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일 초계기 안보 갈등···시작은 "욱일기 게양 금지"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양국 군사관계 레드라인에 서
마이웨이식 안보·반일 감정 겹쳐
적반하장인 일본 저고도 위협 비행
해군, 대공사격용 레이더파 안 쏴
미·일 연대에서 한국 제외될 우려
결국 정상 간 해결이 필요할 듯
막가는 일본, 대책 못찾는 한국
오랜 우방이었던 일본이 등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말 동해에서 저공 비행한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에 대해 해군 구축함인 광개토대왕함(3200t)이 사격통제용 레이더파를 쏘아 시작됐다.
일본은 우리 구축함이 자국 초계기를 위협했다고 주장했고, 우린 부인했다.
진실게임에 들어갔지만, 규명은 쉽지 않았다.
과거엔 별문제도 아니었다.
하지만 우연한 단순사건이 이렇게 커진그 수면 아래에는 더 큰 요인이 잠재해 있다.
현 정부의 마이웨이식 안보정책과 오랜 반일 감정 때문이다.
군사외교 전문가들과 현 상황을 긴급 진단했다.
초계기 사건으로 한·일 군사관계는 파국 직전이다.
주일무관을 지낸 권태환(예비역 준장) 한국국방외교협회장은 “양국 군사관계가 레드라인(red line)에 서 있다”고 했다. 한 발짝만 더 나가면 되돌아올 수 없는 정도다.
그동안 독도·위안부·강제노역 등 문제로 시끄러웠어도 군사관계는 괜찮았다.
그러나 이번엔 다르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해군작전사령부에서 일본 초계기가 또 위협 비행하면 “강력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해군은 정 장관의 말을 ‘교전 불사’로 이해한다. 매우 위험한 언사다.
이에 이와야 다케시 일본 방위상은 지난달 29일 “한국과 냉각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냉각기는 한·일 충돌을 방치하는 것”이라고 김 회장은 우려했다.
양국 군 관계가 이처럼 악화한 것은 정치·안보적 이유가 겹쳐서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소를 위한 화해·치유재단 해체와 일제 강제징용에 대한 대법원의 배상판결은 표면적 원인이다. 일본 자위대는 지난해 10월 제주도에서 열린 해군 관함식에서 감정이 상했다.
그때 일본측은 관함식에 참가할 함정에 일장기와 해상자위대 깃발(욱일기)을 달겠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측은 일장기만 고집했다.
이 바람에 일본 함정은 관함식에 불참했다.
그런데 실제 관함식에선 외국 함정들이 국기와 해군기를 모두 게양했다. 이에 일본은 항의했다.
2017년 일본 방위대학 학생을 태운 함정이 평택 2함대를 방문했을 때도 홀대했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다른 데 있다.
한국은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에 참여하지 않고, 중국의 일대일로에 동참하겠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중국을 의식해서다. 그러나 미국은 중국 팽창에 대응해 무역전쟁 중이다.
일본~대만~필리핀에 이르는 해상수송로에서 중국이 미국을 밀어내고 사실상 해상통제권을 행사한다는 전략 때문이다. 중국이 이 수송로를 장악하면 미국은 동아시아를 잃고, 섬나라인 일본의 미래는 기약할 수 없다. 우리도 같은 처지다.
그래서 미국은 일본·호주·인도·아세안과 연대해 중국에 대응할 계획이다.
미국은 지난해 태평양사령부를 인도·태평양사령부로 바꿨다.
일본은 여기에 적극적이다.
김진형(예비역 해군 소장) 전 1함대사령관은 “일본은 해상수송로를 지키는데 존망을 걸고 있다”며 “일본이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이유”라고 했다.
여기에 한국은 배제되고 있다.
그래서 일본은 미국에 이어 2번째 안보협력 대상국이었던 한국을 맨 뒤로 뺐다.
한국과 협력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또한 북핵 해결 과정에서 주한미군이 감축 또는 철수하면 일본이 동북아를 떠맡아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초계기 사건의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20일로 되돌아 가보자.
당시 광개토대왕함은 북한 어선이 대화퇴어장에서 조난했다는 통지를 받고 수색에 나섰다.
해군에 따르면 광개토대왕함은 어선을 찾기 위해 해상 사격통제용 레이더(MW-08)를 켰다.
이 레이더는 빔 폭이 커서 초계기에서도 포착된다.
이 함정에 장착된 대공사격통제용 레이더는 STIR-180이다.
해군은 이 레이더는 가동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때 초계기 P-1이 고도 150m의 초저공으로 500m까지 다가왔다.
P-1은 보잉 737을 개조한 것으로 덩치가 큰 항공기다.
이런 P-1이 근접 비행하면 충돌하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광개토대왕함은 위협을 느꼈다.
그런데도 일본은 도리어 P-1이 광개토대왕함의 레이더파에 위협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일본 방위성은 사건이 발생한 지 불과 몇 시간 뒤에 항의했다.
사실을 확인할 여유도 없었을 것이다. 다음날엔 일본 외무성까지 가세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조사를 거쳐 “대공레이더 조준이 없었다”며 일측의 저고도 위협비행에 사과를 요구했다.
서로의 주장이 엇갈린 셈이다.
일본은 이어 지난달 14일 싱가포르 회의에서 검증을 위해 우리측에 레이더파 정보를 모두 내놓라고 했다.
그러나 레이더파 정보는 공개하지 않는다.
함정 레이더는 상대방이 전파를 방해할 가능성에 대비해 100개가량의 파장을 수시로 바꿔가며 사용한다.
일본이 이 정보를 역이용하면 광개토대왕함은 무용지물이 된다.
따라서 일본의 요구는 마치 자신과의 통화를 확인하기 위해 상대방의 휴대폰 사용기록을 모두 까라는 것과 같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이번 초계기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양국의 군사협력채널이 거의 가동되지 않았다”고
김 전 사령관은 지적했다.
한·일은 국방부 차관보 및 국장급, 합참 전략본부, 정보본부, 해군 함대 등 사이에 다양한 군사채널을 갖고 있다.
한국 합참의장과 일본 통합막료장이 언제든 화상회의도 열 수 있다.
더구나 양국 해군은 해마다 동해와 남해에서 해상 수색구조훈련(SAREX)을 해왔다.
의지만 있으면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일본 초계기를 위협했다는 STIR-180 레이더는 정말 켜지 않았을까.
해군에 따르면 광개토대왕함엔 레이더 가동 기록장치가 없다. 그래서 이 함정 승조원을 조사했지만, STIR-180을 켰다는 진술이 없었다.
해군전술지휘통제시스템(KNTDS) 컴퓨터에는 우리 군이 가동한 모든 레이더의 기록이 남아있다.
그런데 여기엔 광개토대왕함의 MW-08 가동기록뿐이었다.
KNTDS는 합참과 청와대, 작전지휘소와 함정 등에서 동시에 볼 수 있다.
따라서 일본 주장은 과장됐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일본은 한발 더 나아갔다.
지난 1월 18~23일 사이 3차례나 더 우리 함정에 저고도 위협비행을 실시한 것이다.
이처럼 엇나가는 일본을 자제하게 하고, 한·일 관계를 원상회복하는 방안은 무엇일까.
현재로선 해결이 어려워 보인다.
일본 전문가인 진창수 전 세종연구소장은 “한·일 갈등을 해결하려는 정부의 의지도능력도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고
했다.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김열수 안보전략실장은 “내용을 잘 아는 미국조차 팔짱 끼고 있다”며 “일본은 북핵과 중국에 대비해 군사대국화도 준비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래서 대통령이 직접 해결에 나서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일본이 과잉 대응할 명분을 만들어 주지 않아야 한다.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장 겸 논설위원
[출처: 중앙일보]
국방부가 지난 24일 오후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P-3 초계기가 우리 해군 구축함
대조영함 인근으로 초저고도 위협비행을 한 사진을 공개했다. 일본 초계기가 고도
약 60m로 비행하면서 대조영함 우현을 통과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일본서도 '초계기 갈등' 중재 나서나
주일미군사령관이 29일 오후 일본 방위성을 방문하기로 해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초계기 위협비행 문제 등으로 한·일 갈등의 골이 깊어가는 가운데, 미국이 우리나라에 이어 일본에서도 중재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 방위성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30분 제리 마르티네즈 주일미군사령관이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방위상을 만난다. 방문 목적은 훈장 수여직 및 예방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초계기 갈등 문제로 한·일 관계에 금이 가는 양상이 보이자 이 자리에서 미·일 양국이 갈등 해결과 관련한 논의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양국의 갈등이 한·미·일 협력에도 영향을 미칠 기미가 보이자 미국이 ‘중재자’를 자처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전날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는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비공개로 만나 일본 초계기 문제와 관련해 장기간 논의를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정우 기자 woolee@segye.com
국방부 제공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26일 출항 준비 중인 세종대왕함 전투통제실을 찾아 일본 초계기의 위협비행에 군의 대응수칙대로 적법하고 강력하게 대응할 것을 지시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한국, 일본 초계기 대응 ‘엄격하면서 엄중하게’
정경두 장관 해작사 방문 “적법하고 강력하게” 지시
한-일 군사협력 차질 빚더라도 경계와 압박 유지
경고통신 거리 늘리고, 헬기와 초계기 투입도 검토
국방부, 미국 중재 필요성 제기에 “한-일이 풀어야”
일본 초계기의 위협비행에 대해 우리 군이 ‘엄격하면서도 엄중한 대응’을 강조하고 있다.
군의 대응수칙과 국제법규를 준수하면서 적법한 범위에서 가장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군은 당분간 한-일 군사협력에 차질이 생기더라도 경계와 압박을 풀지 않을 방침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27일 “일본이 여전히 초계기의 위협비행과 관련 증거를 부인하고 있어 이런 행위가 앞으로도 재발할 상황을 가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군으로선 모든 상황에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당분간 한-일 군사협력에도 차질이 예상된다”며 “그러나 일본의 태도가 변하지 않는 한 군의 대비태세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26일 부산에 있는 해군작전사령부(해작사)를 찾아 일본 초계기가 다시 위협비행을 할 경우 군의 대응수칙대로 적법하고 강력하게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해군 조종사용 가죽점퍼를 입고 해작사를 방문한 그는 “정상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장병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어떠한 행위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 장관은 출항 준비 중인 세종대왕함 전투통제실도 찾아 철저한 대비태세를 주문했다.
정 장관의 해작사 방문은 이와야 다케시 일본 방위상이 전날 해상자위대 아쓰기 기지를 찾은 데 대한 대응 차원에서
이뤄졌다.
아쓰기 기지는 지난12월20일 광개토대왕함으로부터 추적레이더를 조준당했다고 주장한 P-1 초계기가 배치된 곳이다.
정 장관은 “일본 초계기의 위협비행은 세계 어느 나라 해군도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며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비상식적”이라고 강조했다.
박한기 합동참모본부 의장은 앞서 25일 부대에 내려보낸 ‘지휘서신 1호'에서 일본 초계기의 위협비행에 대비해 군의
작전반응시간 단축과 신속하고 정확한 보고체계 확립을 주문했다.
박 의장은 서신에서 “국가 안보와 국민의 안전에 직결되는 포괄적 위협에 대비한 작전 기강 확립과 전방위 대비태세를 갖출 것”을 당부했다고 군 관계자는 전했다.
합참은 군의 대응수칙을 구체화하는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다른 나라 초계기가 우리 함정과 10마일(16㎞) 거리 안으로 들어오면 경고통신을 하고 문구도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는 초계기가 5마일(8㎞) 거리 안으로 들어왔을 때 경고통신을 내보냈다.
초계기가 위협비행을 하면 함정에 탑재된 대잠수함 헬기를 기동하고, 주변에서 작전 중인 우리 초계기가 있으면 긴급 투입하는 방안도 따져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합참의 대응수칙에는 최악의 경우 함정의 무기체계를 가동해 ‘자위권적
조처’를 취하는 방안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대화의 문’은 여전히 열려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일본 방위성이 21일 내놓은 ‘최종 견해’에서 한국과의 협의 중단을 선언한 바 있어 당분간 대화 재개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한-일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한-미-일 군사협력의 틀까지 상처를 입을 수 있어 미국의 중재가 필요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국방부는 이번 사안이 한-일 간의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기본적으로 한-일 두 나라 사이에서 발생한 문제”라며 “매듭도 두 나라가 지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24일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을 만났으나 일본 초계기 대응과 관련한 논의는 하지 않았다고 국방부는 밝혔다.
유강문 선임기자 moon@hani.co.kr
국방부가 24일 오후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P-3 초계기가 우리 해군 구축함 대조영함
인근으로 초저고도 위협비행을 한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은 일본 초계기가 대조영함
함미에서 우현쪽으로 거리 0.30마일(약 540m) 근접위협비행 당시 포착한 레이더 데이터.
23일 오후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P-3 초계기가 고도 약 60m로 비행하면서 대조영함
우현을 통과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제공)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P-3 초계기가 우리 해군 구축함 대조영함으로부터 방위거리
297도(약7.5km) 떨어진 곳에서 저고도비행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위협비행 논란' 초계기, 한일 전력 격차 무려 7배
보유 대수 韓 16대 vs 日 110여대… 성능 日 월등
韓, 2020년까지 최신 기종 포세이돈 6기 도입 방침
지난해 말부터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한일 간 군사 갈등의 중심에 자리한 게 해상에서 경계와 정찰, 나아가 적 공격 임무까지 수행하는 초계기다.
우리 해군 광개토대왕함의 사격통제레이더(STIR)가 아무 잘못 없는 자국 해상자위대 초계기를 겨냥했다는 게 애초 일본 측 항의였지만, 지속적인 일본 초계기의 저고도 위협 비행 정황이 드러나면서 현재 양국 사정은 역전된 상태다.
더욱이 초계 비행 행태만 위협적인 게 아니다. 규모만 7배 차이인 한일 간 초계기 전력 자체의 격차가 우리가 느끼는
위협감을 배가한다.
3일 해군과 방위사업청 등에 따르면 우리 군은 1995년 미국 방위산업체 록히드마틴사(社)가 제조한 초계기 P-3C 8대를 도입해 운용하다가 대잠(對潛) 전력을 보강하기 위해 2010년 기존 초계기를 개량한 P-3CK 8대를 추가했다.
현재 총 16대의 초계기가 우리 영해 900마일 해상을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P-3의 항속거리(한 번 실은 연료로 비행
가능한 최대 거리)는 4,000여㎞, 최대 속도는 시속 750㎞, 최대 비행 고도는 10여㎞로, 공대함 미사일 하푼과 대잠
어뢰 등을 탑재할 수 있다.

해상초계기 P-3.
록히드마틴 홈페이지 캡처.
일본 초계기의 주력 기종도 P-3 계열이다.
차이가 생기는 건 전력 규모에서다.
일본이 보유한 P-3 대수는 80여대다.
우리의 다섯 배가 넘는다. 뿐만 아니라 일본한테는 2007년부터 실전 배치한 최신예 대잠 초계기 P-1도 30여대나 있다. 전체 초계기 보유 대수만 따져봐도 우리 해군의 7배가 넘는 셈이다.
게다가 P-3C나 P-3CK보다 성능이 월등한 기종이 P-1이다.
일본 방위성과 가와사키 중공업이 공동 개발한 P-1은 항속거리가 8,000여㎞에 이르고 최대 속도도 시속 1,000㎞에 육박한다(996㎞). 순항 속도와 상승 한도는 P-3C의 약 1.3배다.
일본은 앞으로 실전 배치된 P-1을 총 80여대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우리 해군도 마냥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니다. 신형 고성능 초계기 도입을 추진한다.
정부는 2017년 선행 연구를 시작으로 소요(所要) 검증과 사업 타당성 조사를 거쳐 미 보잉사(社)가 제작한 ‘포세이돈
’(P-8A)을 구매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9월 미 국무부가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의 포세이돈(P-8A) 판매를 승인했고, 두 달 뒤 우리 정부는 2020년
까지 6기의 포세이돈을 들여오는 계약을 미측과 체결했다.
FMS는 미 정부가 우방국 등에 기술 보호가 필요한 자국 무기를 수출할 때 적용하는 정부 간 계약 방식으로, 구매국
정부가 미 업체와 직접 접촉하는 대신 ‘판매를 보증하는’ 미 정부로부터 제품을 사들이는 일종의 간접 거래다.

해상초계기 포세이돈(P-8A).
보잉 홈페이지 캡처.
민항기 보잉 737 개량형인 포세이돈의 대당 가격은 2,200억원에 달한다.
다기능 감시 레이더인 ‘AN/APY-10’을 장착했다.
최고 속도는 시속 907㎞이고, 순항 거리 7,500㎞, 작전 반경 2,200여㎞다.
성능 면에서 일본 자위대 P-1과 큰 차이가 없다.
현재 미국ㆍ호주ㆍ인도ㆍ영국이 이미 실전 배치했고, 노르웨이ㆍ뉴질랜드가 도입 예정이다.
한 해군 관계자는 “일본에 비해 우리 해상 전력이 열세이긴 하지만 포세이돈의 경우 전ㆍ평시 해상 초계나 대잠ㆍ대함ㆍ대지 작전 등 다목적으로 운용할 수 있어 전력화 이후에는 변화된 안보 위협에 보다 잘 대응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국방부가 24일 공개한 일본 초계기 P-3의 대조영함 근접 비행 사진. 1번 사진은 대조영함으로부터 약 7.5㎞ 떨어진 거리에서 초계기가 접근하는 모습이고, 2번은 초계기가 약 60m 고도로 대조영함 우현을 통과하는 모습. 3번은 초계기가 대조영함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540m 인근까지 접근한 사진이다. 1·3번은 열영상 카메라, 2번은 캠코더로 찍은 영상을 캡처한 것이다.
/국방부
일본 초계기 도발, ‘교본 수칙’ 대응이 최선
정경두 국방장관이 그제 해군작전사령부를 방문해 “일본의 해상 초계기 도발에 강력하게 대응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앞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는 엄중 대응 방침을 정했고, 박한기 합참의장은 초계기의 위협 비행에 반응하는 작전시간을 단축하라고 지휘서신을 내렸다.
우리 정부와 군 차원에서 초계기 도발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확립했음을 보여준 것이다.
확대되는 갈등을 대화로 풀어가자는 그동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도발이 이어지는 데 대해 인내의 한계에 이르렀음을 천명한 셈이다.
일본 초계기의 도발은 올 들어서도 벌써 세 차례나 이어졌다.
이같은 사실은 위협 비행이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의도된 행위였음을 스스로 입증한 것이나 다름없다.
아베 신조 총리가 떨어지는 국내 지지율을 회복하고자 대외 갈등을 조장한다는 해석이 유력하다.
종군위안부 문제와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대한 불만 정서를 이용하겠다는 뜻이다.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최근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만나 이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으나 일본
측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본의 의도가 무엇이든 우리는 원칙을 지켜 합리적이고 냉철하게 대응하면 된다.
지난달 20일 일본 초계기의 첫 위협비행 이후 우리 군은 자위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응 수칙’을 보완했다.
순차적으로 무력 대응한다는 내용이다. 앞으로도 도발이 계속된다면 우리는 이 수칙에 맞춰 대응할 수밖에 없다.
그래야만 실질적으로 차단 효과를 거둘 수 있고, 국내외적으로도 명분을 지킬 수 있다. 그렇다고 서로의 무력 충돌로
확대되는 사태도 바람직하지는 않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일본과의 군사협력을 유지할 필요가 있느냐 하는 근본 문제도 제기된다.
그중에서도 2016년 체결된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이 우선의 관심사다. 협정체결 이래 일본은 북한
핵·미사일 관련 기밀정보를 22건 받아갔으면서도 이번 초계기 사태와 관련해 우리가 요구한 정보들은 전혀 제공하지
않았다.
이렇게 불평등한 협정이라면 더 이상 유지할 이유가 없다는 뜻을 일본 측에 통보해야 한다.
양국의 불화가 자꾸 확대되지 않도록 외교적 노력도 계속돼야 할 것이다.

정경두 국방장관/연합뉴스
일본 초계기 소동의 교훈
일본은 자국 초계기가 우리 해군함정의 추적레이더(STIR)에 조사당했다고 주장하면서도 이를 입증할 만한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는 않고, 일방적으로 협의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러는 과정에서 국방부는 지난 23일 일본 초계기가 세차례나 더 우리 함정에 대해 저고도 위협비행을 하는 도발을
감행했다고 발표했다.
자위대 스스로도 민감한 시기에 위협비행을 할 이유가 없다고 했지만, 초계기의 행태는 고도 및 거리, 비행패턴을 고려할 때 명백히 의도된 위협기동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다.
우리 군이 일본 쪽의 근거 없는 주장에 유감을 표명하고 조목조목 반박하는 사진을 공개한 것은 가짜뉴스가 기정사실화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적절한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이 국제적인 망신을 각오하면서까지 이렇게 행동하는 이유는 다음 두 가지 측면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우선 진실
공방에서 흔히 볼 수 있듯이 일본은 프레임 선점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특정 행위 여부에 대해 시비를 가릴 때, 행위가 없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그 반대의 경우보다 훨씬 어렵다.
특히 증거가 있는 것처럼 행세하면서 공개하지 않으면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사실관계는 잊히고 일방적인 주장과 가해자-피해자 프레임만 대중의 뇌리에 남게 된다.
과거 일본이 조선을 침략하고 중국을 공격하기 위해 일으켰던 ‘운요호 사건’과 ‘노구교(루거우차오) 사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다음으로 보통국가를 추구하는 일본으로서는 동북아 긴장 상황이 반드시 필요하다. 일본의 외교·안보전략의 큰 줄기는 미국과의 굳건한 동맹을 기반으로 중국의 팽창에 대응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 일본 정권은 북한의 위협을 군사력 증강과 국내 보수 정치세력의 결집용 명분으로 적절히 이용해
왔고, 남북관계의 현상유지를 내심 원했을 것이다. 자국 헌법에 반하여 전쟁이 가능한 국가, 공격이 가능한 군대로 전환하기 위해 절치부심하는 아베 정권에 북한의 도발은 중국을 직접 겨냥하지 않고도 방위대강과 중기방위계획
(2019~2023년)에서 밝힌 군 전력 증강을 손쉽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러나 최근 남북 화해 분위기에서 일본 정권은 이를 대체할 명분을 찾기 위해 분망했을 것이다.
우리 새 정부 출범 이후 일본군의 성노예 범죄행위 무마를 위해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의 해산과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로 한-일 관계가 급속히 얼어붙고 일본 내 보수세력의 우려가 높아진 상황에서 자국 초계기가 큰 위협을 받았다는 프레임과 영상은 일본 정권에 달콤한 유혹이었을 것이다.
최근 조용해진 북한으로 인해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일본 정권에는 좋은 소재가 됐을 것이란 얘기다.
앞으로 남북관계가 개선될수록 일본은 새로운 안보위협을 만들어내기 위해 분투할 것이다. 이러한 가상 안보위협을
지렛대로 피해자 코스프레(코스튬 플레이)를 하며 항모를 건조하고 스텔스 전투기와 극초음속 미사일 등 첨단무기를 도입하면서 군사대국화를 노릴 것이다.
우리 군은 단기적으로 일본의 도발이나 억지주장에 대비하여 적절한 대응체계를 수립·훈련하고, 증거 확보를 위한
정찰·전자수집 등 관련 장비를 보강해야 할 것이다.
또한 중·장기적으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로 가는 길목에서 주변국의 거친 도전에 대비할 수 있도록 전력구조와 작전
계획도 정비해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남북관계 개선이 일본을 포함한 주변국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분석하고 이를 공유·공감함으로써 그들이 불안감을 느끼지 않고 한반도 평화를 진심으로 지지할 수 있도록 하는 외교적인 노력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그림 1[저작권 한국일보] 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_
송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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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욱 합참작전본부장이 23일 오후 국방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해군 함정을 향한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의 근접 위협비행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