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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Musical

오펜바흐 오페라 ‘호프만 이야기’ Offenbach, Les Contes d'Hoffmann

Offenbach, Les Contes d'Hoffmann

오펜바흐 오페라 ‘호프만 이야기’

Jacques Offenbach

1819-1880

Hoffmann: Marc Laho

Olympia: Patricia Petibon

Antonia: Rachel Harnisch

Giulietta: Maria Riccarda Wesseling

La Muse/Niklausse: Stella Doufexis

Lindorf/Coppelius/Miracle/Dapertutto: Nicolas Cavallier

Andrès/Cochenille/Frantz/Pitichinaccio: Eric Huchet

Chœurs du Grand Théâtre de Genève

Orchestre de la Suisse Romande

Conductor: Patrick Davin

Grand Théâtre de Genève 2008

 


 


 




 

대머리에 턱수염, 동그란 코안경을 걸친 작곡가 자크 오펜바흐의 사진 속 모습은 마치 그의 엽기적 취향과 유머 감각을 대변해주는 듯합니다. 오펜바흐는 독일에서 태어났지만 열네 살 때 가족과 함께 파리로 이주해 파리 음악원에서 작곡을 배웠습니다. 파리 오페라 코미크 극장에서 첼리스트로 일하며 왈츠 등의 살롱음악을 작곡하다가, 1855년 파리 국제박람회와 관련된 지원을 얻어 샹젤리제 거리에 파리 희가극장(Bouffe Parisien)을 개관했지요. 여기서 <지옥의 오르페>, <아름다운 헬레네>, <푸른 수염> 등 세태 풍자가 가득한 희극 오페레타들을 무대에 올려 인기를 끌었고, 유일한 오페라 <호프만 이야기>를 유작으로 남기고 세상을 떠났답니다. 총 100여 편에 달하는 오페레타를 작곡했는데요, 그의 작품들은 빈의 요한 슈트라우스 2세 및 레하르의 오페레타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슈트라우스의 전기 영화를 보면, 오펜바흐가 그를 찾아와 오페라타 <박쥐>의 소재를 귀띔해주는 장면도 등장하죠. 자크 오펜바흐

대본작가 쥘 바르비에와 미셸 카레는 독일 낭만주의 문학의 대표적인 작가 호프만(E.T.A. Hoffmann, 1776-1822)의 소설 <고문관 크레스펠(Der Rat Krespel)>과 <잠의 요정 Der Sandmann> 등을 토대로 <호프만 이야기(Les Contes d'Hoffmann)>의 대본을 썼습니다. 이 오페라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실존한 작가 호프만의 현실 속 직업은 법관이었습니다. 모차르트를 열렬히 숭배해 자기 이름 에른스트 테오도르 빌헬름에서 빌헬름을 빼고 대신 아마데우스의 A를 넣었다고 합니다. 작곡가로도 활동했던 호프만의 소설에는 음악 이야기가 거의 빠지지 않죠. 낮에는 신망을 얻는 법관으로 일했지만 퇴근한 뒤에는 한밤중까지 서재에 앉아 <스퀴데리 부인>, <악마의 묘약> 등 오싹한 엽기 판타지 소설들을 썼던 독특한 천재였습니다.

예술가의 사랑을 방해하는 뮤즈

1881년 파리 오페라 코미크 극장에서 초연된 이 작품의 배경은 19세기의 뉘른베르크, 로마, 뮌헨, 베네치아 등의 도시입니다. 3막극이지만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장면이 붙어 있습니다. 주인공 호프만(테너)과 니클라우스(메조소프라노)를 제외하면 장면마다 등장인물이 달라집니다.

프롤로그

프롤로그 장면은 뉘른베르크의 술집에서 시작됩니다. 작가 호프만에게 작품의 영감을 주는 뮤즈는 친구 니클라우스로 변신해 남장을 하고 호프만을 늘 따라다닙니다. 뮤즈는 사랑에 빠지기 잘하는 호프만이 연애와 결혼의 행복에 젖어 예술의 세계를 망각할까 봐 조바심이 납니다. 그래서 감시하는 중이죠. 오페라 가수 스텔라(소프라노)는 호프만과 열렬한 연인 사이였지만 서로 싸우고 헤어졌습니다.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 공연이 있는 날, 스텔라는 사람을 시켜 분장실 열쇠가 든 편지를 호프만에게 갖다 주게 합니다. 화해하고 다시 만나자는 뜻이었지요. 하지만 스텔라를 탐내는 악마 같은 시의원 린도르프(베이스)는 심부름꾼을 매수해 그 편지를 가로챕니다. 호프만은 대학생들이 모여 왁자지껄 떠들고 있는 술집에서 자신의 작품에 나오는 ‘난쟁이 클라인차크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학생들이 연애 얘기를 들려 달라고 조르자 호프만은 스텔라와의 사랑을 회상하며 과거 세 명의 연인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지요.

1막

로마를 배경으로 한 1막의 주인공은 자동인형 올림피아(소프라노)입니다. 과학자 스팔란차니(테너)가 발명한 일종의 로봇이죠. 원격 조종에 의해 걷거나 빙빙 돌고, ‘예, 아니오’ 정도의 간단한 말도 할 줄 압니다. 호프만은 그 올림피아를 보고 한눈에 반합니다. 니클라우스가 아무리 인형이라고 알려줘도 소용이 없습니다. 올림피아의 눈을 만들어 넣은 광학 기술자 코펠리우스(베이스)가 호프만에게 마법의 안경을 씌워 올림피아를 진짜 사람으로 믿게 만들었거든요. 가상현실을 체험하게 해주는 안경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자동인형 올림피아와 그녀와 사랑에 빠진 호프만.

호프만은 사랑을 고백하면서 올림피아도 자신을 사랑한다고 믿어버립니다. 하지만 무도회에서 올림피아와 함께 춤을 추던 호프만은 안경을 떨어뜨리면서 올림피아의 실체를 보게 됩니다. 그때 코펠리우스가 나타나 ‘올림피아의 눈을 만들어준 대가로 스필란차니 박사에게 받은 어음이 가짜였다’라며 그 보복으로 올림피아를 산산조각 냅니다. 호프만을 열정으로 끓어오르게 했던 첫사랑의 환상은 이와 함께 무참하게 깨지고 맙니다.

2막

뮌헨이 배경인 2막의 여주인공은 고문관 크레스펠(바리톤)의 딸인 안토니아(소프라노)입니다. 그녀를 사랑했지만 오래 헤어져 있을 수밖에 없었던 호프만은 안토니아의 집을 찾아가 재회에 진심으로 기뻐합니다. 안토니아의 어머니는 유명한 성악가였지만 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안토니아 역시 같은 병을 앓고 있어 노래를 불러서는 안 되는 상황입니다. 호프만을 다시 만난 안토니아는 성악가의 꿈은 접어버리고 그와 함께 두 사람의 행복한 미래를 만들어 가리라 결심합니다. 그러나 예전에 안토니아의 어머니를 죽게 했던 악마 같은 미라클 박사가 이 집에 찾아와 크레스펠이 없는 사이에 안토니아에게 노래를 하라고 부추깁니다. 미라클 박사가 마법으로 불러낸 어머니의 환영을 보고 그 목소리를 듣게 된 안토니아는 그칠 줄 모르고 노래를 부르다가 결국 바닥에 쓰러져 죽고 맙니다.

안토니아에게 노래를 하라고 부추기는 악마 같은 미라클 박사.

3막

3막은 베네치아의 코르티잔(예술적 재능과 교양을 갖추고 상류사회 남자들에게 색과 오락을 제공하는 여성) 줄리에타(소프라노 또는 메조소프라노)와 호프만의 이야기입니다. 막이 열리면 줄리에타가 니클라우스와 함께 곤돌라를 타고 가며 ‘호프만의 뱃노래(La Barcarolle)’로 유명한 이중창을 노래합니다. 이곳에 와서 도박을 하다가 줄리에타에게 매혹당한 호프만은 만남의 대가로 줄리에타에게 자신의 그림자(영혼)를 넘겨줍니다. 그러나 이미 줄리에타에게 빠져 자신의 그림자를 잃은 슐레밀(바리톤)이 호프만과 결투를 벌이지요. 다이아몬드를 미끼로 줄리에타를 조종해 남자들의 그림자를 갖다 바치게 만드는 악마 다페르투토(베이스)는 호프만에게 칼을 주어 슐레밀을 죽이게 만듭니다. 그러나 마침내 줄리에타를 얻게 되었다고 기뻐하는 호프만 앞에서 줄리에타는 그를 비웃으며 다페르투토와 함께 곤돌라를 타고 사라집니다.

에필로그

이제 에필로그입니다. 오페라 공연을 마친 스텔라가 호프만을 찾아 술집에 나타나지만, 스텔라의 사과 편지를 받지 못한 호프만은 술에 취해 그녀를 제대로 알아보지도 못하죠. 이에 화가 난 스텔라는 린도르프와 팔짱을 끼고 가버리고, 마침내 여자들을 모두 호프만에게서 떼어 놓은 뮤즈는 니클라우스의 모습을 버리고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호프만에게 속삭입니다. “예술가는 고통과 좌절을 통해 더 숭고한 예술을 창조할 수 있게 된다”고 그를 위로하죠.

'La Barcarolle' from Offenbach's opera "Les Contes d'Hoffmann"

Sabine Devieilhe, soprano

Ann Hallenberg, mezzosopran

Les Musiciens du Louvre

Conductor: Marc Minkowski

Offenbach in Köln, Germany 2012

허영의 사랑, 교감의 사랑, 관능의 사랑

1막의 올림피아 이야기는 남자들이 젊은 시절에 여자의 미모에만 끌려 ‘허영의 사랑’에 빠지는 것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올림피아를 로봇으로 설정한 것은, 당시 파리 상류사회의 부모들이 인형처럼 화려하게 치장한 딸을 파티 손님들 앞에 선보이며 좋은 혼처를 노렸던 풍조에 대한 비판이었습니다. 올림피아가 부르는 고난도의 레제로 콜로라투라 아리아 ‘새들은 나뭇가지에’는 당대 오페라 가수들의 지나친 기교주의적 가창, 그리고 소프라노 가수에게서 기예 같은 완벽함을 기대하는 청중에 대한 비판의 의미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2막의 안토니아 이야기는 상대방을 위하고 배려하는 진실하고 성숙한 사랑, 즉 ‘교감의 사랑’을 상징하죠. 여성 참정권이 뜨거운 주제로 떠오르던 시대에, 자신의 재능을 살릴 것인지 현모양처의 삶을 택할 것인지를 고민하던 여성들의 모습을 안토니아라는 여주인공에 담아낸 것이기도 합니다. 3막의 줄리에타 이야기는 연애 관계에서 여러 차례 좌절과 환멸을 경험한 남자들이 체념 후에 빠지게 되는 ‘관능의 사랑’, 즉 육체에만 탐닉하는 사랑을 상징합니다.

그러나 호프만이 이야기하는 이 과거 세 여인의 특성은 스텔라라는 현재의 연인 속에 집약되어 있습니다. 한 여성이 이런 다양한 특성을 모두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올림피아, 안토니아, 줄리에타를 모두 한 사람의 소프라노가 부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프롤로그에 등장하는 시의원 린도르프, 1막의 광학자 코펠리우스, 2막의 의사 미라클, 3막의 악마 다페르투토는 모두 한 사람의 베이스 또는 베이스바리톤 가수가 노래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악마적 성향을 지닌 사람들이 다양한 형태로 세상에서 활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데요, 이처럼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성악 기량과 연기력을 지닌 가수가 필요하답니다.

 

추천 음반 및 영상물 (호프만-줄리에타-다페르투토 순)

[음반] 닐 쉬코프, 제시 노먼, 조세 반 담 등. 실뱅 캉브를랭 지휘, 브뤼셀 왕립극장 국립오페라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1988년 녹음

[음반] 니콜라이 겟다, 엘리자베스 슈바르츠코프, 에르네스트 블랑 등. 앙드레 클뤼탕스 지휘, 파리 음악원 오케스트라 및 르네 뒤클로 합창단, 1965년 녹음

[DVD] 닐 쉬코프, 베아트리스 위리아 몽종, 브린 터펠 등. 헤수스 로페스 코보스 지휘, 파리 국립오페라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로버트 카슨 연출, 2002년(한글 자막)

[DVD] 플라시도 도밍고, 아그네스 발차 등. 조르주 프레트르 지휘, 런던 코벤트 가든 로열 오페라 오케스트라 및 합창단, 존 슐레진저 연출, 1981년

 

이용숙(음악평론가) 이화여대 독문과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독문과 강사를 역임했다.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독문학 및 음악학 수학, 서울대 공연예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연합뉴스 오페라 전문 객원기자 및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저서로 <오페라, 행복한 중독>, <사랑과 죽음의 아리아> 등이 있다.

 

  출처 : 네이버캐스트 오늘의 클래식>명곡 명연주 2012.06.11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66&contents_id=8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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