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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

Mozart, Divertimenti

 

Mozart, Divertimenti

모차르트 디베르티멘토

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1

Eliahu Inbal, conductor

Ramat-Gan Chamber Orchestra

1967

 

Eliahu Inbal/RGCO - Mozart, Divertimenti K.136-138 (Salzburg Symphony)

모차르트 디베르티멘토 K.136, 137, 138 연주와 함께 ‘아다지오와 푸가 C단조 K.546’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디베르티멘토’(divertimento)는 18세기 중⋅후반에 유행한 기악 모음곡의 일종이다. ‘희유곡’(嬉遊曲)이라고 번역되기도 하는 이 악곡은 교향곡이나 현악 4중주곡에 비해 한결 자유로운 형식을 취하고 있어서, 악장의 개수도 4개에서 10개까지로 다양했고 악기 편성의 형태도 각양각색이었다. 이와 비슷한 유형의 다른 악곡으로 세레나데(serenade)와 카사치오네(cassaszione)가 있었지만, 디베르티멘토는 대개 작은 규모의 실내 앙상블을 위한 모음곡을 가리키는 용어로 통용되었다.

아울러 디베르티멘토는 ‘여흥음악’ 내지 ‘오락음악’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 즉 디베르티멘토는 궁정 또는 귀족이나 재력가의 저택에서 벌어지는 행사나 식탁에서 분위기를 돋우거나 부드럽게 하기 위해서 연주되는 음악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디베르티멘토는 소나타, 춤곡, 변주곡 등 다양한 형식으로 작곡된 여러 개의 악장이 템포의 완급에 따라 탄력적으로 배치되었고, 음악적 성향도 너무 강렬하거나 음울하거나 심각해지지 않도록 조절되었다.

오락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들다

18세기 중⋅후반에 활약한 고전파 작곡가라면 대개 디베르티멘토를 남겼는데, 그 중에서도 돋보이는 인물은 역시 하이든과 모차르트이다. 이들은 ‘오락음악’의 테두리 안에서 최선의 완성도를 구현해 보였는데, 특히 모차르트가 남긴 20여 곡의 디베르티멘토들 중에는 장르의 한계를 뛰어넘은, 빛나는 가치를 지닌 곡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디베르티멘토는 행사의 흥을 돋워주는 오락용 음악이었다.

1775년 3월, 모차르트는 뮌헨에서 오페라 부파 <가짜 여정원사>의 공연을 성공리에 마치고 금의환향했다. 그러나 그 후 그는 무려 30개월 동안이나 잘츠부르크 대주교의 궁정음악가로서 고향에 머물게 된다. 겉보기에는 안정되고 평온한 나날의 연속이었지만, 그의 속내를 알고 보면 그처럼 답답하고 가혹한 일도 없었다. 어린 시절부터 넓은 세상을 여행하며 삶과 예술의 활력과 영감을 충전해 왔던 그에게 그토록 오랜 기간 좁은 잘츠부르크에 얽매여 있어야 한다는 것은 유형생활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1776년에는 대주교가 궁정극장을 폐쇄시키는 바람에 창작활동의 폭마저 좁아졌다.

잘츠부르크에 머무는 동안 모차르트는 궁정악단의 수석 바이올린 주자로 활동하는 한편, 귀족이나 교회를 위한 음악들을 주로 썼다. 그렇게 해서 각종 미사곡, 세레나데, 카사치오네, 디베르티멘토 등 음악적 비중이 떨어지는 작품들이 양산되었고, 천재의 귀중한 재능과 시간은 그렇게 하릴없이 허비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모차르트의 창작에 대한 열의와 의지는 결코 꺾이지 않았다.

1775년에는 ‘터키 풍 협주곡’을 위시한 일련의 바이올린 협주곡들을 내놓으며 작곡가로서 한 걸음 더 전진했고, 1776년에는 ‘세레나타 노투르나’와 ‘하프너 세레나데’, 그리고 디베르티멘토들에서 오락성과 예술성을 절묘하게 조화시켰다. 세인들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여흥음악에서조차 남다른 완성도와 풍미를 추구했던 것이다. 이처럼 그가 잘츠부르크에 머물며 수준 높은 세레나데와 디베르티멘토를 줄줄이 배출했던 1775년 봄부터 1777년 여름까지의 기간을 하우스발트는 ‘성숙과 충실의 시대’라고 이름 붙이기도 했다.

모차르트는 궁정 여흥음악인 디베르티멘토에서도 최상의 예술적 성취를 이루어냈다.

모차르트가 디베르티멘토를 처음 선보인 시기는 두 번째 이탈리아 여행 중이던 1771년 11월로 추정된다. 당시 밀라노에서 작곡된 디베르티멘토 E플랫장조 K.113은 모차르트가 클라리넷을 최초로 사용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에도 모차르트는 밀라노의 후원자를 위해서 디베르티멘토를 쓴 적이 있다. 하지만 그의 디베르티멘토는 대부분 잘츠부르크에서, 그곳 인사들을 위해서 쓰였다. 특히 그의 주군이었던 콜로레도 대주교는 가장 중요한 소비자였다. 1775년에서 1776년 사이에 작곡된 다섯 곡의 관악 디베르티멘토들은 대주교의 ‘식탁음악’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 밖에도 로드론 백작부인의 의뢰로 작곡된 두 곡의 ‘로드론 세레나데’ K.247과 K.287을 비롯하여 다수의 디베르티멘토들이 그가 만하임-파리 여행을 떠나기 직전인 1777년 여름까지 작곡되었다. 그리고 만하임-파리 여행에서 돌아온 후에 작곡된 디베르티멘토 D장조 K.334는 그의 가장 훌륭한 디베르티멘토로 꼽히며, 빈 시대에 작곡된 ‘음악적 익살’ K.522는 그의 마지막 디베르티멘토이다. 여기서는 그의 주요 디베르티멘토들 가운데 우선적으로 챙겨서 들어볼 만한 작품을 세 곡만 골라서 소개하겠다.

Ton Koopman/ABO - Mozart, Divertimento No.2 K.136

Ton Koopman, conductor

Amsterdam Baroque Orchestra

1989.05

디베르티멘토 2번 D장조 K.136(125a) ‘잘츠부르크 교향곡 1번’

모차르트의 디베르티멘토들 가운데 가장 자주 접할 수 있는 작품이지만, 형식을 따져보면 디베르티멘토라고 부르기엔 조금 어색하기도 하다. 일단 악기 편성이 현악 4중주에 가깝고(바이올린 2대, 비올라 1대, 베이스 1대), 악장의 개수도 3개뿐이다. 더구나 일부 음반에서 접하게 되는 ‘잘츠부르크 교향곡’(Salzburg Symphony)이라는 별칭은 우리를 더욱 헷갈리게 만든다.

아마도 당대의 ‘이탈리아 서곡’ 양식에 기초한 것으로 보이는데, 다만 모차르트의 의도는 각 성부에 한 명씩의 연주자를 배치하려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디베르티멘토라는 명칭은 실내악 장르의 명칭 구분이 아직 확립돼 있지 않았던 과도기의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이는데, 혹자는 현악 4중주의 편성(바이올린 2대, 비올라 1대, 첼로 1대)과 약간 다른 이 편성을 ‘디베르티멘토 4중주’라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각 성부의 인원을 보강한 체임버 오케스트라 규모로 연주되기도 한다.

1772년 초, 이탈리아 여행에서 돌아온 직후에 작곡된 세 곡(K.136, K.137, K.138)의 ‘4중주 디베르티멘토’ 가운데 첫 곡인 이 곡은 유창한 선율미가 매혹적이다. 활달하고 시원스런 진행이 돋보이는 알레그로 악장, 이탈리아 풍이면서 잘 정돈된 인상을 주는 안단테 악장, 가볍게 날아오르는 듯한 음형들이 더없이 상쾌한 기분을 안겨주는 프레스토 악장이 차례로 이어지며, 전 악장에 걸쳐 제1바이올린의 독주적 성격이 두드러진다.

Ton Koopman/ABO - Mozart, Divertimento No.11 K.251

Ton Koopman, conductor

Amsterdam Baroque Orchestra

1989.05

디베르티멘토 11번 D장조 K.251 ‘나네를 7중주곡’

유명한 ‘하프너 세레나데’에 뒤이어 탄생한, ‘성숙과 충실의 시기’를 대표하는 곡 가운데 하나이다. 이 곡은 모차르트의 가장 밝고 쾌활한 음악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을 듯한데, 여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바로 그가 친애하는 누이를 위해서 쓴 작품이기 때문이다. 모차르트는 이 곡을 ‘나네를’이라는 애칭으로 알려진 누나 마리아 안나의 25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서 작곡했다. 그보다 5살 많은 누나이자 뛰어난 재능을 타고난 음악가였던 나네를은 1776년 7월 30일에 25세 생일을 맞이했다. 여섯 악장으로 이루어진 이 디베르티멘토에는 두 개씩의 알레그로와 미뉴에트, 한 개씩의 안단티노와 행진곡 악장이 포함되어 있다.

모든 악장에 프랑스 풍의 갈랑 양식이 투영되어 경쾌하고 우미하며 사랑스러운 기운이 넘쳐흐르는 곡이다. 편성을 살펴보면, 현악 합주에 한 대의 오보에와 두 대의 호른이 가세하여 한결 소담스럽고 아기자기한 느낌을 자아낸다. 스타카토 리듬에 트릴이 가미된 음형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경쾌하면서도 활력 넘치는 느낌으로 다가오는 1악장은 기분 좋은 첫인상을 심어주고, 간결하고 예쁘장한 주제가 론도 형식으로 반복되며 사뭇 온화하고 다정한 느낌을 자아내는 3악장(안단티노)은 특히나 매력적이다. 또 주제와 3개의 변주라는 이례적인 형식을 취한 두 번째 미뉴에트 악장(4악장)에서 라모 시절을 연상시키는 다채로운 분위기도 일품이다.

Neville Marriner/ASMF - Mozart, Divertimento No.17 K.334

Neville Marriner, conductor

Academy of St Martin in the Fields

1987

디베르티멘토 17번 D장조 K.334(320b) ‘로비니히’

연주시간이 약 40여 분에 달하는 대작으로, 많은 이들이 모차르트의 가장 아름답고 세련된 디베르티멘토로 꼽는 명작이다. 아마도 1777년과 이듬해에 걸쳐 운명적인 만하임-파리 여행을 겪으면서 몰라보게 성숙해진 모차르트의 인간적⋅음악적 면모가 드러나 있기 때문이리라. 무엇보다 장조의 밝고 맑은 분위기와 흐름을 견지하는 가운데 슬며시 드리워진 단조부들에서 그런 면을 여실히 확인할 수 있다. 별명인 ‘로비니히’는 잘츠부르크의 명문가의 이름으로, 이 곡은 그 집안의 장남인 지그문트가 잘츠부르크 대학을 졸업한 일을 기념하여 작곡된 것으로 추정된다.

현악 합주에 호른 두 대가 가세하며, 각 두 개씩의 알레그로 악장, 느린 악장, 미뉴에트 악장 등 여섯 악장으로 구성된 이 곡에서는 첫 번째 미뉴에트가 특히 유명하다. 이 3악장은 교향곡 39번 E플랫장조의 3악장과 나란히 ‘모차르트의 미뉴에트’라고 불리며 종종 독립적으로 연주되기도 한다. 프랑스 풍의 우아한 악상이 흐르는 가운데 중간 중간 단조적인 악상이 떠올라 우수 어린 표정을 지어보이는 매력적인 음악이다.

아울러 다른 악장들도 하나같이 매력적이다. 1악장에서는 유려한 주제가 환상적으로 발전해가고, 주제와 6개의 변주로 이루어진 D단조의 안단테 악장(2악장)은 어딘지 염세적인 냄새를 풍긴다. 그리고 그러한 정서는 한결 완만하고 조용한 아다지오 악장(4악장)에서 정화와 심화의 과정을 동시에 거친다. 한편 두 번째 미뉴에트인 5악장에서는 장조부와 단조부의 대비가 절묘하고, 마지막 6악장은 경쾌하고 우아하나 흐름 속에 수많은 주제들이 가지런히 펼쳐져 있는 풍부하고 거대한 론도-피날레이다.

 

추천음반

모차르트의 디베르티멘토를 수록한 음반들은 다양하게 나와 있지만, 인기곡들을 요령껏 모아놓은 음반은 제한돼 있다. 먼저 여러 장의 음반에 주요 디베르티멘토들을 골고루 수록한 선집으로는 산도르 베그가 지휘한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음악원 카메라타의 박스물(Capriccio)과 빌리 보스코프스키가 지휘한 빈 모차르트 앙상블의 박스물(Decca)이 대표적이다.

이보다는 간단한 맛보기 정도만을 바란다면 빈 8중주단(Decca/Eloquence)이나 카라얀이 지휘한 베를린 필(DG)의 2장짜리 음반들, 그리고 톤 코프만이 지휘한 암스테르담 바로크의 음반(Warner/Apex) 등이 유용할 것이다. 혹시 모든 곡을 섭렵하고자 한다면 현재로선 브릴리언트 레이블(Brilliant Classics)의 모차르트 전집을 선택하는 수밖에 없다.

 

황장원(음악 칼럼니스트) 클래식 음악 감상실 ‘무지크바움’ 실장과 한국바그너협회 사무간사를 역임하였다. 무지크바움, 부천필 아카데미, 성남아트센터, 풍월당에서 클래식음악 교양강좌를 맡고 있다. <객석>, <스테레오뮤직>, <그라모폰>, <라무지카> 등에 칼럼을 기고했고 현재 서울시향 프로그램 노트를 담당하고 있다. 

 

  출처 : 네이버캐스트>오늘의 클래식>명곡 명연주 2012.02.29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66&contents_id=7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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