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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

Fauré, Violin Sonata No.1 in A major, Op.13 포레, 바이올린 소나타 1번

Fauré, Violin Sonata No.1 in A major, Op.13

포레, 바이올린 소나타 1번

Gabriel Fauré

1845 - 1924

Arthur Grumiaux. violin

Paul Crossley. piano

Recorded: 1977.11.11

Compilation: 1990 Philips Classics

 

이 소나타는 포레의 작품세계에서 각별한 지위를 점하고 있다. 왜냐하면 포레가 진지한 작곡가로 인정받게 된 계기가 바로 이 곡이었기 때문이다. 1877년 1월, 새로 설립된 국민음악협회의 콘서트에서 마리 타이요의 바이올린과 포레의 피아노로 이 소나타가 초연되었을 때 관객들은 열광했고, 그의 스승이자 친구인 생상스는 열렬한 찬사를 담은 평론으로 그의 앞길을 활짝 열어주었던 것이다. 오늘날 가브리엘 포레는 낭만주의 시대 후기 프랑스 실내악을 대표하는 거장으로 평가받는데, 이것은 그의 실내악 작품들 중에서도 가장 널리 사랑받는 명작이다.

무엇보다 이 소나타는 포레의 실내악곡들 가운데 최초로 출판된 작품이다. 이전까지 포레는 작곡가라기보다는 연주가(피아노, 오르간)나 교육자로서의 이미지가 강했고, 그의 창작 활동은 가곡을 중심으로 한 성악곡에 편중되어 있었다. 이렇게 보면 포레는 이 곡을 통해서 기악 장르에 첫걸음을 내디뎠고, 보다 본격적인 작곡가로 도약할 발판이자 전환점을 마련한 셈이다. 그런가 하면 이 소나타는 청년 포레의 뜨겁고도 은밀한 열정을 간직하고 있는 곡이기도 하다.

폴린 비아르도의 살롱에서

1870년대 들어 포레는 생상스의 소개로 유명 여가수 폴린 비아르도를 알게 되었다. 폴린 비아르도는 스페인 출신으로 어린 시절 리스트에게 피아노를, 라이하에게 작곡을 배웠고, 20대 때는 쇼팽과 공연을 하기도 했다. 그녀는 탁월한 메조소프라노 가수로 1940년대에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 베를리오즈의 <트로이 사람들>, 글루크의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체> 등의 오페라에 출연하며 최고의 여가수로 각광받았다. ▶폴린 비아르도

포레를 소개받았던 1870년대에도 그녀는 파리 음악계의 여왕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녀는 정치적인 문제로 한동안 파리를 떠나 있었다가 돌아와서 생제르맹 대로에 음악 살롱을 열었는데, 그녀의 살롱은 당시 파리 문화예술계의 인사들과 지식인들이 드나들며 모임을 갖던 명소였다. 소설가 귀스타브 플로베르, 이반 투르게네프, 조르주 상드 등이 자주 모습을 보였고, 음악가로는 생상스, 포레를 비롯한 피아니스트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포레는 이 살롱에서 피아노 반주를 맡곤 했다. 당시 그는 생 쉴피스 교회의 합창 지휘자를 거쳐 마들렌 교회의 오르간 주자로 활동하고 있었는데, 그런 그가 세속적인 살롱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며 어울린다는 것은 적절치 못한 처신이라는 지적도 받았다. 하지만 그는 파리 최고의 명사들이 사회, 문화, 예술 전반에 관한 이야기와 취미를 나누며 어울리는 그곳의 분위기를 즐겼던 것으로 보이며, 그들로부터 받은 풍부하고 신선한 자극은 그의 창작 활동에 좋은 자양분이 되어주었으리라 짐작된다.

그런데 일설에 따르면, 당시 포레는 비아르도의 딸인 마리안을 사랑했으며 결혼까지 염두에 두었다고 전해진다. 특히 마리안이 약혼 상태였던 1877년에 그는 그녀에게 보낸 편지에 ‘우리의 소나타’라는 표현을 썼는데, 그 소나타가 바로 이 ‘A장조 바이올린 소나타’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안타깝게도 그와 마리안은 맺어지지 못했지만, 이 소나타를 들어보면 도처에서 그때의 열정과 갈망, 희망과 환희가 힘차게 뿜어져 나오는 듯한 인상을 받게 된다. 물론 그가 살롱에 열심히 출입했던 이유 중 하나가 마리안이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endif]-->폴린 비아르도의 살롱 모습을 담은 삽화. 1853년

신선한 생명력, 감미로운 열정

포레가 남긴 두 개의 바이올린 소나타 중 첫 곡인 이 ‘A장조 소나타’는 단적으로 말해서 ‘환희를 지향하는 사랑과 정열의 음악’이며, 포레의 젊은 시절 특유의 신선한 생명력과 다채로운 활기로 가득한 매혹적인 작품이다.

마치 음악으로 쓴 한 편의 서정시와도 같은 이 소나타에서는 일정 부분 포레가 선호했던 멘델스존, 슈만, 생상스 등의 영향이 감지된다. 하지만 경쾌하고도 감미로운 터치와 유려하고 섬세한 화성의 흐름, 전편에 걸쳐 면면히 이어지는 칸타빌레 선율, 스케르초에서 감지되는 세련된 유머 등은 분명 ‘가장 프랑스적인 낭만주의자’였던 포레의 독자적 개성을 가리키고 있다.

Giora Schmidt(Vn.)/Rohan De Silva(Pf) - Gabriel Fauré, Violin Sonata No.1 in A major,

Giora Schmidt, violin

Rohan De Silva, piano

Merkin Concert Hall, NY

2013

1악장: 알레그로 몰토, A장조, 2/2박자

이 소나타는 첫 악장, 첫 소절부터 듣는 이를 마법처럼 사로잡는다. 우아하게 노래하면서도 설렘과 신열의 기운을 머금은 피아노의 매력적인 탄주에 이어 바이올린이 등장, 감미로우면서도 열정이 느껴지는 주제 선율을 꺼내 놓는다. 그 전개 과정에서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절묘한 어우러짐, 그리고 섬세하고 부드러우면서도 다양한 색채를 펼쳐 보이는 화성 변화를 놓치지 말자. 잠시 후 조금은 다른 표정으로 긴장감을 자아내는 새로운 주제가 등장하여 대비를 이루고, 음악은 놀라울 정도로 매끄러운 흐름을 이어가면서도 긴장과 이완 사이를 교묘하게 넘나들며 소나타 형식의 극적 기복을 효과적으로 빚어낸다. ▶가브리엘 포레와 그의 부인 마리에. 1889년

2악장: 안단테, d단조, 9/8박자

마음의 동요 내지는 우울을 느끼게 하는 느린악장으로, 기저에 포레가 선호했던 뱃노래 리듬과 반음계적 서법이 깔려 있다. 역시 소나타 형식을 취하고 있어서 d단조의 주제와 F장조의 주제가 대비를 이루는데, 재현부에서는 단조 주제가 D장조로 바뀌어 나타난다.

3악장: 알레그로 비보, A장조, 2/2박자

활달하고 경묘하며 재기 발랄한 스케르초 악장. 얼핏 멘델스존의 그림자가 보이는 듯도 하지만, 그보다는 프랑스인들 특유의 분주함, 수다스러움이 연상되며 한편으론 술에 취한 듯한 흥청거림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 숨 가쁜 진행 속에서도 포레 특유의 섬세함과 미묘함이 돋보인다. 중간의 트리오에서는 템포가 조금은 느긋해지며 유유히 흐르는 듯한 분위기와 표정이 떠오르는데, 그 이면에서 얼마간 슈만적인 기법과 감성이 감지되기도 한다.

4악장: 알레그로 콰지 프레스토, A장조, 6/8박자

다시 한 번 소나타 형식이 등장하여, 부드럽고 평온한 제1주제와 동요를 일으키는 제2주제가 대비를 이루며 진행된다. 다양한 대위선율, 교묘한 동기 조작법 등이 적절히 활용되어 다채로운 흐름을 연출하며, 종결부에는 전곡에서 유일하게 바이올린이 순수한 기교를 뽐내는 장면이 배치되어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어디까지나 서정적이며, 마지막에는 이제까지의 과정을 마무리하기에 적당한 단호한 울림으로 끝맺는다. 

 

추천음반

1. 아르튀르 그뤼미오(바이올린)/폴 크로슬리(피아노), Eloquence

2. 크리시아 오소스토비츠(바이올린)/수전 톰즈(피아노), Hyperion

3. 조슈아 벨(바이올린)/장-이브 티보데(피아노), Decca

4. 오귀스탱 뒤메이(바이올린)/장-필립 콜라르(피아노), EMI

5. 지노 프란체스카티(바이올린)/로베르 카자드쉬(피아노), Music&Arts

 

황장원(음악 칼럼니스트) 클래식 음악 감상실 ‘무지크바움’ 실장과 한국바그너협회 사무간사를 역임하였다. 무지크바움, 부천필 아카데미, 성남아트센터, 풍월당에서 클래식음악 교양강좌를 맡고 있다. <객석>, <스테레오뮤직>, <그라모폰>, <라무지카> 등에 칼럼을 기고했고 현재 서울시향 프로그램 노트를 담당하고 있다.

 

  출처 : 네이버캐스트>기획물 전체>음악의 선율>클래식 명곡 명연주 2014.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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