 좋게도 한때 자신의 하인이었던 피가로를 우연히 만나죠. 현재 자영업자 이발사로 일하는 피가로는 자신이 이 세비야에서 얼마나 인기있는 인물인가를 들려주는 아리아 ‘나는 마을의 만능일꾼 Largo al factotum’을 부릅니다.

피가로의 계략대로 평민으로 가장하고 린도로라는 가명을 써서 로지나의 사랑을 확인하는 데 성공한 백작은 욕심 많은 후견인의 감시를 피해 로지나를 데리고 도망가려고, 한 번은 술 취한 군인, 한 번은 음악선생의 대타(백작은 로지나에게 노래 지도를 하는 음악선생 바실리오가 앓아누웠다고 바르톨로에게 거짓말을 합니다)로 변장해 로지나의 집을 찾아오지요. 그러나 이 시도는 두 번 다 들통이 나 실패로 돌아가고, 천둥번개 요란한 밤에 사다리를 이용해 몰래 로지나를 탈출시키려던 피가로와 백작은 로지나와 결혼하려고 바르톨로가 불러들인 공증인과 바실리오에게 발각됩니다. 그러나 바실리오는 백작에게 매수되어 바르톨로 대신 백작의 결혼식 증인이 되고, 뒤늦게 쫓아온 바르톨로가 발을 동동 구를 때 모두는 그의 욕심을 비웃어 줍니다.


오페라에서 테너는 일반적으로 젊음의 패기와 열정을 상징합니다. 그래서 로지나에게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구애하는 백작은 테너 배역입니다. 이발사 피가로 역시 젊고 패기에 넘치긴 하지만 돈을 아주 좋아하고 돈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시민사회의 주인공입니다. 그래서 능청스런 음색의 바리톤에게 이 역할을 맡깁니다. 기지와 계략으로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고 운명을 개척해가는 로시니 희극의 여주인공들(로지나, 안젤리나, 이사벨라)은 대개 메조소프라노 배역입니다. 소프라노는 연약하고 청순가련한 여주인공에게 더 어울리기 때문이죠.

 

 

 

 

로시니는 코믹한 연기, 중창과 합창을 이용해 희극적 효과를 극대화시켰다.

 

 

상트 페테르부르크 궁정의 의뢰를 받아 이 오페라를 작곡했던 파이지엘로와 프리랜서 작곡가로 이 작품을 만든 로시니 사이에는 34년의 세월뿐만 아니라 프랑스 대혁명이라는 엄청난 사회 변화의 동인이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에, 같은 소재라 해도 두 작품의 차이는 결코 작지 않습니다. 일례를 들면, 파이지엘로는 상트 페테르부르크 궁정극장이 동의하지 않아 이 오페라에 합창을 사용할 수 없었지만, 로시니는 작곡에 관한 한 뭐든지 맘대로 할 수 있는 프리랜서였기 때문에 합창을 썼습니다. 1막과 2막 피날레에서 솔로, 2중창, 3중창을 거쳐 6중창까지 발전한 선율이 다시 합창과 합류하며 화려하고 생동감 넘치는 피날레를 이루는 장면을 들으면(이런 식의 점층법을 ‘로시니 크레셴도’라고 부릅니다) 이 작품에서 합창이 희극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답니다.

 

 

파이지엘로의 [이발사]에서는 당대 이탈리아 오페라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성악부와 기악부 사이의 뚜렷한 주종관계’를 볼 수 있습니다. 오케스트라 반주가 가볍고 우아하게 성악부의 선율을 흉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로시니의 [이발사]에서 오케스트라는 성악부의 멜로디를 따라가지 않고 독립적이고 색채감 있는 연주를 들려주며, 장면이 전환될 때는 성악부의 선율을 예고하거나 이끌어주기도 합니다.

 

파이지엘로가 여주인공 로지나에게만 대단한 콜로라투라 기량을 요구한 것과는 달리 로시니는 넘치는 열정과 희극성을 표현하기 위해 등장인물 모두에게 이를 요구했습니다. 또 바리톤이나 베이스 같은 저음 가수들도 랩처럼 빠른 속도로 노래하는 ‘파를란도(parlando)’를 능숙하게 구사해야 했지요. 음악적으로는 파이지엘로의 선율이 더 아름답다고도 할 수 있지만, 역시 대혁명 이후의 시민 정서를 담뿍 담은 로시니의 개성적인 인물들이 우리를 훨씬 큰소리로 웃게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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