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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

Rimsky-Korsak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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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스키코르사코프, 관현악법의 대가

최은규 l 음악평론가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세헤라자데> 악보를 펼치는 순간 숨이 탁 막혔습니다. “아니! 왜 이리 연습할 곳이 많지?” 오래 전 오케스트라 연습 시간에 <세헤라자데>의 악보를 처음 읽던 악몽 같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음반으로 즐겨 듣던 림스키코르사코프의 명곡을 드디어 연주해볼 수 있다는 기쁨도 잠시, 제1바이올린 파트 악보를 가득히 메운 시커먼 음표들에 질리고 말았습니다. 4악장에서 ‘왕벌의 비행’을 방불케 하는 빠른 32분음표들을 뒤쫓던 숨 가쁜 순간을 간신히 넘기고 나니 문득 다른 단원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다들 어려운 솔로와 빠른 악구들을 연주하느라 쩔쩔매고 있었습니다.

림스키코르사코프의 관현악곡은 한 마디로 ‘전 단원의 솔리스트화’를 지향하는 듯합니다. 그 화려하고 현란한 관현악 음향이 탄생하기까지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쏟아 붓는 땀의 양은 얼마나 될까요? 하지만 림스키코르사코프의 빛나는 관현악곡들을 연주하기 위해서라면 이 정도의 희생과 노력을 기꺼이 감수할 수 있습니다.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음악은 그만큼 큰 기쁨과 보람을 전해주니까요.

독특하고 화려한 관현악법의 대가

러시아의 음악가 림스키코르사코프(1844-1908)는 서양음악사상 가장 뛰어난 관현악법의 대가 중 한 사람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관현악법’ 즉 ‘오케스트레이션’이란 특정 선율에 오케스트라의 악기를 편성하는 방법인데, 이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면 오케스트라는 더욱 생기 넘치는 소리를 만들어냅니다. 림스키코르사코프는 그의 작품 속에서 매우 독특하고 화려한 관현악법을 구사했을 뿐 아니라 관현악법의 원리에 대한 유명한 저서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그의 저서는 오늘날에도 작곡과 학생들의 참고문헌으로 널리 읽히며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작곡가 림스키코르사코프.

하지만 이토록 영향력 있는 음악가 림스키코르사코프는 처음에는 아마추어 음악가로 그의 음악 경력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본래 해군이었고 처음부터 음악을 직업으로 삼지는 않았던 것이지요. 물론 그는 6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고 일찍이 서유럽의 작곡가인 베토벤과 모차르트, 베르디의 음악을 접할 기회가 있었지만 소년 시절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해군사관학교에서 보내고 18세 때 학교를 졸업한 후 사관후보생으로서 세계를 항해했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틈틈이 거의 독학으로 음악공부를 해왔던 림스키코르사코프는 작곡가 발라키레프의 권유에 따라 21세가 되던 1865년에 첫 번째 교향곡을 완성했습니다. 이 교향곡이 성공을 거두자 그는 본격적으로 전문 음악가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고, 1871년에는 마침내 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원의 작곡과 관현악법 교수로 임명되어 작곡과 지휘, 그리고 음악교육에 힘썼습니다.

처음부터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전문 음악가로 길러지지 않은 탓일까요?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음악작품들은 관현악 기법에 대한 기존의 고정관념으로부터 벗어나 있습니다. 관현악법에 대한 그의 저서에서 림스키코르사코프는 “관현악법이란 창조될 뿐 가르쳐질 수는 없는 것이다.”라 쓰기도 했는데, 이를 입증하기라도 하듯 그는 기존의 관습을 넘어선 상상력 풍부한 오케스트라 소리를 창조해내며 독자적인 관현악세계를 펼쳐 보였습니다.

예를 들어 오케스트라의 현악기 연주에 있어 개방현(현을 손가락으로 누리지 않은 본래 조율된 그대로의 현)을 쓰는 것은 금기시되곤 하지만, 림스키코르사코프는 어느 음표에는 일부러 개방현을 사용하라는 표시를 해놓기도 했습니다. 개방현 특유의 튀는 소리로 화창한 소리를 만들어내기 위해서죠. 뿐만 아니라 현악기의 하모닉스(손가락을 현의 특정 위치에 살짝 대고 연주하며 휘파람 같은 소리를 만들어내는 연주법)이나 피치카토(현을 퉁겨 연주하는 주법)을 매우 효과적으로 사용하곤 했습니다. 특히 <세헤라자데> 3악장에서 독주 바이올린이 화음을 연주하거나 활을 튀어 오르듯 연주하며 화려한 기교를 과시하는 부분은 인상적입니다. 뿐만 아니라 현악기로도 타악기 같은 딱딱한 소리를 만들어내는가 하면 관악기로 현악기 같은 서정적인 소리를 자유자재로 만들어냈으니 그는 진정 ‘소리의 마법사’라 할 만합니다.

림스키코르사코프의 관현악법은 <세헤라자데>의 이국적인 분위기를 한껏 살려냈다.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관악기

해군의 관악 밴드의 지휘자이자 플루트와 클라리넷 연주에 능했던 림스키코르사코프는 관악기를 특히 사랑했던 작곡가였습니다. 그래서 그의 음악 속엔 여러 관악기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곤 합니다. 그의 대표작인 <세헤라자데>만 해도 그렇습니다. <세헤라자데>는 <아라비안나이트>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관현악곡으로 그 중 2악장은 ‘칼린더 왕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는 회교의 수도승 칼린더의 모험은 처음에 고독한 느낌의 바순 소리로 시작해 좀 더 밝은 오보에 연주로 이어지면서 칼린더의 희로애락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악장 중간에는 트롬본이 솔로를 하는 것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트롬본처럼 묵직한 음색의 금관악기가 인상적인 솔로를 연주하는 건 다른 작곡가의 작품에선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점입니다. 림스키코르사코프가 남긴 또 하나의 대표작인 <부활제 서곡>에서도 트롬본은 사제의 기도소리를 나타내며 중요한 멜로디를 연주합니다. 주로 화음 악기로 인식되어왔던 트롬본을 전면에 부각시켜 독주악기에 대한 편견을 깬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참신한 발상이 돋보입니다.

탬버린, 트라이앵글, 종소리의 환희

물론 림스키코르사코프 관현악에서 활약하는 여러 타악기들을 결코 빼놓을 수 없지요. <세헤라자데> 3악장에서 타악기들이 독특한 소리로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쇠줄이 달린 작은북이 찰랑이는 음색으로 이국적인 리듬을 연주하면 이를 배경으로 클라리넷이 유쾌한 멜로디를 연주하고, 곧이어 탬버린과 트라이앵글이 반짝이는 소리로 목관 앙상블을 장식합니다.

림스키코르사코프의 <부활제 서곡>에는 팀파니 주자 외에도 최소한 4명의 타악기 연주자가 더 필요할 정도로 타악기들이 많이 나옵니다. 이 곡은 <스페인 기상곡>, <세헤라자데>와 더불어 림스키코르사코프의 관현악적 재능이 잘 드러난 걸작이라 평가되고 있지만 국내에선 아직 앞의 두 작품만큼 자주 연주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림스키코르사코프는 청년 시절 발라키레프의 조수로서 황실 예배당 합창단의 부감독을 지낼 당시 러시아 정교의 장엄한 미사를 보고 강한 영감을 받아 이 곡을 작곡했습니다. 고대의 관습이 남아 있는 이교적인 종교의식이 그를 사로잡았던 것이지요. 림스키코르사코프는 러시아적인 분위기를 강조하기 위해 러시아 정교회의 쯔나메니 성가집인 <오비후드> 중 몇 개의 선율을 바탕으로 <러시아 부활제 서곡>을 작곡했고 마지막에는 러시아 정교회 종소리를 음악 속에 넣어 환희에 찬 느낌을 표현했습니다. 금관악기들이 러시아 성가의 장엄한 선율을 연주하는 가운데 화려한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종결부는 그 소리만으로도 충만한 환희로 가득합니다.  <부활제 서곡>은 러시아 정교회 미사에 영감을 받았다.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여러 관현악곡들은 오케스트라가 얼마나 휘황찬란하고 소리를 들려줄 수 있는지를 음악 자체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그의 특별한 관현악법은 스트라빈스키를 비롯한 후대의 러시아 작곡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고, 그의 찬란한 관현악곡은 오늘날에도 우리의 영감과 상상력을 끊임없이 자극하고 있습니다. 오케스트라의 화려한 음향에 취하고 싶으세요? 그렇다면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음악이 단연 최고의 선택이 될 겁니다.

 

출처 : 네이버캐스트 오늘의 클래식>클래식입문 ABC 2012.03.02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67&contents_id=7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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