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6일(현지시간) 초경합주인 조지아주와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잇따라 역전에 성공함에 따라 사실상 승리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승복하지 않고 법적 소송을 남발하고 있어 당분간 법적 소송이 지속되겠지만 승리를 바꾸지는 못할 전망이다.
6일(현지시간) 바이든 후보는 경합주중 선거인단이 가장 많이 걸린 펜실베이니아에서 역전에 성공함에 따라 사실상 이번 선거에서 승리했다.
◇ 조지아와 펜실베이니아에서 잇따라 역전에 성공 : 6일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펜실베이니아에서 개표가 96% 진행된 가운데 바이든 후보는 49.5% 대 49.3%로 역전에 성공했다. 바이든 후보와 트럼프 미국 대통령간의 격차는 1만4536표에 달한다. 개표 초반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후보에 60만여표 차로 크게 앞서나갔었다.
전문가들은 아직 바이든 후보에 유리한 필라델피아 등 도심권의 우편투표 개표가 남아있어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앞서 바이든 후보는 16명의 선거인단이 걸린 조지아주에서도 역전에 성공했다.
개표 중반까지만 해도 두 후보 간 득표율 격차가 10%p 이상 벌어지며 트럼프 대통령 우세였다. 하지만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바이든 후보가 맹렬한 추격을 벌여 결국 역전하는데 성공했다. 현재 개표율이 98%인 가운데,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에 0.1%p(4164표) 앞서 있다.
◇ 바이든 선거인단 306석 확보할 듯 : 현재 개표가 완료되지 않은 주는 모두 5개주다. 이중 노스캐롤라이나만 빼고 바이든 후보가 모두 앞서고 있다. 바이든 후보는 펜실베이니아, 조지아, 애리조나, 네다바에서 앞서고 있다. 이 4개의 주를 모두 가져올 경우, 바이든 후보가 확보한 선거인단은 모두 306석에 달할 전망이다.
사실상 바이든 후보의 승리가 확정된 것이다.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은 바이든 후보를 이미 당선자로 부르고 있다. 그러나 바이든 후보가 당선자로 확정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승복하지 않고 법적 소송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 2000년 '보조개 투표'와 어떻게 다른가 : 여기서 잠시 2000년으로 시간을 돌려보자. 당시에는 공화당의 조지 부시 후보와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가 맞붙었다. 당시 대선은 법적 분쟁 끝에 대선일 36일 이후 당선자가 결정됐다.
2000년 대선에서 이른바 '보조개 투표(펀칭이 제대로 되지 않아 흔적만 남은 투표용지)' 논란으로 시비가 일자 당시 보수파가 다수였던 연방법원이 공화당에 유리한 판결을 내려 공화당 조지 부시 후보가 앨 고어 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결국 대통령에 당선됐었다.
대법원 판결 직후 고어 후보는 전체 득표수에서는 앞섰음에도 패배를 인정했다. 대선 이후 36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2017년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학교 100주년 기념관을 찾아 강연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특별한 문제가 없는 가운데, 소송을 남발하고 있어 대법원의 유리한 판결이 날지 의문이다.
◇ 전 공화당 법률팀 수석변호사마저 "가치 없어" : 2000년 부시 대통령의 법률팀을 이끌었던 수석 변호사마저 “큰 실익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소송을 맡았던 최고 변호사였던 배리 리처드는 미국 CNBC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편투표 부정에 대한 많은 주장을 하고 있지만 결정적 증거가 없다”며 “그의 주장은 가치가 없으며,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 캠프는 공화당 전국위원회에 소송자금 6000만 달러(672억원)를 모금해 달라고 요청하는 등 소송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 (현지시간) 기자회견을 갖고 “합법적인 투표로 계산하면 내가 이긴다. 그러나 그들이 우리로부터 선거를 훔쳐갈 수 있다”고 말하며 패배할 경우 선거 결과에 불복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미 대선 승기에 쐐기 박는 바이든 (워싱턴 AFP=연합뉴스) 미국 대선 개표 나흘째인 6일(현지시간) 핵심 승부처에서 막판 뒤집기로 승기에 쐐기를 박은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의 얼굴을 위아래로 나란히 배치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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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색 짙은 트럼프 "결코 포기 안해..바이든 대통령직 주장 안돼
트윗으로 바이든 '승리선언' 견제하며 "나도 할수 있다..법적절차 막 시작" 성명선 "선거 무결성에 관한 것" 주장..모든 법적수단 동원한 다툼의지 밝혀
(워싱턴=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대선 결과와 관련, "결코 싸움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한 불복 의사를 거듭 밝혔다. 또 승기를 굳혀가는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해 대통령 당선을 주장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늦게 트위터 계정에 글을 올려 "조 바이든은 부당하게 대통령 직을 주장해선 안 된다. 나도 그 주장을 할 수 있다"며 "법적 절차가 이제 막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 트윗은 바이든 후보가 이날 대국민 연설을 할 것으로 알려진 저녁 시간대를 앞두고 나왔다. 바이든 후보가 이 자리를 빌어 '승리 선언'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가운데 이를 견제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성명에서도 불복 입장과 함께 소송 강행 방침을 공언했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대선 캠프를 통해 성명을 발표해 "우리는 미국 국민이 모든 투표 집계와 선거 인증에 완전한 투명성을 가질 자격이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더는 단일 선거에 관한 것이 아니다"며 "이는 우리 선거 과정 전반의 무결성에 관한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미국 국민이 우리 정부에 대해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해 법의 모든 측면을 통해 이 과정을 추구할 것"이라며 "나는 당신과 우리 국가를 위해 싸우는 것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대선 개표가 막바지로 접어든 가운데 민주당 조 바이든 대선 후보는 핵심 경합주와 승부처 개표에서 잇달아 트럼프 대통령을 역전하면서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성명은 패색이 짙어지는 가운데 패배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재차 밝히면서 현재 진행 중인 소송전을 비롯해 다툼을 계속 이어갈 것임을 공언한 것이다.AP는 "불법적으로 투표한 표가 개표되고 있거나 그 과정이 불공정하고 부패했다는 증거는 없다"며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의 공정성에 근거 없는 의구심을 계속 던지고 지속적인 법적 조치를 위협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캠프와 공화당은 이미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 조지아, 네바다에서 선거 부정행위와 유권자 사기를 주장하면서 소송을 냈으며 추가 소송도 내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각지에서 소송을 지속해 보수 성향 대법관이 우위인 연방대법원까지 사건을 가져가 판단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트럼프 - 바이든 (CG) [연합뉴스TV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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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백악관 일부 관리들, 트럼프로부터 조용히 거리 둬" CNN
트럼프 행정부 한 핵심 고문 "끝났다"
[서울=뉴시스] 김예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대선 패색이 짙어지는 가운데 백악관 일부 관리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를 두고 있다고 6일(현지시간) CNN이 보도했다. 내부 균열이 발생하는 모습이다.
CNN은 백악관과 가까운 소식통들을 인용해,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 주와 조지아 주의 개표 결과가 트럼프 대통령의 패배를 시사하면서 선거 운동과 관련된 백악관 일부 고위 관리들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조용히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고 전햇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핵심 참모는 대선과 관련 "끝났다(It's over)"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승복을 넘어 이후 어떤 일을 벌일지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거짓 발언을 쏟아낼 때 고개를 가로젓는 복수의 백악관, 선거 운동 관계자가 있었다는 점도 인정했다. 참모는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결과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권리는 충분히 가지고 있으나, 잘못된 방식으로 제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일부 트럼프 행정부, 공화당 인사들은 이미 2024년 대선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한 고문은 행정부·공화당 인사들은 차기 선거에 대한 야심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행동을 뒤돌아보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또 다른 선거 운동 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도둑 맞은 선거' 주장을 할수록 더욱 고립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트럼프 대통령)는 거의 혼자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ci27@newsis.com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연합뉴스)
트럼프 ‘절친’들까지…보우소나루 “겸손해져야”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대선 결과 불복을 시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훈계성 발언을 던져 눈길을 끌고 있다.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극적인 태도 변화로 주목을 받았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 행보와 관련해 겸손할 필요가 있다며 “트럼프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운명을 받아들이라는 조언을 건네는 듯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존재는 신이라고 강조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국제사회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우군 가운데 한 명으로 자국에서 대미 굴종 외교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지도자이다. 특히 그는 기후변화 불신, 국수주의, 언론과의 불화 등 트럼프 대통령과 거의 같은 신념을 노출해 브라질판 트럼프로도 불려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핵심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와 조지아에서 야당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리드를 빼앗기고 재선 실패 가능성이 커졌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달까지도 “별일이 없으면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에 참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제사회 친구 가운데 한 명이던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는 미국의 현재 상황에 조심스럽게 우려를 드러냈다. 아베 전 총리는 일본 유칸후지와의 인터뷰에서 “대선 때문에 혼란과 혼돈이 우려된다”며 “동맹국, 같은 성향을 지닌 국가들에 손실”이라고 말했다. 그간 트럼프 행정부와 갈등을 빚어온 서유럽 국가들에서도 논평이 나오기 시작했다.
영국 스코틀랜드의 니컬라 스터전 자치정부 수반은 “세상은 때로 어두운 곳일 수 있지만, 오늘 우리는 구름 사이로 새 나오는 빛을 봤다”고 트윗했다. 마테오 렌치 전 이탈리아 총리도 트위터에서 “바이든이 위대한 미국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결과에 불복 드라이브를 걸자 이를 놓고 백악관과 대선캠프에서 균열이 불거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6일(현지시간) CNN방송은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 쪽으로 승부가 기울어지자 백악관과 선거본부의 일부 고위관리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조용히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과 캠프 일부 참모들이 내부 의사소통 난맥상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는가 하면 동료들 탓을 늘어놓는 등 균열 양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핵심 고문은 이번 대선을 두고 "끝났다"고 단언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승복 여부의 문제를 넘어 취할 추가행동을 두고 백악관과 행정부 내에서 우려가 일고 있다고 전했다.
이 고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다음 조치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아무도 모른다"고 답변했다. 이어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틀린 장광설을 늘어놓자 백악관과 대선캠프에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관리들이 많이 있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부정선거를 주장하고 나선 데 대해서도 백악관, 선거캠프에 불만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나서 근거 없는 주장을 펴면 트럼프 대통령의 부정행위 주장에 오히려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선거캠프의 다른 한 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점점 더 고립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거의 혼자"라고 전했다. 그는 일부 보좌관과 우군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듣고 싶어하는 얘기를 여전히 하고 있기 때문에 극적인 불복 행보가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20년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패색이 짙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대하는 한 줄기 희망은 20년 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사례. 그러나 20년 전인 2000년 미 대선에서 플로리다 재검표 사태 때 부시 캠프의 소송 승리를 이끌었던 변호사는 6일 CNBC와 인터뷰에서 "소송할 가치가 전혀 없다(entire without merit)"라고 밝혔다.
CNBC 페이지.[인터넷 캡처]
트럼프 대통령 캠프는 펜실베이니아·미시간·네바다·조지아 등 근소하게 뒤진 경합주를 대상으로 개표 중단 혹은 재검표를 요구하는 각종 소송을 제기했다. 증거 불충분으로 대선 결과를 뒤집지 못할 것이라는 게 미국 선거 전문가들의 일반적 관측이다. 트럼프 측은 네바다에서 이미 사망한 사람, 다른 주에 거주하는 수천 명의 우편 투표가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구체적 증거는 없다.
바이든 당선확정 경우의 수.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펜실베이니아에서는 우편 투표의 도착 시기를 둘러싸고 시비를 걸고 있지만, 그 표를 개표하기 이전에 바이든이 근소한 차이로 트럼프에 역전한 상황이다.
뉴욕대 법대 새뮤얼 이사샤로프 교수는 CNBC에 지금까지 트럼프 캠프로부터 어떠한 법적 전략도 볼 수 없었다"며 "그들이 내놓는 유일하게 일관된 법적 이슈는 선거일 이후 도착한 펜실베이니아주 부재자 투표 문제인데, 이들의 표는 아직 세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사샤로프 교수는 "(트럼프 캠프의) 소송은 '선거가 사기'라는 수사적인 입장을 띄우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 대선은 6일 핵심 승부처인 펜실베이니아와 조지아에서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후보를 역전하며 승세를 굳혔다. 펜실베이니아와 조지아에는 각각 20명, 16명의 선거인단이 걸려있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미국 공화당의 미치 매코넬 상원 원내대표가 지난 2일(현지시각) 켄터키주 베르사유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민주 바이든-공화 매코넬 ‘파워커플’,트럼프 ‘불복’ 정리할까
미 언론 “바이든,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미치 매코넬에 곧 연락” 트럼프 불복·소송전 속 매코넬에 협조 구해 정권 인수 서두를 듯 매코넬, 상원서 바이든과 오랜 인연…오바마 시절 주요협상 창구
민주당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조 바이든 당시 부통령은 상원 다수당인 공화당을 상대로 미-러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스타트) 비준 등 굵직한 협상을 이끌어냈다. 그때 바이든의 협상 파트너였던 미치 매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매코넬은 2015년 바이든 아들 보의 장례식에 참석한 유일한 공화당 상원의원일뿐 아니라, 이번 대선 캠페인 국면에서 공화당이 바이든의 또다른 아들 헌터의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집중 공격할 때도 당의 움직임과 상당한 거리를 둬왔다. <폴리티코> 등 미국 언론이 미국의 새로운 ‘파워 커플’ 탄생을 기대하는 이유다.
펜실베이니아와 조지아에서 역전하며 사실상 바이든의 당선이 유력해진 6일(현지시각), <시엔엔>(CNN) 등 현지 언론은 바이든이 이르면 이날 늦게 매코널 원내대표에게 연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3일 대선과 함께 치러진 상원 선거 개표 결과, 민주당과 공화당이 각 48석 동률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4곳의 승자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 중 특히 조지아주 2곳은 내년 1월 결선 투표를 치를 가능성이 높다. 만일 민주당이 공화당 텃밭이었던 조지아주에서 2석을 가져오지 못한다면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인 매코넬이 바이든의 새 내각 인준에 키를 쥐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거듭 선거 사기를 주장하며 불복과 소송전 의사를 밝히는 가운데, 바이든 후보가 당선을 기정사실화 하고 합법적인 대통령 당선인(President-elect)으로서 정권 인수 절차를 서두르기 위해 매코넬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대선 전부터 예고된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사기’ 주장과 관련해, 매코넬은 상당히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시엔엔>은 “공화당이 소수인 하원에서 케빈 매카시 원내대표가 공개적으로 트럼프의 주장을 옹호하는 반면, 공화당이 다수인 상원의 미치 매코넬 원내대표는 중립을 지키려 한다”고 공화당 분위기를 전했다. 조심스럽고 신중한 지도자인 매코넬이 “여론의 영향력이 막강한 트럼프와 그 열렬한 지지자들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그들의 모호한 선거 사기 주장에는 동조하지 않는 방식으로” 신중하게 메시지를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6일 저녁까지도 매코넬은 트럼프의 선거 사기 주장과 관련해 말을 아끼고 있다. 하지만 매코넬의 측근은 이 매체에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을 둘러싼 상황이 민감하긴 하지만 적절한 시점에 바이든 후보와 전화할 것이고 그렇게 하길 바랄 것”이라고 말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워싱턴=AP/뉴시스]6일(현지시간) 미 워싱턴 백악관 인근 흑인 생명 소중(BLM) 광장에서 시위대가 모든 표의 개표를 촉구하는 시위를 하는 가운데 한 남성이 "트럼프, 해고"라는 팻말을 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사실상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에 완패를 하게 된 데는 승부의 분수령이었던 경합 주를 대거 내준 영향이 컸다. 특히 28년간 공화당의 '철옹성'이었던 애리조나와 조지아를 뺏기고,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공 들였던 미시간 마저 내준 점이 뼈 아팠다.
이들 3개주의 총 선거인단은 총 43명. 지난번 대선때 트럼프 당선을 주도했던 지역들이지만 이번엔 거꾸로 바이든이 트럼프를 물리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공교롭게도 이들 3개 주는 선거 기간 내내 트럼프를 괴롭혔던 대표적인 여성 저격수들이 '활약'한 곳이다. 공화당 거물 정치인 고(故) 존 매케인 전 의원의 부인인 신디 매케인, 키샤 랜스 보텀스 애틀랜타 시장,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가 그들이다.
철옹성 애리조나를 무너뜨린 공화당원
신디 매케인 / 사진=AP
미 언론들은 특히 애리조나의 '변심' 뒤에는 신디 매케인이 구심점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캠프는 애리조나의 패배에 상당한 큰 충격으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4일 “선거일인 3일 밤 폭스뉴스가 개표율 73% 시점에서 바이든의 애리조나 승리를 점쳤을 때 트럼프와 참모들이 격분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애리조나는 대표적인 공화당의 텃밭이다. 대선에서 애리조나가 민주당 후보를 택한 것은 1996년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 이후 무려 24년만이다. 미 언론들은 애리조나의 '변심'은 트럼프와 매케인의 악연에서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매케인은 베트남전 영웅 출신으로 애리조나에서만 상원의원으로 6선을 했다.
하지만 그는 트럼프와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 오히려 바이든와 가까운 사이였다. 트럼프는 매케인에 대해 "해군사관학교를 겨우 졸업한 멍청이"라며 그의 포로 생활에 대해서는 "적에게 붙잡힌 것이지 전쟁 영웅이 아니다"고 깍아 내렸다.
2018년 매케인이 뇌종양으로 사망했을 때도 트럼프는 장례식에 참석하는 대신 버지니아주에 있는 자신의 골프장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런 트럼프가 재선을 노리고 대선에 다시 나서자 매케인의 부인인 신디가 저격수로 나섰다. 신디는 바이든 후보의 TV 광고에 출연하고 정권인수 자문단에도 참여했다. 또 선거 직전 미국의 전국지의 USA투데이에 ‘공화당원이 바이든에 투표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하기도 했다.
오죽했으면 트럼프의 패색이 짙어지자 트럼프 지지자들은 신디에게 분노를 쏟아냈다. 보수 논객인 마크 레빈은 4일 트위터에 “신디 매케인에게 축하한다. 우리는 애리조나를 비용으로 치르게 됐다"는 글을 올리자 2만여명의 트럼프 지지자들이 댓글로 신디에게 "배신자", "민주당으로 가라"며 비난에 가세했다.
트럼프에 "입 다물어" 쏘아붙인 시장
키샤 랜스 보텀스 애틀랜타 시장
/ 사진=AP
공화당의 또 다른 텃밭인 조지아에서는 흑인 여성인 키샤 랜스 보텀스 애틀랜타 시장이 조지아의 민주당 지지세를 규합하는 역할을 했다. 보텀스는 코로나가 확산 와중에 공화당 소속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가 소매점 영업 재개를 서두르자 이에 반대하는 등 소신있는 리더십으로 유명세를 탔다.
지난 5월엔 트럼프에 "입을 다물라"고 일갈하며 민주당의 스타로 부상했다.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는 시위가 연일 미 전역을 달굴 때였다. 트럼프는 "급진 좌파가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며 배후설을 주장하자 보텀스는 트럼프를 향해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며 “제발 그 입을 다물라”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시위대에게는 “폭력시위는,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정신이 깃든 도시의 모습이 아니다”며 “미국을 바꾸고 싶으면 투표 등록을 하라”고 호소했다. 이 일로 보텀스는 선벨트(남주지역)에서 민주당을 상징하는 스타가 됐고 바이든의 러닝메이트 후보에도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러스트벨트를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 사진=AP
선벨트에 보텀스가 있다면 러스트벨트(미 동부의 공업지역)엔 미시간주 주지사인 그레첸 휘트머가 반(反) 트럼프의 중심에 섰다. 미시간은 원래 민주당 전통 텃밭이었지만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하며 민주당에 충격을 안겼던 곳. 휘트머는 2018년 주지사에 당선돼 흔들리던 민주당 지지세를 다시 결집시켰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 확산 이후 번번히 트럼프와 대립각을 세우며 전국구 스타로 떠올랐다.
휘트머가 얼마나 눈에 가시였는지 트럼프는 공식 석상에서 매번 휘트머를 직함이나 이름 대신 '미시간에 있는 여자'라고 불렀을 정도다. 대선을 앞두고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극렬무장세력이 미시간주 의회를 습격하고 휘트머 주지사를 납치하려는 음모를 세우기도 했다.
지난 대선 때 공화당 지지자들이 민주당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를 겨냥해 사용했던 '그녀를 감옥에 가둬라'(Lock her up) 구호를 이번 대선 기간 동안 휘트머에 쏟아냈다.
‘벌거벗은 카우보이’로 알려진 트럼프 지지자 로버트 버크가 11월4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모든 표를 집계하라’ 집회에서 시위대와 대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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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 맹목적인 ‘백인 우파’, 그들은 누구인가?
이번 미 대선은 미국 사회가 전에 없이 두 쪽으로 갈라져 있음을 보여주었다.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우파 백인들이 총기를 들고 나서는 모습이나 선거일을 앞두고 폭력 사태에 대비하는 모습은 미국 역사상 전에 없던 일이다. 1980년대 전에는 공화당 내에도 보수파와 진보파가 있었고, 민주당 내에도 보수파와 진보파가 있었다.
이념에 따라 조성된 유럽의 정당과는 그 성격이 달랐다. 1980년대 들어 남북전쟁 후 민주당을 지지해 오던 남부가 공화당 지지로 선회하자 미국의 정치 판도가 바뀌었다. 그리고 민주당과 공화당은 진보와 보수로 갈라서는 진영 정치에 몰두하게 됐다.
남부·내륙은 공화당, 동북부는 민주당으로 지역색 뚜렷
1860년 대선 직전에 동북부에 기반을 둔 정파들이 모여 만든 공화당은 남북전쟁 후 오랫동안 집권해 왔다. 그러나 1933년 이후 공화당은 20년 동안 야당 신세였고, 1952년 대선에선 아이젠하워 장군을 초빙해 간신히 정권을 잡았으나 1960년 존 F 케네디에게 다시 패배하고 말았다.
1964년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 배리 골드워터는 보수주의를 내세웠으나 린든 존슨 대통령한테 참패했다. 루스벨트의 ‘뉴딜’, 존슨의 ‘위대한 사회’ 등 개혁정책을 통해 민주당은 흑인 등 소수인종과 진보계층의 지지를 넓혀 갔지만 전통적 텃밭이던 남부에선 지지를 상실했다.
1968년 대선에선 남부 5개 주가 진보로 흐른 민주당을 버리고 제3당 후보인 인종주의자 조지 월리스를 지지하는 바람에 민주당 표가 분산됐고, 공화당 후보인 리처드 닉슨은 어부지리로 간신히 승리했다. 닉슨은 공화당이 더 이상 흑인과 동북부의 지지를 받기 어려운 것을 알고 민주당이 지지를 상실한 남부를 공화당으로 끌어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1972년 대선에서 급진 성향인 조지 맥거번을 후보로 내세운 민주당은 궤멸적 참패를 당했다. 그 후 남부 주는 남부 출신인 지미 카터와 빌 클린턴이 대선에 출마했을 때만 민주당에 지지를 보냈을 뿐 공화당 텃밭이 되었다. 1980년 대선에서 보수주의를 내건 로널드 레이건이 압승함에 따라 공화당은 12년 동안 황금기를 보냈고, 남부는 남북전쟁 때 자신들의 적이었던 공화당을 확고하게 지지하게 됐다.
무엇보다 레이건은 배우 출신답게 대중을 움직일 줄 아는 포용적 정치인이었다. 이때부터 공화당은 자유를 사랑하고 가정과 국가라는 전통적 가치를 존중하는 보통 사람들의 정당으로 탈바꿈하게 됐다.
공화당을 지지한 백인 보수운동가들과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은 낙태와 동성애 같은 이슈와 세금 문제를 민감하게 생각했는데, 이들은 당내 우파로서 입지를 다졌다. 엘리트 출신의 실용주의 정치인인 조지 H W 부시가 1992년 대선에서 재선에 실패한 것은 이런 이슈에서 보수주의를 이탈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들 조지 W 부시는 부친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보수주의를 충실히 따라 2004년 재선에 성공했으나, 이라크 전쟁 실패와 금융위기로 공화당은 2008년 대선에서 패배했다. 2000년 대선을 기점으로 남부와 내륙은 공화당, 태평양 연안과 동북부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지역색으로 갈렸고, 흑인 등 소수인종이 많이 사는 도시는 민주당 우세, 농촌과 산간 지역은 공화당이 우세한 오늘날의 정치지도가 완성됐다.
“뉴욕타임스 보는 자식들이 이따위 말을 하고 있어”
198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 여론은 동부에 근거를 둔 신문과 네트워크 뉴스가 이끌어갔다. 1987년 연방통신위원회가 방송의 공정성 원칙을 폐기하자 미디어 지형에 큰 변화가 일었다. 대학을 중퇴하고 방송국을 전전했던 러시 림보가 자기 이름을 내건 신디케이트 라디오 토크쇼를 시작했는데, 폭발적인 인기를 끌어 지금껏 청취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림보는 클린턴 부부의 위선과 가식을 20년 동안 비판했고, 총기 소유는 미국인의 권리이고 이라크 전쟁을 반대하는 진보주의자들은 반역자라는 메시지를 백인 근로계층에 전파했다. 림보는 “뉴욕타임스 보는 자식들이 이따위 말을 하고 있어” 하는 식의 방송으로 저학력층 백인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1996년 폭스뉴스가 개국하자 이들은 비로소 자신들의 취향에 맞는 뉴스채널을 보게 됐다. 빌 오라일리가 진행했던 뉴스쇼는 진보정치인들을 거침없이 비판해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폭스뉴스는 테러와의 전쟁에 참전한 미군들을 애국자로, 전쟁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반역자로 취급했다. 백인 근로계층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참전한 군인들에 대해 동질성을 갖고 지지했다.
민주당 후보 오바마가 당선된 2008년 대선은 이들에겐 충격이었다. 오바마 정부가 금융위기를 극복한다는 명분으로 대기업을 지원하면서 정작 어려운 근로자 계층을 무시한다는 분노가 이들에게서 터져나왔다. 공화당 지지 세력 중 일부가 티 파티(Tea Party) 운동을 전개해 전국적 현상으로 발전했다.
2008년 대선에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나왔다가 동부 언론에 의해 ‘무식한 여자’ 취급을 받았던 세라 페일린은 주로 백인 근로계층들 사이에선 영웅이었다. 이들은 사커 맘(Soccer Mom)이라 불리는 평범한 엄마, 조 식스팩(Joe Six Pack)이라 불리는 평범한 남자를 정부가 무시하고 있다면서, 자신들이 “진짜 미국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자신들이 지지하는 마크 루비오, 테드 크루즈 등을 의회로 진출시킬 정도로 한때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남북전쟁 당시 남부연합 대통령 제퍼슨 데이비스, 남부군 지휘관 로버트 리 등 남부 인사들을 기리는 동상을 철거하려는 움직임도 우파 백인들을 자극했다. 남북전쟁이 끝나자 북부군 사령관 그랜트 장군은 “이제 남부군도 우리 동포”라면서 국민 통합을 선언했다.
그 후 남부는 남부군의 유산을 자신들의 역사로 존중하고 보존해 왔다. 남부연합의 수도였던 버지니아주 리치먼드 등 남부 도시에는 남부 인사들의 동상이 서 있고, 남부의 도로·공원·학교는 이들의 이름을 딴 경우가 많았다.
흑인 민권단체가 동상 철거와 개명을 요구하고 나서자 남부 백인들은 자신들의 역사 유산이 부인당하는 데 대해 반발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2016년 대선이 치러졌다. 예상을 뒤엎고 젭 부시 등 공화당 주류 후보 대신 공화당 후보가 된 트럼프를 백인 우파는 열렬히 지지했다. 이들에게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마녀’이자 ‘악마’였다. 트럼프는 이런 분위기를 이용해 대통령이 됐다.
2017년 8월, 토머스 제퍼슨의 고향인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로버트 리 장군 동상 철거에 반대하는 극우 시위대로 인해 폭력 사태가 발생했다.
백인 우파 운동이 위험한 상태에 이르렀음을 잘 보여주었는데, 트럼프는 이런 폭력시위를 두둔하는 태도를 취했다. 트럼프는 이런 식으로 4년 내내 국민을 분열시키면서 제멋대로 나라를 운영했다. 이제 백인 우파의 문제는 트럼프 이후 공화당, 그리고 미국 사회가 안고 있는 매우 어려운 과제가 돼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