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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음악 OST

영화 장미의 이름

장 자크 아노 감독

The Name of the Rose, 1986

숀 코네리(윌리엄 수도사), 엘리아 바스킨(아드소)

<장미의 이름>은 움베르토 에코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으며, 프란체스코 수도사 윌리엄이 중세 수도원에서 7일간 일어나는 기괴한 살인 사건을 파헤쳐 나가는 스토리이다. 

 

영화 <장미의 이름>(1부: 한글 자막)

아쉽게도 1부만 올리네요... 소리가 낮으면 하단 스피커 표시 볼륨을 올리시기 바랍니다. 소설 원작을 충실히 담진 못했지만 수준급 영화입니다. 영화를 보시고 뭐가 뭔지 모르겠다 싶은 분들은 소설을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고 이윤기 선생이 1차 번역 책으로 내 베스트셀러까지 올랐으나 크게 부족함을 통감하고 출판사 측의 양해를 얻어 재차 번역해 냈던 일은 지금도 출판계에서 미담으로 회자됩니다. 소설 자체의 흥미진진한 스토리뿐 아니라 이윤기 선생이 공을 들여 일일이 붙인 숱한 각주를 통해 중세의 삶과 사상을 알아 가는 재미도 무척 쏠쏠합니다.~

<장미의 이름>은 움베르토 에코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것이다. 영화는 아드소라는 수도사가 스승인 윌리엄 수사와 함께 1320년경 이탈리아의 한 수도원에서 경험했던 일을 회고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야기의 배경은 1327년, 이탈리아 북부에 위치한 베네딕트파의 한 수도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윌리엄 수사가 젊은 제자 아드소를 데리고 이 수도원에 도착한다. 윌리엄은 교회의 청빈을 주장하는 프란체스코회 소속이다. 프란체스코회는 오래전부터 교황청은 물론 다른 수도회들과도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이들 사이의 반목이 심해지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 수도원에 모여 토론을 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윌리엄 수사가 도착하기 얼마 전 이 수도원에서 그리스어 번역사인 아델모라는 젊은 수사가 탑에서 떨어져 사망한 사건이 일어난다. 윌리엄과 아드소가 수도원에 도착하자 수도원장은 명석한 두뇌를 가진 윌리엄에게 이 사건의 수사를 맡아 달라고 부탁한다. 그 말을 듣고 윌리엄은 일단 아델모가 투신한 곳을 살펴본다. 그리고 여러 가지 정황상 아델모가 자살했을 것으로 추측한다.

▶소설 <장미의 이름>(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윤기 옮김, 열린책들). 볼로냐 대학의 교수 움베르토 에코는 기호학, 철학, 역사학 등 인문학 전반에 걸쳐 박학한 학자로, 소설 <장미의 이름>으로 문학계를 강타하며 데뷔했으며 이어 <푸코의 진자>, <전날의 섬> 등에서 지적인 추리소설의 정수를 보여주었다.

그런데 얼마 후, 이번에는 또 다른 그리스어 번역사가 돼지 피를 받아 놓은 항아리에 거꾸로 처박혀 죽은 채 발견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수사들이 연속적으로 죽음을 맞자 수사들은 요한 계시록의 예언대로 악마의 역사가 시작되었다며 크게 두려워한다. 하지만 윌리엄은 눈에 찍힌 발자국을 면밀히 살펴본 끝에 그가 살해되었다는 결론을 내린다. 그는 아델모의 자살과 이 살인 사건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직감하고 사건을 좀 더 구체적으로 파고 들어가기 시작한다.

윌리엄과 아드소

윌리엄과 아드소는 죽은 수사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그가 일했던 도서관을 찾는다. 여기서 두 사람은 죽은 아델모가 그리스어 번역, 그중에서도 특히 아리스토텔레스 책 번역의 전문가였다는 말을 듣게 된다. 이 말에 직감적으로 그 책에 사건 해결의 열쇠가 있다고 생각한 윌리엄은 아드소와 함께 밤중에 몰래 서고로 들어간다. 윌리엄이 아델모가 쓴 것으로 보이는 쪽지를 발견하고 이것을 읽고 있을 때, 누군가가 책 한 권을 갖고 달아나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두 사람은 급히 그의 뒤를 쫓는다. 그 와중에 아드소는 음침한 곳에 몸을 숨기는데, 이때 레미지오 수사가 나타나 마을 처녀를 찾는 소리를 듣게 된다. 그는 먹을 것을 미끼로 가난한 마을 처녀를 유린하며 자신의 욕정을 채워 왔다. 당시에는 교회와 귀족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찢어지게 가난했다. 농노들은 수도원에서 버리는 음식물 쓰레기를 먹으며 살았다. 그리고 여자들은 수사들에게 몸을 바치고 그 대가로 양식을 얻곤 했다. 그날 레미지오 수사는 또다시 욕정을 채우기 위해 처녀를 찾고 있었고, 이것을 어둠 속에서 아드소가 본 것이다.

서고 안에 들어온 윌리엄과 아드소

그러는 동안 세 번째 사망 사건이 일어난다. 도서관에서 책을 훔쳐 달아난 바로 그 뚱뚱한 수사이다. 시체를 조사하던 윌리엄은 그의 혀와 손가락에 검은 잉크가 묻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 검은 잉크는 독이었다. 그 독은 금서로 분류된 어떤 책에 발라져 있었다. 아무도 책을 읽지 못하도록 페이지마다 독을 발라 놓았는데, 그것을 모르는 수사들이 몰래 책을 읽다가 변을 당한 것이다.

윌리엄은 문제의 책을 찾아 나선다. 그래서 서고로 쓰이는 탑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사서가 이를 막는다. 사서 외에는 아무도 들어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말에 그는 도서관에 비밀의 열쇠가 있다고 판단한다. 그래서 잠입을 시도하지만 실패하고 만다.

윌리엄은 수사들이 살해되었다는 전제하에 사건을 조사하고 있지만 교황청은 윌리엄의 추론을 묵살해버린다. 이 모든 것이 악마의 계략 때문이라고 하면서 이단 심문관을 파견해 악마를 심판하라고 한다. 이단 심문관은 미신적 종교의식을 행한 곱사등이 수사 살바토레와 마을 처녀, 그리고 그녀를 유린한 레미지오 수사를 연쇄 살인범으로 몬다.

마지막 재판이 열리는 날, 윌리엄은 세 사람이 무죄라고 주장하지만 사형을 막지는 못한다. 이제 이들을 구할 방법은 이 사건의 열쇠인 독이 묻은 책을 찾는 것뿐이다. 하지만 서고의 문은 굳게 닫혀 있다. 어떻게 하면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 이리저리 궁리하던 윌리엄은 마침내 서고에 들어갈 방법을 찾아내는 데 성공한다. 서고에 들어가 미로에서 헤매던 윌리엄과 아드소는 그곳의 밀실에서 전혀 예상 밖의 인물을 만난다. 바로 눈먼 수도사 호르헤이다. 호르헤는 수도원에서 두 번째로 나이 많은 수도사이다. 일찍이 장님이 된 전직 사서로 신학에 대한 광신과 철학에 대한 증오로 아리스토텔레스를 증오했다. 그래서 그의 책에 독을 발라 문제의 책을 읽으려는 수도사들을 모두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눈먼 수도사 호르헤

호르헤가 금기시했던 책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제2권이었다. “희극이 우리의 기쁨을 자극하는 방법에 대해서 논의해본다.”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말하자면 이 책은 인간을 웃게 만드는 희극에 관한 책이다. 하지만 늙은 수사 호르헤는 웃음을 싫어한다. 왜? 웃음은 두려움을 없애기 때문이다. 두려움을 없애면 신앙도 없다. 악마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면 하느님도 필요 없으니까. 신앙은 공포에 의해서 유지된다고 믿는 그는 사람들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책을 읽고 웃는 법을 알게 된다면 신앙도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책을 읽지 못하도록 책에다 독을 묻힌 것이다. 그러다 윌리엄에게 들키자 사서에 불을 지르고, 스스로 독을 묻힌 책장을 씹어 먹고 죽음을 맞는다.

불타는 서고

화형을 집행하던 수도사들은 서고가 불길에 휩싸이자 그곳으로 달려간다. 그 사이 이 사건을 분노로 지켜보던 농노들이 돌을 집어 들기 시작한다. 당황한 이단 심문관이 서둘러 도망을 가지만 결국 그는 농노들에게 잡혀 죽음을 맞는다. 모든 혼란이 끝난 뒤, 윌리엄과 아드소는 수도원을 떠난다. 이후 아드소는 멜크 수도원으로 돌아가고 윌리엄은 흑사병이 창궐하던 시기에 세상을 떠난다.

영화를 통해 중세를 느껴본다

<장미의 이름>은 우리에게 중세를 느끼게 해준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중세는 무채색이고, 그 무채색의 중심에 교회가 있다. 중세 사람들은 자기가 살고 있는 곳 어디에서나 마을 한가운데에 우뚝 서 있는 교회 건물을 볼 수 있었다. 중세의 교회는 두꺼운 벽과 육중한 기둥, 최소한의 빛만 투과되는 작은 창문을 특징으로 하는데, 이것이 교회를 어두우면서도 한없이 깊고 중후하고 신비로운 공간으로 바꾸어 놓았다. 그렇게 깊고 어두운 공간에서 대부분 문맹이었던 당시의 신도들은 자신들이 이해할 수 없는 라틴어로 노래되는 그레고리오 성가를 들었다.

<장미의 이름>에도 수사들이 그레고리오 성가를 부르는 장면이 나온다. 그중에 젊은 수사 역으로 출연한 세계적인 카운터 테너 안드레아스 숄의 모습도 보인다. 그레고리오 성가는 로마 가톨릭교회의 성가를 말한다. 그레고리오 성가라는 이름은 590년부터 604년까지 재위했던 교황 그레고리우스 1세의 이름에서 나온 것이다. 전설에 의하면 그레고리우스 1세는 비둘기 형상을 한 성령이 불러주는 선율을 받아 적어 성가를 완성했다고 하는데, 중세의 그림 중에 그레고리우스 1세가 성령의 상징인 비둘기가 불러주는 성가를 듣고, 이것을 필사가에게 받아 적도록 하는 그림이 있다. 바로 여기서 그레고리우스 1세가 그레고리오 성가를 썼다는 믿음이 생겼다. 하지만 이것은 전설에 불과하고, 실제로 성가에 대해 본격적인 정리가 이루어진 것은 그로부터 2세기 뒤였다. ▶그레고리우스 1세가 성령을 받아 성가를 편찬하고 있는 그림.

옛날에 교회의 성가대원들은 집중적인 음악 훈련을 받았다. 하지만 그 방법은 다소 원시적이었다. 음악을 악보로 기록하는 기보법이 발달하기 전이라 모든 것을 일일이 기억에 의존해야 했다. 당시 성가대원들은 스승이나 선배들이 부르는 것을 따라 부르는 방식으로 노래를 익혔다. 하지만 인간의 기억력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다. 성가의 수가 적고 의식 절차가 비교적 간단했던 초기에는 기억에 의존해 노래를 익히는 것이 어느 정도 가능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미사에서 부르는 성가의 수가 많아지고 의식의 내용도 복잡해졌다. 그에 따라 여러 종류의 미사에서 부르는 수많은 종류의 성가를 일일이 기억하는 것이 힘들어졌다. 미사에서 불리는 방대한 성가를 정리하고 기록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화려하게 제작된 중세 악보

그레고리오 성가의 정리는 8세기경, 스콜라 칸토룸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스콜라 칸토룸이란 ‘가수들의 학교’라는 뜻으로 이 학교를 세운 목적은 당시 구전으로만 전해 내려오던 가톨릭교회의 성가들을 가르치기 위해서였다. 스콜라 칸토룸의 교육 기간은 9년이었으며, 교육을 마친 가수들은 각 교회에 파견되었다. 교황 그레고리우스 2세(재위 715-731)가 통치하던 시절, 바로 이 스콜라 칸토룸을 중심으로 그동안 전해 내려오던 수많은 종류의 성가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작업이 시작되었다. 이런 노력의 결과, 8세기 중반까지 로마 가톨릭의 특정한 전례에서 사용되는 텍스트와, 그 텍스트에 따라오는 선율들이 일정한 순서에 따라 정리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그레고리오 성가이다.

그레고리오 성가를 들으면 우리는 그 안에 있는 것보다 ‘없는’ 것에 더 충격을 받는다. 그레고리오 성가는 남성 성가대가 라틴어 가사로 된 단선율의 노래를 반주 없이 부르는 것이 특징이다. 화음도 없고, 반주도 없고, 일정한 박자도 없으며, 멜로디의 굴곡도 없다. 선율의 흐름은 유연하고 유동적이다. 박자 기호나 마디의 구분이 없이 산문의 자연스러운 리듬에 따라 흘러간다. 갑자기 높은 음이나 낮은 음으로 내려가는 도약진행은 아주 드물고. 대개의 음들은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최고음에서 최저음까지 음역이 한정되어 있어 일정한 음역 안에서만 멜로디가 움직인다. 변화무쌍한 음악에 길들여진 요즘 우리 귀에는 조금 지루하게 들린다. 듣다보면 모두 그 음악이 그 음악 같다. ▶성가를 부르는 수도사들

그레고리오 성가는 지극히 형식적이고 객관적인 음악이다. 음악 자체의 아름다움이나 예술적 감동을 추구하지 않는다. 감각적인 것을 거부함으로써 세속음악과의 경계를 분명히 하고, 이것이 인간의 음악이 아닌 신의 음악이라는 사실을 언제나 일깨워준다. 이렇게 과도한 장식을 지양하고, 모든 것을 가능한 한 단순하게 표현하려고 하는 노력은 결과적으로 그 안에 깃든 정신적 내용이 더욱 풍부하게 드러나도록 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교회가 부유해지고 타락하면서 그레고리오 성가에 깃든 풍부한 정신성은 사라지고 말았다. 남은 것은 공허한 형식뿐. 살바토레 수사와 레지미오 수사 그리고 마을 처녀의 화형이 집행될 때, 형장에 무리 지어 있는 수사들이 그레고리오 성가를 부른다. 아무런 감정도 느낌도 없는 목소리로 잿빛의 중세를 노래한다. 화면도 노래도 모두 무채색이다.

The Name of the Rose [Original Soundtrack]

[01] 0:00 Main Titles - [02] 3:02 Beata Viscera - [03] 5:24 First Recognition - [04] 7:55 The Lesson - [05] 12:17 Kyrie - [06] 14:42 The Scriptorium - [07] 18:37 Veni Sancte Spiritus - [08] 21:52 The Confession - [09] 25:05 Flashsbacks - [10] 27:12 The Discovery - [11] 29:40 Betrayed - [12] 32:38 Epilogue - [13] 38:53 End Titles

진회숙 (음악 칼럼니스트) 이화여대 음대 및 서울대 음대 대학원 졸업. 현재 서울시립교향악단 월간지 SPO 편집위원이며, 서울시향 ‘콘서트 미리 공부하기’를 비롯한 여러 클래식 강좌의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평화방송 FM 음악공감 ‘진회숙의 일요 스페셜’의 진행자이다. 저서로 <모나리자. 모차르트를 만나다> 외 여러 권이 있다.

출처 : 네이버캐스트>기획물 전체>음악의 선율>영화 속 클래식 2014.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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