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박미소 기자 = 전 세계에 동시 출간된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 서적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대형서점에 진열되어 있다. 2021.02.16. misocamera@newsis.com
2004년 개봉한 영화 ‘투모로우’의 한 장면. 투모로우는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해류가 제대로
흐르지 못해 급작스러운 빙하기가 찾아온다는 내용이다. 21세기폭스사 제공기후위기의 마지노선, 심해가 끓고 있다
바다는 지구에 생명체가 탄생하도록 이끈 원동력이자 안식처다.
그런 바다가 기후변화 위기에 직면했다. 널리 알려진 표층 수온이나 해수면 상승 이야기가 아니다.
인류의 손길이 제대로 닿지 않은, 미지의 세계 심해마저 기후위기에 따른 수온 상승에 몸살을 앓고 있다.
2015년 12월 12일 프랑스 파리에 전 세계 190여 개국이 모여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힘을 모으기로 약속했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바로 파리협정이다.
파리협정은 산업화 이전보다 지구 대기 평균기온 상승을 2.0℃ 이하로 제한하고, 나아가 상승 폭이 1.5℃을 넘지 않도록 전 세계가 노력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파리협정은 2016년부터 효력이 발생했고 교토의정서가 만료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된다.
한국도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로 다양한 정책과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
. 하지만 전 세계 각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구의 평균기온은 계속해서 높아지는 추세다.
지난해 연중평균기온은 2016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았다.
해양생태계의 변화 역시 심각하다.
어류자원의 변화와 잦아진 자연재해 등 위기를 체감하게 해주는 현상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심해 수온 상승, 수십 년 지속될 것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이 발표한 지난해 육상과 바다의 평균 온도. 붉은색이
진할수록 높은 온도를, 푸른색은 낮은 온도를 나타낸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 제공수온 상승은 기후위기를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다.
1월 13일 국제학술지 ‘대기과학 발전’에 발표된 바다 수온 측정 논문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바다의 평균 표층 수온은 195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표층을 넘어서 심해까지 온난화의 영향이 미치고 있다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수심 200m보다 깊은 곳을 의미하는 심해는 아직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분야 중 하나다.
바다는 지구 표면적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넓고 바닷속 깊은 곳으로 들어갈 때마다 압력이 증가해 사람이나 관측장비를 심해로 내려보내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심해 환경은 지구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심해에서 일어나는 해류순환은 지구의 에너지 순환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적도의 따뜻한 표층 해류가 극지방으로 열에너지를 운반하면 극지방에서 이 물이 식어 심해로 흘러가고 다시 적도 지역에서 용승해 열에너지를 흡수하는 방식으로 순환이 이뤄진다.
그런데 이런 순환이 기후변화로 끊길 위험에 처했다.
지난해 5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에는 앞으로도 심해 수온의 변화가 이어지고 이로 인해 해양생태계와 지구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내용의 논문이 발표됐다.
아이작 브리토-모랄레스 호주 퀸슬랜드대 지구 및 환경과학과 연구원팀은 기후변화를 예상할 때 사용하는 ‘일반순환모델(GCM)’을 이용해 심해 수온의 변화를 예상했다.
그 결과 당장 육상에서 온실가스의 배출이 감소하더라도 심해 수온은 2050년 이후에도 계속해서 상승할 것으로 분석됐다.심해와 표층 해류는 전 지구적으로 순환하며 에너지와 물질을 운반한다.
푸른색은 심해의 해류를, 붉은색은 표층 해류를 나타낸다. Brisbane 제공심해 수온 상승이 위험한 이유는 대기와 심해 사이의 순환을 통해 온도가 낮아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바다 표층은 대기와 맞닿아있어 물질과 에너지 교환이 빨리 일어난다.
하지만 대기와 심해는 해류를 통해 물질과 에너지를 교환하는만큼 순환에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전 지구적으로 순환하는 해류 대순환의 경우, 이동 속도가 초속 10cm 수준으로 매우 느리다.
심해는 대기, 표층으로부터 온 물질과 에너지를 교환하며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심해는 부피 기준으로 전체 바다의 90~95%에 이른다.
온실가스 등 환경오염물질이나 열에너지 대부분도 심해에 보관된다. 지구의 저장고 역할을 하는 셈이다.
남성현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심해 환경은 지구의 에너지 저장고로 지구가 흡수하는 전체 태양에너지의 90% 이상이 저장된다”며 “여기에 전 지구 기온 상승으로 인한 에너지가 추가돼 심해에 저장된 막대한 양의 열에너지가 방출되기 위해서는 바다 표층이나 대기와 비교해 오랜 기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심해 수온 상승에 따른 생태계 변화는 기후속도(Climate velocity)를 통해 알 수 있다.
기후속도는 기후변화에 따라 생물 종의 서식지가 이동하는 속도를 의미한다. 연구팀이 당장 온실가스 총 배출이 없어지는 상황을 가정해 분석한 결과 2050년 이후의 바다 표층 기후속도는 연간 약 6.03km다.
기후변화에 따라 표층 생물 종이 매년 6.02km씩 서식지를 이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심해의 평균 기후속도는 연간 약 76.47km로 표층 기후속도의 12배에 달할 것으로 나타났다.
남 교수는 “심해 생태계는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다양한 생물이 살고 상호작용하며 전체 해양생태계와 지구환경에 영향을 미친다”며 “심해에서 생물 이동이 본격화되면 지구 전체 생태계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
이라고 경고했다.
심해 수온 상승 그대로 두면 재앙 올 것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연구팀이 심해 생태 연구를 위해 음파탐지기를 입수시키고 있다.
이처럼 심해 환경 연구를 위해서는 특별한 장비가 필요하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 제공미국국립해양대기청(NOA A)은 2009년부터 2019년까지 남대서양의 수심 1360~4757m의 심해 수온을 측정한 결과를 지난해 9월 국제학술지 ‘지오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발표했다. 연구팀이 측정한 10년간 심해 수온의 변화는 0.02~0.04℃ 수준으로, 대기와 표층 수온의 변화에 비하면 미미해 보인다. doi: 10.1029/2020GL089093
하지만 심해는 상대적으로 외부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아 작은 온도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평소 심해 수온 변화는 0.001℃ 수준으로 0.04℃의 수온 변화도 결코 작지 않다. 에너지 순환과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심해의 온도 상승이 계속된다면 지구 환경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선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가 심해에 녹아있는 만큼 수온 상승에 따라 방출된 온실가스가 지구온난화를 가속할 수 있다.
심해는 기압이 높고 수온은 낮아 기체가 녹아 있기에 최적의 환경이다.
특히 빙하기 시기에 지구 대기에서는 이산화탄소가 급격하게 감소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연구자들은 이때 사라진 이산화탄소가 심해에 저장돼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이산화탄소가 일시에 배출되면 큰 위기가 닥칠 수 있다.
심해 연구에 사용하는 압력계 장착 역전 에코사운더(PIES)의 모습. 심해 연구자들은
수온, 염분 등을 측정할 수 있는 장비를 바다 아래로 내려보내 데이터를 수집한다.
(출처 NSF-OOI/UW/CSSF, Dive1739, V14)심해 해류에 교란이 생기며 전 지구적인 자연재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해류 변화의 가장 가능성 높은 원인은 극지방에서 빙하가 녹으면서 바다의 염도를 낮추는 현상이 꼽힌다.
하지만 수온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이미 해류의 변화가 세계 곳곳의 바다에서 관찰되고 있다.
전 세계 주요 해류의 변화를 분석한 중국과학원 해양연구소의 지난해 2월 ‘사이언스’ 논문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13년까지 25년 동안 태평양 지역에서는 해류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대서양에서는 해류가 느려진 것
으로 나타났다.
남 교수는 “심해 해류순환의 원동력은 염류와 온도에 따른 밀도 차이인 만큼 심해 수온 변화는 해류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해류는 지구 에너지 순환에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해류에 교란이 생기면 2004년 개봉한 영화 ‘투모로우’처럼 이상기후와 자연재해의 원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철 기자alwaysame@donga.com
7일 인도 북부 우타라칸드주 히말라야 고산지대에서 발생한 홍수와 관련해 생존자를 수색하는
구조대와 경찰. [로이터=연합뉴스]
cool@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미쳐버린 전세계 기후..히말라야 빙하 홍수로 200명 몰살
텍사스, 한파로 가스관 얼고 풍력 발전 정지
경험 못한 한파에 정전·단수까지 고난의 행군
지중해 지역도 한파·눈..예루살렘 6년 만의 눈
인도, 히말라야 빙하 녹아 떨어지며 댐 붕괴
마을·교량 휩쓸어 200여 명 숨지거나 실종
인류 감당 힘든 기후변화 재앙 곳곳서 속출
미 바이든 대통령 탄소제로 전략 힘 받을 듯
미국에선 정전 원인 놓고 정치적 논란까지
빌 게이츠, 탄소제로 에너지 원자력에 관심
2021년 2월이 되면서 지구촌 곳곳에서 환경 재앙이 동시다발로 발생하고 있다.
미국의 절반 이상이 최저 기온이 섭씨 20도 가까이 떨어지는 이상 한파와 폭설을 동반한 겨울 폭풍으로 주민들이 고통을 겪거나 겪고 있다.
텍사스 등에선 한파와 폭설로 인한 정전·단수·교통마비·식료품로 일시적으로 문명이 단절되는 기막힌 상황을 겪고 있다.
한파와 눈보라로 정전과 단수 사태를 겪은 미국 텍사스 주 휴스턴에서 2월 17일 주민들이 프로판
가스를 사기 위해 가스통을 들고 충전소 앞에 줄을 서 있다. 이들은 눈보라와 한파 속에서 1시간
이상 줄을 서야 했다. 이 지역에서 장작과 프로판 가스는 전기가 들어올 때까지 유일한 에너지원이 됐다.
AP=연합뉴스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재앙 현실화
기후가 온화한 지중해 지역을 포함한 유럽과 근동 지역도 이상 한파와 폭설 피해를 겪고 있다.
심지어 인도 북부 히말라야 산악지대에선 산악 빙하가 떨어지면서 생긴 빙하 홍수로 200여 명의 인명 피해까지 났다.
기상이란 게 원래 변화무쌍하지만, 최근 상황은 정도와 빈도로 봐서 분명 정상 범위를 넘어선다.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 재앙이 현실화하는 게 아닌가 우려될 정도다.
2월 9일 히말라야 산맥의 빙하가 호수에 떨어지면서 물이 넘쳐 홍수가 발생한 인도 북부
우타라칸드 주 티몰리 지역. 댐 2곳이 붕괴되거나 손상을 입었으며 홍수로 인한 급류에 마을과
다리가 휩쓸려가면서 200여 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AFP=연합뉴스
이런 환경 재앙은 2020년 한 해 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고통을 겪었던 지구촌이 새해 들어 백신 접종의 확대로 희망을 찾아가는 와중에 벌어졌다. 코라나19에 이어 이젠 기후변화에도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질 때다.
그 상황을 살펴본다.
미, 이상한파·폭설로 일시 문명 단절
#1. 미국은 이상 한파를 겪고 있다.
온대성 저기압으로 인한 겨울철 빙설(氷雪) 폭풍과 한파가 이 지역을 덮치면서 전력 시설이 얼어붙는 등의 이유로 정전이 이어졌고, 상수도 동파로 상당 지역에서 단수가 됐다. 이상 한파는 2월 10~11일에 시작됐다.
일부 지역이 영하 20도 가까이 기온이 떨어졌다. 눈보라가 치면서 교통이 마비된 곳도 적지 않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3억3000만 명의 미국인 중 1억5000만 명 이상이 한파와 눈보라 피해를 입었다.
최소 9명의 인명피해까지 나왔다.
미국을 덮친 이상 한파와 폭설로 정전과 단수 사태를 겪은 텍사스 샌마커스에서 한 남자가
바베큐 틀에 불을 지펴 냉동 피자를 녹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NYT에 따르면 미국 남쪽 끝으로 멕시코와 국경을 이루는 리오그란데 강부터 중북부 오하이오까지 빙설 폭풍이 휘몰아쳤다.
중서부 미네소타 히빙은 영하 38도까지 기온이 떨어졌다. 눈보라 때문에 14개 주에서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한파와 폭설로 상당수 남부 주들은 교통이 마비됐다. 조지아 주에선 겨울 폭풍과 연관된 토네이도도 발생해 일부
마을이 피해를 줬다.
2월 11일의 경우 미국 동남부 플로리다와 조지아, 사우스캐롤라이나와 노스캐롤라이나, 서부의 캘리포니아와 애리조나 남부를 제외하고 거의 전 지역이 영하의 날씨로 떨어졌다.
특히 중서부 지역과 남부 텍사스의 북부 지역은 기온이 영하 18도까지 떨어졌다.
그 사이의 지역은 기온이 영하 17도에서 0도 사이였다.
이상 한파로 전기와 물 공급이 일시적으로 끊긴 미국 텍사스 주 흇스턴에서 2월 18일 주민들이
공원 급수시설에서 물통에 물을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텍사스는 유례없는 한파를 겪었다. 기상정보 사이트인 웨더유에스에 따르면 텍사스는 2월에 낮 최고기온이 지역 별로 섭씨 14.4~23.9도를 오가며, 최저기온은 영하 3.3도에서 13.3도를 오간다.
텍사스 중남부에 있는 주도 오스틴의 경우 평균 기온이 섭씨 7.2도에서 18.3도를 오간다.
서부 엘파소는 따뜻할 때는 17.2도까지 올랐다가 추운 밤에는 2.8도까지 떨어진다.
그런 지역에 이런 한파가 몰아닥친 것이다.
친환경 에너지원 동파 vs 가스관 동결
미국 텍사스 주의 그렉 애보트 주지사가 2월 18일 주도인 오스틴에 있는 재해 상황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상 한파로 인한 주민 고통이 가장 심한 곳으로 따뜻한 남부 텍사스가 꼽힌다.
대규모 정전 사태가 며칠째 발생하고 수도도 끊어진 데다 냉장고를 쓰지 못하면서 식료품 부족사태까지 이어지고 있다.
빙설 폭풍은 2월 10~11일에 이어 13~17일에 다시 이 지역을 강타했다.
360만 명 이상이 정전 피해를 입었으며 일부는 며칠 연속으로 전기 없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텍사스 주의 일부가 전기도 물도, 식료품도 없는 ‘난민촌’ 같은 분위기로 변한 셈이다.
미국 텍사스 주 애빌린의 주민들이 2월 16일 장작을 구입해 나르고 있다. 장작은 50km
떨어진 곳에서 트럭으로 실어왔다. 정전 사태로 프로판 가스와 장작이 일시적으로
에너지원이 됐다.AP연합뉴스
정전 사태에 대해 택사스의 그렉 애보트 주지사를 비롯한 일부 공화당 정치인들은 이상 한파로 풍력 터빈이 얼어붙어 가동을 중단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뉴욕타임스 등은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이 얼어붙은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텍사스 주가 이 정도 한파를 미리 준비하지 못했다는 데는 이견이 없는 분위기지만, 온화한 기후의 미국 남부의 주가 이 정도를 대비하지 못했다고 비난할 수가 있느냐는 논쟁도 벌어진다.
이스라엘의 예루살렘에 2월 18일 6년 만에 가장 큰 규모로 눈이 내렸다. 유대교와 이슬람이
모두 성지로 여기는 성전산에 흰눈에 덮혀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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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지중해 지역 한파와 폭설
#2. 지중해 지역은 한파와 함께 이상 폭설을 겪고 있다.
BBC는 이스라엘의 예루살렘에 2월 18일 6년 만에 가장 큰 규모로 눈이 내렸다고 보도했다.
이 눈으로 유대교와 기독교, 이슬람의 공동 성지인 예루살렘은 눈에 덮였다.
특히 유대교와 이슬람이 모두 성지로 여기는 성전산에 세운 바위의 돔이 흰눈에 덮히고 그 앞에서 사람들이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을 하기도 했다.
온화한 지중해 지역의 그리스 아테네에도 한파와 폭설이 내렸다. 고대 그리스 유적인
아크로폴리스와 파르테논 신전이 눈에 덮였다. AP=연합뉴스
예루살렘은 1870년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1950년 1월과 2월에 대규모 폭설을 경험했으며, 2013년에도 중동 지역을 덮친 이상 한파 속에서 40~70㎝의 적설량을 기록했다.
온화한 기후로 이름난 그리스 아테네에도 2월 16일 폭설이 내려 파르테논 신전과 거리가 눈에 덮였다. 이 때문에 교통이 마비되고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접종이 일시 중지됐다.
영국 런던 트라팔가르 광장의 분수대가 2월 9일 한파로 얼어있다.
AFP=연합뉴스
영국·프랑스도 한파와 눈
프랑스에서도 2월 10일 폭설이 내려 파리의 에펠탑과 몽마르트 언덕이 눈에 덮였다.
파리를 포함한 북부지역에서 교통이 마비되고 상당수 기차와 버스 운행이 중지됐다.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 앞이 2월 10일 눈에 덮여있다. AP=연합뉴스
영국도 2월 10일과 11일 이상 한파와 눈을 겪었다. 영국은 겨울이 되면 멕시코 만류 덕분에 따뜻한 날씨가 계속되고 눈 대신 비가 오는 지역이다. 가끔 영하의 날씨가 예보되면 경찰력과 행정력을 대대적으로 동원해 거리의 노숙자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는 게 신문의 1면 톱을 장식할 정도다.
하지만 이날 영국은 2월 11일 일부 지역이 섭씨 영하 23도까지 떨어져 1995년 이후 26년 만에 가장 추운 날씨를 기록했다고 데일리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기상 관측 이후 영국의 최저 기온 기록은 1995년 12월 30일과 1982년 1월 10일에 기록된 영하 27.2도다.
지난 2월 7일 인공위성으로 촬영한 인도 북부 우타라칸드 지역의 빙하. AP=연합뉴스
인도 빙하 홍수로 200여 명 인명 피해
#3. 인도의 환경 재앙은 큰 인명피해가 났다는 점에서 미국이나 유럽·근동의 환경 재앙과 차원을 달리 한다.
우리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2월 7일 인도 북부 우타라칸드 주. 히말라야 고산지대에서 갑자기 홍수가 발생해 댐과 수력발전 시설 한 곳이 완전히 붕괴되고 다른 한 곳은 부분적으로 무너졌다.
AP·AFP 통신과 BBC·CNN 방송, 현지 인디아익스프레스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사고는 치명적이었다. 홍수로 마을과 도로 등이 휩쓸리면서 사고 초기 200여 명이 실종된 것으로 보고됐다.
공사 중인 터널에 갇힌 사람 중 일부만 구조되고 대부분 숨진 채 발견되거나 시신조차 수습하지 못했다.
2월 9일 인도 북부 우타라칸드 주에서 발생한 빙하 홍수로 부번적으로 붕괴된 댐이 왼쪽에 보인다.
오른족은 구조작업에 나선 사람들과 장비. AP=연합뉴스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사고 직후 트위터에 “인도는 우타라칸드 주와 함께하며, 국가는 그 지역 모든 사람의 안전을 기도한다”는 내용을 올렸다고 BBC방송이 보도했다.
현지에 급파돼 사고 원인을 조사한 인도 국방연구개발기구의 LK 신하는 “공중 정찰 결과, 이번 사고는 우선 보기에 거대 빙하지대의 끝에 매달려있던 빙하가 빙하 호수로 떨어져 다량의 물이 좁은 계곡으로 넘치면서 홍수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인도 현지 매체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인도 북부 히말라야 산맥의 빙하. 녹은 빙하가 호수에 떨어지면서 물이 넘쳐 홍수를 일으켜 댐이
붕괴되고 200여 명의 인명피해를 냈다. EPA=연합뉴스
겨울 빙하 붕괴 이례적…녹는 속도 2배로
가디언은 과학자들은 겨울철에 빙하가 떨어진 것이 대단히 이례적이라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기후변화로 인한 빙하 용해는 앞으로 몇 년 안에 이 지역에서 큰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는 경고는 계속 있어왔다.
2019년 조사 결과 히말라야 산악지역의 빙하 용해 속도는 2000년보다 2배로 높아져 매년 5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 자왈할라 네루 대학의 환경대학원의 AP 디브리 박사는 “히말라야는 고산지대에 물을 (빙하 형태로) 담고 있는 수탑 같은 곳”이라며 “지구 온난화가 진행돼 히말라야 상층부가 따뜻해지면 빙하가 빠른 속도로 녹게 된다”고 설명했다.
2월 7일 인도 북부 우타라칸드 주에서 발생한 빙하 홍수로 실종된 사람들의 사진.
AFP=연합뉴스
비도 안 왔는데 고산지대 겨울 홍수
이 사건을 주목하는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히말라야의 ‘고지대’에서 홍수가 났다는 사실이다.
사고 지역은 인도에서 둘째로 높은 해발 7816m의 난다데비 산에서 멀지 않은 히말라야 고지대다.
난다데비 산은 갠지스 강의 발원지다.
둘째, 홍수가 갑자기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경고나 사전 징후도 없이 갑자가 급류가 상류에서 흘러내려와 인간이 만든 시설인 댐과 수력발전소, 그리고 사람들의 거주하는 마을을 휩쓸었다.
AP통신에 따르면 우타르칸드 주 수력발전소 직원인 상그람 싱은 “갑자기 엄청나게 큰 소리가 들린 직후 급류가 흘러내려와 아래쪽에서 일하던 동료를 휩쓸어갔다”고 말했다.
셋째, 당시 비도 눈도 내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고산지대에는 봄이 되면 눈 녹은 차가운 물이 흘러내리는 게 일상적이지만 이번 홍수는 겨울에 발생했다.
이처럼 고지대에서, 겨울철에, 감자기. 거대한 급류를 형성하며 홍수가 발생해 대형 인명사고가 난 것은 이례적이라고 AFP 통신은 지적했다.
홍수의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고산에 있던 거대한 빙하가 눈사태처럼 아래쪽의 빙하호수에 갑자기 떨어졌고, 이에 따라 빙하 호수가 넘치면서 이어지는 알라크난다와 다울링강가의 두 하천에 홍수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
이 강들은 거대한 갠지즈 강의 상류를 형성한다.
결국 고산의 빙하가 호수에 떨어지고 호수 물이 넘치면서 갠지즈 강의 상류 하천에 빙하 홍수가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아래쪽에 있는 댐이 불어난 수량에 무너지면서 다시 부차적인 피해를 일으킨 것으로 본다.
2015년 4월에 촬영된 인도 북부 히말라야의 빙하지대.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매년 50cm씩
줄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히말라야에서 지구온난화로 인한 환경재앙은 이론이
아닌 현실이다. AP=연합뉴스
“지구온난화 인한 기후변화가 사고 원인”
이번 사고는 기후변화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인도 바르티 공공정책 연구소 교수로 유엔의 제6차 기후변화 평가 보고서 작성을 주도했던 안잘 프라카시는 “고산지대의 빙하가 지구 온난화 때문에 녹아서 떨어진 기후변화 사고로 볼 수 있다”며 “빙하 융해에 대한 지구온난화의 영향은 이미 잘 밝혀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3년에도 많은 비가 내리는 몬순(계절풍) 시기에 우타라칸드 주에서 빙하 홍수가 발생해 6000명 이상이 숨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홍수는 2013년 참사와 함께 히말라야 지적이 기후변화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잘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번 홍수로 대규모 피해를 입은 조시마트 지역의 사회활동가인 아툴 사티는 “히말라야 지역은 아이처럼 손상받기 쉽고, 허약한 지역”이라며 “지질학적으로 안정되지 않은 지역인데도 이를 무시하고 댐과 도로를 건설하면서 문제가 생겼다”라고 주장했다.
우타라칸드 지역은 인도 환경운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가디언과 타임스 오브 인디아에 따르면 이 지역 여성들은 1973년 무분별한 산림 벌채에 항의하고 환경과 생태계를 보존하는 ‘칩코 안돌란’ 운동을 시작했다.
‘나무를 끌어안는다’는 뜻의 이 운동은 인간 사슬을 연결해 자연 훼손에 반대하는 활동을 벌여온 데서 비롯했다.
간디의 독립투쟁 정신과 방식을 계승한 ‘비폭력·무저항’ 환경운동의 효시로 평가된다.
인도 북부 우타라칸드 주의 차몰리 지역 주민들이 2월 8일무너진 댐을 보고 있다. 이 댐은
전날 발생한 빙하홍수로 붕괴됐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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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지대 댐·고속도로 건설도 문제”
이 지역 환경활동가들은 2019년 인근 댐 건설 현장에서 벌이는 발파 작업과 토사의 강 유입이 환경 재앙을 유발할 수 있다며 이를 중지해줄 것을 요구하는 법정 소송을 벌여왔다.
히말라야 산맥 바로 아래에 있는 해발 3700m의 고지대에 댐과 수력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은 전문가들의 권고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인도 대법원은 2013년 빙하 홍수 뒤 과학자인 라비 초프라 인민과학위원회 소장 겸 히말라야 보존재단 위원을 주축으로 하는 위원회를 구성해 재발 방지를 위한 권고안을 내게 했다.
라비 초프라 위원회는 해방 2000m 이상의 고지대에는 댐이나 보, 수력발전소를 짓지 못하도록 권고했다.
해발 2000m는 빙하가 녹아 바위와 토사가 불안정한 상태로 존재하는 ‘이상 빙하 지역‘이기 때문에 댐과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지적이었다.
그럼에도 지역 정부는 이 지역에 댐을 계속 건설하다 이번에 사고가 났다.
이번에 사고가 난 지역도 바로 ‘이상 빙하 지역‘에 있다. 초프라 박사는 “기후변화로 극단적인 기상현상이 갈수록 잦아질 것으로 우려되는데도 개발 프로젝트가 계속되면서 사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환경 재앙의 재발을 막으려면 인도 정부가 과학자와 환경활동가들의 충고와 경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식 당일에 파리기후변화 협약 복귀를 위한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 바이든 대통령, '탄소제로' 탄력 받아
이처럼 지구촌 곳곳에서 감당하지 못할 수준의 환경 재앙이 속출하면서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내건 ‘탄소제로’ 전략이 힘을 받는 분위기다. 바이든 대통령은 환경과 에너지 분야에서 전임 도널드 트럼프의 정책을 완전히 갈아엎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취임식이 열렸던 지난 1월 20일 날 당일에 트럼프가 일방적으로 탈퇴했던 파리기후협약에 복귀하겠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은 이런 의지를 잘 보여준다.
이제 탄소 배출 감소는 인류의 생존을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 조건이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청정에너지 분야에 앞으로 4년간 2조 달러를 투입해 ‘탄소 배출 제로 정책’을 추진한다.
전력 분야는 2035년까지 탄소배출을 제로로 목표로 대대적인 개편할 계획이다.
탄소 배출을 줄이면서 에너지를 확보하는 방안을 크게 두 가지다. 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이든지, 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원자력을 확충하는 길이다.
아니면 둘다 동시에 추구하는 방법도 있다. 마이크로소트프 창업자인 빌 게이츠 회장은 인터뷰와 기고, 그리고 『빌 게이츠, 기후변화를 피하는 법(김영사)』라는 책을 출간하면서 탄소제로 정책을 강력하게 지지했다.
2050년까지 탄소제로를 달성하지 못하면 환경 재앙으로 인류가 절멸할 것이라는 경고까지 했다.
게이츠 회장은 원자력을 대표적인 탄소 제로 에너지원으로 제시했다.
빌 게이츠 빌앤드멜린다 게이츠 재단 이사장은 백신과 탄소제로를 통해 인류 활력을
모색한다. 로이터=연합뉴스
게이츠, 탄소 제로 원자력에 관심
원자력은 탄소배출이 전혀 없는 대표적인 ‘탄소 제로 에너지원’이다.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 같은 재생에너지는 날씨에 따라 가동률이 들쑥날쑥 하는 ‘출력 간헐성’과 이에 따른 정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거액을 들여 탄소배출이 적은 천연가스를 이용한 대체 발전 시설을 준비해야 한다.
경국 비용이 많이 들고 전력 공급도 불안정해진다.
탄소배출 제로를 이루려면 재생에너지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원자력 발전을 확충하는 수밖에 없다.
미국 에너지부는 최근 들어 안전성이 높은 소형모듈원자로(SMR·Small Modular Reactors)의 개발과 도입에 적극적인 투자를 해왔다. 2021년을 뒤흔든 글로벌 환경 재앙, 특히 미국의 원유·천연가스 생산지로 이름 높은 텍사스의 정전 사태를 보며 바이든 행정부는 더욱 합리적인 탄소 제로 정책에 박차를 가할 수밖에 없다.
그 파급효과는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환경 재앙의 시대를 목격한 인류는 이제 새로운 탄소 제로 기술 개발과 산업화의 시대를 열 수밖에 없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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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 연합뉴스 [출처] - 국민일보
8일 인도-티베트 국경경찰 대원들이 빙하로 무너져내린 우타라칸트주 타포반 댐 인근에서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우타라칸트=AFP 연합뉴스
[뉴델리=AP/뉴시스] 인도 북부 우타라칸드주 타포반에서 7일 히말라야 반다데비산 빙하 일부가
강으로 떨어져 홍수를 일으키면서 160명 넘은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2021.02.08
빙하 홍수' 히말라야의 경고... "기후변화가 참사 불렀다"
7일(현지시간) 인도에서 발생한 ‘히말라야 빙하 홍수’ 사태가 예견된 인재(人災)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여전히 수백명의 생사를 알 수 없는 사고의 심각성을 떠나 드문 자연재해를 유발한 원인이 난개발과 지구온난화 등 인간의 이기가 빚어낸 또 한 번의 참사라는 것이다.
8일 인도 현지 매체에 따르면 전날 북부 우타라칸드주(州) 히말라야산맥 난다데비산(해발 7,817m)에서 일어난 홍수 사태로 지금까지 18명의 희생자가 나왔다. 200여명은 실종 상태다.
인도-티베트 국경 경찰 대변인은 “구조대원들이 (댐 건설) 노동자 30여명이 갇힌 것으로 추정되는 2.5㎞ 터널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해 사상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인도 당국은 최대 관심사인 사고 원인에 관해선 입을 다물고 있다.
아직 붕괴된 빙하 덩어리가 어떻게 급류를 형성해 인명 피해를 냈는지 인과 관계를 설명할 근거가 부족한 탓이다.
일단 빙하지대에 형성 과정을 모르는 큰 물웅덩이가 생긴 뒤 수위가 높아지고 지반이 약해지면서 엄청난 양의 물이 한꺼번에 밀려 내려갔다는 것이 유력한 가설이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과학적인 사고 입증과 별개로 빙하 붕괴의 근본 원인이 ‘기후변화’에 있다는 데 이견이 없는 듯하다. 따뜻해진 날씨로 무너져 내린 히말라야 빙하가 댐을 강타하고 급류가 마을을 휩쓸면서, 이른바 ‘쓰나미’를 유발했다는 논리다.
경고도 여러 차례 있었다. 2019년 세계 각국 연구자 350명이 내놓은 ‘힌두쿠시 히말라야 평가’ 보고서를 보면, 지구온난화가 지금 속도대로 진행될 경우 2100년쯤엔 히말라야 산맥 빙하의 3분의2가 녹을 것이란 지적이 담겼다. 2년 후 사태의 ‘사전 경고’였던 셈이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에 소속된 안잘 프라카쉬 인도 하이데라바드대 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일간 트리뷴인디아에 “기후변화 사건과 놀라우리만치 유사하다”며 “온난화로 히말라야 지역의 기온 변화는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프라카쉬 교수는 세계 온도가 1.5도 오르는 동안 히말라야 지역은 평균 1.8도, 최대 2.2도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봤다.
히말라야 고산지대가 기후변화에 특히 취약하다는 의미다.
인도과학원(IISc)의 빙하학자 아닐 쿨카르니 교수 역시 힌두스탄타임스에 “기후변화가 빙하에 미치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진단했다.
8일 인도 우타라칸드주 북부 루드라프라야그의 알라칸다 강 하류에서 구조대원들이 시신
수색 준비를 하고 있다. 루드라프라야그=AP 뉴시스
여기에 난개발까지 더해져 참사를 한층 부채질했다.
우타라칸드주는 2013년 6월에도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히말라야 쓰나미’로 불리는 산사태와 홍수가 발생했고 6,000명이 목숨을 잃었다.
때문에 발전소나 댐을 지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인도 정부는 이를 깡그리 무시했다.
실제 이번에 생긴 급류는 댐 인근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 두 곳을 파괴하면서 피해 규모를 키웠다.
우마 바티 전 인도 수자원장관은 “재임 시절 히말라야는 매우 민감한 지역이라 발전소를 건설해선 안된다고 지속적으로 요구했다”고 폭로했다.
현지 환경운동가 아닐 조시 역시 “피해를 입은 댐들은 난다데비산 빙하로부터 불과 몇 마일밖에 떨어져있지 않다”며 “정부가 왜 그렇게 빙하에 가깝게 발전소를 지었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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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재앙이 낳은 코로나, 쉽게 안 끝난다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세가 전달에 비해 다소 주춤하고 있지만 변이 바이러스가 재조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사태 장기화가 우려된다 여기에 감염병의 근본 토양인 기후변화가 가속화하며 기후 위기 수준까지 치닫고 있는 점도 주요 변수가 되고 있다.
만약 변이 바이러스 유전자가 서로 결합돼 여러 개의 돌연변이를 동시에 일으키면 코로나19 완치자나 백신 접종자에게 생긴 항체마저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제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의 집계 결과 지난 1월 8일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정점을 찍었을 때 84만여 명이었고 15일 기준으로 26만여 명으로 감소하기는 했으나 변이 바이러스 간 재조합 확산에 따라 다시 확진자가 늘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는 1억 920만여 명이고 사망자는 241만여 명에 달한다.
미국 로스알라모스 국립연구소의 베티 코버 박사는 최근 “영국에서 비롯된 B.1.1.7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와 미국 캘리포니아의 B.1.429 변이 바이러스 사이에서 유전자 재조합이 일어난 증거를 찾았다”고 밝혔다.
코버 박사는 앞서 지난 2일 뉴욕과학원 회의에서 “캘리포니아주의 바이러스 시료에서 재조합의 꽤 분명한 증거가 발견됐다”고 한 바 있다.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에서 복제되는 과정에서 유전자 재조합이 이뤄지면 여러 돌연변이가 한꺼번에 나타나고 강한 돌연변이가 나타날 수 있다. 정용석 경희대 생물학과 교수는 “재조합도 돌연변이의 한 유형이다.
하나의 변이주가 다른 변이주(들)과 재조합을 일으켰다고 해서 변종이라 표현할 수 없고 새로운 변이주가 생성됐다고 보는 게 올바른 표현”이라며 “어떤 유형의 돌연변이를 장착한 변이주든 ‘새로운 변종’으로 취급되려면 기존의 변이주와는 크게 다른 질병발생 특성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돌연변이는 부모 세대의 유전체에 없던 유전정보의 변화가 나타나 다음 세대로 계속 이어지는 것을 뜻하는데 돌연변이가 한 번에 하나씩 일어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 에든버러대 연구팀은 최근 “영국·미국·덴마크·호주 등 11개국에서 B1525로 불리는 새 변이 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바이러스는 완치된 사람을 재감염시키거나 백신의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사이먼 클라크 영국 레딩대 미생물학 교수는 “감염력이 기존 바이러스보다 강한 것으로 밝혀지면 백신의 효능이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변이에 맞게 백신을 개조해 빠르게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미국에서는 제레미 카밀 루이지애나 주립대 교수 연구팀이 최근 미국 전역에서 동일 유전자에서 발현된 7개 종류의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카밀 교수는 “인간 세포 침투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에서 변이가 발생해 우려스럽다”고 설명했다.
자칫하면 시간이 갈수록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오는 3월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주종으로 자리잡아 신규 확진자와 사망자가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미국 하와이대 공동 연구팀은 지난 100년간 기후변화로 중국 윈난성 등 남부 지역과 라오스·미얀마 등이 박쥐가 서식하기 좋은 식생으로 바뀌면서 이번 코로나19의 발원지가 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환경 생태 분야의 국제 학술지 ‘종합환경과학’에 최근 공개했다.
연구팀은 이들 지역의 최근 100년간 온도와 강수량, 구름의 양, 일사량, 이산화탄소 농도 데이터를 바탕으로 식생의 변화를 지도로 만들었다.
그 결과 100여 년 전만 해도 열대 관목림이었으나 오늘날 박쥐가 좋아하는 열대 사바나와 낙엽수림으로 변한 것을 확인했다.
최근 100년간 40종의 박쥐가 중국 남부와 인접한 라오스·미얀마 지역으로 유입된 것이다. 연구팀은 이들 박쥐가 보유한 코로나바이러스 종류도 약 100종 이상인 것으로 추산했다. 과학자들은 박쥐 한 종이 평균 2.7종의 코로나바이러스를 품어 세계적으로 박쥐가 약 3,000종의 상이한 코로나바이러스를 품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박쥐는 다양한 바이러스를 몸에 보유하고 있지만 염증 반응이 일어나지 않아 핵심 숙주로 지목된다.
로버트 베이어 케임브리지대 연구원은 “최근 박쥐 종이 늘어난 중국 남부 지역은 코로나19의 중간 숙주로 꼽힌 천산갑의 주요 서식지와 같다”고 말했다.
바이러스의 종 사이 전파를 막기 위해서는 자연 보호와 야생동물 거래 금지 등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앞서 코로나19와 같은 코로나바이러스 계열 감염병인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도 2002년 중국 남부에서 시작됐다.
안드레아 매니커 케임브리지대 동물학과 교수는 “기후변화를 완화하는 노력이 앞으로 다른 감염병 위협을 줄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지구촌에는 중국 북부 네이멍구 자치구의 흑사병, 베트남 등 동남아의 뎅기열, 미국 텍사스주 레이크잭스시의 ‘뇌 먹는 아메바’ 등 감염병 확산 우려가 적지 않다.
조남준 싱가포르 난양공대 교수는 “바이러스 변이의 가속화에 맞춰 백신과 항바이러스제를 업데이트해야 하는 숙제가 남는다”며 “근본적으로는 경각심을 갖고 기후 위기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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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 연합뉴스
당국은 리시강가 수력발전소 건설 종사자와 인근 마을 주민 등 100명 이상이 실종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매체는 실종자의 규모를 ‘최소 150명’이라고까지 보도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2명의 시신이 수습된 상태다.
당국은 200명의 군·경, 재난대응팀을 홍수 현장으로 급파해 수색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인도 공군도 공중 수색에 나섰다.
로이터 연합뉴스
AP 연합뉴스
AFP 연합뉴스
한편 우타라칸드주에서는 2013년 6월에도 기록적인 폭우로 ‘히말라야 쓰나미’로 불리는 산사태·홍수가 발생했다.
당시 6000명가량이 목숨을 잃었다.
로이터 연합뉴스
AFP 연합뉴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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