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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Musical

베르디 오페라 ‘나부코’ Verdi, Nabucco

Verdi, Nabucco

베르디 오페라 ‘나부코’

Giuseppe Verdi

1813-1901

Riccardo Muti, conductor

Ambrosian Opera Chorus

Philharmonia Orchestra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Act 3: 'Va, pensiero, sull'ali dorate'

(날아가라, 내 마음이여, 금빛 날개를 타고)

 

“이 대본을 받아들고 집으로 가는 길에 갑자기 참을 수 없는 서글픔이 엄습해왔다. 너무나 괴로워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집에 돌아와 성급하게 대본을 넘겨보다가 ‘날아가라, 내 마음이여, 금빛 날개를 타고’에 이르자 가슴속에서 벅찬 감동이 차올랐다. 잠자리에 누웠지만 흥분으로 잠이 오지 않아 다시 일어나서 대본을 읽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그러다가 밤을 꼬박 샜고, 아침이 되자 나는 대본을 다 외워버린 것 같았다.”

'Va pensiero' conducted by James Levine

James Levine, conductor

Metropolitan Orchestra

Metropolitan Opera

MET 2002



전작 오페라 <하루만의 임금님>(Un giorno di regno, 1840)의 실패와 아내 및 아이들의 죽음으로 절망에 빠져 있던 20대 후반의 주세페 베르디는 바로 이 오페라 <나부코>로 재기할 수 있었습니다. 그를 이토록 감격하게 한 ‘날아가라, 내 마음이여’는 저 유명한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이었죠. 그런데 ‘나부코’라는 독특한 제목은 무슨 뜻일까요?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바빌로니아의 왕 네부카드네자르 2세를 이탈리아어로 부른 이름입니다. 테미스토클레 솔레라가 쓴 <나부코>의 대본은 오귀스트 부르주아와 프란시스 코르누의 희곡 <나부코도노소르>(Nabuccodonosor) 및 구약성서 중 ‘열왕기’, ‘다니엘서’, ‘예레미야서’ 등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이 긴 이름을 줄여 ‘나부코’라고 부르는 것이랍니다. 기원전 6세기에 있었던 히브리인들의 ‘바빌론 유수’ 사건을 배경으로 한 이 오페라는 1842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에서 초연됐습니다.

 






 








 




Riccardo Muti conducts Verdi Opera 'Nabucco'

Nabucco: Leo Nucci

Abigaille: Csilla Boross

Ismaele: Antonio Poli

Zaccaria: Dmitry Beldselsky

Fenena: Anna Malavasi

Coro del Teatro dell'Opera di Roma

Orchestra del Teatro dell'Opera di Roma

Conductor: Riccardo Muti



 


 

아버지의 권좌를 열망한 딸의 좌절

1막: 예루살렘

1막은 예루살렘의 솔로몬 성전에서 시작됩니다. 히브리인 대제사장 자카리아(베이스)는 바빌로니아의 왕 나부코(바리톤)가 공격해올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 자기 백성들에게 용기를 주려고 노력합니다(‘태양이 밤을 몰아내듯’). 그러나 히브리 왕의 조카인 이스마엘레(테너)가 나타나 나부코를 막을 수 없다고 알려줍니다. 자카리아가 밖으로 나가자 이스마엘레는 예루살렘에 인질로 잡혀와 있는 바빌로니아의 페네나 공주(나부코의 둘째딸. 소프라노 또는 메조소프라노)와 이야기를 나눕니다. 페네나는 예전에 이스마엘레가 바빌로니아의 포로가 되었을 때 그를 구해주었고, 그런 페네나와 사랑하는 사이가 된 이스마엘레는 페네나를 탈출시키려고 기회를 엿보는 중이죠. 페네나 공주를 위협하는 히브리 대사제 자카리아.

그때 나부코의 큰딸인 아비가일레(소프라노)가 나타나, 이스마엘레가 자신을 사랑한다면 히브리인들을 모두 살려주겠다고 말합니다. 이스마엘레는 그 제안을 단호히 거절하지요. 나부코는 바빌로니아 군대를 이끌고 등장해 예루살렘 솔로몬 성전을 초토화시키겠다고 위협하고, 자카리아는 성전을 더럽히면 페네나를 죽이겠다며 페네나의 목에 칼을 들이댑니다. 그러나 이스마엘레는 그 칼을 빼앗고 페네나를 구해주지요. 딸을 되찾은 나부코는 자기 병사들에게 성전을 파괴하라고 명령합니다.

2막: 신성 모독

2막은 바빌로니아 왕궁의 홀을 무대로 합니다. 아비가일레는 자기 출생의 비밀이 담긴 문서를 발견하고, 자신이 노예의 몸에서 태어났음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나부코 왕이 페네나에게 왕위를 물려줄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합니다. 바빌로니아의 대사제는 페네나 공주가 히브리인들을 풀어주려고 한다며 아비가일레에게 달려와, 나부코가 쓰러졌다는 소문을 낼 테니 아비가일레가 즉시 왕위에 올라야 한다고 말합니다.

히브리인들과 함께 포로로 잡혀와 있는 자카리아는 왕궁의 어느 방에서 페네나에게 유대교의 율법을 가르칩니다. 히브리인들은 페네나를 구해준 이스마엘레를 반역자이자 이교도라고 비난하죠. 그러나 자카리아는 페네나가 유대교로 개종했으니 이스마엘레는 히브리 처녀를 구해준 셈이라며 그를 변호합니다. 한편 아비가일레의 계획과는 다르게 갑자기 나부코가 나타나 자신은 ‘왕이 아니라 유일신’이라면서 자신을 영원히 숭배하라고 모두에게 명령합니다. 그 순간 벼락이 내리쳐 나부코를 쓰러뜨립니다. 아비가일레는 나부코의 머리에서 굴러 떨어진 왕관을 집어 쓰고 바빌로니아의 위대한 신을 찬양합니다.

나부코의 머리에서 굴러 떨어진 왕관을 집어 쓰는 아비가일레.

3막: 예언

3막은 바빌로니아의 공중정원입니다. 아비가일레는 스스로 왕이 되었음을 선포하고 성직자 및 귀족들에게 충성을 맹세하게 합니다. 그때 정신이 나간 나부코가 나타나 아비가일레를 비난하죠. 아비가일레는 페네나가 포함된 히브리인들의 명단을 내밀며 나부코에게 이들의 처형을 승인하는 나부코의 서명을 요구합니다. 나부코는 아비가일레의 언변에 속아 서명을 한 뒤 뒤늦게 사실을 깨닫고 아비가일레의 출생을 밝히며 협박을 해보지만, 이미 진실을 알고 있는 아비가일레는 출생의 비밀이 담긴 서류를 나부코 앞에서 찢어버리고는 나부코를 감금하게 합니다.

바빌로니아에서 억압과 노역에 시달리며 포로 생활을 하고 있는 히브리인들은 유프라테스 강변에서 잃어버린 조국을 그리워하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날아가라, 내 마음이여, 금빛 날개를 타고’를 합창합니다. 자카리아는 히브리인들의 해방과 바빌로니아의 멸망을 예언하며 백성들을 격려합니다.

4막: 우상 파괴

마지막 4막은 바빌로니아 왕궁의 방입니다. 나부코가 악몽에 깨어나 보니 페네나가 사슬에 묶여 형장으로 끌려가고 있습니다. 나부코는 무릎을 꿇고 히브리인들의 신에게 용서를 빌며, 자신이 파괴한 성전을 다시 세울 것을 약속합니다. 그때 충신 압달로가 부하들을 거느리고 들어와서, 나부코가 제정신으로 돌아온 것에 기뻐하며 충성을 맹세합니다. 나부코는 압달로에게 칼을 받아 반역자들을 처단하고 페네나를 구하러 갑니다.

유대교인으로서 순교하기로 결심한 페네나가 형장으로 나옵니다. 그때 나부코가 나타나 페네나와 히브리인들을 구하고 바빌로니아의 신상을 파괴하라고 명합니다. 신상은 저절로 산산조각으로 부서지지요. 나부코는 히브리인들을 석방하고, 자기 백성들에게 히브리의 신을 찬양하게 합니다. 한편 아비가일레는 독약을 마시고 나타나 페네나와 이스마엘레에게 용서를 구하고, 나부코에게 두 연인을 축복해달라고 부탁합니다. 아비가일레는 히브리 신의 자비를 구하며 숨을 거두고, 자카리아가 ‘야훼를 섬기는 나부코는 왕 중의 왕’이라고 칭송하는 가운데 막이 내립니다.

 

Paolo Carignagni conducts Verdi Opera 'Nabucco'

Nabucco: Renato Bruson

Abigaelle: Lauren Flanigan

Ismaele: Maurizio Fruson

Zaccaria: Carlo Colombara

Fenena:: Monica Bacelli

Coro del Teatro di San Carlo

Orchestra del Teatro di San Carlo

Conductor: Paolo Carignagni

1997

 

베르디 예술 인생의 개막이자 피날레

실제 역사 속의 네부카드네자르 2세는 기원전 6세기 바빌로니아의 용장이자 덕장이며 탁월한 지략가였습니다. 이집트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유대 왕국을 공격해 수도 예루살렘을 함락시켰죠. 그가 아라비아에 원정 갔던 10년 사이에 실성해 짐승처럼 살다가 히브리의 하느님에게 귀의하게 되었다는 ‘다니엘서’의 기록을 토대로 오페라 <나부코>와 같은 줄거리 구성이 가능했습니다. 네부카드네자르의 왕비는 황량한 바빌로니아와는 다른 비옥한 땅에서 시집 온 아미티스였지요. 그녀를 기쁘게 하기 위해 네부카드네자르는 왕궁 옥상에 유프라테스 강물을 대어 그 유명한 ‘공중정원’을 만들었답니다. 실제 역사에서 왕위는 딸이 아닌 아들 마르두크가 계승했습니다. 오페라 <나부코>의 라 스칼라 극장 초연 공연 포스터

<나부코>는 테너의 비중이 작고 바리톤 주인공이 부각되는 새로운 스타일의 오페라였습니다. 성악 못지않게 극의 비중을 강화한 베르디 오페라의 특색을 드러내고 있지요. 아비가일레 역은 후에 베르디의 두 번째 아내가 된 소프라노 주세피나 스트레포니를 위한 고난도 배역이었습니다. <나부코>에서 베르디는 벨칸토 시대의 전통을 거스르는 대담하고 거친 음악을 사용해 리얼리즘 오페라로의 첫 도약을 이뤘지요. ‘히브리 포로들의 합창’은 합창부와 제창부를 오가며 다수의 개인을 하나의 민족으로 통합하려는 이상을 보여주었고, 당시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 및 나폴레옹의 지배를 받고 있던 북이탈리아의 정치적 상황 때문에 민족 해방과 독립을 위한 작품으로 인식되었습니다. 베르디는 “이 작품으로 나의 본격적인 예술가 인생이 시작되었다”고 스스로 평했답니다. 1901년 베르디 장례식 때 토스카니니의 지휘로 ‘히브리 포로들의 합창’이 연주되었으니, <나부코>는 베르디 인생의 개막이자 피날레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추천 음반 및 영상물 (나부코 - 아비가일레 - 이스마엘레 - 자카리아 순)

[음반] 피에로 카푸칠리/게나 디미트로바/플라시도 도밍고/에프게니 네스테렝코 등. 주세페 시노폴리 지휘, 베를린 도이췌 오퍼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1982년 녹음

[음반] 마테오 마누구에라/레나타 스코토/베리아노 루케티/니콜라이 기아우로프 등. 리카르도 무티 지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및 암브로시안 오페라 합창단, 1978년 녹음

[DVD] 레나토 브루손/게나 디미트로바/브루노 베카리아/파타 부르출라드체 등. 리카르도 무티 지휘, 라 스칼라 극장 오페라와 합창단, 로베르토 데 시모네 연출, 1986년 라 스칼라 극장 공연 실황

[DVD] 후안 폰스/마리아 굴레기나/귄 휴즈 존즈/새뮤얼 래미 등, 제임스 레바인 지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엘리야 모신스키 연출, 2001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공연 실황

 

이용숙(음악평론가, 전문번역가) 이화여대 독문과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독문과 강사를 역임했다.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독문학 및 음악학을 수학하고, 서울대 공연예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연합뉴스 오페라 전문 객원기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오페라, 행복한 중독> <사랑과 죽음의 아리아> 등이 있다

 

  출처 : 네이버캐스트 오늘의 클래식>명곡 명연주 2011.11.23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66&contents_id=6710

 

Daniel Oren conducts Verdi Opera 'Nabucco'

Nabucco: Leo Nucci

Ismaele Fabio Sartori

Zaccaria: Carlo Colombara

Abigaille: Maria Guleghina

Fenena: Nino Surguladze

Coro del Arena di Verona

Orchestra del Arena di Verona

Conductor: Daniel Oren

2007

 

*아래 글은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067 <베르디 - 음악과 극의 만남>에서 전재한 것입니다. 오페라 <나부코>의 극적인 탄생 과정과 성공 과정을 아주 짧은 4막의 극형식을 빌어 담았는데 생생하고 박진감 넘치는 필치가 일품이라 소개합니다.

“내 음악 인생은 <나부코>와 함께 진정으로 시작되었고,

<나부코>와 함께 끝날 것이다.”

허기와 불면과 슬픔에 휩싸인 이 남자는 자신의 발길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조차 모른 채 아무 생각도 없이 스칼라 극장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검은 머리와 텁수룩하니 뒤덮은 턱수염에 더욱 창백해 보이는 자, 바로 주세페 베르디이다.

1막

베르디가 27세가 되던 해 말, 그의 부인과 두 자녀는 세상을 떠났다. 진료비를 내지 못한 그들에게 의사가 진단한 병명은 ‘가난’이었다. 때때로, 바이올린의 선율이 흐르는 극장을 향해 무의식적으로 귀를 기울이면서, 베르디는 짧고 검은 턱수염을 손으로 쓸어냈다. 볼 위를 흐르던 눈물과 안개가 섞여 물방울이 방울방울 턱수염에 맺혔기 때문이다.

그의 회색빛 눈은 영광의 가장자리만을 맴도는 천재들이 느껴왔을 온갖 고통과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그의 최근 오페라 <하루만의 임금님>은 제목처럼 단 1회 공연으로 막을 내렸던 것이다. 밀라노를 내리누르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베르디는 아직도 관객들의 야유가 들리는 듯했다. ‘환호를 보내고 싶지 않다면 적어도 이 오페라를 조용히 지켜보기라도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베르디는 다시는 곡을 쓰지 않으리라 맹세했다. 벌써 썰렁한 기운이 감도는 안개 속에서 베르디는 자신의 고독을 감싸줄 지붕 밑 방으로 올라갔다.

2막

“알기나 하는 거요, 베르디? 솔레라의 오페라 대본은 멋져요. 극적인 상황, 숭고한 시구들! 이걸 거절하는 바보가 있다니! 자, 읽어봐요. 기가 막혀서. 당신에게 해가 되지 않을 테니 읽어보고 당신 의견을 말해보시오.”

베르디는 스칼라 극장의 감독 겸 흥행주인 메렐리가 집요하게 권유하는 두툼한 대본을 마지못해 주머니에 넣었다. 집으로 돌아온 베르디는 탁자 위에 대본을 내던졌는데, 흩어진 원고 가운데에서 몇 구절의 시구가 불현듯 그의 시선에 들어왔다. “꿈이여, 금빛 날개를 타고 가라(Va, pensiero, sull'ali dorate).” 그것은 곧바로 그의 가슴을 울렸다. 이 절망스런 시기에, 바빌로니아의 폭군 나부코도노노소르에 의해 조국에서 유배되어 노에가 된 유대 민족의 불행을 그린 이 성서 구절을, 그는 여러 번 읽지 않았던가. 추운 밤, 그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꿈이여, 금빛 날개를 타고 가라...” 베르디는 다시 일어나 촛불을 켜고는 대본을 읽고 또 읽었다.

3막

1년 후. 하루에 한 구절씩, 하루에 한 음씩. 그렇게 오페라가 쓰여졌다. 정식으로 약속한 것은 아니었지만, 메렐리는 다가올 3월 사육제를 위해 이 오페라를 준비하겠다고 했다. 베르디는 자신의 작품을 겨드랑이에 끼고 밀라노에서 제일가는 여류 성악가 스트레포니의 집으로 향했다. 그녀 앞에서 베르디는 자신의 오페라를 피아노로 연주했다. 가슴은 불안으로 가득 차고, 손가락은 열정으로 휩싸였지만, 음들은 벌써 오케스트라의 연주처럼 울려 퍼졌다. 이 프리마돈나는 음악을 들으며 열광했고, 낡은 연주복을 입었지만 눈은 불처럼 빛나는 이 젊은이에게 찬사를 보냈다. 스트레포니는 성공을 확신했다. 하지만 공연 약속을 했던 메렐리가 약속을 취소했다. 베르디는 분노를 터뜨리고 하느님을 원망하면서 약속을 어긴 것에 대해 따졌다. 그리고 마침내 베르디는 메렐리에게서 공연을 하겠다는 약속을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1842년, 당대 최고의 오페라 가수 주세피나 스트레포니는 <나부코>에서 아비가일레 역을 수락해 베르디를 절망에서 구해냈다. 두 사람은 1847년 파리에서 재회한 후 다시는 헤어지지 않고 평생을 함께 했다(1859년 결혼).

“그렇게 합시다. 하지만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무대장치와 다른 오페라를 위해 만들어놓은 의상을 사용합시다. 그렇지 않으며 달리 방도가 없소.” 막 연습에 들어간 <나부코>는 많은 소문을 낳았다. 무대 장치가들은 작업을 멈춘 채 한 음도 놓치지 않으려고 무대 위로 몰려들었다. “이 작품은 오스트리아의 군화 밑에 놓인 이탈리아의 상황을 강하게 암시하는 것 같은데, 당국에서 무어라고 하지 않을까?”

4막

1842년 3월 9일, 첫 공연의 밤이 다가왔다. 팔에 견장과 금장식을 두른 오스트리아 장교들이 밀라노의 우아한 여인들과 팔짱을 끼고, 마차를 타고 스칼라 극장으로 몰려왔다. 관례대로 오케스트라 박스에 자리잡은 베르디에게 그날 저녁은 기나긴 대성공의 무대였다. 이탈리아 관객들은 그들이 처한 상황을 비유한 이 무대에 열광했다. 한편, 소재를 성서에서 끌어왔다는 것 이외에 이 작품이 상징하는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오스트리아인들 역시 박수갈채를 보냈다. 히브리 합창대가 ‘꿈이여, 금빛 날개를 타고 가라’를 부르며 자유를 열망할 때 장내는 열정으로 고동쳤다. 베르디는 기쁨으로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내 음악 인생은 <나부코>와 함께 진정으로 시작되었고, <나부코>와 함께 끝날 것이다.”

그렇다. 먼 훗날 영광의 ‘금빛 날개를 타고’ 땅에 묻힌 작곡가의 장례식에서 사람들이 부른 노래도 바로 그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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