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인택의 즐로벌 줌업] 팬데믹 와중 러시아 음모론으로 세계 흔들 “소로스가 우한666번지서 몽골계 노려 개발” “코로나19는 게이츠와 록펠러 재단의 계획”
러시아발 허위정보 범람에 EU, 긴급 대응팀 러, 다국어 국영매체 앞세워 글로벌 여론전 치밀한 구성에 대중 흥미 끄는 솔깃한 내용
프로파간다 선전전에 열 올리며 내부 단속 러·중, 미군 전파설 등 확산하며 체제전쟁 민주주의보다 권위주의 우월 인식 퍼질까
코로나19 팬데믹(전 세계적인 범유행)을 계기로 옛 공산권 출신 권위주의 국가인 러시아·중국과 민주주의·시장경제·
인권을 지향하는 유럽연합(EU) 회원국 및 미국 사이에 치열한 ‘정보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신냉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치열한 이 정보전쟁은 군사나 기술 정보를 수집하는 경쟁이 아니다.
러·중은 유럽과 미국을 중상 모략하는 허위 정보를 양산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전 세계로 확산하려고 시도한다.
서구 국가들은 이들이 퍼뜨리는 허위 정보에 대응하면서 국제사회와 자국의 여론이 ‘공작’에 넘어가지 않도록 하려고
안간힘이다.
강인한 인상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연약한 병아리를 살펴보고 있다. 2008년 총리 시절 농업산업 전시회장을 방문했을 때의 모습이다.
푸틴의 러시아는 코로나19라는 글로벌 위기 속에서 허위정보와 역정보로
서방을 농락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입원 존슨 총리 위독설 확산한 러시아 통신
지난주 전 세계는 러시아가 허위정보로 서방을 우롱하는 것을 목격했다.
러시아의 리아(RIA) 노보스티 통신은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가 입원하자 지난 5일 입원하자 “인공호흡기를 부착
했다”며 상황이 절망적인 것처럼 보도했다.
영국 정부는 즉각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리아 노보스티의 보도는 순간적으로 전 세계 주요 매체에도 인용됐다.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코로나19 위기로 범람하는 가짜 정보와 싸우는 것은 우리의 주요 임무”라고 밝혔다고 BBC 방송이 보도했다.
허위 정보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이야기다.
영국의 디지털문화미디어스포츠부는 “SNS 업체에 잘못된 정보와 소문의 확산을 막아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모습.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자가격리하다가 병세가 악화해 입원했다. 중화자실을 거쳐 현재는 다시 일반 입원실로 나온 상태다.
존슨 트위터
독일 국제방송 도이체벨레(DW)에 따르면 우르술라 폰데어라에엔 EU 집행위원장은 “그릇된 정보 범람이 당신을
해친다”라고 경고까지 했다.
미국 외교 매체인 포린폴리시는 “그릇된 정보는 유럽 외부와 이주민· 소수집단에 주로 흘러 EU는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고 무관심 해온 것이 사실”이라며 대책을 촉구했다.
코로나19 와중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러시아가 확산하는 허위정보, 가짜뉴스로 세계를 흔들 기세다.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의사 출신의 정치인이다.
EPA=연합뉴스
EU, 허위정보·역정보 대응 전담조직까지
EU는 이런 허위정보·역정보에 대응하는 전담 기관까지 만들어 대응하고 있다.
EU의 공동 외교·안보 정책의 실행을 담당하는 유럽대외행동청(EEAS) 산하에 있는 ‘동방전략소통(East StratCom·
ESC) 태스크 포스팀이다.
ESC 태스크 포스팀은 옛 소련에서 독립한 ’동방국가들(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벨라루스·조지아·몰도바·
우크라이나)‘과 러시아의 양식 있는 주민들이 러시아 측의 군사적·정치적 허위정보·역정보에 현혹되지 않도록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 기관이 최근 들어 부쩍 바빠졌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퍼지면서 러시아의 허위정보 발신이 더욱 집요해졌기 때문이다.
ESC 태스크포스팀은 ‘EU 대 허위정보(EUvsDisinfo)’라는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이를 수집·정리하고 있다.
폴리티코 유럽은 ESC가 러시아발 가짜 뉴스 적발에 앞장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에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본부. 러시아 관영매체들은 신종코로나 바이러스를 나토가 개발했다는 허위 정보를 쏟아내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1위 허위정보 ‘바이러스는 미국이 만든 것’
ESC에 따르면 ESC는 올해 들어 러시아가 생산해 전 세계에 발신한 허위 정보는 8000건에 이르며 이 가운데 21.5%인
1000건 이상이 코로나19와 관련한 내용이다.
20개국 이상의 언어로 발신됐다.
한 주에 60건 이상 생산한 꼴이다.
ESC가 지목한 코로나19 관련 5대 가짜 뉴스는 1위가 미국이 이 바이러스를 만들었다,
2위가 EU는 대응에 실패했다,
3위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심각하지 않다, 4위가 글로벌 엘리트들의 비밀 계획이다,
5위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아마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서 만들었다 등이다.
러시아, 관영매체·SNS 앞세워 역정보 확산
허위뉴스는 러시아의 다국어 국제방송인 RT, 인터넷 매체인 스푸트니크, 텔레비전 방송채널인 페르비 카날(제1 채널이라는 러시아어) 등 관영 매체에서 주로 생산한다는 게 ESC의 지적이다.
특히 RT와 스푸트니크는 러시아어는 물론 영어·프랑스어·스페인어·이탈리아어·아랍어 등 다국어로 송출한다.
이 때문에 다양한 지역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들 국제 매체가 즐겨 쓰는 방식은 먼저 아랍어로 허위 정보를 송출한 다음 현지 매체가 이를 인용하면 다시 이를
재인용해 다른 언어로 옮기는 것이다.
아랍어권은 반미·반서방 의식이 높아 서방을 공격하는 기사가 나가면 믿는 사람이 많은 것은 물론 인용도 많이 하기
때문이라는 게 ESC의 설명이다.
국제사회를 상대로 마치 군사작전을 펴듯이 전략적으로 허위 정보를 다량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SNS도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필립 리커 미국 국무부 유럽·유라시아 담당 차관보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가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SNS 수천 개를 이용해 허위 정보를 퍼뜨리고 있다고 2월 25일 보도했다. 대표적인 것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미국 중앙정보국(CIA)가 중국과 경제전쟁을 벌이기 위해 생물학적 무기로
개발한 것’이라는 황당한 이야기다.
'소로스 펀드'를 운용하며 '헤지펀드의 제왕'으로 불려온 조지 소로스.
[로이터=연합뉴스]
‘소로스가 몽골계 공격 바이러스 개발’ 주장
공산 헝가리에서 탈출한 미국 투자가 조지 소로스가 우한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만들었으며 이는 몽골계만 공격한다는 황당한 주장도 나돌았다.
그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코로나19가 대대적으로 확산했던 중국 우한에는 비밀에 둘러싸인 생물학 연구소가 있으며 그 주소는 가오신대로
666번지다.
666은 신약성서 요한계시록(가톨릭에선 묵시록으로 표현)에 등장하는 짐승의 이름이다. 이 업체는 투자가인 조지
소로스의 자금으로 운영된다.
소로스는 빌 게이츠와 글로벌화의 이상을 공유하는 사이다. 이 회사는 소로스의 교활한 계획의 하나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몽골계에게만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대단히 수상쩍으며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실제로 상하이(上海)에 본사를 둔 영어로 ‘WuXi AppTec’, 중국어로 야오밍캉더(藥明康德)라는 기업의 자회사인 우한 야오밍캉더(武漢藥明康德新藥開發有限公司)가 해당 주소(武漢東湖開發區高新大道666號)에 있긴 하다.
하지만 이 자회사는 분자의약품을 개발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소로스가 투자했다는 아무런 증거도 없다.
소로스는 헝가리계 미국인으로, 공산주의가 몰락한 동유럽 등에 투자해 시장경제를 발전시키고 민주주의 교육을 확대
하는 사업을 벌여왔다.
소로스를 바이러스 악당으로 몰아세우는 스토리가 러시아에서 나온 이유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빌 게이츠.
[EPA=연합뉴스]
‘다보스포럼서 게이츠 등 확산 결정’ 괴담도
자본주의의 또 다른 상징으로 매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지난 1월 코로나19를 지금 유행시키도록 결정했다는 괴담도 SNS 등에서 돌고 있다.
개발도상국 주민 예방접종을 위해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Global Alliance for Vaccines and Immunization)를 창설한 빌 게이츠 부부와 전통의 유대인 부호 가문인 로스차일드 가문, 그리고 미국의 부호 가문인 록펠러 가문이 백신을
팔기 위해 밀실에서 코로나19 확산을 결정했다는 황당한 스토리다.
ESC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지도자가 아니라 비밀집단의 엘리트들이 세계 정세를 좌우하고 지도자들을 조종한다고 주장하는 전형적인 친크레믈린 음모론이라고 평가했다.
뉴욕 맨해튼에 있는 록펠러 센터의 모습.
UPI=연합뉴스
믿도록 현혹하는 그럴싸한 줄거리 줄줄이
미국을 대표하는 자선 재단인 록펠러 재단을 앞세워 보다 음모론을 그럴싸한 줄거리로 꾸민 것도 있다. “록펠러 재단과 글로벌 비즈니스 네트워크가 2010년에 발표한 ‘미래기술과 국제개발(Scenarios for the Future of
Technology and International Development)’이라는 문서에 코로나19의 비밀이 담겨있다.
록펠러 재단 목적은 록펠러 가문의 세금 최적화와 산아제한, 글로벌 인구를 10억 정도로 줄이고 탈산업화하는 것이다. 이는 1968년 글로벌 정부를 만들기 위해 설립된 로마클럽에서 정한 임무다.
이를 위해 야생 거위를 매개로 한 돌연변이로 주로 젊은이를 대상으로 하는 전염병 팬데믹을 일으키는 록 스텝
(Lock Step)을 실행한다.
이를 통해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 노예제를 전 세계에 확립한다. 2019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올 것 같다는 신호가
나오자 록펠러 재단은 즉시 록 스텝, 또는 코비드19로 불리는 작전에 들어갔다.” 황당하지만 내용이 하도 정교하고 그럴싸해 믿는 사람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특히 ‘록 스텝’이라는 단어는 지금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록 다운(Lock Down)’, 즉 격리와 비슷해 뭔가 연관이 있다는 느낌을 준다.
의료 용품을 적재한 러시아 볼가드네프르 항공 소속 안토노프 AN-124-100 화물기
(윗쪽)가 폴란드 바르새바의 바르샤바-쇼팽 공항에 도착해 있다. 앞에 폴란드 항공 소속 소형 여객기가 보인다.
EPA=연합뉴스
황색저널리즘 기법 활용하기도
의미와 가치는 없지만, 흥미는 유발하는 게 황색 저널리즘이다.
대중의 흥미를 자극하는 황색 저널리즘과 허위 정보가 결합하면 파괴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
진실은 뒷전에 밀리고 흥미만 남은 상황에서 허위 정보는 대중의 대뇌에 선명한 기억을 남긴다.
허위 정보 제공자는 이를 이용해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한다. 적의 가치관과 자존심을 무자비하게 훼손하는 것이
그 하나다. ESC가 수집한 황당한 러시아발 허위정보를 몇 가지 소개한다. “코로나19 유행은 007 수퍼 바이러스의 비밀 생물학전의 결과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주에서 왔다.” “380명의 벨기에인이 대규모 집단 성관계로 코로나19에 단체로 걸렸다.” “코로나19가 확산한 이유의 하나가 동성 결혼의 합법화다.”
대중이 술자리에서나 꺼낼 정도의 흥미 위주 이야기다.
그래도 믿는 사람이 나올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지난 3월 24일 코로나19 환자들이 입원 중인 모스크바 남쪽 병원을 방문한 푸틴 대통령이 노란색 방호복을 입고 병원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러시아는 코로나19 환자가 입원한 병원에 직접 찾아간 지도자는 푸틴 대통령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타스=연합뉴스
반러 국가를 후회하게 하는 역정보도도
러시아는 여기에 더해 “EU는 팬데믹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으며, 곧 붕괴할 것”이라는 내용의 글들을 중동·
북아프리카나 발칸반도, 아프리카 국가 등에 퍼뜨리고 있다.
이 때문에 특히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에선 EU가 코로나19로 곧 무너질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친크레믈린 매체들이 퍼뜨리는 또 다른 줄거리는 “EU는 이기적이며 자산의 가치를 배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EU에 가입하거나 서유럽 국가들의 지원을 기대해온 우크라아나에선 자신들의 외교정책이 실패하고 ‘동맹으로 여겼던 유럽으로부터 버림받았다“고 여기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
러시아와 서유럽 사이에서 서유럽을 택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정보 공작이다. 반러 국가를 후회하게 하는
역정보를 퍼뜨리는 셈이다.
러시아와 중국은 “믿음직한 강국” 이미지 조작
친크레믈린 매체들은 이와는 대조적으로 러시아와 중국에 대해선 “믿음직한 강국”이라는 이미지를 주려고 애쓰고 있다. 러시아가 이탈리아에 구호물자를 보내준 것을 강조하며 ‘러시아는 이탈리아를 돕지만 EU는 그러지 않는다’는 이미지를 주려고 애쓰고 있다.
인스타그램에 이탈리아에 날리는 EU 깃발을 러시아 국기로 바꾼 경우도 있다. 러시아 국영 제1채널은 러시아 군용차량이 이탈리아 거리를 달리는 장면을 방영하면서 ‘나토 도로를 달리고 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러시아와 중국의 관영 매체들은 코로나19와 싸우는 중국식 모델이 유럽 모델보다 우월하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국내에서 불만을 누르고 사회적 안정을 유지하려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주장한다. 러시아 국제방송 채널인 RT는 서방 매체에 부각된 시리아의 인도주의 인명구조대인 하얀 헬멧이 코로나19를 이용해
서방의 지원을 호소한다고 주장했다.
하얀 헬멧은 친러시아 정부군의 눈엣가시로 통하다. 친정부군의 무차별 공격으로 다치거나 건물에 갇힌 사람들을 주로 구조하면서 서구에 시리아 내전의 참상을 고발해왔기 때문이다.
“바이러스는 라트비아산” 주장도
다국어로 송출되는 러시아의 관영 인터넷 매체인 스푸트니크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라트비아에서 인공적으로 만들어졌다는 허위 정보를 지속해서 퍼뜨려 왔다.
라트비아는 옛 소련에 속했다가 독립해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국가로 탈바꿈했으며, EU에 가입하고 미국 주도의 나토 회원국이 됐다.
접경한 러시아와 사이가 좋지 않다.
스푸트니크가 바이러스가 라트비아에서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를 집요하게 하는 이유를 집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스푸트니크는 라트비아가 바이러스를 만든 이유를 다양하게 개발해서 퍼뜨려 왔다.
예를 들면 라트비아가 개발한 바이러스는 프랑스 시위대인 노란조끼를 목표물로 삼고 있고, 스웨덴의 10대 환경운동가인 그레타 툰베리를 도우며, 홍콩 시위대 진압에 사용하고, 기업체 이사회에서 젠더 균형을 만들며, 이탈리아에서 연금 예산을 줄일 목적이라는 등 실로 다양한 이유를 대왔다.
서로 모순이 되기도 하는 등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
러시아가 지켜본 다양한 유럽의 사회 현상에다 마구 연결한 것이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런 주장은 서구 주류 언론에도 인용했을 정도로 중독성이 강했다.
러시아가 지난 3월 22일 모스크바 근처의 군용 비행장에서 이탈리아에 전달할 구호물자를 적재한 차량을 IL-76 수송기에 싣고 있다.
EPA=연합뉴스
하루살이 거짓말도 예사로
허위정보를 양산하는 러시아 매체들은 하루 만에 들통 날 거짓말도 대놓고 한다.
지난 3월 23일 러시아 상원의원인 알렉세이 푸슈코프는 “폴란드가 이탈리아로 구호물자를 싣고가는 러시아 군용기의 폴란드 상공 통과를 불허했다”는 내용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이 뉴스는 러시아 매체를 거쳐 폴란드 인터넷 매체인 오네트(onet.pl)까지 이를 보도했다.
하지만 3월 24일 폴란드 외교부는 트윗에 “아무런 근거가 없는 주장이고, 사실도 아니다”라고 이를 부인했다고
폴란드의 폴스키라디오가 전했다. 허위정보의 수명은 딱 하루였던 셈이다.
폴란드는 1955년부터 1991년 소련 붕괴 때까지 소련 주도의 바르샤바조약기구의 회원국이었으나 1999년 미국 주도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으로 말을 갈아탔다.
이 때문에 러시아와 사이가 좋지 않다.
폴란드는 러시아의 역외영토인 칼리닌그라드 주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칼리닌그라드 주는 러시아에서 가장 서쪽에 있으며 각종 군사 시설이 몰려있다.
집요하게 반복하면 믿는 사람 늘어
ESC는 허위 정보의 특징의 하나가 집요하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반복적인 거짓말은 사람들에게 확신을 줄 수 있으며 처음에는 의아해하다가도 모든 사람에게 알려지지 않은 숨은
진실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거짓말은 이해하기 쉬운 줄거리, 구성, 이야기 구조를 갖추고 이를 끊임없이 반복하는 특징이 있다.
예를 들어 러시아 관영매체인 스푸트니크는 중국에 확산하던 코로나19가 “나토의 실험실에서 만들었을 수 있다”고
처음 보도했다.
그러자 러시아의 국영 매체, 민영매체, 국제 음모론 사이트 등에 반복해서 20회 이상 보도됐다.
4월 첫 주에만 러시아가 강제합병한 크림반도에서 운영하는 사이트에서 스페인어와 러시아어로 발송됐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그러면서 정치 공작을 멈추지 않는다. 러시아 매체에서 서방을 공격하기 위해 즐겨 다루는 주제는 ‘서방·유럽·미국이 죽었다’는 것이다.
이는 소련 시절부터 지치지도 않고 다뤄온 해묵은 주장이다.
지금은 유럽의 변화에 따라 유럽연합, 솅겐 지역(1985년 유럽 각국이 공통의 출입국 관리 정책을 사용하여 국경 시스템을 최소화해 통행에 제한이 없도록 한다는 솅겐 협정에 가입한 지역), 브뤼셀(EU의 수도 격), 유럽의 국제적 역할 등
으로 키워드만 바뀌었을 뿐이다.
지난해 10월 26일 주국 우한에서 열린 세계군인체육대회의 시상식 모습.
신화=연합뉴스
중, “미군이 우한에 바이러스 퍼뜨렸다” 음모론
중국 관영매체도 코로나19와 관련해 음모론을 끈질기게 주장한다.
대표적인 것이 코로나19가 지난해 10월 중국 우한(武漢)에서 열렸던 제7회 세계군인체육대회에 참가한 미국 선수들로부터 비롯했다는 주장이다.
2005년 문경 대회에 이어 열린 우한 대회는 지난해 10월 18~27일 열렸다.
중국에서 공식적으로 코로나19가 발견된 지난해 12월 31일보다 2달 전에 끝난 행사다.
전 세계 109개국에서 9308명의 선수가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중국이 가장 많은 553명의 선수가 참가했으며 브라질 329명, 프랑스 273명, 독일 243명, 폴란드 193명, 한국 172명,
미국 172명, 북한 156명, 이탈리아 139명, 스페인 111명, 캐나다 104명이 각각 출전했다. 미국은 군사력이나 스포츠
수준보다 소수의 선수를 파견했다.
성화는 중국 인민해방군의 창군 기념일인 8월 1일에 창군의 계기가 되는 중국 공산당의 난창(南昌倉) 봉기를 기리는
장시(江西)성 난창(南昌倉)의 남창팔일기의기념관에서 채화됐다.
2004개국에서 1만942명의 선수가 참가했던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다음으로 중국이 정성을 들인 국제 스포츠 행사다. 시진핑(習近平) 중국공산당 총서기 국가주석 겸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이 직접 참석해 개막을 선언하고
외빈을 맞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0월 18일 우한에서 열린 제7허ㅣ 세계군인체육대회 개막식에 참석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미군 전파설 전파에 외교부 대변인이 앞장
그런데 3월 들어 코로나19가 대유행하자 중국은 이 대회에 참가했던 미국 선수단이 코로나19를 가져왔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3월 12일 중국 외교부의 자오리젠(趙立堅) 대변인은 자신의 트위터에 이런 주장을 처음으로 폈다.
자오 대변인은 “미국은 3400만 명이 독감에 걸렸고 2만 명이 사망했다는데 그중 몇 명이 코로나19와 관련이 있는지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처음엔 미국 등의 비난에 맞서기 위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강변한 해프닝 정도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중국은 집요했다.
그 다음으로 중국 관영매체인 글로벌 타임스가 3월 25일 나섰다.
글로벌 타임스는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의 영어판 신문이다.
환구시보는 국수적이고 반한적이며 직설적인 기사와 논조로 악명이 높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앞줄 가운데)이 지난해 10월 18일 중국 우한에서 열린 제7회 세계군인체육대회에서 외빈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중국, “미국 선수단 정보 공개하라” 역공
글로벌 타임스는 이날 조지 웹이라는 미국인 기자가 영상과 트위터를 통해 사이클 선수로 대회에 참가했던 맛제
베나시라는 미국 군인이 (중국에 코로나를 퍼뜨린) ‘0번 환자’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글로벌 타임스는 웹의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는 없지만 그의 주장은 중국 인터넷에서 의혹을 불러일으켰으며 이 때문에 중국 네티즌과 전문가들이 미국 당국에 베나시를 비롯한 미군 선수단의 건강 상태와 감염 정보를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타임스는 “미국은 선수단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리하이둥(李海東) 외교학원 국제관계연구소 교수의 발언을 소개했다.
미중 관계가 전공인 리 교수는 “미국 정치인들은 바이러스가 ‘메이드 인 차이나’로 주장하지만 전 세계 과학자들은
바이러스의 기원을 입증할 확증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기원을 알면 효과적인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
이므로 선수단 정보를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논리를 찾아보기 힘든 줄거리 전개다. 당에 충성하는 기관지의자매지라는 점을 미리 고려하고 읽을 필요가 있다.
프로파간다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코로나19의 팬데믹이라는 대사건을 맞아서도 러시아와 중국의 프로파간다는 멈추지 않는다.
그 때문에 허위 정보가 넘치고 있다. 러시아는 관영매체를 총동원해 ‘크렘린이 서유럽보다 코로나19에 대처를 잘한다’ ‘속수무책의 유럽 국가들의 국민이 러·중의 의료물자를 열렬히 환영한다’는 선전을 강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전염병 대처에는 민주주의보다 러·중 같은 권위주의가 낫다’는 생각을 심으려고 애쓰고 있다.
‘서방은 붕괴 직전’이라는 인식을 주려고도 노력한다. 과거 소련이 무너질 때의 복수라도 노리는 것인지 체제 경쟁이
치열하다.
유럽 매체들이 일제히 ‘인포데믹’을 경고하고 있는 이유다. 나를 지키고 공동체를 보호하려면 진실과 허위를 구분하는 혜안이 절실한 시대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nag.co.kr
[출처: 중앙일보]
빌게이츠.
[EPA=연합뉴스]
빌 게이츠, 韓 언론에 기고…"코로나 종식 위한 3가지 과제"
[출처: 중앙일보] 빌 게이츠, 韓 언론에 기고…
"코로나 종식 위한 3가지 과제"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이자 빌&멀린다재단의 이사장인 빌 게이츠가 한국 언론에 특별 기고문을 보내왔다.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한 뒤 이틀 만이다. 연합뉴스에 보내온 기고문에서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극복하기 위해 인류의
'운명공동체'를 주장했다. 특히, 주요 20개국(G20)에 3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우선 게이츠 이사장은 세계 각국이 자국의 방역에만 집중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지난 몇 주 동안 수많은
전문가와의 대화를 통해 코로나19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청년보단 노인에게, 여성보단 남성에게 치명적이고, 사회경제적으로는 빈곤한 사람들에게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게이츠 이사장은 "코로나19는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이제 각국의 지도자들은 깨달아야 한다. 코로나19와 같이 전염성이 크고 이미 널리 퍼진 바이러스는 어느 한 곳에 있기만 하더라도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코로나19가 곧 저개발국가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선진국들이 앞으로 몇 달 간코로나
19 확산 속도를 늦추는 데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곳에서 지속한다면 언제든지 다시 침투할 수 있다"며 "세계 어느 한 곳이 다른 지역을 다시 감염시키는 것은 시간문제에 불과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G20 구성국들이 지금 당장 해야 하는 세 가지 과제'로, 게이츠 이사장은 ▲마스크, 장갑, 진단 키트 등 자원의 효율적
으로 배분과 ▲백신 개발에 필요한 R&D(연구개발) 투자 ▲백신 가격 및 물류 등 치밀한 계획 등을 주문했다.
빌 게이츠 빌&멀린다재단 이사장이 한국 언론에 보내온 특별기고문.
연합뉴스
그는 마스크 등 자원의 배분 문제와 관련해 "공중보건의 관점과 의료 수요를 바탕으로 자원을 배치해야 한다"며 "선진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의 지도자들은 WHO(세계보건기구) 등과 협력해 가이드라인을 문서화하고 모든 참가국이 이
가이드라인에 공식 동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게이츠 이사장은 백신 개발 투자와 관련해 "3년 전 빌&멀린다재단과 웰컴트러스트재단은 여러 국가와 협력하여
감염병혁신연합(CEPI)을 출범시켰다"며 "CEPI는 벌써 최소 8종류의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는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정을 맞추기 위해서는 투자 기금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CEPI는 최소 20억 달러
(약 2조 4000억원)가 필요한 상황이다. G20 국가 지도자들의 의미 있는 공여 약속이 필요한 때"라고 호소했다. 백신이 개발된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도 그는 "중요하게 다뤄야 할 문제는 가격"이라며 "'세계적인 공공재'로 다뤄져야 하고, 적정한 가격으로 모두가 접근 가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게이츠 이사장은 "인류는 단순히 공통 가치와 사회적 유대감으로만 이어진 것이 아니다"라며 "미증유의 팬데믹 상황 속에서 세계 인류는 운명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우리의 대응 또한 그에 맞춰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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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인들은 왜 마스크가 아닌 '총'을 사재기할까?
코로나19로 3월 미국 내 총기 판매 역대 최대 기록 치안붕괴에 대한 두려움, 총기규제에 대한 우려로 사재기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미국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존스홉킨스대학의 코로나19 통계에 의하면 11일(현지시간) 미국의 누적 확진자는 52만2286명, 사망자는 2만283명으로 급증했다.
이렇게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치는 동안 미국에서 역대 최대 구매치를 기록한 물건이 하나 있다.
바로 총기다.
마스크나 각종 생필품보다도 총기 사재기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BBC 등 외신들의 최근 보도에 의하면 미 연방수사국(FBI)의 지난달 총기관련 범죄경력 조회건수는 374만688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110만건 정도 늘어난 수치라고 한다.
미국에서 총기 구매시 총기관련 범죄경력을 조회해야되기 때문에 이 수치는 총기 구매치를 알려주는 통계로
활용되곤 한. 지난달 21일에는 하루만에 21만건 이상이 조회돼 하루 조회건수 중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하루만에 총기가 20만정 이상 팔렸다는 것인데, 전시상황이 아닌 상황에서 엄청난 양의 총기가 판매된 셈이다.
코로나19와 관련돼 보통 다른 나라들에서는 마스크 사재기가 가장 심하고 소독제나 휴지, 각종 생필품의 물량차질이
발생하는 일은 많이 보도됐지만 미국은 특이하게 총기 사재기가 심해지고 있다.
도대체 어떤 요인으로 미국인들은 총부터 사들이고 있는 것일까?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총기사업을 연구하는 티모시 라이톤 조지아 주립대학교 법대교수는 총기구매 급증의 요인은 크게 2가지라고
설명했다.
첫 번째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다보면 언젠가 자기가 사는 지역의 경찰, 의료, 소방서 등 치안 유지 조직들이
약화돼 지역의 치안이 매우 불안해질 수 있고, 이 경우 총기를 가지고 스스로를 지켜야한다는 생각이 미국인들 사이에서 강해졌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여러 다양한 비상대책을 펼치면서 개인의 자유권이 침해될 수 있는데, 총기 역시 구매제한이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에 미리 사재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치안이 크게 악화되거나 역으로 치안이 너무 강화돼 독재체제가 나타날 수 있다는 서로 다른 시나리오 속에서 미국인들은 대량으로 총기 사재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전미총기협회(NRA) 등 미국 내 총기사업자들도 총기 사재기를 부추기고 있는 상황이다.
에이미 헌터 NRA 대변인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정부가 교도소 수감자들을 대규모로 출소시키고 있고, 이것이 시민들의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민들이 스스로를 보호할 권리를 지켜나가기 위해 정부의 총기 규제에도 계속 총기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현재 미국에서는 뉴욕, 매사추세츠, 뉴멕시코 등 일부 중에서는 코로나19 방역과 함께 더 큰 혼란을 피하기 위해 총기 판매업소들의 영업을 중지시킨 상태다.
총기 업체들은 여기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주에서 총기는 마스크, 생필품과 함께 필수용품으로 규정돼있고 총기 판매업소들도 대부분 정상적
영업이 가능한 상황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통적으로 군인을 제외한 일반인들의 무기 소지가 엄격히 금지돼왔던 국가들에서는 쉽게 이해가
가지 않지만, 이러한 총기 규제 논란은 미국에서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돼온 문제였다.
미국은 건국할 당시부터 영국과의 독립전쟁에서 자율적으로 움직인 민병대의 활약이 많았고, 일반인들의 무기 소지 및 휴대 권리를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다.
또한 미국은 연방국가고, 50개에 이르는 각 주마다 자연환경, 인구, 문화가 천차만별이다보니 일괄적으로 총기규제를 가하기도 어렵다.
뉴욕이나 워싱턴 같은 대도시가 밀집한 지역에서는 총기 규제가 필요하지만, 역으로 알래스카처럼 야생동물이 활발히 움직이는 지역에서는 총기가 생존에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