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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시사

국방개혁 2.0’의 虛와 實



‘국방개혁 2.0’이 ‘축소지향·약소지향’이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한미연합훈련(사진)이 축소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방개혁 2.0’의 虛와 實


한반도 긴장 완화라는 낙관론에 근거한 ‘축소지향·약소지향’
국방개혁 2.0… 북한에 대한 ‘정치적 배려’가 돼선 곤란



국방개혁은 ‘安保正論’ 준수하면서 ‘군사논리’에 입각해 추진돼야 한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쏟아져 나오는 각종 정책들을 보면서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옛말이 생각났다.
노무현 정부는 2003년 집권한 후 ‘좌파적 이상주의’ 정책들을 쏟아냈다.

복지강화, 종합부동산세 폭탄, 교육평준화, 노동자·서민을 위한 경제 등을 쏟아냈고, 대북정책에 있어서도 안보보다는 민족화합을 중시하는 ‘평화번영정책’을 내세웠고 대외정책에 있어서도 ‘자주’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환수 및 연합사
해체’ 등을 들고나왔다. 고무된 한국의 좌파들은 ‘한미동맹 해체’ ‘주한미군 철수’ 등 반미(反美) 구호들을 외쳤다.

2018년 7월 27일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에서 보고된 문재인 국방부의 ‘국방개혁 2.0’의 내용을 들으면서 국방개혁의
역사도 되풀이된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되풀이되는 ‘축소지향·약소지향’ 국방개혁의 역사
 
  2005년 노무현 정부는 ‘국방개혁 2020’을 발표하면서 ‘양(量) 위주 군사력에서 질(質) 위주 군사력으로의 변모’라는
슬로건하에 대대적인 감축 계획을 밝혔다.

국방부는 군 구조의 슬림화·단순화·기동화·첨단화, 대대적인 현역(68만 → 50만) 및 예비군 감축(304만 → 150만),
병 복무기간 감축(24개월 → 18개월), 사단 감축(49개 → 20개), 군단 감축(10개 → 6개), 장성 숫자 감축(440명 →
380~390명), 국방 문민화, 징병제 점진적 축소 및 모병제 혼용, 해·공군 증강을 통한 3군 균형 발전 등의 청사진을 펼치면서 2020년까지 15년 동안 총 621조원의 국방비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나치게 북한을 의식한 개혁이라는 수군거림이 일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붉은청년근위대, 노농적위군, 교도대 등 예비병력 650만에 정규군 120만을 운용하는 대(大)병력
주의를 고수하고 있는데, 한국군의 규모를 이렇게 줄여도 되는지를 물었다.

 3군 균형 발전은 올바른 목표이지만 북한을 의식한 지상군 축소를 위한 명분으로 삼았다는 분석도 나왔다.
국방비의 한계를 감안할 때, 양적 축소를 상쇄할 만큼의 군사력의 첨단화를 이루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계획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국방비 증액은 2006년부터 차질을 빚었다.

 결국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국방개혁 2020’은 ‘국방개혁 2030’(후일 ‘국방개혁 307’로 명칭 변경)으로 대체됐고, 행(幸)인지 불행(不幸)인지 필자는 ‘국방개혁 2030’을 만들어내는 중심에 있었다.
문재인 정부도 집권하면서부터 이상주의적 경제정책들을 쏟아냈고, 이어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조기 전환 공약과 함께 ‘국방개혁 2020’과 판박이처럼 닮은, 즉 축소지향적 군사력 재편을 골자로 하는 ‘국방개혁 2.0’을 발표했다.

‘국방개혁 2.0’도 ‘군사력의 첨단화·정예화·효율화’라는 기본 개념하에 ‘평화와 번영의 대한민국을 뒷받침하는 강한 군대의 구현’이라는 거창한 청사진을 제시했고, 이를 위한 3대 목표로 ‘다변화되고 불확실한 전방위 안보위협 대비’ ‘첨단
기술에 기반한 군사력의 정예화’ ‘국민의 신뢰를 받는 선진 국방 운영’ 등을 제시했다.

 추진 기조로는 국방 문민화, 3군 균형 발전, 전작권 전환 이후 핵심역량 함양, ICT 첨단과학기술의 적극 활용, 범국민적 지지 기반 확보, 국방운영의 효율성·신뢰성·개방성 제고, 선진 병영문화 창달 등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연 7.5%씩의 국방비 증액을 통해 2023년까지 5년 동안 270조7000억원의 재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섣부른 국방개혁, 군인들의 저항 부를 수도




지난 10월 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정문 앞에서 열린 평화 파괴의 폭탄 ‘국방개혁 2.0’
규탄집회에서 한국대학생진보연합과 청년당 관계자들이 국방개혁 지뢰 제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방개혁 2.0’이 시행되면 이명박 정부가 21개월로 재조정한 병(兵) 복무기간은 다시 18개월로 줄고, 육군 11만8000명이 감축되어 한국군의 총병력은 2020년까지 50만명으로 줄어든다.
병 복지 향상을 위해 현 봉급 40만원(병장 기준)은 2022년까지 67만원으로 인상되고, 군내(軍內) 영창제도는 폐지된다.

사단 숫자도 현 39개에서 34개로 줄어드는데, 11개의 최전방 사단이 9개로 줄어들고 제2선에 배치된 정예 예비사단
상당수도 해체될 전망이다. 군단 숫자도 현 8개에서 6개로 감소하며, 육군 1·3 야전군은 통합되어 2019년 지상작전사령부(지작사)로 재편된다.
  
국방부는 병력 규모 축소로 인한 공백은 첨단장비 도입, 유급하사관제, 여군 간부 확대, 비전투 민간인 활용 등으로
보완하겠다고 했다.

장성 숫자는 육군 66명, 해군 5명, 공군 5명 등 76명이 줄어들어 현 436명에서 360명이 되며, 국방부 직할 부대장의
육·해·공 비율은 3:1:1에서 1:1:1로 바뀐다. 예비군은 275만명 선을 유지하되 동원예비군은 현 130만명에서 95만명으로 감축되고, 동원 기간도 4년에서 3년으로 단축된다. 국방비의 0.3%(1300억원) 수준인 예비군 예산은 1%로 증액된다.
 
  이와 함께, 전작권 전환 이후 현 한미연합사(CFC)는 미래연합군사령부로 개편되어 한국군 4성 장군이 사령관을,
그리고 미군 4성 장군이 부사령관을 맡게 되는데, 이 부분은 10월 31일 워싱턴에서 개최된 제50차 한미 국방장관회의
(SCM)에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채택한 연합방위지침에서 최종 합의됐다.
  
국방개혁이란 국가안보를 위해 납세자 국민이 만들어 준 예산 내에서 최대한의 국방력을 발휘하기 위해 효율적·효과적인 방안들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즉 국방개혁이란 철저하게 군사안보적 측면에서 재정 능력 한도 내에서 전투력을 극대화시키고자 하는 것이지 비군사적 논리나 정치외교적 동기로 군사 장비와 인원 또는 체제를 줄이고 폐기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성공적인 국방개혁은 결코 쉽지 않다.

개혁의 과정에서 3군 간, 군내(軍內) 사업 간, 부처 간, 그리고 이해집단 간 ‘밥그릇 지키기’ 경쟁이 유발되기 때문이다.
한정된 예산으로 효율성과 효과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투자 우선순위에 따라 특정한 사업, 무기, 조직 등을 없애거

나 재편해야 하고 다른 사업, 조직, 체제, 무기 등을 신설해야 할 때가 많다. 개혁을 위해 없어져야 하는 사업이나 조직에 몸담고 있는 군인의 입장에서는 자신에게 진급 기회를 제공하고 군 경력을 쌓는 터전이 돼 온 근거지가 소멸·축소
되는 것에 저항할 수밖에 없다.
  
   
국방개혁 2.0에 제기되는 의문점


 


국방개혁 2.0의 일환으로 ‘첨단기술에 기반한 군사력의 정예화’를 내세웠지만, 예산상의
 문제로 실현이 어려울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사진은 2018년 9월 4일 서울 영등포구
공군회관 로비에서 열린 항공우주무기체계 전시회의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북한의 핵 폐기와 변화를 통한 남북 상생 시대의 개막을 위해 북한과의 대화와 협력에 나서는 것은 어떤 정부하에서든 추진해야 할 국가적 과제이기에, 문재인 정부가 이를 위해 노력하는 것 자체에는 하자(瑕疵)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남북 화해를 이루어 나가는 과정에서 확고한 안보는 늘 동행해야 하고 안보란 미래 위협에도 대비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국방개혁 2.0’에 대해 많은 의문점이 제기될 수 있으며, 정부와 국방부는 이 질문들에 답해야 한다.
 
  가장 먼저 답해야 할 질문은 북핵 문제와 관련한 것이다.
‘국방개혁 2.0’은 3군 균형 발전, 과다한 장성 숫자 조정 등 국민 눈높이를 의식한 개혁방안들은 담아냈지만, 전반적으로 남북관계 개선 및 북한 위협 소멸이라는 낙관론에 근거한 것으로서 북한의 악의(惡意)에 대한 ‘플랜-B’는 담아내지
않았다. 즉 북한의 평화 공세가 진정성이 실린 것이라면 향후 북한 비핵화 과정이나 남북관계 개선은 순탄할지 모른다.

하지만 평화 공세를 기만(欺瞞) 수단으로 삼아 한국 사회를 분열시키고 한미 간의 이간질을 유도, 동맹의 해체 기도(
企圖)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금이 국방 역량 줄일 때인가?
 
  안보란 바로 이런 최악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며, 그래서 남북화해와 안보는 병행되어야 한다.
 쌀이나 물이 떨어지면 가게에서 사 오면 되지만 군사력은 공급 탄력성이 없어 미리 양성해 놓지 않으면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없다.

 4·27 남북 정상회담, 6·12 미북(美北) 정상회담, 이후의 미북 간 실무회담, 남북대화 활성화 등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아직도 핵 폐기와 관련한 구체적인 약속을 내놓지 않고 있으며,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 중단,
핵실험장 입구 폐쇄 등 지금까지 취한 조치들은 미국과 거래하기 위한 카드일 수는 있어도 실질적인 핵 폐기와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국민은 재래 군사력에 있어서도 128만명의 정규군과 700여만 명의 예비군을 가진 북한이 압도적 양적 우세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핵 폐기 약속도 내놓지 않은 상황에서 스스로의 군사력을 이토록 심하게 줄이는 것이 올바른 것
인지 묻고 있다.
 
  국방부는 병력 부족, 숙련도 감소 등의 문제는 첨단장비 도입, 유급 하사관제, 비전투 민간인 활용 등으로 상쇄하겠다고 하지만, 예산 현실성이 의문스럽다.

 2018년도 국방예산이 6.9% 증액(43조원)되고 방위력 개선비가 10% 증액(11조원)되었으나, 인건비(37%) 등 고정비의 비중이 높아 이 정도 국방비로 국방부가 말하는 ‘첨단기술에 기반한 군사력의 정예화’가 가능하다고 믿는 전문가는
없다. 물론, 예비군이 정예화된다면 거기에 비례해 정규군을 감축할 수는 있다.
 
  그러나 ‘국방개혁 2.0’은 동원예비군의 숫자와 동원 기간을 줄이겠다고 하고 있으며, 예비군 예산은 국방비의 0.3%에 지나지 않고 1%로 증액한다고 해서 이런 문제가 해결된다고 보는 전문가는 없다.
 그래서 국민은 유사시 34개 사단으로 80개가 넘는 북한군 사단들을 감당할 수 있느냐고 묻고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육군 푸대접’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육군과 육사 출신이 주요 보직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푸념도 나오고 있으며, 국직(國直)부대장의 육·해·공 비율을 1:1:1로 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는 것인지를 묻는 목소리도 있다.
한반도의 지형, 분단 상황, 통일 후 민사 작전의 필요성 등 한국의 여건을 종합할 때, “군사력은 양이 아니고 질이다”라는 교과서적 원칙론은 일반 국민을 설득할 수는 있으나 전문가들이 원하는 답변은 아니다.
  
  
북한에 대한 ‘정치적인 배려’ 차원의 국방개혁?
 
  ‘국방개혁 2.0’에는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통해 독자적 대북 억제 능력 배양 차원에서 추진되어 온 3축 체제,
 같은 맥락에서 2017년에 창설된 참수부대, 송영무 전 국방장관 취임 초기에 제시했던 공세적 신(新) 작전개념 등이
사실상 실종되었다.

3축 체제란 2010년 국방선진화 추진위원회가 국방개혁 차원에서 건의했던 것으로서 핵우산에 의존하는 북핵 억제 체제를 강화하고 핵우산 약화 시에도 독자적인 억제력을 발휘하기 위해 한국군이 독자적인 선제, 방어, 응징 능력을 갖추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방사청이 전(前) 정부의 미사일 양산 계획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을 보면 ‘3축 체제의 조기 구축’
목표는 슬그머니 사라졌거나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응징 능력 과시’ 차원에서 편성되었던 참수부대도 흐지부지된 것으로 짐작된다.
이런 결과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정치적 배려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으며, 북한이 껄끄럽게
생각하는 전략이나 무기체계들을 포기하면  대북 억제력 약화로 이어져 남북 상생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국방개혁 2.0’에는 미래 위협 대비와 관련한 설득력 있는 논리가 보이지 않는다. 현재 중국은 경제력 및 군사력의
 성장을 바탕으로 반접근·지역거부(A2AD) 군사전략,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 구단선(九段線)·도련선(島鏈線) 전략, 중·러 전략적 제휴, 북핵에 대한 이중적 자세 등을 견지하고 있다.
이렇게 미국의 패권에 도전함으로써 신냉전 시대를 열어가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물론 중국까지 염두에 둬야








국방개혁 2.0은 단순히 북한뿐 아니라 ‘一帶一路’를 표방하는 중국의 위협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지난해 7월 한중 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


사진=뉴시스




 



이와 함께 남중국해를 내해화(內海化)하고 주변국들에는 수직적 서열을 요구하는 ‘중국몽(中國夢)’을 펼치고 있다.
 2016~2017년 동안의 사드(THAAD) 보복, 서해 123.5도 이동(以東) 해역에서의 해군 활동 급증, 정기적인 한국방공식
별구역(KADIZ) 침범 등에서 보듯 중국은 서해를 내해화하고 한국을 길들이기 위한 압박도 가중하고 있다.

컨대, 중국은 이미 한국에 대한 당면 위협일 뿐 아니라, 북한 문제의 소멸 이후 한국의 안보주권과 독립성을 위협할 최대 변수로 다가오고 있다.
물론, 군사적으로 중국과 맞서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
한국은 중국과의 비(非)적대적 우호관계를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문제는 비적대적 우호관계가 선의(善意)와 겸양(謙讓)만으로 가능하지 않으며, 그것만으로 중국의 태도를 변화시킬 수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확고한 안보의지와 이를 뒷받침하는 ‘작지만 강력한 독침을 지닌 국방역량’은 필수이며, 한국은 북한이 아닌
 중국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언젠가는 핵무장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국민은 설사 남북관계가 문재인 정부가 원하는 대로 해결된다고 하더라도, 중국이라는 미래 위협을 감안한다면 스스로 국방역량을 감축해야 할 시기인지 묻고 있다. 핵 관련 기술과 인력을 배양해야 하는 시기에 탈(脫)원전을 꾀하는 것
역시 미래전략을 등한시한다는 방증일 것이다.
 
  현재 중국의 국방비는 괴물처럼 커지고 있다.
 2018년도 국방비는 1조1289억 위안(약 193조원)으로 한국의 5배에 달한다.
중국의 국방비 규모는 이미 세계 2위이지만 전문가들은 실제 국방비는 최대 두 배 정도일 것으로 추정한다.
중국은 벽돌공장에서 벽돌을 찍어내듯 한 해에 20여 척의 대형 군함들을 건조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최다(最多) 3000개의 핵무기를 가진 핵강국으로, 신기술 첨단 무기들을 개발하면서 미국과 양보 없는 군비(軍備)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계가 뻔한 재정 능력을 가진 한국의 국방부가 ‘평화와 번영의 대한민국을 뒷받침하는 강한 군대의 구현’이라는 듣기 좋은 표현을 쏟아낸다고 해서 중국에 대비하는 해결책이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니며, 한국군이 사이버, 정보융합,
빅데이터, 네트워크 등과 관련한 신기술들이 복합적으로 사용될 미래의 전장(戰場)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는 과학군이 되는 것도 아닐 것이다.

일반 국민들은 새로운 국방개혁이 발표될 때마다 쏟아져 나오는 ‘아름다운 표현’들에 위안을 받을지 모르지만, 전문가들은 국방부 실무 장교들이 책상머리에 앉아 무책임하게 생산해 내는 수사(修辭)들에 피로감을 느낄 뿐이다.

  
   
  훈련 없이 臨戰태세 유지할 수 있나?



 

2014년 한미 연합 키리졸브·독수리 연습 당시 육군 기갑부대 장병들의 전술훈련 모습.

국방개혁 2.0에 따른 전작권 전환으로 한미군사동맹에도 변화가 일 전망이다.


 사진=조선DB




정부가 대북 접근을 위한 과속 질주를 계속하면서 북핵 폐기를 위한 구체적 합의도 일정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주요 한미연합훈련들이 중단되고 있다.

2018년도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은 취소되었으며, 한미 공군의 Vigilant Ace 훈련도 취소되었고, Max Thunder 훈련,
Buddy Wing 훈련, 한미 해군의 연합해상훈련, 한미 해병의 KMEF 훈련 등의 실시 여부는 불투명하며, 최대 연합훈련인 키리졸브-독수리(Key Resolve-Foal Eagle) 훈련의 2019년 실시 여부도 불확실하다.
 
  연합훈련의 중단은 북한에 잘못된 메시지를 주고 국제사회의 신뢰를 실추시킬 수 있으며, 동맹과 연합태세 유지에는 치명적이다. 언어와 문화가 서로 다른 한국군과 미군이 유사시 최상의 일체감을 발휘하기란 쉽지 않으며, 훈련 중단이 지속된다면 더욱 그렇다.

 복무 기간과 보직 기간이 긴 북한군과는 달리 한미군의 경우 복무 기간이 짧고 보직 이동이 빈번하기 때문에 한 해만 연합훈련을 건너뛰어도 유사시 한미군은 훈련해 보지 않은 상황에서 전쟁을 수행해야 할지도 모른다.
전작권 전환까지 조기에 이루어진다면, 동맹 희석, 미국의 대한(對韓) 방위공약 약화, 연합전력 약화 등은 불가피할
 것이다.

 전작권 전환 이후 창설될 연합유엔군사령부는 한국군 4성 장군이 사령관을, 그리고 미군 4성 장군이 부사령관을 맡는다고 하는데, 유사시 미국이 한국군 사령관이 지휘하는 부대에 미군을 파병할지도 의문이다.
동티모르 같은 작은 나라가 자기 나라 사령관이 지휘하는 부대에 한국군을 보내 달라고 하면 한국은 파병을 하겠는가?

국민은 연합훈련이 중단된 마당에 축소지향적 국방개혁을 추진하고 거기에 더해 전작권까지 분리하면서 임전태세를
유지할 수 있는지를 묻고 있다.

  
   
  국방선진화추진委 시절, 군사논리에 입각해 개혁안 마련


 

2010년 12월 6일 이명박 대통령 주관으로 청와대에서 국방선진화추진위원회 회의가
 열리고 있다. 당시 국방선진화추진위원회는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64개 건의안을
 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사진=조선DB



  “안보는 국가가 제공하는 최대의 공공재이다.” “안보는 최악의 경우에 대비하는 것이다.
” “안보정책은 상대의 약속이나 선언이 아닌 상대의 실질적 능력에 근거해 수립된다.” “안보에는 연습이 없다.” 안보에서 만고불변의 진리로 통하는 것들이다.

 ‘안보 딜레마(Security Dilemma)’라는 개념도 있다.
 여타 분야에서는 실책을 저지르더라도 만회할 기회가 있지만 한 번의 실패만으로 망국(亡國)으로 이어지는 안보에는 그런 기회가 없다는 뜻이다.
 
  이런 진리들을 종합해 한국이 준수해야 할 안보정론을 유추해 보면 몇 가지 사자성어로 압축될 수 있는데, 유비무환(有備無患), 거안사위(居安思危), 백련천마(百練千摩), 부동여산(不動如山) 등이 그것이다.
“철저히 대비하면 근심이 없다”는 유비무환은 상대의 약속을 믿기보다는 상대가 가진 객관적인 능력에 근거해 당면
 안보 위협에 대처해야 함을 의미한다.

 “평안할 때 위기를 생각하라”는 거안사위는 미래에 다가올 잠재적 위협에도 대비해야 함을 가르친다.
 “백 번을 연습하고 천 번을 닦아라”는 백련천마는 끊임없이 훈련해 위기 시 즉각 대처할 수 있는 임전태세를 유지해야 함을 일깨운다.

 “산처럼 확고해 미동하지 않는다”는 부동여산이란 사자성어는 안보에 있어서는 온 국민이 합심해야 하고 보혁(保革)도 여야(與野)도 없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의미에서 필자가 참여해 국방개혁 2030을 작성했던 국방선진화추진위원회(2010년 1~12월)에 대해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것은 안보정론에 부응하기 위해 최대한 군사논리에만 입각해 개혁안들을 만들려고 노력했다는 점이다.
 즉 비군사적 동기에서 출발해 국방역량을 축소하기 위한 개혁을 노력한 것이 아니라, 최종 목표를 “주어진 예산으로
최대한의 군사력을 발휘한다”는 의미의 ‘선진국방’으로 삼고 이른바 102회의(전체회의, 소위원회 회의, 부대 방문 등)를 통해 총 64개 건의안을 생산해 2010년 12월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됐다.
  
   
국방선진화추진委가 마련한 정책들
 
  ‘군 일체화 및 합동성 극대화’ ‘당면 안보위협 대처에 부족함이 없는 군사력’ ‘미래 안보수요에 부응하는 군사력 건설’ 등을 중간 목표로 설정한 것은 축소지향이나 수세지향 목적을 전제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상비군 감축에 대비한 예비전력 정예화’ ‘예산현실과 국방력 간의 조화’ 등을 주요 세부 목표로 삼은 데서 보듯 대책
 없는 군사력 증강을 추구하지 않았고, ‘국민세금 절감하는 다(多)기능 고(高)효율 국방’ ‘국방 문민화와 실전형 군대로의 전환’ ‘국민 납세부담을 최소화하는 복합 다기능 군사력’ ‘장군 정원 감축 및 장군 계급 하향 조절’ ‘국민의 시각에
의한 국방개혁’ 등을 세부 목표로 삼아 국민 눈높이에 맞추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육군의 중심적 역할과
 해·공군 역할 증대 간의 조화’를 추구한 것 역시 3군 균형 발전을 추구하면서도 지상군의 중심적 역할을 위축시키지
 않기 위해서였다.
 
  건의한 64개의 개혁안 중에는 ‘능동적 억제전략하 3축 체제 구축’ ‘한미 미사일 신지침 개정을 통한 미사일 개발 역량 확대’ ‘사이버 위협 대응체계 강화’ ‘신개념 동원예비군 제도 도입’ ‘신속대응군으로의 해병대 활용 확대’ ‘서해도서방어사령부 신설’ ‘합동성 강화를 위한 합동군사령부 창설’ ‘군 복무 기간 24개월 환원 및 가산점 부활’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간의 언론보도와 달리 국방선진화추진위가 서북도서방위사령부 창설을 건의한 것은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爆沈) 이전의 일이었다.
 위원회 출범 후 가장 먼저 건의한 내용은 군 복무 기간 24개월 환원이었다.
 
 
  남북 상생은 ‘안보 희생’ 아닌 ‘확고한 안보’ 위에서 추구해야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국방개혁 2.0’은 노무현 정부의 ‘국방개혁 2020’과 마찬가지로 군사적 관점보다는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정치외교적 관점에 비중을 두고 선제적으로 스스로 군사력의 양적 축소와 수세지향적 전략을 추구하는 내용이라 할 수 있다. 즉 안보정론에 부응한다고 할 수 없다.

북핵이 폐기되지 않고 북한의 선의(善意)가 확인되지도 않았으며 북한이 여전히 재래 군사력에서 막대한 양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군사력을 축소하는 게 ‘유비무환’일 수 없다.
 다가오는 중국의 위협을 바라보면서도 ‘독침’을 준비하기보다는 저자세 외교를 앞세우는 게 ‘거안사위’일 수 없다.

미국 내 트럼피즘(Trumpism)의 부상, 한미 정부 간 이념적 상충성 등으로 한미동맹의 이완이 우려되는 시기에 전작권 분리를 서두르고 연합훈련을 중단하는 것이 ‘백련천마’일 수 없다.
국방개혁,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종전선언, 평화협정, 전작권 전환 등 주요 안보 이슈들을 놓고 국론분열과 여야 대립이 이어지는 것이 ‘부동여산’일 수도 없다.
 
  국방개혁은 계속되어야 하는 안보 과제 중의 하나이다. 주어진 예산을 효율적·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끊임없이
개선책을 찾는 것은 납세자 국민에 대한 의무이자 변화하는 안보정세에 대응하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또한 국방개혁은 안보정론을 준수하면서 군사논리에 입각해 추진되어야 한다.

 남북한 상생의 시대를 열기 위해 북한과 협상을 벌이는 동안에는 더욱 그래야 한다.
남북 상생은 안보를 희생하면서 구하는 것이 아니라 확고한 안보 위에서 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남북 화해와 확고한 안보는 동행해야 한다. 그것이 이 시기에 한국이 준수해야 할 당면한 ‘안보정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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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비밀병기...'거인들의 총성없는 전쟁'속에서 국익 각개전투



세계 정상들 속에서 이어지는 총성 없는 전쟁, 열강들의 각축장 속의 한국

문 대통령, 자유무역을 지지.. 상대국과 서로 도움이 되는 호혜성을 강조

"거인들 사이에서 다시 평화와 번영이라는 국익 찾기를 시작"




문재인 대통령이 27일부터 5박 8일 일정으로 아르헨티나, 체코, 뉴질랜드를 방문한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길에 체코, 뉴질랜드도 각각 찾는 것이다.

한마디로 계속 세계 정상들 속에서 이어지는 총성 없는 전쟁, 열강들의 각축장이다.

지난 13~18일 사이에 개최된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공동체)의 모습은 대립보다 화합이 다자 무대의 이상이지만 현실은 달랐다.


무기만 안 들었을 뿐 저마다 자국이익을 키우려는 국익전쟁이고 외교전쟁을 벌였다.

그 틈에서 평화와 번영의 실마리를 잡으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길찾기 노력도 치열했다.

손에 든 건 석유도 무기도 아닌 비패권, 평화 추구, 상호 호혜성 등 한국만의 가치 리더십이다.


다자외교에선 서로 험한 말이 나오기 어렵다. 보는 눈이 많다. 비공개 양자 회담도 아니고 다른 나라의 정상들이 있다. 올해 파푸아뉴기니 APEC은 달랐다. 포문은 시진핑 중국 주석이 열었다. 그는 17일(현지시간) APEC 최고경영자회의

(CEO summit)에서 작심한 듯 미국을 비판했다.


시 주석은 "국제질서는 다같이 만들어야지, 팔뚝이 굵고 힘센 누군가 만드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압박과 무역 공세를 일방주의와 보호주의라 지적했다. 인민망 한국어판은 이 발언을 "명언이었다"고 칭송했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그런 시 주석을 역공했다.


시 주석 다음순서로 연단에 오른 그는 "중국이 행로를 바꾸기 전에 미국은 행로를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중국의 일대일로(One belt, one way)에 대해수축벨트, 일방통행로라며 상대국가를 빚더미에 빠트린다고 비판했다.

미·중이 APEC에서 잔뜩 긴장을 고조시킨 후 G20 무대에서 극적 타협을 보리란 관측도 있다. 어쨌든 APEC 정상회의는 공동성명을 채택하지 못한 채 다소 민망하게 마무리됐다.


'거인'들의 각축은 앞서 ASEAN(싱가포르)에서도 치열했다.

전통적으로 동남아시아에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일본은 치고 들어오는 중국을 견제했다.

또 아베 신조 일본총리는 펜스 부통령과 회담에선 대북제재 유지에 동감했다.


인도는 중국의 턱밑에서 인도-태평양 구상에 찬동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펜스 부통령과 만나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비전에 공감했다.

 러시아판 신남방정책도 모습을 드러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취임후 처음 싱가포르를 방문했다.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와 양자회담에선 러시아제 항공기를 사달라고 요구했다.






싱가포르 스트레이츠타임스. 한-아세안, 중-아세안, 일-아세안 정상회의를 한 면에 배치했다.

머니투데이


ASEAN, APEC 무대의 빅 플레이어 가운데 주변국을 긴장시키지 않는 나라는 드물다. 중국 일대일로는 미국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자극한다. 남중국해라는 뇌관도 있다. 미국의 보호주의 또한 특히 중국 우려를 증폭시킨다.

 러시아는 미국 중국 어느쪽의 일방적 영향력도 용납하지 않는다.


한국은 달랐다.

 문 대통령은 조용히 아세안 회원국들을 파고 들었다. 무엇보다 평화를 원한다고 설득했다.

경제적으로 보호무역이나 일방주의 대신 자유무역을 지지했다. 상대국과 서로 도움이 되는 호혜성을 강조했다.


물론 아직 아세안에 한국 입지가 약하다.

 그러나 한국은 "배우고 싶은 모델국가"(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이지만 두려운 상대는 아니란 입지를 굳혔다.


한류 콘텐츠를 갖추고, 위협적이기보다 파트너로 다가가려는 한국의 매력도 적잖다. 달리 말하면 소프트파워의 힘이다.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호주 등 남태평양 도서국가 쪽에서 '우리도 신남방의 일원이 되고 싶다'는 요청이 온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27일 부터 시작되는 일정으로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G20에서도 거대 공룡들의 대결이 예상된다. 미국 보호주의 최종보스 격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온다.

문 대통령은 거인들 사이에서 다시 평화와 번영이라는 국익 찾기를 시작한다. 한·미 정상회담도 추진중이다.

문 대통령의 무기는 이번에도 평화, 합리성, 상호 호혜성 등이 될 것이다.


문 대통령은 20일 국무회의에서 "사람을 중심에 두고 평화와 상생 번영을 추구하는 신남방정책에 대해서 아세안과

인도, 호주 등은 환영과 확고한 협력의지를 밝혔다"라며 "신남방정책이 경제협력 확대와 우리의 수출시장 다변화라는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싱가포르 스트레이츠타임스의 한 부분. 러시아-아세안 정상회의, 러-말레이시아 정상회담
등을 다뤘다.

머니투데이


한편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0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27∼28일 기착지로

 체코를 방문해 안드레이 바비스 총리와 회담을 갖고 현지 우리 동포 및 진출기업 대표를 격려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그는 또 “29일부터 12월 1일까지 아르헨티나를 방문해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동포간담회 및 주요국 정상과 양자

회담 등 일정을 갖는다”며 “이번 G20 정상회의 주최국인 아르헨티나의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과는 14년 만에 정상회담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내달 2∼4일까지 뉴질랜드를 국빈방문해 팻시 래디 총독 및 저신다 아던 총리와 만나고 동포간담회를 개최한다”고 덧붙였다.


김 대변인은 G20 정상회의 기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추진 가능성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과의

 양자 회담은 미국 정부와 논의 중, 추진 중이고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문 대통령 취임 후 여섯 번째 한미 정상회담이 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북한의 대외선전 사진. 출처:우리 민족끼리


▲ 북한의 대외선전 사진. 출처:우리 민족끼리



[출처: 서울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