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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시사

불매운동도 선택적으로? 'NO재팬' 1년 어디까지 왔나

 

 

 

/사진=뉴스1

 

 

 

 

 

 

 

[천지일보=신창원 기자] 인천시 부평구 삼산동 문닫힌 닛산자동차 서비스센터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천지일보

 



 

  불매운동도 선택적으로? 'NO재팬' 1년 어디까지 왔나

 


"일본 옷 사는 게 죄는 아니잖아요."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 유니클로 매장에서 의류를 고르는 한 남성이 눈에 띄었다.
이 남성은 몇 벌의 셔츠를 구매한 뒤 서둘러 가방에 넣고 매장을 나섰다.
남성은 "유니클로를 자주 이용하냐"는 질문에 당황한 얼굴로 "묻지 말라"며 손사래 쳤다.


■불매 1년, '선택적 불매운동' 지적도
지난해 7월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항하며 일어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어느덧 1년째에 접어들었다.
이로 인해 일본 여행과 주류, 자동차 업체는 집중포화를 받았지만, 일부 품목은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해 '선택적 불매운동'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불매운동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건 일본 맥주 업계다.
일본 맥주는 10년간 수입맥주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불매운동 이후 매출이 90% 이상 급감하며 시중에 자취를 감췄다.
현재 대부분의 편의점에서는 일본 맥주가 매대에 없거나 구석 한자리를 겨우 차지하고 있는 수준이다.

일본 맥주가 시장에서 쫓겨나듯 사라진 이유는 대체재를 찾기 쉽기 때문이다.
중국·미국·유럽산 맥주는 일본 맥주가 차지하던 자리를 금세 메꿨다.
한 편의점 관계자는 "수많은 종류의 맥주가 4캔에 만원으로 판매되는데 굳이 일본 맥주를 고르려 하지 않는 거 같다"고 전했다. 

반대로 대체재를 구하기 어려울수록 불매운동은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 불매운동의 대표격인 유니클로는 지난해 6월부터 현재까지 12개의 매장을 폐점했지만 여전히 174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매출액도 지난해 -31%에서 올해 1분기 -14.3%로 감소 폭이 줄어들며 점차 회복하고 있다.
유니클로 온라인 쇼핑몰에는 품절된 항목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날 유니클로를 방문한 김모씨는 "저가 의류 브랜드 중에 유니클로를 대체할 만한 곳이 마땅치 않다"며 "조금 민망하지만 온·오프라인을 통해 유니클로 옷을 많이 사고 있다.
일본 옷 사는 게 죄는 아니지 않느나"고 반문했다. 
일부 일본 의류 브랜드는 오히려 매장수가 늘었다.
ABC마트는 253개에서 276개로, 데상트는 252개에서 258개로, 무인양품은 38개에서 40개로 매장 수가 증가했다.
무인양품은 서울 강남에 국내 최대 규모 매장을 리뉴얼 오픈하기도 했다.


일본 게임업체 닌텐도는 불매운동을 비웃듯 품귀 현상을 초래했다.
지난 3월 닌텐도 '동물의 숲' 게임이 출시되자 이를 구하기 위해 수백명이 매장에 줄을 서며 대란이 일어났다.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선 10~30여만원 웃돈이 붙어 거래되기도 했다.
닌텐도의 콘솔 게임기 '스위치'는 동물의 숲의 영향으로 올 1·4분기 판매량이 30% 이상 증가하며 누적 50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불매운동, 최소한의 자존심이 아닌가"

이같은 '선택적 불매운동' 양상에 전문가들은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새로운 계기가 생기지 않는 한 불매운동의 동력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라며 "규범적인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라고 생각하는 소비가 있다고 해도, 개인의 욕구 충족을 위한 소비 선택을 강요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일본 불매운동은 특정 시민단체가 주도한 게 아니라 국민이 자발적으로 동참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며 "수출 규제가 단행된 지 1년이 지났고 일본의 역사 왜곡은 계속되고 있다.
불매운동을 지켜가는 건 우리 국민의 최소한의 자존심이 아닌가 싶다"라고 강조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진은 지난해 7월 6일 유니클로 매장 앞에서 한 시민이 일본 경제 보복의
부당함과 일본 제품 불매 동참을 호소하는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일본 제품 불매운동, 사그라졌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지난해 7월 일본은 한국에 대해 수출 규제 조치를 가했다.
일본의 부당한 수출 규제 조치에 한국 국민들은 분노했다. 국내에선 일본 회사 제품에 대한 대대적인 불매운동이 타올랐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불매운동을 독려하는 글이 빠르게 공유돼 동력을 키웠다.

일본여행은 물론, 의류·생활용품·잡화·화장품·주류·전자제품·스포츠레저·식품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일본 브랜드들이 불매 리스트로 거론됐다.
특히 유니클로, 데상트, 등 패션브랜드와 DHC 등 화장품 브랜드, 아사히 등 맥주 브랜드가 집중 포화를 맞았다.
이러한 불매운동이 일어난 지 어느덧 1년째에 접어들었다.
시간이 꽤 흐르면서 불매운동 열기가 사그라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불매운동 기조가 무색하게 일본 브랜드인 닌텐도의 콘솔 게임기 ‘스위치’가 최근 품귀 현상에 시달릴 정도로 불티나게 판매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기도 했다.
SNS상의 일본 불매운동에 대한 회자성도 크게 줄어들었다는 평가도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는 어떨까.  
◇ 일본 불매 SNS상 언급량, 작년 8월 정점 찍고 감소세  
지난해 일본 불매운동은 온라인을 기반으로 동력을 키웠다.
많은 누리꾼들이 SNS를 중심으로 불매운동을 독려하는 글과 일본 기업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유하며 운동을 주도했다.
일본 기업과 대체 브랜드를 정보를 공유하는 사이트(‘노노재팬’)도 등장했다.

2013년 독도 관련 갈등으로 불거진 불매운동이 초기 중장년층 자영업자들의 주도로 촉발된 것과 달리, 지난해 불매운동은 젊은층이 SNS와 블로그, 커뮤니티 중심으로 정보를 확산시키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온라인 채널 중엔 트위터가 주요 창구가 됐다.

디지털마케팅업체 엠포스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일본 불매운동 현상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트위터를 기준으로 7~8월 간 일본 불매운동 관련 게시물(리트윗 건수 포함)이 128만건에 달했다.








해당 자료는  디지털 마케팅 업체인 엠포스가 2019년 5월부터 2020년 6월까지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SNS와 블로그 및 커뮤니티, 뉴스 등에서 ‘일본 불매’ 키워드를
추출해 분석한 온라인 게시물 추이.

/데이터·그래픽=엠포스 제공




하지만 일본 불매운동 관련 온라인상 게시물량은 최근 몇 개월간 부쩍 줄어든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엠포스가 최근 1년간(2019년 5월~2020년 6월) 간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SNS와 블로그 및 커뮤니티, 뉴스 등에서 ‘일본 불매’ 키워드를 추출한 뒤 분석해 <시사위크>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관련 게시물 건수는 지난해 7월(66만6,521건)과 8월(36만4,801건) 정점을 찍고 빠르게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 불매 관련 게시물 건수는 △2019년 9월 8만3,173건 △10월 9만2,615건 △11월 4만1,459건 △12월 2만8,990건 순으로 낮아진 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1~2만건 수준을 보였다. 
SNS 정보량이 감소한 만큼, 불매운동 열기도 사그라지고 있는 것일까. 박경하 엠포스 마케팅본부5국 빅데이터팀 팀장은 <시사위크>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온라인상에서 일본 불매 관련 게시물이 감소했다고 불매운동 열기가 반드시 식었다고 보긴 어려울 것 같다“며 ”불매운동 의지가 꺾었다고 한다면 주요 타깃이 된 불매 제품들에 대한 소비 심리가 회복세를 보여야 할 텐데, 그런 흐름까진 나타나진 않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특정 브랜드에 대한 비구매 의지가 고착화되면서 회자성이 낮아졌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어차피 나는 이 제품을 안 산다’는 생각이 굳어지면 더 이상 언급할 필요도 없어지게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유니클로와 아시히 맥주 등의 일본 브랜드는 SNS상 불매 언급량 감소에도 여전히 매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는 지난해 불매운동에 타격을 받아 매출이 31% 가량 급감하고 적자 실적을 냈다.
올해 1분기 매출액도 전년 동기 대비 14.3%가 줄어든 84억원에 그쳤다.
불매운동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까지 덮치면서 매출 회복세가 더딘 모습이다. 
여기에 아사히 맥주를 비롯한 일본 맥주에 대한 수요도 급감한 상태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일본 맥주 총 수입금액은 224만 달러에 그쳤다. 이는 전년 동기(2,689만달러) 대비 91.7% 가량 감소한 규모다. 
일본 맥주는 최근 10년간 수입맥주 시장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켜왔다. 하지만 지난해 7월 불매운동을 기점으로 국내 시장에서 입지가 크게 쪼그라들었다.
대표적 일본 맥주인 아사히 맥주는 지난해 3분기에 국내 소매 맥주 시장에서 점유율이 12위까지 떨어졌다.

아사히가 흔들리는 사이, 최근 국내 수입맥주 시장에선 유럽, 미국 맥주가 빠르게 올라오고 있는 추세다.
새로운 대체재들이 부상하면서 아사히의 시장점유율 회복은 더디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 주요 불매 타깃 유니클로·일본 맥주, ‘매출 부진’ 여전해
주요 불매 타깃이 된 브랜드의 경우, 소비자들의 관심도가 올해들어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가 지난해 1분기(1월 1일~3월 31일)와 올해 1분기(1월 1일~3월 30일) 두 기간을 대상으로 유니클로, 데상트, 아식스, ABC마트, 무인양품, 아사히맥주 등 6개 브랜드에 대한 빅데이터 정보량을 조사했다. 
조사대상 채널은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스토리 등 4개 SNS와 개인의 의사가 강하게 피력되는 커뮤니티 등 5개이다. 조사 결과, 6개 브랜드 모두 채널 정보량이 전년 동기 대비 크게 하락했다.
각 브랜드별 채널 정보량 감소율은 △아사히 맥주 78.80% △무인양품 76.70% △유니클로는 59.55% △아식스 58.76% △ABC마트 40.12% 순을 보였다.
아울러 주요 6개 브랜드에 대한 긍정률도 하락세를 보였다. 이에 해당 브랜드에 대한 관심도 하락으로 매출 감소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일본 닌텐도의 콘솔게임기인 ‘닌텐도 스위치’가 ‘동물의 숲’ 게임 인기에
힘입어 국내에서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닌텐도 온라인 몰 홈페이지 갈무리




◇ 유니클로는 안 되고 닌텐도는 된다? “선택적 불매, 불매 초기부터 나타난 양상” 


그런데 불매운동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고 일본 제품도 상당하다.
우선 B2B(기업 간 거래) 제품의 경우, 불매운동의 여파에 비껴나 있다.
일반 소비자와 맞닿아 있는 상품도 그 여파가 천차만별이다. 올해 들어 닌텐도의 콘솔게임기인 ‘닌텐도 스위치’는 국내에서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닌텐도가 제공하는 게임인 ‘동물의 숲’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품절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 담배 판매량 역시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일각에선 ‘선택적 불매’를 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유니클로 등 주요 브랜드에 집중 불매 운동을 하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는 지적이다.
또 이를 두고 일반인들의 불매운동 의지가 약화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함께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의 ‘선택적 불매’ 태도는 이미 초기부터 나타난 현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박경하 팀장은 “애초에 모든 일본 브랜드를 상대로 불매운동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소비자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의약품 등 대체할 수 없는 상품도 있다.
이에 초창기부터 소비자들은 주요 타깃을 잡고 불매운동을 전개했다.

주로 가격이 저렴하고 대체재가 많이 있는 저관여 상품이 소비자들의 주요 불매 타깃이 됐다”고 설명했다.
대체 상품군이 많은 패션 의류와 맥주 브랜드가 주요 타깃이 된 것도 이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개별 소비자의 기호가 분명해 대체재를 찾기 어려운 제품군은 불매운동 타깃에서 벗어나는 양상을 보였다고 박 팀장은 분석했다.
게임과 담배 제품군이 대표적이다.
박 팀장은 “게임 분야는 불매운동 초창기부터 온라인상에서 불매와 관련해선 언급조차 잘 안 됐던 영역이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일부 제품의 매출 급증세 역시 불매운동 열기 감소와 연관지어 해석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고 봤다.
박 팀장은 “코로나19 여파로 실내 활동이 늘면서 게임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난 추세다. 이에 닌텐도 게임기에 대한 매출도 증가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불매운동이 타깃이 된 주요 브랜드의 경우, 단기간의 소비 심리가 살아나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사진은 일본 주류를 판매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게시된
서울 시내 한 마트 주류코너 모습.

 /뉴시스 



◇ 비구매 고착화 소비영역, 단기간에 회복 어려울 듯 


그렇다면 앞으로의 불매운동 양상은 어떻게 흘러갈까.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전보다는 기세가 줄어든 양상이지만 동력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라며 “상징적인 타깃이 된 유니클로와 일부 맥주 브랜드는 단기간에 살아나긴 힘들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존중하는 문화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불매운동은 자발적인 의지에 기반하고 있고, 소비자들은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소비를 하고 있다”며 “지난해 불매운동 독려하는 과정에서 일부 소비자의 권리가 다소 침해되는 문제도 나타났다.
성숙한 의식 아래 향후 운동이 전개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경하 팀장은 불매운동이 장기간 이어진 만큼, 소비자들의 소비습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박경하 팀장은 “향후 양국 관계가 개선 되더라도 이미 습관적인 비구매로 돌아선 소비 영역에선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국내 소비 심리는 올해 들어 코로나19 사태로 전반적으로 침체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일본 브랜드에 대한 소비심리 추이가 보다 선명하게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 최종결론 : 판단유보 

 
근거자료 

- 엠포스, 온라인상 일본 불매 관련 게시물 추이 분석 자료 
- 박경화 엠포스 마케팅본부5국 빅데이터팀 팀장 인터뷰 
-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 일본 6개 브랜드 빅데이터 정보량 조사  
-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 인터뷰 
-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https://unipass.customs.go.kr/ets/)  
이미정 기자 wkfkal2@sisaweek.com

 

 

 

 

 

 

 

 

















일본 상품 불매운동 (PG)
[정연주 제작] 일러스트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보이는 대마도
[촬영 손형주. 연합뉴스 자료사진]




하늘길·뱃길 끊기고 삶까지 바꾼 노노재팬

 

부산∼일본 여객선·항공기 이용객 60∼70% 감소…
코로나 이후엔 거의 단절
강경한 불매운동 분위기 다소 시들…
하지만 시민 각자 생활속 불매운동 여전





(부산=연합뉴스) 박성제 손형주 기자 = 부산에 사는 공무원 김모(36)씨에게는 작년 6월까지 일본이 가장 친숙한 나라였다.
일본 차를 타고 유니클로에서 옷을 사고 니콘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다.
낚시를 좋아하는 김씨는 1년에 6번 이상 일본을 다녀왔다.
'라멘'을 먹고 싶으면 부산항에서 여객선을 타고 당일치기로 대마도를 다녀오기도 했고, 돌아올 땐 친구들에게 나눠줄 일본 과자를 양손 가득 안고 왔다.
특히 대마도에서 즐기는 낚시는 김씨 삶의 낙이었고 낚싯대는 일본 제품이었다.
봄·여름에는 김해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오키나와를, 가을·겨울에는 오사카로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할 때 쇼핑도 잊지 않았다. 낚싯대와 캠핑용품 등을 일본에서 한국보다 더 저렴하게 구매했다.
하지만 김씨의 삶은 지난해 일본이 수출규제로 촉발한 불매운동 이후 달라졌다.

김씨는 "처음에는 공무원이기 때문에 주변 눈치 때문에 일본 제품을 멀리했던 게 사실이었다"면서도 "불매운동이 한창일 때 일본 차라고 유난히 경적을 많이 울리는 것을 듣고 국민감정을 다시 한번 느껴, 나 먼저 일본제품 안 쓰기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일본 제품 정보와 대체할 수 있는 제품 정보를 제공하는 '노노재팬' 사이트에 들어가 정보를 얻고 생필품부터 취미 용품까지 국산 제품으로 바꿔나갔다.
대마도 대신 제주도로 낚시를 떠났고, 휴가는 오키나와 대신 대만이나 태국을 갔다.
대체 용품을 찾지 못한 물품은 자연스럽게 멀리하게 되고 이로 인해 생활패턴도 일부 바뀌었다.








'한국인이 사라졌다'…경제보복에 썰렁한 대마도 풍경 (CG)
[연합뉴스TV 제공]



일본과  가까운 도시인 부산과 일본을 이어주는 지난 1년간 하늘길과 뱃길 이용객만 보더라도 불매운동의 여파를 알 수 있다.
지난해 7월부터 일본과 부산을 이어주는 하늘길과 뱃길을 오가는 여객선과 항공기는 점차 줄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완전히 끊기다시피 했다.
26일 부산해양수산청에 따르면 불매운동이 시작한 지난해 7월부터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인 3월까지, 9개월 동안 뱃길로 일본을 간 여행객은 2018∼2019년 같은 기간 대비 74%가량 줄었다.
부산항은 그간 일본과 한국을 연결해주는 여객선이 오가는 국내 유일의 항만이었다.
2018년 7월부터 2019년 3월까지 108만5천420명이 여객선을 통해 일본을 찾았지만, 불매운동 시작 후에는 방문객이 28만3천576명에 그쳤다.
특히 불매운동 이전 한창 배편이 늘어나던 대마도는 이용객이 66만3천654명에서 11만1천732명으로 84%나 줄었다.
대마도에 이어 시모노세키(63%), 오사카(60%), 후쿠오카(58%)도 감소 폭이 60% 안팎에 달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한 4월부터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여객선 운항은 셧다운 상태다.







구청 직원들의 '보이콧 재팬'




하늘길도 상황은 비슷했다.
한국공항공사 부산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5월 부산과 일본을 오가는 노선은 총 11개였다.
불매운동이 한창이던 지난해 11월 6개까지 줄었고 코로나19 확산세가 절정이던 4월에는 1개만 남아 있다가 코로나로 김해공항 국제선이 완전히 셧다운 된 이후 부산과 일본을 오가는 항공기는 현재 1편도 없다.
지난해 7월만 해도 부산과 일본을 오간 항공기는 한 달 동안 2천100편에 달했다.
2019년 7월부터 2020년 5월까지 11개월 동안 김해공항에서 일본을 오간 여행객은 총 129만7천119명에 그쳤다.
2018∼2019년 같은 기간 331만186명과 비교하면 60.8% 줄었다.
그나마 코로나 확산 이후에는 직항 노선으로 오가는 사람은 완전히 끊겼다.
코로나로 어수선한 사이 불매운동에 대한 관심이 다소 줄어들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을 중심으로 불매운동은 계속되고 있다.
평소 유니클로 등 일본 패션 브랜드에 관심이 많았다는 직장인 천모(27)씨는 "일본이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 규제를 풀지 않았고, 최근에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에 대한 더 좋지 않은 감정이 생겼다"며 "불매운동을 그만하자는 분위기도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멈출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한일 뱃길 여객 운송 사실상 올스톱

 

지난 3월 부산항 여객터미널 모습 [촬영 강덕철 기자]handbrother@yna.co.kr

 

psj19@yna.co.kr







지난해 8월 서울 신촌에서 열린 '노노재팬 8.15 시민행진'에서 참가자들이 '일본 보이콧'
티셔츠를 구입하고 있다. 일본의 대 한국 수출규제로 촉발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은
1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뉴스1




맥주는 -88%, 車도 반토막..보이콧재팬은 1년째 현재진행형


“일본 맥주 씨 마르고, 자동차 판매도 반 토막”




지난해 7월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전략물자 수출 우대국)에서 제외하면서 촉발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1년을 맞았다. 일부 품목에서 판매가 회복되고 있기는 하지만 ‘메이드 인 재팬’ 물건 구입을 꺼리는 사람이 많고, 반일 감정도 여전하다.
가장 타격이 심한 곳은 소비재 분야다.
한때 편의점 ‘4캔=1만원’ 맥주를 휩쓸었던 일본산 맥주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맹위를 떨치던 일본산 자동차 역시 판매가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이른바 ‘노노 재팬’ 운동 때문만은 아니지만, 일본산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회복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4월 일본산 소비재 수입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7.2% 줄어든 2억 4792만 6000달러(약 2970억원)에 그쳤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감소율은 지난 1월 -35.9%에서 2월 -14.9%로 줄었다가 3월 -17.7%로 늘었고 다시 -30%대를 넘어섰다.









‘노노 재팬’은 진행형.

그래픽=신재민 기자

 


일본산 맥주의 4월 수입액은 63만 달러(약 7억5500만원)로 전년 동기 대비 87.8% 감소했다.
2018년까지 한국은 일본 맥주의 최대 해외시장이었지만 일본과의 무역 분쟁 이후 판매가 급감했다.
올해 들어서도 2월(-92.7%), 3월(-87.1%) 등 불매운동의 여파를 이어갔다.
소비재 품목별로 보면 골프채(-48.8%), 화장품(-43.3%), 볼펜(-51.1%), 낚시용품(-37.8%) 등 말 그대로 ‘반 토막’이 났다.
알게 모르게 많이 쓰던 일본산 소비재 대신 국산이나 다른 나라의 대체제를 사용하거나 구입을 미룬 결과로 풀이된다.
일본산 자동차는 지난해 1~5월 1만9536대가 팔렸지만 올해 같은 기간엔 7308대만 팔렸다.
감소율은 -62.6%다.
일본산 자동차가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도 같은 기간 21.7%에서 7.2%로 줄었다.








편의점을 장악했던 일본 맥주가 ' 불매 운동 ' 1 년 만에 씨가 말랐다 . 지난해 11 월
서울 시내 한 슈퍼마켓에서 팔리지 않는 일본 맥주를 할인해 팔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일본산 수입차 브랜드인 닛산은 지난달 한국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의 글로벌 경영위기가 주된 원인이지만, 한국시장 부진도 한몫을 했다.
닛산의 고급차 브랜드 인피니티는 Q50 등 베스트셀링카 톱10 차량들을 보유했지만 디젤 엔진 배출가스 조작과 일본 불매운동 등 여파로 판매가 급감했다.
하지만 일본산 불매운동 효과가 다소 완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에서 인기가 높은 일본 고급차 브랜드 렉서스는 지난달 727대가 팔려 전달(461대) 대비 판매가 늘었다.
지난해 5월(1431대)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지만 회복 기미가 보이는 것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렉서스의 경우 국내 소비자들에게 품질 신뢰가 높은데다 과거와 달리 프로모션도 좋아지면서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닛산·인피니티 완성차를 수입하던 한국닛산은 지난달 28일 한국 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글로벌 구조조정의 결과지만 일본제품 불매운동으로 판매가 급감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28일 서울 성수동 닛산서비스센터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유니클로 불매운동이 있었지만, 데상트(스포츠용품)·ABC마트(운동화 편집숍)·무인양품(생활용품) 등 일본 브랜드가 매장 수를 늘리거나 판매를 회복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자동차나 맥주처럼 일본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눈에 띄는 경우엔 구입을 꺼리게 되지만 생활용품이나 개인용품의 경우 그동안 미뤘던 구매를 늘리기 때문이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장은 “일부 일본 브랜드 철수가 불매운동의 결과만은 아니지만 아베 정권이 유지되는 한 일본 제품 불매운동모멘텀은 유지될 것으로 본다”며 “수출 규제 등이 한·일 양국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동현·박성우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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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자동차업체가 처참하게 무너지고 있다. 2019년 7월부터 본격화된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이어 올해 1월 본격화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여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일본 닛산이 16년 만에
한국시장에서 철수한다. 한국닛산은 지난달 올해 말 닛산과 인피니티 브랜드가 철수할 예정
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서울 성동구 닛산서비스센터 건물 앞으로 한 시민이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불매운동에 콧대 꺾인 '일본차'




닛산 철수에 토요타·혼다도 위기


일본 자동차업체가 처참하게 무너지고 있다.
2019년 7월부터 본격화된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이어 올해 1월 본격화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여파다.

여기에 국산차 상품성이 일본차를 넘어서면서 하늘 높은 줄 모르던 콧대도 완전히 꺾였다.
일본 브랜드의 주 무기인 하이브리드 자동차 분야는 국산차가 연비·정숙성 모두 앞선다.
판매 부진에 시달린 닛산은 결국 철수를 결정했고 토요타와 혼다도 위기에 내몰렸다.
잘 나가던 일본차, 얼마나 추락했나?
2012년 이후 6년 간 한국에서 일본 자동차는 가파른 상승세를 그렸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일본차 판매량은 2013년 2만2042대에서 2018년 4만5253대로 2.1배 증가하며 정점을 찍었다.
같은 기간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일본차 점유율은 14.1%에서 17.4%로 3.3%포인트 상승했다.

하지만 2019년 판매량은 3만6661대로 전년대비 19.0% 감소했고 점유율도 2.5%포인트 하락한 14.9%로 후퇴했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따른 결과다.


불매운동 후유증은 2020년 본격적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5월까지 일본차 판매량은 7308대로 전년동기대비 80.1% 급감했다. 불매운동이 시작된 2019년 7월부터 2020년 5월까지 10개월 간 판매량 역시 전년동기대비 49.3% 줄어든 2만7159대에 그쳤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올해 판매량은 2만대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일본차의 공백은 미국차가 조금씩 잠식하고 있다.
올해 5월까지 미국 자동차 판매량은 1만3371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8% 증가했다.
미국은 단숨에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2위를 꿰찼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자동차는 포드 중심이었는데 최근 쉐보레와 테슬라가 라인업을 늘리며 판매량이 늘고 있다”며 “일본차 공백을 메우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자동차업체가 처참하게 무너지고 있다. 2019년 7월부터 본격화된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이어 올해 1월 본격화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여파다.

/사진=렉서스코리아 



뒤처지는 일본차 상품성

한국시장에서 일본차의 부진은 가뜩이나 불매운동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친 탓이다.
여기에 국내외 브랜드의 신차 공세까지 이어지며 일본차는 유례없는 큰 폭의 할인에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2019년 7월 이후 출시한 현대차의 신차(부분변경, 완전변경 기준)는 그랜저·아반떼, 기아차는 모하비·K5·쏘렌토, 제네시스는 GV80·G80 등 모두 7종이다.
같은 기간 일본차 신차는 닛산 맥시마, 토요타 GR수프라, 프리우스C 크로스오버 등 3종이 전부다.


신차는 해당 브랜드 실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과 교수는 “신차는 그 효과와 함께 다른 모델 판매량까지 늘리는 낙수효과도 있다”며 “신차가 적은 일본 브랜드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현대차 등 국산차의 상품성 향상도 일본차의 부진을 부채질한다는 의견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대표적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상품성을 판단하는 중요 기준은 연비다. 2013년 출시한 쏘나타 하이브리드 연비는 16.8㎞/ℓ로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16.4㎞/ℓ)와 불과 0.4㎞/ℓ의 차이를 보였다.

하지만 7년이 지난 2020년 쏘나타 하이브리드 연비는 20.1㎞/ℓ로, 캠리 하이브리드(17.5㎞/ℓ)보다 2.6㎞/ℓ나 앞선다. 가격도 쏘나타 하이브리드가 3579만원, 캠리 하이브리드가 4290만원으로 16.6%(711만원)가량 저렴하다.


이 같은 연비와 가격은 두 업체의 국내 하이브리드 자동차 판매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두 회사의 친환경 자동차 경쟁이 시작된 2016년 당시 현대차의 하이브리드 자동차 판매량은 2만20대였다.
3년 뒤인 2019년엔 4만4371대로 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토요타는 5721대에서 7151대로 불과 1430대 증가하는데 그쳤다.
판매 대수로 비교하면 이 기간 격차가 1만4299대에서 3만7220대로 2.6배 벌어진 셈이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산차가 기대 이상으로 호조를 보이고 일본차를 넘어선 하이브리드차와 함께 전기차 인기도 높아졌다”며 “일본차의 경우 당분간 큰 폭의 할인을 제공하는 전략을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필수 교수는 “일본차는 하이브리드가 현실적으로 경쟁력 있는 모델이지만 신차출시 주기가 길다”며 “불매운동 여파도 크지만 일본차가 까다로운 국내 소비자 취향을 얼마나 빨리 충족시킬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발버둥치는 일본차 

판매 부진이 예상 밖으로 길어지자 일본 자동차들은 할인폭 확대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자동차 가격비교 플랫폼 겟차에 따르면 2019년 7월 50만~800만원이던 토요타 할인금액은 2020년 6월 100만~700만원으로, 렉서스는 80만~500만원에서 300만~500만원으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혼다는 150만~700만원에서 150만~800만원으로, 닛산은 30만~1050만원에서 1000만~1450만원, 인피니티는 300만~1200만원에서 1000만~1450만원으로 각각 할인폭이 커졌다.

하지만 정작 판매 부진을 해결할 수 있는 신차 출시는 오리무중이다.

올해 초 토요타는 GR 수프라와 캠리 XSE, 프리우스 사륜구동, 프리우스C 크로스오버 등을 선보인데 이어 5월엔 RX리무진, 6월엔 UX 250h F 스포츠를 각각 판매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GR수프라와 프리우스C 크로스오버를 제외하곤 신차로 불릴만한 차가 없다.
일본에선 이미 판매 중인 트림을 끼워 넣은 것뿐이다. 철수를 결정한 닛산은 물론이고 혼다도 아직 신차계획은 없다.


수입차업계 한 관계자는 “2019년에 이어 올해 역시 불매운동 여파로 인한 판매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며 “닛산 철수로 위기감이 커지고 있지만 뚜렷한 대책은 없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전민준 minjun84@mt.co.kr  | 
머니S 









닛산이 지난 5월 28일 한국 시장 철수를 발표했다.

/ 연합뉴스

 

 

 

불매운동에 코로나19까지…짐 싸는 일본 기업들


- 올해 5월에만 닛산·GU·영애슬릿·올림푸스 등 4곳
- 철수 발표, 매출 악화에 철수 검토 기업도 여럿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일본 기업들이 한국을 떠나고 있다.
지난해 7월 일본의 수출 규제로 시작된 ‘일본 불매 운동’의 여파로 매출액이 많이 감소한 데다 올 2월 말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 불황까지 겹치자 더는 버티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기업부터 의류 기업까지 지난 5월에만 4개 기업이 철수를 발표했다.
3월에도 1개 기업이 철수했으니 총 5개 기업이 철수 또는 철수 수순을 밟고 있다.
여기에 실적 악화에 시달리는 기업들도 여럿이어서 앞으로 한국을 떠나는 일본 기업들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 일본 ‘도착 투자액’ 감소의 현실화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올해 ‘1분기 외국인 직접 투자 도착 금액 동향’에 따르면 일본은 8000만 달러(약 962억원)로 작년 1분기에 비해 72% 감소했다.
도착 투자액 감소는 예전에 한국에 직접 투자하겠다고 신고했다가 실제 투자는 집행을 미루거나 철회했다는 뜻이다. 이는 코로나19로 세계 경제가 불안함에 따라 줄어든 1분기 전체 외국인 직접 투자 도착 금액 감소율 17.7%를 크게 웃도는 금액이다.

일본의 도착 투자액 감소는 시장에 곧바로 반영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28일 닛산은 2019 회계연도 실적 발표와 함께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닛산은 지난 회계연도에 6710억 엔(약 7조7000억원) 규모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그러면서 강도 높은 구조 조정을 결정하게 됐다.


한국 시장에서는 일찌감치 철수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일본의 반도체 부품 수출 제한 조치로 불매 운동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으면서다.

한국닛산은 “국내 시장에서의 상황이 더욱 악화되면서 본사는 한국 시장에서 다시 지속 가능한 성장 구조를 갖추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닛산은 올해 12월 말까지만 한국 시장에서 닛산과 인피니티 브랜드 판매를 유지하기로 했다.


1년 8개월 전 한국 시장에 들어온 유니클로의 자매 브랜드 지유(GU)도 5월 21일 철수를 공식화했다.
지유는 현재 롯데월드몰점, 롯데몰 수지점, 영등포 타임스퀘어점 등 3개 매장을 운영 중인데 오는 8월까지만 영업하기로 했다.

국내 온라인 스토어는 7월 말까지만 운영한다.

이후엔 유니클로 온라인 스토어를 통해 일부 제품만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유는 진출 당시 올해만 3~5개 매장을 신규 론칭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일본 기업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의 영향으로 시장에서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했다.

특히 한국 시장에 안착한 유니클로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유니클로 일본 임원의 “한국의 불매 운동은 절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망언과 한국인들을 자극하는 광고로 인해 엄두도 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심지어 유니클로도 지난해와 올해 매출 부진으로 일부 매장의 문을 닫았으며 고강도 구조 조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5월 27일에는 데상트코리아의 주니어 스포츠 브랜드 영애슬릿이 47개 단독 매장의 영업을 중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매장 철수 시기는 8월로 대부분 매장의 계약 기간이 남아 있지만 회사 측은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과 쇼핑몰 등 입점 채널에 철수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영애슬릿은 데상트 매장 내 ‘숍인숍(상점 안에 입점한 상점)’ 형태로 판매를 이어 갈 방침이다.


카메라 기업 올림푸스도 지난 5월 20일 한국을 떠난다고 발표했다.
최근 몇 년간 국내 카메라 시장이 급격히 축소되는 상황에서 일본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은 데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소비 심리도 회복되지 않아 사업을 이어 가는 게 무리라는 판단에서다.

이에 앞서 지난 3월에는 초콜릿 브랜드 로이즈초콜릿을 운영하는 로이즈컨펙트코리아가 사업을 접었다.







◆ 실적 악화 심각한 일본 기업 줄줄이



 

 

 

 


유니클로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31.3% 감소했다.

/ 연합뉴스

 



일본 기업 중엔 매출 압박에 시달리며 위태로운 나날을 보내는 곳도 여럿이다.
언제 철수를 결정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이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햄버거 브랜드 모스버거다.

2018년 국내에 23개까지 매장 수를 늘렸지만 일본 상품 불매 운동 이후 매장을 순차적으로 폐점시켜 현재 전국에 10여 개도 남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화장품 브랜드 DHC 역시 불매 운동으로 H&B스토어를 비롯한 이커머스 등 주요 온·오프라인 판매 채널에서 퇴출당해 제대로 된 영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미니스톱 역시 불매 운동의 여파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일본미니스톱의 유가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미니스톱은 2019 회계연도(2019년 3월~2020년 2월)에 전년 대비 9.4% 감소한 1조1953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데 그쳤다.

영업이익은 28억원으로 2018년 대비 50.8% 급감했다.
당기순손실은 13억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 전환됐다.


이 밖에 일본 기업들의 실적 악화는 심각한 수준이다.
데상트코리아는 불매 운동이 있기 전까지 큰 폭의 성장세를 자랑했다.
2002년 207억원에 달했던 매출액은 2018년 7270억원까지 성장했다.

하지만 불매 운동으로 국내 스포츠 시장의 메카인 강남대로에서 매장을 철수하는 수모를 겪었다.
지난해 매출액은 6156억원으로 전년 대비 15.3%, 영업이익은 90억원으로 86.7% 대폭 급감했다.


유니클로와 지유를 전개하는 에프알엘코리아 역시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31.3% 감소한 9749억원,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돼 손실액이 19억원에 달했다. 유니클로가 국내에서 연매출 1조원 미만을 기록한 것은 2014년 이후 처음이다.
일본의 대표 생활용품 브랜드로 꼽히는 무인양품도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지난해 매출이 9.8% 하락한 1243억원에 불과했고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돼 손실액은 71억원에 달했다.


일본 맥주 역시 한국 시장에서 맥을 못 추고 있다.
지난해 일본 맥주 수입액은 49.2% 감소하면서 3976만 달러(약 478억원)를 기록해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일본 맥주 수입액이 줄어든 것은 14년 만에 처음이다.


이에 따라 업체들도 실적 부진이 심각한 상황이다.
롯데아사히주류의 지난해 매출은 623억원으로 전년 1248억원 대비 절반으로 줄었다.
당기순이익은 66억원에서 182억원 손실로 돌아섰다.


물론 불매 운동의 여파를 거의 받지 않은 브랜드도 있다.
일본 ABC마트가 99.96%의 지분을 소유한 신발 편집숍 ABC마트코리아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6.7% 늘어난 5459억원으로, 시장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타 브랜드의 신발을 매입해 판매하다 보니 일본 브랜드라는 인식이 적어 불매 운동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 일본에 나가 있는 한국 기업도 어려워


일본에 나가 있는 한국 기업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실시한 ‘한·일 관계 악화에 따른 주일 한국 기업 영향 설문 조사’에 따르면 주일 한국 기업의 53.1%가 최근 한·일 관계가 악화됨에 따라 영업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다고 응답했다.


‘매우 부정적’이 6.2%, ‘부정적’이라는 답변이 46.9%였다.
악화된 분야로는 ‘신규 거래처 및 신사업 발굴의 곤란’이 37.3%로 가장 많았다.
‘일본 소비자의 한국산 제품 인식 악화(28.8%)’, ‘증빙 서류 강화 등 일본 정부의 재량 권한의 엄격화(15.3%)’가 뒤를 이었다.


이번 조사에 응답한 기업 중 31.2%는 실제로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 감소의 범위는 ‘20% 이내’가 85.0%로 가장 많았다.
‘21~40%’에 이르는 기업도 10.0%를 차지해 한·일 관계 냉각에 따른 일본 내 한국 기업들의 피해도 심각한 상황이다.


또한 주일 한국 기업의 절반 이상(53.1%)은 향후 한·일 관계가 지금과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20.3%)을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악화될 것’이라는 응답도 26.6%를 차지했다.






cwy@hankyung.com



 

 

 

 

 

 

부산항 수출입 화물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2020.5.1 ccho@yna.co.kr




 

기계류 수입 반토막…일본 자국 산업에 역효과




10대 품목 수출보다 수입 감소 폭 커…철강·수송기계류 감소 뚜렷
부산상의 "화학 관련 업체 직접 피해 없어…대체 수입처 확보 계기 돼"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지난해 7월 1일 일본 정부가 한국을 상대로 수출 규제를 발표했다.이후 일본이 수출규제 시행세칙을 공개하고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안보 우호국)에서 배제하면서 양국 교역은 감소했다.
26일 한국무역협회 부산지역본부가 정리한 무역 통계를 보면 부산 기업이 일본으로 주로 수출하거나 일본에서 주로 수입하는 품목에서 한일 갈등으로 인한 변화를 간접적으로나마 읽을 수 있다.

코로나19라는 변수를 고려하더라도 한국 반도체를 타깃으로 한 일본 정부의 무역 보복이 오히려 자국 산업에 악영향을 준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부산 기업의 일본 수입 10대 품목 총금액은 2018년 24억9천271만달러에서 2019년 20억4천549만달러(전년 대비 -17.9%)로 감소했다.
올해도 1월부터 5월까지 7억4천126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17.6%로 줄었다.
품목별로 보면 수입 1위 철강 제품은 2018년 8억2천855만달러, 2019년 8억1천576만달러, 올해 5월까지 2억9천77만달러(작년 같은 기간 -20.7%)로 감소했다.







부산항 수출 화물 선적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2020.5.1 ccho@yna.co.kr

 



다른 품목도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
2018년 4억1천860만달러를 기록한 수입 2위 품목 수송기계(자동차 부품 등)는 2019년 2억2천441만달러(전년 대비 -46.4%)로 거의 반토막 났다. 올해 5월까지도 7천876만달러(작년 같은 기간 대비 -23.2%)로 여전히 감소세가 이어졌다.
이밖에 광물성연료, 수산물, 석유화학제품 수입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부산 기업의 대일본 수출도 수입과 마찬가지로 감소했다.
하지만, 수입만큼 폭은 크지 않았다.
부산에서 일본으로 수출한 10대 품목 금액은 2018년 13억5천447달러에서 2019년 13억2천24만달러, 올해 5월까지 5억1천627만달러(작년 같은 기간 대비 -6.0%)로 소폭 감소했다.








일본 수출규제, WTO 한일 양자협의 (PG)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이같은 수입·수출 흐름은 부산의 일본 무역수지 적자 폭을 줄여 놓았다.
무역 수지는 2018년 11억3천800만달러 적자, 2019년 7억2천500만달러 적자, 2020년 5월까지 2억2천500만달러 적자를 보였다.
확연히 적자 폭이 줄어든 것을 볼 수 있다.
부산상공회의 관계자는 "수입 감소 현상은 지난해 상반기부터 나타났고, 글로벌 경기 침체 등 여러가지 요인이 있다.
올해는 코로나19 영향도 있다"며 "일본의 경제보복, 우리 국민의 불매운동이 일본으로부터 수입 감소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점에 대해선 더 세밀하게 분석해봐야 한다. 하지만 일정 부분 영향이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 - 일본 수출ㆍ수입 (PG)
[권도윤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해 부산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도 적은 것으로 파악됐다.
부산상공회의소가 최근 일본 수입의존도 높은 품목인 화학 관련 기초 소재 업종을 상대로 피해 여부 실태조사에 나선 결과 직접적인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에 있는 한 반도체 장비 회사는 "지난해 상반기까지 반도체 소재 관련 물자를 일본에서 수입했지만 일본에서 전략물자 수출 규제 이후 국내와 해외에서 물자를 대체해 피해가 없었다"고 말했다.
부산상공회의소 관계자는 "한일 무역 갈등을 우려의 목소리가 업계에서 나왔지만 개별 기업 차원에서 재고 관리, 대체 수입처 확보 등으로 자체 대응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ccho@yna.co.kr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영향으로 일본 브랜드들이 국내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담배 제품만큼은 예외다.

(사진JTI코리아)




'일본담배'는 불매운동 무풍지대

 

지난 5월 일본담배 수입량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
불매운동 절정이던 지난 9월엔 90% 급증하기도
일본 車 브랜드 닛산, 韓서 철수…유니클로도 경영난
"기호식품 제품 특성 탓에 영향 적은 듯"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일본 불매운동에도 끄떡없는 시장이 있다.
일본산 담배다. 불매운동이 1년 가까이 진행되면서 일본 브랜드들이 국내 시장에서 철수 혹은 경영난을 겪는 것과 달리 일본 담배는 국내 판매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
관련 업계는 담배는 기호식품으로 소비자 충성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시장 특성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17일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필리핀에서 국내로 들여온 담배 수입량은 331.7톤(t)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276.6t)과 비교해 약 19.9% 늘어난 규모다.
수입금액은 전년 같은 달 360만4000달러에서 20.3% 증가한 433만5000달러(52억6300만원)로 집계됐다.


국내 담배 사업자 중 필리핀에서 수입해 국내에 유통하는 업체는 일본 담배회사 JTI뿐이다.
KT&G와 필립모리스,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BAT)는 모두 국내에 생산 공장 설비를 두고 있다.
JTI는 KT&G 공장에서 국내 물량을 위탁 생산하다가 2017년부터 필리핀 공장으로 생산 물량을 옮겼다. JTI는 필리핀을 생산기지의 거점으로 삼고 있으며 이곳에서 ‘뫼비우스’, ‘카멜’ 등 대표 상품을 생산하고 있다.


JTI는 지난해 7월부터 불거진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여파 속에서도 다른 브랜드와 달리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불매운동이 절정이던 지난해 9월 수입량은 363t으로 전년 동월 대비 90%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일본 맥주 수입량은 7620t에서 4.2t으로 99% 이상 급감했다.
일본 맥주의 수요 급감 영향으로 ‘삿포로’ 맥주 국내 유통사인 엠즈베버리지 직원들이 지난해 무급 휴직에 들어간 바 있다.


일본 자동차 브랜드 닛산·인피니티는 한국 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 이후 부진한 판매 실적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 시장에서 닛산·인피니티 판매량은 각각 40%, 6% 감소한 3049대, 2000대에 그쳤다.
올해는 닛산 813대, 인피니티 159대로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니클로의 자매 브랜드인 지유(GU)는 한국 진출 2년 만에 짐을 다시 쌌다.
유니클로의 실적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유니클로 운영사인 에프알엘코리아의 15기(2018년 9월 1일~2019년 8월 31일) 매출은 1조37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3% 증가하는데 그쳤다. 영업이익은 1994억원으로 14.9% 감소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담배 시장의 특성이 전혀 다른 상황을 낳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담배는 기호식품으로 선호 브랜드에 대한 애착이 강할 수밖에 없다. 이런 특성 때문에 시장점유율도 크게 변하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절정이던 시기에 일부 소매상들이 일본 담배를 판매대에서 뺐지만 소비자들이 판매하는 곳을 찾아가 수포로 돌아갔다”며 “담배시장은 브랜드 선호도가 다른 시장보다 높은 곳이기 때문에 불매운동의 영향을 덜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주오 기자

 

 

 

 

 


지난해 7월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 조치로 촉발된 일본제품 불매 운동이
올해도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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