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마지막날 전체회의에서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초안이 통과된 후 전광판에 ‘찬성 2천878표, 반대 1표, 기권 6표’라는 결과가 표시돼 있다.
AFP연합뉴스
28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회의가 열리고 있다.
신화통신 연합뉴스
홍콩보안법 통과…"홍콩 죽음의 신호
중국이 28일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에서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통과시킨 가운데 홍콩 민주화 운동가들과 서방 국가에서는 세계 금융 중심지로서 홍콩의 역할이 위태로울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날 홍콩보안법은 전인대 대표단 2885명 중 2878명이 찬성하면서 통과했다.
반대는 1명, 기권은 6명이었다. 법안이 통과되자 참석자들은 오랜 시간 박수를 보냈다. 법안의 세부 사항은 몇 주 안에 작성돼 오는 9월 이전 제정될 것으로 보인다.
법안 통과와 함께 홍콩 민주화 운동가들은 낙담했다. 이날 수십 명의 시위대가 쇼핑몰에 모여 구호를 외쳤지만 전날처럼 경찰이 360명을 연행하는 소동은 반복되지 않았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홍콩 야당인 공민당의 데니스 궉 의원은 기자들에게 "법안 발효는 우리가 사랑했던 자유 홍콩에 대한 죽음의 신호이고,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의 종말"이라고 말했다.
국제사회에서도 홍콩안보법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타라 조셉 주 홍콩 미국 상공회의소 회장은 이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논평을 통해 "국제 경제는 이미 미·중 간 긴장이 고조되는 압력에 직면해 있지만 홍콩보안법 제정은 이 같은 긴장을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 어떤 미국 기업도 미국과 중국 간 냉전이라는 암초에 걸리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특히 자유무역과 협력의 보루 역할을 하는 홍콩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앞서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은 "홍콩이 더 이상 미국법에 따른 특별대우를 받을 자격이 없다"며 홍콩이 주요 금융 중심지로서의 위상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위협했다.
일본 정부도 강하게 반발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홍콩보안법 강행에 대해 "국제사회나 홍콩 시민이 강하게 우려하는 가운데 추진된 것과 그와 관련된 홍콩의 정세를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홍콩은 일본과 긴밀한 경제적·인적 교류가 있는 매우 중요한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국양제를 토대로 전처럼 자유롭고 열린 체제가 유지돼 민주적·안정적으로 발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 당국과 홍콩 행정부는 홍콩보안법이 홍콩의 자치권에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이날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일국양제는 중국 정부의 기본 정책"이라며 "홍콩 국가보안법은 일국양제의 안정을 확보하면서 홍콩의 장기번영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도 홍콩보안법 통과를 환영하는 성명에서 "이 법은 홍콩 주민들이 누리는 권리와 자유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가 홍콩의 경제·통상 부문에서의 특별 지위를 박탈하는 등 제재를 받아 중국 경제가 타격을 받을 것이란 전망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롼쭝쩌 중국 국제문제연구원 부원장은 SCMP에 "미국의 위협은 예상했지만 법 제정을 막을수는 없다"며 "우리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준비해 놨다"고 밝혔다.
홍콩보안법 찬성 버튼 누르는 시진핑… 2886명 중 반대는 1표 28일 중국 전국 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에서 진행된 홍콩 국가보안법 처리를 위한 표결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찬성을 의미하는 초록색 버튼을 누르고 있다.
베이징=AP 뉴시스
홍콩보안법 처리 강행… 美 “재앙적 결정
전국인대 폐막식서 표결 통과 폼페이오 “홍콩 자치권 못 누려” 美-英-加-濠 “깊은 우려” 공동성명
중국이 미국의 경고에도 홍콩 내 반중(反中), 민주화 인사를 처벌할 수 있는 ‘홍콩 국가보안법’(홍콩 국가안전 수호를 위한 법률 제도와 집행 기제) 통과를 강행했다. 미국은 “홍콩이 높은 자치권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며 중국에 대한 제재를 예고해 미중 전면전이 현실화됐다.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국회 격)는 28일 폐막식에서 홍콩 보안법 초안을 99.7%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이날 참석한 2886명의 대표 중 2878명이 법안에 찬성했다. 반대는 1명에 불과했다.
7개 조항으로 이뤄진 이 법안은 ‘홍콩 내 국가 분열, 정권 전복, 테러, 외국·외부 세력의 홍콩 문제 간섭을 금지, 처벌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7일(현지 시간) 성명에서 “홍콩이 1997년 7월 이후 지금까지 미국법에 따라 받아온 대우가 유지되지 않는다고 의회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홍콩의 특별지위 박탈 등 중국의 홍콩 보안법 제정 강행에 대응하기 위한 첫 번째 조치에 나선 것이다. 그는 홍콩 보안법 강행을 “재앙적 결정”이라고 맹비난했다.
28일 미 국무부와 영국, 호주, 캐나다 외교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공동성명을 내고 “홍콩 보안법을 통과시킨 중국의 결정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홍콩 보안법은 홍콩 시민들의 자유를 제한하고, 이로 인해 홍콩 번영의 토대인 자율과 제도가 약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NHK방송은 이날 일본 외무성이 주일 중국대사를 초치해 이번 사태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베이징=윤완준 zeitung@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미·중 갈등 속 범정부 외교전략회의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제7차 외교전략조정 통합분과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5.28 jieunlee@yna.co.kr
중국 대사가 한국이 '홍콩 국보법'을 지지하리라 믿는 이유
[기자의 눈] 국가보안법 폐지 외면해온 사람들이 '홍콩 국가보안법' 비난?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는 지난 24일 중국 관영 CCTV와 인터뷰에서 "중한은 우호적 이웃"이라며 "핵심 문제에 대한 서로의 입장을 존중해왔으며, 홍콩 문제도 예외가 아니"라고 말했다. 아울러 홍콩 국가보안법에 대해 "한국 측의 이해와 지지를 얻을 것으로 믿는다"고도 밝혔다.
싱하이밍 대사가 한국 측의 "이해와 지지"를 얻을 것으로 "믿은" 이유가 있다. 중국의 눈으로 보기에 한국은 충분히 중국의 조치를 이해할 만한 국가다. 28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이 통과됐다.
2885명의 전인대 위원 중 2878명이 찬성했다. 6명이 기권했다. 반대는 단 한 명이었다.
홍콩의 민주주의에 사망 선고가 내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홍콩보안법은 △국가 분열 △국가 정권 전복 △테러 △이 같은 행위와 연계된 해외 세력을 처벌 대상으로 한다. '국가 분열'이나 '국가 정권 전복'이란 무엇을 뜻하느냐를 두고 해석의 여지가 크다. 시위도 이론적으로는 처벌 가능하다. 홍콩 민주주의가 죽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 글에선 일단 '미중 갈등'과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까지 오게 된 국제 정치적, 지정학적, 군사적, 경제적 논의는 제외하겠다. 홍콩 국가보안법에 대해선 한국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특히 보수언론이 중심이 됐다. 세계적 민주주의 국가임을 자처하는 한국 정부가 민주주의 말살 정책을 펴는 중국에 단 한 마디의 우려도 전하지 않은 건 문제라는 지적이 중점 논리다.
한때 박근혜 정부 '실세'로 불렸던 윤상현 의원이 거들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국제사회는 이 법(홍콩 국가보안법)을 인권보호에 통제법이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촛불혁명 정부(문재인 정부)는 인권에 침묵하고 있다"면서 "홍콩 사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을 분명하게 말하라. 우리 국민이 바로 지금 홍콩 시민들이 수호하려는 그 민주주의를 지켜온 국민"이라고 했다.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의 발언은 오만했다. 중국은 사실상 한국에 침묵을 요구했다. 충분히 외부의 부당한 압력으로 해석될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런데도 불편하다.
한국에는 국가보안법이 있다. 1948년 제정됐다. 홍콩보안법과 마찬가지로 국가 반란 목적을 지닌 자를 처벌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 법에서 규정하는 '이적 행위'는 고무줄 잣대고, 관심법을 필요조건으로 하는데다 심지어 '불고지'도 죄로 다스린다. 숱한 이들 이 법으로 인해 법정에 끌려갔고, 숱한 이들이 이 법으로 인해 '빨갱이'라는 오명을 썼다.
홍콩 국가보안법과 다르지 않다. 이미 중국 본토에서도 마르크스를 따르며 부패한 중국 당국을 비판한 많은 학생과 운동가들이 반민주적인 처벌로 인해 사라지고 있다는 점도 짚어야 하겠다. (☞관련기사 : 중국에서 좌익 활동가들이 사라지고 있다)
이 법의 모태가 일제의 치안유지법이라는 점도 되새겨야 한다. 천황 체제를 부정하는 이를 처벌한다는 목적으로 1925년 일제가 만든, 반민주 법안이 치안유지법이다. 치안유지법-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은 민주주의를 말살하려는 목적을 지녔다는 점에서 다를 바 없다.
더 논쟁할 것이 없다. 홍콩보안법이 홍콩 민주주의의 사망 선고라고 주장하는 이들, 민주주의 국가로서 한국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이들은 무려 70년 넘게 한국의 민주주의를 훼손한 국가보안법에 대해서도 같은 목소리를 내야 맞다.
홍콩 국가보안법을 비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보수 언론도, 보수 정치인들도 "당당한 민주주의 국가로서 한국은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해야 앞뒤가 맞다.
그렇지 않는다면, 홍콩보안법을 향한 저들의 목소리는 허황된 구호라고 해석될 수밖에 없다. "한국은 이해할 것"이라는 싱하미잉 대사의 저 인터뷰에 숨겨진 메시지가 들리지 않는가.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에도 국가보안법이 있다. 홍콩보안법도 문제될 것이 없다"는.
왜 '반성'은 국가보안법 가해자의 몫이 아니고 국가보안법 피해자의 몫일까.
▲28일 홍콩인권법을 통과시킨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전체회의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등장하고 있다.
ⓒAP=연합
中 홍콩보안법 가결…美, 홍콩 특별지위 박탈 가능성
미국이 중국을 향해 칼을 빼들었다. 첫 조치는 ‘홍콩의 특별지위 박탈’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을 통과시키기 전인 27일(현지 시간)에 ‘홍콩이 중국으로부터 고도의 자치권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의회에 냈다. ‘홍콩 보안법 처리를 강행하면 실제로 조치를 취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짐으로써 마지막까지 압박을 계속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무부 고위 인사들은 관련 발언을 쏟아내며 총공세를 폈다.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27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과 관련해 대응할 수 있는 ‘매우 긴 리스트’가 있다”고 말했다. 키스 크라크 국무부 경제 담당 차관이 세미나에서 “미국 등에 기생해온 중국의 경제정책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이 28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에서 홍콩 보안법을 처리함에 따라 미중 관계는 ‘루비콘강’을 건너게 됐다. 미 정부는 예고한 대로 홍콩 특별지위 박탈 절차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홍콩이 특별지위를 잃으면 중국에 부과해온 최대 25%의 보복 관세, 민감한 미국 기술에 대한 수출 규제, 미국 입국 시 까다로운 심사 등이 홍콩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해외 자본이 이탈하면 글로벌 금융 허브로서 홍콩의 지위가 추락해 중국의 해외자금 조달 창구가 닫힐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이런 조치가 미국에도 타격을 입힌다는 점이다. 미 무역대표부(USTR)에 따르면 2018년 미국과 홍콩의 상품 및 서비스 교역 규모는 660억 달러다. 홍콩에서 활동하는 미국 기업은 1300개, 이 중 홍콩에 지역본부를 둔 기업은 290개에 달한다. 중국이 이들 기업의 홍콩 및 중국 본토 내 사업을 제한하며 맞대응에 나서면 미국이 입을 피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당장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재선을 앞두고 경제성과가 절실한 상황인 만큼 백악관은 대응 수위를 고심하는 분위기다. 미국이 전면적인 지위 박탈 대신 중국의 대응에 따라 선별적이고 단계적인 대응에 나서 부작용을 최소화할 가능성도 있다.
재무부는 홍콩 보안법 제정과 관련된 중국 관리나 기업에 대한 거래 제한, 자산 동결, 비자 제한 등의 제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을 앞세운 미국의 금융제재를 집행해온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저승사자’로 불릴 만큼 무시무시한 곳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이란 북한 등과 협력해온 중국인이나 중국 기업을 제재한 적은 있지만 중국의 정책 집행을 문제 삼아 제재에 나서는 것은 전례가 드물다. 그만큼 상징적인 처벌 효과도 크다.
중국의 인권 문제는 미국이 갖고 있는 또 다른 압박 카드다. 미 하원은 이날 위구르족 등 중국 내 소수민족의 인권 탄압을 막기 위한 ‘위구르 인권법’을 찬성 431 대 반대 1의 압도적 지지로 통과시켰다.
(홍콩 AFP=연합뉴스) 홍콩 입법회(의회)가 중국 국가 모독 행위를 처벌하는 법안을 심의하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27일 코즈웨이 베이 지구에서 벌어진 시위를 진압하고 일부 참가자들을 붙들어 두고 있다.
트럼프가 방조한 홍콩보안법, 통과되면 중국 경제 무엇 타격받나
28일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통과로 미·중의 셈법이 더욱 바빠졌다. 중국 정부로선 지난해와 같은 홍콩 내 시위를 진압할 법적 토대가 마련됐지만 경제적 타격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일각에선 톈안먼 사태 당시의 경제 충격이 재현될 수 있다고 본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선 중국을 향한 다양한 제재 카드를 활용할 명분이 생겼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적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보안법 통과를 방조했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미국이 중국에 취할 첫 제재로 1992년 제정된 홍콩정책법에 따른 홍콩의 특별 지위 박탈이 거론된다. 지금까지 미국은 관세 투자 무역 비자발급 등에서 홍콩에 특별 대우를 보장해왔다. 특별 지위가 박탈되면 미국의 관세 보복을 중국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그동안 기업들은 홍콩을 통한 우회 무역으로 관세를 피해왔다.
알리바바 텐센트 샤오미 등 중국 굴지 기업들이 상장된 홍콩 주식·채권 시장도 영향을 받게 된다. 외국인의 홍콩에 대한 직접 투자 상당 부분은 최종적으로 중국을 향한다. 달러 거래가 편리하며 세제 혜택이 있고 규제 위험이 적기 때문이다. 한국만 해도 중국 미국 베트남 다음의 수출 대상 지역이 홍콩이었지만 실제로는 중국을 향한 무역이었다.
(베이징 AFP=연합뉴스) 28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전인대) 마지막날 전체회의에서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초안이 통과된 후 전광판에 '찬성 2천878표, 반대 1표, 기권 6표'라는 결과가 표시돼 있다.
홍콩보안법 제정은 미중 간 '대 결별(그레이트 디커플링)'을 촉진하는 상징적 사건이 될 수도 있다. 우선 홍콩보안법을 이유로 미중 1단계 무역 합의 파기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은 반중 경제 블록인 경제번영네트워크(EPN·Economic Prosperity Network) 구상을 본격화하고 세계 각국에 동참을 요구 중이다.
1989년 6·4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유혈 진압 사태 이후 미국 등 서방은 앞다퉈 중국을 향한 제재를 가했다. 두자릿수를 기록하던 중국 경제성장률은 1990년 3.8%로 주저앉은 바 있다.
중국의 현 상황은 톈안먼 사태 당시보다 심각하다. 중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1분기 경제성장률 -6.8%을 기록했다. 홍콩 특별 지위 박탈로 인한 충격이 무역 분야와 금융 분야에 서서히 미친다면 중국으로선 장기간 큰 부담을 지게 될 전망이다.
추다성 대만 경제연구원 연구원은 "홍콩이 관세와 관련한 특별 지위를 잃게 된다면 수출과 비즈니스 활동이 제한될 것"이라며 "홍콩에서 외국 자본이 이탈하고 홍콩 금융 허브 지위가 저해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 에서 열린 기자회견 도중 기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추진과 관련해 불쾌감을 나타내고 이에 대해 대응 조치를 준비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홍콩보안법 제정을 방조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바이든 전 부통령 대선 캠프에서 외교 정책을 총괄하는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은 27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 자치권 침해를 일부 방조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홍콩을 뒤흔든 시위에 직면했을 당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칭찬했다"며 "미국은 중국의 홍콩 탄압에 맞서야 했다"고 지적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그래픽_고윤결
'한국의 네번째 수출국' 홍콩 '특별지위' 박탈땐 타격 불가피
'미·중 신냉전 고조' 국내 경제 파장은 위안화 가치 사상 최저 수준 위안화 올 들어 4.9% 절하돼 원화 동반 약세 7.2% 떨어져 세계시장 가격 경쟁력 상쇄
홍콩 '특별지위' 박탈 주요 이슈로 홍콩 한국의 네번째 수출국 지위 박탈땐 거래비용 증가 화장품·농산물 등 수출 피해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제정 강행을 둘러싼 갈등을 포함해 미-중 ‘신 경제·외교냉전’이 고조되면서 위안화 가치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게다가 홍콩에 대한 경제 특별지위 박탈마저 임박하면서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이 쏠린다.
■위안·원 가치 동시 절하 중 중국 인민은행은 28일 오전 위안화 중간 기준환율(상하이 역내시장에서 등락폭 ±2% 제한)을 전날(1달러당 7.1092 위안)보다 0.26% 오른 7.1277 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날 오전 홍콩 역외시장에서 위안화는 오전중 달러당 7.1845 위안으로, 전날의 사상 최저점(7.1966)보다 소폭 평가 절상됐다.
전날 밤 홍콩 역외시장에서 위안화 가치는 7.1966 위안까지 급락(환율 상승)하면서 홍콩 역외시장 개설(201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로이터통신>은 “시장에서는 미-중 긴장 고조로 며칠 안에 7.2000 위안까지 상승(평가 절하)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미-중 긴장이 높아지고 홍콩 지위문제까지 돌출하면서 중국 당국이 환율을 ‘협상 카드’로 이용하고 시장의 위안화 약세 흐름에 개입하지 않는 모양새다.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 원론상세계시장에서 중국산과 다툼을 벌이는 우리 제품의 상대적 가격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은 경쟁 구조와 여건이 예전과는 꽤 달라졌다는 게 변수다.
한국은행의 중국경제팀 쪽은 “코로나19로 세계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올들어 (안전자산인) 달러 강세 흐름이 지속돼 왔고, 이에 따라 상대통화인 우리 원화도 큰폭의 약세를 지속중”이라며, “위안과 원화 통화 모두 가치가 절하되고 있는터라 가격경쟁력 측면만 볼때 중국산 제품의 위안화 절하 효과는 세계시장에서 상쇄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 수출제품이 당장 중국산에 크게 밀리게 될 충격은 과거에 견줘 줄었다는 얘기다. 원화가치는 올들어 저점(1월13일 1달러당 1156.00원)에서 꾸준히 올라 이날 1239.60원을 기록했다. 저점 대비 7.2% 절하된 수치다. 27일 위안화는 올해 저점(1월17일 1달러당 6.8594 위안) 대비 4.9% 평가절하됐다. 원화 절하폭에 따른 한국 수출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중국산보다 오히려 더 커진 셈이다.
21세기 들어 각국 수출제품 경쟁 구도에서 가격외에 비가격 요인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도 또다른 수출 환경 변화다. 문병기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최근들어 세계시장 경쟁에서 환율·통화의 가격요소 영향은 점차 축소되고 있다”며 “각국 경제 성장과 소득수준 향상에 따라 브랜드·기술·품질 등 비가격 요인의 결정력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 견줘 위안화 변동(절하)이 우리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효과는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다.
■“특별지위 박탈되면 거래비용 늘어” 하지만 홍콩 특별지위 박탈 이슈는 우리 수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외생적 충격이다. 미국은 홍콩 반환(1997년 7월) 이후 50년 자본주의 경제를 보장받은 홍콩에 대해 고도의 반(半)자치를 누리는 특별행정지역 지위를 부여하고 있다. 홍콩은 △홍콩산 제품에 대한 수입관세(감면) △투자·무역 우대 등 5가지 특별대우를 누리고 있다.
만일 미국이 이 지위를 박탈하면 한국의 대수출 4위국(2019년 319억1천만달러)인 홍콩 시장으로 향하는 반도체·화장품·농산물 품목 등에 걸쳐 직접 피해가 우려된다. 홍콩 시장에 수입되는 한국산 제품은 90% 이상이 중국 본토로 재수출된다.
수입 검역·통관이 까다롭지 않고 금융조달·물류 인프라가 잘 구축된 홍콩을 중국행 중계·가공무역의 경유지로 활용해온 셈이다. 무역협회 쪽은 “특별지위가 박탈되면 우리 기업마다 기존 거래선을 조정해야 하기에 거래비용이 늘어날 것이다. 삼성전자나 하이닉스반도체는 대응 역량이 있지만, 화장품(2019년 3억4천만달러)·농수산물(1억달러) 품목 등을 홍콩에 주로 수출해온 중소·중견기업들은 큰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 한겨레신문사,
무역센터 전경.
미・중 갈등 '홍콩 보안법'에도 영향..."한국경제,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질라"
[뉴스케이프=김은영 기자] 홍콩보안법 제정을 둘러싸고 미・중 간 갈등이 격화되면서 미국이 홍콩에 부여한 특별무역지위를 박탈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지난 28일‘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이 홍콩 내 반정부 활동 감시, 외국 세력의 홍콩 내정 개입 금지 등을 주요 내용으로 지난 28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표결 통과과 된 것이 주요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29일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연구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1992년 홍콩법을 제정하여 홍콩이 자치권을 행사한다는 전제 하에 비자 발급, 투자 유치, 법 집행 등에서 본토와 달리 홍콩을 특별 대우하여 홍콩이 아시아 대표 금융․물류 허브로 성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최근, 코로나19 책임론으로 재점화된 미중 갈등이 홍콩보안법까지 확대되었으며, 11월 대선을 앞둔 트럼프가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기업 배제 및 제재 강화로 갈등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
홍콩보안법을 제정할 경우 미국이 관세 및 투자, 비자발급 등에서 인정해왔던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하겠다고 압박에 나설 예정이어서 홍콩이 특별지위를 잃게 되면 중국 본토와 마찬가지로 미국이 부과하는 최대 25%의 추가관세를 부담해야 하며, 금융허브로서의 역할 상실로 외국계 자본의 대거 이탈이 예상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이러한 미중 무역갈등은 한국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업계는 그간 누려왔던 홍콩 활용의 이점이 약화되면서 우리 수출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홍콩을 중계무역의 경유국으로 활용하기 어려워질 경우 단기 수출차질 발생 및 중국으로 직수출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홍콩을 경유해 중국으로 재수출하는 비중이 98.1%로 대만 다음으로 높기 때문.
수출 전반적으로 물류 허브 기능 축소에 따른 비용 상승 → 수출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반도체 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 직수출로 전환이 가능하나 국내 반도체 대기업을 제외한 중소・중견 수출기업은 물류비용 증가, 대체 항공편 확보까지 단기적 차질이 예상된다.
중국계 홍콩판매법인 철수 및 금융 허브(금융조달 용이・외환거래 자유)로서의 기능이 상실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나오고 있다. 한편, 미중 갈등으로 인한 홍콩 보안법 갈등의 긍정적인 면도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미・중 갈등의 확대로 중국이 홍콩을 경유한 대미 수출길이 막힐 경우 우리 기업의 대미 수출에 있어 상대적 경쟁 우위 확보가 가능하다. 미국의 대중 제재 강화로 수출경합이 높은 석유화학, 가전, 의료‧정밀광학기기, 철강제품, 플라스틱 등에서 우리 수출의 반사이익이 기대된다는 전망이다.
'홍콩보안법'에 반대하며 거리로 쏟아져 나온 홍콩 시민들
(사진=연합뉴스)
'홍콩보안법'의 후폭풍이 우려된다
안보를 명분으로 시민의 자유억압하는 반민주 악법 중국의 일국양제 원칙에 위배 미중 갈등 격화되며 또 하나의 리스크로 부각
미중 어느 한 쪽을 편들 수 없는 우리 외교의 딜레마 우리 국익 극대화할 수 있는 지혜 발휘할 때
중국은 28일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홍콩국가보안법 초안을 예상대로 통과시켰다. 향후 전인대가 상무위원회를 열어 법안을 통과시키는 형식적인 입법 절차를 끝내면 법은 시행된다. 홍콩보안법은 외국 세력의 홍콩내정 개입과 국가분열을 꾀하는 행위와 행동을 광범위하게 금지하고, 위반 시 최고 30년의 중형에 처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반정부 시위에 참여하는 거의 모든 사람을 처벌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평가는 받는다. 이 때문에 안보를 명분으로 표현과 집회, 시위의 자유를 억압하는 '반민주 악법'이라고 국제사회는 비난한다. 특히 중국전인대가 홍콩 자치와 관련된 법안을 제정해 홍콩 자치를 보장한 일국양제 원칙에도 정면 위배된다는 지적을 받는다.
중국이 국제 사회의 거센 반발을 감수하면서까지 법안 통과를 강행한 데는 홍콩의 반정부 활동을 조기에 제압하지 못하면 중국내 수많은 소수민족들까지 자극해 체제 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그러나 중국의 홍콩보안법 입법 강행은 미국과의 갈등을 더욱 격화시키면서 국제사회에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이 법안 통과를 강행하면 홍콩에 부여한 경제ㆍ통상ㆍ비자 등의 특별 지위를 박탈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중국을 견제하고 있는 트럼프로서는 이를 명분으로 대 중국공세를 한층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서 중국 역시 미국의 비난을 내정간섭으로 규정하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홍콩보안법으로 증폭되는 미중갈등은 코로나19 사태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세계경제에 또 하나의 리스크로 떠올랐다.
실제, 중국이 최근 위안화 가치를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급격히 평가절하했는데 미국의 무역보복조치를 염두에 둔 대응카드로 분석된다. 만약 미중 간 환율전쟁으로 이어진다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 화폐가치의 절하로 연결되면서 신흥국의 자본유출 등 세계경제에 큰 파장을 몰고 올 수도 있다.
미국은 우리의 동맹국이자 제2의 무역국이고, 또 중국은 최대 우리의 무역국이어서 미중 두 나라의 갈등은, 어느 한쪽을 편들 수 없는 우리 외교에 풀기 어려운 딜레마이다. 정부는 홍콩 사태를 주시하면서 외교와 경제 측면에서 우리의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지혜를 발휘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