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지사
김경수 경남도지사
[사진=연합뉴스]
김경수 법정구속 판결은 왜 논란이 되고 있나
지난 2017년 19대 대선 당시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댓글 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김경수 경남지사의 법정구속 후폭풍이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패닉'에 빠졌고, 자유한국당 등 야권은 문재인 대통령을 정조준하며 공세의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다.
한국당 일각에서는 지난 대선의 정당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대선무효'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당초 법조계는 물론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 지사가 무죄를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김 지사의 공모 사실을 입증할 직접적 증거가 부족한 데다, 드루킹 일당의 말이 오락가락 하는 등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였다.
실제 드루킹 일당은 특검 수사 과정에서 진술을 여러 차례 번복하는가 하면, 말을 맞춘 사실까지 드러나 이같은 예측에 힘을 실어주었다.
그러나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는 지난달 30일 1심 선고공판에서 댓글조작 가담 혐의(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에 대해 징역 2년,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댓글 작업을 지속하는 대가로 일본 오사카·센다이 총영사직을 제공하려 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에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김 지사를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은 포털사이트 회사들의 업무를 방해한 것에서 그치지 않고 온라인 공간의 투명하고 자유로운 여론 형성 기능을 심각하게 훼손한 심각한 범죄”라며 “거래 대상이 돼선 안 되는 공직을 제안하기까지에 이르러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김 지사와 공모했다는 허익범 특검과 드루킹 일당의 주장을 모두 수용한 것이다.
김 지사가 법정구속되자 야당은 맹공에 나서고 있다. 특히 한국당은 문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한편, 김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유죄 판결과 관련해선 문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특검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한국당은 지난달 31일 청와대 앞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여는 등 문 대통령을 향한 공세의 수위를 점점 높이고 있다.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김진태 의원은 '대선무효'를 주장하며 대선불복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민주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유죄 판결을 예상하지 못한 듯 당내에서는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드루킹 사건이 민주당이 문제 제기한 네이버 댓글 조작 의혹에서 시작됐다는 점에서 충격은 배가 된다. 민주당의 수사 의뢰가 나비효과를 일으켜 김 지사의 구속으로 이어진 셈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사태의 심각성을 의식한 듯 특별위원회까지 구성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한국당 등 야권이 문 대통령의 인지 여부를 거론하며 총공세로 나오고 있는 데다, 자칫 대선 불복 프레임에 갇히게 될 경우 정권의 정당성이 위협받는 등 국정운영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민주당이 강하게 방어막을 치고 있는 배경에는 한편으론 판결의 공정성에 대한 불신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김 지사가 법정구속된 직후 "사법부가 허술함이 드러난 여러 오염 증거를 그대로 인정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재판부가 진술을 바꾸거나 말 맞추기를 시도하는 등 신빙성이 떨어지는 드루킹 일당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드루킹 일당은 경찰 수사에서 '격려금 100만원을 한 번만 받은 것으로 하지 말고 다달이 받은 것으로 하자'고 말을 맞춘 사실이 드러나는가 하면, 지난해 8월 특검의 대질신문 과정에서는 김씨가 킹크랩 시연회가 끝난 뒤 김 지사로부터 격려금 명목으로 100만원을 받았다는 기존 진술을 번복하는 등 주장의 신빙성에 허점을 보이는 장면을 여러 차례 연출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성창호 부장판사의 이력에도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성창호 부장판사의 경력 등에서 정치적 배경을 의심할 요소가 충분하다"며 "양 전 대법원장의
비서실 판사를 했고, 상당한 측근으로 볼 수 있는 사람으로, 임종헌 전 법원행정차장 공소장에도 사법농단에 관여했다고 적시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지사의 1심 선고기일이 연기된 것도 논란이다.
당초 지난달 25일로 예정됐던 드루킹 일당과 김 지사에 대한 1심 선고가 30일로 연기된 것과 관련해 뒷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서기호 전 판사는 지난달 31일 YTN과의 인터뷰에서 "선고 연기는 일반적으로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전제한 뒤, "다만 이 사건에서는 하필이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영장실질심사가 있는 그날에 선고기일이 연기됐다.
그러니까 결국은 그 영장 발부 여부를 지켜보느라고 선고 연기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고 연기는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재판부가 왜 그랬는지는 알 수 없다는 취지다.
이번 판결과 관련해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김 지사가 법정구속됐다는 점이다.
법조계와 정치권 등에서는 김 지사의 구속 판결에 대해 대단히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서 변호사 역시 이 부분을 지적했다. 다음은 서 변호사가 인터뷰에서 주장한 내용이다.
"이 부분은 가장 심각한 이번 판결의 문제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도지사라고 해서 봐주려고 법정 구속을 안 하는 건
아니고요.
일반적으로 도지사에 대해서 법정 구속을 안 했던 이유는 현직 도지사로서 도정 업무를 이행을 해야 되는 그런 업무의 연속성 측면도 있지만 도지사가 일단 도주 우려는 없는 것이고요.
우리가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기준이 증거인멸 우려 또는 도주 우려입니다.
그다음에 그다음에 증거인멸 우려가 있느냐 이 부분인데 이 사안이 그리고 기존에 도지사에게 적용됐던 범죄 혐의 내용이 대체로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을 정도 사안은 아닌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사안도 보면 드루킹의 진술과 김경수 지사의 진술이 다른데 그렇다고 하면 김경수 지사가 드루킹의 진술을 뒤집을 수 있도록 회유한다든지 이럴 가능성이 있느냐, 이게 바로 증거인멸의 가능성인데 드루킹은 감옥에 갇혀 있기 때문에 사실 회유할 만한 특별한 이유가 없고 오히려 드루킹 쪽에서 계속 여러 가지 협박성 편지나 이런 것들을 보내왔던 상황이었거든요.
그래서 굳이 그것도 실형 2년밖에 안 되는데 2년의 실형을 선고하기 위해서 증거인멸의 우려도 없는데 법정 구속할
필요가 있었느냐.
그렇기 때문에 이 판결이 보복에 의한 판결이 아니냐 이런 의심을 사는 겁니다"
요컨대, 도주 우려와 증거 인멸 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현직 도지사의 경우 도정의 연속성 등을 감안해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과거 '성완종 게이트'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던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확연히 대비되는 판결인 셈이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실형 선고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 교수는 지난달 3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댓글·추천 올리기에 대해서 컴퓨터업무방해죄를 적용한 사례들이 있지만 내가 아는 한 모두 벌금형 정도였다"며 "여론훼손죄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데 이런 식
으로 처벌하는 건 원님재판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이번 판결에 대해 "미네르바 처벌하고 비슷한 동어반복의 냄새가 난다”고 꼬집기도 했다.
반면 재판부의 판결을 정치적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양 전 대법원장과 안태근 전 검찰국장 구속이 말해주듯 사법농단 사태 이후 사법부가 고위공직자에 대해 보다 엄격하게 판결하고 있을 뿐이라는 지적이다.
현직 도지사의 법정구속이 이례적이기는 하지만 판결은 어디까지나 재판장의 재량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반론에도 불구하고 판결을 둘러싼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31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게시된 '시민의 이름으로, 이번 김경수 지사 재판에 관련된 법원 판사 전원의 사퇴를 명령합니다'는 제하의 청원 은 글이 올라온지 하루 만에 21만 6천여명(2월 1일 오전 3시 기준)의 동의를 얻었다.
같은날, 사법농단 관여 의혹을 받고 있는 법관 10명에 대해 추가 탄핵소추를 제안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김 지사를 법정구속시킨 성창호 부장판사가 향후 탄핵소추 명단에 포함될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김 지사 유죄 판결과 법정구속을 둘러싼 공방이 앞으로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국가정보원에서 특수활동비를 상납받고 옛 새누리당의 선거 공천 과정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 당시 재판장 성창호
부장판사(가운데)가 법정을 개정하고 있다.
2018.7.20/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김경수 판결'에 대한 상식적 의문들
김경수 경남지사가 유죄판결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법정 구속도 됐다.
성창호 재판부는 '드루킹 일당과 김경수 지사가 공모했다'며, 허익범 특검이 기소한 혐의 거의 전부를 인정했다.
성창호 재판부는 김 지사에게 컴퓨터 등 장애 업무 방해 혐의로 징역 2년의 실형을, 공직 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10개월에 집행 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성창호 재판부의 판결은 판결 내용, 양형, 구속 여부 등의 거의 전 부분에 걸쳐서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들로 가득하다. 성창호 재판부는 물증이 부재한 김경수 재판에서 오염된데다 번복되기도 한 드루킹 일당의 주장을 100% 인정했다.
성창호 재판부가 유죄의 주요한 증거로 설시한 킹크랩 시연에 김경수 지사가 참석했다는 것도 직접적인 증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드루킹 일당의 주장과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의 사무실을 방문했다고 특정된 날에 킹크랩 시연으로 보이는 로그 기록이 나온다는 것 뿐이다.
성창호 재판부가 또다른 유죄의 증거로 설시한 드루킹 일당과 김 지사의 텔레그램 상의 대화 내용 역시 김 지사가
킹크랩의 존재를 알았거나 이를 이용하려고 했다는 객관적 증거로 보기에는 부족한 측면이 많다.
성창호 재판부가 김 지사에게 선고한 양형도 미스터리다.
박주민 의원에 따르면 성창호 재판부가 김 지사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컴퓨터 등 장애 업무 방해죄의 경우 2011년부터 56건 정도의 사건이 있었는데 그중에 실형이 선고된 게 1건도 없었다 한다.
또한 법원이 갖고 있는 양형 기준에 비추어봐도 최고가 1년 6개월이라는 것이다.
현직 도지사를 유죄 선고와 함께 법정구속한 것도 이해가 어렵다. 현직 도지사인 김경수가 도주할 우려가 있을 리 없고, 감옥에 있는 드루킹 일당과 증거를 인멸할 우려도 없는 마당에 성창호 재판부는 왜 굳이 김경수 지사를 법정구속한 것일까?
아무튼 결과적으로 성창호 부장판사는 김경수 지사에 대한 유죄 판결을 통해 민주당의 잠재적 대선주자 중 하나인
김경수에게 큰 상처를 줌과 동시에 지난 대선의 공정성을 두고 자유한국당 등의 야당과 비대 언론이 대통령을 물어뜯을 먹잇감을 던져줬다.
성창호 부장판사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비서실에서 2년간 근무(통상 고법부장급이 맡던 비서실장직을 제외하고 비서실에 판사가 파견된 것은 양승태 체제가 최초였다 한다)하였을 뿐 아니라 비서 판사를 한 뒤에 요직 중 요직인 서울지법 영장 전담판사를 거쳐 지금은 서울지법에서 부패 전담 재판장을 맡고 있는 이른바 '양승태 키즈'다.
게다가 성창호 부장판사는 정운호 게이트 당시 판사들의 뇌물 수수 혐의로 검찰의 수사가 게시되자 구속 영장과 관련된 정보를 복사해 법원행정처의 임종헌 차장에게 보고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던 사람이다.
양승태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후 '양승태 키즈'로 불리는 성창호 부장판사가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김경수 지사에 대해 유죄판결과 함께 법정구속하는 모습은 참 공교롭다.
자연인 양승태는 몰락했지만, 양승태 등이 만든 양승태 체제는 여전히 건재하다는 느낌이 드는 건 나뿐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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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실형' 성창호 부장판사, 양승태 '연금증액' 관여 정황
대법원장 비서실 근무때 공단직원 불러 자문
사법농단 수사기밀 유출에도 연루…참고인 조사도
'드루킹' 김동원씨(50) 일당의 포털사이트 댓글 순위 조작에 공모한 혐의로 김경수 경남도지사(52)에게 실형을 선고
하고 법정구속한 성창호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46·사법연수원 25기)가 과거 논란이 됐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연금 증액을 두고 국민연금공단(이하 공단) 직원들을 불러 자문을 했던 정황이 확인됐다.
31일 뉴스1 취재결과 성 부장판사는 지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대법원장 비서실에서 파견 근무를 하던 중 공단 직원들을 직접 자신의 사무실로 수차례 불러 양 전 대법원장의 연금 관련 설명을 듣고 논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그는 양 전 대법원장 취임 전 연금법이 바뀌면서 퇴직연금을 적게 받게 되자 공단 직원들에게 연금을 올릴 수 있는 방안 등을 문의하기 위해 사무실로 부른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대법원장의 연금 증액을 위해 대법원 차원에서 나선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법원행정처가
양 전 대법원장 취임 1년 후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법원장 연금산정시 문제점'이란 제목의 문건을 확보한 바 있다.
지난 2010년 공무원연금법이 개정되면서 전 경력을 합산할 경우 대법원장 보수가 아닌 대법관 시절 보수를 기준으로
퇴직연금이 산정됐는데, 대법원장 월급이 대법관 월급의 두배가량이니 이를 기준으로 계산해야 한다는 취지다.
법원행정처에서는 이에 대해 공단에 제도개선을 요구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성 부장판사는 이날 뉴스1과 만나 "사건 및 사건 관련 저에 대한 이야기 등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말씀
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공단 측 관계자는 "강압이 있었는지는 저희가 알 수 없지만 제도와 관련해 요청이 오면 가급적 가서 설명을 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성 부장판사는 2007~2009년 법원행정처에서 인사관리심의관과 인사심의관을 지내고 양 전 대법원장 시절 2년간 대법원장 비서실에서 근무하는 등 요직을 거쳤다.
그는 또한 이른바 '사법농단'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 참고인 조사를 여러 차례 받은 바 있다.
성 부장판사는 지난 2016년 '정운호 게이트' 사건 당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로 재직하며 신광렬 당시 형사수석
부장판사의 지시에 따라 검찰 수사기밀을 빼내 법원행정처에 전달되도록 한 혐의에도 연루돼 있다.
검찰은 구속된 양 전 대법원장을 재판에 넘긴 후 관련 법관들의 최종 사법처리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한편 전날(30일)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김 지사는 1심 결과에 대해 입장문을 내고 "재판장이 양 전 대법원장과 특수관계라는 점이 이번 재판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주변의 우려가 있었다"며
"그 우려는 재판 결과를 통해 현실로 드러났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경수 경남지사가 30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뒤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경수 판결 둘러싼 코미디 같은 논란이상한 판결,
무리하는 여당…어찌됐든 '내로남불'만 말하는 보수세력
코미디보다 정치가 재미있는 세상이다. 자유한국당 당 대표 출마한다는 어떤 사람이 ‘총체적 난국’이라고 했다는데,
그와는 다른 의미로 ‘총체적 난국’이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김경수 경남도지사 관련 판결 문제가 그렇다.
먼저 판결 자체의 문제다.
판결 다음날인 1월 31일 진보부터 보수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언론이 사설을 통해 집권 여당을 꾸짖었다.
어쨌든지 간에 공론장을 왜곡해 민주주의를 파괴한 드루킹들과의 공모 사실이 인정됐으니 뭔가 반성도 하고 겸허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언론 입장에서는 그런 지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다소 피상적 접근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드루킹 사건은 대선 캠프가 비밀리에 조직을 꾸려 불법 선거운동을 하다가 덜미를 잡힌 여느 사건과는 맥락이 다르다. 이런 경우 보통 자금 출처가 캠프나 당과 관련이 있기 마련이지만 드루킹들은 오히려 자기들끼리 재정사업을 해 만든 돈을 정치인을 엮는데 썼다. 선거판에서 이런 행태를 보이는 이들을 흔히 ‘브로커’라고 한다.
법원이 ‘공모관계’를 인정했다고 하지만 캠프 윗선에서부터 계선적으로 내려오는 어떤 체계가 있었다는 얘기가 아니다. 드루킹들의 진술만을 100% 인정한다 하더라도 김경수 지사가 이른바 댓글기계인 ‘킹크랩’의 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시
했다고 볼 수가 없다.
‘산채’에서 시연을 통해 프로그램의 작동 과정을 보여줬고 김경수 지사가 이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는 등의 제스추어로 ‘허락’을 했다는 게 드루킹들의 주장이다.
이런 사실관계로 볼 때 ‘공모’란 결국 드루킹들이 저지르는 행위를 묵인하거나 방조한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재판부는 김경수 지사와 드루킹 김동원 씨 사이에 오고 간 텔레그램 메시지 등을 근거로 ‘작업’의 지시와 보고가
일상적으로 일어났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런데 이 대목도 구체적으로 따져보면 드루킹들이 자기들의 실적(?)을 모아서 보고하면 김경수 지사가 알았다거나
고맙다는 취지의 의사표시를 한 것 정도에 불과하다.
이것조차 매번 이루어진 일이 아니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김경수 지사는 당시 후보 지근거리에서 일정과 메시지 관리를 포함한 거의 모든 것을 챙겼다고
하는데, 그 와중에 드루킹들이 수집한 수많은 뉴스들의 링크를 눌러 어떤 내용의 댓글이 달리는지 추천 수는 얼마나
되는지를 따졌을 것으로 생각하긴 어렵다.
재판부는 이와 관련한 모든 가능성을 “메시지를 보냈고 읽었다”는 하나의 개념으로 퉁치고 있다.
유무죄를 논하는 것은 법리를 엄밀히 따져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쨌든 이 정도만 갖고도 재판부가 김경수 지사를
드루킹들의 네이버에 대한 컴퓨터장애업무방해의 공범으로 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도 정도가 있다.
과연 실형을 선고하고 현직 광역지자체장이라는 사실도 감안하지 않는 법정구속을 시킬 일인가 상식적으로 의문이다.
물론 김경수 지사에게 잘못이 없는 게 아니다.
김경수 지사는 ‘브로커’와 ‘지지자 모임’을 구분하지 못한 걸로 보인다.
즉, 법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정치적인 잘못이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맥락이 작용했을 걸로 추정된다.
첫째는 보수정치세력은 정보기관까지 동원해 덧글을 달 정도였으므로, 지지자 모임이 자발적으로 만든 매크로
프로그램 정도는 괜찮다는 생각을 한 게 아니냐는 거다.
드루킹들의 행위를 알았으면서 만류하지 않았고 더 나아가서 소극적으로나마 이를 이용하려고까지 했다면 이런 추정이 힘이 실린다.
둘째는 다소 괴이한 면이 있긴 하지만 ‘경제민주화’ 등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드루킹들을 자신들과 철학적으
로 동질적인 집단으로 간주했을 가능성이다.
그냥 2천명짜리 열성적인 지지자 모임으로만 여긴 게 아니냐는 거다.
김경수 지사가 드루킹 김동원 씨에게 정책적 판단을 문의하는 등의 행위를 했다는 것과 센다이 총영사 등의 인사추천을 했다는 사실은 이런 추정을 뒷받침 한다.
이런 대목에서 우리는 정치 윤리의 어떤 빈곤함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건 비극이라기 보다는 희극에 가까울 것이다.
김경수 지사와 여당은 네이버 댓글 여론을 왜곡해서 공론장과 민주주의를 파괴했다는 것보다는 바로 이 지점에서 반성을 해야 한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같지 않은 것을 같다고 우기는 ‘내로남불’ 논리를 또다시 들고 나온 보수세력의 행태는 이 비극적 희극의 한 축이다.
자유한국당이 정권의 정통성을 문제 삼는 것은 정확하게 2012년 대선에서 국정원 댓글 사건의 재현을 기대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조선일보는 1일 사설에서 “민주당은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해선 ‘상상도 못할 범죄’라고 했다.
그런데 그보다 규모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드루킹 댓글 사건에 대해선 ‘개인 차원의 범죄’. ‘국정원 댓글이 새라면 드루킹 댓글은 파리’라고 한다”면서 “이들에게 내로남불은 체질화된 불치병이다”라고 했다.
과연 초법적 수단을 가진 정보기관이 인터넷을 통한 여론조작에 나서는 행위와 드루킹들의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댓글 추천 수 조작을 같은 층위에 놓고 다룰 수 있는 것일까?
드루킹들의 경공모와 느릅나무 출판사를 국정원에 비할 수가 있는 것인가?
국정원이 네이버 카페인가?
이런 주장이나 하니까 ‘새와 파리’와 같은 진부한 비유가 나오는 것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1심을 맡은 판사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공소장에 등장한다는 등의 이유로 이 판결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수사에 대한 ‘사법부의 복수’로 규정하는 분위기다.
김경수 지사에 징역을 선고하고 법정구속을 시키는 게 구치소에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어떤 도움이 될지
잘 모르겠다.
아마 여당이 이런 태도를 취하는 건 진위를 따질 물증 자체가 별로 없어 판사의 심증형성 과정 외에는 반론을 제기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나 과연 지도부가 총출동하다시피 해서 이런 주장을 전면에 내세울 일인가 의문이다.
국정을 책임지는 집권 여당의 태도로 볼 수도 없다. 오히려 개혁을 거부하는 사법부에 빌미를 줘 될 일도 안 되게
만들 수 있다.
보수세력은 집권 여당의 이런 태도를 두고 ‘사법농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입법부가 사법부를 정치적으로 압박해 2심에 영향을 미치려 하니 사법농단이고 그게 또 ‘내로남불’이라는 것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김경수 지사 재판 관련 정보를 변호인들에게 누설하고 청와대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재판에 개입
하고 말 안 듣는 법관들에게 뭔가 불이익을 줬다고 한다면 이런 주장도 인정할 수 있다.
하여간 이런 1차원적인 말장난에 지쳐가면서도 익숙해지는 국민들이 불쌍하다.
김민하 / 저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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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법정구속 징역형으로 정치적 치명상을 입으면서, 여권의 차기 잠룡들 수난사가 이어지고 있다.
31일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차기 잠룡들의 수난사는 지난 대선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후보 경선 당시 함께 후보로
안 전 충남지사의 '수행비서 성폭력 사건'으로 열린 잔혹사의 서막은 이재명 경기지사의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
여기에다 김경수 지사까지 법정구속으로 치명상을 입으면서 정치권에서는 '안이박김 숙청설'이 재주목 받고 있다.
'안이박김(안희정·이재명·박원순 등) 숙청설'은 지난해 10월19일 조원진 대한애국당 의원이 처음으로 언급했다.
다만 당시 조 의원은 '김'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고, 정계에선 이를 두고 김경수 지사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을 거론하는 등 다양한 해석을 낳은 바 있다.
전날(30일) 김 지사의 법정구속으로 '안이박김 숙청설'이 다시 주목을 받는 등 여권의 차기 대선 지형은 복잡한 상황에 놓였다.
안 전 지사는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민주당에서 '제명'이라는 징계를 받았고 재판 결과와는 무관하게 정치적 생명이 끊어졌다는 평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 지사는 '혜경궁 김씨' 의혹에 대해 검찰의 불기소 처분을 받았지만 '친형 강제입원 지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상태다.
박 시장은 다른 잠룡들에 비해 잠잠하지만, 서울시 도시개발 프로젝트를 두고 민주당 내 반발에 부딪혀 왔고, '여의도·용산 개발' 언급으로 집값 폭등 원인을 제기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여기에다 김 지사까지 징역형을 받고 법정구속되는 사태에 처하게 되자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감으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이낙연 국무총리,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유 이사장이 적극적으로 정계 복귀와 '차기대선 출마'를 부인하고 있지만, 당장 김 지사마저 실종된 상태에서 친노·친문계의 기대감이 유 이사장에게로 흘러갈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여권 내 차기 주자의 역학관계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유력한 주자들이 치명상을 입으면서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후보들이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댓글 조작을 벌인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30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與 "정권 정당성 달린 문제"벼랑끝 대치
'새해 경제활력 등 민생입법은 어쩌나'
야권은 김 지사의 문재인 대통령과의 연결 고리를 강조하며 대통령 수사까지 언급하고 나섰다.
문제는 이번 여야 싸움이 쉽게 끝나기 어렵다는 점이다.
야당은 총선 전 주도권을 잡기 위해 비판에 고삐 당길 것이고, 여당도 물러서지 않고 재판 결과를 문제 삼으며 여론전을 펼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 이날 자유한국당 의총에서는 문 대통령의 수사 가능성까지 언급됐다.
김 지사가 문 대통령의 최측근이었고, 지난 2017년 대선 캠프에서 핵심 인사로 활동한 만큼 연관성을 강조하며 '공범
불정권으로 낙인 찍어 주도권을 가져오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적폐세력 프레임에서
이처럼 야당이 문 대통령을 표적으로 삼고 정권의 정당성에 흠집을 내려고 달려들자, 여당은 초반부터 강력 대응하고 나섰다.
김 지사가 예상치 못하게 실형에 법정 구속까지 선고 받자, 사법부의 사법개혁에 대한 보복성 판결'이라며 대놓고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홍준표 전 지사의 경우 1심에서 징역형을 받았지만 법정 구속은 피한 점을 고려할 때 경남도정을 살피지 않은 부당한 결정이었다는 주장이다.
박 의원은 이날 사법농단세력 및 적폐청산대책위원회 모두발언에서도 "사법개혁 뿐 아니라 사법농단 판사들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겠다"며 시민사회와 함께 기구까지 만들겠다고 전면전에 나섰다.
이에 더해 대책위 위원장인 박 의원을 비롯해 홍익표, 이재정 의원은 민주당의 유튜브 채널인 '씀'에 김 지사 판결의
방송에서 이들은 법정구속과 형량에 대해 과도함을 제기하는 한편, 판결의 부당함을 호소했다. 이 의원은 "킹크랩 시연을 김 지사가 봤다고 하기 위해서는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는 그 공범자들의 짜깁기한 증거밖에 없다"며 문제를
이런 여야의 대치는 6개월 정도 걸리는 2심 재판 결과까지는 계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과정에서 정부·여당이 새해부터 추진해 온 '경제활력 찾기'정책과 소상공인 기본법 등 민생입법 과제는 줄줄이 밀릴 가능성이 크다.
다만, 한국당이 2월로 예정된 전당대회나 북미 정상회담 등 정치권 안팎의 다른 사안이 부각되면 '김경수 블랙홀'에서 빠져나올 공산도 없지 않다.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31일 옥중에서 경남도민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설날
인사를 대신했다.
/사진=경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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