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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시사

정호용 전 특전사령관, 5·18 집단발포한 날 헬기타고 광주갔다

         

정호용 전 특전사령관(오른쪽)이 1980년 5월27일 시민군이 진압된 뒤 전남도청을 방문하자 장형태 당시 전남지사가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고 있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제공


정호용 전 특전사령관(오른쪽)이 1980년 5월27일 시민군이 진압된 뒤 전남도청을

방문하자 장형태 당시 전남지사가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고 있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제공







정호용 전 특전사령관, 5·18 집단발포한 날 헬기타고 광주갔다



육군본부 '작전상황일지' 단독 입수
5월21일 '특전사령관 외 2명' 기록
전두환 동행 여부 등 진상규명 필요
정호용 "광주서 보안사령관 만난 일 없다"




1980년 5·18민주화운동 때 광주 전남도청 앞 금남로 일대에서 계엄군의 집단발포가 있던 5월21일 정호용(88) 당시

특전사령관이 헬기를 타고 광주를 찾은 사실이 군 문서를 통해 확인됐다. 이는 ‘도청 앞 집단발포가 있을 때 서울에

있었다’고 한 정씨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으로, 광주에 파견된 3·7·11공수부대의 수장이었던 정씨가 5월21일 광주에 있었다는 군 기록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겨레>가 입수한 육군본부 작전교육참모부의 ‘작전상황일지’에는 1980년 5월21일 특전사령관 외 2명이 광주에 가기 위해 헬기를 이용했다고 기록돼 있다.


<한겨레>가 입수한 육군본부 작전교육참모부의 ‘작전상황일지’에는 1980년 5월21일

특전사령관 외 2명이 광주에 가기 위해 헬기를 이용했다고 기록돼 있다.          


31일 <한겨레>가 단독으로 입수한 육군본부 작전교육참모부의 ‘작전상황일지’를 보면, 80년 5월21일 ‘항공기 지원’

 내역에 한문으로 “특전사령관 외 2명”이 오전 8시부터 10시20분까지 기동용 헬기인 UH-1H(기록은 UH-1로 돼 있음)를 이용했다고 기록돼 있다.


행선지는 광주다.

 이 문서엔 가스살포용 500MD 헬기 5대가 광주에 파견됐던 사실도 함께 담겨 있다.





80년 5·18 당시 공수부대 특전사 등 계엄군들이 광주시민들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있다.


80년 5·18 당시 공수부대 특전사 등 계엄군들이 광주시민들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있다.        


  

이 기록은 정씨의 주장과 배치된다.

그는 1988년 <월간경향>(5월호) 인터뷰에서 “사태가 악화되자 (5월21일 서울에 있는데) 발포 여부를 묻는 급전이 날아와서 나는 지휘계통에 서 있지 않았지만, 절대 발포 불가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도청 앞 집단발포는 전두환 전 대통령도 부인하고 있다. 도청 앞 집단발포는 ‘자위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천명하기 전에 신군부 핵심 세력이 시민들을 살해하도록 한 직접증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데도 39년이 지나도록 진실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정씨가 5월21일 광주에 있었다는 사실은 5·18 당시 광주에서 주한미군 501여단 방첩 정보요원으로 활동한 김용장씨의 증언과도 일치한다.


김씨는 지난 14일 <제이티비시>(JTBC) 인터뷰에서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5월21일 광주비행장에서 정호용 특전사령관, 505보안부대 이재우 대령 등과 회의를 했고, 헬기를 타고 서울로 돌아간 직후 발포·사살 행위가 이뤄졌다”고 증언

한 바 있다.





육군본부 작전교육참모부의 ‘작전상황일지’ 5월20~21일 상황일지.


육군본부 작전교육참모부의 ‘작전상황일지’ 5월20~21일 상황일지. 



         

이런 상황에서 군 공식 문서를 통해 당시 특전사령관이던 정씨가 광주에 있었다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집단발포는

비공식 지휘계통에 따라 이뤄졌을 가능성에 더욱 무게가 실린다.

앞서 집단발포의 단서가 될 증거와 정황은 잇따라 밝혀졌다.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는 80년 5월21일과 27일 광주시민을 상대로 육군의 헬기 사격이 있었다는 조사 결과를 지난해 2월 발표했다.


 5·18 연구자 이재의 박사는 “헬기에서 지상의 시위대를 향해 사격한 것은 군인들이 위험에 처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자위수단으로 발포했다는 주장이 거짓임을 드러내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당시 보안사령관-특전사령관-공수여단장으로 이어지는 비공식 지휘라인을 밝히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수만 전 5·18유족회장은 “특전사령관과 동행한 2명 가운데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포함됐는지 여부도 5·18진상규명

위원회를 통해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보안사령부가 신군부의 집권 과정을 기록한 <제5공화국전사>엔 1980년 5월21일 전두환 보안사령관과 정호용 특전사령관이 서울 국방부 회의에 참석했다는 기록이 나와 있지만, 회의 시간은 명기돼 있지 않다.




보안사령부가 신군부의 집권 과정을 기록한 <제5공화국전사>엔 1980년 5월21일 전두환 보안사령관과 정호용

 특전사령관이 서울 국방부 회의에 참석했다는 기록이 나와 있지만, 회의 시간은 명기돼 있지 않다.          

이에 대해 정호용 전 특전사령관은 이날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5·18 당시 서울과 광주를) 왔다 갔다 했다.


(5월21일 헬기를 타고 광주에 갔는지는) 확실한 기억은 없지만, 그때(88년 5월 <월간경향> 인터뷰) 이야기한 게

 다 사실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난 ‘광주사태’ 때 광주에서 보안사령관을 만난 일이 없다”고 반박했다.


 ‘5월21일 집단발포 책임’과 관련해 그는 “모르겠다. 나는 그냥 우리 부대를 거기(광주)다가 배속시켜준 것밖에 없다.

광주에서 일어난 사항은 전부 광주 사단장하고 그 후에 (전투)교육사령관하고 그 사람들이 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대하 기자 deaha@hani.co.kr

      








전두환 측은 또 고 조비오 신부가 헬기사격을 목격한 시기를 ‘80년 5월21일’로 특정, 이 시기의 헬기사격 여부를 쟁점화시키려는 전략을 펴기도 했다.

전일빌딩 10층 내외부에서 발견된 탄흔과 관련해 광주시가 80년 5월27일 헬기사격으로 발생한 탄흔이라는 분석 결과를 내놓은 것을 토대로 “전일빌딩의 헬기사격 탄흔이 고 조비오 신부의 증언을 뒷받침할 증거는 될 수 없다”고 주장한 것
이다.이 역시 새로운 목격자가 나타나면서 완전히 뒤집혔다.
 
▲“5월21일 헬기사격” 목격자 증언도
 
 최근 정선덕 씨는 KBS와의 인터뷰를 통해 고 조비오 신부가 헬기사격을 목격한 80년 5월21일 헬기로부터 위협사격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당시 도청 앞 계엄군의 집단발포로 남편이 총상을 입어 병원으로 향한 정 씨는 “하천을 따라가 헬기가 죽 왔다.
 이 사이에 한 세 번을 (사격)한 것 같다”고 밝혔다.

5·18 당시 미군501여단 방첩 정보요원이었던 김용장 씨는 앞서 JTBC와의 인터뷰에서 도청 앞 집단발포가 있었던 80년 5월21일 전두환이 광주를 직접 찾았고, “(80년 5월)21일과 27일, 두 번 헬기에서 기총 사격이 있었는데 UH-1H라고
소형 헬기에서 M60으로 기억하고 있다.이 첩보를 당시 미국 정부에 공식 보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증거와 증언 등은 향후 전두환의 사자명예훼손 재판에서 전두환의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5·18 헬기사격 역사적 사실임을 재확인하는 한편 무엇보다 재판 과정에서 5·18헬기사격과 전두환의 연결고리가 될 추가 증언과 증거 자료 등이 나오게 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김정숙 여사, 바버라 피터슨, 마사 헌틀리(왼쪽부터)


김정숙 여사, 바버라 피터슨, 마사 헌틀리(왼쪽부터)





지난해 5월18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거행된 제38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고(故) 찰스 베츠 헌틀리 목사의 부인 마사 헌틀리 여사.


지난해 5월18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거행된 제38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고(故) 찰스 베츠 헌틀리 목사의 부인 마사 헌틀리 여사.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 6일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참상을

세계에 알린 미국인 목사 2명의 부인에게 편지와 선물을 보낸 것으로 31일 알려졌다.









김정숙 여사, '5·18 참상' 알린 美목사 부인에 감사편지 보내






[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최근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참상을 목격하고 세계에 알린 미국인 목사 2명의 부인에게 편지와 선물을 보낸 것으로 31일 알려졌다. 


김 여사가 편지를 보낸 사람은 계엄군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故) 아놀드 피터슨 목사의 부인 바버라 피터슨 여사와,

 광주 참상을 기록해 해외 언론에 기고한 고 찰스 베츠 헌틀리 목사의 부인 마사 헌틀리 여사다.

 두 사람은 1969~1985년 사이 남편과 함께 광주에 머무르며 선교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는 편지를 통해 "도로는 막히고 통신은 끊기고 신문과 방송은 가위질당하던 그때, 광주의 의로운 항거와 광주

 시민들의 인간애를 전 세계에 알린 두 목사님의 용기 있는 행동을 기억한다"며 "불의와 폭력 앞에서 분노하고 행동했던 두 분 가족의 용기에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두 분은 누구보다 더 광주의 참혹한 현실을 아파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끝까지 남아 광주 시민들과 함께했던 두 분 가족의 의로움을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피터슨 여사와 헌틀리 여사는 최근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의 '5·18 망언' 논란 당시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공동 서한을

보내 "5·18 항쟁을 북한 특수군 600명이 주도한 게릴라전으로 묘사한 것은 명백한 허위"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김 여사는 "후안무치한 거짓말에 대해 두 분이 목격자로서 뜨거운 증언을 해 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작가 한강의 소설 '5월이 온다'에서 '네가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다'라는 한

구절을 인용하며 "여전히 장례식 같은 삶을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있고, 여전히 역사의 진실을 지우려는 사람들이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두 여사를 향해 "불의에 항거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은 광주의 영원한 증인이 돼 주신 것에 감사드린다"며 "민주주의를 위한 광주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김 여사는 편지와 함께 홍삼 건강식품을 선물로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의 선물은 지난 28일 주휴스턴 대한민국 총영사관 댈러스출장소를 통해 피터슨 여사에게 전달됐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2019 세계기자대회 참가자들이 28일 광주를 방문해 5.18국립묘역을 참배했다.


▲2019 세계기자대회 참가자들이 28일 광주를 방문해 5.18국립묘역을 참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