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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시사

숙명여고 쌍둥이父 절규에 법원이 답했다

 
 

사진=연합뉴스

 

 

 

 

 

'답안 유출' 숙명여고 쌍둥이 (CG)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숙명여고 시험 정답 유출' 사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쌍둥이 자매 중 한 명이 지난해 10월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항소심 2심 결심 공판에 출석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1.10.13. xconfind@newsis.com

 

 

 

 

 

 
 

서울 강남구 숙명여고의 모습. 이한형 기자

 

 

 

 

 

 

숙명여고 쌍둥이父 절규에 법원이 답했다

 
 
 

 

 

아버지가 빼돌린 답안지로 시험친 혐의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 항소심도 집행유예 선고
아버지 현모씨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이라해" 재판정서 소리쳐

재판부 변호인측 주장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아,

정황증거만으로도 혐의 입증 충분 판단

 

 

 

 

방청석 재판장님 왜 사실이 아닌 것으 ㄹ사싫이라고 말씀하십니까?

상상으로 만들 수 있습니까?

 

교사인 아버지가 미리 빼돌린 답안지를 보고 시험을 친 혐의로 기소된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의 항소심 마지막 공판.

재판부의 선고가 끝나자 비명 같은 외침이 터져 나왔다.

외침의 주인공은 쌍둥이들의 아버지이자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현 모씨였다.

 

현씨는 이미 시험 문제와 정답을 유출한 혐의로 지난 2020년 3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이 확정된 뒤 지난해 11월 만기 출소했다.

1심에서도 유죄를 선고받았지만 여전히 딸들의 무죄를 확신해서였을까?

현씨는 선고가 끝난 직후에도 좀처럼 자리를 뜨지 못했다.

"이게 나라냐"며 연신 울분을 토해내는 모습도 목격됐다.

 

 

 

 

 

 

 

 

 

숙명여고 교무부장인 아버지에게서 정답을 받아 시험을 치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쌍둥이 자매 중 한 명인 현모 양이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

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는 모습. 연합뉴스

 

 

 

 

 

 

 

이날 파란색 후드티 차림으로 공판에 참여한 동생 현씨의 얼굴도 굳었다.

지난 10월 있었던 결심 공판에 참석하지 않았던 언니는 최종심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422호 법정 숙명여고 쌍둥이 항소심 선고 공판

 

재판부 : 선고하겠습니다.

피고인들 나오셨습니까? 현△△ 피고인.

현▢▢ 피고인. 현△△ 피고인은 오늘도 불출석인가요?

안나온데요?
현▢▢ : …….


변호인 ; 입원중에 있습니다.
재판부 : 불출석한 상태에서 판결 선고하겠습니다.

 

 

항소심 공판에서도 유죄와 집행유예가 확정되자 동생인 현씨는 재판결과에 대한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입을 굳게 다물었다.

법정B컷은 앞서 몇 차례 숙명여고 쌍둥이 재판을 살펴본 바 있다.

특히 항소심이 시작된 지난해 4월 법정B컷('억측과 추측?'

숙명여고 쌍둥이가 뒤집어야 할 4번의 판결)은 왜 1심 판결이 위법하다고 주장했는지 쌍둥이측 주장을 중점적으로 분석했다.

 

재판부는 쌍둥이측의 주장을 얼마나 받아들였을까? 이날 선고 내용을 통해 항소심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 살펴보겠다.

 

재판 과정 위법 주장에 법원"이유없다"

쌍둥이들이 항소를 제기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⓵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았다

⓶원심은 국민참여재판 불회부 결정만 통지, 이유 알려주지 않고 공판조서에 기재도 하지 않았다

⓷선입견을 가지고 피고인들을 면담하지도 않은 이수정 교수 증인신문 조서는 증거능력에 문제 있다

 

⓸압수된 피고인들의 성적표는 아버지 주거지에서 집행된 영장에 기재돼 있지 않아 영장주의에 반하고 피고인들의 휴대폰 4대도 포렌식 절차 참여 권리를 보장받지 않는 등 증거 수집 절차가 위법하다 ⓹원심은 증거가 아닌 의심에 의해 사실을 인정해 증거재판주의를 위반했다

⓺일부 과목에 대해서만 유출이 이뤄졌는지 검토해 모든 과목 답안이 유출됐다고 단정했다

 

⓻원심은 피고인들이 응시한 모든 과목에서 피고인들끼리 상호 공모한 것으로 인정했는데 최소한 공통으로 치르지 않은 과목에서는 공모관계 인정할 수 없다

⓼형량이 과도하다

 

 

 

 

 

 

 

 

스마트이미지 제공

 

 

 

 

 

⓵,⓶는 재판 절차에 대한 문제 제기에 해당된다.

재판부는 공소사실 특정의 의미를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도움이 되는지 여부에서 찾고 있다.

그러면서 공소장에 범죄의 일시, 장소 등이 구체적으로 적시되지 않았다 해도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없다면 문제가 아니라고 설명한다.

 

특히 이 사건에서 아버지 현씨의 답안 유출이 은밀하게 이뤄질 수밖에 없는데다 현씨와 쌍둥이들이 범행 자체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답안유출의 구체적 방법을 특정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범죄일시, 업무방해 방법, 정기고사 과목과 시험 응시자 등이 구체적으로 특정된 이상 피고인들의 방어권 행사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국민참여재판 절차에 대해서도 법리상 하자를 인정하지 않았다.

⓷은 전문가 진술의 증거능력을 문제 삼은 부분이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쌍둥이들이 정신과적 문제를 호소했지만 이수정 교수는 영상과 약물 처방기록 등을 분석한 결과 "정신병적 증상의 전형성에서 상당히 벗어났다고 보인다"고 증언했다.

 

재판부는 전문가의 의견을 거짓말탐지기의 결과 등과 동일하게 볼 수 없고, 그 의견을 받아들일지 여부는 법관의 자유 판단일 뿐 증거능력의 문제로 볼 수 없다고 결론 지었다.

 

아버지가 대신 제출한 쌍둥이 휴대전화 증거능력 문제 없다

⓸와 ⓹가 이번 항소심 공판의 가장 큰 쟁점 중 하나였다.

변호인측은 2018년 9월 경찰이 쌍둥이가 사용한 휴대전화, 주거지의 시험지와 성적통지표 등을 압수했는데 이 영장에 문제의 압수물이 명기 되지 않았거나 영장이 당시 피의자로 적시된 아버지 현씨에게만 제시됐고 정작 쌍둥이들은 영장을 제시받지도, 압수수색 현장에도 참여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압수된 성적통지문이 영장에 기재되지 않다는 점과 이렇게 압수한 성적통지표는 법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사건의 유·무죄를 뒤집을 정도의 요인으로 보지는 않았다.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422호 법정 숙명여고 쌍둥이 항소심 선고

재판부 : 압수수색 영장(아버지 현씨에 대한 영장)에 의한 압수와 별도로 피고인들 성적은 서울특별시 교육청 특별감사과정, 수사기관의 숙명여고 교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집행, 수사기관의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대한 영장 집행에 의해서도 확보된 것으로 보이는데, 

 

이 영장에 의해 압수된 성적통지표들과 2차적 증거들 증거능력 인정 여부와 관계없이 피고인들의 숙명여고 성적이 매우 이례적으로 상승했다는 점과 이에 기초한 업무방해 혐의는 충분히 유죄로 인정돼서 피고인들 주장은 결국 이유 없다.

 

아버지 현씨에 대한 영장에 적시되지 않은 성적통지표 압수는 위법하지만 그 밖에도 쌍둥이들의 성적을 알 수 있는 합법적 근거들이 있었고, 이례적인 성적상승 등 다른 증거들 만으로도 충분히 유죄가 인정된다는 설명이다.

 

 

 

 
 
 

연합뉴스

 

 

수사기관이 쌍둥이들의 휴대전화를 압수하는 과정에서 압수목록 '소지자 또는 제출자' 란에 본인들이 아닌 아버지 현씨 이름이 기재된 점을 들어 휴대전화의 증거능력을 문제 삼았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422호 법정 숙명여고 쌍둥이 항소심 선고

 

재판부 : 수사기관은 이 영장에 의해 피고인들을 교무실로 불러 압수할 수 있지만 피고인들 나이와 현씨(아버지)와의 관계를 고려해 현씨를 통해 제출받는 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영장집행 상대방 되는 학생은 물론 무관한 학생도 충격을 줄 수 있는데 이점이 고려돼서 수색검증 장소가 교무실과 교장실로 제한된 것으로 보이고 영장집행 당일은 실제 전국 모의고사 당일이었다. …

(중략)…

 

현씨에게는 피고인들 휴대전화를 제출할 권리가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현씨에게 영장이 제시됐고 집행 참여했다는 의사로 서명했고 아무런 이의 제기가 없었다.

 

재판부는 아버지 현씨와 쌍둥이들이 부녀지간인데다 당시 압수수색 장소가 전국 모의고사 시험이 열리는 학교 였다는 특수성 등을 감안할 때 아버지에 의해 제출된 휴대전화의 증거능력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휴대전화의 포렌식 과정에 아버지 현씨의 불참 의사만 있었는데도 쌍둥이 없이 포렌식을 진행한 것은 위법하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버지 현씨의 포렌식 불참 의사를 곧 쌍둥이들의 불참 의사로 인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직접 증거 없지만…정황 증거로도 '부정 시험' 입증 충분

⓺과 ⓻에서 주장한 증거재판주의 위반과 포괄일죄 법리 오인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1학년이던 2017년 2학기를 기점으로 쌍둥이들의 정기고사 성적이 동시에 급상승했다는 점을 주목했다.

 

특히 쌍둥이 자매가 인문계와 자연계에서 동시에 전체 1등으로 올라선 사실에 대해 "매우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쌍둥이들이 유출된 답안을 미리 숙지하고 시험을 치른 정황을 상세히 적시했는데 그 중 몇가지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422호 법정 숙명여고 쌍둥이 항소심 선고

 

▣ 10-2번 10-3번 둘다 '모음조화'라고 기재했는데…(중략)

10-1번을 제대로 풀어 맞춘 학생이라면 10-2번은 모음조화와 상관없음을 알았을 텐데도 마치 '모음조화' 키워드로 한 답안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았던 것처럼 적어도 둘 중 하나는 모음조화가 답일테니 하나라도 걸리라는 식으로 기재한 것을 알 수 있다.
 
▣  피고인들의 전국단위 모의고사 성적과 학원 레벨 테스트 결과가 정기고사 성적에 크게 미치지 못해 각계열 전체 1등의 실제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표들(모의고사 성적, 학원 레벨 테스트 성적)을 바탕으로 판단하겠다. ….(중략)…

 

현△△의 총 48회 학원 레벨 테스트 중 레벨 평균점수보다 낮은 경우는 29회, 높은 경우는 17회. 평균점수와 차이가 시간 지나면서 좁아지는 경향이 뚜렷하지 않았다.

현△△이 우수한 학생이었거나 빠른 속도로 발전한 것으로 보이지 않으며 2018년도 1학기 중간고사 대비 실전 시험에서는 모두 평균보다 낮게 나와 정기고사 습득 성적과는 큰 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  피고인들은 정답 사전유출로 보이는 여러 행동을 했다.

구체적으로 첫째 피고인들은 정기고사 일부 문제지에 이른바 깨알 정답을 적어두었고,

 

둘째 현△△는 2018년도 1학기 기말고사 영어과목 두번째 여섯번째 페이지 있는 서술형 3번 정답을 시험지 첫페이지에 미리 기재했고, 현▢▢은 2018년도 2학년 1학기 기말 영어 서술형 9번 정답을 시험일자 전에 미리 주어 생략한 정답부분 그대로 휴대폰 메모장에 기재해두었고…

 

 

 

 

 
 
 
 

지난 2018년 11월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수서경찰서에서 숙명여고 시험문제 유출

관련 압수물에 동그라미로 표시한 곳에 해당 시험 문제의 정답이 순서대로 적혀있다.

이한형 기자

 

 

 

 

 

재판부는 이미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난 아버지 현씨의 시험지 유출 혐의에 대해서도 다시 못을 박았다.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422호 법정 숙명여고 쌍둥이 항소심 선고

 

재판부 : 현씨는 수사시작 직전에 기존 사용하던 노트북 하드디스크 등을 폐기했고주거지 압색 과정 중 책상에서 기말고사 미적분 백지시험지가 발견됐다.

12월 2일과 3일, 4월 20일, 6월 20일에 이 사건 금고에 각 정기고사 관련 출제서류가 전부 보관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이 것만으로 답안유출의 사정을 뒤집기는 어렵다.

 

재판부가 나열한 여러 사실관계 중 현씨가 시험지를 훔치는 장면이 찍힌 CCTV나 쌍둥이들이 유출 시험지나 답안지를 아버지로부터 넘겨받았음을 증명할 수 있는 '결정적'인 직접 증거는 없다.

 

변호인측이 집요하게 문제삼은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재판부는 직접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도 수사기관이 제출한 모든 정황 증거를 종합할 때 혐의를 입증하기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쌍둥이들끼리 공범이 성립한다는 판단에는 법리적 오인이 있다며 변호인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 변호인측 주장 대부분 기각했지만… 형량은 감경

재판부는 쌍둥이측의 주장 8가지 중 공범성립 부분과 형량이 과도하다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기각했다.

재판부가 형량을 감경한 이유도 1심 재판부 판단에 문제가 있었다기 보다는 아버지인 현씨가 이미 징역형을 받고 만기 출소하는 등 죄값을 치른데다 언니가 입원하는 등 쌍둥이들의 정황을 감안해 고려한 결정이었다.

 

이같은 법원 판결에 대해 아버지 현씨는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이라 한다"고 비난했다.

아버지와 쌍둥이들은 여전히 당시 급격한 성적 상승이 노력의 결과라고 주장하고 있다.

재판부도 이런 가능성이 0%라고 단언하지는 않는다.

 

엄밀히 말한다면 쌍둥이들이 유죄라는 직접 증거도, 그렇다고 무죄라는 직접 증거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선고 공판에서 제기됐던 모든 의혹들이 우연의 일치라는 천문학적 확률을 충족시켰다는 이야기가 된다.

 

여러분은 어느 쪽 주장에 수긍이 가십니까?

숙명여고 쌍둥이들의 진실공방은 검찰과 쌍둥이측 중 모두 상고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법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CBS노컷뉴스 김중호 기자 gabobo@cbs.co.kr

저작권자ⓒ CBS 노컷뉴스(www.nocutnews.co.kr)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숙명여고 시험 정답 유출' 사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쌍둥이 자매 중 한 명이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2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2.01.21. photo@newsis.com

 

 

 

 

 
 

숙명여고 쌍둥이 2심도 "정답유출 맞다"…집행유예

 
 
 

[서울=뉴시스] 류인선 기자 = '숙명여고 시험 정답 유출' 사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쌍둥이 자매에게 항소심 재판부도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다만 쌍둥이가 서로의 공범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3부(부장판사 이관형·최병률·원정숙)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A씨 자매 항소심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1심과 달리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쌍둥이 B씨는 병원에 입원해 이날 선고공판에 참석하지 않았다.

B씨는 지난 항소심 결심공판에도 불출석한 바 있다. 재판부는 B씨 출석 없이 주문을 낭독했다.

재판부는 A씨 자매가 아버지로부터 사전에 정답을 미리 받아서 성적이 급격하게 상승했다고 봤다.

시험지에 미리 적힌 소위 '깨알정답', 휴대전화 메모장에 적힌 정답, 포스트잇 등이 모두 유죄 근거로 사용됐다.

재판부는 "메모장에 정답이 적힌 것에 대해 시험 끝나는 날에 한번에 채점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이같은 해명을 믿기 어렵고 오히려 메모장과 포스트잇은 미리 유출된 답안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가 2018년도 2학년 1학기 자연계열 화학 서술형 문제 중에 유일하게 (정답) 정정 전 답을 기재한 것을 두고 "시험 이후 오류를 제기해야 하지만 대부분 문제에서 정정 전 정답을 골랐다.

사전 유출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A씨 자매가 공부를 열심히 해서 성적을 올린 것이라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위법수집증거 ▲국민참여재판 불회부 이유 미기재 ▲전문가 의견서 채택 불가 등 주장도 배척했다.

다만 서로의 공범이 아니라는 A씨 등의 주장은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A씨 등은 아버지를 통해 서로의 범행을 알게됐을 뿐 서로의 범행을 실행할 때 핵심적인 결과를 계획적으로 조정하는 등 기능적 행위지배를 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아버지로부터 정답을 유출받아 1년 기간 동안 5회에 걸쳐 부당 시험을 봤다.

이로 인해 정상적인 방법으로 성적으로 올리기 위해 노력하던 같은 학생들에게 직접 피해를 줬고, 공교육 등에 심각한 훼손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업무방해의 공동정범을 인정하지 않아서 서로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 것은 1심과 달라진 사정이고, 현재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는 상황 등을 감안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날 법정에 나온 A씨 자매 아버지 C씨는 재판을 마친 뒤 눈물을 흘리며 "말도 안 된다.

아무리 법이 모순적이라도 양심만은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 이후로는 취재진 질문에 답을 하지 않고 법원 청사를 빠져나갔다.

A씨 측은 판결문을 분석한 뒤 상고 여부를 정하겠다고 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19일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자매에게 각 징역 2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법의 엄정함을 보여주는 것이 피고인들에게 반성할 기회를 주고 마음을 바로잡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구형 의견을 밝혔다.

A씨 등 자매는 숙명여고에 재학 중이던 지난 2017년 2학기부터 2019년 1학기까지 이 학교 교무부장이던 아버지 C씨로부터 시험지와 답안지를 시험 전에 미리 받는 등 숙명여고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아버지와 공모해 위계로써 숙명여고의 학업성적 관리 업무를 방해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범행 당시 만 15~16세였고, 현재도 소년법이 정한 소년으로 인격 형성 과정에 있다"며 "아버지가 무거운 징역형이 확정돼 복역 중이고, A씨 등도 숙명여고에서 퇴학 처분됐다"고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한편 C씨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을 확정받았으며, 현재는 복역을 마치고 출소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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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숙명여고 교무부장인 아버지에게서 정답을 받아 시험을

치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쌍둥이 자매 중 한 명인 A양이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 사진=뉴스1

 

 

 

 

 

 

시험문제 유출’ 숙명여고 쌍둥이… 항소심서 감형 받은 이유는

 

 

 

교무부장 아버지가 유출한 시험문제와 답안을 이용해 내신 시험을 치른 혐의로 기소된 숙명여자고등학교 쌍둥이 자매가 항소심에서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2심 모두 쌍둥이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지만 항소심에서는 형량이 6개월 줄어들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쌍둥이 자매의 아버지가 이미 실형을 확정받고 복역했고 이들이 형사처벌과는 별개로 전국민적인 지탄을 받은 점 등을 감형사유로 들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3부(재판장 이관형)는 21일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현모씨의 두 쌍둥이 딸(21)들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1심은 이들에게 24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사회봉사를 명령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정상적인 방법으로 성적을 올리기 위해 노력하던 같은 학년의 학생들에게 직접 피해를 끼친 것은 물론 공교육 신뢰에 심각한 훼손을 가져왔다”며 “그런데도 여전히 정기고사 성적은 정당한 성적이라고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하고 전혀 뉘우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쌍둥이 자매가 시험지에 엉뚱한 값을 대입한 흔적이 있는데도 정답을 맞혔고 △다른 성적 상위권 학생들과 달리 답안이 정정되기 전의 답을 써냈으며 △유출한 답을 포스트잇에 메모한 흔적이 발견된 점 등 여러 정황과 증거를 바탕으로 1심과 같이 유죄를 인정했다.

 

다만 형량은 줄었다. 재판부는 “이 사건으로 아버지가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복역했고 범행 당시 만 15∼16세로 고교 1∼2학년이었던 피고인들은 숙명여고에서 퇴학 처분을 받았다”며 “수사과정에서 심각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입원치료를 받은 점과 형사처벌과 별개로 국민적 비난과 지탄을 받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선고 공판에는 쌍둥이 자매 중 동생과 아버지 현씨가 출석했다.

첫째는 입원 중이라는 이유로 불출석했다.

 

방청석에서 재판을 지켜보던 아버지 현씨는 쌍둥이 자매에게 유죄가 선고되자 “재판장님 왜 사실이 아닌 걸 사실처럼 말씀하십니까.

상상으로 만들 수 있습니까”라고 소리쳤다.

 

또 “말도 안 됩니다.

아무리 법이라고 해도 양심만은 지켜야죠”라며 소란을 피워 법정 경위에게 제지당했다.

 

시험문제 유출 의혹은 숙명여고에 재학 중이던 쌍둥이 자매가 급격하게 성적이 오른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현직 교무부장의 자녀인 2학년 쌍둥이 자매가 1학기에 각각 문과와 이과 전교 1등을 차지했다는 것이다. 

 

시험문제 유출 의혹에 대한 민원이 서울특별시교육청에 접수됐고 감사를 거쳐 경찰 수사로 이어졌다.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아버지 현씨와 쌍둥이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자 숙명여고는 2018년 10월 자매를 퇴학 처리했다.

검찰은 쌍둥이 자매를 2017년 1학기 기말고사부터 2018년 1학기 기말고사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현씨가 빼돌린 답안으로 시험을 치러 학교의 성적평가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했다.

앞서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씨는 2020년 3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이 확정돼 복역을 마쳤다.

 

 

 

 

박미영 기자 my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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