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왼쪽 세번째)이 지난 6일 국립 대전현충원에서 현충일 추념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
대한민국재향군인회가 11일 미군 평택 주한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를 찾아 주한미군 장병에게 위문품을 전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018년 주요 7개국(G7) 정상 회담에서 서로 외면하고 있다.
[DPA]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의 한 기념품 가게 앞에 23일(현지시간) 코로나19 마스크를 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사진 광고물이 서 있다.
2020.03.24 [사진=로이터 뉴스핌]
미군 감축 카드 빼든 트럼프, 주한미군 흔들 우려 커졌다
트럼프의 잘못된 지정학적 게임… 주독미군 감축은 러시아용 선물
“옛 소련 붕괴 후 미국이 초강대국으로서 패권을 유지하려면 유라시아대륙 동서 양쪽의 일본과 독일을 양대 축으로 해 확고한 동맹을 맺고 중국의 부상과 러시아의 부활을 저지해야 한다.”
세계적 지정학자인 즈비그뉴 브레진스키(1928~2017)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담당 보좌관이 저서 ‘거대한 체스판(Grand Chessboard)’에서 미국이 소련 붕괴로 냉전의 승리자가 됐지만 이에 만족하지 말고 미래를 내다보는 지정학적 세계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면서 주장한 내용이다. 브레진스키 전 보좌관은 특히 러시아와 중국 주변의 유라시아 국가들을 미국 쪽으로 견인하는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중의 ‘우군 만들기’ 경쟁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신냉전에 본격적으로 돌입한 미국과 중국이 각국을 상대로 ‘우군 만들기’에 들어간 가운데 브레진스키 전 보좌관이 제시한 지정학적 전략과 달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통적인 동맹국 독일에서 미군 병력 감축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 때문에 독일 등 유럽 각국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미국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독미군 9500명을 9월까지 감축할 것을 국방부에 지시했다”면서 “로버트 오브라이언 국가안전보장회의 보좌관이 각서(memorandum)를 통해 이런 명령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또한 미국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부가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독일 정부에 주독미군 감축에 대한 사전 협의나 공식 통보도 없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독일 정부는 6월 10일 미국 정부가 주독미군 감축을 검토 중이라는 내용을 전달받았다면서 “최종 결론은 아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리넬 전 주독 미국 대사는 독일 빌트지와의 6월11일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 재배치 계획의 일환으로 독일에 이어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 및 한국과 일본에서도 미군 철수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국방부에 따르면 9500명은 3월 말 기준으로 주독미군 전체 병력 3만4674명의 27%에 해당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국방부에 주독미군 병력 규모를 순환 배치 인력을 포함해 2만5000명을 넘지 않도록 할 것도 지시했다. 이 경우 주독미군 병력 규모는 2만8500여 명인 주한미군보다 축소된다.
미국 역대 정부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옛 소련을 견제하고자 옛 서독에 30만여 명에 달하는 대규모 병력을 주둔해왔다. 특히 소련이 붕괴되고 동·서독이 통일된 후에도 미군 7만여 명이 배치됐다.
그러다 미국 국방부의 해외 주둔 미군 병력 감축 계획에 따라 주독미군 병력 규모는 2004년부터 단계적으로 줄었고, 지난해까지 3만5000여 명 수준을 유지해왔다. 주독미군 병력은 현재 유럽에서 가장 많다. 전 세계적으로도 주일미군(5만5000명)에 이어 두 번째다.
방위비 증액 거부에 대한 불만
독일 주둔 미군 탱크와 대포들이 훈련을 위해 한 마을을 지나고 있다(왼쪽). 독일 주둔 미군 병사들이 낙하산으로 각종 무기를 투하하는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미국 육군]
주독미군 병력이 많은 것은 러시아의 군사력 팽창을 억제하고 유럽 안보를 보장하려는 미국의 전략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독일 남서부 바덴뷔르템베르크주 슈투트가르트에는 유럽 50여 개국을 담당하는 유럽사령부가 있고, 그 산하에 공군과 육군 지휘부가 상주하고 있다.
또 독일 중서부 헤센주 람슈타인 공군기지는 해외 미군 공군기지 가운데 가장 크며, 미국에서 유럽과 아프리카, 중동지역으로 병력과 물자를 수송하는 거점이다. 게다가 독일은 오랫동안 유럽 주둔 미군의 훈련 주요 거점으로 활용돼왔다. 독일에는 미군의 아프리카 사령부도 있다.
미국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이 독일 정부가 미국이 요구한 방위비 증액을 거부한 데 대한 불만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방위비를 충분히 지출하지 않고 있다며 국방예산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2%까지 인상하라고 압박해왔다.
특히 그는 유럽 최대 경제대국 독일이 국방예산을 늘리지 않은 채 미국 안보에 무임승차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독일 국방예산은 현재 GDP의 1.36%밖에 되지 않는다.
독일 정부는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요구를 수용하면서도 목표 시점을 2031년으로 잡았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독일 정부의 이런 입장이 사실상 자신의 요구를 거부한 것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나토 회원국들에게 자신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고자 주독미군 감축을 결정했다고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는 그동안 보호무역, 난민, 기후변화협약 등 국제 현안에서 사사건건 대립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 독일을 연결하는 ‘노르트 스트림(Nord Stream) 2’라는 해저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건설을 강력하게 반대해왔다.
이 공사가 올여름 완공될 경우 독일은 러시아산 가스를 대량으로 공급받기 때문에 미국은 자국 셰일가스를 수출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12월 노르트 스트림 2에 참여하는 기업들을 제재하는 내용을 담은 2020회계연도 국방수권법에 서명했다. 그는 또 최근 메르켈 총리와 전화통화에서 6월 말로 예정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을 직접 대면해 열자고 제안했는데, 메르켈 총리가 코로나19 사태를 이유로 불참하겠다고 하자 분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G7 정상회담을 9월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이 서방의 일원으로서 대(對)중국 압박에 동참하지 않는다는 점에 불만을 토로해왔다.
메르켈 총리는 6월 3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통화에서 “독일은 중국과 교류를 강화하길 원하고, 세계보건기구(WHO)가 계속해서 중요한 역할을 해나가도록 지지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메르켈 총리는 올여름 중국을 방문할 계획이다. 게다가 독일 정부는 차세대 전투기 사업에 미국 F-35A 스텔스 전투기를 포함시키기로 약속했다 제외시켰다.
영원한 평화를 위한 투자
해외 미군 공군기지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독일 람슈타인 공군기지.
[위키피디아]
독일 정부와 유럽연합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에 상당한 충격을 받은 듯하다. 주독미군 감축은 미국과 유럽의 관계에서 전략적으로 엄청난 변화이기 때문이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주독미군은 양국 모두에게 이익”이라며 “양국이 긴밀한 동맹관계를 맺고 있지만 관계가 복잡해졌다”고 밝혔다.
집권 여당인 독일기독교민주동맹(기민당)의 요한 와데풀 원내부대표는 “동맹 간 불협화음이 생기면 중국과 러시아만 이익을 얻는다”고 비판했다. 토마스 클라이네-브로코프 독일마셜펀드 부소장은 “미국의 병력 감축은 유럽 내 미군 주둔을 못마땅하게 여기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생각대로 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유럽연합과 나토 회원국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 나토를 약화시키고 러시아의 힘을 강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리처드 하스 미국 외교협회 회장은 “미군의 독일 주둔은 영원한 전쟁이 아니라 영원한 평화를 위한 투자”라며 “미군 감축은 러시아의 추가 침략을 유혹하고, 미국 신뢰성에 대한 동맹국의 의구심만 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앤드루 와이스 카네기국제평화기금 연구원은 “주독미군 감축은 러시아를 위한 큰 선물”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러시아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미소 짓고 있다. 러시아 싱크탱크인 러시아 국제문제위원회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러시아의 유럽 영향력 확대에 발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는 반중(反中) 연합전선 구축을 위해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를 미국 편으로 끌어들이려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가 G7 정상회담에 한국, 호주, 인도를 비롯해 러시아까지 초청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4월 20일 공동명의로 ‘엘베의 정신(Spirit of the Elbe)’을 통해 상호 협력하자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미군과 소련군은 1945년 4월 25일 독일 엘베강에서 조우하며 제2차 세계대전 종전의 역사적 상징이 됐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과 수교하고 화해한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도 러시아와 협력을 통해 중국을 압박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는 그동안 중국과 에너지, 군사 분야 등에서 밀월관계를 맺어왔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처럼 미국과 관계를 강화하지는 않으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정학적 전략에 따라 동맹국을 중시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경제적 관점에서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추진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에서 철군함으로써 동맹인 쿠르드족을 배신하고 독재자인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권력 유지에 도움을 줘 러시아 측에 지정학적 이득을 넘겼다.
인도·태평양 전략의 중요한 축
대형선박이 발트해에 천연가스 파이프를 투입하고 있다.
[nordstream2.com]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에 따라 자칫하면 불똥이 한국으로 튈 수도 있다. 미국 언론은 미국과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갈등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의 단계적 감축이나 철수 대상으로 한국을 지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물론 한국은 북한 핵 문제와 중국을 견제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중요한 축이라 독일과는 사정이 다르다는 반론도 있다.
2020회계연도 국방수권법에는 주한미군 규모를 현행 2만8500명보다 줄일 수 없다고 명기돼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감축을 밀어붙인다면 국방수권법이 이를 막을 수 있는 방어벽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주간동아 1243호 (p46~49)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 / 파리=김윤종 특파원
주한미군 감축 위한 3개의 관문…통과 가능성 미미
미국의회 "주한미군 주둔, 미국 국익에 부합"
트럼프 재선 위해 '미군 감축' 주장 지속할듯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주한미군 철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정도로 이를 막기 위한 여러 장치가 마련돼 있다. 냉정하게 따져봐서 주한미군 철수가 현실화되려면 3개의 큰 문을 넘어야 한다.
'중국 견제'가 핵심인 미국의 세계전략이 수정돼야 하고, 주한미군 규모를 2만8500명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한 미국의 국방수권법안이 개정돼야 하며, 한미 국방 수뇌부 회의에서 주한미군 철수가 공식 거론돼야 한다. 그러나 이 3가지 중 하나라도 일어날 가능성은 극히 미미하다.
먼저 오늘날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어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전략이 수정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봐야 한다. 주한미군은 미국에 있어 중국 견제를 위한 최첨병 역할을 한다. 주한미군 주둔이 미국의 세계전략에 일조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여러 보수 싱크탱크들이 낸 많은 보고서에 주한미군 주둔은 미국 이익에 부합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이유로 주한미군 철수를 위한 첫 번째 문을 통과하기도 어렵다. 만약 이 문을 통과했다고 해도 두 번째의 큰 문이 기다린다. 주한미군 규모를 2만8500명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한 미국의 국방수권법안이다.
이 법안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즉흥적 성향의 트럼프가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른다는 미 의회의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 과거의 국방수권법안은 주한미군을 2만2000명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했는데 트럼프 임기 내 2만8500명 이상 유지하도록 의회가 법을 바꿨다.
세 번째의 문은 한미 군 수뇌부가 회의를 열어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 카드를 공식화하는 것이다. 매년 한국과 미국은 국방 분야 수뇌부가 모두 참석한 가운데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열어 중심 기조를 확인한다. 지난해까지 양측은 주한미군 유지에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
이런 과정이 모두 실제로 일어나려면 수 년에 걸쳐 물 밑에서 거대한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야 한다. 그러나 현재 그러한 변화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그에 반하는 움직임이 더 강하다.
◆미국의회 "주한미군 주둔, 미국 국익에 부합"=미국 의회에서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오히려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을 맞아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결의안이 미국 상원에 제출됐다. 미 의회에서 6.25전쟁 70년 관련 결의안이 제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화당 코리 가드너, 민주당 에드 마키 상원 의원이 한국전 발발 70년을 맞아 한미동맹이 상호 이익이 되고 국제적 파트너십으로 변모한 것을 기념하는 결의안을 공동 발의한 것이다. 의회 내 대표적인 친한파인 가드너 의원은 상원 외교위에서 한반도 문제를 다루는 동아시아태평양소위 위원장을 맡고 있다. 마키 의원은 동아태소위 민주당 간사다.
결의안은 "한국전쟁은 더이상 '잊힌 전쟁'이 아니라 '잊힌 승리'"라며 "1950년 6월 25일은 피로 맺어진 철통같은 한미동맹 시작의 상징으로 간주된다"고 밝혔다. 또 한미동맹은 70년이 지나면서 안보 관계에서 포괄적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변모해 왔고, 한국은 제2차 대전 후 가장 위대한 성공 스토리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결의안은 한국의 파트너십은 미국의 동북아 외교 정책에서 핵심축(linchpin·린치핀)으로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미군을 한국에 전진 배치하는 것이 미국의 국가 이익에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의회 분위기에서 미국의 세계전략 수정이나 국방수권법 개정이 일어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즉, 현재 트럼프 측근 '주독미군 철수 가능성' 발언을 통한 노림수는 다른 곳에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올해 말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측에서는 재선을 위한 마지막 몸부림을 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후보 시절 해외주둔 미군 방위비 인상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실제 대통령 취임 후에는 독일, 사우디, 일본, 한국 등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나라를 향해 방위비 인상을 강하게 압박했다.
그러나 비현실적 인상 요구에 트럼프의 압박이 관철된 곳은 거의 없다시피하다. 트럼프는 매년 1조원 가량을 부담하던 한국에 당장 내년부터 6조원을 부담할 것을 요구했다. 한국 정부로서는 이런 도를 넘은 제안을 덜컥 받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천문학적인 금액 인상 요구를 수용하고 나면 정부에 부정적인 국민 여론이 치솟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번질 수도 있다.
◆트럼프 재선 위해 '해외주둔 미군 감축' 주장 지속할듯=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캠프에서는 미군 주둔국에 연말 대통령 선거 직전까지 방위비 인상 요구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2016년의 대선공약을 비록 지키진 못했지만 계속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음을 어필함으로지지자들의 세를 규합하기 위한 것이다.
한편, 트럼프 측근인 리처드 그리넬 전 독일 주재 미국 대사는 11일(현지시간) 독일 일간 빌트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주독미군 등 해외 주둔 미군을 감축할 가능성을 경고했지만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해외 미군 감축 실행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리넬 전 대사는 "우리는 지난해 12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철군 가능성을 언급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군대를 본토로 데려오더라도 아무도 놀라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광범위하게 논의됐지만, 독일 언론은 철군을 비웃고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면서 "이는 정말 미국에서 매우 논란이 된 주제"라고 덧붙였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한국, 일본, 그리고 독일로부터 군대를 데려오기를 원한다'고 분명히 말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캠프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진 그리넬 전 대사는 "미국인은 유럽과 나토 동맹국들이 더 큰 비용을 지불할 것을 요청했다"면서 "미국 납세자들은 더 이상 다른 나라를 방어하기 위해 너무 많이 지출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아울러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오랫동안 내세워온 분명한 정치적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6일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인근에서 민주주의자주통일대학생협의회(민대협) 관계자가 방위비 분담금 인상 반대, 주한미군 철수 등을 촉구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
최근 미국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국방부에 3만4500명의 주독미군 중 9500명을 감축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고, 독일 정부는 전날 미국으로부터 '감축 검토'를 전달받았다고 확인했다. 이러한 논의 속에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나라들인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한국, 일본, 독일 등이 거론되면서 주한미군 철수 여부가 이슈화되고 있다.
그러나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나라들 중 한국은 미국의 '중국견제' 전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곳이다. 다른 나라들에서 감축, 철수가 논의되고 있다고 해서 한국도 같은 수준에서 논의될 수 없는 것이다. 한국 국방부는 주한미군 감축 관련, 한미가 논의한 적이 없다며 일축했다.
한국 국방부는 "한미 간 감축 관련 논의된 사항은 없다"며 "한미는 매년 개최되는 한미 안보협의회(SCM)를 통해 주한미군이 한반도 방위를 위해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 공약을 재확인해왔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대로 해외 주둔 미군 감축이 현실화하려면 먼저 트럼프가 재선돼야 하고, 재선 이후 3개의 큰 문을 통과해야 한다.
soohan@heraldcorp.com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주한미군 제19지원사령관 취임식이 열린 9일 오전 대구 남구 캠프워커 캘리연병장에서 스티븐 앨런(Steven L. Allen) 신임 사령관이 취임사를 통해 포부를 밝히고 있다.
2020.06.09.lmy@newsis.com
주독 이어 주한미군도… 트럼프 ‘글로벌 안보 발빼기’ 메시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 내 미군 감축을 원하고 있다는 리처드 그리넬 전 독일 주재 미국대사(사진)의 인터뷰가 미 대선을 5개월 앞두고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유럽 내 미국의 군사적 요충지인 독일에서 미군 감축 논의가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는 시점에 주한미군 감축설이 불거져 나왔기 때문이다.
그리넬 전 대사는 11일(현지 시간) 독일 일간 빌트와의 인터뷰에서 주독미군 철수 논의가 나온 배경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미국은 다른 나라의 안보를 위해 너무 많은 돈을 지출하는 데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며 “이것은 미국에서 뜨거운 논쟁거리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한국, 일본, 독일 등지에서 미군을 데려오고 싶어 한다.
이것은 매우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리넬 전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안보 정책 기조를 잘 이해하고 있는 측근. 지난해 2월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의 후임자로도 거론됐고, 올해 2월에는 국가정보국장(DNI) 대행에 선임됐다. 이후 지난달 22일 존 랫클리프 신임 DNI에 대한 상원 인준안 표결이 통과되면서 대행직을 마무리했다.
일단 한미 외교가에선 그의 발언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한국을 압박하기 위해 나왔다는 분석이 많다. 그리넬 전 대사는 최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독일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의 방위비 지출이라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의 목표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독일은 방위비로 GDP의 1.2%를 지출하고 있다.
더 나아가서 그의 언급을 트럼프의 대선 전략과 연계해서 봐야 한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잘못 다룰 경우 선거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북핵과 같은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한반도 등 해외 이슈에서 한동안 발을 빼거나 적극적 관여 정책(engage)을 펴지 않겠다는 메시지라는 것. 트럼프는 2016년 미 대선전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펴며 ‘러스트 벨트’ 등에 집중된 백인 노동자층에게 어필했다.
그중 대표적인 게 주한미군을 비롯한 해외 주둔 미군의 대대적인 철수 또는 방위비 인상론이었다. 그리넬 전 대사의 언급은 ‘미국 우선주의 2.0’의 신호탄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이른바 위험 지역에서의 미국 철수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라크 주둔 미군을 수개월 안에 감축하기로 이라크와 합의했다고 AFP통신이 이날 보도하는 등 중동 지역에서의 미군 철수 계획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미 국방부는 지난달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패트리엇 미사일 2개 포대를 철수시켰다.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철수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아무튼 트럼프 핵심 측근발 주한미군 감축설에 청와대 등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12일 “독일과 한반도 상황은 전혀 다르다. 독일 기준으로 (주한미군 감축) 문제를 논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외교·국방당국도 한미 간 주한미군 감축 문제가 전혀 논의된 바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이런 전망과 달리 주독미군 감축(9500여 명)이 현실화되면 주한미군 주둔 체계에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해외 주둔 미군 가운데 주한미군(2만8500여 명)은 병력 규모로 보면 주일미군(5만4000여 명), 주독미군(3만4670여 명)에 이어 세 번째. 하지만 육군(지상군) 병력은 2만여 명으로 주독미군(2만770여 명) 다음으로 많다. 주일미군의경우 육군은 2500여 명이고, 대부분 해군·해병대 병력이다.
군 소식통은 “예산 절감 차원의 해외 미군 감축은 대부분 육군에서 이뤄졌다”면서 “주독미군 다음의 감축 순위는 주일미군보다는 주한미군이 될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향후 주한미군이 감축될 경우 그 규모는 최소 3500명 이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무현 정부 당시 한미가 3만7500여 명에서 2만5000명으로 순차적 감축에 합의한 뒤 감축을 추진하다 이명박 정부에서 중단된 최종 감축분(3500여 명)이 기준점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소식통은 “9개월 주기의 미군 순환배치 병력(5000명 안팎)을 일거에 확 줄이거나 한국과의 방위비 협상 국면을 봐가면서 2, 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시나리오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2020년 국방수권법, 주한미군 2만 8500명에서 못 줄이도록 규정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협상하며 주한미군 축소 못 꺼내게 하기 위한 것" "해당 조항 관련 상하원에서 문제된 적 없어..초당파적 동의 받아" 공화당 과반 미 상원도 "주한미군 상당 규모 철수 협상 불가" 강조 한국 국방부 "감축 관련 한미 양국 논의된 사항 없다"
트럼프 행정부의 전직 고위 외교관이 언론 인터뷰에서 주한미군의 감축 가능성을 언급한 내용이 파장을 낳고 있다. 리처드 그리넬 전 독일 주재 미국 대사는 11일(현지시각) 독일 빌트(Bild)와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해외 주둔 미군을 줄이겠다는 장기적인 계획 속에서 주독미군 감축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리넬 전 대사가 또다른 미군 감축 대상 국가로 한국과 일본,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이라크를 언급했기 때문에 주한미군의 축소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여러 정황에 비춰볼 때 이는 현실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서울 용산 미군기지의 한 입구.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국방수권법상 주한미군 2만 8500명 아래로 못 줄여
2019년 말 미 의회를 통과한 국방수권법(National Defense Authorization Act)은 미국의 안보와 국방 정책, 예산과 지출을 총괄적으로 다루고 있는 법안이다. 매년마다 1년 기한으로 만들어지며, 미국의 국가안보 문제와 국방정책을 명시하고 여기에 맞는 예산 규모를 책정한다.
2020년을 위해 만들어진 이 법률의 1254조(Section 1254)는 주한미군의 감축과 관련된 제한 사항을 다루고 있는데, 구체적으로는 주한미군을 현재 규모인 2만 8500명 아래로 축소하는 데 예산을 쓸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은 지난해 5월에 공개됐다. 그해 11월 미 상원은 이 법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한반도에 배치된 미군이 북한의 침략을 저지하고, 침략을 물리치기 위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며 "한반도로부터 상당한 규모의 미군 철수(significant removal)는 협상 불가"라고 강조했다. 일단 미국의 현행법상 주한미군의 감축이나 철수는 불가능한 셈이다.
(사진=청와대 제공)
◇"해당 조항, 트럼프 주한미군 축소 카드 못 꺼내게 하는 초당파적 견제장치"
일각에서는 국방수권법이 1년 단위로 만들어지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만약 재선에 성공한다면, 이를 고치는 식으로 감축을 시도할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이 역시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국방수권법의 해당 조항 자체가 트럼프 대통령을 견제하기 위해 의회가 초당파적으로 동의한 결과라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법을 통과시키려면 하원과 상원의 동의가 모두 필요하다. 미 하원은 현재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고, 상원의 경우 공화당이 과반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방수권법이 지난해 상하원 모두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됐으며, 법안 심의 과정에서 이 조항에 관련된 부분이 쟁점이 되지도 않았고, 미 상원이 '상당한 규모의 미군 철수는 협상 불가'를 강조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초당파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고 보아도 무리는 없는 셈이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조성렬 자문연구위원은 "법을 만들 당시 공화당과 민주당이 쟁점을 많이 다퉜는데, 이 과정에서 1254조가 문제가 된 적은 없었다"며 "이 조항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협상을 하면서 주한미군 철수를 카드로 활용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데 양당 모두가 동의한 결과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 위원은 "2019년 국방수권법(NDAA 2019)에는 이 숫자가 2만 2천명으로 규정돼 있었는데, 현재의 규모인 2만 8500명과 차이가 나기 때문에 6천여명을 줄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고 따라서 이를 봉쇄하기 위해 해당 조항이 만들어졌다"며 "그리넬 전 대사의 발언을 굳이 이해하자면 해외 주둔 미군의 재조정 계획 측면에서 종합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는 쪽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다만 국방수권법에도 예외 조항은 있다. 국방장관이 주한미군의 축소가 미국의 국가안보와 부합하고, 해당 지역의 동맹국들의 국가안보를 큰 폭으로 약화(significantly undermine)시키지 않는다는 점과,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미국의 동맹들과 적절하게 협의했다(appropriately consulted)는 것을 상하원 군사위원회에 증명(certify)하면 예산을 쓸 수 있다.
하지만 인종차별 반대 시위 대처와 관련해 마크 에스퍼 장관과 마크 밀리 합참의장 등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었다는 점도 감안해 보면 과연 그가 정치적 부담을 각오하고 이를 강행할 수 있을지에도 의구심이 남는다.
한국 국방부는 12일 취재진의 질의에 "주한미군 감축 관련 한미 양국간 논의된 사항은 없다"며 "한미는 매년 개최되는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통해 주한미군의 역할을 평가하고, 주한미군이 한반도 방위를 위해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 공약을 재확인해 왔다"고 밝혔다.
[CBS노컷뉴스 김형준 기자] redpoint@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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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미국 13억 달러 최종제안 (PG)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트럼프측근 주한미군 감축 언급에 대선국면 '트럼프리스크' 촉각
코너 몰린 트럼프 방위비 협상 지렛대·국면전환용 카드 꺼내들 위험성 우려 한반도 긴장고조 속 현실화시 엄청난 후폭풍… 트럼프도 일단 지난 4월 선그어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히는 리처드 그리넬 전 독일 주재 미국대사가 한국을 포함한 해외 주둔 미군의 감축 가능성을 언급,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이러한 언급은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등에 대한 불만으로 인해 주독 미군 약 9천500명을 감축하라고 국방부에 지시했다는 언론 보도가 지난 5일(현지시간) 나온 이후 한국에 미칠 영향을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지던 가운데 나온 것이다.
그리넬 전 대사는 11일 독일 일간 빌트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해외 주둔 미군을 줄이겠다는 장기적인 계획 속에서 주독 미군 감축을 지시했다면서 감축 대상 국가로 한국과 일본,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이라크를 언급했다.
그리넬 전 대사는 지난 2월 미국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DNI)의 국장 대행으로 임명돼 지난달 22일 존 랫클리프 신임 국장이 상원 인준 절차를 거쳐 정식 임명될 때까지 3개월간 미국의 국가정보 수장을 맡을 정도로 트럼프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충성파' 인사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20일 자신이 한국의 방위비 제안을 거절했다면서 3월말 타결 목전까지 갔던 잠정합의안을 '비토'한 사실을 인정, "우리는 8천500마일 떨어진 다른 나라를 방어하기 위해 군대에 지출하고 있다"며 추가 증액 요구를 재확인하면서도 방위비 협상은 주한미군 감축에 관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그럼에도 예측불허의 즉흥적이고 충동적인 '트럼프 스타일'을 감안할 때 상황에 따라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뽑아 들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주독미군 감축 보도를 계기로 다시 불거졌다. 여기에 그리넬 전 대사의 언급이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11차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정(SMA)이 장기 표류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출구가 보이지 않는 방위비 협상의 지렛대로 삼기 위해 주한미군 카드를 꺼내 대선용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된 상황인 셈이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과 '흑인 사망' 시위사태 대응 논란, 경기 악화, 지지율 하락 등이 겹치면서 재선가도에 빨간불이 켜진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국면 전환 내지 국내용 성과 창출이 급한 상황에 내몰리면서 선거용 치적쌓기를 위해 불쑥 주한미군 감축 문제를 꺼낼 수도 있다는 위험성과도 맞닿아있다.
12일로 6·12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2주년을 맞은 가운데 북한이 대남, 대미 공세를 높이면서 한반도 긴장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미 대선을 앞두고 북미 간 교착의 모멘텀이 쉽사리 마련되지 않은 채 소강상태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주한미군 감축이 현실화할 경우 한미 연합방위태세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물론 동맹 약화 등 엄청난 후폭풍이 예고되는 상황이다.
물론 그리넬 전 대사가 시간표 등 한국을 특정해 구체적으로 내용을 거론한 것은 아니어서 당장 현실화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는 아니다. 여기에 주한미군의 경우 미 국방수권법(NDAA)에 그 규모를 현행 2만8천500명보다 줄이는 데 예산을 편성하지 못하게 하는 조항이 포함, 일단 의회 차원의 견제 장치가 마련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선 때부터 미국 우선주의와 신(新)고립주의를 표방, '끝없는 전쟁(endless wars)의 종식'을 공언하며 전 세계에 있는 미군들을 집으로 돌아오게 하겠다는 구호를 내세워왔다. 특히 미국측이 이번 주독미군 감축결정 과정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사전에 알리지 않았으며 백악관과 국무부, 국방부 고위 당국자 상당수도 미리 알지 못했다는 점은 언제 불거져 나올지 모르는 '트럼프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높이는 대목이다.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이 지난 8일 브리핑에서 "대통령은 계속해서 미군과 (미군의) 해외주둔의 최고 태세를 재평가하고 있고 우리는 강력한 동맹들과 협력하는 데 여전히 전념하고 있다"고 언급한 가운데, 미국이 이라크에 주둔하는 미군을 수개월 안에 감축하기로 이라크와 합의했다는 AFP통신 보도가 11일 나오기도 했다.
한국 국방부는 "한미 간 감축 관련 논의된 사항은 없다"며 "한미는 매년 개최되는 한미 안보협의회(SCM)를 통해 주한미군이 한반도 방위를 위해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 공약을 재확인해왔다"고 밝혀 일단 그리넬 전 대사 언급을 일축했으나, 대선 국면에서 터져나올 수 있는 주한미군 감축 관련 '트럼프 리스크'에 대해 미 조야에서는 촉각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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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슈타인 AP=연합뉴스) 독일 람슈타인에 있는 미국 공군기지에서 9일(현지시간) 군용기 1대가 활주로를 이륙하고 있다. 미국은 독일 주둔 미군을 최대 9500명 가량 감축할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처드 그리넬 전 주독 미국 대사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트럼프 측근 주한미군 감축 발언에 국방부 “논의 사항 없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측근이 우리나라를 포함해 해외 주둔 중인 미군 병력을 감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우리 국방부는 12일 “주한미군 감축 관련 한미 양국간 논의된 사항은 없다”고 부인했다. 국방부는 “한미는 매년 개최되는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회의를 통해 주한미군의 역할을 평가하고 주한미군이 한반도 방위를 위해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 공약을 재확인해왔다”고 강조했다.
앞서 리처드 그리넬 전 독일 주재 미국 대사는 11일(현지시간) 독일 일간 빌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납세자들은 다른 나라의 안보를 위해 너무 많은 돈을 지출하는 데 질려가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 문제에 분명한 정치적 입장을 표했다"고 말했다. 그리넬 전 대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넬 전 대사는 또 “지난해 8월과 9월 독일에서 미군의 병력 감축을 놓고 논의를 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독일의 미군을 본국으로 데려오는 데 아무도 놀랄 필요가 없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한국과 일본에서도 미군 감축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