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pin Polonaises Nos. 1 - 7
임동혁, 임동민 형제를 제치고 쇼팽 콩쿠르에 우승했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한 라파우 블레하츠가 DG에서 프렐류드,
협주곡에 이어 세번째 쇼팽 음반을 발매한다.
1번에서 7번까지의 7개의 쇼팽 폴로네이즈를 담고 있는데,
3번 <군대>, 6번 <영웅> 그리고 7번 <환상 폴로네이즈>가
포함된다.
한없이 사랑스러운 터치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블레하
츠가 쇼팽의 작품가운데서도 인색역정의 파고가 넘실거리는
폴로네이즈를 어떻게 그려갈지 기다려지는 가운데 특히
열정 가득한 대곡인 5번과 7번에 큰 기대가 모아진다.
(음반 소개글)
Rafal Blechacz, piano
Rec, 2013
쇼팽이 남긴 방대한 작품이 없었다면 아마도 오늘날 피아노 레퍼토리는 대단히 빈약했을 것이 분명하다. 인간 영혼의 가장 은밀하면서도 깊숙한 부분을 담아낸 피아노 작품 가운데 첫손에 꼽히는 작품이 바로 쇼팽의 것이기 때문이다.
쇼팽은 평생에 걸쳐 피아노라는 악기에 자신의 천재성과 삶 전체를 바쳤다. 물론 몇몇 실내악 작품과 가곡들을 작곡하긴 했지만 이들 장르 또한 피아노가 반드시 포함되었던 만큼, 쇼팽의 영감의 원천은 역시 피아노였다. 그의 가장 친밀한 동료였던 피아노를 통해 쇼팽은 대단히 다양한 작품들을 남길 수 있었다.
피아노 소나타는 물론이거니와 녹턴, 프렐류드, 왈츠, 마주르카, 연습곡, 즉흥곡을 비롯한 짧은 형식의 작품들이 모두 여기에 포함된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하게 평가해야 하는 것은 이들 소품의 형식과 리듬, 피아노 테크닉, 정서 등등을 새롭게 정의함과 동시에, 낭만주의와 고전주의를 놀라울 정도로 혼합해냈을 뿐만 아니라, 이성적인 판단과 감정적인 격렬함, 수줍은 듯한 내면적 울림과 정열적인 외향적 기운의 혼합체를 만들어낸 장본인이 바로 쇼팽이라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쇼팽은 단순히 음악의 장식적 요소를 제외했을 뿐 아니라, 필요 이상의 기교 및 과도한 감정 토로 또한 경계했다. 이것이야 말로 쇼팽의 진정한 음악적 개성이 출발하는 지점이라 말할 수 있다.
서정성과 영웅적 무게감이 실린 폴로네즈
최소한 열다섯 곡에 달하는 폴로네즈는 쇼팽이 평생토록 꾸준히 작곡했던 장르다. 최초의 폴로네즈는 그가 여덟 살 무렵에 작곡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르샤바 근교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며 폴란드 농민들의 무곡에 깊이 동화했던 쇼팽은, 궁정 무도회에서 사용되었던 것과 같은 느긋하고 장엄한 무곡으로부터 진실로 위대한 숨결과 힘을 담아낼 수 있는 서사적이고 리드미컬한 시의 형식으로 폴로네즈를 점진적으로 발전시켜 나갔다.
1835년 파리에서 작곡한 두 개의 폴로네즈 Op.26에서 이러한 극적인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데, 이제 폴로네즈라는 무곡은 서정적이고도 영웅적인 무게감을 갖는 동시에 단호하면서 경건하고 극적인 개성들이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무거운’ 장르로 변화하게 된 것이다.
Valentina Lisitsa plays Chopin Polonaise Op.26 No.1
Op.26 No.1은 힘찬 4마디의 서주로 시작하여 웅장하고 리듬감 있는 곡으로, 곡 중간부가 아주 단순하고 아름다우며
쇼팽다운 특징이 넘쳐흐르는 3부 형식의 작품이다.
특히 고음역부의 솔로 멜로디와 아름다운 첼로의 오블리가토를 연상시키는 칸틸레나가 계속적으로 함께 제시되며
분위기를 극적으로 발전시켜 나간다.
3년 뒤에 작곡한 두 개의 폴로네즈 Op.40에서는 이전보다 감정적인 대비가 훨씬 강하게 드러난다. Op.40 No.1은 ‘군대 폴로네즈’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승리에 대한 강한 자신감이, Op.40 No.2는 고통스럽고 비장한 기운이 드러난다.
19세기의 위대한 피아니스트인 안톤 루빈스타인은 이 두 작품에 대해 전자는 폴란드의 영광을, 후자는 폴란드의 비극을 상징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호방하고 용맹스러운 1, 2주제가 인상적인 ‘군대 폴로네즈’는 군대의 개선 행진을 어렵지 않게 연상시킨다.
그 용맹스러운 리듬은 작품 전체에서 일관되게 등장하는 만큼 엄격한 템포와 단호한 터치로 연주해야만 한다.
Op.40 No.2는 비장하고도 음울한 분위기가 짙게 배어 있는 곡으로 1839년 마요르카 섬에서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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