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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SIC

Joaquín Rodrigo, Concierto de Aranjuez 호아킨 로드리고 ‘아랑후에스 협주곡’

Joaquín Rodrigo, Concierto de Aranjuez

호아킨 로드리고 ‘아랑후에스 협주곡’

Joaquín Rodrigo

1901–1999

Narciso Yepes, guitar

Rafael Frühbeck de Burgos, conductor

Orchestre Philharmonique d'Espagne

1963

 

Narciso Yepes - Joaquín Rodrigo, Concierto de Aranjuez

나르시소 예페스는 자신이 고안하여 만든 10줄짜리 기타로 연주합니다. 지휘자 라파엘 프뤼베크 데 부르고스는 얼마 전 6월 11일 향년 81세로 별세하였습니다. 

 

클래식 음악 레퍼토리 가운데 모차르트나 바흐, 베토벤의 유명 작품에 비견할 만큼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음악 가운데 20세기 음악인 호아킨 로드리고의 <아랑후에스 협주곡>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은 대단히 놀라운 일이다. 아마도 이 작품의 제목은 모른다 하더라도 2악장 아다지오의 멜로디만큼은 모를 수가 없을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영화와 TV, 광고 등에서 이렇게 많이 사용된 경우도 드물기 때문이다.

발렌시아에서 공부를 한 로드리고는 1927년 파리의 스콜라 칸토룸으로부터 입학 허가를 받아 폴 뒤카를 사사하며 작곡 스타일을 익혔고, 이어 파리 음악원에서 학업을 이어나가면서 25세 연상의 선배 작곡가인 마누엘 데 파야로부터 강한 민족주의적 성향을 물려받았다. 그리고 1933년에는 터키 출신의 피아니스트이자 평생의 반려자인 빅토리아 카미를 만나 결혼까지 했다. 그리고 6년 뒤인 1939년 마드리드로 돌아가기 직전, 스페인 내전이 한창이던 시기에 로드리고는 파리에서 ,<아랑후에스 협주곡>을 작곡했다. ▶호아킨 로드리고와 그의 아내 빅토리아 카미. 1969년.

카미와 로드리고는 이 협주곡에서 가장 유명한 2악장에 대한 영감을 밝히지 않아 많은 사람들은 1937년 게르니카가 폭격을 맞은 것에 대한 애국적인 감상이 아닐까 추측해 왔다. 그러나 1986년에 카미가 서술하여 출판한 로드리고 자서전에 따르면 이 <아랑후에스 협주곡>은 그들의 행복했던 신혼여행과 첫 번째 임신의 실패에 대한 슬픔, 유산으로 생명이 위독해진 아내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마음을 담아낸 작품이라고 기술한 바 있다. 이렇듯 전기적인 작곡 동기는 부부의 사적인 이유에서 출발했지만 스페인 사람들은 작곡가가 머릿속으로 상상한 조국의 아름다운 자연에 대한 예찬과 라틴적인 감수성을 담은 음악 그 자체만으로도 기타 강국으로서의 민족적 자긍심과 애국심을 갖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이 작품은 팔라시오 레알 드 아랑후에스라는 필리포 2세가 건축한 16세기 궁전(후일 18세기에 페르디난드 6세가 재건축)의 정원으로부터 영감을 얻어 작곡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마도 아내의 설명과 더불어 자신이 직접 피부로 느낀 온도감과 질감을 바탕으로 상상해낸 풍경을 그린 것일 텐데, 두 눈으로 직접 관찰한 것보다 더욱 생생하고 정열적이며 상상력 풍부한 감수성을 담아낸, 일종의 자연의 소리를 그려낸 음화(音畵)라고 말할 수 있다. 정작 로드리고는 기타를 잘 연주하지 못했는데, 1926년에 첫 기타 작품을 작곡한 이후 13년 동안 부단한 노력을 기울인 끝에 스페인 기타 음악 역사에 길이 남을 대곡을 작곡할 수 있었다.

아랑후에스 궁전. 스페인 마드리드.

작곡가에 따르면 이 협주곡의 1악장 알레그로 콘 스피리토(Allegro con spirito)는 “두 개의 주제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강력하고 빛을 발하는 리듬에 영혼과 활기를 불어 넣은” 전형적인 스페인 풍의 악장이고, 2악장 아다지오(Adagio)는 “오케스트라의 솔로 악기들(잉글리시 혼, 바순, 오보에, 혼 등)과의 대화를 표현”한 것으로서 그 애수에 찬 주제 선율은 우리에게 익히 잘 알려져 있다. 마지막 3악장 알레그로 젠틸레(Allegro gentile)는 ‘시골의 무곡’을 표현한 것으로서 로코코 풍의 간결한 형식미를 바탕으로 우아함과 흥겨움이 조화롭게 펼쳐진다. 특히 기타의 가볍고 빠른 음형과 바이올린 및 목관의 스타카토가 신비로운 색채감과 일체감을 자아낸다.

초연은 1940년 11월 9일 바르셀로나의 팔라우 데 라 무지카 카탈라냐에서 세자스 멘도자 라살르의 지휘와 바르셀로나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당대 최고의 스페인 기타리스트인 레히노 세인스 데 라 마사(Regino sainz de la Maza, 1897-1982)의 협연으로 이루어졌고 즉각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데 라 마사가 역시 이 곡을 헌정 받았는데, 이에 당대 세계적인 기타리스트로 칭송받으며 기타 역사의 새로운 장을 써나간 거장 안드레아스 세고비아(Andrés Segovia)가 자신에게 헌정하지 않은 것에 대해 강한 질투와 배신감을 느꼈다고 한다. 이에 로드리고는 <어느 신사를 위한 환상곡>을 작곡하여 1954년 그에게 헌정하여, 비로소 두 작곡가는 화해를 이루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고비아는 평생토록 <아랑후에스 협주곡>을 정식 콘서트에서 연주하거나 스튜디오에서 녹음하지 않았다(단 학생들에게 이 작품을 가르치기는 했다). ▶호아킨 로드리고 기념비.

이후 로드리고는 스페인을 대표하는 기타리스트들에게 공평하게 기타 협주곡 하나씩을 작곡하여 헌정하였다. 프레스티-라고야 듀오를 위해 <마드리갈 협주곡>(1966)을, 로메로스 일가로 구성된 기타 4중주단인 로스 로메로스를 위해 넉 대의 기타를 위한 협주곡인 <안달루시아 협주곡>(1967)을, 페페 로메로를 위해 <축제 협주곡>(1982), 앙셀 로메로를 위해 <스페인의 길모퉁이>(1991) 등이 그것으로서 일련의 위대한 스페인 기타 협주곡군(群)이 로드리고에 의해 탄생했다. 이러한 일군의 기타 협주곡의 시발점이자 20세기 스페인 기타 음악의 부활을 알린 작품으로서 <아랑후에스 협주곡>이 갖고 있는 역사적인 의의는 너무나 크다.

 

추천음반

1. 페페 로메로/ 세인트 마틴 필즈 아카데미/ 네빌 마리너, Philips

2. 나르시소 예페스/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가르시아 나바로, DG

3. 존 윌리엄스/ 잉글리시 체임버 오케스트라/ 다니엘 바렌보임, SONY

4. 마누엘 바루에코/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플라시도 도밍고, EMI

5. 밀로시 카라다글리치/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야닉 네제-세갱, DG

 

박제성(음악 칼럼니스트) 클래식음악 전문지 <음악동아>, <객석>, <그라모폰 코리아>, <피아노 음악>과 여러 오디오 잡지에 리뷰와 평론을 쓰고 있으며, 공연, 방송, 저널 활동, 음반 리뷰, 음악 강좌 등 클래식음악과 관련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베토벤 이후의 교향곡 작곡가들>을 번역했다.  

 

  출처 : 네이버캐스트>기획물 전체> 음악의 선율>클래식 명곡 명연주 2014.06.5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66&contents_id=567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