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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시사

나무는 물을, 사람은 김치를 먹고 산다"…北 '김장전투' 돌입

"나무는 물을, 사람은 김치를 먹고 산다"…北 '김장전투' 돌입







     


(뉴시스)
(뉴시스)




"나무는 물을, 사람은 김치를 먹고 산다"…北 '김장전투' 돌입




[아시아경제 김동표 기자] 김장철을 맞이하면서 북한 매체들도 김장문화의 역사성과 김치의 우수성을 강조하는 한편 맛있는 김치만들기 등을 10일 소개하고 나섰다.


이날 북한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민족의 향취 넘쳐나는 김장철풍경'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우리나라에는

나무는 물을 먹으며 살고 사람은 김치를 먹으며 산다는 말이 있다"면서 "그만큼 김치는 우리 인민의 식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부식물로 되여있다"고 전했다. 


노동신문도 '전통적인 민족음식-김치만들기'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상쾌하면서도 독특한 향기와 시원하고 쩡하면서도 감칠맛을 조화롭게 내는 김치를 담그는것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고 오늘도 민족적 향취를 더해주는 우리 인민의 전통적인 풍습"이라며 김치 만드는 방법들을 자세히 소개했다. 


북한의 겨울은 한국보다 빨리 시작되고 늦게 끝나며 매우 춥다. 겨울철에 먹을 수 있는 채소가 적다.

길게는 6개월간 먹을 반찬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김장은 북한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만큼 김장의 양도 많아, 마을 주민들은 서로 품앗이를 하며 김장을 한다.

 고된 작업이라 김장철을 '김장전투'라고도 한다. 


우리민족끼리는 "우리 선조들은 나라의 기후특성을 고려하여 남새(채소)를 가을에 많이 저장하여 겨울철은 물론 늦은봄까지 오래 두고 먹을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을 창안하였는데 그것이 바로 김치를 담그는 것이었다"면서 "품을 들여 담근 김치는 그해 11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겨울철반량식으로 쓰인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가장 북쪽인 양강도와 함경북도 지방은 10월 중순부터 김장을 시작하고, 11월에 접어들면 자강도나 평안도, 함경남도가 김장을 한다.

황해도와 개성 같은 비교적 남쪽에 있는 지역은 11월 중순부터 늦게는 11월 말까지 김장을 하는 편이다.





 

        

김정환 기자 hwani89@segye.com





남한의 김치맛이 지역·재료에 따라 다르듯, 북한의 김치도 맛과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우리민족끼리는 "지방과 가정에 따라 김치의 재료와 담그는 방법, 맛에서 일정한 차이가 있다"면서 "김치의 재료만 놓고보더라도 강령군과 같은 남쪽지방에서는 대체로 젓갈을 많이 쓰지만 강원도를 비롯한 동해안지대에서는 동해에서 나는 명태, 도루메기(도루묵), 가자미, 고등어, 대구 등을 가지고 김장을 담그고 있다"고 했다.






김장철을 앞두고 전국 추젓(새우젓)의 70%가량이 생산되는 강화도 외포리 젓갈시장을 찾는 발길이 북적이고 있다. 최정권 사장은 “좋은 젓갈은 우선 껍질이 얇고 밝은 분홍빛을 띠며, 냄새가 심하지 않은 것, 특히 구린내가 나지  않는 것을 골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장철을 앞두고 전국 추젓(새우젓)의 70%가량이 생산되는 강화도 외포리 젓갈시장을

찾는 발길이 북적이고 있다. 최정권 사장은 “좋은 젓갈은 우선 껍질이 얇고 밝은 분홍빛을

띠며, 냄새가 심하지 않은 것, 특히 구린내가 나지 않는 것을 골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 스포츠경향 & 경향닷컴,





이어 "김치에 국물을 해넣는데서도 북부지방에서는 소금물로 김치국물을 하지만 날씨가 비교적 따뜻한 지방에서는 젓국을 만들어넣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남쪽지방에서는 마늘, 생강, 고추가루 등 양념을 많이 넣어 젓국의 비린내를 가시고 김치가 빨리 삭는것을 막는다"며 "특별히 찹쌀풀과 농마질원료를 버무려 배추잎갈피속에 넣어 진한 맛이 나게 하는 풍습도 있다"고 소개했다. 


한편 북한의 김장 문화는 2015년 12월 2일 열린 유네스코의 제10차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 간 위원회 회의에서 인류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한국의 김장 문화도 201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바 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푸드투데이

이하나 기자 001@foodtoday.or.kr




 우리 동네 김장하기 좋은 날은?







올해 김장은 예년보다 다소 늦게 담그는 것이 좋다는 전망이다.

케이웨더에 따르면 올해 11월 하순과 12월 상순 기온이 평년보다 다소 높아 김장 적기도 예년보다 2일∼4일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역별로는 서울은 예년보다 4일 늦은 12월 3일이 김장 적기다.

 대전 12월 5일, 대구 12월 8일, 광주 12월 13일, 부산은 1월 4일이다.

전국적으로 남부로 내려갈수록, 동해안 지역일수록 김장 시기는 늦어졌다.


김장 적정 시기는 일반적으로 일 평균기온이 4℃ 이하이며 최저기온이 0℃ 이하로 유지될 때를 적기로 보고 있다.

이보다 기온이 높으면 김치가 빨리 익게 되고 기온이 낮을 경우는 배추나 무가 얼게 돼 제맛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대인의 입맛 맞춘 김치 맛있게 담그는 법은?





1.  배추 김치를 직접 담그기 위해서는 먼저 배추와 무를 미리 준비해놔야 한다.

먼저는 재료들을 신선한 재료로 구비해놔야 되는데, 배추의 겉잎이 클수록, 겹쳐있는 부분이 밀착돼있을수록 좋은
 배추로 본다. 배추의 속을 갈랐을 때 속안의 중간 부분 잎사귀가 연한 노란색을 띄는 것이 속이 알찬 좋은 배추다.
무는 오래되면 하얗게 변하는데 연두빛이 많을 수록 아직 덜익어 더 신선하며 맛이 좋다.
김장을 할 땐 오래두고 익혀서 먹을 것이기 때문에 연두빛이 많은 신선한 무로 구비해놔야 한다.

2. 그 다음 배추를 반나절 정도 소금에 절여 놓은 후, 차가운 물로 헹군 다음에 탈수시킨다. 

배추를 절일 시 그냥 소금으로만 절여놓는 것이 아니라 약간의 소금물을 함께 절여 놓아야 배추의 수분이 유지 된다. 
배추를 절인 후, 뚜껑을 잘 덮어두고, 절이는 중간중간에 한번씩 배추를 뒤집어 줘야 한다.

3. 무채에 고춧가루를 넣고 버무르며 만들어 놓은 김장양념을 섞어준다

김장 양념에는 고춧가루와 쪽파, 멸치 액젓과 새우젓, 찹쌀 풀, 다진 마늘, 생강, 설탕이 들어간다. 
설탕 대신에 배나 사과 같은 과일로도 대체가 가능하다.

4. 소금, 설탕, 멸치젓과 새우젓이 등으로 간을 맞춰준다.

멸치젓과 새우젓이 가장 보편적으로 많이 들어가는데 취향에 맞게 갈치 젓갈, 멸치액젓, 조기젓, 뱅댕이젓 등으로 대체하거나 섞어서 만들어도 된다.









5. 절여 놓은 배추잎 사이로 양념소를 넣고 겉잎으로 싸서 한 포기씩 마무리한다.

배추 정리 및 보관 할 때 배추 속이 위에 오게끔 한 포기씩 공기와 접촉되지 않게 꼭꼭 눌러 담아야 한다. 


김장.김장문화 어제와 오늘...김장 때문에 임시방학?
김장독 속에 숨은 과학...다양해진 김치 이색김치 시대
과거에는 서울 이화여당, 평양 숭의학교 등 에서는 김장하기 위해 11월 중 일주일 간 임시방학을 허용하는 곳도 있었다.

요즘에는 김장 문화도 많이 변해 모여서 대량의 김치를 담그는 것이 아니고, 김치를 직접 담그는 일도 적어지고 있으며, 담궈도 소량씩 먹을 만큼만 담그는 추세다.
김치 때문에 학교를 빠지는 방학은 이제 먼 나라 얘기가 됐다.

시간에 쫓기는 맞벌이 가정도 많아지는 추세에 따라 진공포장된 김치제품을 온라인으로 주문해서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어 최근에는 김치를 직접 담가서 각 가정에 배달해주는 김치 전문업체들도 많이 생겨났다.
김치를 보관하는 방식도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

지금이야 집집마다 김치냉장고가 있어 장기간 보관해도 김치의 맛이 변하지 않지만 김치냉장고가 없던 시절 김장독은 온도와 습도를 조절해 지금의 김치냉장고 역할을 했다.

김치냉장고는 한 겨울 차가운 땅 속 환경과 유사하게 만든 것인데 김장독 속에도 과학이 숨어 있다.
겨울철 땅 속에 묻힌 김장독은 냉기 유출을 차단하고 외부 공기 접촉을 최소화하면서 김치가 익기 적합한 4~5도 온도를 유지한다.

지금도 김치냉장고 업체들은 땅 속 온도를 구현, 김장독에서 갓 꺼낸 듯한 김치 맛 구현을 위해 끈임없이 기술 개발을 하고 있다.

김치 종류도 다양해 졌다. 김치 염분을 줄인 '저염도 김치', 꼭 배추를 이용한 김치가 아니더라도 견과류, 깻잎, 양배추 등 다양한 식재료로 만든 '별미김치', '이색김치'도 인기다.






한성식품 '이색김치'


한성식품 '이색김치'




한성식품은 일반 김치보다 김치 염분을 30% 이상 줄인 저염도 퓨전 특허김치를 출시, 매운 김치를 먹지 못하는 어린이나 외국인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미니롤보쌈김치(특허 제0359472호)는 한입 크기의 김치로 밤과 잣 등 견과류를 넣어 김치로 쌓아 아삭한 김치의 식감에 고소함을 더했고 미역김치(특허 제10-1175317호)는 미역과 갓 잎을 비롯한 다양한 채소를 넣어 말은 김치로 일반 배추김치, 깍두기와는 다른 특별한 맛을 경험할 수 있다.

또한 깻잎양배추말이김치(특허 제0338567호)는 흰색의 양배추와 붉은색 계열의 적채(양배추), 청록색의 깻잎이
 어우러져 보라빛이 감도는 특허김치다.





 





와글와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와글와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만삭인데 300포기 김장하는 시댁에 꼭 가야할까요



"만삭 임산부인데도 김장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하다니요."

출산을 한 달 앞둔 임산부 A씨는 어김 없이 찾아온 김장의 공포에 시달리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고민을 털어놨다.
A씨의 시집은 매년 300~350포기 정도의 김장을 한다. 김장을 하는 날이면 A씨는 얼굴도 모르는 수많은 친척들을

 마주했다.


아침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내내 쭈그리고 앉아 배추를 절이고 양념을 버무리다 보면 나중에는 허리와 다리가 제대로 펴지지 않아 고생하곤 했다.

문제는 만삭 상태인 자신에게 올해 역시 김장을 하러 오라고 제안한 시부모였다.


 물론 거동이 불편해 적극적으로 김장을 도울 수 없겠지만 와서 얼굴이나 보자는 뜻이었다.

그러나 A씨는 부엌과 거실에서 북적이며 김치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을 친척들 사이에서 마음 편히 쉴 수 없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남편이 딱 잘라 거부해주는 게 최선의 방법일 것이라 생각했다.

매번 두루뭉술하게 의사표현을 하는 남편에게 A씨는 이번에는 가지 않는다고 확실히 말해달라고 했다.

그러나 남편의 성격을 잘 아는 A씨는 이 마저 큰 기대를 할 수 없었다.


결국 며느리인 자신이 직접 몸 상태를 전하며 거부해야 하는 상황이 닥칠 것 같아 계속 스트레스만 쌓였다.

더욱이 아직까지 시집에 싫은 소리 한번 한 적이 없었기에 더더욱 부담스러웠다.
해당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무엇보다 몸이 우선이다", "안 가는 건 허락이 아니라 통보만 하면 된다",


"만삭에 김장이라니 개념이 없네", "만삭 때 뿐만 아니라 아이 어릴 때도 안 가는 거다", "남편한테 기대하긴 어려울 듯", "원래 임신 마지막 달에는 장거리도 가기 힘든 거 아닌가", "남편한테 시키지 말고 본인이 직접 이야기해라", "다른 친척들도 많은데 굳이 오라고 하네"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대상 종가집은 지난 10월 14~20일 블로그를 통해 총 3115명의 주부들을 대상으로 '올해 김장 계획'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54.9%가 김장 포기를 선언했다.
해당 설문을 통해 김장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는 주부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김장 경험이 있는 주부 75.1%가 '고된 노동과 김장 후유증이 우려된다'고 답했으며, 육체적 노동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58.7%로 정신적인 스트레스(13%)보다 월등히 높았다.
김장을 해 본 주부 4명 중 1명꼴인 24.8%는 김장 후유증을 병원을 방문한 적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장 뒤 후유증이 심한 신체부위는 '허리(44.4%)', '손목(23.3%)', '어깨(15.8%)', '무릎(15.5%)' 순이었다.

김장을 하는 작업과정 및 소요시간도 상당했다.
배추절임을 포함한 김장 시간은 응답자의 21%가 24시간 이상, 20%가 15~18시간을 꼽았다.
가장 힘든 과정으로는 '김장 속, 배추 버무리며 오래 앉아 있을 때(25.1%), '배추 절임, 무 썰기 등 재료 손질할 때
(23.7%) 등을 골랐다.

결국 A씨는 김장을 하러 가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는 "이제 현실을 깨달았다.
시집은 만삭 며느리라도 김장 때 와 있어야 집안 구색에 맞는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와닿았다"며 "출산 이후로도 김장하는 데는 가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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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은 어쩌다 또 하나의 '제사'가 됐나






"아내는 꼭 해야 하느냐고 불평, 어머니는 이게 다 정성이라고 합니다.

가운데 껴서 곤란해요." "우리 대(代)에서 끝내려고요. 자식들은 안 할 것 같고." "요즘 세상에 꼭 해야 하나요?

돈 낭비, 시간 낭비." "좋은 전통인데 누군가는 이어야죠."


명절 제사를 두고 반복되는 레퍼토리가 아니다. 김장철 맞아 벌이는 신경전이다.

 2020년 먹을 김치 준비가 한창인 요즘, 가족의 '김치 공동체'를 잇겠다는 정통파와 편리함을 택하겠다는 '김포족

(김장 포기족)'이 공존한다. 김장을 둘러싼 세대별 속마음을 들어봤다.


'아무튼, 주말'이 SM C&C 플랫폼 '틸리언 프로(Tillion Pro)'를 통해 조사한 '김장 설문'(성인 남녀 2538명 대상)도

 곁들였다.


김치는 가족이다

설문 응답자 34%가 '올해 김장을 직접 한다', 28%가 '시댁(본가)이나 친정(처가)에서 한다'고 답했다.

'안 한다'는 38%였다. 여전히 62%의 삶엔 찬바람 솔솔 부는 요맘때 주요 이슈가 김장이다.

서울에 사는 워킹맘 이주은(가명·45)씨는 2주 앞으로 다가온 시댁 김장 생각에 가슴이 답답해져 온다.


 결혼하고 17년째 지방에 있는 시댁으로 김장하러 내려간다. 이씨는 "명절 스트레스를 한 번 더 받는 느낌"이라며 "하루 내내 김치 담그다 내가 파김치가 된다"고 했다.

"어머니 면전에서 싫은 내색 할 수 없어 가져오는데 입맛에 안 맞아요.

주변에 나눠주고, 처치 곤란해 버리기도 하고….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느낌이에요."


한국 사회에서 김치는 곧 가족이다. 끈끈한 유대가 돌연 스트레스 유발자가 되기도 한다.

응답자 52%가 '김장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기혼 응답자(1531명) 27%는 '김장 문제로 시댁(본가)이나 친정(처가)과 갈등을 겪은 적이 있다'고 했다.


특히 20대 기혼자는 44%가 '그렇다'고 답해 아래 세대로 갈수록 김장을 둘러싸고 세대 차를 많이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푹푹 쉰 김치처럼 묵은 불만이 폭발하기도 한다. "어머니, 올해부턴 김장하지 마시죠." 이동수(가명·45)씨는 얼마

전 '김치 독립'을 선언했다.


해마다 본가에서 이씨 사형제 내외와 아이들까지 온 식구가 모여 김치 50포기를 담갔다.

 김장을 하지 말자고 한 표면적인 이유는 어머니의 체력이었지만 진짜 이유는 딴 데 있었다.

 "본가, 처가에서 김치를 싸주니 냉장고가 폭발 직전이에요.

맞벌이라 외식이 많다 보니 도저히 다 소화할 수가 없어요.


낭비다 싶었어요. 얘기해보니 다른 형제도 마찬가지더라고요."

어머니는 아들의 폭탄 선언에 수긍하면서도 섭섭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엄마의 빨간 탯줄

부산에 사는 주부 김정신(68)씨는 매년 서울 사는 딸과 아들네 집으로 김장 김치를 보낸다.

"내 품을 떠난 자식과의 끈 같아요. 한국 엄마들에겐 어미와 자식을 잇는 빨간 탯줄 같기도 하고요.

 내 몸의 영양을 탯줄로 줬듯 김치에 자식 사랑을 담아 보내는 거죠." 김씨는 "아이들한테 부담 주긴 싫어 이웃들하고

모여 한다"며 "체력이 점점 떨어져 해마다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한다"고 했다.


"엄마가 김치 담그는 모습을 생각하니 벌건 김칫국물이 엄마 피 같은 거예요. 마음이 아파서 이제 그만하시라고 말을

 툭 뱉었는데 엄마한텐 상처가 된 모양이에요." 지방에 있는 친정에서 매년 김치를 받는다는 김민정(43)씨가 말했다.

그는 "절반도 못 먹은 작년 김장 김치를 보면 맘이 착잡해진다"며 "현실적으론 사먹는 게 맞는데 엄마 정성을 뿌리칠 수도 없다"고 했다.


김치는 내리사랑이다.

이남길(가명·57)·박옥희(가명·52)씨 부부는 성인이 된 미혼 딸 셋에겐 김장할 때 손도 못 대게 한다.

 "김장 같은 집안일 시키고 싶지 않아요.

예쁘고 아까워서 못 시키는 거지.


자기들 살기도 바쁜데 뭘…." 남편 이씨는 "요즘 시어머니들은 세상 뜰 때까지 며느리 눈치 보면서 김장해줄 텐데 뭐

하러 김장을 배우냐"며 웃었다.

아내 박씨는 "자기 입맛대로 인터넷에서 레시피 찾아 김치 담글 수 있는 시대니 딸들에게 굳이 가르칠 필요가 있나

싶다"고 했다.


5060은 '김치 낀 세대'다. 김치 잘 안 먹는 자식을 기르지만, 김장의 무게를 내려놓지는 못한다.

 주부 권정원(56)씨는 올해를 '김장 분가(分家)' 원년으로 삼았다.

작년까지 친정에 모여 형제들이 함께 김장을 했지만 올해는 친정어머니가 편찮으셔서 직접 담그기로 했다.


"사먹어야 하나 고민했는데 장녀로서 집안의 맛을 이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어요.

장남이 제사 물려받듯 장녀가 엄마의 김장을 이어받았네요(웃음)." 여동생 둘과 조카가 권씨 집에 모인다.

두 아들도 같이 담글 예정이다.


 권씨는 "자식 세대에선 생활 방식이 달라져 김장하는 집이 거의 없지 않겠느냐"며"이런 책임감을 느끼는 게 우리

세대가 마지막 아닐까 싶다"고 했다.





김치는 안 먹어도 김장은 문화 체험




김치가 밥상에서 점점 뒤로 밀리는 건 현실이다. 절반 이상(57%)이 '김치를 매일 먹는다'고 했지만, 아예 안 먹는다는 사람(8%)도 있었다.

 20대 응답자 14%는 아예 안 먹는다고 했다. '김장이 필요하다'는 사람이 64%, '필요 없다'는 사람이 36%였다.

 '김치 없이 살 수 있다'는 답이 20대는 29%, 60대는 20%였다.


황유진(24)씨는 "매운 음식을 못 먹어 김치를 입에도 안 댄다"며 "외할머니는 한국인이 사스 안 걸린 것도 김치 덕분

이라면서 걱정하시지만 체질상 맞지가 않는다"고 했다.

김정식(55)씨는 "예전부터 김치를 즐기지 않아 '한국 사람이 김치를 안 먹으면 어떻게 하느냐'는 핀잔을 많이 들었다"며 "요즘엔 김치 안 먹는 사람이 많아 이상하게 안 봐서 좋다"고 했다.


김치 수요가 줄자 김치 냉장고에 대한 생각도 변했다.

 세대 간 인식 차가 크다. '김치 냉장고를 필수 가전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40대 69%, 50대 83%, 60대 이상 84%가 필수라고 답한 반면, 20대(55%)와 30대(51%)는 절반 정도만 필수품으로 생각했다.


김치 냉장고의 주춤해진 인기를 만회하기 위해 가전업체들에선 다른 식재료를 위한 맞춤 기능을 김치 냉장고에 넣고

있다. 삼성전자는 온도를 뿌리채소와 열대 과일에 적합한 10~15도로 유지해주는 '감자·바나나 모드', 위니아딤채는

빙결점(영하 1.7도)과 0도 사이에서 육류를 숙성할 수 있는 '빙온숙성모드'와 다진 야채를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는

 '이유식·샐러드 재료 보관 모드'를 김치 냉장고에 추가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김치 냉장고라는 명칭이 무색할 정도"라며 "'김치 냉장고=사계절 식재료 저장고'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고 했다.

줄어든 김치 소비량에 맞춘 미니 김치냉장고도 인기다. 위니아딤채는 "9~10월 100L급 미니 제품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571% 증가했다"며 "김치를 적게 먹는 가족이나 1인 가구에서 많이 찾는다"고 했다.


젊은 세대가 모두 김장을 거부하는 건 아니다.

김치를 즐기지는 않지만 문화 체험, 교육 차원에서 김장을 배우거나 가르치고 싶다는 부류도 있다. 워킹맘 이정은

(가명·31)씨는 친정표 김치, 시댁표 김치를 모두 거부했다.


"한 달에 서너 번밖에 김치를 안 먹어 양가에 김장 김치가 필요 없다고 말씀드렸어요

. 냉장고에 안 먹는 음식이 쌓여 있는 게 싫기도 하고요." 이씨는 "친정 엄마가 외할머니댁에서 김장을 해서 김장 담그는 걸 본 적이 없고, 시어머니도 며느리한테 말하기 어려워서인지 같이 하자는 말씀을 안 한다"며 "김치를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전통문화를 체험한다는 차원에서 김장을 해볼 생각은 있다"고 했다.

부 김수영(43)씨는 "친정 엄마가 김장을 해주는데 아이 교육용으로 김장하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 모종나누기(구억배추)     © 경기도농업기술원







▲ 모종나누기(반청무)     ©경기도농업기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