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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시사

75년 만에 3차 중일전쟁 발발하나

중국의 전략 크루즈 미사일 1000개 日 열도 겨냥

 

 

 

중국과 일본이 과연 한판의 전쟁을 벌일 것인가. 요즘 중국군과 일본군이 일촉즉발(一觸卽發)의 전쟁 위기 상황을 조성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의 해양 경계선 부근에 있는 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를 놓고 벌이던 신경전은 어느새 중국이 일본의 남쪽 해양 경계선 부근으로 폭격기 편대와 전함 편대가 통과하는 실전훈련을 벌이고, 일본은 육·해·공군 입체 작전으로 지근거리에서 추적 감시를 벌이는 상황으로 악화됐다. 중국은 최초의 항모 랴오닝(遼寧)함을 주축으로 하는 함대를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북쪽 해역으로 통과시키는 훈련을 벌여 일본을 자극하고 있다.
   
   양국이 주고받는 말도 거칠다.“전쟁 일보직전이다” “전쟁의 언저리(邊緣)에 와있다” “우리의 국가 의지를 보여줄것” “유사시에는 반드시 반격한다”등의 독한 말(중국 미디어 표현으로는 한화·狠話)을 쏟아내고있다.
   
   지난 10월28일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베이징(北京) 주재 내외신기자회견에 나와 “일본 지도자들이 우리 중국에 대해 부단히 도발적인 언사를 구사하는것은 일본 정객들의 엄이도령(掩耳盜鈴·자기 귀를 가리고 방울을 훔치는 얕은꾀) 하겠다는 망상(妄想)과 허풍(心虛)을 거듭 보여주는 행위”라고 쏘아붙였다.

 

화춘잉 대변인의 이 말은 “최근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월스트리트저널과 가진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무력으로 현상 변화를 시도하는 것을 일본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한 중국의 입장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이었다. 화춘잉 대변인은 “일본이 댜오위다오에 대해 취하는 일방적 조치는 불법이자 무효이며, 댜오위다오에 관한 한 현상 타파를 시도하는 것은 바로 일본이다”라고 덧붙였다.
   
   다음 날인 10월 29일 일본 수도 도쿄(東京)에서는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방위상이 기자회견을 갖고 중국에 대해 엄중 경고를 하고 나섰다. “연내 발족할 우리의 국가안전보장회의는 중국 선박들이 센카쿠열도 부근의 일본 영해를 침범하는 데 대해 어떻게 응대할 것인가를 토론할 것이다.… 요즘 중국의 행동은 정상 상황도, 유사시 상황도 아닌 ‘회색지대(灰色地帶)’에 속한 행동이다.”

 

오노데라 방위상이 언급한 ‘회색지대’가 무슨 말인가에 대해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발행하는 국제문제 전문지 환구시보(環球時報)는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新聞)신문의 해설을 인용해서 “전쟁이나 무력충돌 등 국가비상사태를 칭하는 ‘유사(有事)’ 상황은 자위권의 대상이 되며, 상대방 국가가 공격의도를 갖고 있는가를 확인할 수 없는 상태를 ‘회색지대 사태’라고 한다”고 전했다. 오노데라가 언급한 회색지대란 전쟁 상황과 평시 상황의 가운데 정도 되는 상황 규정이라는 해석이었다. 오노데라가 언급한 회색지대에 대해 10월 30일 중국 중앙TV는 “회색지대란 평화 시기와 긴급 상태의 중간으로, 무력충돌의 언저리에 처해 있다는 말을 한 것”이라면서 “중국과 일본이 현재 전쟁 일보직전(一步之遙)에 있다고 일본이 위협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과 일본이 최근 조성하고 있는 전쟁위기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국이 서태평양 일원에 설정해 놓은 ‘제1열도선(島鰱·Island Chain)’과 ‘제2열도선’이라는 해상라인의 개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제1열도선은 일본 남쪽 류큐(琉球)군도와 타이완(臺灣)~필리핀~말레이시아~말래카해협을 연결하는 선으로 지금까지 중국 해군은 이 제1열도선 안쪽의 해역에서 방어훈련만 하는 작전개념을 갖고 있었다.

 

중국 해군은 그러나 지난 35년간의 경제발전을 바탕으로 작전개념을 제1열도선보다 훨씬 동쪽의 태평양 해역에 설정한 제2열도선, 다시 말해 일본 동남 해역의 오가사하라(小笠原)군도와 북 마리아나해구(海溝), 인도네시아 북부 해역을 연결하는 해상라인으로 확대하는 작전해역의 확대를 추진해왔고, 지난해 11월의 중국공산당 제18차 당대회에서 “해양 권익의 적극 보호”를 선언한 이래 중국 최초의 항모 랴오닝함을 포함한 함대와 공군 폭격기 편대의 훈련 대상 해역을 제2열도선까지로 확대해 실시하는 원양(遠洋)작전 훈련을 과감하게 실시해 왔다.
   
   중국과 일본이 군사충돌 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것도 바로 중국 해군 함대들이 오키나와 남쪽의 제1열도선 해상라인을 넘어 제2열도선 해역으로 가면서 일본 해상경계선 바로 남쪽에 바짝 다가선 해역을 통과하고 있기 때문에 빚어지고 있다. 일본이 육·해·공 자위대를 동원해 지근거리에서 중국 해군의 제1열도선 통과 훈련을 추적 감시하는 과정에서 일촉즉발의 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중이다. 중국은 미국과 일본이 자신들을 제1열도선의 해역 내에 묶어두려 한다고 보고, 지난해 중국공산당 18차 당대회 이후 적극적으로 제1열도선을 돌파해서 제1열도선과 제2열도선 사이의 해역으로 항해하는 해군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중국 해군과 일본 해군은 항모 건조 경쟁도 벌이고 있다. 중국이 구소련 항모 바리야그(Varyag)를 사들여 개조해서 ‘랴오닝’으로 명명한 뒤 항모 갑판 위에서 해군 항공기 이착륙에 성공하자, 일본 해군은 1937년에 발발한 중일(中日)전쟁 때 활약한 이즈모(出雲)의 이름을 되살려 새로 건조한 준항모에 이름을 붙이는 등 서로를 자극하고 있다.
   
   일단 유사시에 중국과 일본이 일전을 벌인다면 1895년의 청일(淸日)전쟁과 1937년의 중일전쟁에 이어 75년 만에 다시 불붙게 될 3차 중일전쟁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까. 이에 대해 전 세계 화교들을 대상으로 홍콩에서 발행되는 중국문제 주간지 아주주간(亞洲週刊)은 지난 9월 1일자에 흥미있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이지스함을 앞세운 일본 해군과 공군은 미국의 지원 아래 제1열도선을 돌파하려는 중국의 항모 랴오닝함을 개전 수시간 내에 격파하고 중국 해군의 활동 범위를 제1열도선 이내로 묶어두는 작전을 펼칠 것이며, 이에 대응해서 중국군은 일단 해역(海域)과 공역(空域)의 전쟁 공간을 입체적으로 확대해서 질적으로는 우수하지만 수적으로는 열세인 일본 해군에 작전 공간의 확대라는 불리함을 안겨준 다음, 음속의 10배가 넘는 비행 속도를 자랑하는 둥펑(東風) 21-D라는 항모 킬러 미사일을 다량 발사해서 일본의 이지스함을 무력화(無力化)시킨다는 작전개념을 펼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군은 일단 유사시 미국의 일본에 대한 지원을 둔화시키는 행동에 이미 돌입했다고 아주주간은 아울러 전했다. 창완취안(常萬全) 중국 국방부장은 지난 8월 20일 미국 펜타곤을 방문한 자리에서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위기상황과 관련 “중국군과 미군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중국은 국가의 핵심이익이 걸린 문제에 대해서는 어떠한 교환조건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그런 중국의 결심을 절대로 낮게 평가해서는 안 될 것이다”라고 분명한 어조로 경고해 두었다.
   
   중국 해군은 지난 8월 항모 랴오닝함과 미사일 구축함으로 구성된 항모 편대를 일본 홋카이도 북쪽의 소야(宗谷)해협을 통과해 제2열도선으로 항해하는 훈련을 실시함으로써 사실상 최초로 제1열도선 돌파에 성공했다. 이에 대해 일본도 준항모 이즈모함을 진수했고, 이즈모함의 진수 관련 보도를 하면서 일본 미디어들은 “만약 센카쿠열도 부근 해역에서 랴오닝함과 이즈모함 사이의 항모 편대 간 해전이 벌어진다면 이즈모함이 조속한 시간 내에 랴오닝함을 격침하고 1894년 청일전쟁의 영광을 재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미디어들은 전 공군 자위대 참모장의 말을 인용해서 “일본군과 중국군의 수준 차이는 10년 정도”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환구시보를 비롯한 중국 매체들은 중국군이 결코 일본군에 밀리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환구시보는 10월 11일 일본 군사전문 웹사이트 ‘WEDGE’의 보도를 인용해서 “만약 중국군이 1000발 정도의 크루즈 미사일을 일본 전역을 향해 발사하고, 일본의 에너지 공급 생명선인 중국 남쪽의 말래카해협의 일본 유조선의 활동을 봉쇄하겠다고 위협할 경우 일본 정부로서는 대응책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며, 그런 중국의 ‘개전(開戰) 위협’ 선전전 때문에 일본이 선뜻 개전 행동에 나서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본 자위대 최강을 자랑하는 일본 해군력이 날카로운 송곳과 같다면, 중국은 전쟁 공간을 확대하는 다면(多面)공격 전략으로 맞서 일본의 일방적 승리는 결코 쉽게 예상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중국과 일본이 최근 벌이고 있는 전쟁위기 조성 상황에는 미국의 중국에 대한 견제 전략, 2011년 11월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하와이 이스트웨스트센터에서 밝힌 중국에 대한 재개입(Re-engagement) 전략이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당시 클린턴 장관은 “미국은 지난 세기에는 대서양을 건너 유럽과 많은 일을 했지만, 앞으로의 21세기에는 태평양을 건너 태평양 서쪽 일원에 번영하는 자유 시장경제 지대를 건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태평양 세기(America’s Pacific Century)’라는 제목의 클린턴 장관 연설은 “앞으로 미국은 전통적 친구들인 일본, 한국, 필리핀, 태국, 호주 등 5개국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히고 “중국의 발전은 미국에도 좋은 일이지만 중국이 국제규범과 인권 등의 가치를 잘 지키는지는 지속적으로 지켜볼 것”이라고 중국에 대한 경고를 잊지 않았다. 일본은 힐러리 장관의 연설 이후부터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중국과의 갈등 수위를 계속 높이는 한편 2차대전 종전 이후 러시아를 주적(主敵)으로 간주해서 짜놓은 자위대 전략을 수정해 중국을 주적으로 삼는 전략을 짜고 있다. 중국은 그런 일본의 행동 배후에는 미국이 있다는 판단 아래 지난 3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체제 가동 이후 미국에 대해 “국제사회 문제들에 대해 중국과 미국 두 나라가 책임있게 공조하자”는 개념의 ‘신형 대국관계’를 제시, 미국의 일본 지원에 대한 차단을 기도하고 나섰다.
   
   일본은 중국을 주적으로 삼는다는 전략 수정 아래 홋카이도에 배치돼 있던 자위대 최강의 전차부대를 이미 남쪽의 오키나와 지역으로 이동함으로써 중국의 신경을 자극하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 일본과 중국의 충돌 위기는 차츰 높아지고 있고, 양국의 언론은 자국 국민에게 계속해서 민족주의를 자극하면서 위기상황의 빨간불을 깜박거리고 있다.

 

중국과 일본의 갈등이 120년 전의 청일전쟁에 이은 제3차 중일전쟁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단언하기 어렵지만, 일단 유사시에는 국제사회가 지켜보는 가운데 동북아시아에 비극적 참사가 벌어질 전망이다.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빠른 경제 발전을 이룩한 일본, 중국, 한국 사이의 활발한 경제 교류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으로는 서로 어울리지 못하는 ‘아시안 패러독스(Asian Paradox)’가 불행한 결과로 현실화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할 것이다.

 

<자료 : 주간조선(박승준/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