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제, 3전 완패에 눈물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AI) 알파고가 바둑 세계 1위 커제 9단(중국)에 또 다시 완벽한 승리를 거두면서
3전 전승을 기록했다.
알파고는 27일 중국 저장성 우전의 국제컨벤션센터의 특별대국실에서 열린 커제 9단과의 '바둑의 미래 서밋' 3번기 3국에서 209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뒀다.
이로써 알파고는 지난 23일부터 진행된 커제 9단과의 3번기에서 모두 승리를 챙겼다.
알파고는 우승 상금으로 150만달러(약 17억원)를 획득했고 커제 9단은 대전료로 30만달러(약 3억4000만원)을 받았다.
3전 전패의 수모를 당한 커제 9단은 이날 불계패한 뒤 기자회견에서 "알파고가 지나치게 냉정해 그와 바둑을 두는 것은 고통 그 자체였다"며 "알파고와 바둑을 둘 때는 이길 수 있는 한 톨의 희망도 갖기 어려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커제 9단은 회견 중 스스로 분했는지 한차례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확실히 오늘 고통스럽게 바둑을 뒀다.
대국후엔 더 잘 뒀어야 했다고 스스로 책망했다"고 말했다.
커제 9단의 아버지 커궈판(柯國凡)은 한 방송사와 인터뷰에서 "커 9단이 대국중 화장실에 달려가 울었던 것 같다"며
"눈가도 붉어졌다. 전날 잠을 자지 못했고 바둑 형세도 좋지 못해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커제 9단은 "앞으로 어떤 변화를 겪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나도 내 자신을 바꾸는 중이다.
나는 내 자신만 바꾸면 되겠지만 딥마인드팀은 세상을 바꿔놓았다"고 찬사를 보냈다.
그러면서 "이번 인공지능과의 바둑 대국은 그동안 인류가 뒀던 그 어느 시합보다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커제 9단은 이날 자신의 요청대로 백을 잡았지만 경기 내용은 마음대로 풀리지 않았다. 초반부터 공격적인 수를 두면서 알파고를 공략했지만, 알파고의 수비는 강했다. 좀처럼 틈을 내주지 않으면서 자신의 집을 지켰다.
커제 9단은 좌변에 이어 상변으로도 공격적인 수를 두면서 승부수를 띄웠지만 끝내 알파고의 견고한 수비를 넘지
못하고 209수 만에 항복을 선언했다.
알파고는 지난 23일부터 시작된 이번 행사에서 커제 9단과의 3국에서 모두 승리를 거뒀고 26일 열린 중국인 상위
랭커 5명과의 상담기에서도 완승했다.
상담기는 중국 기사 5명이 한 팀이 돼 알파고와 겨루는 것으로, 기사들이 상의해 돌을 놓으면서 알파고를
상대하는 방식이다.
한편 알파고는 이날 커제 9단과의 대국을 마지막으로 바둑계에서 은퇴한다.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폐막 기자회견에서 "이번 행사가 알파고가 참가하는 마지막
바둑 대국"이라고 밝혔다.
허사비스 CEO는 "바둑의 발상지에서 최고수 기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이번 주 '바둑의 미래 포럼' 행사는 알파고가 대국 시스템에서 최고 프로기사들과 대결할 수 있는지를 측정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로써 알파고의 전적은 이세돌 9단과 5번기, 연초 인터넷 대국 60판, 커제 9단과 3번기, 단체 상담기까지 합쳐 모두
68승 1패로 남게 됐다.
알파고가 지난해 1월 네이처 논문으로 정식 데뷔하기 전 판후이 2단에게 5전 전승을 거둔 것까지 합하면 73승 1패다.
지난해 3월 알파고와의 5번기에서 4국을 이긴 이세돌 9단은 지금까지 유일하게 알파고를 상대로 승리한 인간이 됐다.
당시 이세돌 9단은 3판을 내리 패한 뒤 4번째 대국에서 알파고의 항복을 받아낸 바 있다.
[신아일보] 이은지 기자 ejlee@shinailbo.co.kr
좋아하는 백 쥐었지만 209수 불계패
지난해 이세돌 1승 유일한 인간승리
구글 “알파고 바둑계에서 은퇴한다
중국의 커제 9단이 알파고와의 3국 대결에서 모두 졌다. 알파고는 바둑계 은퇴를 선언해 공식대국에서는 이세돌의
지난해 1승이 유일한 인간승리 기록으로 남게 됐다.
커제 9단은 27일 중국 저장성 우전에서 열린 ‘바둑의 미래 서밋’ 알파고와의 3번기 최종 3국에서 백을 쥐었으나
209수 만에 불계패했다.
평소 흑보다 백을 선호한 커제지만 알파고의 허점을 찾기는 힘들었다.
커제는 23일 1국에서는 흑을 쥐고 1집반으로 졌다.
25일 2국과 이날 3국에서는 백을 쥐고 모두 불계패했다.
커제 9단은 세계대회 본선에서 백을 잡았을 때 승률이 81%에 달한다. 하지만 돌의 색깔이 중요하지 않았다.
커제 9단은 이날 자신의 기풍대로 공격적인 바둑을 펼쳤고, 중반까지는 대등하게 맞섰다. 하지만 중반을 지나면서
서서히 균형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알파고의 상변 흑집에 뛰어들어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지만 오히려 알파고에게 큰집을 허용하고 말았다.
알파고는 막판 하변 끝내기에서는 월등히 앞서 있는 상황 때문인지 더 큰 자리를 놔두고 작은 자리에 착점하는 손해수를 두기도 했다.
하지만 승패와는 상관이 없었다.
마지막까지 총력을 기울인 커제는 형세를 뒤집기 위해 중앙 끝내기에서 무리수를 연발했으나 알파고가 하변에서
중앙으로 커제의 대마를 둘러싸면서 승부를 결정지었다.
이날 제한시간은 3시간이었고, 1분 초읽기 5회가 주어졌다.
우승상금 150만달러(17억원)는 알파고가 차지했고, 커제 9단은 대국료 30만달러만 챙겼다.
이세돌 9단은 지난해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1승4패를 기록했는데, 당시 1승의 가치는 더욱 중요해졌다.
이날 바둑티비에서 해설을 맡은 이세돌 9단은 “하변 끝내기를 처리하는 것을 보면 꼭 반집 이기도록 프로그램이 정해져 있는 것 같다.
더 좋은 자리가 있는데 그렇게 두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또 전날 저우루이양 등 중국의 톱기사 5명이 힘을
합쳐 벌인 단체전과 관련해, “상담기 단체전을 하려면 더 많은 시간을 배정했어야 했다.
팀이 좀더 집중할 수 있는 대국환경도 만들어줘야 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편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는 이날 대국 뒤 “이번 행사가 알파고가 참가하는 마지막 바둑 대국”이라고 밝혔다. 알
파고의 공식 전적은 지난해 이세돌 9단과 5번기, 연초 인터넷 대국 60판, 커제 9단과의 3번기, 단체 상담기 1번을
포함해 68승1패로 남게 됐다.
1패는 지난해 ‘프로그램 버그’가 난듯 흔들리며 이세돌한테 당한 것이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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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세돌이 13일 한국기원에서 열린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 개막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세돌 “은퇴 전제로 내년 배수진 치겠다”
“내년에는 제 바둑인생에 승부수를 던질 것입니다.
은퇴를 전제로 정말 배수의 진을 치고 임할 각오입니다.”
내년이면 우리 나이로 정확히 30대 중반인 이세돌(33) 9단이 바둑인생의 모든 것을 걸겠다고 선언했다.
이세돌은 13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열린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 개막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올해 만족스러운
대회를 꼽기가 쉽지 않다.
아쉬운 대회들이 아주 많았다”고 올 한 해를 돌아봤다.
그는 “아직 젊고 어린 나이지만 바둑에서는 그렇게 어리지만은 않다.
내년에도 올해처럼 아쉽고 제 기대에 못 미친 성과들이 나온다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정말 승부수를 던져야 하는 해”라고 강조했다.
지난 3월 인류 대표로 인공지능 알파고와 세기의 대국을 펼쳐 바둑계를 뛰어넘는 스타 대접을 받았지만 이세돌은
“굉장히 아쉬웠던 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응씨배와 삼성화재배에서 4강에 머무는 등 세계대회 우승 없이 한 해를 보냈다.
국내 랭킹도 2위에서 3위로 밀려났다.
이날 이세돌은 은퇴를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그는 “내년 성과가 안 나온다고 해서 당장 은퇴하는 것은 아니다. 내후년쯤을 정리하는 해로 삼지 않을까”라며 한 발짝 물러섰다.
이어 “바둑 전체적인 부분과 성적, 저의 정신상태를 종합해봐야 할 것 같다.
성적이 50% 정도라면 나머지 40~50%는 제가 개인적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세돌은 “사실 전에는 제가 어느 정도 바둑에서 이룰 것은 다 이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중국랭킹 1위) 커제, 알파고와 대결하면서 ‘이제는 풀려있던 것을 잠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도 했다.
“알파고 이후 개인적으로 부담도 있었다.
그것을 이기지 못한 해가 아니었나 싶다”고 돌아보며 “내년에는 정말 부담 없이, 원 없이 해볼 생각”이라고 힘줘
말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3월 13일 구글 알파고와의 5번기 4번째 대국에서 승리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활짝 웃는 이세돌 9단.
동아일보
인간 바둑 챔피언 이세돌 9단에게 도전한 인공지능(AI) 알파고(AlphaGo)는 이렇게 둬도, 저렇게 둬도 안 되는 ‘바둑
터미네이터’였다.
기존 바둑 이론을 비웃듯, 그간 완착(緩着, 상대에게 큰 영향을 못 미친 수)이라고 판정했던 수를 아무렇지도 않게
‘쓱~’ 구사하며 바둑의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상상을 초월한 실력에 바둑계는 혼비백산했다.
바둑의 규칙은 매우 단순하지만 출현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우주의 원자 수보다 많다.
여기에 ‘추론’이나 ‘직관’ 같이계산으로 환산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영역이 엄존하는 게임이다.
이런 복잡성 때문에 지금껏 컴퓨터가 바둑을 따라잡기 힘들었고, 앞으로도 상당기간 정복할 수 없는 인간 게임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졌다.
그러나 구글 딥마인드팀은 바둑의 방대한 경우의 수를 줄여 가능성 높은 수를 추린 다음(정책망 역할) 이 수들 가운데 승률 기대치가 가장 높은 한 수를 선택하는(가치망 역할) 방식을 선보였다.
가령 이세돌은 매 수 머릿속 수 읽기로 최선의 한 수를 찾아내는 데 비해 알파고는 상대의 착수를 보고 두 심층 신경
망을 가동해 가능성 높은 수들을 끝내기까지 샅샅이 검토한 뒤 이길 확률이 가장 높은 수를 고른다.
이 연산의 작동을 위해 1202대의 CPU(중앙처리장치)와 바둑판 형상을 인식하고 판별하는 176대의 GPU
(그래픽처리장치)가 가동돼 초당 10만 가지 계산으로 바둑판을 스캔한다.
때문에 일부에선 ‘검투사가 1000마리 맹수와 동시에 싸우는 격’ ‘훈수꾼 1000명을 둔 불공정한 대결’이라며 격분했다.
이세돌이 세 판을 내리 지고 난 뒤 5000년 신비에 싸인 바둑은 마침내 정복됐고, 이세돌은 인류 역사에 AI에게 진
첫 세계 챔피언으로 기록됐다. 이쯤 되면, 어지간한 기사라면 엄청난 내상을 입고 전의를 상실하기 마련이다.
기계에 수모를 당하고 인류의 자존심을 지키지 못한 이세돌이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은퇴할지도 모른다는 말까지 나왔다.
일생일대 전혀 예상치 못한 최고로 ‘센놈’을 만났고 이 한 번의 대결로 기사의 명예, 승부사로서의 자존심이 통째
날아가는 최대 위기에 직면했지만, ‘센돌’은 달랐다.
왜 그가 불세출의 승부사인지 진면목이 드러난 건 이 순간부터였다.
“인간이 패배한 건 아니다”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
그러니 지켜봐달라”고 한 그의 말은 깊은 울림을 줬다.
인간은 자동차보다 빨리 달릴 수 없고 기중기처럼 바위를 들어 올릴 수 없는 미약한 존재다.
하지만 어떠한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는 도전정신, 이것이 인류를 진보하게 한, 인류만이 가진 최강의 힘 아니던가.
“알파고는 굉장히 놀라운 프로그램이지만 완벽한, 신의 경지에 오른 정도는 아닌 것 같다.
분명히 약점은 있는 것 같다.” 다들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이세돌은 ‘아니 그렇지 않아, 다시 이제부터 승부야’라고
선언한 것이다.
3국까지에서 보인 ‘바둑 터미네이터’의 위력을 헤아린다면, AI에게 한 판 이기는 것도 기적에 가까웠다.
이 순간 사람들에게 이세돌은 인류의 미래를 지키는 존 코너(영화 ‘터미네이터’의 주인공인 미래의 인간 지도자)가
됐고, 사람들은 이세돌에게 한 판이라도 이겨 인류의 자존심을 세워주길 고대하며 열띤 응원을 보냈다.
그리고 마침내 4국에서 알파고도 예상 못했던 백 78 끼움의 묘수를 터뜨리며 1승을 올렸다.
내외신 기자들로 꽉 찬 해설장에 요란한 환호와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바둑 해설자들도 누구랄 것 없이 감격의 눈물을 보였다.
어제와는 의미가 180도 다른 눈물이었다.
이세돌은 인류가 자신에게 안긴 무거운 숙제를 덜었다는 듯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활짝 웃었다.
“한 판 이기고서 이렇게 축하받기는 처음이다.
훗날에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어치 있는 1승으로 기억할 것 같다”고 1승의 가치를 매겼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 이세돌의 도전정신과 저항정신은 “승부는 이미 (3국에서) 결정됐으니 5국에선 돌을 가리지 않고 내가 흑으로
두게 해달라”고 딥마인드팀에 부탁하는 데서도 나타났다.
알파고가 흑번보다는 백번이 강한 듯하니 그렇게 한 번 더 붙어보고 싶다는 바람이었다.
설령 한 번 더 지더라도 마지막 순간까지 AI의 약점을 찾아 후세에 전달하겠다는 존 코너의 사명감 같은 것. 이런 것이 그 어떤 프로그래밍으로도 AI에 심을 수 없는 인간 정신의 아름다움이고 위대함이다.
1983년 전남 비금도라는 오지에서 태어난 이세돌은 이름부터 바둑과 숙명적인 끈으로 연결돼 있다.
뒷목에 점 3개가 있는 걸 보고 아버지 이수오(1998년 작고) 씨가 인간을 뜻하는 세(世), 돌을 뜻하는 돌(乭)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풀어보면 세상을 바둑돌로써 지배하라는 뜻이다.
이수오 씨는 바둑 애호가였고 5남매에게 다 바둑을 가르쳤다. 둘째 상훈과 막내 세돌이 프로기사가 됐다.
이씨는 농사일을 나가면서 막내에게 아침마다 사활 문제를 내주고 저녁에 점검했다.
한글도 미처 깨치지 못한 여섯 살 세돌은 “신기하게도 바둑만은 잘 이해했다”고 훗날 회고했다.

이세돌 바둑의 요체, 저항정신
15세에 입단한 형 상훈(프로 9단)도 기재(棋才)가 출중해 일찍이 일본 바둑잡지에서 한중일 3국의 바둑 신동을
취재할 때 한국을 대표하는 어린 천재로 소개될 정도였다.
하지만 자신보다 더 뛰어난 동생 세돌을 서울로 데리고 와 부모처럼 뒷바라지하며 대성시켰다.
바둑 공부를 하러 일본으로 건너간 청년 조상연(일본기원 5단)이 일본 바둑 수준을 실감하고 자신은 이미 늦었으니
여섯 살배기 동생 조치훈을 급히 데려와 명인으로 올라서게 한 것과 비슷하다.
어린 조치훈이 이방인에 대한 온갖 차별을 견디며 생존하기 위해선 오직 이기는 길밖에 없었다.
‘목숨을 걸고 바둑을 둔다’는 그의 바둑정신은 그렇게 단련된 것이다.
어린 세돌도 마찬가지였다. 형밖에 없는 서울 땅에서, 냉정한 승부 세계에서 밀려나지 않으려면 강자가 돼야 했다.
그러자면 남과 같은 길, 같은 스타일로는 최고가 될 수 없다.
사방이 바다로 툭 터진 작은 섬에서 거침없는 기질, 자유로운 발상을 얻었다면 부모 품에서 떨어져 선택의 여지 없는 ‘바둑 외길’을 걸으면서는 치열함과 승부사적 근성을 체득했다.
순종보다는 저항을, 안정보다는 모험을 택한 바둑 스타일은 2003년 LG배 결승 5번기에서 ‘둔도(鈍刀)’ 이창호 9단의
계산바둑을 무너뜨리고 이세돌 시대를 활짝 연 원동력이 됐다.
한국기원 기사라면 승단대회에 나가는 게 당연하다고 여기던 시절, 3단으로 이미 세계챔피언에 오른 이세돌은 ‘단의
의미가 퇴색하고 권위가 무너진 이 시대에 승단대회에 참가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는 생각으로 불참을 선언하고, 한국 바둑리그 보이콧으로 촉발된 한국 바둑사 초유의 ‘일인자 휴직사태’를 일으키는 등 바둑판 안팎을 가릴 것 없이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이면 거침없이 실행에 옮겼다.
이 탓에 ‘바둑계의 반항아’란 이미지가 덧씌워졌지만 ‘시대를 앞당긴 혁명’은 그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됐다.
자기에게 주술을 걸 듯 자신감 또한 넘쳤다. 이창호 9단이 일인자 대우를 받을 때 이미 자기가 실력이 더 센데 왜 와일드카드를 주지 않느냐며 이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농심배 대회에 몇 년간 불참하기도 했다.

“자신이 없어요, 질 자신요”
언젠가 결승전을 앞두고 그가 한 말들은 두고두고 이세돌 어록으로 기억된다.
“자신이 없어요, 질 자신요” “미안해서 어쩌죠? 아무래도 이번 결승전은 3국까지 가지 못할 거 같아요.
” “몸이 너무 안 좋아서…. 두 판으로 끝내야 할 거 같아요.”
큰 승부를 앞두고 의례적으로 겸손을 보이는 걸 미덕으로 생각하는 바둑계에서 자기 생각을 날것 그대로 드러낸 최초의 승부사. 오만하거나 불손해서가 아니라 가식적인 것, 위선적인 것을 몸에 두르는 게 태생적으로 맞지 않는, 타협을
모르는 반골기질과 저항정신이 이세돌 바둑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알파고의 괴력 앞에서 위축되지 않고 대항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이세돌은 ‘인간 대표’로서 이러한 정신을 끝까지 놓지 않았기에, 비록 시리즈는 알파고의 4대 1 승리로 끝났지만 진정한 승자는 이세돌과 인류라고 말하고 싶다. 더불어 바둑정신의 승리다.
![[세기의 대국]충격의 패배 이세돌, 그는 누구인가](http://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16/03/PS16030900611.jpg)
그가 1983년 3월 2일 태어나 전국대회에서 처음 우승한 것은 1991년, 당시 초등학교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참가한
대회에서 2학년이던 이세돌이 1등을 거머줬다.
이후 형인 이상훈 프로를 따라 12세(1995년)에 입단해 국내 두번째 형제 기사가 됐다.
하지만 형은 ‘나는 이세돌을 이길 수 없을 것 같다. 은퇴해야겠다’며 바둑계를 떠났다.
2000년 32연승이라는 역대 연승 3위 기록을 세우며 ‘불패소년’으로 불렸고, 2009년 5월까지 국내 랭킹 1위, 10번째
세계대회 우승 등 정상급 기사의 면모를 보여줬지만 난관도 있었다.
2009 한국바둑리그를 앞두고 출전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한국기원과 갈등했고 기보에 대한 저작권 문제, 대국료
관련 문제가 얽히면서 휴직계를 내기도 했다.
이후 사과 기자회견과 함께 복귀한 이세돌은 파죽지세로 24연승을 거두면서 세계랭킹 1위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2002년 후지츠 배에서 세계를 재패한 뒤 무려 18번 세계대회에서 우승했다.
이세돌의 바둑은 압도적인 수 읽기를 통한 흔들기로 상대를 난전으로 끌어들여 혼란시키고 압살해버리는 스타일이다.
이같은 화려한 변칙 스타일이 현존하는 최고의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알파고와의 남은 대국에서 앞으로의 승리로
이어질지 관심이다.
바둑은 흰돌과 검은돌을 번갈아 놓으며 상대편의 돌을 들어내거나 빈 공간을 둘러싸 ‘집’을 만드는 게 목표인 게임이다.
돌을 둘 때 직관과 느낌이 작용하는 미묘함과 지적 깊이 때문에 우주에 있는 원자의 수보다 많은 경우의 수가 존재
한다고 알려져 있다.
체스와 비교 시 경우의 수가 10의 100제곱 이상 많은 것이다.
인공지능 알파고에도 이세돌과의 대국은 인간의 창의성에 도전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알파고는 이세돌이 돌을 놓으면 일단 ‘정책망(policy network)’이라 부르는 하나의 신경망이 작동해 다음 번 돌을
놓을 위치를 택하고, 동시에 ‘가치망(value network)’이라 불리는 또 다른 신경망을 작동시켜 승자를 예측한다.
구글은 알파고는 3000만 개 움직임에 대해 신경망을 훈련했다며 사람의 움직임을 57% 확률(과거 기록은 44%)로
예측한다고 밝혔다.
각종 바둑 프로그램들과 토너먼트를 진행해 500회 대국중 단 한 번 패했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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