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건 2015년 1월19일 플라자호텔서 시작됐다
경향신문] ㆍ박근혜 정부 ‘세월호 특조위 무력화’ 모의 전말
“대통령 7시간 조사 악렬한 술수”라며 특조위 해체부터 논의 조윤선 지시로 문건 작성…
특조위 지원TF가 대응TF로 변질 조대환 부위원장에 “왜 추천했겠나”
질책하며 ‘역할’ 요구 김영석 당시 차관도 이석태 위원장 경계…파견 직원철수시켜
2015년 1월19일 서울 중구 소공동 플라자호텔(더 플라자). 조윤선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
부대표,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새누리당 추천 몫인 조대환 부위원장과 고영주·석동현·차기환·
황전원 위원, 해양수산부 공무원들이 호텔 회의실에 모였다.
이날 오간 이야기는 해수부 공무원이 작성한 ‘세월호 특조위 설립준비 추진경위 및 대응방안’ 문건에 고스란히 담겼다.
“위원회 설립준비 원점 재검토, 1·21 전원회의 시 문제제기.” 304명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고 책임소재를 가리려고 만든 세월호특별법 시행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때 이들은 ‘특조위 해체’부터 논의했다.
“위원회 설립 관련 조직 및 예산 등 적극 대응”이나 “당·정·청 간 협의 채널 적극 가동”이라는 문건 제목 아래 담긴 내용도 해체를 위한 것이었다.
그해 말 한 해수부 공무원은 ‘특별조사가 필요한 세월호 특조위’라는 제목의 문건을 썼다. “위원회는 이제껏 활동을 ‘못’한 것이 아니라 ‘안’ 한 것이다. 국민의 혈세를 축내는 위원회의 행태는 반드시 시정되어야 한다. 위원회가 ‘대통령의 7시간’을 조사하기 위해 악렬한 술수를 사용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문건은 특조위를 매도하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표현들을 포함했다.
새누리당 추천위원들의 성명과 새누리당의 논평을 위한 자료를 만들라는 윗선 지시를 받아 작성했다.
이 문건은 새누리당 홈페이지에 논평으로 실제 올라갔다. 정부가 여당 논평을 대신 써준 것이다.
서울동부지검은 특조위 활동을 방해한 혐의로 이병기 전 대통령비서실장, 조윤선 전 정무수석과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해수부 김영석 전 장관과 윤학배 전 차관을 지난해 2~3월 기소했다.
서울동부지법은 1년 넘게 이 사건을 심리 중이다. 34번의 재판이 열렸다.
12명의 증인이 법정 증언했다. 재판 과정은 보도되지 않았고, 사건은 한동안 잊혔다.
세월호 참사 5주기를 앞두고 경향신문은 이 사건을 다시 짚어보기로 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세월호 태스크포스(TF)가 법정을 직접 찾아 기록한 자료를 확보했다.
재판에선 국가적 재난이 발생했는데도 정치적 득실을 따져 진실 가리기에 급급했던 청와대와 여당의 고위 관계자,
정부 고위 공무원들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
세월호 특조위 방해 사건’은 어느 면에선 국정농단, 사법농단과도 닮았다.
2015년 1월15일 당시 조대환 특조위 부위원장과 연영진 해수부 해양정책실장이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 사무실을 찾아갔다. 연 실장 등은 특조위 인력과 예산을 짜야 하는데 기획재정부와 협의가 잘되지 않아 여당 협조를 구하려 했다고
증언했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김 부대표가 “특조위가 야당 판”이라고 했다.
다음날엔 국회 원내현안대책회의에서 “세월호 특조위의 규모가 지나치다. 세금도둑”이라고 발언했다.
■ 1월19일에 대체 무슨 일이
나흘 뒤인 1월19일 플라자호텔에서 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김남규 당시 특조위 설립준비 팀장(해수부 파견)은 법정에서 “조윤선 수석이 회의를 주도했다”고
증언했다.
조 수석이 특조위의 방만한 예산과 조직을 비판하면서 “처음부터 너무 (규모가) 큰 것 아니냐, 60여명으로 충분하다,
비용을 최소화하라”고 말했다고 했다.
조 수석이 그 자리에서 특조위 사무처장을 겸한 조 부위원장에게 “왜 사무처장을 여당 추천위원으로 했겠습니까,
주도적으로 해주세요”라고 질책성 발언을 했다는 내용도 검찰 신문 과정에서 나왔다. 강용석 당시 청와대 해양수산
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의 업무수첩 1월19일자에 ‘인원과 예산은 제로베이스에서’ 등 내용이 기재된 것도 재판에서
확인됐다.
문제의 ‘특조위 활동 관련 정부 대응전략’ 문건은 조 전 수석의 1월19일 지시에 따라 작성됐다는 게 해수부 공무원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유관기관 협력체계 구축(BH, 국회, 정부, 설립준비단 등 관련기관 간 상시협력 네트워크 구축)” “위원회 외곽에 별도
TF를 구성해 여당 추천위원들이 재조사 요구 논리를 반박할 수 있는 대응 논리를 체계적으로 제시” “언론대응 전략
(BH 주도의 언론대응 TF)” 등이 담겼다.
김 전 서기관은 ‘조직 슬림화’라는 단어가 문건에 들어간 데 대해 “1월19일 회의 때 조 수석이 처음 쓴 표현이다.
이후로 계속 그 표현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당초 125명이었던 특조위 인원은 이때 60명으로 바뀌었다.
재판에서 조 전 수석 측 변호인은 “3년 전 일을 어떻게 자세히 기억하느냐”고 따져물었다. 김 전 서기관은 이렇게
답했다.
“약간 충격적인 거였거든요.
청와대 수석이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게 제 공직생활 경험과 다르기 때문에 기억이 났습니다.
” 연 전 실장도 말했다. “1월19일부터 세월호 문제가 매우 중요한 이슈로 돌아간 것은 사실입니다.
(특조위) 지원TF가 그때부터 ‘대응TF’로 바뀌었습니다.”
1월19일 회의 결과를 보고받은 김영석 당시 차관은 바로 조대환 부위원장에게 전화했다고 한다. 김 차관이 “이석태
특조위 위원장 대신 조 부위원장 위주로 가야 합니다”라고 말했고, 조 부위원장이 맞장구를 쳤다고 한다.
당시 청와대와 정부는 민변 회장 등을 역임한 이석태 위원장(유가족 추천)에 대한 경계심이 컸다.
두 사람은 특조위 파견 해수부 공무원의 철수와 설립준비 지연에도 합의했다.
파견 공무원들은 1월23일 특조위에 출근하지 않았다.
세월호특별법은 특조위의 독립성을 보장하도록 규정했지만 당시 플라자호텔 회의는 이를 깡그리 무시했다.
청와대가 기조를 만들고 해수부는 손발처럼 움직였다. 새누리당과 새누리당 추천위원들도 마찬가지였다.
1월26일 당시 해수부 공무원들은 새누리당 추천위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해수부는 간담회 결과를 정리한 문건을 청와대에 보냈고, 청와대는 ‘위원들 제시 의견 수용’ ‘수용 곤란’ 표시를 해
돌려보냈다. 새누리당 추천위원들의 행동은 청와대가 ‘OK 사인’을 해야 굴러갔다.
한 해수부 직원은 “시행령안을 만들 때 ‘조사’ 하나도 정무수석실 컨펌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2월12일 특조위가 직제·예산안에 대해 해수부안이 아니라 위원장안을 채택하자 새누리당 추천위원들은 일제히 퇴장
했다. 검찰 수사 결과 위원들은 ‘퇴장 순서’까지 미리 정해놨던 것으로 확인됐다.
2015년 3월23일 당시 이석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 등이 정부의 예산
책정 미루기 문제와 특위 주간업무보고의 청와대, 해양수산부, 방배경찰서,
새누리당 유출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특조위의 문제 제기는 2015년 1월19일
당시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 등이 모인
‘소공동 플라자호텔’ 회동 두 달 뒤에 이뤄졌다.
■ “특조위 동향문건 국정원·경찰에도 전달”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행적에 대한 특조위의 조사는 정권 입장에서 반드시 막아야 했다.
2015년 10월30일 대통령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당시 이병기 실장은 행적 조사가 안건으로 채택되지
못하도록 해수부가 적극 대응하라고 질책했다.
당시 최상목 청와대 금융경제비서관 등이 이 내용을 윤학배 해수부 차관에게 전달했다.
11월13일 수석비서관회의 문건에는 ‘사고 당일 VIP 행적 (안건) 상정은 해수부가 책임지고 차단할 것(경제수석)’이라는 문구가 나온다.
이 시기 해수부 직원 전모씨가 작성한 ‘특조위 대응방안’ 문건에는 박 전 대통령의 행적 조사에 대한 특조위 의결을
대비하는 내용이 담겼다.
새누리당 추천위원들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필요할 경우 전원 사퇴 의사를 표명하는 방안 등이 쓰여 있다.
이철조 전 해수부 인양추진단장은 이 문건에 대해 법정에서 “윤학배 차관이 A4용지에 메모를 적어 ‘이렇게 한번
만들어보라’고 해 아래에 전달하고 만들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문건에는 “미수습자 발견 가능성이 낮고, 진상규명과 연관성이 큰 구역(조타실, 엔진룸 등)은 특조위 조사 인원·기간을 최대한 허용하는 방안 검토”라는 대목이 나온다.
윤두한 전 인양추진단 기획총괄과장은 검찰 조사에서 “청와대로서는 특조위에서 미수습자를 발견하면 시끄러워질 것 같으니 조타실과 엔진룸에 대한 조사를 허용하면서 청와대가 좋아할 만한 워딩인 ‘미수습자 발견 가능성이 적고’라는
표현이 들어간 것”이라고 진술했다.
특조위 동향 정리 문건은 국가정보원과 국회, 경찰에도 상시적으로 전달됐다. 언론도 활용했다. 해수부 공무원은
조선일보 기자에게 e메일로 ‘특조위 운영 및 인사 규칙안의 문제점’이라는 문건을 보냈다.
새누리당 추천위원들은 정부 견제와 독립성 견지 원칙을 지키지 못한 채 청와대 방침을 먼저 요구한 정황도 나타났다.
청와대·해수부·특조위 파견 공무원이 두루 참여한 채팅방에는 “여당 추천위원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여당 측으로
부터 방침을 달라고 합니다.
결정되면 알려주십시오”라는 메시지가 올라왔다. 검사는 재판에서 “여당 추천위원들로 하여금 정부·여당의 입장을 반영하도록 지시를 받거나 간섭을 받는 것으로 세월호특별법에 정면으로 위반되는 것 아닌가요?”라고 물었다.
해당 채팅을 올렸던 임현택 전 특조위 과장(해수부 파견 공무원)은 “지금 생각해보니 그렇다”고 했다.
법정에 선 그 누구도 특조위 활동을 방해했다고 한 사람은 없다.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일부 국정농단 사건에서 무죄가 나오기도 한 ‘직권남용죄’다. 방해를 주도한 이들에게 과연
법적 책임을 지울 수 있을까.
아직 재판은 끝나지 않았다.
이혜리·김원진·유설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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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상처…'세월호 재판'은 아직 현재진행형
법정(法廷)은 갈등과 분쟁에 대한 판단을 마무리 짓는 장소다. 서로의 상처가 복잡하게 얽힌 사건일수록 법정 안에서의 다툼도 치열해진다.
4·16 세월호 참사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들이 쉽게 결론에 이르지 못하는 이유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5년이 지났지만 법원에는 여전히 많은 '세월호 사건'들이 남아있다.
세월호가 남긴 상처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조작 의논 없었다"…'세월호 보고 조작' 김기춘 등 1심 공판
세월호 사고 보고시각 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사진=뉴스1 |
세월호 참사 당시 국민을 분노케 했던 정부의 대응 방식은 소송전으로 번졌다.
대표적인 게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의 '세월호 보고 조작' 사건이다.
김 전 비서실장 등은 세월호 사고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 보고 및 지시 시각을 조작해 국회 답변서 등 공문서를 허위
작성한 혐의로 기소됐다.
현재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부장판사 권희) 심리로 1심이 진행 중이다. 13회에 걸친 공판을 이어가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실제로 보고하지 않은 시각에 대해서도 보고가 이뤄진 것처럼 허위로 문서를 작성했다고 본다.
반면 김 전 비서실장은 꾸준히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김 전 비서실장 측은 지난달 열린 10차 공판에서 “세월호 탑승자가 마지막으로 SNS 메시지를 발송한 오전 10시 17분
이 ‘골든타임’이라는 것은 언론 보도로 나온 것일 뿐 당시 청와대는 이를 인식하지 못했다”며 “때문에 보고시각을 가장하자고 의논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 전 실장은 앞서 '화이트리스트'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구속기간이 만료돼 석방된 상태였던 김 전 실장은 1심 실형 선고에 따라 다시 구속됐다.
◇'세월호 보도개입' 2심, 이정현 "위헌법률심판제청 검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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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홍보수석 시절 KBS의 세월호 보도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정현 무소속 의원. /사진=뉴스1 |
KBS의 세월호 보도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이정현 의원 측은 항소심 공판 진행 중 "위헌법률심판제청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 의원 혐의에 적용된 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이 의원 측 변호인은 "다음 기일인 5월10일에 법정에서 위헌법률심판제청에 대한 구체적 의견을 밝힐 예정"이라며
"현재는 계속 사건 검토를 이어가면서 위헌법률심판 제청에 대한 의견을 정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2014년 4월21일 KBS가 세월호참사와 관련해 정부와 해경의 대처를 비판하는 보도를 이어가자 김시곤 당시 KBS보도국장에게 전화해 항의하면서 편집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방송법 제4조와 제105조는 방송 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침해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1심 재판부는 이 의원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금고 이상의 형인 1심 형이 확정될 경우 이 의원은
의원직을 잃는다.
◇ 대법 "유대균, 세월호 배상책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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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유병언씨 장남 유대균씨./사진=뉴스1 |
세월호 선사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 유병언 일가에 관한 재판은 대부분 마무리됐다. 고 유병언 회장의 장남 유대균씨는 정부가 제기한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지난 2월 최종 승소했다.
정부는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수습 비용과 세월호피해지원법에 따라 피해자들에게 지급한 손해배상금 등
총 1878억1300여만원을 부담하라며 유씨를 상대로 2015년 9월 이 소송을 냈다.
정부는 “유씨는 청해진해운의 실질적 대주주로서 침몰사고로 인한 피해자들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미리 손해를 배상하고 각종 비용을 지출한 정부에 그 금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과 2심, 대법원 모두 유씨가 청해진해운의 경영에 관여했다거나 세월호 침몰사고와 관련된 업무 지시를
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비용을 부담할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 "더 큰 분열 아닌 갈등 해결할 수 있는 판결 나와야"
이 외에도 세월호 유가족 측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정부가 세월호 선장 이준석 등에 제기한 구상금
소송 등 많은 사건들이 재판부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이에 대해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 문건 공개 요구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송기호 변호사는 "세월호 사고 관련 재판들은 단순히 재산적 회복 등을 위해 진행하는 것이 아닌 본질적 진상규명을 위해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원의 판단이 어느쪽이든 갈등 아닌 화해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재판 과정에서 충분히 납득할 수 있을 만한 실체적 진실에 대한 공유가 있어야 할 것"이라며 "담당 재판부 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도 명명백백한 조사로 객관적
사실들을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5주기…'진실규명 방해' 이병기·조윤선 재판 계속
특조위 설립·활동 방해 사건 30여회 공판…5주기 당일 두사람 신문 예정
'방해 지시' 부인으로 일관…방청석 썰렁해져도 유족들 매번 참관
(서울=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구치소에서 날짜를 세어 보니, 다음 기일이 세월호 5주기더라고요.
내가 피고인이건 아니건 이 자리를 빌려 세월호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지난 9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업무방해 사건' 공판에서 이병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진술에 앞서 이같이 말하자 방청석에 앉아 있던 한 유족이 눈물을 훔쳤다.
동부지법에서는 세월호 특조위 설립과 활동 등을 방해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로 기소된 김영석 전 해수부
장관·윤학배 전 해수부 차관·이병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안종범 전 경제수석·조윤선 전 정무수석이 재판을 받고 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이어진 세월호 특조위 사건 공판은 오는 16일 35회째를 맞는다.
그럼에도 유족들은 매주 번갈아 가면서 재판을 빼놓지 않고 꼬박꼬박 지켜보고 있다.
이 전 실장의 진술 도중 자리를 뜬 또 다른 희생자 어머니는 "몸 상태가 좋지 않은데 진술을 더 듣기가 힘들어서
나왔다"며 "매주 빼놓지 않고 재판을 보러 오는데 언제 결론이 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유족들과 함께 법정을 찾은 민주사회를위한 변호사모임 정진아 변호사는 "피고인이 5명이나 되는 데다 관련 실무자들에 대한 증인신문이 여러 건 이어지면서 시간이 많이 흘렀다"고 설명했다.
정 변호사는 "윤학배 전 차관과 이병기 전 실장 등 피고인에 대한 증인신문이 시작됐으니 재판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고 봐도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간 재판에서는 당시 특조위에 파견돼 일하던 공무원들과 청와대 및 해수부 행정관, 실무관 등에 대한 증인신문이
계속됐다. 이어 윤 전 차관을 시작으로 각 피고인이 연이어 증인석에 앉고 있다.
피고인들은 특조위 내부 상황과 활동 동향파악, 특조위 활동을 방해할 방안 마련과 실행을 지시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특조위 활동에 관한 보고를 받았을 뿐이지 활동 방해를 지시한 적은 없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특조위 동향파악과 방해활동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 피고인들은 물론, 피고인들로부터 관련 지시를 받은 것으로 보이는 실무자들까지 당시 상황을 두고 대체로 '기억이 안 난다'고 진술하는 가운데 해수부-청와대로 이어지는 보고체계가
얼마나 입증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피고인들 가운데 윤 전 차관은 지난 9일 공판 당시 5시간여에 걸친 증인신문에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일관
했고, 이 전 실장은 아예 진술에 앞서 "벌써 4년 전 일이라 기억이 정확하지 않아 문서 위주로 증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서로 남은 증거물들이 활용되고 있지만, 기록들이 생성된 맥락을 확인하려면 관련자 증언이 어느 정도는 뒷받침돼야 해 남은 재판에서 검찰이 관련자들로부터 어느 정도의 진술을 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음 공판은 세월호 5주기 당일인 16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당일에는 이 전 실장과 안 전 수석, 조 전 수석에 대한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전남 진도군 팽목항
(사진=광주CBS 박요진 기자)
세월호 5주기…3대 과제 풀어야
②해군 세월호 DVR 바꿔치기 의혹-검찰 전면 재수사 필요
③추모공간 신설 갈등-유가족 “팽목항에”…전남도는 “글쎄”
◇세월호 거치 후보 장소 여전히 불투명=현재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선체 전체를 보존하기 위한 장소로 단원고 소재지인 안산 대부도와 세월호의 출항지인 인천, 도착 예정지였던 제주도, 사고 해역인 진도, 현재
지난해 8월 활동을 종료한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는 활동 마무리에 앞서 지난해 5월 1000여명의 국민을 대상으로 세월호 보존·처리 방안 설문조사를 벌인 바 있다. 설문 결과 선체 보존에 대해서는 전체 보존(46%), 일부 보존(22%), 폐기(15%), 상징물 활용(12%) 등 순이었다. 거치 장소로는 진도(37%), 안산(26%), 목포(21%), 인천(6%), 제주도(2%) 순으로 나타났다.
세월호 참사 5 |
특조위 관계자는 “세월호 거치 장소가 5곳으로 압축된 것은 맞다”면서도 “특조위 조사기간이 끝날 때까지 거치장소를 유예하기로 했으며, 당분간 세월호 진상규명 조사에 초점을 맞출 생각”이라고 말했다.
◇각종 의혹 풀리지 않은 진상규명=지난달 28일 특조위는 중간발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해군이 세월호에서 수거했다고 주장한 CC-TV 영상저장장치(DVR)가 원본이 아니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해군이 세월호 침몰원인 등이 담겨 있어 가장 중요한 증거로 지목된 DVR을 수거하면서 고의적으로 원본 본체를 바꾸고, 영상까지 조작·편집한 것으로 의심되는 단서가 발견됐다는 것이다.
가족협의회도 DVR 은폐 등 재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특조위 발표 다음날인 지난달 29일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 가족협의회(가족협의회)
◇추모공간 신설 놓고 대립=세월호 유가족 등은 진도 팽목항에 4·16기억공간을 조성해 추모의 장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팽목국민대책위원회 등은 지난달 10일 광주시 동구 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서 ‘팽목 4·16 기억공간 조성을 위한 집담회’를 열기도 했다. 진도군은 국민해양안전관을 2020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오는 6월 착공할 예정이다.
국립해양안전관은 세월호 참사의 현장인 팽목항에서 500여m 떨어진 임회면 남동리 일원 10만㎡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건립된다.
전남도 관계자는 “팽목 4·16 기록관 신설은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없으며, 해수부 등과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기억하자” “이제 잊자” 세월호 5년, 연대의식 사라진 분열 한국
참사로 드러난 한국사회 민낯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 사회에서 ‘연대’의 가치가 희석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주말인 1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도 비슷한 풍경이 펼쳐졌다. 세월호 5주기 추모식 행사장 옆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북소리를 내며 세월호 참사 추모식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쳤다. 참가자 중 일부는 ‘빨갱이’ ‘
사회학자들은 세월호 참사 뒤 반복되는 이 같은 모습이 한국 사회의 부족한 연대 의식을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각종 지표도 연대 수준이 내리막인 걸 보여준다. 미국 갤럽의 2016년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기부나 자원봉사 관련 점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6개 회원국 평균보다 낮았다.
전문가들은 정치권과 정부가 문제를 심화시킨 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세월호 문제를 정쟁화한 탓에 사람들이 이 문제를 대규모 재난보다는 정치적 목적이 결부된 사안으로 인식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세월호 참사를 변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충고도 이어졌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13일 오후 대구백화점 앞 야외무대에서 열린 ‘Remember 20140416 기억 책임
미래 세월호참사 5주기 대구시민대회’에서 대구4·16연대 회원 등 시민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
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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