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잃으면 나락인데..사각지대 '자발적 퇴사자' 300만 이른다
자발적 퇴사자·특수고용 노동자 등
실업급여, 3명 중 2명은 못 받는다
"위암으로 일 쉬는 동안 수입은 0원"
"수입 0원인데 건강보험료 12만원 빠져"
"고용보험 가입 확대하고 지급 요건 완화해야"
서울 강남의 한 중소기업 아이티(IT) 회사에 다니던 전명신(가명·36)씨는 지난해 말 회사에 사직서를 냈다.
팀장의 갑질이 이유였다. 팀장은 팀원을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스타일이었다.
팀장은 팀원이 실수하면 “네가 모든 걸 망쳐놨다” “네가 이걸 견디지 못하면 너는 낙오자”라고 서슴없이 말했다.
소리를 지르거나 마우스를 던진 적도 부지기수다.
전씨는 팀장의 발걸음 소리만 들어도 몸이 떨리고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공황장애가 왔고, 신경안정제를 복용하게 됐다.
1년 정도 이어진 갑질을 견디다 못한 전씨는 결국 퇴사를 결심했다.
전씨는 13년 동안 업계에서 일하면서 꼬박 고용보험료를 냈다.
그러나 전씨는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다. 고용보험 가입자는 고용보험을 적용하는 사업장에서 18개월 동안 180일 이상 근무하다 회사 경영사정 등으로 인해 권고사직이나 정리해고될 경우에만 이직일 이전 평균 임금의 50%를 실업급여로 받을 수 있다.
자발적으로 퇴사한 이들은 건강 문제, 임금체불 등 법이 규정하는 불가피한 이유가 입증되지 않으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다
. 전씨의 경우 근로기간과 평균 급여 등을 바탕으로 실업급여 계산을 해보니, 210일 동안 하루 6만원의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었다.
7개월 동안 받을 수 있는 월평균 180만원 상당의 실업급여가 ‘물거품’이 된 셈이다.
“퇴사하면서 팀장에게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게 권고사직 처리를 해달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목구멍까지 차올랐
지만, 또 다른 갑질이 두려워 결국 말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그 팀장 밑에서 일을 하면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생길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퇴사한 건데, 왜 실업급여조차 받지
못하는 걸까요.”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1일 임시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실업급여를 확대해 사회안전망을 갖추는
동시에 노동유연성을 높여야 한다고 밝혀 노동계의 비판을 사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선 사회안전망 확대를
위해 ‘고용보험 안팎의 사각지대’부터 우선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업급여 제도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자발적인 퇴사를 하는 노동자들을 껴안지 못하는 데다, 특수고용노동자처럼 아예 고용보험 가입 대상이 아닌 이들도 수백만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노동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상담을 신청한 김우재(가명)씨도 1년 넘게 사장의 인격모독과 비하 발언에 시달렸다.
지난해 10월 사장은 김씨에게 폭언과 함께 “같이 일 못 한다.
나가라.
사직서를 내고 퇴사하라”고 통보했다.
이에 김씨는 ‘회사에서 사직서 제출 뒤 퇴사하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는 내용의 사직서를 제출하자 회사는 사표를
반려했다.
이후 사장은 틈만 나면 김씨를 회의실로 불러 “왜 일을 독단적으로 하냐” “‘네’ ‘아니오’로만 대답하라”고 소리를 지르는 등 더 심한 폭언을 해댔다. 근무시간 동안 화장실에 가지 못 하게 한 것은 물론, 왕따 취급을 하기도 했다.
스트레스 때문에 구토와 설사가 반복되면서 건강도 상했다.
결국 참다못해 지난 1월초 다시 한 번 사직서를 제출했고, 회사는 김씨를 ‘자진퇴사’로 처리해 실업급여 수령을 막았다.
현행 고용보험법상 노동자가 퇴사하면 사업주는 이 사실을 증명할 고용보험상실신고서 및 이직확인서를 사업장 관할
근로복지공단 지사로 신고해야 한다.
이때 고용보험 피보험 자격 상실 이유, 즉 회사가 ‘퇴사 이유’를 어떻게 적느냐에 따라 노동자의 실업급여 수급 여부가 결정된다.
회사의 갑질을 버티다 못해 사실상 비자발적으로 퇴사해도, 회사가 ‘자발적 퇴사’라고 신고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다. 만약 공단의 결정에 이의가 있는 경우 노동자는 직접 관할 지방 고용보험 심사관에게 심사를 청구해야 하는데,
갑질로 인한 퇴사일 경우 입증 책임은 노동자 본인에게 있다.
심지어 회사에서 노동자를 해고하거나 권고사직으로 처리하면, 정부가 지원하는 각종 인건비 지원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없어 어떻게든 노동자들의 퇴사를 ‘자발적’으로 보이도록 포장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예를 들어, 일자리 안정자금의 경우 지원기간 중 지원대상이 되는 노동자가 해고나 권고사직 등 비자발적인 사유로
퇴사하면 사업장 전체 지원금이 중단되고 다시 지원받을 수도 없게 된다.
자발적 퇴사로 실업급여 못받는 노동자 292만명
이런 상황 탓에 실업자 가운데 실업급여를 받는 비율을 일컫는 한국의 실업급여 수혜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참혹한 수준이다.
2017년 한국노동연구원이 펴낸 ‘자발적 이직자에 대한 수급자격 인정에 따른 재정소요전망’ 보고서를 보면, 2016년
한해 퇴사로 피보험 자격을 잃은 640만9천명 가운데 고용보험 가입 기간 기준은 충족하지만, ‘자발적 퇴사’로 인해
실업급여 신청이 불가능한 실업자가 45.7%(292만7천명)에 달했다.
실업급여 수급자 비율도 40%에 못 미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해 11월 펴낸 ‘2018~2027년 고용보험 재정전망’에서 월평균 실업자 가운데 실업급여 수급자가 2017년 기준 36.6%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12월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 고용안전망연구센터 소장이 연구원 월간지 <노동리뷰>에 게재한 ‘근로 빈곤 특성과 한국형 실업부조 도입 방향’ 보고서에서도, 2016년 기준 한국 실업급여 수혜율은 37.3%이고, 저소득층은 이보다
더 낮은 10% 안팎인 것으로 나타났다.
OECD 23개국 평균 수혜율은 69.7%다.
보고서는 실업급여 수혜율이 낮은 이유로 “고용보험 사각지대가 넓고 수급자격 요건이 엄격해서 실업급여 수급자가
적으며, 실업급여를 수급하지 못하는 취약 계층에 대한 실업부조 등의 보완적인 고용안전망이 부재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퇴직 사유를 사용자가 아닌 노동자가 쓸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는 목소리가 나오는 까닭이다.
특수고용노동자 230만명도 고용보험 사각지대
‘자발적 퇴사’ 사각지대뿐 아니다. 제화공 정근태(58)씨는 40년 동안 일하며 한번도 고용보험에 가입한 적이 없다.
이 때문에 지난달 22일 제화공장에서 해고당할 때도 퇴직금은커녕 실업급여를 받을 생각은 조금도 하지 못했다.
2017년 위암 선고를 받고 수술하느라 다니던 제화공장을 그만둘 때도 안전망 공백 상태에서 수입이 0원인 상태로
1년7개월을 견뎠다.
수술 비용을 대느라 허리가 휘어졌다.
다시 수입이 0원인 상태로 사회에 버려진 정씨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이 모아 놓은 돈이 어디 있겠나.
다른 일자리 구할 때까지 수입 없이 버텨야 한다”며 연거푸 한숨을 내쉬었다.
5개월째 실업자인 45년차 제화공 최세환(66)씨도 “제화공은 근로계약서 1장 쓰지 않고 일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장이 해고를 하는 순간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된다”고 말했다.
월급제가 아닌 만드는 신발의 개수에 따라 임금이 책정되는 개수임금제의 적용을 받는 제화공들은 신발 1족당 1만원도 안 되는 돈을 받는다.
한달 평균 200만원도 안 되는 돈을 벌다 보니 실업자가 됐을 때 쓸 돈을 모아두기도 어렵다.
제화공 최경진(56)씨는 “한번 실직하면 보험과 적금 등 고정적인 지출 계획이 완전히 무너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들과 같은 제화공, 화물차 운전기사와 방송 구성작가, 퀵서비스 등 노동권 사각지대에 놓인 특수고용노동자는 230만명(2015년 국가인권위원회 발표)으로 추산된다.
현행 고용보험법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되는 자와 일부 자영업자에게만 적용된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특수고용노동자들은 대표적인 실업급여 사각지대에 속한다. 민주노총 일반
지부 제화지부에 소속된 조합원 710명 가운데 4대 보험에 가입된 숫자는 6명뿐이다. 2016년 3월 방송작가 유니온에서 실시한 ‘방송작가 노동인권 실태조사’를 보면, 628명의 응답자 가운데 고용보험 미가입자가 98.0%(615명)였다.
지난해 11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한정애 의원은 고용보험 가입 대상자에 특수고용 노동자를
포함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지역 문화방송(MBC) 프로그램 작가 이아무개(40)씨도 최근 실업자가 됐다.
시청률이 잘 나오지 않아 프로그램이 갑자기 조기 종영이 된 탓이다.
이씨 역시 고용보험 적용 대상자가 아니어서 실업급여는 받지 못한다. 이씨는 “15년째 방송작가로 일하면서 프로그램 종영과 개편으로 1~2달씩 쉬는 기간이 왕왕 있었다”며 “2017년 9월에는 방송국 파업으로 6개월을 꼼짝없이 수입 없이 살았다”고 말했다.
당시 이씨는 건강보험료 10만원 내기도 빠듯해 대출을 받아 생활했다.
2달째 수입 0원으로 살고 있다는 15년차 방송작가 박우진(가명·39)씨도 매달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건강보험료 12만원을 보며 한숨을 쉬고 있다
. “공단에 물어보니 2017년 소득에 준해서 책정된 건강보험료라고 하더라고요.
제 수입은 지금 0원인데…. 당장 내일이라도 ‘일하자’는 연락이 오면 바로 출근해야 하기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모호한 상황이에요.”
방송작가들은 방송 1편당 임금이 지급되는 이른바 ‘편 페이’ 방식으로 급여를 받고 있다. 개편이나 조기 종영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프로그램이 끝나게 되면 바로 실업자 상태가 된다. 불안정한 상태를 보호해줄 실업급여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하지만 정부는 실업급여 사각지대를 고용보험 밖에서 해소하려고 한다.
지난 6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사회안전망 개선위원회가 발표한 ‘한국형 실업부조’가 대표적이다.
정부가 내년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힌 한국형 실업부조는 저소득층 구직자의 취업 프로그램 참여를 조건으로 1인당
50만원씩 최대 6개월 동안 구직촉진수당을 지급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지난달 13일 서울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실업급여 관련 교육을 받기 위해 줄 서 있는
시민들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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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실업부조, 필요하지만 한계도 뚜렷
전문가들은 한국형 실업부조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한계가 뚜렷하다고 지적한다.
이주하 동국대 교수(행정학)는 “한국형 실업부조는 고용보험법과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의 구
직활동을 긴급 지원하는 차원에서는 의미가 있다”면서도 “실업급여 수급 사각지대를 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용보험의 실업급여 보장성을 확대하면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사각지대 문제 해결까지 함께 이뤄져야 한다.
특히 특수고용노동자들의 고용보험 편입을 위한 고용보험법개정안 등이 국회에 계류돼 있는데 이런 법안들의 통과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아울러 “선진국은 전통적 노동자 고용 형태나 임금 체계가 다른 특수고용노동자들에게 사회보험 혜택을
줄 때 기존 근로자의 개념을 새롭게 해석해서 법안에 적용시키고 있다.
우리나라도 기존의 근로자 개념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장은 “실업부조는 고용보험 가입 이력을 묻지 않는다는 점에서 현재 고용보험
사각지대를 개선하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최근 제도가 따라가기 어려울 만큼 고용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보수체계도 그만큼 다양해지고 있어서 현행 고용보험법의 실업급여 수급요건을 특수고용노동자와 플랫폼노동자 등에 일률적으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들을 고용보험 내로 편입시키기 위해선 현재의 들쑥날쑥한 임금 체계를 손보는 노력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자발적 이직자들에게 실업급여를 제공하는 제도 개선이 우선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제공한 ‘주요국의 자발적 이직자 실업급여 지급 현황’을 보면, 한국 포함 41개국
가운데 27개국이 자발적 퇴사자에게도 실업급여를 지급한다.
이들 국가는 다만 지급유예나 기간 단축 등 수급 기간에 제한을 두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홍영표 원내대표가 11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노사 상생 모델로 제시한 덴마크도 자발적 퇴사자에게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대신 수급권을 3주간 정지하는 제한을 둔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선거 후보 시절 3개월 이상 실직 중인 자발적 실업자에게 실업급여를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현재 홍영표 의원 등이 자발적 이직자에게도 실업급여를 지급하도록 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장인성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2016년 기준으로 실업자 중 자발적 이직자가 60%가 넘어 비자발적 이직자 수보다 많다”며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 절반 이상의 근속 기간이 1년 미만으로, 이미 우리나라는 고용 불안정 사회다.
그런데도 자발적 퇴사자들에게는 실업급여가 지급되지 않으니 이들이 퇴사 뒤 한두 달만 지나면 돈이 바닥나 결국
질이 낮은 일자리로 취직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안정적인 일자리로 이동하기 위해 기술 등을 연마하는 등 다양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퇴사 이유와 상관없이 모든 실직자에게 충분히 실업급여가 지급돼야 한다”며 “직업훈련과 구직활동, 구직상담 등 자발적 이직자에 대한 실업급여 수급요건을 강화한다면 일각에서 제기되는 도덕적 해이 논란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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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관 민주당의원 '누구나 실업급여법'
(고용보험법 개정안)
'자발적 실업자'까지 실업급여 준다면?
통계청이 발표한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 실업자는 122만 4000명으로 나타났다.
실업률은 4.5%다.
지난해 1월에 비해 실업자 수가 20만 4000명 늘었다. 취직을 포기한 구직단념자(실망실업자)는 5만명 이상 증가해
60만 5000명에 이른다.
열악한 고용시장은 고용보험에 직접 영향을 끼쳤다.
고용보험 납부자가 줄어드는데 구직급여 지출액은 늘어난다.
1월 새롭게 구직급여를 신청한 사람은 17만 1000명. 정부는 기존 수급자를 포함해 46만 6000명의 실업자에게 6256억원의 구직급여를 지급했다.
이 기간 고용보험 자격을 신규로 취득한 사람은 80만 1000명인데 반해 상실자는 90만 3000명이다.
1995년 도입된 실업급여 제도는 일 하겠다는 의사와 능력이 있지만 취업하지 못한 사람에게 재취업활동기간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실업자의 생활 안정과 재취업활동 유도를 위해 구직급여와 취업촉진수당을 지급한다. 고용보험 피보험자만 받을 수
있다.
고용보험을 적용하는 사업장에서 18개월간 180일 이상 근무하다 회사 경영사정 등으로 이직한 경우, 이직일 이전 평균임금의 50%를 받을 수 있다.
1일 상한액(6만6000원)과 하한액(최저임금의 90%)이 설정돼있다.
실업자는 연령과 고용보험 가입기간에 따라 90~240일간 구직급여를 받을 수 있다. 재취업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음을 증명해야한다.
실업자는 구직급여와 별도로 조기재취업수당, 직업능력개발수당 등 취업촉진수당을 받을 수도 있다.
지난해 한해 123만 7000명이 구직급여 혜택을 받았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4814억원 증가한 7조 1828억원이 구직급여 예산으로 책정됐다.
고용보험은 그동안 적용범위와 지원 수준이 지속적으로 확대됐지만 아직 미흡한 수준이다.
실업급여 지급 종료 후에도 △장기실업으로 인해 재취업이 어려운 사람들 △자발적으로 이직했다가 취업하지 못한
사람들 △까다로운 수급조건으로 실업급여를 못 받는 이직자들 △고용보험에 아예 가입하지 못한 상태에서 실직한
사람들 등 고용보험제도의 사각지대는 광범위하다.
더구나 취업경험이 없는 청년 실업자가 늘어나고 구직급여로서 생계가 힘든 경우가 점점 많아지는 현실에서 실업급여제도가 실업이라는 사회적 위험에 대처하는 사회안전망이 되기에는 불안정한 요소가 많다.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고용보험법 개정안은 ‘누구나 실업급여법’이다. 법안은 전직 또는 자영업을
하기 위해 자기 사정으로 직장을 그만 둔 사람들, 즉 자발적 이직자에게도 구직급여를 지원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구직 노력을 하는 등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현행 구직급여의 1/2 범위에서 지원해 경제적 재도전을 지원하고 고용보험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하자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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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법은 반드시 필요한가 =구직급여는 임금근로자 중 전직 또는 자영업을 하기 위해 직장을 떠나거나 자영업자 중
전직 또는 자영업을 다시 하기 위해 폐업하는 경우 수급자격이 없다.
비록 자발적 이직을 했더라도 전직이나 창업이 어려워 장기간 실업상태에 처하게 되면 생계곤란 등 경제적 고통이 가중된다.
자발적 이직자에게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전제로 구직급여를 지급할 경우 재취업 가능성이 높아지고 장기 실업상태에
대한 사회적 보호장치가 될 수 있다.
◇이 법은 타당한가?=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캐나다,
그리스 등은 자발적 이직자의 구직급여 수급자격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칠레, 헝가리, 리투아니아 등은 자발적 이직자에게도 아무런 제한 없이 구직급여를 준다.
더 많은 나라들은 △수급액을 삭감(불가리아, 체코 등)하거나 △일정기간 지급을 유예(독일, 일본, 프랑스, 영국 등)
한 후 구직급여를 지급하고 있다.
◇이 법은 실행 가능한가?= 2016년 기준 고용보험의 적용을 받는 자발적 이직자는 전체 피보험자격 상실자 641만 명의 63.1%에 달했다.
2011년 이후 평균 60% 이상이 자발적 이직자였다. 이들에게 구직급여를 지급할 경우 당연히 고용보험기금 부담이
커질 것이다.
더구나 자발적 사유로 이직한 사람들 중 전직 또는 자영업을 위해 이직한 자, 그리고 자영업 폐업자들 중 전직 또는
자영업 재개를 위하여 폐업한 자를 구분하기 어렵다.
실제 전직 또는 자영업을 위해 이직하지 않았음에도 전직 또는 자영업을 하려고 이직했다고 구직급여를 신청할 경우 이를 입증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병관 의원 외에도 홍영표·박광온·강병원·김정우·전재수·김부겸 민주당 의원, 이정미 정의당 의원 들이 자발적 이직
자에게도 구직급여를 지급하자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또 3개월 이상 실직 중인 자발적 실업자에게도 실업급여를 지급하겠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빈번한 이직 등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를 불식시키고 비자발적 이직자와 형평성, 기금의 재정여력을 고려해 제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 적정 유예기간의 설정, 소득을 고려한 지급대상의 제한, 지급액, 지급기간 등이 검토대상이다.
실업급여는 구직급여 수급요건만 충족되면 지급받는 사회보험이다. 일할 의사와 능력이 있고 취업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최우선의 수급요건이다. 누구도 고용보험료를 꾸준히 내 온 가입자를 사회안전망 바깥으로 몰아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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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파괴·새로운 도전 지원" VS "도덕적 해이 우려"
웹툰 시대, 업종 전환에 나선 만화방 점주의 판단은 자발적인가 비자발적인가. 회사의 비전을 우려해 전직을 결정한
직장인은 어떨까. 자발적 이직자를 고용보험 대상에 포함하는 ‘누구나 구직급여법’(고용보험법 개정안)이 발의된 배경이다.
현행 고용보험 체계는 비자발적 이직자를 집중 지원하도록 설계됐다.
고용보험법은 비자발적 이직을 대체로 점포나 회사의 영업 악화가 주 원인인 경우로 보고 있다.
같은법 69조 7항 3호에 따르면 매출액의 급격한 감소 등이 아닌 경우 자영업자가 전직이나 재창업을 위해 폐업하면
구직급여 대상에서 제외된다.
△폐업한 달 직전 6개월 동안 매달 적자가 발생한 경우 △폐업한 달 직전 3개월(기준월)의 월평균 매출액이 전년 동기 수치 등과 비교해 20% 이상 감소한 경우 △기준월 월평균 매출액과 기준월 직전 2분기의 분기별 월평균 매출액이
감소세인 경우 등이 급여 대상에 속한다.
이에 해당 제도가 국내 자영업계의 창조적 파괴와 혁신에 걸림돌이 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신 업종 발굴에 나선 자영업자에 대한 사회적 안정망이 부재하다는 지적이다. 과당 경쟁이나 사양화에 앞서 과감한 폐업과 새로운 도전의 동력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국내 24년째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을 운영하는 서모씨는 “국내 외식업의 트렌드는 유행과 입소문에 따라 급격히 변하는 게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를 예측하고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점포의 매출이 하락하고 다른 업종을 준비하면 늦다”고 강조했다.자발적 이직에 나선 근로자도 마찬가지다.
고용보험법 58조 2항 1호에 따르면 전직이나 자영업 창업 등 자기 사정으로 이직한 근로자는 고용보험금 수급 자격이 없다.
‘누구나 실업급여법’에 기대감이 높은 이유다.
해당 법안은 고용보험법 44조2항3호에 ‘전직이나 자영업을 위해 자기 사정으로 이직한 수급자격자’를 고용보험 대상
으로 추가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매출액 급감 없이 재도전에 나선 자영업자를 배제한 같은법 69조 7항 3호은 삭제했다.
반면 ‘도덕적 해이’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선심성 복지 제도로 무책임한 퇴사가 급증할 것이란 우려다.
재창업을 위한 이직을 입증하기가 어렵다는 점이 고려된다.
개인 사유에 의한 퇴사자까지 국가가 보호해야 하냐는 지적도 나온다.
또 현행 법이 임금 체불과 성 차별 등에 의한 비자발적 이직 사유를 규정한다는 점에서도 ‘누구나 실업급여법’이 불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고용보험법 시행규칙 101조2항에 따르면 △임금 체불 △최저임금에 미달된 급여 지급 △종교‧성별‧신체장애‧노조활동 등을 이유로 한 불합리한 차별대우 △사업장 도산 및 폐업이 확실하거나 대량 감원이 예정된 경우 △사업의 양도,
인수‧합병으로 퇴직을 권고받거나 인원 감축이 불가피한 경우 등자발적 이직 사유로 명시됬다 다
![서울 마포구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실업급여 신청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2/10/128fd8bb-2bb9-4211-a192-ae61eab74ddd.jpg)
서울 마포구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실업급여 신청자들이 상담을 받고있다.
[연합뉴스]
실업급여 부정수급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해 지급한 실업급여액은 사상 최대인 6조6,884억원을 기록, 전년대비 1조4,459억원이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고용행정통계가 공개된 2008년 이후 가장 많은 액수였다.
이에 덧붙여 지역별로 부정수급자 적발 및 신고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면서 실업급여 부정수급에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제주자치도에서는 3년새 5배나 급증한 실업급여 지급에 따라 이번 달부터는 기획조사를 통해 부정숙급자에 대한 강력 조치를 예고했고, 지난 12월 노동부 구미지청에서는 ‘공모형 실업급여 부정수급 기획수사’를 통해 실업급여 부정수급자 및 공모자 16명을 형사입건했다는 소식도 전해진 바 있다.
실업 인정기간 동안 대가를 받고 근로를 제공하는 것은 재취업으로 인정돼 실업급여 수급이 불가한 것은 당연하다.
파트타임이나 개인사업 등이 모두 해당된다. 취업 후 사업주와 공모해 취업사실을 숨기고 실업급여를 수급하는 행위도 신고 및 처벌 대상이 된다.
최근에는 실업급여 수급 기간 중 장기간 해외에 체류하면서 대리로 서류를 접수하는 행위 등이 적발되기도 했다.
해외여행이 불가한 것은 아니지만 서류를 대리접수하는 등의 행위는 부정수급으로 간주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본인이 직접 사표를 제출한 자발적 실업은 물론, 본인의 중대한 귀책사유로 해고된 경우에도
구직급여는 받을 수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그 사유를 허위로 작성하거나 취업한 사실을 숨기고 계속 실업인정을 받는 경우, 자신의 근로에 의한 소득을
신고하지 않은 경우 등은 모두 부정수급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신고포상금(부정수급액의 20%, 최대 500만원)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특히 부정수급으로 적발될 시 바로 실업급여 지급이 중지되며, 그간 지급받은 실업급여의 전액 반환 및 부정지급
금액의 2배가 추가 징수되고, 형사처벌(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 등의 처벌규정이 있다.
다만, 자진신고할 경우 추가징수를 면제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개원가에서도 심심찮게 불거지고 있는 실업급여 문제, 이제는 경각심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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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 인천점이 지난달 28일 영업을 종료했다. 영업종료 당일 롯데백화점 인천점
입구에 붙어있는 안내문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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