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언론과 시사

다시 주목받는 화폐단위 변경..신중론 우세 속 "지금 해야" 의견도

                 

조선DB



조선DB







다시 주목받는 화폐단위 변경..신중론 우세 속 "지금 해야" 의견도






15년전 공론화 후 지지부진…

이주열 한은 총재 "논의할 때"일각 "내수부양 위해 지금이 적기"…

터키는 2005년 성공




화폐단위의 액면가치를 변경하는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리디노미네이션은 15년 전 집중적으로 거론됐고 한국은행 총재가 국회에 출석할 때 나오는 단골 질의 중 하나가 됐다. 편의성·화폐위상 증대 등 장점이 명확함에도 사회적 비용 증대로 아직은 신중론이 앞서는 분위기다.


한은도 한 발 물러서 사회적 합의를 모은 뒤 정치권의 움직임이 선행되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들어 내수부양을 위해서라도 리디노미네이션을 단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어 관련 논의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2004년 급물살 타다 무산…박승 "임기 중 가장 안타까운 일"

근래에 리디노미네이션에 관한 공론화가 활발했던 시기는 2004년이었다.

 당시 논의는 한은이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박승 전 총재가 2002년 임기를 시작하면서부터 한은의 독립성과 함께 낡은 화폐제도의 개혁을 중점 목표로 제시했다. 화폐 액면가를 동일 비율의 낮은 숫자로 변경해 편의성을 높이고 원화의 대외가치를 높이기 위한 목적이었다.

박 전 총재는 전담팀을 꾸린 뒤 연구를 거쳐 해외 사례와 국내 현황, 구체적인 실행계획과 일정까지 담긴 '화폐제도

선진화 개혁안'도 만들었다.


당시 한은은 연구결과를 통해 "1000대1로 화폐 액면 단위 변경을 해도 '전' 단위가 도입되므로 물가 걱정은 없다.

 비용은 최대 2조6000억원인 반면 효과는 5조원 이상"이라고 했다. 김효석 당시 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법 개정안을

내는 등 국회에서도 힘을 실어주면서 리디노미네이션은 현실화되는 듯했다.

제동을 건건 청와대와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였다. 물가불안을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리디노미네이션은 원론적으로는 화폐 단위의 숫자만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하지만 2800원인 커피 한 잔이 2.8원이 되는 과정에서 3원으로 '우수리 인상'되는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또 국민들이 한동안 신권과 구권을 병행하고 현금자동입출금기(ATM)와 전산시스템을 변경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

증대도 정치적으로는 부담이다.

박 전 총재는 퇴임 후 리디노미네이션을 성사시키지 못한 걸 임기 중 가장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이후 '리디노미네이션'은 한은 총재가 업무보고나 국정감사를 위해 국회에 설 때마다 반짝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됐다.

 한은은 이때마다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신중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제시했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 2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 출석해 "리디노미네이션 논의를 할 때가 됐다고 생각은

 한다. 그러나 장점 못지않게 단점도 따르기 때문에 논의를 하더라도 조심스럽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논의 주체가 정치권이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부선 "돈이 돌게 해야 할 지금이 적기"…터키선 2004년 화폐개혁 성공


터키 리라화/블룸버그


터키 리라화


/블룸버그          





한은이 신중한 태도를 고수하고는 있지만 리디노미네이션에 대한 논의는 지속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특히 경기가 침체돼 저물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오히려 리디노미네이션을 해야할 적기라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화폐액면 단위를 변경하는데 따른 비용을 내수부양 수단으로 활용하자는 논리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는 "올해 우리나라의 수출, 투자, 소비가 모두 침체되고 있는 상황인데 내수부양을 위해 리디노메네이션을 해야할 적기가 아닌가 한다"며 "지하자금을 양성화 시키는 효과도 있을 걸로 보인다"고 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우리나라 수준의 경제규모를 갖춘 나라 중 달러 대비 이렇게 큰 화폐 단위를

 쓰는 나라는 없다"며 "사회적 비용에 대한 우려는 있지만 인플레를 오히려 유도해야 하는 지금이 추진하기 적절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근래 리디노미네이션에 성공한 국가로는 터키가 있다.

터키 정부는 2005년 리디노미네이션을 단행했다.

1970년대 이후 인플레이션 누적으로 리라화의 대외가치가 급락하면서 미달러 환율이 1달러당 134만 리라에 달했다.


1998년부터 리디노미네이션을 추진한 터키는 중앙은행에 화폐단위 변경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각 관계기관이 참여하도록 했다. 국회에서 두 차례 보류되기도 했지만 7년간의 논의를 거쳐 100만리라를 1신(新)리라로 절하하는 데 성공

했다. 이후에도 각종 거시지표가 안정세를 보이는 등 큰 혼란이 발생하지 않아 성공사례로 평가 받는다.


우리나라도 정부가 수립된 뒤 두 차례 화폐의 액면변경을 단행한 바 있다. 첫 번째는 1953년이었다. 한국전쟁 중 자금

마련을 위해 통화를 대거 발행하면서 인플레이션과 통화가치 폭락이 일어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100대 1로 화폐액면금액을 절하하는 조치를 했다. 화폐단위도 '원(圓)'에서 '환'으로 바뀌었다.


두 번째는 1962년에 단행됐다. 곳곳에 숨어 있는 퇴장자금을 양성화해 경제개발에 필요한 투자자금을 활용하기 위해서 였다. 액면금액은 10대 1로 절하됐고, 화폐 단위는 현재의 '원'으로 변경됐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임한별 기자

    



화폐 단위 바뀔까… 이주열 '리디노미네이션' 가능성 시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화폐의 액면가를 변경하는 리디노미네이션 가능성을 시사했다. 오랫동안 유지한 화폐 단위가 바뀔지 관심이 쏠린다.  


이주열 총재는 2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리디노미네이션 관련 질문에

 “리디노미네이션 논의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장점 못지않게 단점도 따르기 때문에 논의를 하더라도 조심스럽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리디노미네이션은 화폐의 액면가를 동일한 비율의 낮은 숫자로 변경하는 조치를 말한다. 달러 대비 높은 화폐단위를

 낮추는 리디노메이션이 진행되면 원화의 대외가치가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 다만 물가상승과 화폐교환 등 사회

 비용이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이 총재는 “한은이 화폐를 발행하는 당사자라 혹시 결론을 내고 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며 “경제주체들에게 불필요한 불안감을 줄 수 있어 먼저 거론하는 것은 늘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총재는 ‘국회에서 전문가들과 함께 공론화를 해보는 것은 어떠냐’는 이 의원의 제안에 동의하며 논의 주체가

정치권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리디노미네이션에 대한 필요성을 지속해서 드러내왔다.

그는 2015년 국정감사에서 화폐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질문에 “리디노미네이션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논란이 뒤따르자 “리디노미네이션의 기대효과와 부작용이 분명하다. 사회적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남의 namy85@mt.co.kr






돌 화폐
       
    

돌 화폐





교환을 촉진하는 화폐는 문명 발전의 원동력이죠…


전자화폐 시대에도 화폐의 역할은 여전히 존재해요


지난해 11월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 아현지사 통신망이 불에 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마포구·용산구·서대문구·은평구 등 일대 통신이 한동안 먹통이 됐다. 또한 ATM기와 카드결제도 이용할 수
 없었다.

이 일대 주민과 직장인들은 인근 식당이나 편의점에서 현금 결제를 해야 했다.
 신용카드·체크카드·간편결제 서비스를 주로 이용해온 소비자들은 현금으로 지불해야 하는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다양한 종류의 화폐

이 사건은 ‘화폐’가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했다. 화폐는 재화와 서비스의 교환을 쉽게 해주는 수단이다.
화폐를 매개로 재화가 교환되고 유통되는 경제를 화폐경제라고 부른다.
 화폐 경제는 오래전부터 조금씩 발전해왔다.

우리 선조들은 현재의 기준에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조개껍질을화폐로 사용했었고, 커다란 돌과 동물 뼛조각도
 마다하지 않았다.
 금·은과 같은 여러 귀금속도 화폐 기능을 했다. 당시 사회에서 널리 받아들이는 것들이 거래수단으로 사용됐음을
 알 수 있다.
분업을 이끈 화폐의 출현

그렇다면 화폐는 어떻게 우리의 삶속에 깊숙이 들어오게 됐을까? 화폐가 출현하기 이전에는 물물교환이 성행했다.
 각자가 필요한 것이 있을 경우, 각자가 가진 물건을 일정 비율로 교환했다.
  사과를 가진 이가 배를 가지고 싶고, 배를 가진 이가 사과를 가지고 싶은 경우 서로 합의하면 교환거래가 성립했다.

하지만 욕구의 일치를 찾는 과정은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들었다.
불편하기도 했다.
매번 큰 물건을 가지고 오가기도 어려웠다. 화폐가 출현하면서 이런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됐다.

화폐가 출현하자, 교환은 더 활발하게 일어났다.
더 많은 교환을 위해 개개인이 잘하는 영역을 특화해 많이 생산했고, 더 많은 것으로 바꿀 수 있게 됐다.
화폐를 주고 물건뿐만 아니라 서비스도 살 수 있게 됐다. 예

술작품도 구매할 수 있었다. 예술가는 더 많은 화폐 소득을 얻기 위해 예술 활동을 특화했고, 일반 직장인은 각자 맡은 업무를 수행해 화폐 소득을 올렸다.
 그 화폐를 자기계발에 쓰거나 먹고 싶은 음식을 사먹거나, 여행비로 쓸 수 있었다.
 화폐가 사회적 분업을 촉발시켰고 문명 발전의 원동력이 됐다.


화폐의 역할

그렇다면 경제학에서 화폐의 역할은 무엇일까?
 교환의 매개수단, 회계 단위의 기준, 가치저장의 수단 등 세 가지가
 기본적인 역할이다.
원하는 물건을 사고자 하는 구매자가 파는 사람에게 화폐를 지불할 때 화폐는 교환의 매개수단이다.

 회계 단위의 기준이란 마트나 편의점 등에 붙어 있는 재화에 대한 가격을 정할 때를 예로 들 수 있다.
우리가 돈을 모아 은행에 저축을 해두는 것은 가치저장의 수단으로서 기능하는 예다.
 이런 화폐가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제 우리는 실물화폐가 없는 전자화폐 시대에 살고 있다.
 그렇다고 화폐의 기본 성격과 중요성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 jyd541@hankyung.com





이주열 한은 총재가 말하는 '리디노미네이션'이 뭐길래







[만파식적]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







베네수엘라가 지난해 8월 기존 화폐인 ‘볼리바르 푸에르테’의 단위를 10만 대 1로 낮춘 새로운 화폐 ‘볼리바르

소베라노’를 도입했다.


 세계 최대 원유 매장량을 바탕으로 한때 중남미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였지만 하이퍼인플레이션에 버금가는 물가상승으로 경제가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자 화폐단위에서 0을 무려 다섯 개나 지우는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을 단행한 것이다.

리디노미네이션은 화폐단위를 변경하는 것이다. 화폐단위를 보통 100 대 1 또는 1,000 대 1 등으로 조정한다.

 화폐 거래의 편의성과 회계 기장의 간편화, 통화 위상 제고, 지하자금 양성화 등의 장점이 있는 반면 국민들의 심리적인 저항, 화폐 제작비용, 유동자금의 부동산 쏠림 현상 등 부작용 때문에 찬반 논란이 여전히 뜨겁다. 

우리나라는 정부수립 이후 두 차례 리디노미네이션을 단행했다.

한국전쟁 중이던 1953년 2월과 박정희 군사정부 시절인 1962년 6월이다.

1차에는 100원이 1환, 2차에는 10환이 1원이 됐다. 두 차례 모두 군사작전 하듯이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국민적 공감대가 없었기 때문에 그만큼 충격도 컸고 경제효과는 반감됐다.

민주화 정부가 시작된 1990년대 이후로도 정부가 바뀔 때마다 리디노미네이션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2010년 발간한 자서전에서 2004년 리디노미네이션을 추진했던 사실을 공개했다.

박근혜 정부도 공식적으로는 부인했지만 지하경제 양성화와 내수부양 등을 위해 극비리에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25일 국회재정위원회 답변에서 “리디노미네이션을 논의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그동안 리디노미네이션을 둘러싼 논란을 의식했기 때문일까.

그는 “장점 못지않게 단점이 많아 조심스럽게 할 필요가 있다”며 “논의 주체는 정치권이 돼야 한다”고 한발 물러섰다.

커피 전문점이나 음식점에서는 이미 메뉴판 가격 표시에서 뒤의 0 세 자리를 빼고 표기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네 자릿수 화폐단위를 가진 국가는 한국뿐이라고 한다. 리디노미네이션의

 필요성은 이미 정부도 인정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여전히 찬반 의견이 엇갈린다. 누가 언제 칼을 뽑을 수 있을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일이다.




    /김정곤 논설위원



<저작권자 ⓒ 서울경제,







(위)한국은행이 최초 발행한 1000원(圓)권과 (아래)3차 통화조치후 발행된

오백원권


/한국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