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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Musical

성악의 음역은 어떻게 구분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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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악의 음역은 어떻게 구분될까?

피아노나 다른 건반악기로 중심이 되는 으뜸음을 누른 다음 거기서부터 ‘도-레-미-파-솔-라-시-도-레-미 …’ 하면서 목소리를 한 음씩 올려보세요. 삐끗하지 않고 어디까지 올라가실 수 있나요? 이번에는 반대로 으뜸음을 누른 뒤 ‘도-시-라-솔-파-미-레-도-시-라-솔…’ 하며 목소리를 내려 보세요. 어느 음까지 내려가죠? 이런 실험을 했을 때 목소리가 갈라지거나 깨지지 않고 낼 수 있는 가장 낮은 음부터 가장 높은 음까지를 ‘나의 음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친구들을 불러 한 번씩 시켜보세요. 꽤 높은 소리까지 올라갈 수 있는 친구도 있고, 반대로 놀랄 만큼 낮은 소리를 낼 수 있는 친구도 있을 겁니다. 남자와 여자가 소리를 낼 수 있는 음역이 다르고, 같은 남자나 여자라 해도 음역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가창 방식에 따라 음역이 상세하게 나뉜다

‘한 사람이 무리 없이 편안하게 낼 수 있는 음역’을 이탈리아어로는 ‘테시투라’(tessitura)라고 하죠. 원래는 ‘골조’(骨組), 그러니까 기본 뼈대라는 뜻입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음역이 고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랍니다. 음역은 나이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기도 하고, 훈련을 통해 넓힐 수도 있지요. 성악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음역을 넓히는 일에, 특히 고음 쪽으로 확장하는 일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목소리를 악기 다루듯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다면 오페라 가수로서는 성공이죠. 그렇게 되려면 스스로 원하는 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몸’이라는 악기를 효과적으로 조절하고 다루는 법을 익혀야 합니다. 성악을 하는 사람들은 고음 쪽으로 음역을 확장하기 위해 많은 훈련을 한다.

오페라 가수의 음역은 여성의 경우 소프라노, 메조소프라노, 콘트랄토(알토)로 나뉘는데, 독일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메조소프라노와 콘트랄토를 굳이 구분하지 않고 있습니다. 남성의 음역은 기본적으로 테너, 바리톤, 베이스로 나뉘는데, 바로크 시대에 작곡된 카스트라토 배역을 노래하기 위해 테너보다 높은 음역인 카운터테너가 쓰이기도 합니다. 또 바리톤과 베이스 사이에 위치하는 베이스바리톤도 있습니다. 그럼 여성의 고음역과 저음역, 그리고 남성의 고음역과 저음역이 음색이나 가창 방식에 따라 오페라에서는 어떻게 더 상세하게 나뉘는지 한번 살펴볼까요? 이보다 더 다양하고 세분화된 개념들도 사용되지만, 아주 기본적인 틀만 정리해 보았습니다.

소프라노의 세분화된 목소리와 역할 구분

소프라노 레제로  soprano leggiero

‘레제로’는 가볍다는 뜻. 가볍고 우아하게 노래하는 소프라노를 이렇게 부릅니다. 베르디의 <리골레토>의 여주인공 질다가 대표적이며, 때로는 ‘소프라노 리리코’나 ‘수브레트’(soubrette)와 혼용되기도 합니다. 사랑스럽고 재치 있는 희극적 여주인공에게 어울리는 수브레트는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의 수잔나, <돈 조반니>의 체를리나, 베버 <마탄의 사수>의 엔혠 등 하녀 주인공이나 여주인공의 친구 역할인 경우가 많습니다.

소프라노 리리코  soprano lirico

보통 ‘리릭 소프라노’라고 부릅니다. 부드럽고 서정적이며 밝은 음색을 지닌 청아한 소프라노죠. 리리코가 어울리는 배역은 푸치니 <라 보엠>의 미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장미의 기사> 여주인공 소피 등입니다.

소프라노 리리코 스핀토  soprano lirico spinto

이탈리아어에서 ‘스핀토’란 ‘찌르다’, ‘밀어붙이다’라는 뜻입니다. 보통의 리릭 소프라노보다는 더 힘이 느껴지며 드라마틱한 요소가 깃든 음성을 이렇게 부르죠. 베르디 <일 트로바토레>의 레오노라, 베버 <마탄의 사수>의 여주인공 아가테 등이 이에 속합니다.

소프라노 드라마티코  soprano drammatico

열정, 분노, 절망 같은 다양하고 폭넓은 감정을 극적으로 표현해낼 수 있는 약간 무겁고 어두운 빛깔의 목소리입니다. 보통 ‘드라마틱 소프라노’라고 부르죠. 베르디 <아이다>의 아이다, <맥베스>의 레이디 맥베스, 푸치니의 <토스카> 여주인공 등에게 필요한 음성입니다.

소프라노 콜로라투라  soprano coloratura

‘콜로라투라’란 ‘채색한’, ‘색을 입힌’이라는 뜻입니다. 복잡한 장식음을 정확한 기교로 소화해내는 화려한 음색의 소프라노를 말하죠. 오펜바흐의 <호프만 이야기>에 나오는 기계인형 올림피아, 모차르트 <마술피리>의 밤의 여왕 역이 대표적인 소프라노 콜로라투라 역할입니다.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에 등장하는 밤의 여왕은 대표적인 소프라노 콜로라투라 캐릭터이다.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의 주인공 카르멘은 드라마틱한 메조소프라노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메조소프라노와 콘트랄토의 세분화된 목소리와 역할 구분

메조소프라노 드라마티코  mezzo-soprano drammatico

소프라노 드라마티코보다 음역은 낮지만 비슷한 역할을 해내는 음성입니다. 풍성하고 관능적인 음색으로 탁월한 연기력을 발휘하는 역할이 대부분이죠. 비제 <카르멘>의 여주인공, 베르디 <일 트로바토레>의 아주체나 등이 여기 속합니다.

메조소프라노 콜로라투라  mezzo-soprano coloratura

밝고 힘이 넘치며 장식음 기교가 뛰어난 메조소프라노로, 대표적 배역은 로시니 <신데렐라>의 여주인공입니다. 또는 이와는 달리 바로크 오페라의 옛 카스트라토 배역을 여성 성악가가 맡는 경우도 이에 속합니다. 헨델의 <리날도>에서 리날도 장군 역을 노래하는 여성가수 역시 메조소프라노 콜로라투라입니다.

콘트랄토 드라마티코  contralto drammatico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에 나오는 대지의 여신 에르다처럼, 중후하고 신비로우며 성을 초월한 역할에 어울리는 목소리입니다.

콘트랄토 부포  contralto-buffo

가장 낮은 여성 음역이면서도 희극적이고 가벼운 목소리로, 로어칭의 희극 오페라 <목수황제>의 과부 브라우에 부인이 대표적 배역입니다.

테너의 세분화된 목소리와 역할 구분

테노레 리리코  tenore lirico

서정적인 음색의 테너로 사랑에 빠진 젊고 순수한 남자 주인공 역에 어울립니다. 도니체티 <사랑의 묘약>의 네모리노, 로시니 <세비야의 이발사>의 알마비바 백작 등이 적절한 예입니다.

테노레 스핀토  tenore spinto

강렬하게 밀어붙이는 젊고 활기찬 목소리의 테너입니다. 베르디 <아이다>의 라다메스 장군 역이 대표적입니다.

테노레 드라마티코  tenore drammatico

드라마틱한 가창을 들려주는 풍부한 성량의 테너입니다. 힘과 박력이 넘치는 소리로 관객을 압도하는 ‘영웅 테너’(tenore di forza)와도 혼용됩니다. 또 일반적인 드라마틱 테너보다 더욱 강렬한 느낌을 주는 ‘테노레 스핀토 드라마티코’도 있습니다. 푸치니 <투란도트>의 칼라프 왕자, 베르디 <오텔로>의 주인공 오텔로 등이 드라마틱 테너에 속합니다. 독일어권에서는 ‘헬덴테노어’(Heldentenor. 영웅 테너라는 뜻)라는 단어를 써서, 신화 이야기의 영웅 주인공인 바그너 <니벨룽의 반지> 속 지크프리트 같은 남자 주인공을 칭합니다.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의 칼라프 왕자는 대표적인 드라마틱 테너이다.

테노레 부포  tenore buffo

조금 독특한 남성 배역으로, ‘코믹 테너’라고 부릅니다. 희극적인 역을 맡는 테너죠. 여기서는 남성의 높은 음역이 우스꽝스러운 효과를 내는 데 이용됩니다.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의 돈 바실리오, 베르디의 희극 오페라 <팔스타프>의 하인 바르돌프 역이 대표적입니다.

카운터테너  countertenor

바로크 시대 오페라에서 카스트라토가 맡았던 고음역의 남성 역할이나 여성 역할을 노래하는 가수의 음역입니다. 헨델의 <리날도>나 <줄리어스 시저>의 타이틀 롤이 여기 해당됩니다. 카운터테너는 테너에 포함되는 음역은 아니지만, 이 글에서는 편의상 테너 항목에 분류했습니다.

바리톤과 베이스의 세분화된 목소리와 역할 구분

슈필바리톤  Spielbariton

독일어권에서 쓰이는 명칭으로, ‘Spiel’은 ‘play'라는 뜻입니다. 무대 위에서 움직임이 많아 상당한 극적 연기력이 요구되는 배역으로, 모차르트 <돈 조반니>의 타이틀 롤이 여기 해당됩니다.

바소 부포  basso buffo

남성 저음역이지만 희극에 등장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어둡고 굵은 음색이 아닌 밝고 가벼운 음색의 저음이 요구되며, 보통 ‘코믹 베이스’라고 부릅니다. 로시니 <세비야의 이발사>의 후견인 돈 바르톨로와 음악선생 돈 바실리오 등이 이에 속합니다.

바소 프로폰도  basso profondo

바소 부포와는 반대로, 남성 저음역 중에서도 가장 낮고 깊고 울림이 풍부한 베이스를 이렇게 부릅니다. 이처럼 무게감 있는 최저음을 완벽하게 구사하는 베이스는 흔히 보기 어렵습니다. 모차르트 <마술피리>의 자라스트로 역, 베르디 <돈 카를로>의 대심문관 역 등이 여기 해당합니다.

 

이용숙(음악평론가) 이화여대 독문과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독문과 강사를 역임했다.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독문학 및 음악학 수학, 서울대 공연예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연합뉴스 오페라 전문 객원기자 및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저서로 <오페라, 행복한 중독>, <사랑과 죽음의 아리아> 등이 있다.

 



 

  출처 : 네이버캐스트 오늘의 클래식>클래식입문 ABC 2009.11.13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67&contents_id=1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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