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언론과 시사

매순간이 봉준호스러운 영화 '기생충'




  •  영화 <기생충> 봉준호 감독 인터뷰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 영화
    영화 '기생충'




    매순간이 봉준호스러운 영화 '기생충'



    [양유창 기자의 시네마&] '기생충'에서 가장 빛나는 장면은 영화 중반부에 나온다. 폭우가 쏟아지는 와중에 기택
    (송강호) 가족이 계속해서 계단을 내려간다. 카메라는 수직 트레킹으로 이들을 쫓는다.
    어둠 속 가로등 빛이 계속해서 하강하는 빗줄기를 비춘다. 빗소리가 점점 둔탁해진다.

    내려갈수록 그곳은 더 음습하고 불안한 세계다.
    이 장면은 마치 디스토피아를 그린 SF영화처럼 상징적이다.
     저 위의 세계가 꿈이었다면 이제 현실로 돌아갈 시간이다.

     순간 기택의 아들 기우(최우식)와 딸 기정(박소담)멈춰선다.
     숨 가쁘게 이야기를 전개해온 영화는 여기서 숨을 고르고 방향을 튼다.

    계단이라는 상징물은 넘어설 수 없는 계층 차이를 묘사하는 영화에서 자주 등장했다.
    봉준호 감독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뒤 수상 소감에서 언급한 김기영 감독의 영화에도 계단이 자
    나왔다.

    기생충과 주제를 공유하는 '하녀' '충녀'에서도 집 안의 계단은 극복할 수 없는 계층을 상징했다.
    '기생충'은 계단의 의미를 집 안을 넘어 동네로까지 확장했다.


    "이것 참 상징적이네."


    영화

    영화 '기생충'



    영화 속에서 기우는 자주 이렇게 말한다. 영화에 깜짝 출연하는 친구(박서준)가 기우에게 선물로 가져온 수석을 보면서도 이렇게 말한다.
     수석은 진열장에 놓으면 값비싼 물건이 되지만 물속에 놓으면 다른 돌들과 구분되지 않는 평범한 돌일 뿐이다.

    영화에서 유명한 건축가가 설계했다는 멋진 집도 마찬가지다.
     누가 사느냐에 따라 집의 의미는 달라진다.
    위치는 모든 것을 변화시킨다.
     햇빛 안 드는 반지하에 살 때와 햇빛 잘 드는 건축가가 설계한 집에 살 때 기택네 가족은 전혀 달라 보인다.

    영화는 빈부 격차를 이야기하지만 그 원인까지 파헤치지는 않는다.
    멋진 집이 소재지만 부동산이나 최저임금 같은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대신 영화는 부유하고 가난한 서로 다른 가족을 한 집에 데칼코마니처럼 겹쳐 놓고 그 차이를 묻는다.
    그 차이는 의외로 되게 단순하고 사소하다.





    영화


    영화 '기생충'


    기우는 박사장(이선균)과 연교(조여정)의 딸 다혜(정지소)의 영어 과외교사로 그 집에 들어간다.
    기우가 다혜에게 써보라고 말하는 단어 중 'pretend'가 있는데 이 단어는 기우네 가족을 상징한다.
    부자인 척, 명문대를 나온 척, 고급 제품에 익숙한 척하더니 급기야 그 집에 사는 척한다.

    여느 영화라면 여기서 인간의 욕망을 이야기의 동력으로 삼을 것이다.
     김기영 감독의 '하녀' '충녀'도 그랬다. 계층을 넘는 사랑, 불륜 같은 것들이 집주인이 되고 싶은 욕망을 넘어 결국
    파멸로 치달았다.

     그런데 봉준호 감독은 오히려 '사랑'을 조롱한다.
    감정의 소용돌이를 제거하는 대신 더 부차적인 것을 물고 늘어진다.
    서로 다른 세계에 살고 있어서 절대 만날 일 없을 것 같은 두 사람이 만났을 때 부딪히는 지점은 감정 이전에 사소한
    디테일에 있다고 말한다.

    "그래도 사모님을 사랑하시죠?"

    기택의 이 대사는 두 차례 나오는데 기택은 별 뜻 없이 한 말일 수 있지만 박사장은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기택이 선을 넘는다고 생각한다.
     박사장의 미묘한 표정 변화에는 사랑이라는 아주 내밀한 감정을 공유하려 드는 행위는 명함을 공유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생각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이 영화가 차별화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영화 속 인물 누구도 욕망에 의해 움직이지 않는다. 크게 세 집단으로
    나뉘는 여러 캐릭터들 중 욕망에 눈먼 사람은 아무도 없다.
     대신 행주 빤 것 같은 냄새, 선을 넘어온다는 생각, 열등감을 느낀 사람의 자격지심이 충동을 자극해 사건이 벌어진다.





    "가장 완벽한 계획은 무계획이야."

    영화


    영화 '기생충'


    빗속에서 계단을 내려오는 빛나는 장면 이후 기택은 가족에게 이렇게 말한다.
     계획이 없다는 그의 말처럼 이후 벌어지는 사건들은 예측이 거의 불가능하다.
     비가 갠 후 연교는 아들의 생일 파티를 계획하지만 사건은 계획과 무관하게 진행된다.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는 순간의 짜릿한 서스펜스가 영화 후반부 내내 계속된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더 이상 언급하지 않는 편이 좋겠다).

    '기생충'은 봉준호 감독의 전작들 중 어느 영화와도 닮지 않았지만 매 순간 봉준호 영화의 특징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작품이다.

    모자란 듯하지만 능력자인 소시민, 평범하지 않은 가족과 과하지 않은 가족애, 가장 이질적인 두 인물의 만남,
    예상치 못한 비밀 공간, 빠르게 치고 가다가 속도 조절하는 순간의 주제 전달, 수직 혹은 수평 한 방향으로 움직
     동선, 툭 치고 빠지는 유머 등 봉준호 영화의 요소들이 잘 어우러졌다.







    영화



    영화 '기생충'


    봉준호 감독은 이야기뿐만 아니라 기술적 성취를 중시하는 테크니션이기도 한데 '기생충'에서도 비주얼과 사운드의
     미학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설국열차'까지 필름 사용을 고집하다가 '옥자'를 통해 뒤늦게 디지털로 넘어온 그는
     '기생충' 역시 '옥자'만큼이나 공을 들였다. 덕분에 풍부하고 선명한 4K 화질의 색감과 세밀하고 다층적인 돌비
    애트모스 사운드를 통해 두 가족의 블랙코미디를 즐길 수 있다.

    '버닝'에서 황홀한 노을 색감을 스크린에 그대로 박제해낸 홍경표 촬영감독은 '기생충'에선 탁월한 부감 쇼트
    (피사체를 위에서 내려다 보는 장면)로 장면의 공기를 장악한다.
     정재일 음악감독은 '옥자'에서 선보인 경쾌한 브라스 음악과 달리 이번엔 현악, , , 아카펠라 등 다양한 악기를
     사용해 서스펜스를 자극한다.







    영화


    영화 '기생충'


    칸 영화제에선 여러 배우들 중 송강호만 주목받았지만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 이선균, 조여정, 이정은, 정지소 등
     배우들의 출연 분량이 고르고 앙상블이 좋은 영화다.
     특히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장혜진과 이정은은 놀라운 존재감을 보여준다.







    영화


    영화 '기생충'



    [양유창 기자]

    [매일경제 & mk.co.kr,








    72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이 개봉 첫 날 56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 시동을 켰다.


    출처|'기생충' 스틸









    봉준호 "'기생충'이 표준근로 아이콘 된 점, 너무 민망"      

       
    "20년째 나는 똑같다. 시나리오 쓰다가 콘티 그리고, 찍고 편집한다.
    여전히 (개봉을 앞두면) 불안해한다."

    칸국제영화제 최고 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지만 봉준호 감독은 생각보다 덤덤한 모습이었다.


    그의 말대로 "칸은 이미 과거가 됐기" 때문일까. 봉 감독은 이번 수상으로 "전체 영화산업의 무게를 짊어지고 싶지는

     않다"고 털어놨다.

    영화 <기생충> 개봉일인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봉준호 감독을 만났다.


     <기생충> 백수 가족의 장남 기우(최우식 분)가 친구의 소개로 글로벌 IT기업 CEO 박사장(이선균 분)의 저택에

    과외 선생님으로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칸에서 쿠엔틴 타란티노와의 만남 






     영화 <기생충> 봉준호 감독 인터뷰 사진  

         

    CJ엔터테인먼트

       

               



     
    감독 데뷔 20주년에 뜻깊은 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은 새삼 20년 전 데뷔작이었던 <플란다스의 개> 당시를 회상했다.
     배우 변희봉과 함께 서울극장에서 소수의 관객과 함께 영화를 관람했던 기억을 털어놓은 그는 이제 명실상부 세계적인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20년 전 변희봉 선생님을 모시고 주말 낮에 서울극장에서 <플란다스의 개>를 본 적이 있다. 이미 그때는 흥행이

    안 되기 시작한 때였다.

    결국 1, 2주 만에 (극장에서) 영화를 다 내렸고 길게 갈 수 없다는 선고를 받은 상태였다.


    식사에 반주를 한 잔 해서 둘다 얼굴이 붉어진 채 영화를 봤다.

     변 선생님이 '온 사람들은 다 좋아하네' 하셨다.

    문제는 (관객이) 많이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제 생각해보니 저를 위로하려고 그런 말씀을 하신 것 같다.


     수상이

    발표됐을 때 변희봉 선생님께도 축하한다는 문자를 받았다."

    이번 칸영화제에서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과의 후일담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Once Upon a Time in Hollywood)>로 칸 경쟁부문에 초청된 타란티노 감독은 마지막 폐막식까지 남아 있었지만 수상이 불발됐다.


    알고 보니 소통에 문제가 생겨 타란티노 감독은 본인이 수상하는 줄 착각하고 있었다는 것. 봉 감독은 영화제 폐막

     전날 타란티노 감독을 만났다고 했다.

    "(쿠엔틴 타란티노는) 좋은 형이고 다정다감한 면도 있다.

    최고의 스타이지 않나. 이번 칸에 기라성 같은 감독이 많이 왔지만, 그는 스타 중 스타다.


    (칸에서) 서로 만날 일이없었는데 24일 폐막 전날 영화제 측에서 소집한 공식 디너 행사가 있었고 거기서 만났다.

    서로 늘 하던 대로 덕담을 주고 받았다. '아이 허드 매니 원더풀딩 어바웃 유어 필름(I heard many wonderful thing

     about your film)', '소 그레이트(so great)' 이런 대화를 나눴다."




    "빨리 황금종려상 수상이 잊혀야 한다" 
              
            


     영화 <기생충> 봉준호 감독 인터뷰 사진

     CJ엔터테인먼트



     
    그동안 <설국열차> <옥자> 등 스케일 큰 영화로, 또 미국 할리우드로 활동 영역을 넓혔던 봉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6년여 만에 봉준호다운 영화로 돌아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영화를 직접 만들었던 그의 말은 달랐다
            

    봉 감독은 "내가 영화를 준비하는 과정은 항상 디졸브처럼 겹친다""관객분들 입장에서야 개봉하는 순서대로 보니까 돌아왔다고 느끼겠지만, 나는 계속 일을 해왔기 때문에 '동시 패션'의 느낌"이라고 답했다.

    이어 "이 사이즈로 돌아왔다는 아늑함은 있다.


     외국이냐 한국이냐 보다는, 영화의 크기에 대한 안도감이나 편안함 같다. <설국열차><마더>가 천체망원경이라면 <기생충>은 현미경으로 찍은 듯한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기생충>은 주 52시간 근로시간을 지키며 촬영한 영화라는 점에서 더욱 뜻깊다.

    '52시간' 정책이 한국에서도 시행 1주년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 <기생충>의 결정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뜨거웠다. 봉준호는 "나와 <기생충>이 표준근로의 아이콘이 된 점은 너무 민망하다"며 손사래를 쳤다.


    "우리는 영화계 표준근로계약 도입에 공헌한 게 없다.

    영화산업노조와 대표적인 투자 배급사, 제작사들이 장기간 동안 논의를 거쳐 정착된 것이다.

     2017년 이후부터 메이저 투자배급사에서 제작하는 영화들은 대부분 그렇게 찍은 것으로 알고 있다.


     스태프들의 급여도 정상화 됐기 때문에 미국, 일본 스태프와 비교해서도 뒤지지 않는다더라. 제작부 막내 스태프에게 물어보시라. 우리만 지킨 게 아니고 봉준호와 <기생충>은 표준근로 정착에 공헌한 바도 없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봉준호는 올해로 꼬박 20년차 감독이 됐다. 그동안에도 국내외에서 수많은 상을 수상했지만 최고 영예의 상을 받고 난 이후이기에 그의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도 더욱 커졌다.

     이에 대한 봉준호의 부담감 역시 클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그는 "빨리 잊어버리고 싶다"며 귀국길에도 새 영화 시나리오를 썼다고 털어놨다


    "(칸에서) 귀국할 때도 시나리오를 썼다.

     빨리 (수상이) 잊혀야 한다.

     이게 제 커리어 하이라고 생각하면 무섭다.

    이후에 언덕 길을 굴러 떨어진다는 소리가 아닌가.


     그럴 수는 없다.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감독된 지 이제 20주년을 맞았다.

     앞으로 20년을 더 버텨서 현역으로 있고 싶다.


     현역으로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다).

    한국에선 이제 50대를 맞았다.

    앞으로도 시나리오를 쓸 것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영화 <기생충>의 공식 상영이 열린 21일 저녁, 봉준호 감독과 배우들이 레드카펫을 걷고 있다.


    영화 <기생충>의 공식 상영이 열린 21일 저녁, 봉준호 감독과 배우들이

    레드카펫을 걷고 있다.


    CJ ENM

      


    최우식·박소담 향한 봉준호의 특별한 요구 "최대한 더럽게..."


    [비하인드] 공식 상영 직후 '브라보' 외치는 소리도 들어...

     "기분 너무 좋았다"




    영화 <기생충>이 제72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의 주인공이 됐던 그 날 최우식, 박소담은 이미 한국에 있었다.

     일정상 봉준호 감독, 배우 송강호보다 먼저 귀국했던 이들은 인터넷 생중계로 혹은 다음 날 사진과 영상을 통해

    수상 소식을 접하고 그 기쁨을 나눴다

    30일 개봉을 맞아 국내에서 <기생충> 주역들이 다시 인터뷰 중이다.

     앞서 칸영화제 기간 중 팔레 드 페스티벌 내 라운지에서 만난 박소담과 최우식은 "레드카펫을 매우 기대하고 있었다"고 소감을 밝힌 바 있다.

    최우식은 각종 사진과 영상을 찾아보며 레드카펫 행사를 연구(?)했고, 박소담은 그와 반대로 생생한 현장을 느끼고

    싶어 전혀 찾아보지 않고 영화제에 참석했다는 후문.
    "대본 읽은 후 뭔가 허했다"

    < 기생충>에서 박소담과 최우식은 남매로 분했다.

     기우(최우식)는 반지하 방에 살며 하루벌어 먹고 사는 기택(송강호) 가족이 부유한 박 사장(이선균) 저택에 순차적

    으로 취직하게 하는 데 시발점이 된다. 여기에 더해 기정(박소담)은 특유의 손재주로 박 사장네 신임을 얻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두 캐릭터 모두 극의 사건 전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

    영화가 세계적으로 괴리가 커지고 있는 경제 계급을 풍자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인 가운데 두 사람은 대본을 처음

     본 후 어떻게 해석했을까

    "읽고 나서 우리가 살아가는 삶 그 자체라고 생각했다.

    뭔가 아주 특별한 가족이 나오는 게 아닌데 읽고 나니 많은 생각이 들었다.

    가슴이 뻥 뚫려서 뭔가 허하기도 하고, 멍해지기도 했다.

    혼자 되게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했다. 촬영 전까지 그래서 선배님들과 감독님과 빨리 얘기하고 싶었다." (박소담)

    "같이 웃고 즐길 수만은 없는 작품 같았다. 뭔가 팝콘 무비는 아니었고, 어떤 캐릭터를 봐도 관객에 따라 감정이입될 수 있는 영화였다.

     보고 나서 서로 얘기를 많이 할 수 있을 것 같더라.

    역할 하나하나에 저마다 스토리가 있는데 모두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는 게 흥미로웠다." (최우식)





     영화 <기생충> 팀.


    영화 <기생충>에서 장남 기우 역을 맡은 배우 최우식.


    CJ ENM





     영화 <기생충> 팀.



    영화 <기생충> 에서 막내 기정 역을 맡은 박소담.


    CJ ENM

      



      

    전원 백수 가족의 특별함

    봉준호 감독이 첫 촬영을 앞둔 두 사람에게 가장 먼저 요구했던 건 바로 자연스러움이었다.

    박소담은 "사실 우식 오빠를 만나기 전까지 서로 닮은 걸 인정 안 했다""감독님께선 우리에게 멋쩍어하시며

    잘 씻지 않아 더럽고, 최대한 내추럴 한 모습으로 왔으면 하셨다"고 당시 일화를 전했다.

    그렇게 기택과 충숙(장혜진), 기우, 기정의 조합이 완성될 수 있었다.

    어찌 보면 얼굴에 철판을 깔고 박 사장 집에 기생하는 이들이 얄미워 보일 수 있고, 한편으론 경제적으로 몰락한 우리 사회의 어떤 가정들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애잔해질 수도 있다


    "아버지가 악하지 않고, 엄마도 착해서 우리가 모나지 않게 자란 것 같다.

    전 기우와 기정을 그렇게 생각했다. 영화에서도 그런데 실제로 소담과 오빠 동생 이런 호칭을 잘 안 했다.

    누가 오빠이고 누가 누나인지 모를 느낌으로 가길 감독님이 원했거든." (최우식

    "기택 가족이 전원 백수긴 하지만 누가 돈 못 벌어온다고 미워하거나 그러진 않는다.

    기정이가 제일 막내지만 동시에 상황 판단이 가장 빠른 친구다.

    실제 제 모습에도 그런 게 있다.


    누군가 어리바리하고 있으면 가만히 있질 못한다.

    집에서는 제가 장녀다. 동생이 둘이다." (박소담

    지난 21일 현지에서 첫 공식상영 직후 최우식과 박소담은 관객의 환호와 박수에 많이 상기돼 있었다.

     "'브라보!'라고 외치는 소릴 많이 들었다"는 최우식은 "어떤 외국 기자 분이 제게 '영화를 보는 내내 좋은 여행을 같이 다녀온 것 같다'고 하셨다"라고 반응을 소개했다.


    박소담 역시 "영화제 기간 중 절 알아보시고 사진을 같이 찍자고 하시는 분들이 꽤 있었다"라며 "너무 기분 좋았다"라고 전했다.
    두 사람에게 제목의 이유를 짐짓 물었다. 이 가족들 이야기에 왜 <기생충>이라는 제목이 붙었을까.

    "봉준호 감독님 전작 중 <괴물>이 영어로 호스트지 않나. 이번엔 패러사이트(parasite)인데 의도치 않게 영어로

     더욱 호기심을 끄는 것 같다.

    제목은 기생이지만 전 나름 공생이라고 생각한다. 기우가 박 사장 큰딸에게 과외도 해주고, 기정은 막내아들의 미술

     선생을 해주잖나. 무조건 우리가 이들에 기생하는 건 아니다." (최우식)

    "살다 보면 우리는 종종 어딘가에 누군가에 기댈 때가 있잖나.

     저 역시 엄마에게나 제가 키우는 강아지에게도 기댈 때가 있다.

     사람은 혼자 살 수는 없다. 때론 뭔가 도움을 요청할 때도 있고, 좀 더 강하게 요구할 때도 있다.

     제목이 그런 부분들을 담고 있는 건 아닐지." (박소담)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




                    

    광대 없는 희극, 악인 없는 비극




    20년 전쯤의 일이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대기업 총수 아들에게 과외 공부를 가르쳤다.

     대개의 사교육처럼 대입용 중·고등학교 공부가 아니었다.

     외국에 있는 유명 대학에서 경영학인가를 전공하고 있던 아들이 교양 시간에 읽는 문학 작품을 이해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그 작품들에 대한 토론을 하고, 리뷰도 하며 미국식 대학 공부를 도와주었다. 박사과정생이었던 내가 과외선생으로 선택된 이유였다.

    아직도 기억난다.

    중한 대문이 열리고 정원수로 우거진 긴 진입로를 지나 미술관 같은 집 안으로 들어섰을 때. 그 낯선 위압감 말이다.


     그 공간은 지금껏 내가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았던 대기업 총수의 집이 조악한 세트에 불과했음을 알게 해줬다.

    위압적이었지만 고상하고 아름다웠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보자마자, 그 집의 거실이 떠올랐다. 널찍한 창을

     통과한 빛이 가득 차 있던, 언덕 위 저택의 거실 말이다.

    달랐다. 그건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주거 형태였다.


    아니 삶의 형태였다.

    나와는 완전히 다른 삶이구나, 느껴졌다.

     아주 오래된 과실수가 보이던, 넓은 창이 있던 방의 주인, 카뮈의 <이방인>에 대한 설명을 듣던 대학생은 어느새

    그 기업의 책임 있는 자리에 있다. 


    봉준호의 <기생충>은 매우 공격적인 영화이다. <기생충>에는 지금껏 봉준호가 그려왔던 모든 세계가 메타포로 조금씩 녹아 있다.

    봉준호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모두 보고, <기생충>을 본다면 영화를 훨씬 더 그럴듯하게 즐길 수 있을 듯하다.

     봉 감독이 이 세상에 대해 가졌던 의구심과 불만, 모순과 폭력이 바로 이 영화 <기생충>에서 폭발하고 있으니 말이다. 


    영화에는 두 가족이 등장한다. 한쪽은 기택(송강호)이 가장인 반지하방 가족. 아내와 아들과 딸로 이뤄진 대한민국 표본 4인 가정인데 문제는 누구도 버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아버지는 나름 열심히 살아왔다. 치킨집 사장, 대만 카스텔라 가게 사장, 발레파킹, 대리운전. 그런데 이 직업 목록을

    보면 알 수 있다시피, 기택의 여정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선택했지만 가장 많이 실패한 자영업자 사업 항목과 일치하고 있다.

    실패 이후도 마찬가지이다.


     생계형 비정규직의 대표직군을 전전하지만 그걸로 도무지 생계가 해결되지 않는다. 

    다른 한쪽에는 정보기술(IT) 업계의 젊은 CEO 박사장(이선균) 가족이 있다. 마찬가지로 아내와 아들과 딸로 이뤄져

     있는데, 구성원은 같지만 사는 모습이 너무 다르다.


    누구누구 건축가가 지어 낸 이 저택에 비하자면 기택이 살아가는 반지하방은 박사장네 주차장 크기와 다르지 않다.

    집이 이런데 한 달 수입은 어떨까?


    아마도 기택의 가정 한 달 수입이 박사장네 하루 지출과 맞먹지는 않을까?

    줄거리 보안에 대한 봉 감독의 요구에 따라 알려진 내용만 들춰보자면, 기택의 가족들은 권모술수의 달인처럼 보인다. 기우(최우석)는 연세대생도 아닌데 연대생인 척 연기하고, 여동생 기정(박소담)은 어마어마한 실력의 미술치료

    노릇을 척척 해낸다.


    부족함 없이 풍족하게 지내다 보니 세상을 쉽게 믿는 박사장네 부부를 요리조리 골려 먹고 놀려 먹기에 충분해 보인다. 그런데 이야기가 흘러갈수록 뭔가 그들의 술책이라는 게 너무 나약해 보인다.

    박사장네 부부가 모기업 총수 아내나 자녀들처럼 막돼먹거나 천박한 것도 아니다. 아이들도 버릇없고 교만하지 않고

     오히려 순진하고 사랑스럽다. 그런데 갈수록 기우네 기정이 딱해 보인다.


    어쩐지, 그들이 처럼 보인단 말이다.

    <기생충>의 공격성은 영화를 보고 있는 관객들이 묻어둔 계급적 정체성과 죄책감을 건드린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나를 비롯한 대개의 관객들은 반지하방과 언덕 위 저택 그 두 공간 사이 어디쯤에서 살아간다.


    그래서 어떤 점에선 기택의 입장에 전적으로 공감하지만 때로 어떤 장면에선 우리가 이라 부르며 백안시했던 박사장 부부와 닮아버린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


    우리는 대개 스스로를 사회적 이라 여기며 분통 터져 하지만 어떤 관계에서는 이 되어 이었던 시절을 잊어

    버린 채 살아간다. 

    봉준호 감독은 촌철살인의 대사들로 우리 사회 양극화의 본질을 관통한다.


     냄새에 대한 표현이 특히 그렇다.

    겉으로 보기엔 너무 예의 바르고 친절한 박사장이지만 누구든 을 넘어서는 안된다며 불쾌해한다.

     손을 뻗거나, 발을 들이밀거나 할 땐 선이 유효하다. 하지만 냄새앞에서 선은 무방비다.


    부유하고 안정된 그들의 삶의 경계 너머로 스며드는 들의 냄새. 박사장은 이를 가리켜, 지하철 탈 때 거기서 나는 냄새라고 표현한다. 대중교통, 대중의 삶,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서 나는 냄새, 그것에 대한 경멸. 지금껏 어떤 영화에서 보아왔던 갑질보다 더 잔인하고 표독스러운 표현.


    모든 행복한 사람은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고, 불행한 사람은 갖가지 이유로 불행하다고 했다.

     톨스토이의 말이다.

    생각해보면 세상의 모든 부유한 사람은 비슷한 집에서 살고 가난한 사람은 갖가지 형태의 집에서 살아가는 듯싶다.

    부유한 사람들은 넓고 높은 곳에 자리를 차지하고 살아간다.


     그런데 가난한 자들은 판자촌에서, 꼬방동네에서, 달동네에서, 철로 변에서, 보트 위에서, 쓰레기 더미에서 살아간다. 언젠가 저 높고 넓은 집을 갖고 내가 한 번 살아보리라, 꿈을 꾸는 것도 불가능한 이 된 현실. 봉 감독 말마따나

    광대가 없는 희극, 악인이 없는 비극<기생충>에는 그 지독한 현실의 냄새가 담겨 있다. 







    영화 `기생충` 예매율 고공행진



    '기생충'[CJ ENM 제공]






    영화 기생충 예먀율 고공행진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 '기생충'이 개봉하면서 예매율이 고공행진을 그리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30일 개봉한 '기생충'은 이날 오후 250분 현재 실시간 예매율

     75%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 중이다.

    예매 관객만 531000여 명을 넘었다.

      '기생충'은 가난한 가족과 부자 가족이 한데 얽히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가족 희비극이다.

    모두 백수인 기택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박사장네 고액 과외 선생으로 들어가면서 서로 만날 일이 없을 법한 두 가족은 얽히게 된다.


    뛰어난 작품성과 대중적 재미를 갖춘 것은 물론 티켓파워를 지닌 송강호 등이 출연해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영화 최초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만큼 '칸 프리미엄'을 톡톡히 누릴 전망이다. 

    '기생충'은 개봉과 동시에 OST 음원과 음반도 발매했다.

    정재일 음악 감독이 참여한 이번 앨범에는 타이틀곡 '믿음의 벨트'와 함께 봉 감독이 작사를, 기우 역을 맡은 최우식이 노래를 부른 엔딩곡 '소주 한 잔'도 수록됐다.

    봉 감독은 "엔딩곡 '소주 한 잔'을 끝까지 듣는 것이 영화를 즐길 수 있는 또 하나의 팁"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기사의 0번째 이미지


    봉준호 감독 사진=ⓒAFPBBNews=News1






     기사의 2번째 이미지



    봉준호 감독 사진=NEW





    기생충’ 봉준호 감독,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연출자의 작품·연출관은 창작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영화, 드라마, 예능 모두 마찬가지죠. 알아두면 이해와 선택에 도움이 되는 연출자의 작품 세계. 지금부터 ‘디렉토리’가 힌트를 드릴게요.

    <편집자주>

    인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스스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되뇌어본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내가 가는 방향이 나쁜 쪽으로 향하지는 않기를 바라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다만 우리가 그 질문을 너무나 자주 잊는다는 게 문제다.


    저마다의 이유와 핑계로 질문에 답하기를 주저하고 판단을 보류한다.

     자신을 둘러싼 세상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주변에는 어떤 사람들이 숨쉬고 있는지 도통 알 수 없어진다.

    봉준호 감독의 감독은 우리가 잊고 있던 이 질문을 상기시킨다.

    여태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며 혹은 아득한 앞을 바라보며 ‘이제 어떻게 살아갈까’라고 묻게 만드는 힘이 있다.

    여기에는 시대의 부조리와 계급·계층간 충돌, 엘리트 지도층의 위선, 전통적인 상징의 타파 등 우리의 세계를 둘러싼 수

    많은 이야기가 엉켜 뒹군다.

    노이즈를 만들어내며 전진하는 그의 영화들은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우리네와 닮아 있다.

    그래서 더 애달프고 처절하다.





     기사의 1번째 이미지


    영화 ‘지리멸렬’


    사진=‘지리멸렬’ 포스터 


              


    ◇ 냉소의 씁쓸함 ‘지리멸렬’(1994)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시종 유머러스하다.
    때로는 의외의 장면에서조차 낙천적이다.
    하지만 웃음은 곧 냉소와 자조로, 그 맛은 씁쓸함으로 변한다.

    단편영화 ‘지리멸렬’은 대학교수와 신문사 논설위원, 엘리트 검사 등 소위 사회지도층 혹은 엘리트 지도층이라고 불리는 이들의 위선적 행태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담았다.
    세 가지 에피소드는 각각 단절적인 듯 느껴지지만 에필로그에 이르러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첫 번째 에피소드 ‘바퀴벌레’ 속 대학교수는  도색잡지를 즐겨보지만 겉으로는 심리학교수로서 지식인인 양 행동한다. 캠퍼스를 거니는 여학생을 보고 야한 상상도 한다.
    그러던 중 한 여학생을 자신의 방으로 심부름을 보내고, 이내 잊었던 무언가가 생각난 듯 미친 듯이 달린다.

    방에 들어선 여학생을 가까스로 따라잡은 교수는 책상 위에 펼쳐진 도색잡지 위로 책을 집어던져 그것을 숨긴다.
    그러곤 “바퀴벌레가 있어서 말이야”라고 말한다. 그가 내뱉은 ‘바퀴벌레’라는 단어의 의미가 퍽 노골적이라
    더 씁쓸하다.





     기사의 2번째 이미지

    봉준호 감독 사진=NEW


    두 번째 에피소드 ‘골목 밖으로’는 ‘바퀴벌레’보다 좀 더 아프다.
    아침마다 러닝을 하는 신문사 논설위원은 습관적으로 남의 집에 배달된 우유를 훔쳐 먹는다.
    이걸 알 리가 없는 한 신문배달부는 논설위원이 집 주인인 줄로만 알고 신문을 직접 건넨다.
    논설위원은 망설임도 없이 제 것인 양 신문을 받아들고 또 천연덕스럽게 우유를 마신다.

    논설위원이 자리를 떴을 때 집에서 나온 가정부는 신문배달부를 우유 도둑으로 오인하고 신문을 끊어버린다.
    결국 신문 배달을 하는 소년은 한 사람의 그릇된 행동으로 인해 거래처를 잃고 누명까지 쓴다.

    마지막 에피소드 ‘고통의 밤’의 만취한 엘리트 검사는 아파트 잔디 위에 쭈그려 앉아 볼일을 보려고 한다.
     이때 경비원이 나타나 그를 만류하고, 지하실로 가라며 신문지를 쥐어준다.
    적반하장으로 소리를 지르던 검사는 지하실에서 경비원의 밥솥을 발견하곤 가만히 응시한다.

     곧이어 컷이 바뀌고 지하실에서 나온 남자는 휴지통 앞에서 아무것도 없는 휴지를 찢어버린다.
    카메라는 다시 경비원의 밥솥을 비춘다.

    앞선 세 가지 에피소드는 단편적이지만 주제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다.
     이른바 ‘가진 자’라고 불리는 이들의 위선이 얼마나 추악한지 낱낱이 고발하고 더불어 살지 못함을 꼬집는다.
    에필로그에는 에피소드 속 세 인물이 TV프로그램에 출연해 사회문제에 관한 대담을 나눈다.
    우리는 어느 쪽에 속해 살아가는지를 돌이키게 만드는 진정한 블랙코미디의 완성이다.






     기사의 3번째 이미지



    영화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사진=CJ엔터테인먼트, 쇼박스,

     

    바른손




    ◇ ‘살인의 추억’(2003)에서 달려 ‘괴물’(2006)을 거쳐 ‘마더’(2009)에 이르다

    봉준호 감독의 장편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2000)는 냉소를 감춘 유머로 영화계를 놀라게 했다.
     썩 대중적인 작품이 아니었음에, 아쉽게도 흥행면에선 실패했으나 봉준호 감독은 3년 후 ‘살인의 추억’을 통해 일약
    스타 감독으로 떠올랐다.

    화성 연쇄 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살인의 추억’은 오랜 시간이 지난 현재까지도 수작으로 평가받는다.
    단적으로는 상극인 두 형사가 연쇄살인사건을 쫓는 이야기로만 비춰질 수 있지만, 조금 더 깊숙이 들여다보면 당대의 폭압적인 상황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영화 속 배경인 1980년대 한국 사회의 공기는 더 없이 무거웠다. 봉준호 감독은 당대 분위기를 영화에 고스란히 녹여내 당시 정권의 그릇됨을 이야기했다. 극 중 형사들은 연쇄살인범을 잡을 절호의 찬스를 잡고 지원을 요청한다.
    하지만 정권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막아야 한다는 명분하에 수많은 경찰들은 시위 현장으로 향하고, 결국 범인을
     또 놓치게 된다. 결국 범인을 놓친 건 형사가 아니라 국가였다.





     기사의 4번째 이미지


    영화 ‘괴물’ ‘마더’ 스틸컷 사진=쇼박스,


    바른손 


              


    그 다음은 네 번째 천만 돌파 한국영화라는 타이틀을 쥔 ‘괴물’이다.
    한국영화에서 쉽게 접할 수 없었던 괴물을 소재로 상업영화의 오락성과 메시지를 동시에 잡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대개 봉준호 감독의 영화가 그렇듯 ‘괴물’에도 한국 사회의 부조리를 꼬집는 목소리가 담겼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시민에게 온다는 것도 잊지 않고 강조했다.

    풍자극에 녹인 유머로 현대 부조리를 지적했던 봉준호 감독이 ‘마더’를 통해 조금은 색다른 이야기를 펼쳐냈다.
    한국 사회 전반에 깔린 혹은 강요받아온 ‘어머니’에 대한 통념을 전복하며 이전에 없던 어머니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처음에는 억울하게 누명을 쓴 아들을 위해 물불 안 가리는 어머니의 이야기로 읽히지만, 전개가 진행될수록 기묘한
     정서가 새어나온다. 가정과 학교 등 사회 제반을 통해 학습한 어머니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우리가 일말의 의심도 없이 받아들이던 것들이 산산조각나자 비로소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봉준호 감독은 ‘살인의 추억’으로 시골마을과 연쇄살인사건을, ‘괴물’에서 평화로운 한강과 괴수를, ‘마더’로 모성애와 미스터리를 충돌시키며 새로운 장르, 기묘한 정서를 구축했다.






    30일 개봉해 개봉 당일에만 56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기생충'

    (사진=㈜바른손E&A 제공)



    ◇ 공생입니까, 기생입니까 ‘기생충’

    그저 영화를 찍고 싶었던 영화광 소년이 훗날 프랑스 칸의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영예로운 상을 품에 안았다.
    지난 30일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신작 ‘기생충’은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 분)네 장남 기우(최우식 분)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 사장네(이선균 분)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최고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이번 영화에는 봉준호 감독의 이전 작품들과 다른 지점이 더러 있다. ‘괴물’과 ‘설국열차’(2013)에서 수평적 구조를 탐구했다면 이번에는 수직적 구조를 구현한 점, 구성원이 네 명인 두 가족이 등장하는 점, 부자를 직접적으로 표현한 점 등 봉준호 감독의 전작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요소들이 ‘기생충’ 속에 기묘하게 담겼다.

    ‘기생충’은 봉준호 감독의 장기가 모자람 없이 발휘된 작품이다. 영화는 분명 허구이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거짓이
    아닌 실제로 느껴지게 해 어딘가 찝찝한 감정을 갖게 한다.
     그가 궁극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여전하다.

     함께 잘 살지 아니면 나 혼자만 잘 살지 그리고 타인과 어울려 사는 이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집요하게
     묻는다.


    MBN스타 대중문화부 김노을 기자 sunset@mkculture.com


    < Copyright ⓒMBN(www.mbn.co.kr)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