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위권' 언급 北, 국제공역 美폭격기 타격 능력 있나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미국 전략폭격기가 북측 영공을 넘지 않아도 격추할 '자위적
대응권리'를 언급함에 따라 국제법상 적법성 논란과는 별개로 북한이 실제 그런 요격 능력을 갖고 있는지 관심이다.
북한은 원거리의 항공기와 함정을 겨냥한 다양한 무기를 개발해 실전 배치했거나 전력화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우선 사거리 150여㎞로 '북한판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번개 5호'(KN-06) 지대공 유도미사일과 사거리 250여㎞의
SA-5 지대공미사일, 200여㎞의 지대함 순항(크루즈) 미사일은 실전에 배치돼 있다.
미8군과 미 제18 야전포병여단은 21일 충남 대천 일대에서 비상전개 준비태세
연습을 실시했다. 사진은 HIMARS(고속기동 포병로켓시스템)가 서해상에 있는
직도를 향해 장거리 정밀탄을 발사하는 장면이다./
그러나 이무기가 국제공역과 공해상에서 미국 전략무기를 격추하거나 타격할 수 있는 정밀도를 갖췄는지는 의문이다.
러시아의 S-300과 중국의 FT-2000을 북한식으로 개발한 것으로 추정되는 번개 5호는 목표물과 직접 충돌해 파괴하는(hit to kill) 방식으로 추정되지만, 자세한 제원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SA-5는 최대 수평 사거리는 250여㎞이지만,
공중으로 쏘면 40㎞에 불과하다.
두 지대공미사일 모두 음속 이상으로 비행하지만 이 미사일을 제대로 유도할 대공 레이더를 24시간 가동하지 못한다는 것이 취약점이다. 주로 심야에는 레이더를 가동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이번 B-1B의 진입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군의 한 소식통은 "북한의 지대공미사일의 정확도나 구체적인 성능은 검증되지 않았다"면서 "미국 전략폭격기 B-1B와
F-15C 전투기가 심야에 북한 동쪽 공해상으로 진입한 것도 지대공 레이더가 가동되지 않는 취약 시간대를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B-1B와 F-15C에는 북한의 지대공 레이더가 가동됐을 때 이를 탐지하는 레이더가 있고, 설사 지대공미사일이 날아
온다고 해도 이를 회피할 수 있는 기만체계를 탑재하고 있다.
B-1B는 사거리 370여㎞의 AGM-158, F-15C는 사거리 278㎞의 슬램-ER 공대지미사일을 각각 탑재하고 있어
지대공레이더가 가동되는 순간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최대 사거리 측면에서 공해상의 미국 함정을 공격할 수 있는 북한의 지대함미사일의 명중률도 의문이다.
북한은 지대함 순항미사일에는 탄두부에 시커(탐색기)를 장착했고, 스커드를 개조한 대함미사일은 동체에 날개를 달아 정밀도를 높이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스커드-ER은 1천㎞ 비행시 탄착지점이 목표지점으로부터 250∼500m를 벗어나는 등 원형공산오차(CEP)가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공해상의 미 항모강습단은 탄도미사일 추적과 요격이 가능한 이지스 구축함과 미사일 순양함 등의 호위를 받고 있어
북한 미사일이 항모를 직접 타격하기도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만약 북한 미사일이 항모강습단을 향해 날아오면 항모를 호위하는 이지스 구축함에서 사거리 500㎞ 이상의 SM-3 함대공미사일을 발사해 요격하고, 이지스함과 핵 추진 잠수함에서는 적의 선제공격임을 판단하고 사거리 2천500여㎞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지상의 공격 원점을 향해 무더기로 발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점차 심화됨에 따라 B-1B의 한반도 전개 횟수가 늘고 있고, 대다수의 언론에서는 죽음의 백조라 불리는 B-1B가 한 대만 떠도 평양을 초토화시킬 수 있어 김정은이 가장 두려워하는 미 전략자산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실상을 알고 보면 그렇지도 않다.
사실 B-1B는 미국의 3대 전략폭격기 가운데 가장 ‘약골’이다. 2010년 미국과 러시아가 체결한 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rategic Arms Reduction Treaty), 일명 ‘뉴 스타트’에 따라 핵무기와 장거리 공중발사순항미사일(ALCM) 운용 능력이 제거되었기 때문이다.
운용 가능한 무장 가운데 가장 사정거리가 긴 것은 370㎞급 사거리를 가진 재즘(JASSM)이어서 우리 공군의 F-15K
보다도 장거리 스탠드오프(Stand-off) 공격 능력이 떨어지며, GBU-57이나 GBU-28과 같은 지하 관통폭탄(벙커버스터) 운용 능력도 없어 김정은 벙커를 파괴할 수 없다.
B-1B는 큰 덩치 덕분에 한반도 남부 상공에 진입하는 순간부터 북한의 장거리 레이더에 그 존재를 들킬 수밖에 없다. B-1B가 아무리 초음속으로 비행하더라도 남해 상공에서 평양까지는 20분 이상 소요되는 거리이기 때문에 김정은
입장에서는 B-1B가 파괴할 수 없는 지하 방공호에 숨어버리면 전혀 겁낼 것 없다.
이 때문에 북한은 미국이 한반도 상공에 B-1B 폭격기를 전개시켜 강원도 일대에서 폭격 훈련과 같은 무력시위를 보여주어도 별로 놀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무력시위를 ‘가소로운 객기’라고 종종 비웃었다.
그런데 이번 B-1B 폭격기 전개는 몇 가지 측면에서 김정은도 움찔하며 심각하게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크다.
우선 야간 출격이다. 기존 B-1B 한반도 전개는 항상 낮에 이루어져왔고, 며칠 전 또는 몇 시간 전에 한국 언론에 통보된 후 전개하는 형식을 취해왔다.
그러나 이번 전개는 모두가 생각지도 못했던 주말에, 그것도 밤늦은 시간에 이루어졌고 폭격기가 임무를 마치고 돌아간 다음에야 언론에 발표됐다.
미 전략자산이 언제든 북한 인근까지 출동할 수 있음을 과시한 것이다.
둘째, 미군 단독 작전이다.
기존에는 B-1B가 오면 한국공군 전투기들과 같이 움직였다.
한국 전투기들이 B-1B를 공중에서 엄호도 하고 폭격 훈련도 같이 하면서 반드시 ‘포토타임’을 갖고 한미 동맹의 공고함을 강조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작전은 폭격기와 엄호기, 지원기 모두 미군 자산으로만 구성되어 기습적으로 이루어졌다.
우리 정부가 아무리 대화와 협상을 통한 평화적 북핵 문제 해결을 강조하더라도 미국이 우리 정부 의사와 관계없이
단독으로 북한에 대한 군사작전에 나설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가데나 기지에서 출격하는 미 공군 F-15C 전투기.
(사진= 미 태평양사령부 제공)
마지막으로 공격편대군 구성이다.
지금까지 B-1B는 대부분 혼자 왔다.
괌에서 출격한 1~2대의 폭격기가 한반도 상공에서 우리 공군 전투기들과 합류해 단순한 폭격 훈련만 하고 돌아가는 것이 지금까지의 전개였다면 이번 전개는 실제 군사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완벽한 패키지를 구성해 들어왔다.
고성능 조준장비와 대량의 정밀유도폭탄을 탑재해 지상에 있는 표적을 족집게처럼 폭격할 수 있는 B-1B 폭격기를
중심으로 호위기인 F-15 전투기가 따라 붙는 구성은 기존과 비슷했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E-3 공중조기경보통제기가 작전 지휘에 나서고, 임무에 투입된 항공기들에게 연료를 보충해줄 수 있는 KC-135 공중급유기도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에 더해 수송기와 헬기도 뒤따랐다. 수송기에는 B-1B가 폭격 임무를 수행한 뒤 목표 지역에 침투해 타겟 제거 여부를 확인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특수부대가 탑승해 있었을 것이며, 헬기는 특수부대의 귀환을 위한 침투용 헬기였을
가능성이 높다.
즉, 이번 B-1B 전개는 무력시위 성격과 더불어 북한에 대한 공습 작전을 수행하는데 있어 작전 구성 요소 간 손발을
맞춰 본 예행연습 성격이었다는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 볼 때 기존의 전략자산 전개는 김정은에게 미국이 쥐고 있는 칼자루를 보여준 저강도 무력시위였다.
폭격기나 잠수함, 항공모함이 와도 정해진 일정대로 훈련만 할 뿐 북한을 공격할 의지를 보여준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무력시위는 달랐다.
B-1B 무력시위는 칼자루에서 칼을 꺼내들어 김정은을 향해 겨눈 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무력시위였다.
김정은은 이번 무력시위로 인해 움찔했겠지만 아직 미국은 김정은의 오금을 저리게 할 히든카드는 꺼내지도 않았다.
만약 북한이 추가 도발 카드로 응수해 이번과 같은 무력시위조차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면 미국은
히든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크다.
이번 무력시위와 유사한 형태로 무력시위를 실시하되, B-1B는 B-2A 스텔스 폭격기로, F-15C는 F-22A 스텔스 전투기로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이다.
B-2A는 북한이 탐지할 수도 없을뿐더러 초대형 벙커버스터는 물론 핵무기 운용 능력도 가지고 있으며, F-22A는 북한의 모든 전투기와 방공망을 간단히 제압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매티스 국방장관이 경고한 것처럼 미국은 한국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도 아주 짧은 시간 내에 북한을 마비시키고
북한 전역을 초토화시킬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김정은이 이러한 미국에게 몇 발의 핵무기로 맞서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무모한 도발을
계속해 나간다면, 트럼프의 경고대로 김정은과 북한정권의 운명의 시간은 더욱 더 빨리 다가올 것이다.
이일우 군사 전문 칼럼니스트(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finmil@nate.com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미 국방부는 “23일(현지시각)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발진한 전략폭격기 B-1B 랜서(사진)가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공군기지에서 발진한 F-15C 이글스 전투기 호위를 받으며 북한
동해의 국제공역을 비행하는 '무력시위'를 펼쳤다.”고 발표했다.
2017.09.24. (사진=미태평양사령부)photo@newsis.com
B-1B 폭격기 전개..한밤중 날아온 까닭은?
전문가들 "실전훈련 성격 강해"
【서울=뉴시스】김성진 기자 = 지난 23일 밤 '죽음의 백조'라 불리는 미국 전략폭력기 B-1B '랜서' 2대가 북한 동해상의 국제공역을 비행했다.
B-1B 랜서는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이륙해 일본 오키나와 공군 기지에서 출격한 F-15C 전투기 호위를 받으며
비무장지대 최북단에서 작전을 펼치고 돌아갔다.
B-1B는 미국의 주요 전략자산으로 한번에 최대 61t의 폭탄이 탑재 가능하며 적의 대공미사일 사거리 밖에서도 정밀
타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대 음속 1.2배(시속1335㎞)로 날아 유사시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한반도까지 약 2시간이면 도달 가능하다.
따라서 한 번의 출격으로도 북한 핵심 지휘부, 핵·미사일 기지 등 군사 시설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B-1B 출격에 대해 강력한 대북 경고 메시지를 넘어 실전 훈련을 염두에 둔 비행으로 봐야 한다고
풀이했다.
양욱 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은 "B-1B는 실전 투입을 위해 괌에 배치된 것으로 한반도에서 유사 상황이 생길 때
대응하는 전략자산 성격이 강하다"며 "경고성 비행의 성격도 있지만 정기적으로 한반도에서 훈련을 하고 간다는 것은 어느 때든 타격할 준비를 갖추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 18일에도 B-1B 2대가 일본에서 출격한 미 공군 F-35B 스텔스전투기 4대, 우리 공군 F-15K전투기 4대와
함께 대북 무력시위 차원의 모의 폭격훈련을 실시했다.
B-1B는 지난달 8일과 31일에도 한반도 상공에 전개된 바 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한 언론에서 보도한 바와 같이 이번 출격에 공중급유기가 왔다는 것은 실전을 염두에 둔 훈련의 증거로 볼 수 있다"며 "만약 실전이 되면 B-1B가 B-2 폭격기로, F-15기는 F-22기로 바뀌어 출격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미 국방부는 “23일(현지시각)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발진한 전략폭격기 B-1B 랜서(사진)가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공군기지에서 발진한 F-15C 이글스 전투기 호위를 받으며 북한
동해의 국제공역을 비행하는 '무력시위'를 펼쳤다.”고 발표했다.
2017.09.24. (사진=미태평양사령부)photo@newsis.com
실제 상황에서는 스텔스 기능이 없는 B-1B보다 스텔스기인 B-2 스피릿 폭격기와 F-22 랩터가 한반도에 먼저 전개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군사전문가는 "(이번 동해상 비행에서) B-2 스피릿이 아닌 음속 폭격기 B-1B가 왔다는 것에 주목해야 된다.
아직 시위의 성격이 강하다고 볼 수도 있다"며 "미국이 실전을 염두에 뒀다면 선제공격시 주로 사용하는 B-2 스피릿이 전개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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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한美사령관 "北반응 없어".. NLL 넘어간 23일 밤 무슨 일이?]
北, 야간 기습출격에 방심했나? 전력 없어 레이더 가동 안했나?
北 SA-5 지대공미사일 포대 원산 밖 600km까지 탐지 가능.. 실제 미사일 사거리는 250km
美, 원산 300~350km 밖 비행.. 北, 레이더로 잡아도 격추 못해
미국이 지난 23일 밤 전략폭격기 B-1B를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북으로 전개하는 무력시위를 했지만, 북한은
전투기 발진 등의 대응을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빈센트 브룩스 주한 미군 사령관도 국회 정보위원장인 자유한국당 이철우 의원에게 "북한의 반응이 전혀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 관계자는 이날 "B-1B는 완전한 스텔스기가 아니기 때문에 북한 레이더로 탐지할 수 있다"며 "북한이 B-1B를
포착했으면서도 무대응했을 수 있고, 전기 사정 등으로 레이더가 작동하지 않아 아예 놓쳤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北, B-1B 북상 지켜봤나
B-1B는 스텔스 폭격기인 B-2와 달리 완전한 스텔스 기능을 적용해 설계하지 않았다.
공군 관계자는 "북한은 지금까지 수집해 온 정보를 토대로 B-1B 고유의 '레이더 피탐 면적'(RCS) 정보를 파악해
B-1B의 접근 여부를 판단할 능력이 있다"고 했다.
북한은 탐지 거리 500~600㎞의 조기 경보 레이더를 운용하는 등 상당 수준의 장거리 감시 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게 SA-5 지대공미사일 시스템의 일부인 P-14/5N84A 레이더다.
일명 '톨킹(Tall King)'이라고 하는 이 레이더의 최대 추적·감시 거리는 약 600㎞다.
이론적으로는 항공기가 제주도와 일본 규슈(九州) 북부를 잇는 선을 넘어 북상하는 순간부터 탐지할 수 있다.
북한은 과거에도 B-1B 출격을 파악하고 공개한 적이 여러 번 있다.
美B-1B는 스텔스 기능 약해 탐지되는데.. 北, 대응 출격 없었다
[주한美사령관 "北반응 없어".. NLL 넘어간 23일 밤 무슨 일이?]
北, 야간 기습출격에 방심했나? 전력 없어 레이더 가동 안했나?
北 SA-5 지대공미사일 포대 원산 밖 600km까지 탐지 가능.. 실제 미사일 사거리는 250km
美, 원산 300~350km 밖 비행.. 北, 레이더로 잡아도 격추 못해
미국이 지난 23일 밤 전략폭격기 B-1B를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북으로 전개하는 무력시위를 했지만, 북한은 전투기 발진 등의 대응을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빈센트 브룩스 주한 미군 사령관도 국회 정보위원장인 자유한국당 이철우 의원에게 "북한의 반응이 전혀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 관계자는 이날 "B-1B는 완전한 스텔스기가 아니기 때문에 북한 레이더로 탐지할 수 있다"며 "북한이 B-1B를
포착했으면서도 무대응했을 수 있고, 전기 사정 등으로 레이더가 작동하지 않아 아예 놓쳤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北, B-1B 북상 지켜봤나
B-1B는 스텔스 폭격기인 B-2와 달리 완전한 스텔스 기능을 적용해 설계하지 않았다.
공군 관계자는 "북한은 지금까지 수집해 온 정보를 토대로 B-1B 고유의 '레이더 피탐 면적'(RCS) 정보를 파악해
B-1B의 접근 여부를 판단할 능력이 있다"고 했다.
북한은 탐지 거리 500~600㎞의 조기 경보 레이더를 운용하는 등 상당 수준의 장거리 감시 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게 SA-5 지대공미사일 시스템의 일부인 P-14/5N84A 레이더다.
일명 '톨킹(Tall King)'이라고 하는 이 레이더의 최대 추적·감시 거리는 약 600㎞다.
이론적으로는 항공기가 제주도와 일본 규슈(九州) 북부를 잇는 선을 넘어 북상하는 순간부터 탐지할 수 있다.
북한은 과거에도 B-1B 출격을 파악하고 공개한 적이 여러 번 있다.
그럼에도 이번에 이렇다 할 북한 측 대응이 포착되지 않은 것을 두고는 몇 가지 가능성이 제기된다.
우선 북한 레이더가 가동되지 않았을 수 있다. 군 소식통은 "북한은 전력 사정이 나빠 레이더를 가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야간에 이뤄진 기습 출격이라 방심하고 있었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알고도 대응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예비역 공군 관계자는 "B-1B를 탐지했더라도 비행 지역이 국제 공역이라 북한이 전투기를 출격시킬 명분이 애매했다"며 "낙후된 북한 전투기들을 멀리까지 출격시켜 봤자 미군을 상대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이유도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北 사격 통제 레이더 작동했나
전문가들은 대체로 '북한이 대응 출격을 하지 않았더라도 출격 상황은 파악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촘촘하게 구축해 놓은 대공 레이더망이 있기 때문이다. "지대공미사일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일부 관측도 이와 관련
있다.
지대공미사일 부대는 보통 '탐색용'과 '사격 통제용' 레이더를 운용한다.
북한 SA-5 지대공미사일(최대 사거리 250㎞) 포대는 탐색용으로 최대 탐지 거리 320㎞와 600㎞의 레이더를 운용한다. 지난 23일 밤 미 B-1B 폭격기 등은 원산에서 300~ 350㎞ 떨어진 곳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탐지 거리 600㎞짜리 레이더에는 탐지됐을 가능성이 있다.
관심은 사격 통제 레이더를 가동했느냐다. 사격 통제 레이더는 지대공미사일을 발사·유도할 때 사용하는 공격용이다.
SA-5용 사격 통제 레이더의 최대 추적·감시 거리는 300~350㎞ 정도다.
공군 관계자는 "단순 탐색 레이더와 사격 통제 레이더는 사용하는 주파수 대역이 다르다"며 "사격 통제 레이더에
포착되면 그 표적이 된 항공기에선 '레이더 경보 수신기'(RWR)가 작동해 파일럿도 이를 알 수 있다"고 했다.
23일 밤 B-1B 등 미 공군 전력은 SA-5 사격 통제 레이더의 최대 탐지 범위 내에 있었기 때문에 레이더가 작동했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SA-5 미사일 사거리(250㎞) 밖에 있었기 때문에 발사했더라도 격추됐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조기경보기·헬기·수송기 출동했나
미국은 지난 23일 밤 출격한 B-1B 폭격기와 F-15C 전투기들이 공중급유기(KC-135)로부터 연료를 공급받는 사진을
공개했다.
일각에선 이 밖에도 조기경보기, 수송기, 헬기 등이 함께 NLL을 넘어 무력시위를 벌였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군 소식통들은 "NLL을 넘어 동해 공해상에서 무력시위를 벌인 것은 B-1B 폭격기와 F-15C 전투기 외에는
없다"고 밝혔다.
다만 유사시 조종사 구출을 위한 탐색구조 헬기 등 일부 항공기가 공중급유기와 함께 NLL 이남 동해 상공에서 대기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B-1B 전략폭격기
몰랐다" VS "일부러 관망" 北 무대응 이유 갑론을박
비행경로 탐지가능…맞대응 무리 판단 가능성 커
[아시아경제 이설 기자] 미국 전략폭격기 B-1B 랜서가 북한쪽 동해 국제공역을 근접해 비행을 하자 북한의 사전
탐지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과연 북한의 방공망은 어떤 수준일까.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가 지난 4월 발표한 '북핵ㆍ미사일 리포트'에 따르면 북한은 전방지역과 동·서부 지역에 SA-2와 SA-5 지대공 미사일을, 평양 지역에는 SA-2 및 SA-3 지대공 미사일과 고사포를 집중 배치하고 있다.
지난 5월엔 신형 지대공미사일 KN-06(번개5호)도 시험 발사했다. 평양 일대를 놓고 보면 지대공미사일, 고사포 등이
겹겹이 둘러싸인 촘촘한 방공망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북한이 열병식 때마다 공개하는 지대공미사일 SA-5는 최대 사거리가 260∼300㎞로 고도 40km까지 요격할 수
있다.
SA-5와 함께 운용되는 레이더는 400km까지 탐지 가능하다.
23일 B-1B 랜서 폭격기의 무력시위는 강원도 원산 동쪽으로부터 약 350km지점 떨어진 곳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론적으로는 북한이 B-1B 등의 비행경로를 탐지할 수는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미 공군 전력과 맞대응 하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으로 북한은 일단 B-1B 등의 움직임을 관망했을 가능성이 크다. 공해상의 미 폭격기 출격에 대응해 북한 전투기를 원거리 대응하는 것도 마땅치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미국의 무력시위가 잦아질 경우 예기치 못한 우발충돌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미 전략폭격기가 북방한계선(NLL)을 넘지 않더라도 자위권
차원에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미군은 F-22 랩터 등 최고의 스텔스 기능으로 적의 방공망을 손쉽게 뚫을 수 있는 전략무기를 갖췄다.
북한의 레이더 탐지 거리 밖에서 공대지 미사일을 발사해 얼마든지 목표 지점을 타격할 수 있는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미군이 북한을 선제 타격할 경우 F-22 랩터는 B-2 스피릿과 함께 1순위로 꼽히는 최첨단 전투기다. 지난해 2월에는
사상 처음으로 1개 편대, 4대가 동시에 한반도 상공에 출동해 북한에 무력시위를 벌인 바 있다.
다음달 17일부터 22일까지 열리는 서울 국제항공우주및방위산업 전시회(ADEX 2017)에도 F-22와 F-35A 스텔스
전투기가 동시에 참가한다.
F-35A는 미국의 최신 스텔스 전투기 F-35의 기본형이다.
미국이 F-22와 F-35A를 한반도에 공개적으로 파견하는 것은 북한에 대한 경고 메시지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우리 공군도 최근 북한의 방공망 밖에서 차세대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F-35A '라이트닝 2' 스텔스
전투기를 개발하고 있다.
미국의 록히드마틴은 F-35기에 장착해 운영할 수 있는 차세대 원거리 순항미사일 개발에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이설 기자 sseo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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