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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시사

1)현금 지원 현실화와 아동 양육비 대지급법’ 필요 ,2) 이혼 양육비 받아내주는 정부



[연합뉴스TV 제공]





저소득 한부모가족 지원을 받는 싱글맘 김향숙씨의 초등학생 딸은 매달 아동양육비 12만원을 지급받고 있다. 그러나 정작 돈이 많이 들어가는 중학생 아들 앞으로는 지원이 거의 없다. 김진수 기자



저소득 한부모가족 지원을 받는 싱글맘 김향숙씨의 초등학생 딸은 매달 아동양육비

 12만원을 지급받고 있다. 그러나 정작 돈이 많이 들어가는 중학생 아들 앞으로는

지원이 거의 없다.


김진수 기자     





게티이미지뱅크





`줄줄 샌 세금`…복지부, 해외체류 유아에 양육수당 부당지급


(사진과 기사는 무관함)





현금 지원 현실화와 ‘양육비 대지급법’ 필요

     


행복한 한때였다. 남편과 아내와 딸은 서로 아꼈고 의지했다.

생활도 풍족했다.

부부는 휴대전화 매장을 운영해 한 달에 1천만원씩 벌어들였다.


 그러나 갑작스레 성공한 남편은 돈 앞에 무너졌다.

한 달에 보통 1천만원, 적게는 200만~300만원씩 유흥비로 탕진했다.

 하루 술값으로 900만원을 쓴 적도 있다. 급기야 파산 위기에 몰린 남편은 폭력성을 드러냈다.


남편이 두렵고 원망스러웠던 아내는 결혼 10년 만인 2013년 이혼을 결심했다.

“재산을 나누고 위자료를 받기는커녕 대출받아 남편에게 300만원을 건네고서야” 이혼에 반대하는 남편과 협의이혼을 할 수 있었다.


아동양육비 12만원이 끊겼다

불행은 길었다.

구혜미(41·가명)씨에겐 당장 딸과 둘이 먹고사는 일이 급했다.

‘이혼녀’ 딱지보다 ‘가장’이라는 새 이름이 더 버거웠다.


부모님 집으로 들어간 뒤 공장에 출근했다.

하루 13시간씩 일해 180만~190만원을 벌었다.

그럭저럭 생계는 해결됐지만, 혼자 남은 딸이 걱정이었다.


 콜센터 상담원으로 다시 취업해 하루 9시간으로 일을 줄였다.

월급도 150만원가량으로 함께 줄었다. 부모님에게 생활비·병원비로 40만원을 주고 나면, 그는 늘 돈에 쫓겼다.

 “양육비는 고사하고 어쩌다 한번씩 만나는 딸에게도 편의점에서 라면을 사주는 전남편”에게 기대할 것은 전혀 없었다.

이혼한 지 1년이 지났을 무렵, 9살 딸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엄마가 ‘한부모가족’ 지원을 신청할까 하는데 괜찮을까.

친구들에게 알려질 수도 있는데….” 일찍 철든 딸은 엄마를 더 걱정했다.

“나는 창피하지 않아.

지원받아서 방과후수업을 들을 수 있으면 좋겠어.” 딸의 말에 안심한 엄마는 동주민센터를 찾았다.


 엄마 또는 아빠와 만 18살 미만(취학시 22살 미만) 자녀로 구성된 한부모가족 중 저소득 가구에 주어지는 복지 혜택을 받기 위해서였다.


 이후 정부가 주는 아동양육비(2017년 월 12만원), 학용품비(연 5만4100원), 방과후수업 자유수강권(연 60만원)으로

구씨는 조금이나마 부담을 덜 수 있었다.

빠듯한 생계에 지쳐가던 그에게도 좋은 일이 생겼다.


지난 1월 파견업체는 공공기관 콜센터에서 민원인 대상 전화 상담을 하는 일자리를 제안했다.

 지금보다 10만원 정도 오른 월급을 받을 기회였다.

이직한 다음날, 통장에는 월급 160만원이 찍혔다. “생활이 나아지겠다” 싶었다.

 그러나 며칠 뒤 동주민센터 직원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신고된 급여가 (지원) 기준 금액을 4만원 초과해 더 이상 지원이 안 됩니다.”

그의 예고대로 매달 21일에 지급되던 아동양육비 12만원은 더 이상 통장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저소득 한부모가족 지원을 받으려면, 올해 2인 가구의 소득인정액이 월 146만3513원(중위소득 52%) 이하여야 한다.


소득인정액이란 소득평가액(실제 소득에서 지출비용 등 제외)과 재산의 소득환산액(주택·자동차 등을 소득으로 환산)을 더한 금액을 말한다.


혜미씨의 경우 10만원가량 월소득 증가로 지원 기준선인 ‘월 146만3513원’에서 ‘4만원’을 초과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구씨의 경제적 능력이 회복된 것으로 정부가 판단했다는 의미다.











‘빈곤 사각지대’ 한부모가족

정부의 지원 철회로 그의 실질소득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월급은 최대 10만원 정도 늘었지만 아동양육비 12만원이 끊겼기 때문이다.

올해 초, 초등학교 5학년에 올라간 딸을 위해 난생처음 보냈던 과목당 3만원짜리 학습지 수업도 중단했다.


“‘방학 때는 잠깐 쉬자’는 핑계를 댔는데 마음이 아팠어요.”

그나마 지원 기준이 별도로 ‘월 168만8669원’인 방과후수업 자유수강권(연 60만원) 지원은 계속 유지돼, 딸이 방송댄스와 요리 수업을 계속 들을 수 있는 점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싱글맘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면 안 되고, 소득을 (지원 기준 아래로) 계속 낮게 유지해야 하는지” 구씨는 요즘 고민이 많다.

2016년 말 기준 저소득 한부모가족 지원을 받는 가족은 22만6385가구다.

싱글맘 가족이 17만5281가구(77.4%), 싱글대디 가족이 5만1104가구(22.6%)다.


사별이나 이혼 또는 결혼하지 않은 미혼 상태로 한부모가족이 된 전체 181만6천 가구의 12.5%다.

한부모가족은 경제적 빈곤 상태나 그 경계선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혼자 벌어 가족의 생계를 꾸려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홀로 돌봄노동과 가사노동을 병행해야 하는 이들은 저임금의 불안정한 일자리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여성가족부가 2015년 한부모가족 2552가구를 실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취업한 싱글맘·싱글대디 중 상용노동자는

48%에 불과했다. 임시·일용노동자는 36.7%, 자영업자와 무급가족봉사자도 15.3%나 됐다.


그로 인해 한부모가족의 월평균 소득은 189만6천원(2014년 기준)으로 전체 가구 평균소득 390만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48.6%에 그쳤다.

경제적·사회적 약자인 저소득 한부모가족을 대상으로 한 정부 지원은 많지 않다.


일단 기준이 까다롭다. 앞서 소개했듯, 가구의 소득인정액이 중위소득의 52%를 밑돌아야 한다.

기초생활보장수급대상 바로 위의 차상위계층(소득인정액이 중위소득 50% 이하)과 비슷한 수준이다.

 월 소득인정액으로 따지면 3인 가구는 189만3276만원, 4인 가구는 232만3038원 이하만 혜택을 받는다는 의미다.


이 기준은 한부모가족 지원사업이 시작된 1992년(당시 기준인 ‘최저생계비의 130%’를 중위소득으로 환산하면 52%)

이후 한 번도 변한 적이 없다.


지난 25년간의 물가상승률과 노동환경 악화를 고려하면 사각지대가 계속 확대돼온 셈이다.

한국한부모연합을 비롯해 관련 시민단체에서 “중위소득 70%까지는 한부모가족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 사진은 정규강좌 프로그램 모습.


(사진=서산문화복지센터)








좁은 문을 통과한 이들은 충분한 지원을 받고 있을까.

 현재 한부모가족 지원사업의 핵심은 매달 현금으로 지급되는 아동양육비다.


올해 저소득 한부모가족에 속한 만 13살 미만 자녀에게 주어지는 양육비는 월 12만원이다.

그나마 만 12살 자녀에게 월 10만원씩 주던 지난해보다는 사정이 좀 나아지긴 했다.

그러나 싱글맘·싱글대디는 ‘만 18살 이하’ 미성년 자녀에게 지금보다 인상된 양육비가 지원되기를 바란다.

중·고등학생 자녀에게 교육비가 더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 보건복지부가 지난 8월 29일 개최한 ‘아동수당법’ 제정안 공청회에서 전문가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가장 강력한 대책은 ‘양육비 대지급’

정부의 재정 여력도 있다. 여성가족부는 내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양육비 지원 대상이 되는 자녀 나이를 ‘만 14살,

지원 금액은 월 13만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포함시켰다.

그런데도 총예산은 올해 925억원에서 내년 918억원으로, 오히려 7억원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전체 아동 인구와 함께 수급 아동 인구가 줄어들면서, (양육비) 지원 대상은 확대되더라도

총지급액은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내년 예산안에서 전체 복지 예산 증가율이 12.9%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한부모가족 자녀의 양육비 현실화도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다. 게다가 저소득 한부모가족 범위(중위소득 52% 이하)를 넓히고, 현금을 지원하는 자녀의

 나이와 금액을 확대하는 방안은 국회를 거치지 않고 정부의 고시 개정만으로도 가능하다.


4년 전 이혼한 김향숙(43)씨는 한 회사의 녹즙을 배달해 한 달에 100만원 남짓 번다.

 두 아이를 돌보려면 온종일 직장에 매어 있는 일을 할 수 없어서다. 대신 “10원도 아쉬운” 그는 아이들을 위한 건강

보험을 제외하고 4대 보험에도 가입하지 않았다.


악착같이 버티는 그에게 초등학교 3학년인 딸 앞으로 나오는 12만원의 아동양육비와 60만원 상당의 방과후수업 자유

수강권이 큰 보탬이 된다.

걱정은 첫째아들이다. 중학교 3학년인 아들은 아프다.

신장 기능이 30%밖에 남아 있지 않다. 그런데도 의료비 지원을 받을 길은 없다.


만 13살을 넘은 아들에게 나오는 지원은 연 5만4100원의 학용품비가 거의 유일하다.

취미생활을 주로 가르치는 방과후수업은 국·영·수 공부가 필요한 아들에게 별 쓸모가 없다.

“아들의 식단·건강 관리를 제대로 해주려면 안정된 직장을 가져야 하는데, 아픈 애를 두고 돈 벌러 나갈 수가 없어요.


형편이 너무 어려워 기초생활수급자를 신청하려 해도, (같이 살지 않는) 부모님 소득이 있다는 이유로 안 된다고 하니까 답답해요.”

온라인 전문 여행사를 운영하는 싱글대디 최강현(42)씨는 “다 필요 없이 정부가 전아내를 대신해 양육비를 우선 지급

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2011년 이혼하면서 두 아이는 그에게 맡겨졌다.

원래 아내가 아이들을 키우는 조건으로 집 보증금 3천만원을 아내에게 양보했다.

그러나 이혼 판결이 나던 날 아내는 말을 바꿨다. “아이를 못 키우니 법대로 하라”는 말만 반복했다. 그


는 일용직 일자리와 한부모가족 지원금으로 버티다, 양육비이행관리원과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 양육비

청구소송을 냈다.


결국 지난해 8월 재판부는 ‘전아내는 그동안 밀린 양육비 1500만원과 (향후) 양육비로 매달 100만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2년의 소송 기간에 한 번도 얼굴을 내비치지 않던 전아내는 이마저도 무시했다.

 “전아내 명의의 재산이 없으면 양육비를 강제로 압류할 방법은 없다”는 양육비이행관리원의 말에 최씨는 “자꾸만

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최씨는 마지막으로 ‘양육비 대지급제도’ 도입에 기대를 걸고 있다.

국가가 양육자에게 양육비를 먼저 지급한 뒤 비양육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제도로, 가장 강력한 한부모 지원 대책

으로 꼽힌다.


19대 국회인 2012년 이러한 내용을 담은 ‘양육비 대지급법’이 발의됐으나 제대로 된 논의 없이 폐기됐다.

이후 20대 국회에선 관련 법이 발의조차 되지 않았다.

대신 2014년 3월 여성가족부 산하에 설치된 양육비이행관리원이 양육자가 비양육자로부터 양육비를 받을 수 있도록

 당사자 간 협의·소송·채권추심 등을 지원하고는 있다.


 그러나 양육비 지급이 확정되더라도 비양육자가 타인 명의로 재산을 옮기거나 버티면 더 이상 강제할 수단이 없다.

양육비이행관리원에는 출범 이후 지난 7월 말까지 1만1487건의 상담이 공식 접수됐으나, 실제 받아낸 양육비는

192억원에 그친다.


 “한부모가족이라도 아이는 안전하고 좋은 환경에서 자라날 권리가 있다.

국가는 경제적 능력이 안 되거나 양육비를 받지 못하는 부모들을 ‘가난하게 살라’고 방치하지 말고 책임져야 한다.”

전영순 한국한부모연합 대표의 말이다.


문 대통령 공약이었으나…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당시 양육비 대지급제도 공약을 내걸었다.

그러나 7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는 이 내용이 빠졌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예산이 수반되는 사업이라 정부 내부의 국정과제 세부 계획서에는 이 제도를 어떤 틀로 마련할지, 해외 사례는 어떤지 장기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돼 있다”고 말했다.

혼자서도 고통 없이 아이를 키우려면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 걸까.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한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가 빈 교실을 정리하고 있다. 홍철호 의원에 따르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니는데도 양육수당을 받은 아동이 3년간 4551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포토]



한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가 빈 교실을 정리하고 있다.




양육비이행관리원이 연 비양육부모와 아이들의 관계 개선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아이가 부모와 함께 입을 흰 티셔츠를 꾸미고 있다. 양육비이행관리원 제공


양육비이행관리원이 연 비양육부모와 아이들의 관계 개선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아이가 부모와 함께 입을 흰 티셔츠를 꾸미고 있다.


양육비이행관리원 제공





이혼 양육비 받아내주는 정부



양육비는 ‘부모간 채무’ 아니라
부모와 사회가 아이에게 진 빚”
법·제도 구멍 서둘러 메꿔가야



문재인 대통령은 이혼 등으로 홀로 아이를 키우는 한부모의 양육비를 국가가 우선 지급하고 책임이 있는 상대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양육비대지급 제도’ 도입을 공약했다.


양육비를 부모 사이에 얽힌 채권채무가 아닌, 아이를 세상에 낸 책임이 있는 부모와 사회가 아이에게 진 채무로 보는

 것이다.

양육비 이행을 책임지는 기관, 양육비이행관리원을 살펴봤다.


법은 때로 수렁의 삶을 건진다. ‘한부모 엄마’ 윤지영(가명·39)씨에게도 그랬다.

윤씨는 3년 전인 2014년 6월 협의이혼했다. 남편이 떠난 집엔 아이 셋이 윤씨와 함께 남겨졌다.

 올해 13살, 10살인 남자아이 둘과, 이혼 7개월 전 태어나 올해 4살이 된 막둥이 딸까지.


이혼과 함께 네 식구 생계가 오롯이 윤씨 책임이 됐다.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었다. 13년 함께 살았던 다섯살 연상의 남편은 건물 외장재 붙이는 일을 했는데, 윤씨가 보기에 일을 하는 날보다 안 하는 날이 더 많았다.

사람 좋아하고, 친구가 끊이질 않고, 쉬는 날도 눈만 뜨면 밖으로 도는 남편은 세 아이 양육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혼 뒤에도 남편은 약속한 양육비를 주지 않았다.

 이혼 직후 두 차례에 걸쳐 준 170만원이 전부였다.

 ‘애초 돈 줄 마음이 없었던 거’였다.


“‘너 한번 당해봐’란 심보였겠죠. 내가 안 주면 너는 못 살아, 이런 거죠.

이혼 때 양육비를 약속하긴 했지만 아이들 위한 게 아니라 제가 쓰는 돈이라고 생각한 거예요.

 약속은 그냥 홧김에 한 거고. 이후론 아무렇지 않게 그냥 본인만 혼자 살았던 거죠.” 윤씨는 지난달 27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윤씨는 대리운전 회사에서 고객을 관리하는 시간제 알바를 한다.

막둥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다시 찾아오면서 할 수 있는 일이 달리 없다.


 벌이가 모자라 틈틈이 자동차에 들어가는 부품 조립 일을 집에서 한다. 개당 몇원씩밖에 못 받지만, ‘애 셋 딸린’

한부모 윤씨에겐 그나마도 감지덕지다.

 한부모의 삶은 대체로 고달프다.


■ 받는 경우가 오히려 드물다 한국에선 5쌍이 결혼할 때 2쌍이 이혼한다.

 지난해 인구 1천명당 결혼 건수를 뜻하는 조혼인율과 인구 1천명당 이혼 건수를 나타내는 조이혼율은 각각 5.5건,

2.1건이었다. 이혼 뒤 윤씨처럼 혼자 아이를 키우는 한부모 가구는 175만가구, 450만명(2014년 통계청)에 이른다.


전체 가구의 9.4%, 열 집 가운데 한 집꼴이다.

 이들 한부모 가구 중에선 통상 열 집 중 다섯 집(47.3%)이 엄마와 자녀로 구성된 ‘모자가구’고, 두 집(19.8%)이 아빠와 자녀인 ‘부자가구’다. 나머진 다른 가족 구성원이 함께 사는 경우다.


 한부모의 거의 대부분(87.4%)이 일을 하지만 월평균 소득이 189만6천원으로,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소득

(389만7천원)의 절반에 못 미친다.

2015년 여성가족부의 ‘한부모가족실태조사’를 보면, 홀로 아이를 돌봐야 하는 한부모가 자녀 양육이나 가사에 쓰는

시간은 하루 평균 4~5시간인데, 모자가구는 5시간30분, 부자가구는 4시간6분이었다.


 부자가구의 경우 자녀 양육·가사 시간이 일반 맞벌이 가구의 아빠들이 쓰는 시간보다 6배나 많다.

한부모가구는 18.5%가 기초생활수급 대상자, 28%는 차상위 계층이나 저소득 한부모 가족으로 국가 지원을 받는다.

사정이 이렇지만, 아이를 키워내는 부담을 전적으로 떠안은 한부모 대부분이 윤씨의 남편 같은 비양육부(혹은 모)에게서 양육비를 받지 못한다.


받는 경우가 오히려 드물다고 봐야 한다.

재판 등을 통해 양육비 채권을 갖고 있는 이가 10명 중 2명에 불과하고, 채권을 갖고 있어도 27.3%는 양육비를 받지

못한다.

 자신을 세상에 내어놓고도 책임지지 않은 부모를 아이는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







2014년 3월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양육비이행법)이 제정된 것도 윤씨와 같은 한부모들이 양육비를

 제대로 받을 수 있게 하자는 취지였다.

이듬해 3월부터 시행된 법은 비양육 부모의 양육비 이행을 확보하고, 이 과정을 지원하기 위한 기관으로 양육비

이행관리원(이행원)을 설치하도록 했다.


이행원은 법 시행과 함께 여성가족부 산하 기관으로 출범해 햇수로 3년째 운영 중이다.

글자 그대로 ‘양육비 이행 관리’가 기관의 주된 일이다.

 상대에게 양육비를 청구하는 채권자인 양육모(혹은 부)의 신청을 받아 비양육부(혹은 모)한테 양육비를 받을 수 있도록 당사자 간 협의, 관련 소송, 채권추심, 불이행 때의 제재 조처 등을 지원한다.


만 19살 미만(취학 중인 경우 만 22살 미만) 자녀를 양육하는 한부모나 조손가족이 대상이며, 이혼한 부모뿐만 아니라 미혼모나 미혼부도 지원한다.

수도권 이외 지역은 대한법률구조공단, 한국가정법률상담소 같은 이행원의 위탁기관이 대신 처리해준다.


 이행원 출범 뒤 올해 3월까지 만 2년 동안 접수된 상담 건수는 6만5000건. 이 가운데 공식 접수된 사례는 1만건,

비양육부모의 재산·소득을 조사해 합의 과정 등을 통해 받아낸 양육비는 144억원이다. 혜택을 받은 아이들이

1만4천명이다.

윤씨의 세 아이도 여기 속한다.


지난해 4월 윤씨는 이행원에 도움을 청했다.

이혼 뒤 2년 가까이 지나 생활이 어렵던 때다.

 아이들을 돌보느라 소득이 일정하지 않은 윤씨는 기초생활보호 대상자가 돼 집 보증금과 생계급여를 지원받았다.


 간간이 시간제 일자리로 돈을 벌지만 밑 빠진 독에 붓는 물이었다.

밀린 양육비는 1500만원이었다. 


 ■ 선진국처럼 제재 조처 있어야 

 이행원 협의성립지원부 직원은 윤씨의 요청을 받아 전남편에게 연락했다.

 양육비 이행을 촉구했고, 양육비를 주지 않으면 급여가 압류되거나 강제집행 등 법적 조처가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소득에 견줘 양육비가 부담스럽다면 액수를 줄일 수 있지만, 그 전에 성실한 이행이 우선돼야 한다고도 했다.


이행원에서 실시하는 아이들과의 관계 지원 프로그램 참여도 권했다.

그해 여름 윤씨의 두 아들과 전남편은 서울의 한 놀이동산에서 1박2일을 함께 보냈다. 아이와 아빠는 서로에게 편지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같이 잤다.


 이혼 전에도 집에 잘 없던 아빠와 함께 꼬박 이틀을 보낸 아들들은 “엄~청 좋아했다”. 윤씨의 전남편이자, 아이들의

 아빠는 그 뒤 지난해 가을부터 꼬박꼬박 양육비를 보내온다.

일을 자주 쉬어서 수입이 일정하지 않던 아빠는 이제 일도 꾸준히 하고 있다.


최근엔 아이들을 자주 만나고 윤씨와도 종종 본다.

 이따금 다 함께 모여 저녁을 먹는다.

“눈만 마주치면 싸웠던” 윤씨와 전남편은 이제 서로를 조심스레 대한다.


“저도 그렇고, 그분도 예전이랑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이행원이 훌륭한 중재 역할을 했죠. 전남편이랑 제가 직접

얘기하려면 좋은 소리가 오고 가기 힘들었을 텐데, 제 편의를 봐주면서 남편에겐 좋은 쪽으로 설득했어요. 덕분에

서로 얼굴 붉힐 일이 많이 줄었어요.”





지난해 10월 양육비이행관리원이 서울의 한 놀이공원에서 연 핼러윈 파티 모습. 이혼 뒤 관계가 소원해진 비양육부모와 아이들의 관계를 개선하는 프로그램 중 일부다. 양육비이행관리원 제공



지난해 10월 양육비이행관리원이 서울의 한 놀이공원에서 연 핼러윈 파티 모습. 이혼 뒤 관계가 소원해진 비양육부모와 아이들의 관계를 개선하는 프로그램 중 일부다. 양육비이행관리원 제공



이행원의 도움이 유용하지만, 아직까진 청하는 이들이 적다.

이혼이나 미혼인 한부모를 대상으로 자녀양육비 청구 및 이행확보 절차 신청에 대해 조사(2015년)한 결과를 보면,

 양육비 청구소송 경험은 6.7%, 양육비 이행확보 절차를 이용해본 경험은 5.9%에 불과했다.


이런 제도나 기관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충분히 알려져 있지 않은데다, 상대에게 양육비를 받을 수 없을 것으로 지레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 탓이다.

시행 2년여에 불과한 양육비이행법 자체에 개선해야 할 부분도 많다.


 법 15조 ‘양육비 이행 청구 및 조사’ 부분을 보면 ‘법원의 양육비 이행 청구서가 채무자에 송달되고, 이후 1개월 이내

 양육비가 지급되지 않는 경우’에만 이행원의 소득·재산 조사가 가능하게 돼 있다.

이 규정을 악용해 청구서를 고의로 받지 않거나 본인 재산을 타인 명의로 이전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양육비를 부담할 재산이 있는데도 이를 피하려는 것이다.

이행원 쪽은 소득·재산 조사의 조건이 되는 양육비 이행 청구서와 관련된 부분을 ‘발송 시점’으로 바꾸고, 양육비

미지급 기한도 현행 한 달에서 더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행원 관계자는 “이와 함께 양육비를 고의로 지급하지 않는 채무자에 대해선 선진국처럼 면허정지 등 제재 조처가

 있어야 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대통령 공약 ‘양육비대지급 제도’ 미혼일 경우 이혼한 경우보다 양육비를 받기 힘든데, 이 문제도 구조적이다.

이행원에 접수된 미혼 한부모(대부분 미혼모)의 상담 비율은 매우 낮다.


5월 기준 접수된 사례 9511건 가운데 미혼모는 536건(5.6%), 이 가운데 양육비가 지급된 것은 35건에 불과하다.

 성사율로 따지면 한부모는 16%가량이지만 미혼모는 6.5%에 그친다. 그만큼 받아낼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통계(2010년 인구주택총조사 형성원인별 한부모가구)를 보면 전체 한부모 가족 중 미혼모가 12%가량을 차지해요.


이혼한 경우가 33%, 나머지는 사별이나 조손가정 등이죠. 이행원을 통해 양육비를 받는 이들은 주로 이혼한 경우예요. 한데 정말 양육비가 필요한 경우만 놓고 보면, 다시 말해 사별처럼 상대가 존재하지 않거나 경제활동이 불가능한 경우 등을 제외하고 보면 미혼모 비율이 26% 이상이예요.


그럼 전체 양육비 신청 건수나 지급이행 건수도 이 비율대로 가야 할 텐데, 미혼모의 양육비 이행건수는 6.5%밖에

안 되죠.

이건 미혼모들에게 무언가 문제가 있어서 양육비를 받아내기 어렵다는 것을 뜻하는 거예요.

” 박영미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표의 말이다.


2015년 기준 미혼모 수는 2만4487명.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는 해마다 새로 발생하는 미혼모가 2천명가량일 것으로 추정한다.

이들이 상대로부터 양육비를 받아내려면 친자확인소송인 인지청구부터 해야 한다.

그런데 이혼한 이들과 달리 미혼모들은 주민번호 같은 상대 기본정보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연락이 끊겼거나 꺼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양육비를 받아내기 힘들 것 같다고 단정지어 지레 포기한다. 개인정보보호 예외 항목에 인지소송을 넣어 이행원이 최소한의 정보로도 상대를 특정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미혼모들은 통상 상대 전화번호는 알죠. 더러 돈을 주고받을 일이 있으니 은행 계좌를 아는 경우도 있어요.


 그럼 그런 정보만으로도 상대의 주민번호를 알 수 있어야 해요. 법으로 열어놓고 통신사나 은행에서 이행원 쪽에

알려주면 돼요. 그래야 인지소송, 양육비소송 같은 다음 절차들이 가능해져요.”

이행원에 친자 확인을 위한 정보조회 권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친부(혹은 모)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반론도 있지만, 아이의 생존권과 발달권을 침해하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보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양육비를 국가가 우선 지급하고 상대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양육비대지급 제도’ 도입을 공약했다.

양육비를 부모 사이에 얽힌 채권채무가 아닌, 아이를 세상에 낸 책임이 있는 부모와 사회가 아이에게 진 채무로

보는 것이다. 대


부분의 선진국이 이미 수십년 전부터 그렇게 하는 일을, 우린 이제서야 대통령 공약에 넣었다.

이미 태어난 아이들도 제대로 책임지지 못하면서 출산율 수치를 높이는 문제에 연연해할 일이 아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양육비이행관리원이 연 비양육부모와 아이들의 관계 개선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아이가 ‘우리 집’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양육비이행관리원 제공


양육비이행관리원이 연 비양육부모와 아이들의 관계 개선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아이가 ‘우리 집’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양육비이행관리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