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대형은행 12곳 거론 BDA식 제재 추진..무역전쟁 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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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이승우 특파원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11일(현지시간) 대북제재 결의 통과에도 중국이
'고무줄 제재'를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미 의회가 중국의 조치가 미흡하면 중국 대형은행 12곳을 제재하는 카드를 꺼내들어 주목된다.
이는 북한 핵·미사일 도발을 막기위한 국제사회의 제재에 있어 핵심역할을 할 중국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중국의 '간판 은행'들을 상대로 한 제재를 가하겠다는 고강도 조치여서 중국이 어떻게 대응할 지에 관심이 쏠린다.
에드 로이스(공화·캘리포니아) 하원 외교위원장이 13일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에 제재를 초구한 명단을 보면 중국
금융기관 1위인 공상은행을 비롯해 농업은행, 건설은행, 초상은행, 단둥은행, 대련은행, 교통은행, 진저우 은행, 민생은행, 광동발전은행, 하이샤 은행, 상하이푸동 은행 등이 포함됐다.
이들 은행 모두 대형 금융기관이라는 점에서 2005년 9·19 공동성명 채택 직후 북핵 합의를 무위로 돌리고 중국의 반발을 샀던 미국의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 제재와는 차원이 다른 중국내 금융 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만약 미 의회의 이런 요구를 트럼프 행정부가 받아들여 현실화한다면 중국은 사실상 중국기업과 금융기관을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의 서막으로 이해하고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시 그대로 당하지는 않겠다고 별러왔다는 점에서, 미 국채 보유 1위국인 중국의 반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조야의 이런 움직임은 실제 제재를 염두에 둔 시도일 수도 있고, 중국을 압박하는 엄포성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미국이 이렇게까지 나선 데는 그만큼 이번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 이행에 중국이 제대로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연합뉴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을 끌어올려 미 본토를 직접 위협하고, 6차 핵실험 강행으로 동북아 역내 긴장의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려 자칫 잘못하면 동북아에서 한국·일본·대만의 핵무장 요구를 부르는 이른바 '핵도미노
현상'이 우려되기 때문에 이참에 중국을 최대한 압박해 대북제재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의 모든 기관과 개인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 카드 사용도 불사하겠다고 공언한 터여서 이번 중국내 12개 은행 제재 논의는 사실상 세컨더리 보이콧 조치라는 분석도 있다.
그럼에도 미국 내에선 중국의 12개 은행 제재 카드를 2005년 9월 마카오 소재 BDA 은행의 북한 정권 계좌를 동결했고, 특히 제3국 기관의 BDA 거래 중단도 유도함으로써 북한 정권을 전방위로 압박한 BDA 조치와 유사하다고 보고 있어
보인다.
미 행정부 역시 꽤 오래전부터 중국의 대형은행들을 제재하겠다는 의지를 비쳐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런 가운데 스티브 므누신 미 재무장관이 12일 뉴욕에서 CNBC가 월가 투자자들을 상대로 연 알파콘퍼런스에서
"중국이 유엔제재들을 따르지 않으면, 우리는 중국을 추가로 제재할 것"이라며 "중국이 미국 및 국제 달러화 시스템에 접근할 수 없도록 할 것"이라고 경고했으며,미 의회의 중국의 12개 은행 제재 촉구와 맥이 닿아 있다고 볼 수있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
[AP=연합뉴스]
므누신 장관은 지난 3일 북한의 제6차 핵실험 이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을 제재하겠다며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바 있다.
그는 당시 유엔 안보리 제재와 별도로 미국 정부 차원의 새로운 단독 제재 방안을 성안할 계획을 공개하면서, 북한과
거래하는 나라는 미국과 거래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그의 발언은 북한 대외 교역의 90%를 차지하는 중국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부응하지 않으면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경제 시스템에서 배제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재무부와 국무부 고위 관료들도 이날 의회에 출석해 중국을 강력히 압박하겠다는 므누신 장관의 발언에 힘을 보탰다.
마셜 빌링슬리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보는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단둥은행에 대한 제재를 언급하면서 "그것은 매우 분명한 경고사격이었다"면서 "우리는 북한이 중국의 금융망을 통해 국제금융 시스템에 계속 접근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점을 중국과 반복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수전 손턴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도 청문회에서 "우리는 분명히 중국에 더욱 압력을 가할 모든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 대해 자신들이 우려하는 바를 놓고 꽤 빠르게 다시 계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은 청문회에서도 중국의 대형은행인 초상은행과 농업은행을 직접 거명하며 재무부에
제재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중국이 아직 구체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으나, 미 행정부가 제재 조치를 본격화할 것에 대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은 우선 미국 국채매각을 통한 미국 금융 안정성 훼손 조치를 고려할 수 있다.
중국은 지난 6월 다시 미국의 최대 채권국 지위를 확보했으며 그 기준으로 중국의 미국채 보유는 1조1천465억 달러
(1천295조원)에 이른다.
아울러 미국산 제품의 수입제한과 미국으로의 수출 감축도 테이블에 올려놓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미국의 최대
수출시장이어서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미중 양국은 본격적인 무역·금융 전쟁으로 치달을 수 있다.
북핵이 미중 무역전쟁 사이드쇼?…G2 무역전쟁 여파는?
“군사적 해법은 없다. 그건 잊어버려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8월 16일(현지시간) 미국 매체
아메리칸 프로스펙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대북 군사적 해법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누군가 (전쟁 시작) 30분 안에 재래식 무기 공격으로 서울시민 1000만명이 죽지 않을 수 있도록 방정식을 풀어
내게 보여줄 때까지 대북 군사적 해법은 없다”며 ‘대북 군사옵션 배제’를 주장한 그의 말을 두고 미국 내에서도 갑론을박이 일고 있지만, 배넌은 ‘안보전쟁’ 대신 ‘경제전쟁’을 강조했다.
“중국과의 경제전쟁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는 열광적으로 여기에 집중해야 한다.”
미국이 중국을 향해 ‘무역전쟁’ 카드를 꺼내들면서 미·중 간 갈등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중국에 대한 무역 견제와 함께 중국을 압박해 북핵문제를 통제하려는 ‘다목적 카드’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세계 주요
2개국(G2)의 무역전쟁이 비화하면 두 나라에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14일 미 무역대표부(USTR)에 중국 기업의 지식재산권 침해 여부 조사를 지시하는 대통령
각서에 서명하면서 미·중 간 무역전쟁의 방아쇠를 당겼다.
이번 조치는 중국 정부가 자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미국 기업에 중국 업체와 합작회사를 설립토록 해 지식재산권을
공유하고 핵심기술 이전을 강요하는 행위를 조사하는 것이 골자다.
USTR 조사는 약 1년이 걸릴 전망이지만, 조사 결과 중국의 불공정무역이 확인되면 1974년 제정된 통상법 301조에 따라 보복관세를 매기는 등 대통령 단독의 통상 보복조치를 단행할 수 있다.
휴가 중 서명하기 위해 백악관을 찾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새벽 트위터에 “오전에 워싱턴으로 간다. 할 일이 많다.
무역과 군사가 초점”이라고 썼다.
이는 그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말 폭탄’ 수준의 강경발언을 쏟아낸 이후로, 무역을 카드로 해 그간 대북제재에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동참하지 않았던 중국에 대해 본격적인 압박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언론 역시 “미국이 지식재산권 문제를 대북 압박의 지렛대로 삼고 있다(워싱턴포스트)” “미국으로서는 북한 압박에 중국의 협조가 미흡하다고 느낄 경우 휘두를 수 있는 새로운 곤봉 하나를 갖게 된 것(뉴욕타임스)”이라고 분석했다.
이렇듯 표면적으로는 북·미 간 안보갈등이 미·중 간 무역갈등으로 번지는 모양새지만,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WTO 규정이 아닌 미 국내법 카드까지 꺼내든 것은 일차적으로 중국에 대한 경제적 견제를 위해서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흥미로운 것은 중국 상무부가 15일부터 북한산 광물 등의 수입을 중단하기로 14일에
발표했는데, 그럼에도 미국은 대중 행정명령을 발표했다”면서 “결국 트럼프의 최종 타깃은 경제인 듯 보인다”고
분석했다.
앞서 트럼프는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 45% 관세 부과 등 무역제재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북핵문제 해결에 중국을 끌어들인다는 이유로 이를 연기해 왔다.
지난해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는 3470억 달러(약 396조원)로 2000년(903억 달러)에 비해 4배 가까이 늘었다.
미국은 중국이 수출하는 각종 위조상품과 불법복제품으로 인한 지식재산권 침해규모 역시 한 해 6000억 달러(685조원)에 이른다고 보고 있다.
배넌 역시 앞서 언급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중국과 경제전쟁을 하는 중”이라면서 “한반도에서 그들이 우리를 툭툭 치고 있지만 그건 단지 사이드쇼(sideshow)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지식재산권 침해 조사에 1년 남짓의 시간이 걸리는 데다, 경제규모 1·2위인 두 나라가 실제로 무역전쟁을 벌인다면
양쪽 모두 손실이 크다는 점에서 이번 미국의 조치는 ‘경고성 카드’라는 분석도 있지만, 북핵문제 해결이라는 명분과
대중무역 적자 해소라는 실리 등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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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무역제재로 중국의 대미수출이 감소하면 중국을 거쳐 미국으로 수출하는 한국의 대중 중간재 수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중국의 한국산 수입품 중 전자기기는 65.5%, 섬유·의류는 59.6%, 피혁은 58.8%가 미국 등으로의
재수출을 위한 것으로 추산했다.
한국은행의 국제산업 연관분석을 보면 중국의 대미수출이 10% 감소할 경우 중국의 중간재 수요 하락으로 한국의
총수출은 0.25%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미국과 중국 간 통상분쟁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한국이 중국과 미국에 각각 수출한 중간재가 가공돼 재수출되는 국제 분업구조를 분석한 결과, 중국의 대미수출이 10% 축소되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0.31%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 경제의 중국 내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점 역시 미·중 양국의 통상분쟁이 한국의 대중수출에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된 원인으로 지목했다.
무역협회 통계를 보면 한·중 수교 첫해인 1992년 한국의 대중국 수출액은 26억5000만 달러 수준이었지만, 수교 25년 만에 수출액은 1244억 달러(2016년 기준)로 약 47배 늘어났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한국의 GDP도 0.5% 감소할 것으로 관측한 바 있다.
이밖에 중국 정부가 소재 및 부품의 국산화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주요 수출품인 중간재 시장의 전망이 어둡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대중국 수출전략 역시 머지않아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규철 KDI 연구위원은 “우리 수출이 특정 국가에 크게 의존할 경우 국지적인 통상분쟁에도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으므로 수출시장의 다각화를 통해 위험을 분산할 필요가 있다”면서 “세계 경제에서 미국과 중국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우리 수출이 양국에 크게 의존하는 데에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인도 등 최근 빠르게 성장하는 신흥시장도 적극적으로 개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은영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미·중 통상관계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한국은 수출시장 다변화를 통해 리스크를 분산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면서 “미국과의 민·관 통상협력 채널을 확대하고, 동시에 중국을 겨냥한 규제가 한국에 확산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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