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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시사

대통령 측이 쏟아낸 막말·비하 변론…"득 되지 못했다"


헌재 "'재판영향' 집회 금지 舊집시법 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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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10일 오전 11시에 내려진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결정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탄핵 인용 선고문에 나타난 법적인 판단은 대통령 파면의 핵심적인 내용이지만 이외에 탄핵 심판에 나선 박 전 대통령과 대리인단의 오만한 행동이 탄핵 인용이란 결과를 유도하게 만든 중요한 이유라 하겠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리인단 변호사들은 전직이 화려한 인사들로 구성했다. 그러나 그들은 과거 명성과는 달리 탄핵 재판과정에서 보여준 더티한 모습은 한심 그 자체였다.불성실한 변론은 물론 헌법 재판관에 대한 인신공격과 법정모독, 장외 집회의 선동 행위도 간단치 않은 사건이었다.
그리고 이들은 변론 과정에서 무더기 증인신청, 선고기일 연기요청 등 시간끌기로 조잡한 행동을 시도하면서 국민의 비판을 야기시켰다. 또 변론 초부터 "촛불민심은 사실상 대한민국에 대한 선전포고"라는 색깔론을 제기하였고 서석구 변호사는 태극기를 두르고 법정에 출두하는 등 헌법재판소를 정치판의 이전투구 장소로 몰아갔다.
 소설가 김동리의 아들이자 전직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김평우 변호사가 뒤늦은 합세를 하면서 보여준 그의 정치였다. 그는 대리인단에 합류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박 전 대통령 탄핵 인용이라는 중요한 선고에 일등공신 역할을 한 셈이 되었다.
김 변호사는 축구 경기에서 흔히 보는 자살골을 멋있게 던졌던 것이다. 그는 헌재 재판관을 상습적으로 모독했다. 헌재 재판관 8명의 구성을 보면 이명박 정부때 임명된 판사들과 박근혜 정부에 임명된 판사 등 이념적으로 다양한 구성이라 할 수 있다.8명의 헌재 재판관들은 분명 진보와 보수 등 다른 성향을 띄고 있지만 오늘 헌재의 탄핵 선고문은 8명 헌재 재판관이 만장일치로 작성하였던 것이다. 원인은 김평우 변호사의 역할이 상당했다고 본다. 그는 변론 도중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에게 "헌법재판관이나 하고 있느냐"고 발언했다.
그리고 강일원 주심 재판관에게는 "국회 측 수석대리인"이라는 막말까지 했다. 또한 탄핵 반대를 외치는 태극기 집회에 참석하여 "8인 재판관은 재판권 없는 재판부", "8인의 불임 재판소" 등 한심한 발언을 지속적으로 지껄였다. 과연 제 정신이라면 법정에서의 변호인이 이런 막말과 과격한 행동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그 밥의 그 나물이라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검찰이나 특검에 대한 약속을 불이행하고 밥먹듯이 거짓말 한 것은 물론 탄핵 기간 중에도 장외 변론이나 언론 플레이를 주도하는 등 오만한 태도에서 박 전 대통령 대리인단 변호인들은 크게 고무되고 영향을 받았다고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 사진 공동취재단




대통령 측 “법관 아니다” “일개 재판관” 막말 퍼레이드

“어제 일도 기억 안나” “떨다가 지웠다” 증언에 실소

강 재판관 “블랙리스트 인정하는 거죠?” 정곡 찌르기도



 

10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열린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의 모습. 왕태석 기자

헌정사상 첫 대통령 파면을 불러온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에서는 수준 높은 법리공방보다

증인들의 모르쇠 증언과 일부 대리인들의 막말, 선동성 발언이 이어져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행정부 수반의 진퇴를 놓고 대한민국 최고법원에서 벌어지는 헌법재판이라는 사실을 무색하게 한 황당발언과 정곡을

찌른 재판부의 ‘촌철살인’과 직언을 되짚어봤다.


▦“어지럼증이 있어서 음식을 먹어야겠는데”

지난달 20일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제15차 변론기일 종료선언을 하던 중 대통령 대리인단 소속 김평우

(72ㆍ사시8회) 변호사가 변론기회를 달라고 항의했다.


김 변호사는 “시간이 12시가 넘었는데, 제가 당뇨가 있습니다.

 시간을 조금 주시면…” 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 권한대행이 재차 “어떤 내용이냐”고 물었지만 김 변호사는 “제가 조금 어지럼증이 있어서 음식을 먹어야겠다”며

 오후 변론기일을 열어달라고 억지를 부렸다.


이 권한대행이 종료 선언을 하자 막무가내로 연단에 나가며 “12시에 변론을 끝내야 한다는 법칙이 있습니까.

그럴 거면 왜 헌법재판관씩을 해요. 함부로 재판을 진행하냐”고 소리쳐 법정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김 변호사는 2009~2011년 제45대 대한변협 회장을 지냈으며, 1972년부터 7년 동안 판사로 근무했다.

소설가 김동리 선생의 아들이다.






 

지난달 25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인근에서 열린 탄핵기각 총궐기 국민대회에서

 김평우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심이 국회 수석대리인… 법관이 아니다”

김 변호사는 이틀 뒤 열린 제16차 변론에서 헌법재판관들에게 인신공격성 발언을 했다.

주심 강일원 재판관에게 ”국회 측 변호사가 어련히 알아서 질문 끝낸 걸 한술 더 뜬다”며 “그렇게 되면 청구인의

수석 대리인이 되는 것이다.


법관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개인적 지식 말고 법에 근거해 재판하라.

그 정도 법률지식은 갖고 있지 않느냐”라며 법정을 모독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정미와 권성동이 한 편을 먹고 뛴다”거나 “이정미라는 일개 재판관의 퇴임 때문에 재판이 졸속 진행됐다”고도

말했다. 탄핵소추 사유를 ‘섞어찌개’라고 깎아 내리기도 했다.

▦“이제야 탄핵심판 같습니다”


지난달 14일 제13차 변론기일에 대통령측 대표대리인으로 이름을 올린 이동흡(66ㆍ연수원 5기) 전 헌법재판관이

헌법적 쟁점을 중심으로 발언하자 주심 강일원 재판관이 “이제야 형사재판 같지 않은 모습”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재판부가 10차례 넘는 변론기일을 진행하며 누차 헌법재판의 성격을 강조한 터였다.


강 재판관은 “대통령의 탄핵 여부를 다루는 엄중한 사건인데 그 동안 대통령이 형사재판 피고인인 것처럼 진행돼

 아쉬웠다”고 양측에 헌법공방을당부했다.


이날 이 전 재판관은 국회 측의 법리적 오류를 적극 지적하고 나섰다.

한편 대통령 측 대리인단 소속 서석구 변호사는 재판 시작 전 엉뚱하게도 가방에서 태극기를 꺼내 방청객에게 펼쳐

보였다가 헌재 직원의 제지를 받았다. 



서석구 변호사가 지난달 16일 태극기를 두른 채 제14차 변론기일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로 향하고 있다.

그는 태극기를 두른 이유를 묻자 “팬서비스예요”라고 답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금 블랙리스트 인정하는 거죠?”

박근혜 대통령 측 송재원 변호사가 1월 25일 진행된 제9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한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블랙리스트에 대해 물었다.


 “블랙리스트의 취지가 ‘반드시 지원하지 말라’가 아니라 ‘유의해서 판단해라’라면 가능한 거 아니겠냐”며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는 걸 전제로 추궁했다.


 강일원 재판관이 “그럼 대통령 측도 블랙리스트 인정하시는 건가요?”라고 묻자, 유 전 장관도 “저도 궁금합니다.

지금 블랙리스트 인정하시는 거죠?”라고 말을 보탰다.

방청석에선 웃음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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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 사진공동취재단




▦“좋은 취지로 세운 재단인데 왜 위증 지시했나?”

주심 강일원 재판관의 촌철살인 질문은 두고두고 회자됐다.


강 재판관은 지난달 9일 열린 제12차 변론기일에서 미르ㆍK스포츠재단 설립 경위에 대해 “대통령 측은 일관되게

 국정과제 일환이자 좋은 취지로 재단을 만들었다고 한다”며 “그런데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왜 관련된

‘증거를 다 없애라’거나 ‘국회에서 위증하라’고 했냐”고 질문했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이 답변하지 못하자 강 재판관은 “이게 문제가 되면 ‘좋은 사업이다’라고 하면 되는데 지시 받은

 청와대 수석이 증거인멸ㆍ위증을 해서 구속되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어제 일도 기억 안 나는데…”

1월 16일 탄핵심판 제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한 최순실(61ㆍ구속기소)씨는 세월호 참사 당일 오전에 무엇을

 했느냐는 질문에 “기억이 안 난다.

어제 일도 기억이 안 난다”고 말해 심판정을 채운 방청객들의 실소를 자아냈다.

▦“대통령이 정유라 직접 언급해 충격 받았다”


1월 23일 제8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종(56ㆍ구속기소)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은 2015년 1월 박근혜

대통령과 체육계 개혁에 관해 대화했던 장면을 회상했다.

정치권에서 정유라와 관련해 ‘공주승마’ 이야기가 나왔는데 대통령께선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인데

부정적으로 나오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정유라와 같은 능력 있고 재능 있는 선수를 위해 영재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박 대통령이 말하자,

김 전 차관은 이런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대통령이 정유라를 직접 언급해 충격을 받았다.”


▦“손을 떨다가 실수로 번호를 지웠다”

1월 12일 증인으로 출석한 이영선(39) 청와대 경호관(전 행정관)은 지난해 말 자신이 쓰던 차명 휴대폰에 담긴 특정

번호를 삭제한 ‘특별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검찰 수사를 받던 중 (휴대폰) 잠금을 풀어달라고 해서 조작하다가 실수로 지웠다”고 답해 빈축을 샀다.


국회 소추위원 측이 “차명폰에 저장된 박근혜 대통령의 전화번호를 지운 게 아니냐”고 추궁하자, “제가 검찰 조사를

받느라 긴장해서 손을 ‘덜덜덜’ 떨고 있다가 실수로 조작했다”고 해명했다.

 “비밀번호를 푸는데 전화번호까지 지워지냐”는 질문이 이어졌지만 그는 조작 실수라고만 답했다.


▦“진검승부를 해보자”

주심 강일원 재판관은 지난해 12월 27일 제3차 준비기일에서 적법한 절차를 따르지 않아 국회의 탄핵소추를

 각하해야 한다는 대통령 법률 대리인단의 주장을 일축했다.

강 재판관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당시에도 각하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던 선례를 들었다.


그러면서 국회와 대통령 측에 다음과 같이 제언했다.

“절차적 판단은 제쳐두고 본안 판단을 통해 ‘진검승부’를 해보자.

” 그러나 결국 제대로 된 진검승부는 이뤄지지 않았고, 대통령 측은 참패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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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석구 변호사. ⓒ사진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