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임종석(왼쪽) 대통령 비서실장 [중앙포토]

임종석 비서실장이 26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원칙
위배 논란과 관련해 "인사가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 대해서
국민 여러분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송구한 마음과 함께 이해를 구한다"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이른바 공직 배제 5대 원칙은 병역면탈,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위장전입, 논문표절 관련자는 고위공직에서 원천적으로 배제하겠다는 인사 방침인데 강제성이 있는 건 아니지만 문 대통령 스스로 청렴성을 강조하고자 공언한 바 있다 보니 이제 와서 돌연 철회하기에도 정치적 부담이 따르는 만큼 어떻게 대응하든 돌파구를 찾기 어려운 진퇴양난에 처했다고 할 수 있다.
당선 이후부터 줄곧 순항해 온 문재인 정부는 채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 나타난 첫 난관에 자못 당혹스러워 하는
이에 발맞춰 여당도 첫 인선인 이낙연 총리후보자에 대한 청문 보고서를 채택하고 인준 처리에도 협조해달라며 야권에 호소하고 있지만 이미 발표된 공직후보자 중에도 공직 배제 5대 원칙에 저촉되는 인사들이 일부 있어 과연 야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기자회견을 통해 소개하기까지 한 첫 인선인 이낙연 총리 후보자가 지난 24일 인사청문회 도중 과거 미술 교사였던 부인이 ‘서울 강남권 학교배정’ 목적차 위장 전입했던 사실을 시인함에 따라 엄정한 인사기준을
이 후보자가 아들의 병역 면제 관련 의혹부터 당비 대납 연루 의혹, 부인 그림 강매 의혹과 전두환 찬양 기사 작성 논란 등 청문위원들로부터 여러 날선 질문을 받았음에도 스스로 인정치 않았으나 위장전입 문제와 관련해선 결국 인정하면서 야권의 목소리가 한층 높아진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25일 기자들에게 “총리 지명을 이르게 하다 보니 본인도 몰랐고 우리도 몰랐다”며
곤혹스럽다는 속내를 내비쳤는데, 당장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에선 청문보고서 채택에 부정적 시각을 드러내며
문재인 대통령까지 압박하고 나섰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지금처럼 후보자 신상에 대해 혹독하고도 엄격한 잣대가
만들어진 것은 사실 더불어민주당이 야당 시절 다 만들어 놓은 것”이라며 “대통령 자신이 국민 앞에 선언하고
공약집에도 명시한 고위공직자 원천배제 사유에 해당하는 것을 국무총리 후보자 자신이 인정했는데도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그냥 넘어가자고 할 수 없다”고 사실상 ‘자승자박’격이란 입장을 내놨다.
한국당 측 청문위원인 경대수 의원도 26일 “오늘 저희는 청문회 경과보고서 채택이 어렵다”고 선언한 데 이어
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여부를 놓고 비공개 회의를 가진 직후에도 기자들에게 “저희는 (이낙연 총리후보자가) ‘후보
자격이 없다’, ‘총리로서 적격이 안 된다’ 이런 판단을 하고 있다”고 못을 박아 경과보고서 채택이 불투명해졌다.
설상가상으로 이 총리 후보자에 큰 하자가 없다면 가급적 여당에 협조하겠다며 힘을 실어줬던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에서까지 이전과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정부여당이 인선을 강행하더라도 29일 있을 본회의에서 인준될 수 있을지
단언하기 어려워져 상황이 더욱 복잡해졌다.
일단 새로 국민의당 사령탑을 맡게 된 박주선 비대위원장은 26일 “총리 인준이 빨리 되고 정부 조각이 빠른 시일 내
마무리되도록 해주는 것도 국회의 소임 중 하나”라며 적극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지만 대선 직전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던 이언주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같은 날 “개업식에 와서 웬만하면 물건을 팔아주고 싶은데 물건이 너무
하자가 심해서 도저히 팔아줄 수 없는 그런 딜레마에 봉착해 있다”고 상반된 목소리를 내면서 정부여당을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무엇보다 자당 소속 청문위원인 이태규 의원이 청문회에서 이 총리후보자로부터 직접 부인의 위장전입 의혹을 인정한다는 답변을 받아낸 점도 있는데다 인사청문위원 구성비 면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것도 국민의당이다 보니 현재 여소야대임에도 정부여당의 높은 지지율로 인해 맥을 못 추던 야권 상황을 뒤집으려는 계기로 삼으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 뿐 아니라 바른정당에서도 이날 오신환 대변인 논평을 통해 “문 대통령이 대국민 약속을 파기하지 않는 한 이 총리
후보자는 자진사퇴하거나 총리지명을 철회해야 하는 것이 옳지만 이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을 먼저 밝혀야 할 것”이라고 청와대 압박에 동참한 데 이어 “바른정당은 고위공직자 인준 기준에 대해 여야협의체 구성을 제안한다”고 차별화까지 꾀해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 靑 고개 숙이면서도 ‘현실 제약’ 강조…인선 강행 의지?
임 비서실장은 인사대상자들의 공직 배제 5대 원칙 위배 논란과 관련해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저희가
하지만 그는 “빵 한 조각, 닭 한 마리에 얽힌 사연이 모두 다르듯 관련 사안도 들여다보면 성격이 다르다”며 “후보자가 갖고 있는 자질과 능력이 관련 사실과, 사실이 주는 사회적 상실감에 비쳐 현저히 크다고 판단될 때 관련사실 공개와
그러면서 임 비서실장은 “선거캠페인과 국정운영의 무게가 기계적으로 같을 수 없다는 말씀을 드리고 양해를 구한다”고 밝혀 5대 원칙에 일부 위배됐더라도 이 총리 후보자 인선을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는데, 이 후보자 뿐 아니라
대신 청와대 측은 조각이 시급한 시점에 5대 원칙이 이제는 발목을 잡게 되다 보니 앞으로 현실성을 고려해 이 원칙을 구현할 수 있는 적용 기준을 내부적으로 마련하겠다는 입장인데, 야당에선 대통령 본인이 아닌 비서실장이 나온 것부터 진정성 없는 사과라고 각을 세우고 있다.
우선 한국당은 정용기 대변인 논평에서 “변명은 비서실장을 앞세워 어물쩍 넘어가려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태도다. 이런 입장 발표는 안 하느니만 못하다”며 “사회적 상실감이라는 모호한 명분을 앞세워 5대 비리 관련자들도 자질과
국민의당도 최명길 원내대변인을 통한 공식 논평에서 “임종석 비서실장이 내놓은 해명은 국민이 전혀 납득할 수 없는 궤변”이라며 “5대 비리 고위공직 원천 배제 원칙은 수정된 것인가, 고수하는 것인가.
이처럼 청와대가 내놓은 발표내용에 각 정당이 한 목소리로 혹평한 것 외에도 청문회 여야 간사 회동은 물론 뒤이은 4당 원내수석부대표 회동에서조차 당초 이날 마무리 짓기로 했던 청문보고서 채택이 끝내 불발되면서 차주 예정된 본회의에서 총리후보자에 대한 본회의 표결 역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장관후보자와 달리 총리후보자에 대해선 국회 인준이 필요한 만큼 여당은 이날 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됐음에도
‘이낙연 청문보고서’ 등돌린 여야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특위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윤후덕(왼쪽), 자유한국당 경대수 의원이 26일 비공개 회동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여야 원내 4당은 수차례 접촉해 이 후보자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문제를 논의했지만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이낙연·강경화·김상조 위장전입
임종석도 5대 원칙 후퇴 시인
"선거 때와 국정 똑같을 수 없어"
민주당, 여야 바뀌자 입장 변화
"새로운 인사청문회 기준 만들 때"
하지만 새 정부가 지명한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뿐 아니라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위장전입 문제가 잇따라 불거지면서 기류가 급변했다. 조각(組閣) 관련 인사청문요청서를 제출한 5명 중 3명이다.
청와대는 강경화 후보자의 경우 지난 21일 딸의 위장전입과 미국 국적 문제를 선제적으로 밝혔다.
그러면서 “중요 검증사안에 대해 어떻게 판단했는지 투명하게 발표하자는 게 대통령의 의지”(조현옥 인사수석)라는
설명까지 붙였다.
이낙연 후보자에 대해선 검증 소홀을 인정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선거가 끝나고 다음날인 10일에 (이 후보자 지명을) 발표했다. (위장전입 문제를) 본인도 인지하지 못했고 저희도 인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상조 후보자에 대해선 그러나 “흔히 말하는 위장전입 성격이라고 보기 어려웠고 비난받을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고
봤다”고 말했다.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지만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었다. 이날 공정위는 “교사인 김 후보자 부인의 전근과
6개월간 미국 파견으로 인해 우편물 수령을 위한 목적으로 주소지를 다른 곳에 둔 것이었지 부동산 투기나 학군 배정 등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해명했다. 청와대가 강경화 후보자와 김상조 후보자에게 다른 ‘잣대’를 들이댄 것이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사실상 ‘5대 원칙’이 후퇴했음을 시인했다.
임 실장은 “선거 캠페인과 국정운영이라는 현실의 무게가 기계적으로 같을 수는 없다는 점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양해를 부탁드린다”며 “문재인 정부 역시 현실적인 제약 안에서 인사를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5대 원칙이 수정된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발표한 내용을 보면 원칙이 수정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당초 5대 비리 관련자는 “원천 배제”였지만 이제는 “심각성·의도성·반복성·(위반)시점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지 않을 수가 없다”로 바뀌었다.
청와대는 현재 인사 문제로 어수선한 상황이다.
인사 실무는 인사수석실이 주도하지만 5대 비리와 같은 위법 여부 자료는 민정수석 공직기강비서관실이 담당한다. 하
지만 김종호 공직기강비서관이 지난 17일 임명됐고, 실무진 중 상당수는 여전히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로 파견 나온 공무원이다. 이런 상태에서 청와대와 내각 인선을 한꺼번에 진행하다 보니 과부하가 걸려 있다.
야당 시절 위장전입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던 더불어민주당도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신재민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위장전입과 함께 부동산 투기 등 다른 의혹이 불거지면서 사퇴했다.
당시 민주당은 신 후보자 사퇴를 촉구하며 “위장전입이 고위직으로 나가는 데 필수조건”이라고 비판했다.
박근혜 정부까지도 변하지 않았다.
유일호 경제부총리와 홍용표 통일부 장관 지명 당시 위장전입 문제가 불거지자민주당은 “박근혜 정부가 인사검증에서 위장전입은 문제 삼지 않는다는 기준이 확인됐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여당이 된 뒤에는 달라졌다. 강훈식 원내대변인은 이날 “이제 과거의 기준이 아닌 새로운 대한민국의 내일에
맞는 인사청문회 새 기준을 만들 때”라고 주장했다.
다만 “우리도 위장전입 문제 로 인사에 비협조적이었던 모습을 보였던 점을 고백한다”는 말은 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강 후보자의 경우 청와대가 사전 검증시 문제점을 확인하고 이를 공개했으나 이낙연 후보자와 김상조 후보자는 사후에 문제가 드러났다.
이는 사전 검증 과정에서 청와대가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으로 실제 청와대도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했다.
이처럼 고위공직 후보자가 잇따라 5대 인사원칙에 걸리면서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야당은 이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을 요구하며 공세하고 있다.
특히 야당이 사실상 청와대의 입장 표명을 이낙연 후보자의 인사청문 심사보고서 채택의 전제로 걸고 있어 어떤 식으로든 청와대가 입장을 내지 않을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엄격한 기준을 토대로 인사 검증을 진행했으나 결과적으로 3명의 공직 후보자에게서 문제점이
드러난 것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시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유감 표명은 임종석 비서실장이 이날 오후 문 대통령을 대신해 진행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의 5대 인사원칙을 구체화·현실화하는 방안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국무위원 등 후속 인사에서 5대 원칙 위배 사례가 추가될 경우 도덕성 차원에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말씀하신 것은 큰 방향과 원칙으로 엄격하고 높으면서도
우리 사회가 합의할 수 있는 수준의 구체적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문 대통령의 인사원칙을 현실화할 경우 새 정부의 도덕성 기준이 후퇴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점은 청와대의 고민이다.

이와 별개로 고위 공직 후보자의 인사 검증이 문제가 됐다는 점에서 국무위원 등 후속 인사도 지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인사는 준비되는 대로 발표한다는 것이 청와대 방침이나 검증 문제로 인사 준비 자체가 늦춰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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