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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Musical

베르디 오페라 ‘루이자 밀러’ Verdi, Luisa Miller

Verdi, Luisa Miller

베르디 오페라 ‘루이자 밀러’

Giuseppe Verdi

1813-1901

Luisa: Renata Scotto

Rodolfo: Plácido Domingo

Miller: Sherrill Milnes

Federica: Jean Kraft

Count Walter: Bonaldo Graiotti

Wurm: James Morris

Meropolitan Opera Ballet

Meropolitan Opera Orchestra

Conductor: James Levine

MET 1979

 


 



Verdi - Opera 'Luisa Miller' 中 Quando le sere al placido (해 저무는 고요한 저녁에)



G. Verdi - Opera 'Luisa Miller' 中 - 해 저무는 고요한 저녁에 - Ten.김신환


   
      







 

문학을 사랑했던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는 영국의 문호 셰익스피어의 비극들뿐만 아니라 괴테와 쌍벽을 이룬 독일의 대작가 프리드리히 실러의 비극도 네 편이나 오페라로 만들었습니다. 실러의 <오를레앙의 처녀>를 토대로 한 <조반나 다르코>(잔 다르크), <도둑떼>를 토대로 한 동명의 오페라 <돈 카를로스>를 원작으로 한 <돈 카를로>, 그리고 <간계와 사랑>을 토대로 한 <루이자 밀러>가 그 작품들입니다.권력자의 횡포와 시대의 부조리에 격렬하게 저항했던 실러의 작품들이 개혁적 성향을 지니고 사회의 약자 편에 섰던 베르디에게 작곡의 열정을 불러일으켰던 것입니다.

<간계와 사랑>(Kabale und Liebe, 1784)은 ‘독일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고 불리는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입니다. 신분이 높은 귀족의 아들 페르디난트와 시민계급에 속하는 악사의 딸 루이제는 서로 사랑하지만 신분의 차이 때문에 집안의 반대에 부딪히고, 여기에 여주인공을 차지하려는 다른 남자의 교활한 방해가 섞여 남녀 주인공이 다 죽게 되는 비극이죠. 그래서 ‘시민비극’이라는 문학 장르에 속하는데요, 이 장르는 프랑스ㆍ영국ㆍ독일에서 18세기에 유행하던 것으로, 부패한 귀족계급이 도덕적이고 선량한 시민계급의 삶에 끼어듦으로써 일어나는 비극을 그렇게 불렀습니다. 시민비극의 내용은 대개 슬픈 사랑이야기였지만 점차 정치사회 비판적인 작품들로 발전해나갔죠. <간계와 사랑> 초판 인쇄, 1784

<간계와 사랑>의 남녀 주인공은 숭고하고 도덕적이지만 심리적 고통의 극한을 경험하게 됩니다. 실러의 문학은 파토스(pathos)를 빼고는 생각할 수 없는데, 파토스는 두 주인공이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도 도덕적 완전성을 추구할 때 발생합니다. 이 극에서는 인간적인 욕망과 도덕 사이에서 고통을 받는 남녀주인공의 격정적인 대사에 관객이 감동을 받게 됩니다. 살바토레 카마라노(Salvatore Cammarano)가 <간계와 사랑>을 토대로 쓴 <루이자 밀러>의 대본은 무대를 17세기 티롤 지방으로 정했습니다.

신분의 차이와 사회관습에 희생당하는 평민

1막 – 사랑

‘사랑’이라는 부제를 지닌 1막의 무대는 퇴역군인 밀러(바리톤)의 집입니다. 밀러의 딸 루이자(소프라노)의 생일에 마을사람들이 축하해주러 오자 아버지가 나서서 감사를 표하고, 루이자는 연인 카를로가 나타나기를 기다리죠. 카를로는 사실 백작의 아들 로돌포(테너)로, 루이자에게 자신의 신분을 감추고 있습니다. 로돌포와 사랑을 속삭이는 딸을 바라보며 밀러는 왠지 모를 불안감에 휩싸입니다.

이 지역 영주인 발터 백작의 비서 부름(베이스)은 밀러에게 루이자와 결혼하게 해 달라고 부탁하죠. 난처해진 밀러는 ‘신랑감 선택은 딸의 자유’라면서 대답을 피합니다. 루이자와 로돌포가 연인관계임을 알고 있는 부름은 밀러에게 루이자의 연인이 발터 백작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폭로합니다. 이 말에 밀러는 깊이 상심하게 됩니다.

부름은 발터 백작에게 로돌포가 평민 처녀 루이자와 사랑하는 사이라고 고자질합니다. 로돌포가 들어오자 백작은 자신의 조카이자 공작 미망인인 페데리카(메조소프라노)와 결혼하라고 말합니다. 그때 페데리카가 성에 도착하자 로돌포는 자신이 다른 여자를 사랑하고 있다고 털어놓죠. 페데리카는 질투심에 불타 로돌포와 격정적인 이중창을 노래합니다.

다음 장면은 밀러의 집입니다. 루이자는 아버지에게서 로돌포의 정체를 듣고 놀랍니다. 신분의 차이를 이유로 결혼을 반대한다며 밀러가 딸을 설득하고 있는데, 로돌포가 나타나 자신의 순수하고 진정한 사랑을 호소합니다. 그러나 로돌포를 따라온 백작은 분노에 차 아들을 꾸짖죠. 백작이 루이자를 매춘부라고 부르며 감옥에 집어넣으라고 하자 로돌포는 아버지의 비밀을 폭로하겠다며 백작을 협박합니다. 밀러는 모욕감을 느끼고 발터에게 대듭니다.

루이자 역의 몽세라 카바예(Montserrat Caballe)와 밀러 역의 셰릴 밀른즈(Sherrill Milnes)가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루이자 밀러> 공연 리허설 중 모습.

2막 - 간계

‘간계’라는 부제를 단 2막은 밀러의 집에서 시작됩니다. 밀러는 발터 백작을 모욕한 죄로 감옥에 갇혔습니다. 부름이 나타나, 밀러의 사형집행이 곧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합니다. 경악하는 루이자에게 부름은 ‘로돌포를 사랑한 것이 아니라 그의 신분을 알고 유혹하려 했다. 내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남자는 부름이다’라는 내용의 편지를 자기 앞으로 쓰라고 합니다. 그래야만 아버지 밀러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는 거죠. 루이자는 극심한 심리적 고통 속에서 아버지를 구할 일념으로 부름을 향한 거짓편지를 쓰고 서명을 한 뒤 ‘당장 우리 아버지를 구해 오라’며 그에게 절규합니다.

부름은 발터의 성에 와서 자신이 루이자의 편지를 로돌포에게 전하게 했다고 보고합니다. 그리고 곧 페데리카의 의심을 풀어주기 위해 루이자가 올 것이라고 말하죠. 발터와 부름은 둘이 공모해 발터의 사촌을 죽이고 그의 지위와 재산을 모두 가로챈 과거사를 회상합니다. 곧 페데리카가 들어오고, 루이자가 나타나 페데리카에게 자신은 로돌포가 아니라 부름을 사랑한다고 말합니다. 페데리카는 안도감을 느끼며 크게 기뻐합니다.

농부 한 사람이 로돌포에게 편지를 전해줍니다. 루이자가 부름에게 그 편지를 전해 달라면서 로돌포에게는 비밀로 하라기에, 수상해서 로돌포에게 가져왔다고 농부는 말합니다. 물론 부름이 시킨 대로 한 말이죠. 편지를 읽은 로돌포는 루이자가 자신을 배신했다고 믿고 슬픔과 분노로 이성을 잃게 됩니다. 그는 아리아 ‘어느 고요한 밤에’를 노래하며, “루이자의 고백과 맹세가 모두 거짓이었나”라고 한탄합니다. 로돌포는 부름을 불러내 결투를 청하지만, 그때 발터 백작이 나타나 자비를 베푸는 척하며 로돌포에게 루이자와의 결혼을 허락하죠. 루이자가 배신했다고 로돌포가 말하자 발터는 페데리카와 결혼함으로써 루이자에게 복수하라고 조언합니다.

3막 - 독약

3막의 부제는 ‘독약’입니다. 밀러가 석방되어 돌아오자 루이자는 아버지에게 자살할 결심을 이야기하지만, 아버지의 간곡한 애원에 마음을 돌리고는 아버지와 함께 멀리 떠나기로 합니다. 밀러가 나간 뒤 루이자가 기도하고 있을 때 로돌포가 찾아와 독약을 몰래 포도주 병에 타놓고는, 부름에게 보낸 편지를 정말 루이자가 썼느냐고 묻습니다. 비밀을 지키기로 맹세한 루이자가 어떨 수 없이 “그렇다”고 답하자 로돌포는 독이 든 포도주를 따라 마시고 루이자에게도 건네줍니다.

격렬한 설전을 벌이다가 로돌포가 둘 다 독약을 마셨다고 털어놓자, 루이자는 죽음 앞에 해방감을 느끼며 그제서야 모든 것이 부름의 계략에 의한 것이었다고 고백합니다. 두 사람이 하늘나라에서의 영원한 사랑을 꿈꾸며 죽어갈 때 밀러가 들어와 경악합니다. 마을사람들이 모여들고, 발터와 부름도 달려오지요. 루이자는 밀러의 팔의 안겨 죽음을 맞이하고, 로돌포는 최후의 힘을 다해 부름을 칼로 찔러 죽인 뒤 숨을 거둡니다.

루이자와 로돌포는 모두 독약을 먹고 하늘나라에서 영원한 사랑을 꿈꾸며 죽어간다.

원작의 사회비판 약화, 러브스토리 강조

베르디는 신분의 차이나 사회의 관습에 희생당하는 사람들에 대해 관심이 많았습니다. 자신도 아내를 잃은 뒤 소프라노 스트레포니와 동거하면서 사회의 손가락질을 많이 받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오페라에서는 로돌포로 등장하는) 원작의 남자주인공 페르디난트가 부패한 귀족인 아버지에게 반기를 드는 것은 베르디 오페라의 부자관계나 부녀관계의 좋은 예입니다. 페르디난트의 아버지는 정략적인 이유로 아들을 공작의 정부 밀포드 부인(오페라에서는 페데리카)과 결혼시키려 하죠. 페르디난트는 그런 아버지를 신랄하게 비판하며 루이제(오페라의 루이자)를 설득해 먼 곳으로 도망가려 하지만, 부모를 버리고 갈 수 없는 루이제는 이승에서의 사랑을 단념합니다.

원작을 쓴 실러는 남자주인공의 아버지가 아들을 공작의 정부와 결혼시켜 궁정에서 자신의 세력을 더 확장하려고 하는 것으로 설정했는데, 이 같은 부도덕함이 오페라 무대에서는 관객의 지나친 분노를 살 수 있다고 생각해 베르디는 공작의 정부를 공작의 미망인으로 바꿔놓았습니다. 더구나 남자주인공과 이 미망인은 친척 관계이면서 어린 시절 친구 사이이기까지 하죠. 실러 원작에서는 부름이 다른 남자에게 편지를 쓰도록 여주인공에게 강요하지만, 오페라에서는 부름 자신에게 쓰도록 하는 것도 차이점입니다. 루이자 아버지의 직업 역시 원작의 악사에서 퇴역군인으로 바뀌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오페라에서는 원작의 강렬한 사회비판이 약화되고 두 주인공의 러브스토리가 좀 더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철저한 악인인 부름은 <오텔로>의 이아고와도 비교되는 인물입니다. 부름(Wurm)의 이름이 원래 독일어로 ‘벌레’를 뜻한다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이 오페라에서 베르디는 루이자가 등장할 때 주로 클라리넷을 쓰는 등 악기를 각 인물의 표현에 사용했습니다. 오페라 <루이자 밀러>는 뒤에 오는 <리골레토>와 <아이다>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세 작품 모두 부녀관계를 다룬 베르디의 걸작들이며, 신분과 처지에 맞지 않는 사랑으로 고통 받는 딸의 연인을 아버지가 반대한다는 점도 공통점입니다.

여주인공 루이자는 진실을 발설해서는 안 된다는 맹세에 갇혀 있다가, 연인이 자신을 독살하자 그 의무에서 풀려나면서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자유를 얻게 됩니다. 이런 죽음의 미화는 이승에서 이룰 수 없는 사랑을 죽음을 통해 이루려는 낭만주의 예술의 대표적인 특징이 되었습니다. 남녀주인공이 함께 기쁨 속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베르디의 <아이다>나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 같은 작품들이 대표적입니다.

 

추천 음반 및 DVD

[음반] 몽세라 카바예/루치아노 파바로티/셰릴 밀른즈 등. 페터 마그 지휘, 내셔널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런던 오페라 합창단, 1975년 녹음, Decca

[음반] 에이프릴 밀로/플라시도 도밍고/블라디미르 체르노프 등. 제임스 레바인 지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1991년 녹음, Sony

[DVD] 레나타 스코토/플라시도 도밍고/셰릴 밀른즈 등. 제임스 레바인 지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내서니엘 메릴 연출, 1979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실황, DG

[DVD] 피오렌차 체돌린스/마르셀로 알바레스/레오 누치 등. 도나토 렌체티 지휘, 파르마 왕립극장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데니스 크리프 연출, 2007년 파르마 왕립극장 실황, Unitel Classica

 

이용숙(음악평론가) 이화여대 독문과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독문과 강사를 역임했다.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독문학 및 음악학 수학, 서울대 공연예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연합뉴스 오페라 전문 객원기자 및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저서로 <오페라, 행복한 중독>, <사랑과 죽음의 아리아> 등이 있다.

 

  출처 : 네이버캐스트 오늘의 클래식>명곡 명연주 2013.04.10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66&contents_id=24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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