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ce Springsteen - Street of Philadelphia
Streets of Philadelphia
I was bruised and battered and I couldn't tell what I felt
I was unrecognizable to myself
I saw my reflection in a window
I didn't know my own face
Oh brother are you gonna leave me
Wastin' away on the streets of Philadelphia
나는 망가지고 부서져서, 어떤 상태인지 말해줄 수도 없어.
내 자신을 내가 알아볼 수 없을 정도가 되었으니까.
창문 유리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면
나도 내 얼굴을 알아볼 수 없게 되었다네.
친구여, 정말 나를 버리고 떠나려고 하는 거야
이 필라델피아 뒷골목에 나를 버리고
I walked the avenue till my legs felt like stone
I heard voices of friends vanished and gone
At night I could hear the blood in my veins
Just as black and whispering as the rain
On the streets of Philadelphia
다리 근육이 돌처럼 느껴질 때까지 거리를 헤매고 또 헤매었지.
내게서 멀어지고 떠나간 친구들의 소리만 들을 수 있었어.
밤이 되면 내 혈관으로 흐르는 피의 고동소리가 들리지.
비처럼 검고, 빗소리처럼 흐느끼는.
이 필라델피아 뒷골목의 소리처럼.
Ain't no angel gonna greet me
It's just you and I my friend
And my clothes don't fit me no more
I walked a thousand miles
Just to slip this skin
천사가 있어도 나를 반기진 않겠지.
내겐 오직 너만이 친구였는데.
이제 내 육신의 껍질은 더 이상 입고 있을 수도 없고
그 동안 그렇게 먼 길을 걸어온 게
그저 이 육신의 껍질을 바꿔 입어보려는 거였는데
The night has fallen, I'm lyin' awake
I can feel myself fading away
So receive me brother with your faithless kiss
Or will we leave each other alone like this
On the streets of Philadelphia
밤이 오면, 나는 또 뜬눈으로 누워만 있지.
점점 지워져 가는 나의 존재를 느끼면서.
그러니 마지막 남은 친구여.
무심한 포옹이라도 나를 좀 안아줄 수 없을까?
아니면 영원히 지금처럼 모르는 사이인 채로 조용히 사라져 버려야지.
나는 이 필라델피아 뒷골목에 버려져서 지워지고 있다네.
The River
I come from down in the valley
Where mister, when you're young
They bring you up to do, like your daddy done
난 저기 시골에서 자랐지.
왜 있잖아, 부모가 하던일을 그대로 물려 받던 그런 시골 말이야.
Me and Mary we met in high school
When she was just seventeen
We'd ride out of this valley
Down to where the fields were green
메리와 난 고등학교에서 만났지.
그녀는 고작 17살이었어.
우리는 골짜기 밖으로 벗어나 초록 평야로 차를 몰고 내려 갔지.
(중의적인 의미로 ride가 make love의 뜻도 있다고 함)
We'd go down to the river
And into the river we'd dive
Oh down to the river we'd ride
우린 강쪽으로 내려가.
그 강으로 우리는 뛰어 들어 갔어.
오 강을 따라 내려가 우리는 사랑을 나누었지.
Then I got Mary pregnant
And man that was all she wrote
And for my nineteenth birthday
I got a union card and a weddin' coat
We went down to the courthouse
And the judge put it all to rest
No wedding day smiles, No walk down the aisle
No flowers, No wedding dress
그러다 메리는 임신을 하게 되었고,
나머지는 그녀가 쓴 대로야.
19살 생일날 나는 조합원 카드(취직했다는 뜻)와 결혼예복을 받았지.
우린 법원으로가서 판사앞에 섰고
그는 곧바로 결혼을 허락해 버렸지.
하지만 하객들의 미소도 신랑신부의 행진도 웨딩드레스도 없었지.
That night we went down to the river
And into the river we'd dive
Oh down to the river we did ride
그날밤 우린 강쪽으로 내려가.
그 강으로 우리는 뛰어 들어 갔어.
그 강은 우릴 대려가네.
I got a job workin' construction
For the Johnstown company
But lately there ain't been much work
On accounta the economy
Well all them things that seemed so important
Well, mister they vanished right into the air
Now I just act like I don't remember
Mary acts like she don't care
난 존스타운컴퍼니에서 건설일(노가다)을 했었지.
그나마 경기가 좋지 않아 일감도 그리 많지는 않았어.
하지만 그런것들도 이내 무의미해지고,(직장에서 잘렸다는 뜻)
난 별로 큰일도 아니라는 듯 넘겨버리고
메리는 신경쓰지 않는 듯 애쓰지.
But I remember us ridin' in my brother's car
Her body tan and wet down at the reservoir
At night on those banks I'd lie awake
And pull her close just to feel each breath she takes
Now those memories come back to haunt me
They haunt me like a curse
하지만 형에게 빌린 차를 함께 타고 저수지에 갔던 것을 기억해.
그녀의 몸은 그을리고 젖어 있었지.
밤에 제방에서 서로를 껴안았을때 느껴지던 그녀의 숨결은 잊을 수가 없어.
이젠 그 기억들이 내게 찾아와 나를 괴롭게 한다.
Is a dream a lie, if it don't come true
Or is it something worse?
That sends me down to the river
Though I know the river is dry
That sends me down to the river tonight
Down to the river
My baby and I
Oh down to the river we ride
이룰수 없는 꿈은 거짓일까?
아니면 그보다 더 비참한 걸까?
오늘밤 이제는 말라버린 그 강으로 날 보내줘,
강 아래로
나의 사랑과 나
그 강은 우릴 대려가네...
미국인들의 조국에 대한 자부심은 실로 엄청나다. 미국인에게 조국의 이미지는 축복의 땅이요,
약속의 땅이요, 살기좋은 나라이다. 정치, 경제, 사회, 군사 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세계 제일의 국가가
미국이란 점을 감안한다면 미국인의 그런 자부심은 어쩌면 당연하다.
실로 미국인치고 미국을 욕하는 사람은 별로 없으며 냉엄한 반성을 촉구하는 사람마저도 흔하지는 않다.
가수는 더구나 그렇다.
그런데 전형적인 양키이면서 미국에 내재하는 부정적 현실을 적나라하게 들추어내는매우 유별난 가수가 있다.
브루스 스프링스틴. 80년대에 팝 부문은 주지하다시피 마이클 잭슨이나 마돈나가 석권했지만,
록 부문에 관한 한 최고의 영예는 그의 것이었다.
< 뉴스위크 >지는 “84년 < 미국에서 태어나(Born in the USA) > 앨범이 발표된 후 스프링스틴은
‘가장 위대한 미국의 록큰롤러’의 타이틀을 안기 시작했다”고 했다.
우리나라에도 널리 소개된 바 있듯 한동안 그의 인기 열풍은 마이클 잭슨 열풍을 넘어설 만큼 거세었다.
브루스 스프링스틴이 록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은 그의 별명이 보스(Boss)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입증된다. 지난 70년대 중반 이후 줄곧 이 록계의 두목이 노래를 통하여 그려내고 있는 미국의 상태는 한마디로 ‘빨간 신호등’이다.
거기에서 살고 있는 노동자를 비롯한 대다수 민중은 일등 국민의 자부심을 지니고 사는 선택받은 국민들이 아니라
삶의 희망과 아메리칸 드림을 상실한 채 일상으로부터의 도피를 위해 몸부림치는 가련한 무리들이다.
보스의 작업은 바로 노동자와 민중의 편에 서서 지금의 미국은 살기좋은 나라가 결코 아니며 그들은 ‘총체적 절망 구조’에
빠져 있음을 만방에 고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것이 그의 업적이 됐다.
75년에 발표한 그의 걸작 레퍼터리 가운데 하나인 ‘날아나기 위해 태어나(Born to run)’의 노랫말을 보자.
‘낮에 우리는 빗나간 아메리칸 드림의 거리에서 땀을 흘리지.
밤에는 살인기계인 화려한 맨션을 돌아다니고...
이 도시는 당신의 등뼈를 갉아먹는다오. 죽음의 덫이요. 자살 장치라오.
우리는 젊을 때 이곳을 빠져나가야 해요. 왜냐하면 우리같은 방랑자들은 달아나기 위해 태어났으니까.
’ 스프링스틴은 이 곡에 미국 노동자 계급의 절박한 심정을 있는 그대로 담아냈다.
그는 73년부터 음반 활동을 개시했지만 이 노래가 타이틀인 음반이 나오면서 일약 ‘노동자 계급의 대변인’으로 급성장한다.
이 앨범이 출반된 다음달인 75년 10월 스프링스틴은 양대 시사주간지 < 타임 >과 < 뉴스위크 >의 커버스토리를
동시에 장식했다(월드판이 아니라 미국판이긴 했지만). < 타임 >지는 그때까지만 해도 그다지 널리 알려지지 않은
이 가수를 ‘록의 새로운 센세이션’이라고 추켜세웠다.
바로 한 해 전인 74년 4월에 존 랜도라는 록 평론가가 보스톤주 케임브리지시의 하버드 스퀘어에 있는
찰리스라는 조금만 술집에서 있었던 그의 공연을 보고 보스톤의 주간지 < 리얼 페이퍼 >에 “나는 록큰롤의 미래를 보았다.
그의 이름은 브루스 스프링스틴이다”라며 극찬의 기사를 쓴 것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존 랜도는 이 공로로 그 이후 스프링스틴의 매니저 겸 공동 프로듀서가 된다. 이 때까지 그의 논조는 답답한
일상생활에서의 탈출이 주를 이루었다.
또한 소재는 자동차, 여자, 거리 불량배 등의 관심사가 많이 다뤄지고 있었다.
그러나 78년에 발표한 < 마을 가장자리의 어둠(Darkness on the Edge of Town) >에서부터는
이런 감상적 수준을 벗어나 사회 비판으로 시각을 상향 조정한다.
‘이른 아침 공장의 휘슬이 울리면 남자는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입는다.
노동, 노동, 노동의 삶! 하루가 저물어 공장의 휘슬이 울리면 남자는 그의 죽음을 안고 이 공장문을 걸어나온다.
누군가 오늘밤 아프게 될 거야. 노동, 노동, 노동의 삷일 뿐이야!’ ‘공장(Factory)’ 나이 30세를 넘긴 80년 스프링스틴은
어느 록 평론가에게 “난 이제 다른 사람이다.
30대가 되면 세상은 다르게 마련이다.
적어도 달라 보이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미 시작됐던 변화가 이같은 의식 강화로 절정으로 향한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그의 변화가 시대의
산물이었다는 점이다.
80년은 레이건 행정부가 들어서고 ‘힘 있는 미국의 재건’이라는 보수적 슬로건이 내걸렸던 해였다.
하지만 실제 민중의 삶은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빈익빈 부익부 현상만 두드러지고 있었다.
일례로 70년대에 미국 정부를 믿고 월남전에서 싸웠던 파병용사들은 패전의 멍에를 걸머진 채 직장도 못구하고
비참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었다.
스프링스틴은 자동차, 여자의 소재보다는 미국의 경기 후퇴와 부자에게만 이로운 경제 정책으로 고통스럽고
불공평한 상황에 놓여진 미국 시민의 처지를 다루기 시작했다. ‘난 존스타운 회사의 건축 노동자라는 직업을 얻었지.
그런데 최근 경기 침체로 일이 많지 않았지.
그렇게 중요하게 보이던 것들이 허공으로 사라져 버렸어.
이젠 기억도 안나. ... 과거 메리와 좋았던 시절이 기억나 날 괴롭히고 있지. 마치 저주처럼 기억들이 날 붙어다녀.
실현되지 않는다면 꿈은 거짓말 아닌가.
아니면 악화된 것 아닌가.’ ‘강(The River)’ 80년 말에 내놓은 음반 < 강 >에 수록된 타이틀 송인데 경기 침체라는
외부적 상황 때문에 아내와 직장을 잃은 어느 노동자의 스토리를 담았다.
2년 뒤인 82년에는 그야말로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시각 변화를 결산하는 완결편 < 네브라스카(Nebraska) >가
등장한다.
이 음반에서 그가 그려놓은 미국은 거의 절망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달 말 마와의 자동차 공장이 문을 닫아 랄프는 직업을 구하러 다녔지만 헛수고였지. 그는 집에 돌아와
탱거리와 술에 만취했지.
그리곤 총을 구해 야간근무자를 쏘았고 무법자 쟈니 99가 된 거야.
쟈니는 총을 휘둘러 미치광이처럼 날뛰었지. 그러나 비번의 경찰에 잡혀 수갑이 채워졌지.
법정에서는 주먹다툼이 일어나고 그들은 쟈니의 여자를 질질 끌고나갔지.
그의 어머니는 외쳤어.
판사나리, 내 아이를 이렇게 다루지 말아달라고. 난 정말 죽는 게 낫다고 생각했지.
’ ‘쟈니99(Johney 99)’ ‘와이오밍의 거친 땅을 횡단하며 난 모든 것을 죽였다오.
난 내가 저지른 행위에 유감이라 말하지 않으리.
사실 재미까지 느꼈지. 재판관은 유죄 판결을 내려 사형을 선고했지. 심야의 감방에 내 가슴은 가죽끈이 묶여졌지.
그들은 내가 삶을 영위하기에 부적합하고 긴 허공에 내 영혼을 던져버려야 한다고 선언했지.
그들은 내가 왜 이런 짓을 했는지 알고 싶어했지.
그거야, 단지 이 세상의 비천함 때문이야.
’ ‘네브라스카’ 전자 악기와 테크노 사운드가 범람하던 그 시절에 난데없이 통기타와 하모니카의 반주로 꾸민
이 이색음반은 이같은 처절한 메시지가 황량함, 암울함, 긴박감 등의 분위기가 흐르는 곡조와 뛰어나게 잘 어우러져
그 전달 수준이 경지에 도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미국내의 거의 모든 음악 평론가가 이 작품을 ‘충격적 걸작’으로 꼽았다. 그는 이 앨범과 관련하여 음악 전문지
< 뮤지션 >에 다음과 같은 견해를 피력했다.
“70년대는 무엇보다 우선 ‘사기’가 정당화되어버린 시기였다. 워터게이트를 보라.
< 달아나기 위해 태어나 >음반이 ‘가치’를 다룬 것이라고 한다면 < 네브라스카 >는 워터게이트 사건이 상징하는
‘가치의 붕괴’를 다룬 작품이다.
또한 그것으로 인해 존재감을 상실하는 ‘정신적 위기’에 대한 것이다.
이제 그 속에서 인간은 더 이상 자신을 사회에 연결시킬 의욕을 갖지 못한다.
그는 정부에 소외되어 있고 직장에 소외되고 있고 가정에 소외되어 있다.
” 이러한 시각은 84년 6월에 나온 그의 최대 히트작이자 수작으로 평가받는 < 미국에서 태어나 >음반에까지
줄기차게 이어진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은 이전 앨범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묘사도 더욱 생생하다.
‘조그만 고향의 혼잡 속에 있던 내게 그들은 총을 쥐어주었지.
그리곤 외국 땅으로 날 내보냈고 거기의 황인종을 죽이도록 했지. ...
고향으로 돌아와 제련소에 일자리를 얻으러 갔지.
고용자는 나더러 재향군인회에 가보라는 거야.
무슨 말인지 이해하겠지 하며 ... 교도소의 그늘 아래서, 제철소의 가스 불꽃 옆에서 난 10년간 땅을 치며 살고 있어.
탈출할 곳이 없어 . 갈 곳이 아무 데도 없어.
난 미국에서 태어났어.
난 미국에서 태어났어!’ 이 음반의 타이틀 곡이다.
미국 태생이라는 어느 월남전 용사의 반복적 외침은 결코 미국인의 긍지 선언이 아니다.
그것은 미국 정부를 겨냥한 순전한 비아냥이다.
스프링스틴은 이 노래에서 월남전 파병용사의 방황이라는 소재를 내걸어 미국 정부의 민중에 대한 정신적 착취를
신랄하게 고발하고 있다.
65년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내가 다니던 고교에도 흑백간의 싸움이 수도 없이 많았지.
네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없었지. 토요일밤에 헤드라이트를 켠 두 대의 차가 다가왔어.
뒷좌석에는 총이 있었지. 총성이 울렸어.
시련기가 내 고향을 엄습한 거야. ...
이제 한길에는 회색칠한 창문과 텅빈 상점만이 있어 이곳에 오고 싶은 사람이 더 이상 아무도 없는 것처럼 보여.
철길 건너의 방직공장은 문을 닫았고 직공은 이 직업이 이제 내리막길이고 그래서 그들은 네 고향에
돌아오지 않는다고 말하지.
’ ‘나의 고향(My Hometown)’ 이 곡 또한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 식의 고향 찬가가 아니다.
공업지대라고 일컬어지는 미국 중부 지역의 심장부에 위치한 어느 마을이 겪는 황량한 변화를 그린 노래다.
정치와 경제 정책 실패는 사람만 괴롭힌 것이 아니라 이처럼 고향도 철저히 파괴했다고 보스는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절망과 고통을 다룬, 얼핏 보면 ‘피곤한’ 작품이지만, 이 음반은 아주 잘 먹혀들어갔다.
먹혀들어간 대상은 당시 30대 중반에서 40대 초반의 이른바 베이비붐 세대였다.
젊어서 반전을 외치고 더 나은 세상을 갈망하던 그 ‘60년대의 주인공들’은 지금은 나이가 들어 기대의 좌절과
가치의 상실을 절감하며 무기력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메시지는 바로 이같은 베이비붐 세대의 공통정서를 정확히 짚어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월드 와이드 히트였다.
미국에서만 1위가 아니라 딴 나라에서도 < 미국에서 태어나 >음반 열풍이 일어나 영국, 서독, 네덜란드 등에서도
차트 정상을 석권했다.
이 앨범에서는 무려 다섯 곡이 싱글 차트 10위권에 진입했고 80년대 말까지 천백만 장의 판매고를 올렸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참으로 기이한 현상이 일어났다.
처절하리만큼 비판적인 스프링스틴의 시각이 엉뚱하게 ‘신애국주의’의 물결을 야기시킨 촉매제가 된 것이었다.
노래 제목이 그래서이기도 했지만 ‘미국에서 태어나’는 마치 팝송 애국가라도 된 듯 애국심 고취용 노래로 널리
불러졌으며 그의 논조도 단단히 왜곡되어 ‘미국은 지금 고통스런 나라’가 아니라 ‘미국은 지금 좋은 나라’로 받아들여졌다.
브루스 스프링스틴은 졸지에 ‘우익의 우상’이 돼버렸다. “월남전, 워터게이트 사건, 이란의 인질 사태 등
미국은 우리 민중을 제멋대로 이용하고 조종했다”고 주장한 사람이 그리 됐으니 참 딱한 노릇이었다.
보수적인 글을 쓰기로 유명한 컬럼니스트인 조지 윌이 워싱턴시에서 있었던 그의 공연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으며
로날드 레이건 대통령은 84년 9월 스프링스틴의 출신주인 뉴 저지에서 선거 유세를 하면서 유권자의 지지를 끌어낼
목적으로 그의 인기를 ‘허락없이’ 이용했다.
“미국의 미래는 무수한 꿈에 기초합니다.
그 미래는 많은 미국의 젊은이들이 존경하는 한 사람의 노래 속에 담겨 있는 희망의 메시지에 기초합니다.
그 사람은 뉴 저지가 낳은 브루스 스프링스틴입니다.
” 희망의 메시지라니. 실상 절망의 메시지인데 어쩜 그렇게 정반대의 해석을 내릴 수 있을까.
브루스는 레이건이 그와 같은 코멘트를 했다는 얘기를 듣고 ‘심야의 불한당에게 뒤통수를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즉각 반격에 나섰다.
유세 발언이 있고 난 다음달인 10월 롤링 스톤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레이건 대통령의 TV광고를 봐서 알고 있겠지만
그에 따르면 미국은 아침이다.
그러나 피츠버그는 아침이 아니다. 뉴욕의 125번가 상공도 아침이 아니다. 되레 심야다.
사악한 달이 뜨고 이는 심야다”라며 그다운 맹공을 가했다.
87년에 출판된 스프링스틴의 전기 『영광의 시절』(Glory Days, 그의 히트곡 제목을 땄다)을 집필한 유명 록 평론가
데이브 마시는 거기서 “스프링스틴은 미국의 거대 양당에 속해 있지 않은 점만을 보더라도 극좌파적인 인물”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마시 씨는 자신이 자유민주주의 및 정당정치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고 전제하고 자신은 ‘체제 바깥에 위치하여
무언가 하고 있는 인물’을 좋아한다면서 브루스 스프링스틴이 바로 그런 인물이라고 썼다.
그러나 마시 씨도 인정하듯 브루스 스프링스틴이 이념적인 가수는 결코 아니다. 이념적이기보다는 실제적이다.
또한 그가 미국의 절망을 노래한다고 해서 애국심이 전혀 없는 그런 반미(反美)주의자는 아니다. “내가 마음에
그리고 있는 미국은 배포가 큰 사랑이 가득찬 나라”라는 그의 공언이 암시하는 것처럼 오히려 그의 절망과 좌절에 대한
노래는 너무 애국적이기에 나올 수 있는 것들이라는 주장은 분명 유효하다.
이것이 바로 그의 한계라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그래서 영국 그룹 듀란듀란의 멤버인 존 테일러는 “스프링스틴은 너무 미국적이어서 선은 넘을 수가 없는 인물이다.
난 늘 그에게 실망한다”고 비판한 적이 있다.
그러나 스프링스틴은 몇 안되는 언행(言行)일치의 가수 가운데 한 사람이다.
노래뿐 아니라 반핵 운동의 일선에 나섰으며 특히 집없는 사람들, 파업 노동자들, 고통받는 월남전 참전용사들에게
번 돈을 희사하는 등 적극적인 자선활동을 벌여오고 있다.
어떤 록 평론가는 “팬들이 그가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일을 반만이라도 알게 된다면 그는 성인에라도
추대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돈 욕심이 없어 보인다.
85년 크라이슬러 자동차 회사 리 아이아코가가 1천2백만 달러(약 95억원)을 줄 테니 자사 광고에 출연해달라는
요청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록 뮤직의 신화에 허덕이지 않아 여느 록 가수와 달리 마약은 물론 담배도 피우지 않는다.
그런데 문제는 여자였다. 그는 < 미국에서 태어나 >열풍이 한창이던 85년 미녀 수퍼모델 줄리안 필립스와 결혼했다.
예쁜 처녀를 아내로 삼는 게 뭐 그리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얼마 못가서 둘은 이혼하고 말았다.
그리고 나서 90년에는 자신이 이끄는 E 스트리트 밴드에서 백업 보컬하는 패티 시알파와 염문에 휩사이더니
결국 애까지 낳았다.
뒤에는 패티 시알파가 “애를 낳아주기까지 했는데 그가 정식 결혼을 해주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청빈해 보이고, 스캔들 하나 없는 깨끗한 인물로 보이던 그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 행각이었다.
보스 말고 또 하나 그의 별명이기도 한 ‘미스터 USA’가 이래서야 되겠는가.
이처럼 ’제가(齊家)‘에 문제점을 노출해서인지 ’치국평천하‘도 차질이 생겨 < 미국에서 태어나 > 다음에 나온
89년 음반 < 사랑의 터널(Tunnel of Love) >은 예전의 반응에 전혀 미치지를 못했다.
92년에 발표한 < 인간적 터치(Human Touch) >와 < 운좋은 마을(Lucky Town) >은 동시에 2장의 음반 발매라는
화제에도 불구하고 성적은 부진, 그의 퇴조를 실감하게 했다.
스프링스틴은 49년 뉴 저지주의 프리홀드에서 택시 운전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학교에 대해 혐오감을 가졌으며 따라서 외로운 시절을 보냈으며, 열세 살 때즘 본인의 고백대로 기타와 음악에 ‘구원’을 받는다.
그의 음악 생활은 좀더 좋은 직업을 바라는 아버지의 기대에 빗나간 것이어서 때로 부자간 충돌을 빚기도 했다.
‘그의 아버지는 평생을 일했지만 대가는 없었고 고통만이 있었죠.
이제 그는 이 텅빈 방을 돌아다니며 무언가 원망할 것을 찾아요.’ ‘아담이 카인을 길렀어요(Adam raised a Cain)’
엘비스 프레슬리의 공연을 보고 록 가수가 되기로 한 그는 대학을 포기한 채 여러 그룹을 전전하면서 실력을 함양한
노력으로 카인의 후예에서 미국의 위대한 록큰롤러가 됐다.
그는 음반 작업에 완벽주의를 추구하며 특히 ‘록 뮤직의 현장성’을 강조, 공연 중심의 활동을 펼치며 또 ‘관객을 공동의
경험 수준으로 이끌 줄 아는 유일한 가수’라는 찬사가 말해주듯 혼신의 정열로 콘서트에 임한다.
분명한 한계가 있지만 그는 미국인의 입장에서 미국을 제대로 알려주고 있다는 점에서 현대 록 음악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요 인물이다.
덧붙여 음반 활동을 해온 20년간 한번도 일탈 내지 변절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앞으로 기대를 걸어볼 만한 가수이다.
Bruce Springsteen의 The River는 ‘미국에서 노동자로 산다는 것’에 대한 풍부한 시각적/청각적 이미지를 제공한다. 예기치 않은 임신으로 인한 급작스런 결혼, 경제침체 속에서 일자리를 찾는 노동자, 미국적 삶의 상징 중 하나인
캐딜락으로 꾸며진 농장, 고된 일을 끝낸 후의 소녀와의 데이트, 홀로 두 아이를 키우는 여자에 대한 사랑, 오랫동안
반목했던 아버지의 죽음, 한때 사랑했던 아내와의 지쳐가는 관계, 고속도로 주행 중에 마주친 사고에서 홀로 목격한
낯선 이의 죽음 등등.
고달프지만 그 안에서 기쁨을 찾으려는 평범한 1970~80년대의 미국 노동자의 삶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자동차, 노동, 섹스, 가족, 고속도로, 사막, 락앤롤, 결혼 등등. 스프링스틴은 실제로 그가 그의 고향과 가족으로부터 곡의 영감을 얻어서 썼기 때문에 평범한 표현으로 여겨질지라도 가슴에 와 닿는 가사를 만들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
스무 곡의 수록곡에 총 83분의 연주시간에 이르는, 정규 앨범 치고도 매우 긴 트랙리스트는 직선적이고 템포 빠른
락앤롤 곡에서부터 발라드풍의 어쿠스틱 곡이 고르게 섞여 우리 인생의 굴곡을 적절하게 상징하고 있다.
앨범의 제목이자 이 앨범의 대표곡의 제목이기도 한 “강(The River)”은 또한 이런 우리 인생을 의미한다.
잔잔하게 흐르며 존재감조차 비치지 않다가 어느 지점에선가 거칠게 흐르고, 심지어 마을을 덮치는 홍수가 되기도 하는 강. 개인적으로 위의 모든 풍경을 집약한다고 여겨지는 노래는 앨범의 마지막 곡인 Wreck on The Highway다.
고속도로 주행 중 낯선 이의 죽음을 목격한 화자는 때때로 어둠 속에서 잠을 깨어 옆에서 자고 있던 사랑하는 여인을
꼭 껴안는다.
고속도로에서의 그 사고를 생각하며.
<브루스 스프링스틴 곡 중 가사가 제일 아름다운 노래 "The River">
브루스의 초기곡들은 포크성향 멜로디에 밥딜런 스타일 가사를 붙이고 록버전의 연주를 덧입힌 형태가 많습니다.
그 중 가사가 긴 곡은 포크뮤직의 반주로 연주하면 지루해지기 쉽지만, 록뮤직의 반주로 연주하면 강한 리듬과
자극적인 악기사운드로 인하여 지루함을 이겨낼 수 있어, 록반주가 오히려 곡을 살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브루스의 "The River"라는 곡은 가사 자체가 워낙 흡입력이 있다 보니, 일부러 강한 리듬이나
자극적인 악기사운드를 붙이지 않고도 지루함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이 곡은 80년 발표된 브루스의 5번째 정규앨범의 타이틀곡인데, 당시 연주를 맡았던 E Street Band에 포크뮤직을
안성맞춤으로 소화할 악기가 마땅치 않았기 때문에, 브루스의 하모니카와 12현 어코스틱 기타, 피아노,
절제된 드럼의 사운드가 반주를 주도합니다.
따라서 이 곡의 장르는 록도 아니고 포크도 아닌 포크록으로 분류됩니다.
대부분의 포크록 곡들이 그렇듯이 이 노래도 발표 당시 즉각적인 인기를 얻지 못합니다.
그러나 아름다운 가사와 멜로디에 힘입어 세월이 지날수록 차츰 인기가 더해가며 유명해진 곡입니다.
발표된 지 34년이 지난 현재에도 추억의 곡이 아닌 젊은 세대들이 사랑하는 살아있는 곡입니다.
노래의 제목 River는 강을 뜻하면서도, 동시에 꿈을 상징하고, 사랑하는 동반자와의 사랑을 암시합니다.
영시에서 사용하는 상징과 중의법을 사용하는 수준이기에 모두가 아름다운 가사라 말합니다.
가사의 내용은 가난하게 자라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어려운 살림을 하는 수많은 평범한 부부의 이야기입니다.
가사가 관념적인 표현의 소외, 분노, 절망, 저항을 상투적 표현으로 담은 게 아니고,
그 실제 케이스를 너무 생생한 인생이야기로 담았기 때문에 관중들에게 그 진정성이 강하게 전달됩니다.
가사의 등장인물로 나오는 Mary의 실제 모델은 브루스의 누나 Ginny이고, 이 가사의 화자는 매부 Mickey입니다.
브루스가 노래하기 전 매부(Brother in law)를 위해 노래를 만들었다는 멘트를 하면,
노래 가사의 인생에 공감을 하는 많은 사람들은 즉각 브루스를 자기와 같은 계층의 동료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오늘 올리는 동영상은 2009년 영국 Glastonbury의 공연입니다.
넓은 개활지의 야외공연장이라 주변의 건물이 없어 더 무대에 집중하게 됩니다.
밤이 되면서 쌀쌀한 밤공기가 내려앉아 입에서 입김이 나옵니다.
누군가의 아픈 인생 이야기가 아름다운 선율을 타고 귀로 들어와 가슴을 욱신거리게 합니다.
아픈 이야기를 무덤덤하게 노래하는 브루스의 두꺼운 껍질을 입은 듯한 묵직한 목소리가 더 절절하게 느껴집니다.
마음 속 깊이 울분의 불덩어리를 담고 있는 듯, 온몸으로 노래하는 브루스의 머리와 어깨에서는 땀이 증발해 기화되는
아지랑이가 피어오릅니다.
역광의 조명을 쫓아 이 모습을 담아내는 카메라 화면은 단순하지만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그 와중에 Roy Bittan의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는 계속 이어지고 아픈 가사의 내용을 더욱 아프게 느끼게 합니다.
일부러 연출해서 만들려 해도 만들기 힘든 멋진 장면의 동영상이라 “The River” 동영상 중 최고가 아닐까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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