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 3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신임검사 임관식에서
신임검사들이 검사 선서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검찰, 수사지휘권 63년 만에 내려놓나
"검찰이 수사기관이라는 인식 바꿔야..기소·공소유지에 주력"
"수사와 분리된 기소 판단으로 과잉·불법수사 견제..국민 기본권에 기여"
권력형 비리 수사는 공수처가 담당..법 개정·개헌 추진·여론 등이 관건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개혁 공약이 이행되면 60년 넘게 유지된 수사지휘권이 사실상
폐기되는 등 검찰 권한이 대폭 축소되고 형사사법 체계가 크게 바뀌는 등 대대적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권력형 비리를 전담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검찰의 힘과 권한을 분산하는 조치도 이어질
전망이다.
검찰은 기소 여부를 결정하고 공소를 유지하는 등 제한적인 업무를 담당할 수 있으며 이런 가운데 스스로 역할을
재정립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다.
다만 제도 변경에 따라 수사 기능을 넘겨받은 기관들이 부여된 역할을 어떻게 수행하는가에 대한 사회적 평가에 따라 애초 구상했던 것과는 다소 다른 양상이 펼쳐질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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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사지휘권·영장독점 청구권 폐지 수순
수사권, 수사지휘권, 영장청구권, 기소권, 공소유지권, 형 집행권 등 형사소송과 관련한 독점적 권한을 행사해 온 검찰의 기능을 대폭 축소하는 것이 새 정부가 추진하는 검찰개혁의 큰 틀이다.
우선 검·경 수사권 조정이 추진될 전망이다.
이는 검찰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고 검찰이 독점한 일반적 수사권을 경찰에 이관한다는 구상이다.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때부터 검사의 사법경찰관 수사 지휘가 명문화돼 있었는데 이제 경찰이 독자적으로 수사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독점한 영장청구 권한을 경찰에게 부여하는 방안은 개헌이 필요한 탓에 문 대통령의 공약에 명시되지 않았으나 장기 과제로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
현행 헌법 12조 3항은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검찰개혁 구상을 담은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2011년)를 문 대통령과 함께 썼고 선거 때 캠프에도
몸담았던 김인회(53·사법연수원 25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의 영장청구 독점 규정이 5·16 쿠데타 이후 국가재건최고회의(의장 박정희)에서 만들어진 방안으로 선진국에서는 찾기 어려운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이 규정은 1962년 12월 개헌으로 도입됐다.
김 교수는 검찰개혁 공약이 "행정부나 입법부 단위에서 가능한 것을 명시했고 영장청구는 개헌에 관한 것이므로 국민
에게 직접 물어봐야 한다"면서도 "개헌 때 충분히 논의해서 (검찰의) 영장청구권 부분이 빠지도록 하는 것이 바람
직하다"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의견을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2017년 5월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설치된 검찰 깃발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 권력형 비리 수사는 공수처로
검찰이 존재 이유로 꼽았던 고위공직자 비리 등 이른바 '거악' 척결 기능의 상당 부분은 신설될 공수처의 몫으로
넘어가는 분위기다.
눈치 보기 수사 논란, 스폰서 검사 파문, 그랜저 검사, 진경준 검사장 뇌물수수 의혹 등 잇따른 문제를 둘러싼 비판이
고조하면서 대선 과정에서 권력형 비리 수사를 검찰이 아닌 독립된 기구가 해야 한다는 주장이 공감을 얻었다.
20대 국회에는 상설특검법과 유사한 공수처 설치 법안 3건이 이미 발의돼 있으며 향후 처리 과정이 주목된다.
공수처가 설치되면 주요 정치인, 판·검사, 주요 기관의 고위 공무원 등이 연루된 권력형 비리를 수사해 기소한다.
과거에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권력형 비리를 전담했고 중수부 폐지 후에는 검찰 특별수사본부 등이 비슷한 역할을 수행했으나 이제 제3의 기관이 이를 맡는 셈이다.
대기업 경영자나 재벌 총수 등이 민간 영역에서 저지른 비위와 관련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련 기관의 역할이
확대될 전망이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현관 유리창의 검찰 글자 뒤로 '검사선서'가 보이고 있다.
◇ 검찰 역할은 기소와 공소유지…관련 입법·개헌 등 주목
검찰의 역할은 기소와 공소유지가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내부에서는 경찰을 비롯한 다른 기관의 수사를 감시 또는 지휘하는 것이 준사법기관이며 이는 공익의 대표자인
검사의 역할이라는 반론이 제기된다.
하지만 이런 역할 역시 기본적으로는 기소권의 행사를 통해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 새 정부의 기조로 풀이된다.
검찰이 직접 수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소 여부를 더 엄정하고 공정하게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경찰의 과잉 수사나 불법수사 등을 견제함으로써 검찰이 국민의 기본권 신장에 더 기여할 수 있다는 논리다.
검찰은 다만 공소유지를 위한 보충적인 수사권을 허락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 일부 사안에 관해 검찰이 경찰 수사를 보완하는 방안은 유지될 수 있다.
김인회 교수는 "미국은 중대 범죄의 경우 기소 이전에도 검사와 경찰이 상호 원만한 협조를 통해서 사건을 쉽게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절차를 갖고 있다. 양 기관의 협조는 업무 분장을 통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수사기관이라는 인식 자체를 바꾸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상훈 연세대 로스쿨 교수는 "기본적인 수사는 경찰 또는 공수처가 하고 수사가 적법한지 인권 침해적인 요소는 없는지 따져 기소하거나 공소 유지하는 것이 검찰의 임무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수사 이후 단계에서 감시하고 살펴보는 역할이며 필요한 경우 기소 전에 검찰이 경찰을 지휘하는 것이 아니라 수평적 관계에서 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검찰개혁의 실현은 형사소송법 개정 및 공수처 설치법 등 입법 절차와 개헌 등을 통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이해 당사자인 검찰과 경찰의 논의, 국민 여론, 새 정부의 추진 의지 등이 개혁의 범위와 방향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또 변경된 제도 시행 초기 경찰의 독자 수사 능력이나 공수처의 성과 등이 어떠하냐에 따라 검찰개혁에 대한 평가가
엇갈릴 수도 있다.
검경 수사권 분리·공수처 신설..개헌·속도 두마리 토끼 잡아라
청와대 검찰 개혁 딜레마
청와대가 내년 지방선거 전 검찰 개혁을 예고한 가운데 독점적 검찰권을 보장한 헌법의 벽을 어떻게 넘을지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개혁안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과 검·경 수사권 조정의 경우 개헌 없이는 실행이 불가능하거나 실효성이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그러나 검찰 개혁과 개헌이 연계됐을 경우 자칫 개혁의지나 속도가 현저히 떨어질 가능성도 청와대로서는 염두에 둬야 하는 상황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의 핵심 중 하나인 영장청구권의 경우 우리 헌법은 청구권자를 검사로 일원화하고 있다. 따라서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 검찰의 지휘에서 벗어나려 하는 경찰은 개헌을 통해 경찰이 영장청구권까지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사권을 독점하더라도 현행처럼 검찰이 영장 청구 과정에 개입한다면 또 다른 수사 지휘가 되는 것은 물론 수사 기밀이 유출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문 대통령도 영장청구권과 관련해 개헌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2011년 펴낸 저서 ‘검찰을 생각한다’에서 “법원의 심사 기준이 신청권자에 따라 다를 이유가 없는 만큼
영장 신청에 차등을 두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면서 “헌법 개정의 문제가 있지만 여기까지 논의가 전진하지 않으면
수사권 조정은 이뤄질 수 없다”고 밝혔다.
문제는 개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형사소송법 개정 사안인 수사권·기소권 분리를 먼저 완료한 뒤 개헌을 통해 경찰이 영장청구권을 갖는 방안이 대안으로 떠오른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헌 전에는 검사의 영장불청구에 대한 이의신청제도를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새로운 검·경 갈등의 여지가 있는 만큼 헌법과 법률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수처의 경우 현행 헌법 체계 안에서 설치가 가능한지부터가 논란이다. 국회에 발의된 공수처 법안에 대한 법사위 검토보고서에는 “헌법상 설치 근거가 없는 수사처를 입법·행정·사법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기구로 설치할 경우 삼권분립의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반대 논리도 포함돼 있다.
개헌을 전제로 공수처를 법률상 독립기관이 아닌 헌법상 기관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공수처가 법률상 독립기관에 그칠 경우 정권에 따라 인력이나 예산이 조절되면서 무력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수처가 헌법상 독립기관이 돼야 외풍이 차단될 수 있고, 기관 사이에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권한쟁의심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독립기관 중 하나인 국가인권위원회는 2010년 이명박 정부가 구성원 20% 이상을 줄이는 직제개정안을
의결하자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으나 “헌법에 설치된 기관이 아니다”는 이유로 각하 결정이 내려졌다.
일각에선 특별검사에게 검사의 권한을 부여하는 특검법처럼 공수처 역시 법안 통과만으로도 수사·기소권을 부여받을 수 있어 개헌 사안이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영원한 숙제 '정치권력에서 독립'..이번에는?
인적쇄신·제도개편, 인사권 독립·법무부 문민화 등 논의 전망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검찰의 기본 속성은 죽은 권력과는 싸우고 산 권력에는 복종하는 '하이에나'식이다"
문재인 정부의 초대 민정수석비서관으로 임명된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작년 11월 한 시국 토론회에서
했던 말이다. 정치권력에 예속돼 편향적으로 수사·기소권을 행사하는 검찰의 한계를 지적한 것이다.
실제 검찰은 부정부패 수사 등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과거 수년간 정권 입맛에 따라 수사 방향을 정하는 것은 물론
이전 정권이나 반대 세력을 탄압하는 도구로 기능했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박근혜 정부 때에도 자원외교 비리 수사, 포스코 경영 비리 수사, KT&G 경영진의 금품수수 비리 수사등이 전임 이명박 정부를 겨냥한 '하명 수사'가 아니냐는 의심이 팽배했다.
'정윤회 문건' 등 정권과 연관된 사건에 소극적인 태도로 본질을 벗어난 수사를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맥락이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검찰개혁을 위한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문재인 대통령이 강도 높은 검찰개혁 의지를 내비친 만큼 인적 쇄신과 더불어 인사시스템 개혁, 법무부의 문민화 등
제도적 보완 논의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 검찰 정치적 중립 최우선 과제는 인사권 독립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의 탈(脫)정치화를 위한 최우선 과제로 '인사권 독립'을 꼽는다. 정권에 줄을대고 눈치를 보는 것도 결국은 대통령이 검찰 인사권을 쥐고 흔드는 일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일단 '검찰 인사권 불개입'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는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정부에서 검찰 출신이 민정수석에 개혁 성향의 소장파 학자를 임명한 것도 이런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조 수석은 11일 임명되자마자 "민정수석은 검찰의 수사를 지휘해선 안 된다"며 문 대통령의 개혁 구상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인사권자의 '선의'에만 기대서는 인사권 독립을 담보할 수 없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제도적 보완이 병행되지 않을 경우 언제든지 회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선 인사권 독립을 위한 제도적 장치로 '검찰 인사위원회'를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독립적 기구로
격상하는 방안이 우선 거론된다.
검찰청법 35조는 '검사의 임용·전보, 그 밖의 인사에 관한 중요 사항을 심의하기 위해 법무부에 검찰 인사위원회를 둔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실상은 대통령 의중을 받든 청와대 민정수석과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이 협의해 짜놓은 안을 추인하는 사실상의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명무실해진 인사위원회에 추천 및 검증 권한을 부여해 독립적인 인사 기구로 위상을 재정립하고 대통령이나 검찰
조직 내부의 입김을 최대한 배제하자는 게 그 취지다.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의 위상 강화도 핵심 과제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지금까지 검찰총장은 후보추천위에서 2∼3명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한 명을 낙점하는 방식이었는데 대통령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틀을 바꿔야 한다는 시각이 대두한다.
아울러 법무부 장관이 전권을 갖는 두 위원회 위원의 임명권을 국회 등에 맡겨 중립적으로 논의가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는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추천하는 인사, 검찰을 대표하는 평검사 등이 위원회를 구성해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의 간섭을 최소화해야 논의·결정의 독립성이 보장될 것"이라고 짚었다.
이밖에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처리할 때 국민이 직접 기소·불기소 논의에 참여하는 검찰시민위원회를 내실 있게
운영하는 것도 정치적 외압을 최소화하는 장치 가운데 하나로 거론된다.
◇ 법무부 문민화 과제…청와대→법무부→검찰 고리 끊기
법무부의 탈검찰화 역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한 해묵은 숙제다.
법무부는 검찰·법무행정을 총괄하는 한편 인사·예산권을 행사한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핵심 요직을 검사들이 독차지해 사실상 검찰에 의해 운영됐다.
법무부가 청와대와 검찰을 잇는 매개역할을 하며 스스로 검찰 독립의 걸림돌이 됐다는 지적도 있다.
법무부는 정부조직법상 외청인 검찰 소속 검사를 법무부로 인사 발령을 내면서 '파견'이 아닌 '전보' 형태를 밟아왔다. 일각에선 일종의 '편법 파견'이 아니냐고 지적해왔다.
앞서 참여정부 시절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을 비롯한 일부 직책을 외부에 공모해 비검찰 출신을 등용하는 등
문민화에 시동을 걸었으나 이명박 정부 들어 원래대로 돌아왔다.
장관 하마평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나 판사 출신 박범계 의원,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 등 비검찰 정치인이 물망에 오르는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이에 더해 부처 내 일반 직책의 문민화를 제도화하는 게 중요하다는 인식이 많다.
대통령령인 '법무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를 보면 자격을 정해둔 60여개 직책 가운데 검사가 맡을 수 있는 보직은
절반인 30여개에 달한다.
고위직 중 기획조정실장, 법무실장, 검찰국장, 범죄예방정책국장, 감찰관 등 요직은 모두 검사가 맡는다.
인권국장,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등은 일반직 고위 공무원도 임명이 가능하지만 관례상 검찰이 독식해왔다.
이렇다 보니 법무부는 검찰과 이해관계를 함께하는 부처로 인식돼 정책 기능과 검찰에 대한 관리·감독 기능이 약해지고 검찰은 청와대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향후 정부는 검사의 법무부 순환 보직을 금지하고 외부 공무원과 민간 전문가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탈검찰화를 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진다.
검사의 청와대 파견 금지 법제화 및 외부기관 파견 최소화 등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미국·중국·일본·러시아·유럽연합 등
주요국 특사들과 오찬 간담회를 하기 위해 청와대 본관
충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김수남 검찰총장이 15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이임사를 마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검찰 개혁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10일 취임사에서 검찰을 비롯한 권력기관을 전면적으로 개혁하고 정치로부터 완전히
독립시키겠다는 뜻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비(非)검찰 출신의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청와대 민정수석 발탁은 검찰 개혁의 신호탄이 됐다.
조 수석은 “선거가 시작되면 개혁에 아무도 관심이 없어질 것이기 때문에 내년 6월 지방선거 전에 다 해야 한다”며
검찰 개혁의 시한까지 제시했다.
조 수석이 임명된 당일, 김수남 검찰총장은 사의를 표명했다.
법무부 장관 시절 통합진보당 해산을 주도했던 검찰 출신 황교안 국무총리의 사표도 수리됐다.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11월부터 이미 공석인 상태다. 검찰은 ‘개혁 태풍’을 맨몸으로 맞을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정치검찰 막기 위한 공수처 신설
“한국 검찰은 아시다시피 기소권과 수사권을 독점하고 그 외에도 영장청구권을 독점하고 있다.
검찰이 막강한 권력을 제대로 엄정하게 사용했는지 국민적 의문이 있다.”
조 수석은 검찰 개혁의 기본 방향이 권력의 분산과 견제에 맞춰질 것임을 시사했다. 조 수석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서도 검찰이 막강한 권력을 사용했더라면 게이트 초반에 미연에 예방됐을 것”이라며 권력의 시녀로 전락한
‘정치검찰’의 행태를 강력히 비판했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은 이러한 생각에서 비롯됐다.
공수처는 고위 공직자에 대한 비리를 감시하기 위해 독립적인 수사와 기소 권한을 가지는 조직을 말한다.
검찰의 권력에 대한 해바라기 행태를 막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공수처 설치 법안에 따르면, 공수처는 수사권·기소권·공소유지권을 모두
가지며, 설립 취지에 맞게 독립기관으로 운영된다.
공수처장은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인사추천위원회의 추천을 거쳐야 하고 국회 인사청문회도 통과해야 한다.
조 수석은 공수처장을 여야 합의로 국회에서 임명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사 대상은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이다.
국회의원은 물론 검사·판사 등이 모두 포함된다.
국민의당은 공수처 태스크포스(TF)팀을 통해 대통령비서실·대통령경호실·국가안보실 3급 이상 공무원과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까지 수사할 것을 주장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권성동 위원장이 2월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등 검찰 개혁 방안에 대한
공청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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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과정에서 영장청구권 경찰에 부여”
문 대통령에게 공수처 신설은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부터 이어져온 숙원(宿願) 사업이다.
공수처는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6년 처음 논의됐고,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됐지만 검찰의 반발로 무산됐다. 바통을 이어받은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4년 말 정부 입법으로 공수처법을 발의했지만, 당시 한나라당
(현 자유한국당)이 위헌 소지가 있다며 검찰의 입장을 대변하고 나서면서 결국 백지화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을 맡았던 문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에서 “민정수석을 두 번 하면서 끝내 못한 일, 그래서
아쉬움으로 남는 게 몇 가지 있다”며 “그중 하나가 공수처 설치 불발이다”고 밝힌 바 있다.
공수처는 국회 소관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서 180명 이상의 의원이 동의해야 통과된다. 국회의 반발로 번번이 무산됐지만 이번에는 실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홍준표 후보를 제외한 4당 후보들이 모두 공수처에 대해서 찬성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수처가 검찰 개혁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의 한 여당 의원은 “검찰 개혁의 핵심은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것이다.
공수처 신설로 검찰에 집중돼 있는 기소권과 수사권이 분산될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며
“공수처가 ‘옥상옥(屋上屋)이 될 수 있다’는 검찰의 주장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공수처가 검찰 출신 위주로 구성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됐을 때 자기 친정인 검찰에 대해서 단호하게 수사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한 후 “결국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기소권, 영장청구권, 수사지휘권 등에 대한 명확한 재조정이 있어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는 검찰 개혁의 핵심으로 지목돼 온 사안이다.
권력의 견제와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는 검찰의권한을 줄이고 경찰의 권한을 좀 더 넓게 보장해 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문 대통령은 “일반적 수사권은 경찰에 넘기고 검찰은 기소권과 기소·공소 유지를 위한 보충적 수사권만 보유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경찰이 수사권을 가지게 될 경우 가장 핵심이 되는 사안은 영장청구권이다. 수사를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서는
구속영장, 압수수색영장 등을 청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행 헌법에는 영장청구권의 주체로 ‘검사’만 명시돼 있다.
즉, 의미 있는 수사권 조정을 위해서는 개헌이 필요한 것이다.
여당 핵심 관계자는 “검·경 수사권 조정은 결국 영장청구권을 경찰이 가질 수 있느냐는 문제로 귀결된다.
경찰이 영장청구권을 가지게 되면 검찰의 기소 독점권이나 수사지휘권 등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내각 조각이 끝나면 개헌 정국으로 빠르게 이동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개헌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수사권 조정이 이뤄지는 것이 좋다”며 “조 수석이 내년 6월 지방선거 전까지
검찰 개혁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인사권 독립을 검찰 개혁의 핵심과제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외부인이 참여하는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와 검찰인사위원회를 구성해 정치권력의 입김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조 수석은 “민정수석은 검찰의 수사를 지휘해서는 안 된다”며 “인사권은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에게 있고 민정수석은 검증만 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2003년 2월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첫 수석회의에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
“정치권력, 검찰 활용하려는 욕망 절제해야”
검찰 개혁은 역대 정권 출범 초기마다 거론돼 온 ‘단골손님’이다.
그러나 새 정부가 들어선 후에는 누구도 검찰 개혁의 칼을 과감하게 꺼내지 못했다.
권력을 잡게 되면 누구나 ‘잘 드는 칼’에 대한 욕망이 생기게 마련이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에서 “검찰 개혁은 제도의 문제라기보다 정치권력이 검찰을 정권의 목적에
활용하려는 욕망을 스스로 절제하고, 검찰 스스로 정권의 눈치 보기에서 벗어나려는 ‘문화의 문제’로 봤다”고 설명했다.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에 칼을 대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욕망을 절제하는 집권자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검찰에
대한 비판적 인식이 컸던 노무현 전 대통령도 결국 검찰 개혁에는 실패했다.
문 대통령이 여전히 난제로 남은 검찰 개혁을 완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naud Capuçon - Beethoven, Romance for Violin and Orchestra N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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