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접견실에서 축하 사절단을 이끌고 방한
한 미국의 '세컨드 젠틀맨'인 더글러스 엠호프 변호사로부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의 친서를 전달받고 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인도네시아 전 대통령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尹 대통령, 숨가쁜 외교일정...바이든 방한 두고 '기대·긴장' 교차
윤석열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열흘 앞두고 숨가쁜 외교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전날 러시아를 제외한 한반도 주변 4강 국가(미국·일본·중국)의 외교사절단 등을 접견한 데 이어 이날은 인도네시아와 캐나다, 사우디 등과 데뷔전을 치렀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틀째인 11일 첫 수석비서관회의를 마친 뒤 곧바로 외교 일정에 돌입했다.
먼저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인도네시아 여당 대표와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 5층 접견실에서 만나 "G20 의장국이자 내년도 아세안의 의장국인 인도네시아의 리더십을 크게 기대하고 우리 대한민국에 대한 여러 지원과 지지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여러 어려운 역사를 딛고 민주화와 경제 발전을 이뤄낸 경험을 함께하고 있다"며 "인도네시아는 아세안 내에서 우리의 유일한 특별 전략적 동반자로서 지난 반세기 양국 관계는 여러 분야에서 크게 발전해 왔다"고 언급했다.
메가와티 대표는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축하 서한을 전달하며 "대통령께서 안부인사를 전달해 달라고 하셨다"며 "기회가 된다면 나중에 인도네시아를 꼭 방문해 주시기를 부탁하셨다"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조지 퓨리 캐나다
상원의장과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사진=뉴스1
이어 윤 대통령은 조지 퓨리 캐나다 상원의장을 비롯한 사절단을 만난 자리에서 "내년이 한국과 캐나다 수교 6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라며 "70년 전 한국전쟁 때 2만7000명의 캐나다 청년들이 참전해 500여명이 고귀한 희생을 한 것을 우리 국민들이 잊지 않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배터리나 AI(인공지능) 같은 미래 산업 분야, 공급망 문제, 이런 과제에 대해 양국 간의 교류와 협력을 더욱 키워 나가겠다"고 했다.
이에 퓨리 의장은 "우리가 양자 협력은 물론 서로 간의 우정을 더욱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며 "대통령께서 캐나다 국민들의 한국전쟁에서의 희생을 말씀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사우디 측 경축 사절단 야시르 오스만 알루마이얀 아람코 회장 겸 사우디 국부펀드
(PIF)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접견실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사진=뉴스1
윤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회사인 아람코 회장을 맡고 있는 야시르 오스만 알루마이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 총재도 접견했다.
윤 대통령은 "총재님의 방한이 한국과 사우디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어제 저녁 만찬에서도 뵀는데, 우리 한국 기업인들이나 다른 의원님들하고 즐거운 시간이 되셨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알루마이얀 총재는 "어제 만찬 자리에서 한국 기업인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며 "양국 기업인들이 상호 투자를 강화하기 위한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포스탱 아르샹쥬 투아데라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사진=뉴스1
윤 대통령은 또 카타르, 나이지리아, 에콰도르, 몽골 사절단과도 접견하고 에너지와 안보 협력 등을 논의했다. 20년 만에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방한해 정상간 환담도 가졌다.
일본 의원단과 만나서는 한일 관계의 조속한 회복을 추진하겠단 뜻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누카가 후쿠시로 일한의련 회장 등 의원단을 만나 "한일 양국은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자유민주적 가치와 시장경제를 공유하는 중요한 협력 파트너"라며 "한일관계를 조속히 복원하고 개선하는 것이 양국의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김포-하네다 노선 재개를 위해 협조할 뜻을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인플레이션과
관련해 대국민 연설을 갖고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것이 최우선 국내 정책 과제라고
강조하고 있다./사진=뉴스1
한편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한미일 협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되는 한편 미중 관계의 틈바구니 속에서 긴장감도 감돌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달 하순 한일 순방을 계기로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가 출범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우리 정부도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미국 주도의 각종 협의체에 참여하겠단 의사를 밝혀온 만큼 바이든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IPEF 참여 논의가 의제로 떠오를 수 있다. 중국의 반발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윤 대통령을 만난 직후 일본에서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등 중국에 대한 견제와 압박의 메시지가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전날 윤 대통령과 만난 왕치산 중국 부주석은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민감한 문제를 타당히 처리할 것"을 촉구하는 등 견제구를 날린 바 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게티이미지뱅크
아세안 챙기고, IPEF 띄우고...中 압박 아시아 올인 美 바이든
美, 백악관서 12, 13일 아세안 정상회의 개최
20~24일 한일 순방 맞춰 IPEF 출범 준비도
中 견제 단일대오 형성 어려움...
올해 2월 이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에 발이 묶였던 미국이 아시아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5월 들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워싱턴 개최(12, 13일), 조 바이든 대통령의 한국과 일본 첫 순방(20~24일),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 준비 등 인태 지역에 외교력을 집중하는 일정이 이어진다.
바이든 행정부가 전략적 경쟁국인 중국을 견제하는 데 모든 공력을 투입하는 모양새다.
①아세안
바이든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오후 워싱턴 백악관으로 아세안 10개국 정상과 사무총장을 초청해 만찬을 갖는 것으로 이틀간의 회의에 돌입한다.
2016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때 마지막으로 개최한 뒤 6년 만에 미국에서 회의를 연 것이다.
회의는 “지역 안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세계적 대유행), 북한을 비롯해 광범위한 이슈를 다룰 기회”(6일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라고 알려져 있다.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ㆍ태평양조정관은 11일 중국 미얀마 대만 우크라이나 문제도 논의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미 정부 당국자는 “인태 지역에서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난제가 불거지고 있다”며 “미국은 이 지역 개입이 광범위하고 지속적임을 보여줄 것을 약속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참석 국가 간 온도차도 존재한다.
지난해 2월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민간인 시위를 무력 진압하는 과정에서 수백 명이 희생된 미얀마의 경우 초청 대상에서 배제됐다.
대선 기간이라 참석하지 않은 필리핀의 경우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 당선인이 아버지 독재 시절 갈등으로 미국과 사이가 매끄럽지 않다는 평가가 있다.
나머지 참석 국가도 중국에 대한 입장이 하나로 통일되지는 않고 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일 일리노이주 캥커키 '제프&지나 오코너' 농장을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 캥커키=AP 뉴시스
②IPEF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꺼냈던 IPEF도 한일 순방 기간 출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IPEF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미국이 빠진 뒤 중국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주도하자 바이든 행정부가 새롭게 추진 중인 지역 경제협력체다.
무역과 공급망, 디지털 표준, 노동, 청정에너지 및 사회기반시설, 탈세 및 부패 방지 등의 주제를 중심으로 참여국 간 경제 협력을 모색하겠다는 의도를 공표해왔다.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의 참여가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은 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통해 아세안 국가 추가 참여를 추진하고 있다.
안보 분야에 쿼드(Quad)가 있다면 경제 분야에선 IPEF를 중심으로 중국을 전방위에서 압박하겠다는 게 미국 구상이다.
그러나 관세 인하 등의 특별 조치가 빠져 아세안 국가 등을 끌어들이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IPEF 출범 후 운영 방식 등도 명확하지 않아 쉽게 동력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③중국
이 같은 움직임은 모두 중국 견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지난 5일 발표하려다 코로나19 감염으로 연기했던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정책 공개도 곧 이어질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이미 국무부 공식 홈페이지에서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는 표현을 삭제하며 기존 ‘하나의 중국’ 원칙을 흔들기 시작했다.
또 로이터통신은 이날 중국 같은 적대국의 미국인 개인 데이터 접근 차단을 위해 관련 권한을 법무부에 부여하는 행정명령 초안을 바이든 행정부가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의 중국 기업 경계심을 확인할 수 있는 조치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은 협력 기치를 내걸고 줄 세우기를 하면서 중국의 핵심 이익이 걸린 문제에서 불장난을 하면 안 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ornot@hankookilbo.com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연합뉴스
백악관 "바이든 대통령 방한시 비무장지대 방문 검토 중
북, 5월 중 핵실험 준비될 것”
바이든 방한시 주요 의제 될 듯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달 말 한국을 방문할 때 비무장비대(DMZ)를 방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백악관이 12일(현지시간) 밝혔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시 DMZ를 방문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밝혔다.
사키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일정을 막바지 조율하고 있다면서 다음주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이 관련 상세 내용을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20일 한국을 방문해 다음 날 윤석열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22~24일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협의체인 ‘쿼드’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의 DMZ 방문은 방한 단골 코스 중 하나였다.
분단과 군사적 대치를 상징하는 지역을 몸소 방문함으로써 한국 방위에 대한 철저한 약속을 부각시키려는 의도였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1983년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DMZ를 방문했고, 빌 클린턴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각각 1993년과 2002년 DMZ 내 군사분계선에 근접한 초소를 방문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2012년 DMZ를 방문했고, 바이든 대통령 역시 부통령이던 2013년 12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 DMZ 내 초소를 찾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2017년 11월 방한 당시 헬기로 DMZ를 방문하려다 기상 악화로 뜻을 이루지 못했지만, 2019년 6월 DMZ 내에 있는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났다.
바이든 대통령이 DMZ를 방문할 경우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비롯한 각종 미사일 시험발사를 이어가고 사실상 7차 핵실험을 예고하는 등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미국은 북한의 거듭되는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해 이웃 나라는 물론이고 지구적으로 불안정을 야기하는 행위라고 규탄하면서도 북한에 대화를 촉구하며 외교를 통한 해결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사키 대변인은 북한이 바이든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에 맞춰 미사일을 발사할 수도 있다면서 “북한은 이르면 이달 중 핵실험을 할 준비가 돼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미국 정부의 기존 평가를 재확인한 것이다.
사키 대변인은 “우리는 이 정보를 동맹 및 파트너들와 공유했고 그들과 긴밀하게 협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백악관은 북한 문제가 바이든 대통령의 이사아 순방에서 논의할 주요 의제라고 설명해 왔다.
북한은 윤 대통령 취임 사흘째 되는 12일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3발을 발사했다.
올해들어 16번째 미사일 발사였다.
오는 20일 한국을 방문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튿날 한미 정상회담 직후
대학생들을 상대로 강연하는 일정을 추진하고 있다. 미 대통령이 방한해 대학생 등
대중을 상대로 강연에 나서는 것은 이례적이다. [연합뉴스]
바이든, 방한 때 한국 대학생에 강연한다 "장소 협의 중"
오는 20일~22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 기간 중 한국 대학생들을 상대로 강연할 예정이다.
12일 관련 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이미 방침은 정해졌고, 일정은 21일이 될 것”이라며 “어느 대학에서 강연할지도 사실상 결정하고 막바지 협의를 진행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경호 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구체적인 장소는 사전에 공개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소식통은 당부했다.
방한 이튿날인 21일에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는데, 바이든 대통령의 대학 강연은 당일 정상회담 이후 이뤄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미 정상회담 직후 '대학 강연' 예정
미국 측은 바이든 대통령이 대통령 신분으로 처음 방한하는 만큼 한국 대중에게 직접 우호적 메시지를 발신할 수 있는 기회를 검토해 왔다.
바이든 행정부가 한‧미 동맹을 얼마나 중시하는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한‧미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양국 관계를 한층 강화하는 방향의 미래지향적 합의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런 취지에서 미래 세대 주역인 대학생들을 청중으로 선정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강연에서 한‧미 간 인적 교류 등 민간 영역에서의 밀접한 관계 증진도 강조할 가능성이 크다.
외교가에선 미국 현직 대통령이 방한해 직접 한국 대중을 상대로 강연하는 것 자체를 드문 일로 평가하고 있다.
전임자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17·2019년 두 차례에 걸쳐 한국을 방문했지만 국회 연설과 비무장지대(DMZ) 방문 등의 일정만 소화했을 뿐 대중을 상대로 한 강연에는 나서지 않았다.
유행어 된 오바마 강연 인사 "같이 갑시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2012년 3월 한국을 방문해 한국외대에서 대학생을
상대로 한 강연에 나섰다. [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은 재임 중인 2012년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방한했을 때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최초로 대학에서 강연해 큰 호응을 얻었다.
미국 대통령 자격으로 대학 강연에 나서는 건 바이든 대통령이 두 번째인 셈이다.
당시 한국외대 강연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에 더는 보상하지 않는다”는 단호한 메시지를 발신했고, 한국말로 “같이 갑시다”라고 말해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14년 국빈방문으로 한국을 찾았을 당시 서울대에서 강연한 일도 떠올린다.
한국에서 이뤄진 중국 주석 최초의 대중 연설이었는데, 시 주석은 당시 “중국은 평화의 대국, 협력의 대국이 될 것이며 배움의 대국이 될 것”이라며 “한‧중 양국이 의리(義理)와 이익(利益)을 동시에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그래픽=손민균
[워싱턴=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해 연설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330억
달러(약 42조 원) 규모의 추가 지원 계획을 밝히고 의회에 관련 예산을 요청했다.
2022.04.29.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뉴시스)
한미정상회담 오는 바이든, 그랜드하얏트서 묵을듯…만찬은 신라호텔 유력
주요 미국 대통령, 방한때 그랜드하얏트서울서 묵어
남산아래 고지대 ‘보안에 유리’...입구 두곳 뿐이라 차량통제 가능
VIP용 전용 입구 있어 각광...98평 프레지덴셜 스위트룸 800만원대
만찬 및 일부 부대행사는 신라호텔 영빈관 유력
이달 20~22일 윤석열 대통령과 첫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방한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숙소로 그랜드하얏트서울이 낙점된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지난달 미국 측 실무 답사단이 그랜드하얏트서울을 방문했다.
그랜드하얏트서울은 그간 미국 대통령들이 많이 묵었던 숙소다.
1990년대 이후 방한한 미국 대통령 전원이 그랜드하얏트서울에 묵은 바 있다.
그랜드하얏트서울은 남산 아래 고지대에 있어 보안 측면에서 좋고, 건물 로비 주차장 입구와 JJ마호니스클럽·피트니스 회원들만 이용이 가능한 주차장 입구 등 총 2개의 입구로만 호텔에 들어갈 수 있어 차량 통제가 가능하다.
일반 고객들이 이용할 수 없는 회원 전용 주차장 입구가 있기 때문에 VIP 입장 관리가 편리하다는 이유 등으로 역대 미국 대통령들의 숙소로 각광받았다.
1992년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부터 시작해 1998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 2008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여기서 묵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09년과 2014년 연달아 방문했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2017년과 2019년 두 번에 걸쳐 이곳에 묵었다.
현재 하얏트그룹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오는 20~22일 그랜드하얏트서울의 숙박 예약을 할 수 없는 상태다.
예약 검색을 하면 ‘죄송하지만 해당 기간에 이 호텔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라는 안내와 함께 하얏트 그룹 계열사의 다른 호텔들이 안내된다.
미국 대통령이 방문해 묵을 시 보안 등의 이유로 일반 고객들의 숙박 예약을 받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1978년 개장한 그랜드하얏트서울은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하얏트 호텔이다.
미국계 브랜드인 하얏트 그룹이 운영했지만, 하얏트 그룹 본사가 공개입찰을 통해 사모펀드에 매각하면서 2019년 주인이 바뀌었다.
홍콩계 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PAG)이 호주계 인마크자산운용 등과 함께 만든 사모펀드가 그랜드하얏트서울을 인수했다.
이 때문에 미국계호텔 브랜드인 메리어트본보이 계열 호텔, 힐튼 계열 호텔 등이 바이든 대통령이 묵을만한 숙소로 거론되기도 했다.
대통령경호처 관계자는 “귀빈 방문 관련해서는 보안 사항이라 어떤 것도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랜드하얏트 서울의 프레지덴셜 스위트룸. / 그랜드하얏트 서울 홈페이지
바이든 대통령은 이 호텔의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에서 묵을 것으로 보인다.
325㎡(약 98평) 규모로 개인 피트니스룸 및 서재, 드레스룸과 주방, 다이닝룸 등이 있다.
가격은 1박당 800만원대로 알려져 있다.
아울러 만찬을 비롯한 부대행사는 신라호텔에서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개방되면서 그간 국빈 만찬을 했던 장소로 청와대 영빈관 사용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신라호텔 영빈관은 앞서 윤 대통령의 취임식 후 귀빈 만찬 장소로도 활용됐다.
삼성가(家)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운영하는 이 곳은 그간 중국 시진핑 주석, 베트남 응웬 푸 쫑 당서기 등 귀빈 접대 장소로 다수 활용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21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국내 4대 그룹 총수들을 만나고 이후 삼성 반도체 공장을 방문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신라호텔 영빈관, 용산 국방 컨벤션 센터, 청와대 영빈관, 국립중앙박물관 등을 만찬 장소로 검토한 것은 사실이지만 어디로 확정됐는지는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호텔업계 한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미국 귀빈은 그랜드하얏트호텔, 일본 귀빈은 롯데호텔, 중국 및 동남아 귀빈은 신라호텔에 묵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숙박 외 부대행사는 모든 호텔에도 문이 열려있는 만큼 물밑 경쟁이 치열했다고 들었다”고 했다.
이신혜 기자
[워싱턴=뉴시스]추상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소인수 회담 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1.05.22. scchoo@newsis.com
퇴임 후 바이든 만나는 文대통령…남북관계 역할할까
[서울=뉴시스] 안채원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 뒤인 오는 22일 전직 대통령 신분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난다.
전직 대통령이 퇴임 이후 최단기간에 미국 현직 대통령을 만나는 것은 이례적 일이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와 세차례 정상회담을 가졌던 문 대통령에게 남·북·미 관계 개선에 모종의 역할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평범한 시민'으로서의 삶을 살겠다고 밝혀 온 문 대통령이지만 평화·통일 분야에 미국의 적극적인 요청이 있다면 문 대통령이 역할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란 것이다.
문 대통령은 앞서 여러차례 '잊혀진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지난달 26일 출입기자단과의 마지막 행사에서는 "특별히 은둔생활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현실 정치에 관여하지 않고 특별히 주목받는 그런 삶을 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문 대통령과 함께 경남 양산 사저에 머무를 참모들이 '메신저' 성격이 짙은 만큼, 퇴임 후에도 자신이 공을 들였던 남북 관계 개선에 있어서는 일정정도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가 정치권 안팎에서 제기된다.
선임 격으로 합류하는 오종식 기획비서관은 문 대통령의 청와대 내부 회의 메시지를 담당했던 핵심 참모다.
신혜현 부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19대 국회의원 시절 의원실에서 비서로 근무하고 청와대서 5년을 일하며 공보 업무를 맡고 있다.
이들과 동행하는 박모 행정관 또한 문 대통령의 대외 연설을 주로 작성하는 연설비서관실 소속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자신의 트위터 팔로워 수가 200만명을 넘었다는 소식을 전하며 "퇴임하면 정치에서 벗어나 새로운 생활 이야기로 새롭게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 기대해본다"며 소통 가능성도 열어놨다.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이 현실 정치에 등장하지 않는 대신 외교·통일 분야에서 역할을 하며 남북관계 등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한다.
지난달 22일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윤석열 당선인 쪽에서 요구한다면 퇴임 후에도 대북특사 등 남북관계에 역할 할 수 있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통령의 미래 역할을 제가 얘기하기 어렵다"면서도 한반도 평화·통일·비핵화·민족문제 해결에 있어서는 국민 한 사람뿐만 아니라 전직 대통령으로서 역할이 있다면 하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당장 오는 22일 예정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만남이, 퇴임 후 남북 관계에서의 문 대통령의 역할을 예측하는 가늠자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윤석열 당선인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20일부터 2박 3일간 한국을 찾는다.
21일 윤 당선인과 정상회담 후 이튿날 문 대통령과의 만남이 유력하다.
구체적인 시간과 장소는 협의 중인 가운데, 양산 사저에 머무르는 문 대통령이 서울로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러 올라오는 안이 거론된다.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2022년 어린이날
100주년 기념 청와대 어린이 초청행사를 마친 후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2022.05.05.
photo1006@newsis.com
국내 전직 대통령이 현직 외국 정상을 만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만남은 바이든 대통령 측에서 제안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2021년 5월 한미정상회담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을 통해 두 정상이 상당한 신뢰를 쌓았다는 방증 아니겠느냐"라고 전했다.
이미 여권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 신분인 문 대통령에게 한반도 상황 관리에 대한 역할을 전제하고 있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지난 6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과의 만남에 대해 "그 의미가 상당히 크다고 본다"며 "한반도 상황 관리 차원에서 활용 가치가 있는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미국과 북한이 '강 대 강'으로 가기 전에 협상 국면으로 방향을 틀도록 다리를 놔 줄 사람이 트럼프(전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둘인데,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한테 부탁할 수는 없고, 작년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아주 사이가 좋아졌던 문 대통령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 아니겠느냐는 계산을 했을 거라고 본다"고 해석했다.
이어 "외교 프로토콜상 (바이든 대통령이 윤석열) 현직 대통령을 만나고, 다시 전직 대통령을 만난다는 건 일종의 신뢰 아니겠나"라며 "미국으로서는 자기네 대외 정책 또는 대북 정책 관리 차원에서 앞으로 문재인이라는 중간자, 촉진자 또는 교량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을 한번 일단 만나서, (북한을 향해) 그런 암시도 줘 놓을 필요가 있다 하는 계산으로 특별한 지금 행동을 하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과의 만남은 비공식 일정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양측의 소통창구를 통해 발신되는 메시지에 따라 향후 문 대통령의 역할을 예측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문 대통령은 오는 9일 오전 퇴임 연설을 한 후 공식 일정을 수행한 뒤 오후 6시 청와대에서 직원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면서 청와대를 떠났다.
서울 모처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다.
이후 KTX로 서울역에서 통도사역까지 이동하고, 사저가 있는 양산 평산마을에 도착했다.
이과정에서 서울역 광장과 통도사역 고래조형물 앞, 평산마을 마을회관 앞에서 지지자들을 만나 인사를 나눴다.
◎공감언론 뉴시스 newki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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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5월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사진 페이스북 굿모닝 충청 정문영 기자
바이든이 문재인과 만나려는 이유
이번 달에 미국 대통령 바이든이 한국을 방문, 새 정부의 대통령을 만난 후 퇴임한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난다고 한다.
이 사건에 대해 재래식 언론에서는 별일 아닌 듯 다루고 있지만, 새 정부의 대통령을 혐오하는 사람들은 역시 바이든도 문재인을 알아본다며 반가워하고 있다.
기본도 모르는 인간들이 이러쿵저러쿵 아무 말이나 갖다 붙이며 유튜브와 종편에서 장사하는 개소리 대잔치판, 끼어들어 하나 더 얹는다고 해서 특별히 더 심각한 개판이 될 것 같지는 않아 간만에 끄적여 본다.
1. 바이든은 왜 문재인과 만나려 할까
바이든은 73년부터 미국의 상원의원이었으니 50년 넘게 정치를 해왔다.
그런 그가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의 오랜 숙적인 중국·러시아와 가장 가깝게 붙어 70년 넘게 대리전을 치르고 있는 한국에 온다.
새로 취임한 두목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곧바로 실권 없는 전직 대통령을, 굳이 시간 내서 만난다는 건 그냥 개인적 친분이나 의리 때문에 벌어지는 일은 아닐 것이다.
즉, 필요하니까 만나는 거라는 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이번 문재인·바이든의 만남에 대해 미국에선 한국의 새 두목 대통령을 신뢰할 수 없고 위험한 존재로 보고 있으니 바이든이 문재인을 통해 한반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라는 의견과 문재인이 북미 간 협상 국면으로 가기 위한 다리를 놓는 역할을 해주길 바라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가장 그럴듯해 보인다.
맥락상 같은 얘기지만, 어쨌거나 미국이 한반도 관리를 위해 문재인을 활용하려고 한다는 거다.
그런데 미국의 전직 대통령이라면 몰라도 한국의 전직 대통령한테 그런 역할을 기대한다는 게 미국의 정책상 가능한 것인지부터 의문이 든다.
출처 오마이 뉴스
문재인은 현직일 때도 미국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한국의 이익을 가장 먼저 고려했던 지도자였다.
그래서 트럼프의 과도한 방위비 분담금 요구에도 계속 버텼고 결국 한국에 유리한 결과를 냈다(최근에 나온 2018년 주한 대피령 등의 정보들만 보아도 문재인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트럼프-김정은의 충돌로 굉장히 위험한 상황까지 갔을 게다).
그런데 그런 그에게 미국의 이익을 위해 역할을 해달라고 하려면 미국의 이익과 한국의 이익이 일치해 미국이 진짜로 한반도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분명할 때만 가능할 것이다.
그럼 바이든한테 지난 2년 동안 없던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 의지가 갑자기 생겨났을까?
바이든의 50년 정치 중에는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인내'라며 8년 동안 허송세월한 부통령 경력이 있다. 지난 2년간 현직 대통령으로서 실권을 가졌음에도 북미 관계에서 단 한 발짝도 전진하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한반도의 평화적 관리를 위해 실권이 없는 문재인의 역할을 기대한다는 건 뭔가 이상하다.
그냥 미국의 상황이 변했기 때문이라고 추측하는 게 자연스러울 것 같다.
2. 바이든의 메시지는 무엇인가
2000년대 후반부터 돈을 너무 많이 써버린 미국이다.
언젠가 돈을 거둬들여야 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돈을 더 써버렸다.
이제 돈을 거둬들이려고 하니 전쟁에 돈을 쓸 여력이 줄어든 건 사실이다.
와중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벌어졌다.
그 전쟁에 살짝 걸치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한반도나 대만에서까지 긴장이 높아지는 건 불리한 일이다.
러시아와 중국에 한반도에서는 싸우지 말자는 신호를 보내야 할 필요가 있을 거다.
그런데 반중 극우세력의 지지를 받고 당선된 한국 두목 대통령이 대북 선제타격이나 떠들고 있다.
미국 대통령이 그런 한국 두목 대통령과 오랫동안 만나면서 그와 친한 모습을 보이는 건 분명히 북한·중국·러시아에 좋지 않은 신호로 보일 터이다.
그렇다고 현직 두목 대통령을 아예 건너뛸 수는 없다.
일단 새로 취임한 대통령을 만난 후에 한반도 평화의 상징인 문재인도 같이 만나는 게 첫 번째 이유가 아닐까 싶다.
즉, 바이든이 실권 없는 문재인에게 뭔가를 요구하는 게 아니라 그냥 만남 자체로 북한·중국·러시아에 “한반도에서는 당분간 참자”는 메시지를 주려는 것이다.
출처 오마이 뉴스
3. 미국이 이명박근혜 정권에서 얻은 교훈
한국을 일본 아래에 두고 일본을 통해 동아시아를 관리한다는 미국의 전략은 여전히 유효할 거다.
지금처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미국에 여력이 없을 때는 이 체계를 빨리 구축하고 일본에 동아시아를 맡겨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니까 미국은 한국의 새 정부에게 과거사 같은 얘기 그만하고 그냥 일본 밑으로 들어가서 일본이 시키는 거나 잘하길 바랄 것이다.
그런데 대놓고 친미·친일을 표방했던 이명박근혜 정권에서 미국과의 외교에서 미국이 원하던 것만 할 때, 어설프고 유치하게 처리한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일도 잘 안 되고 오히려 반미감정만 부추기는 결과로 나타났던 적이 많다.
뼛속까지 친미라던 이명박은 미국의 이익을 위해 우리의 검역 주권을 버렸다가 결국 추가 협상했다.
그 바람에 한미FTA는 다른 분야까지 부정적 인식이 퍼졌다.
외교·안보팀의 지적 수준이 낮다는 비아냥을 들었던 박근혜 정권은 미국의 이익을 위해 뭘 해야 할지 몰라 허둥댔다. 중국의 전승절 기념식에 시진핑 들러리를 서는 자충수도 뒀다.
황교안은 배치하지 않겠다던 사드(THAAD)를 갑자기 배치하면서 중국에 미국의 메시지를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내 보였다.
한국인들에게 반미감정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미국이 한국의 안전과 이익을 얼마나 하찮게 취급하고 있는지를 보여줬다.
2015년 9월 3일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관하는 박근혜
출처 한겨레
미국은 한국의 보수정치 세력 행적을 통해 ‘한국의 보수정권은 무능하고 지적 수준이 낮아 대화가 어렵다’는 것과 ‘한국인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정권은 미국이 시키는 것도 똑바로 실행하지 못한다’는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 한국 정부가 빠릿빠릿하고 영리해야 같이 뭘 해도 해볼 터이다.
뭐든 나올 때까지 압수수색이나 할 줄 아는 수준에 가장 낮은 지지율로 시작하는 극우 정권에게 뭘 시켰다가는 똑바로 하지 못하리라는 우려가 있을 것이다.
그로 인해 미국을 포함한 주변국을 곤란하게 만드는 역효과도 염두에 둘 것이다.
앞으로 한국의 극우 정부가 하는 이상한 일들은 뭐든 간에 미국이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지들이 알아서 하는 거라는 메시지를 줄 필요가 있다.
그러니까 이것은 북한·중국·러시아만이 아니라 문재인을 지지하는 한국인들에게도 주는 메시지다.
“앞으로 미국과 일본이 한국과 공조해서 그동안 하려고 했던 걸 막 해치울 건데, 그건 우리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지들이 좋아서 하는 거야. 우리한테 뭐라 그러지 마.
우린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문재인하고도 친해, 우린 친구잖아. 앞으로도 한국 친구들이 뭐든 퍼주면 고맙게 잘 쓸게~”라는 메시지로 추측하는 게 타당하다.
4. 결론
80년 5월, 광주항쟁이 벌어졌을 때 미국의 항공모함이 부산에 들어왔다.
사람들은 민주주의와 인권을 수호하는 미국이 왔으니 독재정권은 끝났다고 믿었다.
그러나 그들은 단지 한국에 난리가 났으니 북한이 도발하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었다.
필자가 아는 한, 아무리 지고지순한 가치와 논리를 갖고 있더라도 대부분의 관계에서 어지간해서는 입장을 넘어서는 논리는 없다.
문재인·바이든의 만남이 한반도의 평화를 가져오고 문재인이 앞으로도 한반도 평화를 위한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나 한국 시각에서 과장되게 해석하는 건 심사숙고해야 한다.
출처-<바이든 트위터>
이번 문재인·바이든의 만남은 한국의 새 정부하고도 당연히 논의되었을 터이다.
만약 미국이 퇴임한 문재인에게 한반도 평화를 위한 역할을 맡긴다고 했으면 그걸 새 정부가 받아들였을 리가 없다. 새 정부가 필사적으로 막았으면, 미국이 고집하지도 않았을 거다.
한국의 새 정부가 싫다는데도 미국이 밀어부쳤으면 그것도 원리상 안 될 일이다.
그런데 그 만남이 이루어진다는 건, 미국이 요구한 문재인의 역할이 새 정부가 볼 때 납득할 범위라고 보고 양해하고 있다는 게 아닐까 싶다.
결론적으로 미국은 그냥 미국 편이다.
이번 문재인과 바이든의 만남이라는 사건을 통해 미국은 북한·중국·러시아에 ‘미국은 한반도의 일시적 긴장 완화를 원한다’는 메시지를 주고(즉, 대한민국에 단지 만나기만 해도 이 정도 메시지와 파급력을 세계에 줄만한 전직 대통령이 문재인이라는 얘기다),
두목 대통령 정권에서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대해 한국인들로부터 반감을 줄이려는 것 말고는 없을 것 같다.
추신.
만약 지구상에 한국에 너무나 우호적인 나라가 있다고 치자.
자발적으로 한국에 호구가 되려는 나라다. ‘뼛속까지 친한’이라며 한국에서 한국 돈으로 공부하고 한국말도 아주 잘하는 귀염둥이 극우세력이 그 나라 정권을 잡았다.
그 나라 사람들의 절반은 보수정권을 싫어한다.
그 보수 정권은 한국과 친해지려고 이것저것 선물 보따리를 잔뜩 싸 들고 온다.
우리가 대꾸도 안 하고 있으면 그들은 눈치를 살피며 뭐든 더 얹어주고 시키는 건 뭐든 하겠다고 할 것이다.
그런 등신들과의 외교는 ‘이게 다냐?’는 눈빛으로 차갑게 쳐다보기만 하면 그걸로 충분할 듯하다. 그런데 그들의 지지율이 너무 낮아서 한국의 이익을 위한 일까지 실행되지 않을 것 같다면 그 나라 보수정권 반대편을 만나 그 나라 사람들을 어르고 달래는 게 한국의 이익을 위해 유리하지 않을까.
강대국 최고권력자가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다고 하는 건 기분 나쁘기만 할 일은 아니다.
다만 앞으로 몇 년 동안은, 더 절실하지 않았던 대가로 뭔가 커다란 것들이 날아올 것 같은 싸한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니 어금니 꽉 깨물어야겠다.
딴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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