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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시사

공공의 적’ 전두환 비자금 커넥션

검찰, 이창석 구속 카드로 전두환 압박전략

 

 

     “전두환비자금 핵심 이창석 사법처리”재용·재만씨 미국 부동산 매입의혹 

 

 

어느 정권을 막론하고 새 정부 초기의 사정기관 칼날은 날카로운 법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처남 이창석(62) 씨도 결국 그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혐의다. 검찰은 오래전부터 이씨에 대해 벼르고 있었다.

 

 

 

전두환→이창석→전재국·전재용으로 이어지는 은닉자금과 재산증식 의혹을 풀어줄 열쇠를 이씨가 쥐고 있다고 봤다. “이번에는 빠져나가기 어려울 것이다.” 8월 12일 이창석 씨를 소환했던 서울중앙지검 전두환 일가 미납추징금 특별 환수팀(팀장 김형준)에서 흘러나왔던 말이다.

 

 

재산 환수가 목적인 추징금 환수팀은 8월12일부터 수사팀으로 전환, 가장먼저 이창석씨를 항해 칼을 빼들었다. 검찰에 따르면,이씨는 매형인 전 전대통령의 비자금을 은닉한 뒤 재국 씨와 재용 씨가 필요할 때마다 부동산 매매 등의 방법으로 돈을 넘겨 이들이 재산을 불릴 수 있게 도와준 핵심 인물이다. 

 

 

검찰은 1996년과 2004년에도 이창석 씨에 대한 수사를 벌였지만 자금의 출처가 전 전 대통령의 은닉재산이라는 연결고리를 찾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경기도 오산시와 안양시의 땅 거래는 천하의 이창석이라도 법망을 빠져나가기 어려울 정도로 혐의가 명백했다. 매형인 전 전 대통령과 관련해 지금까지 13차례나 검찰에 불려간 이창석씨도 “25년 동안 시달려 너무 힘들다”며 세금포탈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청석 씨 구속만으로 부족할 경우 전재용 씨에 대한 사법처리까지도 고려하고 있다. 이창석 씨와 재용 씨의 금전거래 중 가장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 바로 경기도 오산 땅의 매매 과정이다. 전재용 씨가 증여세를 빼돌렸다가 100억여 원의 세금을 부과 받은 2006년, 이씨는 당시 시가 수백억 원에 달하는 오산시 양산동 46만㎡의 땅을 공시지가의 10%도 안 되는 28억원에 재용씨에게 팔았다. 이씨는 왜 터무니없는 헐값에 그 땅을 넘겼을까?

 


 

이씨는 “당시에는 그 땅이 보호구역에 묶여 있어 매매가 잘 안 이뤄져서 조카한테 넘겨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설득력이 약했다. 그 땅이 애초 재용 씨 몫의 은닉재산이 아니라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땅거래였다. 재용 씨는 나중에 이 땅으로 재산을 불렸다. 2008년, 박모 씨가 대주주로 있는 회사에 400억원에 매각키로 하고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으로만 60억원을 받았다.

 


 

그러나 이후 그 회사가 중도금을 마련하지못하면서 계약이 취소됐다. 재용씨는 앉아서 고스란히 60억원을 벌었다. 검찰은 이번에 당시 이씨가 오산땅을 매매하는 과정에서 수십억원의 세금을 탈루한 것을 밝혀냈다. 매매 과정에서 등기 이전을 하지 않아 양도세를 탈루한 재용 씨도 사법처리 위기에 몰렸다.

 

 

 

와이너리 포도농장에도 비자금 흘러갔나?

 

이창석 씨는 이 밖에도 여러 차례 전재용 씨에게 도움을 주었다. 재용 씨 일가가 100% 지분을 갖고 있던 부동산 개발업체 ‘비엘에셋’에 오산 땅을 담보로 161억원이나 되는 회사 운영자금을 빌려주었다. 이 부동산업체가 2008년 서울 중구 서소문동 일대 개발사업을 위해 B저축은행 등 9곳으로부터 대출을 받을 때도 오산에 있는 또 다른 땅인 390억원대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해주기도 했다. 재용 씨는 대부분 부동산 거래 때 회사 명의를 사용했다. 차명재산 거래를 감추려는 의도와 다름없다.

 


 

이씨는 또 2004년 이씨와 재용씨 부부 등이 등기이사로 등재된 에스더블유디시(SWDC)를 통해 골프 회원권을 시가 50억원대보다 비싼 값에 사들이는 과정에서 비자금을 세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차남 재용 씨가 설립한 비엘에셋과 웨어밸리도 설립 자금 일부가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재용 씨의 미국 부동산 매입 과정도 수상하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재용 씨는 2005년 9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고급 주택을 부인 박상아 씨 명의로 224만 달러(당시 환율로 약 22억9000만원)에 구입했다. 그리고는 같은 해 10월 소유권을 박상아 씨의 모친에게 넘겼다. 검찰은 매입자금에 이창석 씨를 통해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흘러들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용 씨 부부가 2003년 매입했던 미국 애틀랜타의 고급주택 매입자금 역시 비자금으로 구입됐을 가능성이 있다. 재용 씨 부부는 36만1000달러(당시 환율로 약 4억원)에 이 주택을 매입했다가 재용 씨가 2004년 조세포탈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되자 서둘러 팔았다. 당시 전재용씨의 미국 체류 비용이나 생활비도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출처일 가능성이 높다.

 


 

이창석 씨는 전 전 대통령의 딸 효선 씨와도 거래했다. 이 씨는 2006년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경기도 안양시 관양동 임야 2만6000㎡를 효선 씨에게 증여했다. 이 임야는 이순자(74) 씨가 오래전부터 가등기로 소유하고 있다가 1984년 이 씨에게 넘긴 땅이었다. 원 주인의 은닉재산을 관리만 하고 있다가 넘긴 것이다.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의 3남인 재만 씨의 미국 부동산 의혹도 이창석 씨와 관련이 있는지 수사 중이다. 재만 씨가 현재 거주 중인 캘리포니아 주 내파밸리의 집은 시가 약 450만 달러(약 50억원)에 이르는 고급 주택이다. 재만 씨는 2007년 7월 말 부동산 투자회사 ‘고도(KODO)’의 명의로 350만 달러(약 32억원)를 주고 이 주택을 구입했다.

 


 

고도는 재만 씨의 장인 이희상 씨가 운영하는 운산그룹의 계열사 ‘동아원’의 자회사다. 동아원은 2005년부터 매년 수백억 원씩 총 782억 원을 투자해 포도밭과 와이너리를 매입한 그 회사다. 검찰은 미국 측의 협조를 얻어 재만 씨의 주택 매입자금, 와이너리 매입에 전 전 대통령 비자금이 흘러 들어갔는지를 수사하고 있다. 주택이나 농장의 구입자금이 이창석 씨를 통해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입증되면 추징이 가능하다. 해외 재산도피나 외환관리법 위반 혐의가 확인되면 형사처벌까지 할 수 있다.

 


 

이창석 씨에 대한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와 사법처리는 전두환 전 대통령을 압박해 숨긴 재산을 내놓게 만들려는 검찰의 노림수다. 검찰은 이창석 씨만으로 안 되면 전재용 씨까지 사법처리할 태세다. 기소할 만한 몇 가지 증거도 이미 확보해 놓았다고 한다. 바야흐로 검찰과 전 전 대통령과의 기 싸움이 시작됐다. 96년과 달리 아무래도 힘이 달리는 쪽은 전 전 대통령이다.

 


 

                             <자료 : 월간중앙(나권일/월간중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