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서울구치소로 이송되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지난달 31일 구속 수감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생애 처음인 구치소 생활에 비교적 빠른 속도로 적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과의 1차 승부에서 ‘완패’를 당한 셈이지만, 진짜 ‘본 게임’이라 할 수 있는 향후 재판단계에 잘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자신이 처한 현실을 직시하는 쪽으로 마음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지난 주말 경기 의왕시 소재 서울구치소 여성사동에 마련된 10.58㎡(3.2평) 크기의 독거실(독방)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홀로 보냈다.
주말에는 변호인 접견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전날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영치품으로 넣어준 책들을 읽거나 TV를 주로 시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치소 내 TV는 법무부 교화방송 ‘보라미 방송’으로 채널이 고정돼 있어 방영된 지 2~3주 지난 지상파 프로그램만
볼 수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최고 권력자였던 박 전 대통령의 일과는 다른 미결수용자들과 다를 바 없었다.
오전 6시30분 점호로 하루가 시작되면 침구 정돈도, 식사 후 식기 세척도 모두 자신이 직접 해야만 했다.
한 끼당 1,400원 꼴인 식사 메뉴, 예컨대 1일 조식으로 제공된 케첩과 치즈를 곁들인 식빵과 수프, 야채샐러드,
두유 등도 다른 이들과 동일했다.
이전과는 180도 달라진 생활환경에 혼란스러워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박 전 대통령은 수감 첫날 독방에 들어가기
직전 눈물을 쏟아낸 것만 제외하면 담담한 모습으로 구치소 생활에 임하는 등 안정을 되찾고 있다고 한다.
법무부 관계자는 “교정시설 관련 상황은 자세히 알기가 어렵지만, 박 전 대통령 관련 특이동향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의 이러한 ‘적응’이 완전한 체념을 뜻하는지는 미지수다.
지난 1일 영장 발부 후 굳은 표정으로 “억울하다”는 말을 되풀이 한 것으로 알려진 박 전 대통령이 구속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구속적부심 심사’나 ‘보석 청구’ 등의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구속적부심이란 구속이 적합한지에 대해 법원의 판단을 다시 구하는 것으로, 피의자 측의 청구가 들어오면 법원이
48시간 이내에 피의자 심문을 거쳐 이유가 있다고 판단될 때 석방을 명하는 제도다.
하지만 ‘피해자와의 합의’ 등 특별한 사정 변경이 있지 않을 땐 기각되는 게 대부분이어서,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박
전 대통령이 사용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견해가 많다.
오히려 박 전 대통령 측으로선 검찰 기소 때까진 최대한 수사에 협조해 ‘증거인멸 우려’를 해소시킨 뒤, 법원으로
사건이 넘어간 다음에 보석 청구를 할 공산이 크다.
법원이 정한 보증금을 납부하고 “재판에 성실히 출석하겠다”는 약속을 하는 절차로 석방을 이끌어내려 할 것이라는
말이다.
물론 박 전 대통령처럼 최고 무기징역 또는 장기 10년 이상의 징역형에 해당하는 혐의가 있는 피고인은 신청할 수 없는 게 원칙이지만, 질병 등의 사유가 있을 땐 예외적으로 신청이 가능하다.
김정우 기자
[서울신문]호송차 탄 박 前대통령 지치고 굳은 표정… 여성 수사관들 뒷자리 양옆서 자리 지켜
중앙지검서 16분 만에 서울구치소 도착… 구치소 앞 지키던 윤상현 의원 고개 떨궈
31일 구속영장이 발부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새벽 4시 29분쯤 서울중앙지검을 떠나 서울구치소로 향했다.
전날 법원에 들어설 때만 해도 청와대 경호실이 제공한 대형 에쿠스 승용차를 이용했으나 구치소로 향할 때는 검찰이 제공한 중형 K7 승용차에 탑승했다. 뒷자리 그의 양옆에는 여성 수사관이 자리했다.
혹시나 마주칠까 -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을 부른 ‘국정농단’의 주인공 최순실씨가
3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밤새 뜬눈으로 결과를 기다린 듯 박 전 대통령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무엇보다 예상하지 못한 구속 결정에 충격을
받은 모습이 역력했다.
지난 22일 오전 6시 45분 20시간이 넘는 검찰 조사를 마치고 나서면서 보였던 옅은 미소조차 보이지 않았다.
전날 단정하게 정리됐던 박 전 대통령 특유의 올림머리도 헝클어져 있었다.
구속 소식에 눈물을 흘린 듯 두 눈은 붉게 충혈된 상태였다.
한없이 깊은 생각에 잠긴 표정에선 ‘19년 정치인생’을 비롯해 모든 걸 잃은 듯한 상실감마저 묻어났다.
박 전 대통령은 청사 밖으로 나서기 전 화장을 지우고 머리핀도 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서문 방향으로 내려온 박 전 대통령은 검찰의 K7 승용차를 타고 15㎞ 거리의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향했다.
앞서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구속 시 수감 장소로 서울구치소를 일찌감치 지정한 바 있다. 검찰과 사전 협의가 된 대로 청와대 경호팀은 최소한의 차량 경호는 계속 유지했다. 실제 호송 과정에서 경호차가
줄지어 달렸고, 경찰 사이드카도 후방 지원을 했다.
박 전 대통령을 태운 차가 청사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자 대기하던 지지자 10여명은 일제히 “대통령님”이라고 소리치면서 울먹였다.
차가 완전히 떠난 뒤에도 그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법원과 검찰을 향해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 “벼락 맞아
죽을 놈들”이라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박 전 대통령이 탄 차는 새벽 4시 45분쯤 구치소 정문 앞에 도착했다.
검찰 문을 나선 지 16분 만이었다.
검찰 호송차는 서초역을 지나 우면산 터널로 접어든 다음 경기 과천과 안양을 거치는 최단거리로 내달렸다.
박 전 대통령이 구치소 앞에서 기다리던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눌 겨를도 없이 차는 정문을 지나쳤고, 철문은 다시
굳게 잠겼다. 구치소에 들어가기 전 포착된 박 전 대통령은 입을 굳게 다문 채 힘없이 정면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이날 새벽 서울구치소 앞에도 박 전 대통령의 모습을 보려는 지지자 200여명이 몰려 소란스러운 상황이 연출됐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연호하며 박 전 대통령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구치소 앞을 지키던 윤상현 자유한국당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을 태운 차가 정문을 지나가자 고개를 떨궜다.
이들 가운데 ‘박사모’ 정광용 회장의 모습도 보였다.
서울구치소에는 최순실(61·구속 기소)씨를 비롯해 김기춘(78·구속 기소) 전 비서실장, 조윤선(51·구속 기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재용(49·구속 기소) 삼성전자 부회장, 장시호(38·구속 기소)씨 등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대부분이 수감돼 있다.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남녀는 물론 공범자들도 분리해서 관리하기 때문에 입을 맞출 우려는 없다”면서 “운동시간까지도 다르게 조절하는 만큼 만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박근혜 前대통령 구속 이후]일부 변호사들 "유영하론 어렵다"
박지만도 나서 고위법관 출신 물색.. 상당수는 정치적 부담에 수임 꺼려
박근혜 前대통령이 유영하 고집땐 재편 무산
[동아일보]
박근혜 전 대통령(65) 변호인단이 지난달 31일 박 전 대통령 구속 수감 이후 내부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검찰 수사와 법원 영장실질심사에서 변론을 주도한 유영하 변호사(55) 중심의 변호인단으로는 앞으로 이어질
전 대통령 재판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변호인단 내부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2일 박 전 대통령 측 일부 변호사들이 재판에 대비해 고위 법관 출신 전관 변호사를 물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대형 법무법인 또는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에서 개인 변호사로 활동 중인 법원장 이상 고위 법관 출신 변호사들을 접촉하고 있다.
유 변호사를 대신해 재판에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원로 법조인을 찾고 있는 것이다.
변호인단 안팎에서 “유 변호사가 대응을 잘 못하는 바람에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대면조사에 응하는 데 반대했고,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
출석하는 것도 반대했다고 한다.
최재경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55) 등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들이 변호인단에 합류하지 않은 배경엔 유 변호사가 변호인단을 좌지우지하는 것을 수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박 전 대통령 측근들 사이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유 변호사 말만 듣다가 사태를 그르쳤다”는 얘기가 나왔다.
박 전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59)도 박 전 대통령을 위한 변호인 선임에 나섰다. 박 회장은 검찰 수사에 참여한 기존 변호인단 9명 가운데 일부 변호사를 중심으로 팀을 꾸리고, 이들을 도울 법원 고위직 출신 변호사를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새 변호인단 구성에 난관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수의 대형 법무법인들은 이미 국정 농단 사건에서 박 전 대통령의 강요로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을 했다고
주장하는 대기업 총수 등을 변호하고 있다.
이 법무법인들은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박 전 대통령 변론을 맡을 수 없는 상황이다. 또 관련 사건을 수임하지 않은
법무법인이나 변호사들 상당수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박 전 대통령 변론을 맡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다.
사건을 맡았다가 ‘친박(친박근혜)’ 꼬리표가 붙으면 차기 정부에서 사건 수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만약 박 전 대통령이 끝까지 유 변호사가 주도하는 변론을 고집할 경우 변호인단 재편 시도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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