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의 경이로운 음악성에 대해서는 여러 일화들이 전해 오고 있지만, ‘작곡 속도’에 관해서라면 아마도
‘린츠 교향곡’에 얽힌 일화가 으뜸으로 꼽히지 않을까?
모차르트는 1783년 11월 초, 고향 잘츠부르크를 방문했다가 빈으로 돌아가는 길에 들른 린츠(Linz,
오스트리아 제3의 도시)에서 불과 엿새 사이에(혹은 나흘 만에) 이 교향곡을 작곡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사실만으로도 기록적이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오보에, 바순, 호른,
트럼펫이 두 대씩 포함된 2관 편성에 연주시간이 30분에 달하는 4악장짜리
교향곡을 쓰면서 오케스트라 총보는 물론 파트보까지 준비했고, 나아가
리허설을 거쳐 연주회까지 성공리에 치러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 일화는 오랫동안 모차르트의 ‘절대적 음악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거론되었고, 그의 이미지에 신비감을 더하는 데에 확실한
일조를 했다.
▶모차르트는 불과 엿새 만에 이 교향곡을 완성하여 그의 천재적인 음악성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아무리 모차르트라고 해도 과연 그런 일이 가능했을까? 신화의 한편에서는 이런 의문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그럴 만한 것이, 그의 재능만 따진다면야 충분히 가능한 일이겠지만 이 경우에는 육체적 능력과 물리적 여건까지
고려해야 하니까 말이다.
더구나 오늘날 ‘린츠 교향곡’으로 불리는 교향곡 36번 C장조, K.425는 자필 총보가 전해지지 않고 있으니 이의 제기는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래서 한때는 쾨헬번호 444번(K.444)이었던 교향곡 37번이 ‘린츠 교향곡’일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 적도 있다.
하지만 그 교향곡은 모차르트가 아니라 미하엘 하이든의 작품으로 밝혀졌고, 모차르트가 그 곡을 사보하는 데
사용한 오선지는 린츠를 거쳐 빈으로 돌아온 이후의 것으로 판명이 났다. 결국 현재로서는 교향곡 36번 C장조가
‘린츠 교향곡’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봐야겠다.
툰 백작 가문의 환대
한편, ‘린츠 교향곡’의 작곡 배경을 살펴보는 것도 꽤 흥미로운 일이다.
1783년 7월 말에 모차르트는 아내 콘스탄체와 함께 고향 잘츠부르크를
오랜만에 방문한다.
그가 고향을 떠난 것이 1780년 말이었고, 콘스탄체와의 결혼식이 1782년
8월이었음을 떠올리면 필요 이상으로 고향 방문이 지연된 셈인데, 사실
거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모차르트의 아내 콘스탄체
일단 아버지 레오폴트와 누이 나네를이 콘스탄체와의 결혼을 계속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었고, 무엇보다 잘츠부르크로 돌아갔다가 자칫 다시 억류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가 그를
주저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사실 그때까지도 그가 잘츠부르크 궁정에서 해고되었다는 증거는 분명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아버지로부터 그 부분에 대한 확답을 듣고서야 귀향길에 올랐던 것이다.
그리고 고향에 3개월 동안 머물며 지인들과 해후하는 한편 아버지와 누이로 하여금 자기 아내를 인정하도록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아버지와 누이의 태도는 완고했다.
모차르트가 다시 잘츠부르크를 떠난 것은 10월 말이었다.
그리고 빈으로 돌아가는 길에 린츠에서 일주일 정도 체류했는데, 거기서 그는 툰 백작(Count Thun) 가문의 환대를
받게 된다.
툰 백작은 하인을 도시 입구까지 보내 모차르트 내외를 마중했고, 곧바로 자기 저택으로 데려와 짐을 풀게 했다.
그리고 모차르트에게 린츠에서 연주회를 열어 달라고 부탁했는데, 그 날짜가 바로 11월 4일 화요일이었다.
당시에 연주회의 처음과 마지막은 교향곡이 장식하는 것이 관례였는데, 린츠에 도착했을 무렵 모차르트는 교향곡
악보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목이 부러질 정도의 속도로’ 새 교향곡을 썼고, 공연을 무사히 치러냈던 것이다.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성숙미
‘린츠 교향곡’은 모차르트가 빈 정착 후에 작곡한 두 번째 교향곡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첫 번째라고 볼 수도
있는데, 그 이유는 전작인 ‘하프너 교향곡’이 (상대적으로 유희적 성격이 강한) 세레나데를 전용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 교향곡은 보다 진지하고 순도 높은 세계를 지향하고 있다고 하겠는데, 무엇보다 빈 정착 후 한층 더 심화된
모차르트의 음악성이 본격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비록 급하게 쓰인 탓에 하이든의 영향이 두드러지기는 하지만, 완서악장에서의 관현악법과 양단악장에서의 화려한
발전부가 돋보이며, 우아함과 활력, 정열과 기품을 조화롭게 버무려낸 솜씨는 ‘역시 모차르트!’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특히 첫 악장에 붙은 느린 서주는 하이든의 어법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낸 그의 성숙미의 본보기로 간주되고 있다.
1700년대 오스트리아 린츠의 아름다운 풍경.
1악장: 아다지오 – 알레그로 스피리토소
오케스트라의 총주에 의한 겹점 리듬 음형이 특징적인 아다지오의 서주로 출발한다.
모차르트의 교향곡에 느린 서주가 붙은 것이 이것이 첫 사례인데, 여기서 모차르트는 풍부하면서도 교묘한 화성 변화를
통해서 청자를 자연스럽게 자신의 후기 음악세계로 인도한다.
알레그로의 주부는 부드럽고 우아한 선율과 탄력적이고 힘찬 리듬의 교대로 진행되는데, 그 절묘한 어우러짐은 마치
마법과도 같다.
2악장: 안단테
시칠리아노 풍의 주제가 흐르는 이 악장에서 모차르트는 트럼펫과 팀파니를 지속적으로 사용함으로써 독특한 효과를
빚어내고 있다.
당시의 느린 악장에서는 금관 파트가 침묵하는 것이 일반적이었기에 상당히 독창적인 시도였다고 볼 수 있겠는데,
이러한 용법은 훗날 베토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3악장: 미뉴에트
전형적인 고전파 풍 미뉴에트 악장이다. 화려한 무도회를 연상케 하는 미뉴에트 중간에 같은 C장조의 트리오가
삽입되어 있는데, 트리오에서는 오보에와 파곳이 목가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4악장: 프레스토
이 악장의 시작 부분에서 모차르트는 과거 ‘파리 교향곡’과 ‘하프너 교향곡’에서 사용했던 수법을 다시 한 번 사용했다.
즉 베이스를 뺀 현악기들로 여리게 출발한 다음 힘차게 상승하는 대목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이에 기초한 선명한 다이내믹 대비 효과가 악장 전체에 걸쳐 두드러지는데, 모차르트는 음량뿐 아니라 음색 면에서도
절묘한 대비를 이끌어내면서 음악을 천의무봉의 솜씨로 엮어 나간다. 유사 폴리포니 효과까지 가미된 이 다채롭고
쾌활하면서도 깊이 있는 악장은 눈부신 환희의 울림으로 마무리된다.
하이든이 후세의 사람들에게 준 영향은 매우 크며, 모짜르트와 베에토벤 등도 그 초기에는 하이든의 영향을 받고 있다.
이 곡은 모짜르트가 27세 때인 1783년에 아내와 함께 린츠를 방문하여 탄 백작의 초대를 받았을 때 답례로서 작곡,
같은 해 11월 4일에 린츠에서 초연되었고, 곡은 탄 백작에게 헌정되었다.
빈 거주 이듬해인 1782년 여름 부인과 함께 고향 잘쯔부르크를 방문한 모짜르트는 돌아오는 길에 중간 지점인
린쯔에 머물게 되었다.
여기서 그곳 극장의 음악회를 위한 작품을 청탁받고 단 4일이란 짧은 기간에 놀라운 속필로 완성해 화제가 된
교향곡이다.
제1악장 하이든풍의 아름다운 서주부로 시작되어 돌림노래풍의 장중한 가락으로 옮기고, 경쾌한 제주(unison)로
춤추며 나아가, 제2주제로 옮겨져 광채에 찬 전개를 나타내며 코다가 된다. 제2악장 봄 바다처럼 기복을 이루는
느린 조로, 두 개의 맑고 아름다운 가요풍의 변주곡이다.
서정적이고 정적(靜的)인 제1선율과, 극적인 대비를 이루는 제2선율이 갖가지 연주 형식으로 바뀌며 황흘한 경지를
그린다. 제3악장 모짜르트 특유의 미뉴에트 조로서, 고전의 정수를 생각케 하는 기품과 청초한 무곡풍이다.
이 작품은 하이든적 수법인 제1악장에 유연한 서두가 붙어져 있으나 전체적으로 모짜르트다운 우아한 기품과
활기와 정열이 넘친다.
41번 주피터가 초월의 음악이라고 한다면 36번린츠는 생명의 음악이라고 부르고 싶다.
순전히 음악적 파워면에서 본다면 린츠에 필적 할 수 있는 곡은 아마도 베토벤의 5번 정도 밖에는 들 수 없을 것이다. 모차르트 음악의 본질적 특질 중에서 '폭발적으로 분출하는 생명의 힘'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우리는 이 곡을 듣고 분명히 그런 생명력을 느끼게 된다.
린츠는 모차르트의 음악은 주로 조용하고 달콤하다라는 일반의 날조된 편견을 완전히 부수는 곡이다.
린츠의 음악적 힘은 베토벤과 같이 강압적이고 도취적인 힘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할 수 있겠다.
린츠 심포니는 그야말로 인간 모차르트, 거장 모차르트로서의 면모가 유감없이 발휘된 곡이다.
교향곡 장르만 놓고 한정해서 본다면 린츠 심포니를 예고하는 곡이 있는데 바로 35번 하프너 혹은 34번 심포니를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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