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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시사

정부 딜레마 ‘TPP’

TPP, 세계GDP의 38%·무역량 25% ‘막강 파워’

 













주요 2개국(G2)인 미국·중국의 ‘무역대전’이 본격 궤도에 오르면서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피벗 투 아시아(pivot to Asia·아시아로의 외교중심축 이동)’ 선언 이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을 가속화하면서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충돌, ‘무역대전’이 아시아로 급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피터 페트리 미국 브랜다이스대 교수는 전 세계에서 진행되는 ‘3대 메가 협상’으로 TPP·RCEP·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

(TTIP)을 꼽았는데, 이 중 TPP와 RCEP 2개의 전장이 모두 아시아다. 미국의 대중(對中) 포위·견제 전략과도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경제는 외교의 ‘토대’이자 ‘무기’다.

이 때문에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하되 중국과의 관계 진전도 중시하고 있는 박근혜정부로선 ‘딜레마’ 상황이다.

정치·군사적으로는 한·미 동맹이 근간이지만, 경제적으로는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관계를 도외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초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7∼8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TPP 참여를 선언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실제로는 언급하지 않고 대신 개별적 자유무역협정(FTA)만 주로 밝혔던 이유다.

 

1.TPP란 무엇인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rans-Pacific Partnership·TPP)은 태평양 연안의 여러 나라가 참여해 상호 모든 무역장벽을 철폐하기

위한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최초 시작은 뉴질랜드·싱가포르·칠레·브루나이 등 4개국이 2015년까지 모든 무역장벽을 철폐하기로 2005년 체결한 환태평양

전략적 경제동반자협력체제(Trans-Pacific Strategic Economic Partnership·TPSEP)였다.

이후 2008년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협정 참여를 위한 교섭을 시작하면서 명칭이 현재의 TPP로 바뀌었다.


 미국 참여 전에는 주목받지 못했지만 미국이 참여하고 주도하면서 글로벌 다자간 협정으로 부각됐다. 이후 말레이시아, 베트남, 페루, 호주가 참여했고, 2012년에는 멕시코와 캐나다가, 올해는 일본이 참여하면서 현재 12개국으로 확대됐다.

이들 국가들이 맺은 협정 내용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A)은 농업을 포함, 무역자유화에 원칙적으로 예외를 두지 않으며

모든 무역상품에 대해 100% 관세철폐를 목표로 하고 있어 경제동반자협정(EPA)보다 더 높은 단계의 무역자유화로 알려져 있다. 공통원산지규정 도입, 녹색성장, 신기술 등 새로운 통상이슈에 대응하면서 21세기형 FTA로도 주목받고 있다.


2.TPP 진행현황과 출범 전망은

TPP 교섭은 2010년 3월부터 지난 8월까지 총 19차례 공식협상이 개최됐다.

일본은 18차 협상기간 중인 7월 23일부터 협상에 참여했다.


 협상은 아태경제협력체(APEC)에서 진전돼 왔다. 2011년 11월 호놀룰루 APEC에서 TPP 정상회의를 갖고 ‘포괄적 차세대 지역

협정’ 체결에 합의했으며, 2012년 9월 블라디보스토크 APEC 정상회의에서도 TPP 정상회의를 갖고 2011년 합의사항을 재확인하는 정상선언문을 채택했다.


8일 발리 APEC 정상회의 때 열린 TPP 정상회의에서는 연내 협상을 타결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연방

정부 폐쇄(셧다운) 여파로 불참하면서 다소 지연된 상태다. TPP는 국영기업, 지적재산권 등 협정문의 주요 이슈와 시장접근 관련 참여국 간 입장차로 인해 연내 협상타결 목표 달성은 불확실하다는 것이 대체적 평가다.

현재 12개국인 협상 참여국은 APEC 회원국및 비APEC 회원국중 미국과 양자 FTA를 체결한 국가를 중심으로 더 늘 수도 있다.

APEC 회원국 중 TPP 미참여국은 한국과 중국, 대만, 홍콩을 비롯해 9개국이며, 미국과 양자 FTA 체결국 중 TPP 미참여국은 엘

살바도르, 과테말라, 코스타리카 등 8개국이다.

TPP 교섭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기존 TPP 교섭 12개국 전체의 참가 동의를 얻어야 하며, 우리나라는 참여를 검토 중인 상태다.


3.TPP 출범 시 파괴력은

TPP가 출범할 경우 세계 1위의 경제대국인 미국에 이어 3위 일본까지 포함하게 돼 그 영향력은 막강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TPP 협상 참여국인 12개국의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은 26조4639억 달러로 전 세계 명목 GDP의

38.0%에 달한다.


 또 무역규모도 9조9357억 달러로 세계 무역의 25.9%에 달한다.

인구도 7억8470만 명으로 전 세계의 10.8%에 해당한다.

 또 APEC 국가를 중심으로 참여 국가의 지속 확대 가능성도 있어 그 규모는 더 거대해질 전망이다.


특히 TPP는 2015년까지 상품의 관세 철폐뿐 아니라 지식재산권, 노동규제, 금융, 의료 분야의 비관세장벽 제거까지 목표로 하고

 있어 앞으로의 FTA를 선도할 전망이다.


4.RCEP, FTAAP 등과 차이는

 모두 다자간 FTA이지만 주체가 조금씩 다르다. RCEP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Partnership)으로,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이 주도적으로 추진하려는 협정이다.

 아세안 10개국이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호주, 인도, 뉴질랜드 등 6개국을 추가해 출범시키려고 하는 지역경제권이다.


 FTAAP는 아태자유무역지대(Free Trade Area of the Asia-Pacific)라고 부르는 것으로, APEC이 목표로 하고 있는

 FTA다. APEC은 태평양을 둘러싼 아시아, 미주 국가들의 경제협력체다. 총 21개 나라가 참여하고 있다.

체결된다는 전제 하에 규모로는 APEC 21개 나라가 참여하는 FTAAP가 가장 크다.

 그러나 내용면으로 TPP가 원칙적으로 모든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철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고, 이미 기존 TPP 협정도

 100% 가깝게 관세가 철폐된 상황에서 체결 가능성은 빠르다.

RCEP는 기존에 아세안이 체결한 한국, 중국, 일본 3국과의 FTA를 보면 이보다는 수준이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5. 참여 기대효과와 불참시 불이익

한국이 TPP에 참여할 경우 FTA가 체결되지 않은 5개국(일본, 캐나다, 멕시코, 호주, 뉴질랜드)과의 FTA를 체결하는 효과가 있다. 한국이 이들 국가와의 지난해 교역비중이 25.2%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경제효과는 크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이 TPP 협상에 참여하는 경우 단기(발효 뒤 5년)에 0.12%, 장기(10년)에 2.60%의

추가 성장을 할 것으로 추정됐다.


협상이 최종 타결된 이후 가입하면 각각 0.05%, 2.58%의 추가 성장이 있는 반면 불참하는 경우 무역전환 효과로 각각 0.04%, 0.11%씩 성장이 줄어드는 것으로 예상됐다.

참여·가입에 따른 수입효과를 보면 참여 시에는 55억3300만 달러, 가입 시에는 57억400만 달러의 수입이 각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수출효과의 경우 참여·가입 시에 56억4300만 달러의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TPP 불참 시 TPP 참여국 시장에서 일본에 뒤처질 우려도 제기된다. 피터슨연구소에 따르면 일본이 TPP에 참여하고 우리가 불참할 경우 2025년 한국의 실질 GDP는 28억 달러 감소(-0.1%)하고, 일본은 1046억 달러가 증가(2.0%)할 것으로

분석했다.


6.중국은 왜 RCEP를 주도하나

미국이 TPP를 통해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미국의 정치·경제적 이익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는만큼, 또 다른 G2 국가인 중국으로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없다. 중국은 미국의 TPP 참여를 동아시아 지역에서 영향력을 회복하려는 시도이자 중국 주도의 역내 경제통합에대한 대항마라고 판단하고 있다.

 

중국이 FTAAP 달성을 위해 RCEP와 한·중·일 FTA를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TPP를 통해 중국의 부상을 봉쇄하고 있다는 인식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당분간 RCEP를 주도하면서 상황을 관망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국제경제리뷰’ 보고서도 최근 “RCEP는 아세안이 주도하고 있어 TPP를 주도하는 미국과 직접적인 대립을 피할 수 있는 데다, RCEP의 순조로운 진척을 위해서는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인 중국의 지원이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중국의 영향력 행사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7.한·미 동맹과 한국의 고민

미·중이 아시아에서 TPP와 RCEP로 격돌하면서 한국으로선 어려운 선택에 직면하게 됐다.

경제적 이득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지만 TPP가 피하기 어려운 큰 흐름이라는 점은 명확하다. TPP 참여국들이 전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달하는 데다 전 세계 무역량의 3분의 1이 이 지역에서 거래되는 만큼 ‘수출국가’ 한국으로선

 참여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TPP가 경제적 협정이긴 하지만 정치·군사적으로도 한·미 동맹과 밀접하다.

 미국의 대(對)중 봉쇄 전략의 ‘수단’이 바로 TPP이기 때문으로, 한국으로선 경제적 이득뿐 아니라 한·미 동맹까지 변수로 감안해야 하는 셈이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2월 21일 연두교서에서 TPP 연내 타결 목표 의사를 밝히고 일본이 동참을 선언하면서 ‘선택의 순간’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평가다.


8.중국을 껴안아야 하는 ‘딜레마’

문제는 역시 중국이다. 중국이 미국 주도의 TPP에 RCEP로 대응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 동맹만을 의지 삼아 섣불리

움직였다간 경제적 손실이 너무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2012년 말 기준으로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수입·교역 대상국이다.


 2011년 11월 교역량 2000억 달러를 돌파한 뒤 지난해 말 2151억 달러로 정점을 찍었다.

올해 6월 현재 한·중 양국 간 항공기 운항편수도 총 67개 노선에 주 802회에 달할 정도로 인적교류도 단연 1등이다.

 게다가 중국의 TPP에 대한 다소 모호한 입장도 정부 선택을 어렵게 하는 지점이다.


 RCEP에 더 적극적인 중국에게도 TPP가 딜레마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TPP 참여 대상국과의 교역비중이 평균 16∼17%나 되는 데다, ‘늦깎이 가입’은 향후 국제기준 수립에 참여하지

 못하는 위험이 있다.



9.일본은 왜 TPP에 적극적인가


 

사실 TPP 논란이 가중된 데는 일본의 TPP 참여 선언도 큰 몫을 했다.
 지난해 12월 집권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3월 15일 TPP 참여를 전격 선언하면서 TPP에 힘이 확 실렸다.
 일본의 공식 참여로 TPP 실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전 세계 각국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이다.

일본으로서는 ▲중장기 성장 전략의 주요 수단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중국 견제 및 일본의 영향력 유지 ▲FTA에 적극적인 한국에 대한 대응 등 차원에서 TPP를 활용하겠다는 전략으로, 기본적으로는 미·일 동맹 강화 차원과 맥이 닿아
있다.

아베 내각으로선 견고한 미·일 동맹 비용을 지불하되, 이를 통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 등과 같은 ‘정상국가화’를 위한
조치를 미국으로부터 용인받겠다는 의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평가다.
아시아에서 중국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필요하다는 현실적 판단이 깔려 있는 셈이다.



10.정부의 전략은

일본의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TPP 현실화가 예상보다 빨리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국 가입도 더 늦어져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너무 늦게 참여하면 새로운 무역질서·규범 형성 과정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정부가 조기 참여 여부를 고민하는 이유다.

실제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TPP가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으며, 정부 안팎에서 상당한 정도의 공감대가
있다”고 밝혔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같은 날 “큰 틀에서는 참가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참가 시기는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전략적 모호성’에 더 가깝다.

 박근혜 대통령이 APEC 정상회의에서 참여 여부에 대해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TPP 참여를 선언한 12개국 전체와 양자 FTA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은 전략적 모호성으로 풀이된다.



<자료 : 문화일보(신보영·이용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