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으로 전직 대통령과 재벌 총수 등 거물급 인사들이 대거 구치소에 수감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담담하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성실하게,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은 힘겹게 수감 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방에서도 차분한 박 전 대통령
지난달 31일 구속된 박 전 대통령은 서울구치소 여자수용동의 특별 독방에 머물고 있다.
남자 재소자는 물론 여자 재소자들과도 마주치지 않는 격리된 곳으로 전직 대통령 경호 규정에 따라 마련된 곳이다.
이 독방은 10.6㎡(3.2평) 규모로 일반 독방(6.56㎡·1.9평)보다 조금 크고 과거 주한미군지휘협정(SOFA)을 위반한
미군이 주로 사용한 공간이었다.
독방 크기를 두고 특혜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지만, 과거 수감됐던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독방 절반 크기에
불과하다고 한다. 사정 당국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은 (구치소에서) 담담하고 차분하게 생활하고 있다"면서
"아직까지 어디가 아프다거나 불편한 점을 호소하지는 않고 있다"고 전했다.
박 전 대통령은 변호인 접견과 검찰 조사 받을 때를 제외하고는 독방에 머물며 책을 읽거나 TV를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 45분간 운동 시간이 있지만, 주변 시선을 의식한 듯 독방 밖을 나서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12일까지 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다섯 차례 구치소 출장 조사를 벌였다.
박 전 대통령은 박사모 회원 등 많은 사람이 면회를 신청하자 접견자 제한 등록을 했다.
이를 모르고 지난 3일 서울구치소에 왔던 올케 서향희 변호사와 박 전 대통령의 제부이자 근령씨의 남편인 신동욱
공화당 총재도 박 전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다.
신씨는 "박 전 대통령을 접견하지 못했고 영치금도 전달하지 못했다"면서 "지정된 사람과 지정된 사람의 동행인만
접견이 가능하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유영하 변호사와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을 접견자로 등록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중 유 변호사만
여러 차례 박 전 대통령을 직접 만났다고 한다.
윤 행정관은 유 변호사와 달리 다른 면회객들과 함께 일반인 접견실을 이용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면회 신청을
주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행정관은 지난달 31일 박 전 대통령이 구치소 입감 절차를 밟는 동안 자비 50만원을
영치금으로 내며 눈물을 왈칵 쏟았다고 한다.
영치금은 재소자가 구치소에서 물품이나 식품 구입에 쓸 수 있는 돈이다. 미혼으로 청와대 관저에서 숙식하며
박 전 대통령을 보좌했던 윤 행정관은 삼성동 자택으로 돌아갈 때도 박 전 대통령과 동행했고 향후 옥바라지 계획도
세워 놓았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사건 터진 이후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일부 참모들은 윤 행정관으로부터
뭔가 배워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재용 성실한 수감… 김종·장시호 활달
이재용 부회장은 성실한 수감 생활로 화제를 낳고 있다.
구치소 적응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식사·운동도 잘하고 표정도 밝다는 것이다.
사정 당국 관계자는 "과거 수감됐던 일부 재벌 회장들은 얼굴에 짜증이 역력한 사람이 많았다"면서 "이 부회장은
표정만 봐도 '잘 적응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한 끼 1440원짜리 식사도 잘 챙겨 먹고, 운동 시간엔 산책하듯 걷거나 가끔 달리기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방에 앉아 종교 서적이나 신문을 꼼꼼하게 읽으며 침구류 정리 정돈도 잘한다고 한다.
이 부회장은 지난 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나와 장시간 꼿꼿한 자세를 유지했다.
시간이 넘는 재판 동안 피의자석에 똑바로 앉아 정면을 바라봤고 자세가 흐트러지면 바로잡으려는 몸짓 몇 번과 안경을 닦는 행위 등을 제외하고는 부동자세를 지켰다.
이 부회장은 특검과 검찰 조사를 받을 때엔 사건 연루자들에게 먼저 인사를 했다고 한다.
조사를 기다리다 TV에 자주등장했던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의 얼굴을 알아보고 "고생이 많죠"라고 먼저 위로 인사를
건넸다. 특검 관계자는 "재벌가 자녀 중엔 자기밖에 모르는 '사고 우려자'가 많이 있지만 이 부회장은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소탈하게 보였다"고 했다.
구치소에 가장 적응을 잘하는 인사는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라고 한다.
주변 재소자들에게 사건 관련 얘기를 목소리 높여 이야기하는 등 주눅이 든 모습을 전혀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정 당국 관계자는 "김 전 차관에게는 '구치소를 누비고 다닌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이라고 했다.
김 전 차관은 이 부회장에게 "500mL 페트병에 물을 담아 근력 운동을 하라"고 수감 생활 코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그의 상관이었던 김종덕 전 장관은 독방에서 두문불출하며 독서에 열중하는 등 조용히 지낸다고 한다.
최순실씨 조카 장시호씨도 구치소에 잘 적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씨는 최씨가 사용했던 '제2의 태블릿 PC'를특검에 갖다 주는 등 수사 과정에서 '수사 도우미'라는 별명을
얻은 바 있다.
법정에 나와 자신을 조사했던 검사를 보고 활짝 웃었으며, 교도관의 팔짱을 끼고 스스럼없이 '언니'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런 모습에 일부에선 "형량을 줄이거나 수감 생활을 편하게 하려는 의도"라는 추측과 함께 "장씨 특유의 사교성
때문"이라는 엇갈린 추측이 나왔다.
검찰 관계자는 "어쨌든 석방된 후에도 검사나 교도관들과 가깝게 지낼 인물 1순위가 장씨"라고 했다.
조윤선, 건강 관련 서적 등 반입
반면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힘겹게 수감 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구속된 조 전 장관은 지난 12일 훨씬 수척해진 모습으로 서울중앙지법 재판에 나왔다. 살도 빠졌고 표정도
어두웠다.
조 전 장관은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과일로 끼니를 때운 적이 많다고 한다. 구치소에선 하루 2만원까지 과일과
과자 같은 식품을 살 수 있고, 주문하면 보통 다음 날 교도관들이 방으로 배달해 준다. 겨울엔 귤·사과·단감 등이,
요즘엔 토마토와 방울토마토·참외·딸기 등을 주문할 수 있다.
설렁탕·곰탕 같은 음식은 팔지 않는다.
조 전 장관은 주로 독서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요즘 읽는 책은 프랑스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가 쓴 장편소설 몬테크리스토 백작으로 전해졌다.
이 책은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간 주인공이 극적으로 탈옥해 자신을 적대한 사람들에게 통쾌한 복수를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 전 장관은 이달 들어 '리스타트 요가' '발레 뷰티풀'이란 책을 반입했다. '
발레 뷰티풀'은 영화 '블랙스완'의 주연 내털리 포트먼의 몸매를 만들었다는 전직 프로 발레리나가 쓴 건강 관련 서적이며, 요가 지도자 나디아가 펴낸 '리스타트 요가' 역시 좁은 공간에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담고 있다.
김기춘 전 실장은 건강 악화를 호소하고 있다. 78세 고령인 그는 예전에 스텐트 7개를 삽입하는 심장혈관 수술을
받았고, 재직 중에도 측근들로부터 '건강을 돌보라'는 조언을 자주 들었다.
김 전 실장은 혈액 순환을 좋게 하려면 몸을 자주 움직여야 한다는 의료진 권유에 따라 독방에서 틈틈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실장은 법정에서도 기존 입장을 한치도 굽히지 않고 있다.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명단(블랙리스트) 작성·관리를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는 그는 "정치적 표적 수사의 희생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2일 재판에선 "예술의 자유는 절대적인 게 아니라 안보와 공공복리를 위해 제한할 수 있다"는 진술을 했다.
최순실씨는 지난 6일 서울구치소에서 서울 남부구치소로 이감됐다.
박 전 대통령과 마주치지 않게 하기 위한 조치라고 한다.
최씨는 서울구치소뿐 아니라 남부구치소에서도 재소자들이 가장 관심 갖는 인물이라고 한다.
어떻게 생겼는지, 실제 돈이 그렇게 많은지, 고영태씨와 어떤 관계에 있는지 등 재소자들이 최씨를 소재로 이야기꽃을 피운다고 한다.
최근엔 전국의 다른 구치소와 교도소 수감자들도 직접 쓴 손 편지를 최씨에게 보내고 있다.
최씨는 지난달까지 검찰 요청에 의해 외부인 접촉과 서신 교환 등이 금지됐으나 이달부터 접견과 편지가 허용됐다.
최씨는 처음엔 다른 수감자들이 보낸 편지 몇 통을 읽어봤으나 대부분 농담에 가깝거나 황당한 내용이 많아 요즘은
거의 읽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에게는 지난 5일 '신약전서'와 '목마르거든'이라는 서적이 우편을 통해 영치품으로 전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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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ring Song - Mendelsso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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